강세헌은 바로 진원우를 보더니 물었다.“병이 호전된 거 아니야?”심재경이 체크해 보더니 말했다.“아니야, 그냥 기계 작동 알림이야.”강세헌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진원우가 이렇게 되어서 그는 가슴이 아팠다.빈 함을 든 구애린이 갑자기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발견하고는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오셨어요?”강세헌이 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힐끔 바라봤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병실을 나섰다.심재경도 따라 나왔다.그는 강세헌이 구애린을 모르는 줄 알아 말했다.“원우 저 녀석, 언제부터 연애를 시작한 거야? 처음에 저분이 오셨을 때 나 나쁜 사람인 줄 알았어.”“그런데?”강세헌이 물었다.“착하더라고...”강세헌이 걸음을 멈추고는 심재경을 보며 물었다.“착한 사람인지는 어떻게 알았어?”“원우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더니 계속 병실 밖을 지키고 있더라고. 저녁이면 저 벤치 위에서 자고. 진정성 있어 보여서 병실 들어가게 했지. 원우를 보라고. 그런데 떠나질 않는 거야. 원우를 돌보면서 간병인한테 마사지를 배우고 있더라고.”심재경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원우가 그래도 잘 살았나 봐. 이렇게 되었는데도 챙겨주는 여자가 있는 걸 보니까.”“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강세헌이 그를 비꼬며 말했다.심재경이 물었다.“착한 사람 아니야?”그러고는 또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사람 알아?”강세헌은 당연히 그녀를 알고 있었다.구애린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는데 인상이 좋지 못한 건 확실했다.그리고 강세헌은 또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지난번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한 번도 지각한 적 없는 진원우가 그날 지각했었다.그날 아마 구애린과 같이 있지 않았나? 아니면 구애린은 일부러 미국에서 돌아와 진원우를 돌보지도 않았을 것이니.“그럼 내쫓아?”심재경은 구애린에 대해 잘 모르는 건 사실이었다.강세헌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내버려 둬.”“네 얘기나 해.”“나?”심재경은 그 얘기를 꺼내기도 부끄러웠다.하지
...이튿날.송연아가 깨어나 보니 강세헌과 닮은 앳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그녀는 손으로 찬이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찬이는 쌩하고 달아났다.곧이어 강세헌이 걸어 들어왔다.그녀는 어제 워낙 깊숙이 잠이 들었기에 강세헌이 몇 시에 돌아왔는지도 몰랐다.그의 다크서클을 발견한 송연아는 그가 밤잠을 설쳤다는 걸 알게 되었다.며칠 동안 그는 푹 쉬지도 못했기에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가 몸을 일으키고는 말했다.“좀 자요.”강세헌이 침대 옆에 앉더니 그녀의 손을 꼭 잡고는 말했다.“임 비서가 국제적으로 최고의 사설탐정에게 연락했대. 나 가능한 한 빨리 가서 상대방을 만나야 해. 너랑 찬이, 그리고 어머님을 보호할 경호원을 배치해 뒀으니 걱정하지 마. 빨리 그쪽 일을 처리하고 올게.”송연아는 이리저리 다니며 고생하는 강세헌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오직 자신의 슬픔 감정에 빠졌지만 강세헌도 아이의 아버지였다.‘세헌 씨도 가슴 아프겠지?’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어떤 말보다도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었다.강세헌은 점심을 먹고 서둘러 떠났다.송연아는 거실 소파에 누워있으면서 텔레비전도 책도 보지 않고 그저 초점 없는 동공으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뭘 보고 있는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한혜숙이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줬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송연아가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찬이를 바라봤다.찬이는 소파 앞 카펫에 앉아 장난감 강아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찬이, 강아지 많이 좋아해?”장난감 강아지가 여러 개 있었다.한혜숙이 대답했다.“그래, 한번은 찬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는데 다른 사람이 송아지만 한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더라니까. 그거를 보고 찬이가 막 사달라는 거야. 난 겁이 나던데 찬이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어.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라.”송연아가 찬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
“누구세요?”송연아가 물었다.상대는 잠깐 침묵하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벌써 나 잊은 거예요?”송연아는 익숙한 목소리에 물었다.“설마 고훈 씨예요?”그녀는 아직 확실치 않았다. 고훈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어디 아파요?”송연아가 물었다.“...감기 걸렸어요.”“결혼해요? 누구랑 결혼해요? 여자 친구 없다면서요?”고훈이 갑자기 결혼한다고 하니 송연아는 조금 의외였다.“축하해요, 축의금 꼭 보낼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꼭 결혼식 와야 해요.”고훈이 명령조로 말했다.송연아가 잠깐 침묵을 지키고는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시간이 없어서.”그녀는 찬이를 보더니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강세헌이 집에 없고, 그녀는 방금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섣불리 외출하면 안 되었다.게다가 고훈은 청양시에 있었다.만약 가까운 거리라면 생각해 보겠는데 거리가 너무 멀었다.“이젠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고훈은 화가 난 듯했다.“좋아요, 알겠어요. 나를 한 번도 친구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거네요. 저를 이용하기만 했죠?”송연아는 미간을 구겼다. 고훈이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혹시 지난번 일로 화가 난 거라면...”“그만해요. 이 전화는 없던 걸로 해요. 연아 씨를 초대하지도 않았고요. 앞으로 서로 인생에 나타나지 말자고요.”말을 마친 고훈은 전화를 뚝 끊었다.이어서 ‘뚜뚜뚜’ 소리만 들렸다.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왜 그래?”한혜숙이 물었다.송연아가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는 더 신경 쓰지 않았다.한 평생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 사람들과 모두 끝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송예걸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는 통하지 않았다.송예걸의 전화는 꺼진 상태였다.지난번에 그를 만났을 때 분명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마음도 놓이지 않았다.“엄마, 송씨 저택으로 돌아
“모두 대표님의 분부로 사 왔어요.”비서는 물건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송연아가 힐끔 보고는 말했다.“알겠어요.”“그럼 푹 쉬세요.”말을 마친 비서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거의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다시 몸을 돌려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사실 당신은 대표님에게 폐만 끼치고 있어요.”송연아가 덤덤한 얼굴로 되물었다.“그런데요?”“일로 저는 당신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에서도 결코 당신보다 못하지는 않을 거예요, 더 잘하면 잘했지. 그렇게 많은 사달을 일으켜 대표님 걱정하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요.”송연아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비서가 강세헌 옆에 머물 수 있는 건 분명 그녀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말해준다.하지만 비서는 더는 자신의 야망을 숨기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자신에게 이렇게도 직설적으로 말한 것을 보니.송연아는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겉으로는 착한 척하며 맨날 뒤통수치는 것보다는 나으니 말이다.“제 역할 잘해서 대표님 협조하고 부담을 덜어줄 거예요.”비서가 허리를 곧게 펴며 말했다.지금의 그녀는 전혀 비서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송연아에게 선전 포고를 하고 있었다.송연아는 그녀와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지만 장 비서는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세헌 씨한테 월급 올려주라고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송연아가 느긋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나 돈 달라고 온 거 아니라고.’송연아는 돈으로 그녀에게 수모를 안겨주고 있었다.“대표님은 저에게 항상 최고의 대우를 해주시죠.”비서가 말했다.“그래요? 그럼 잘됐네요.”비서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그럼요.”“물건을 가지고 왔으니 이만 가봐도 돼요.”송연아는 더는 그녀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비서는 송연아가 자신을 내쫓고 있다는 걸 알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휴식하는 데에 방해하지 않을게요. 만약 대표
“네, 말했어요.”오은화가 대답했다.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에서 내려와 찬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오은화가 다가오며 말했다.“제가 안을게요.”송연아가 말했다.“괜찮아요.”오은화는 또 물었다.“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 말이에요, 치울까요?”송연아가 고개를 돌려 봤다.그 물건들은 비서가 가져온 건지, 아니면 진짜 강세헌의 분부로 가져온 건지 몰랐기에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그냥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냥 두세요.”“다 몸보신하는 좋은 물건이던데요. 사모님은 한창 몸보신해야 할 때라 비서님도 대표님 분부로 가져왔을 거예요. 그냥 두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아요?”“지금 너무 많이 먹어도 안 돼요, 속에서 열이 나요.”송연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은화에게 말했다.“그냥 내버려 두세요.”“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할게요.”오은화가 물건을 거둬들였다.송연아는 방으로 들어갔다.찬이는 낮잠을 계속 잤기에 지금쯤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송연아는 그를 안고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등을 두드렸다.찬이는 지금 송연아와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녀를 밀어내지도 않고, 오히려 그녀에 대해 궁금해했다. 갑자기 집에 자기한테 잘해주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으니 말이다.아들을 재운 후, 송연아도 워낙에 몸이 허약했고 피곤했는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얼마나 지났는지,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눈을 뜨고 한혜숙인 걸 확인하고는 송연아는 조금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만났어요?”“아니.”한혜숙도 찬이를 깨울까 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집 팔렸어.”“네?”송연아는 너무나도 의외였다.“그 집, 엄마 소유 아니었어요? 어떻게 팔릴 수 있죠?”“너희 아빠가 내게 남겨준 물건은 모두 그 집에 뒀어. 여기로 올 때 옷만 챙겨왔거든.”한혜숙이 말했다.“예걸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한혜숙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너희 아버지가 남겨둔 물건을 걔가 다 훔쳐 갔겠지.”송연아는 고민에
“얼른 돌아와.”한혜숙이 당부했다.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을 나와서 택시 타고 신고하러 경찰서로 향했다.운전기사가 강아지를 사러 간 줄 알고 일부러 운전기사를 부르지 않았다.경찰서에 도착하자 경찰이 그녀에게 물었다.“실종 신고요?”“네.”송연아가 대답했다.“실종된 지 얼마나 됐어요?”경찰이 물으며 기록했다.송연아가 대답했다.“이틀이요.”어렴풋이 48시간 지나면 신고할 수 있었던 사실이 떠올라 그렇게 대답했다.“실종자 정보요.”송연아는 알고 있는 송예걸의 정보를 모두 말했다.“전화번호 하나 남겨주세요. 소식 있으면 바로 연락드릴게요.”송연아가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번호를 남긴 후 그녀는 경찰서를 나섰다.대문 앞에 선 그녀는 모든 희망을 경찰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진원우가 사고를 당했기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이런 방법밖에 취할 수 없었다.그녀는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무심하게 고개를 돌렸는데 누군가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사람은 재빨리 소나무 뒤로 숨었다.송연아는 그쪽으로 갔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 어안이 벙벙했다.‘내가 눈이 침침해진 건가?’마침 이때 택시 한 대가 도착해 그녀는 바로 택시에 탔다.밖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도착하자 그녀는 차에서 내렸다.단지 안으로 막 걸어가려 할 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아보니 우람한 몸집의 두 검은 옷 사내가 머리에 캡 모자를 쓴 수상쩍은 사람을 잡고 있었다.송연아가 그들에게 걸어갔다.두 검은 옷 사내가 바로 말했다.“이 사람 사모님을 계속 미행했습니다.”송연아는 눈썹을 치켜들었다.‘그러니까 아까 경찰서 밖에서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지? 정말 나를 미행하는 사람이 있었던 거야?’그녀는 그녀를 미행하는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다.“고개를 들게 해요.”송연아가 말했다.경호원이 남자의 캡 모자를 벗기고 그의 얼굴을 들었다.
경호원은 남자더러 말하라고 손짓했다.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 당신이 미행하라고 한 사람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어요.”“연아야...”한혜숙은 마침 찬이를 안고 밖에 나왔다. 길가에 있는 송연아를 보고는 반갑게 소리를 질렀다.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이 소리를 들었는지 바로 전화를 끊었다.송연아는 그 남자의 휴대폰으로 다시 한번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상대가 눈치를 챈 것이다.“만나는 곳이 있을 거 아니야?”경호원이 물었다.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있어요.”경호원이 송연아에게 말했다.“지금 당장 가보겠습니다. 어쩌면 상대를 잡을 수도 있죠.”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경호원이 남자를 잡아 차 안에 밀어 넣었다.한혜숙이 걸어오더니 경호원과 그 남자를 보고는 물었다.“다 무슨 사람들이야?”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세헌 씨가 보낸 경호원들이에요.”“나쁜 사람 있어?”한혜숙이 물었다.송연아가 대답했다.“없어요.”그녀는 한혜숙이 걱정할까 봐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사실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의 위탁을 받고 그녀를 미행했는지, 왜 그녀를 미행했는지, 그 목적이 뭔지 그녀는 잘 몰랐다.송연아가 찬이를 안으려고 하자, 찬이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역시 피는 물보다 진했다.송연아는 기쁜 마음에 찬이를 안고 단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한혜숙이 말했다.“강아지를 데려왔어. 그런데 찬이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나 봐.”송연아가 다시 물었다.“못생겼어요?”“아니,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찬이가 좋아하지 않아. 아무래도 찬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런 거 아닐까? 찬이는 큰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이건 너무 작아.”집으로 돌아간 송연아는 바로 강아지를 발견했다.갈색 털에 동그란 눈동자의 강아지가 앙증맞게 엎드려 있었는데 아주 귀여웠다.몸집이 작아 집에서 키우기도 적합했다.몸집이 큰 강아지는 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키울 수 없었다.아무래도 마당이 딸린 별장이 아니었으니 강아지가
송연아가 답장했다.「아직 안 자요. 그 의사에 관한 단서를 찾았나요?」강세헌은 그동안 송연아에게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그녀가 이 일 때문에 제대로 휴식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그 사설탐정은 도와주기로 했지만 아직 소식을 전해오지 않았다.송연아도 자기가 너무 다급해하는 것 같아 다시 진정하고는 말했다.「당신 쪽 일은 잘 되어가고 있어요?」「응, 이제 이틀 있으면 돌아갈 거야.」로픽 패밀리 일은 아마 내일이면 모든 게 결정될 것이다.잭슨이 로픽 패밀리의 새로운 책임자로 될 것이다.「네.」송연아는 한 글자로 대답하고는 여전히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고는 또 한마디를 보냈다.「조심해서 다녀와요.」「응.」...두 사람 모두 한참 동안 조용했다.얼마 후, 강세헌에게서 또 문자가 왔다.「자.」송연아는 침대 옆에 앉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녀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심재경은 하루 만에 성숙해진 것 같았다.그는 어머니와 맞서 싸우지도 않았고, 더는 이혼하겠다며 난리도 부리지 않았다.절대적인 권력이 없다면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이혼하지도 못할 것이고, 심지어 안이슬이 어떻게 죽임을 당했는지도 모를 것이다.그는 먼저 윤소민의 아버지와 만나자며 약속을 잡았다.“소민이와 이혼할 수 있게 나 설득하려고 온 거야?”윤소민 아버지의 안색은 어두웠다.심재경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의 술잔에 술을 채웠다.“이혼 얘기를 꺼낸 건 제 잘못입니다. 아버님에게 그날 일로 진심으로 사과하려고 찾아온 거예요.”“소민이가 바람을 피웠다며?”“제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심재경이 말했다.윤소민 아버지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렇게 사람을 모함하면 어떻게 해? 소민이가 집안이 못한 것도 아니고, 아내로서 할 건 다 했잖아.”심재경은 고개를 푹 숙였기에 표정이 모두 가려졌다.“소민이는 좋은 여자예요, 제가 잘못했어요.”윤소민 아버지는 심재경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