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긴 하지만 장비서는 여전히 걱정거리가 있었다.「진원우가 비록 식물인간이 되었지만, 아직 깨어날 가능성은 남아있어요.」「죽이고 싶어요? 그래도 건드리면 안 돼요. 만약 진원우를 건드리면 당신이 한 일들을 모두 강세헌한테 말할 거예요.」장비서는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미스테리한 발신자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협박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미국.비록 강세헌의 영역은 아니지만, 잭슨의 인맥과 권력을 통해 병원의 모든 감시 자료와 송연아를 수술한 의사 및 수술에 참여한 모든 인력의 정보를 수집했다.감시 자료들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었다.수술 기록에는 제왕절개 분만으로 나온 아기는 호흡이 없었고 응급조치했지만 살리지 못했으며 현재는 병원 내 영안실에 있다는 내용이었다.병원에서는 그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편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하고 당연했다.“뭘 의심하는데? 확실한 건 그쪽에서 한 짓은 아니야. 그들은 지금 우리 할아버지를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지금 상황 믿고 싶지 않아서 조사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네가 믿지 않는다고 해서 사실이 아닐 수는 없어.”잭슨이 말했다.강세헌이 그를 올려다보는 눈빛이 매우 어두웠다.“뭘 더 도와줄까?”잭슨은 강세헌이 지금 자기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이 사람 한 달 동안의 모든 행방을 알고 싶어. 누구를 만났는지, 어디에 갔었는지, 상세할수록 좋아.”강세헌이 송연아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의 자료를 잭슨한테 보여주며 말했다.잭슨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와 송연아는 그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찌 됐든 아버지로서 그는 이 모든 것을 명확히 밝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었다.“알았어. 최대한 빨리 결과를 알려줄게. 간다.”잭슨이 떠나자, 강세헌은 표정을 풀고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송연아가 감정이 격해져서 생긴 출혈은 이제 멈췄지만 출산 후 몸이 많이 허약해졌다.병실에 들어서자, 송연아
“지금 바로 전화해서 알아볼게.”의무과 실장은 강세헌의 전화를 받고 바로 영안실 담당하는 직원에게 전화했다.병원에서는 그들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아기 시신을 보여주겠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아기 시신을 볼 수 없다고 했다.이유는 병원 측에서 매월 정해진 시간에 의료용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모두 화장터로 보내져 태운다는 것이다.“그렇군요,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의무과 실장이 난감해하며 말했다.“너무 늦었어요, 저쪽에서 이미 처리했다고 합니다.”분명히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했었는데, 아무 말도 없이 처리했다니?아예 보여 줄 아이가 없었던 건 아니고?“이것은 당신들의 책임입니다.”“네, 네, 저희가 의사소통이 잘 안돼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사과하면 우린 그냥 받아들여야 하나요?”송연아는 진정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 어떤 사람도 진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힘들게 임신해서 가진 아기인데 직접 생사 확인도 못 했다.강세헌은 격동된 송연아를 안아주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자신의 살과 피를 잃은 그 아픔을 달래 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강세헌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잭슨이었다.“조사하라고 했던 거 얘기하려고 하는데 지금 시간이 돼?”“여기로 와.”강세헌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의무과 실장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설명해 봐요. 이게 지금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한마디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인가요? 감당할 수 없으면 병원장 당장 불러와요!”그렇게 말하고 그는 송연아를 감싸 안고 자리를 떠났다.30분 후, 잭슨이 병실에 나타났다.송연아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본 그는 강세헌에게 말했다.“밖에서 얘기할까?”“그럴 필요 없어.”지금 송연아가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희망을 보는 것뿐이었다.강세헌이 잭슨을 바라보며 말했다.“얘기해!”“그 집도 의사의 계좌에 그날 큰돈이 입금되었어. 그쪽 계좌도 조사해 봤는데 이체 후 바로 해지가
“혹시...”“아니야.”강세헌은 그녀를 진정시켰다.“잭슨이 이미 확인했어, 당신을 붙잡아 갔던 사람들이 한 짓은 아니야.”강세헌의 원수는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사업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의 이익을 건드렸을 것이고 게다가 송연아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업을 확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가로채는 일들도 했었다.때문에 관련 사람들을 모두 조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다.비록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 희망이 있다는 것이 가장 희소식이였다....잭슨이 송연아의 집도 의사가 도망쳤다는 소식을 가져왔다.“병원에 가서 물어봤더니 휴가 중이래, 휴가를 내고 도망간거야. 미리 준비했던 거지.”“빨리 찾아요!”송연아가 강세헌을 다그쳤다.강세헌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잭슨한테 말했다.“나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 끝나고 다시 올게.”“기다릴게!”잭슨은 강세헌이 처리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잭슨은 아직 강세헌의 협조가 필요했기에 그의 일에 최선을 다해 도우려 했다.병실 문이 닫히자마자 송연아가 말했다.“지금 당장 가서 그 의사 안 찾고 어디로 간다는 거예요? 의사를 찾아서 물어보기 전에 전 어디든 안 갈 거예요.”강세헌은 침착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은 이미 이틀 동안 도망쳤어. 이틀이면 많은 곳을 갈 수 있다고. 당장 찾아내는 건 불가능해. 물론 가만있지는 않을 거야. 최고의 글로벌 탐정을 찾아서 그 의사를 반드시 찾아낼 거야. 당신 힘든 거 알아, 근데 나도 똑같아.”그렇다, 계획하고 도망간 사람을 어떻게 쉽게 찾을 수 있겠는가?“나는...”강세헌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준비 마쳤으니까, 오늘 돌아가자. 여기는 너무 위험해. 그리고 찬이도 부모가 필요하지 않겠어?”“하지만...”“나를 믿고 시간을 줘, 꼭 찾을게.”송연아의 걱정을 아는 강세헌은 시종일관 부드럽게 달랬다.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알았어요.”강세헌이 준비를 마치자
송연아는 자기가 자리를 비운 동안 비서가 온갖 방법을 써서 돌아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그녀는 지금 너무 피곤해서 몸을 지탱할 수 없었다. 비서와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나른하게 강세헌의 품에 기대고는 자는 척을 했다.밖으로 나오자 비서는 차 문을 열었고, 강세헌은 송연아를 안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그들은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주석민은 차에 타지 않고 혼자 따로 돌아갔다.한혜숙은 오늘 딸이 올 걸 알고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방도 깔끔하게 정리했다.오은화는 반가운 마음에 상 부러질 정도로 음식을 많이 준비했다.송연아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한혜숙이 활짝 웃으며 물었다.“돌아왔어?”찬이도 한혜숙 따라 반갑게 송연아를 맞이했다.옆에 서 있던 오은화도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사모님, 오셨어요?”송연아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왈칵 쏟았다.“왜 울어? 아이를 금방 낳고 울면 안 되는 걸 몰라? 몸 못쓰게 돼.”한혜숙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강세헌이 한혜숙에게 미리 전화했었다, 오늘 송연아가 돌아올 거라고. 그리고 또 송연아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도 알려다.다만 아이는 한 달이 되지 않았기에 당분간 병원 큐베이터에 있어야 해서 함께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강세헌이 한혜숙에게 미리 전화한 이유는 바로 송연아를 만날 때 아이 얘기를 꺼내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니면 송연아는 이 일을 떠올려 마음이 또 괴로울 것이니 말이다.다른 한편으로는 한혜숙이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알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걱정하는 사람만 많아질 것이니 말이다.송연아는 목이 메었고 코끝이 찡했다. 울고 싶지 않아 겨우 감정을 억눌렀지만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흐느끼며 말해다.“엄마, 보고 싶었어요...”“다 큰 어른이.”한혜숙이 말로는 송연아를 혼내고 있었지만 눈시울은 이미 붉어졌다.오늘이 좋은 날이라는 걸 알아 한혜숙은 감정을 추슬렀다.“나랑 아주머니가 세헌이 전화를 받고 나서부터 상다리가 부러질
강세헌은 장난감으로 겨우 찬이의 관심을 돌렸다.한혜숙이 찬이를 안고는 말했다.“먼저 들어가 있어.”강세헌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연아를 끌어안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방문이 닫히는 순간, 그는 송연아를 안아 들었다.송연아가 찬이 때문에 많이 속상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당신이 찬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그때 찬이를 지켜내려고 엄청 고생했다는 것도 알고. 찬이도 당신을 많이 사랑해. 다만 곁에 없었으니까 잠깐 잊었을 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송연아도 그 말을 이해했지만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강세헌이 살포시 그녀의 등을 두드려 줬다.한참 지난 후, 그녀는 겨우 감정을 추슬렀다.강세헌이 그녀를 놓아주고는 말했다.“내가 뜨거운 물 받아줄게.”그는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곧이어 열기가 욕실 전체에 가득 찼다.안이 더워지자 강세헌은 그녀의 옷을 벗겼다.“나 혼자 씻을게요...”송연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강세헌이 말했다.“내가 씻겨줄게.”이 순간, 강세헌은 그 어떤 불순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욕구가 불타오르지도 않았다.그는 다만 직접 송연아를 보살피고 싶었다.그녀는 제왕절개 수술을 끝낸 지 3개월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상처에 물을 묻히면 안 되었다.강세헌은 물이 묻은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닦기 시작했다.조금씩, 부드럽게, 꼼꼼이...몸을 다 닦아준 후 강세헌은 또 그녀에게 한혜숙이 준비한 두꺼운 긴팔 긴바지 잠옷을 입혀줬고, 상처에 약까지 발랐다.이 모든 걸 끝내고는 본인도 간단하게 씻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은 후 그녀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시간이 조금 지났기에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조금씩 진정되었다.자리에 앉은 후, 한혜숙은 일부러 찬이를 송연아 옆자리에 앉혔다.음식에서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났다, 그리고 방금 끓인 국도 있었다.한혜숙이 송연아에게 국 한 그릇 떠주고는 말했다.“먼저 이걸 마시고 있어, 그래야 몸이 따뜻해져.”송연아가 두 손으로
“응?”강세헌이 그녀를 바라봤다.송연아는 이 일이 장 비서와 연관 있지 않을까 물어보고 싶었는데 증거가 없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어?”강세헌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고서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송연아가 잠깐 고민하더니 끝내 솔직하게 말했다.“혹시 원우 씨가 사고를 당한 후에 장 비서를 부른 거예요?”강세헌이 대답했다.“아니, 그 사람은 원우가 데려온 거야.”“원우 씨가 데려왔다고요?”송연아는 비서가 진원우에게 손을 쓰기 위해 돌아온 줄 알았다.하지만 진원우가 사고를 당하기 전에 이미 돌아왔기에 장 비서는 그에게 손을 쓸 이유가 없었고, 그녀의 의심도 성립되지 않았다.‘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하지만 그녀는 장 비서가 강세헌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다시 강세헌 옆으로 돌아와서 일하고 싶을 것이다.강세헌이 물었다.“왜 그래?”송연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에요.”“편히 쉬고 있어.”강세헌이 그녀에게 이불을 잘 덮어줬다.“네.”송연아가 두 눈을 감았다.그녀가 잠이 든 후에야 강세헌은 방을 나섰다.그가 방문을 닫자 한혜숙이 다가와 물었다.“연아가 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혹시 아이를 낳은 때 많이 힘들었어?”강세헌이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네, 그래서 휴식이 필요해요.”한혜숙은 송연아의 어머니였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의 딸을 아꼈다.“내가 잘 돌볼게.”송연아의 어머니인 한혜숙이 직접 돌보겠다고 했으니 강세헌도 마음이 놓였다....차를 타고.강세헌은 시동을 걸면서 심재경에게 전화를 걸었다.심씨 가문에서.윤소민의 부모님도 있었다.심재경은 지금 이혼을 요구하고 있었다.하지만 윤소민은 동의하지 않았고, 심지어 심재경이 자기가 바람을 피웠다고 모함하고 있다고 했다.그래서 심씨 가문과 윤씨 가문은 서로 맞붙게 되었다.정확히 말하자면 심재경과 윤씨 가문, 그리고 자기 어머니와 맞붙게 되었다.심재경 어머니는 절대 심재경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그를 타이르며 말했
“누구한테서요?”심재경이 캐물었다.그는 바보가 아니었다.안이슬과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실종된 것만 알고 있을뿐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안이슬이 죽었다고 말했다.그리고 윤소민도 안이슬은 어머니 때문에 죽었다고 했었다.그래서 그는 더 물어보기도 두려웠다. 이게 사실일까 봐, 겁이 났고, 또 어떻게 직면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그의 어머니는 간접적으로 이 사실을 인정해 버렸다.“감히 나한테 따져 물어?”심재경 어머니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아들에게 물었다.“어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이때 윤소민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그는 당연히 자기 딸의 편을 들었다.안이슬의 죽음은 윤씨 부부도 알고 있었던 일이었다. 그들도 같이 가담했지만 계획만 세웠지, 실제로 이 일을 실행한 건 심재경 어머니였다.그 말인즉, 그들은 심재경 어머니의 약점을 잡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윤소민에게 잘못이 있든 없든, 그들은 자기 딸을 지지할 생각이었다.그는 윤소민의 편을 들며 말했다.“재경아, 난 네가 소민이의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소민이를 평생 맡겨도 되는 듬직한 사람인 줄 알고 소민이를 너에게 시집보낸 거야. 그런데 계속 전 여자 친구와 얽히고, 이제 소민이가 바람을 피웠다며 모함까지 하고 있으니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아?”그는 또 말을 이어갔다.“난 네가 효성이 지극한 아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어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너희 집안 형편은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거야. 지금 심씨 가문의 회사가 네 손 안에 있다고 하지만, 너에게는 이복동생이 있다는 걸 까먹지 마. 네 아버지에게는 아들이 너뿐이 아니라고. 우리가 너에게 얼마나 많은 힘을 실어줄 수 있는지 알아? 네가 소민이랑 이혼한다면 여전히 심씨 가문의 회사를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아?”심재경이 어머니의 말을 잘 들었던 건, 그동안 어머니가 힘든 삶을 살아왔다는 걸 잘 알
강세헌은 바로 진원우를 보더니 물었다.“병이 호전된 거 아니야?”심재경이 체크해 보더니 말했다.“아니야, 그냥 기계 작동 알림이야.”강세헌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진원우가 이렇게 되어서 그는 가슴이 아팠다.빈 함을 든 구애린이 갑자기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발견하고는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오셨어요?”강세헌이 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힐끔 바라봤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병실을 나섰다.심재경도 따라 나왔다.그는 강세헌이 구애린을 모르는 줄 알아 말했다.“원우 저 녀석, 언제부터 연애를 시작한 거야? 처음에 저분이 오셨을 때 나 나쁜 사람인 줄 알았어.”“그런데?”강세헌이 물었다.“착하더라고...”강세헌이 걸음을 멈추고는 심재경을 보며 물었다.“착한 사람인지는 어떻게 알았어?”“원우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더니 계속 병실 밖을 지키고 있더라고. 저녁이면 저 벤치 위에서 자고. 진정성 있어 보여서 병실 들어가게 했지. 원우를 보라고. 그런데 떠나질 않는 거야. 원우를 돌보면서 간병인한테 마사지를 배우고 있더라고.”심재경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원우가 그래도 잘 살았나 봐. 이렇게 되었는데도 챙겨주는 여자가 있는 걸 보니까.”“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강세헌이 그를 비꼬며 말했다.심재경이 물었다.“착한 사람 아니야?”그러고는 또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사람 알아?”강세헌은 당연히 그녀를 알고 있었다.구애린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는데 인상이 좋지 못한 건 확실했다.그리고 강세헌은 또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지난번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한 번도 지각한 적 없는 진원우가 그날 지각했었다.그날 아마 구애린과 같이 있지 않았나? 아니면 구애린은 일부러 미국에서 돌아와 진원우를 돌보지도 않았을 것이니.“그럼 내쫓아?”심재경은 구애린에 대해 잘 모르는 건 사실이었다.강세헌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내버려 둬.”“네 얘기나 해.”“나?”심재경은 그 얘기를 꺼내기도 부끄러웠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