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73화

작가: 김세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의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아까 봤던 남자들이 우르르 집안으로 밀려들었다.

구애린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명령했다.

“하... 이 새끼 조져버려!”

사내 셋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진원우의 왼쪽 눈을 향해 한 남자의 주먹이 날아왔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맞아 고꾸라졌던 그는 잽싸게 뒤에 있던 의자를 잡고 눈앞의 남자를 향해 내리쳤다.

의자에 맞은 남자가 머리를 부여잡았고 그 자리에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이때 다른 한 남자가 뒤에서 기합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진원우가 민첩하게 옆으로 피했고 몸을 돌려 남자의 등을 걷어찼다.

남자가 주춤하는 기회를 틈타 진원우는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

고훈이 미국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송연아였다. 한참 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었다.

마침 송연아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세상에, 연아네 집에 왜 이렇게 못생긴 사람이 있지?’

고훈이 놀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런 고훈을 송연아가 힐끗 보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늦은 시간에 웬일로 오셨어요?”

고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송... 송연아 씨 맞아요?”

송연아가 도어락을 열며 맞다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훈은 송연아를 뒤따라 집에 들어왔다.

“왜 이렇게 분장한 거예요? 귀신이라도 본 줄 알고 놀랐잖아요.”

연아가 대답했다.

“강세헌이 알아볼까 봐요.”

강세헌이 미국에 있다는 말을 듣고 고훈이 바로 물었다.

“만났어요?”

“만났죠.”

모자와 마스크를 차례대로 벗으며 연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서 분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이 분장은 하는데도 지우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런 송연아를 고훈이 화장실 입구까지 졸졸 따라왔다.

문에 기대서서 거울에 비친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고훈이 물었다.

“대화는 했어요?”

송연아는 거울을 유심히 보며 클렌징워터를 묻힌 패드로 얼굴을 닦았다.

“전 지금 강세헌의 주치의예요.”

“강세헌이 아파요? 혹시 불치병?”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474화

    진원우가 눈썹을 찌푸리며 탐탁지 않다는 듯 말했다.“웃긴 왜 웃어?”고훈이 그의 왼쪽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너 왜 판다가 됐냐? 그것도 외눈박이?”진원우가 파랗게 멍든 왼쪽 눈을 손으로 급히 가리며 고훈을 째려보았다.“전에 도움받은 것이 있으니, 오늘은 봐준다. 더 놀리면 나도 참지 않아.”“내가 널 도와줘?” 고훈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했다.‘내가 진원우를 도와줬다고?’그러나 그런 기억은 없었다.“너 혹시 잘못 기억한 거 아냐...?”“됐어. 비웃은 거 뭐라 안 할 테니까 이제 쌤쌤이야. 꼴값 떨지 말고 비켜.”말을 마친 진원우가 강세헌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고훈은 본인도 믿기지 않았다.진원우가 고운 구석이 어디 있다고 자신이 선의를 베풀겠는가.“벌써 7시네.” 시계를 힐끗 본 고훈이 급히 호텔을 빠져나왔다.송연아에게 서둘러 가야 했기에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지난번 서양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보이던 그녀를 위해 고훈은 특별히 한식을 샀다.그가 부랴부랴 송연아네 방에 도착했을 때, 송연아는 이미 외출하려던 차였다.“밥은 먹었어요?” 그가 물었다.송송연아가 그의 얼굴을 한번, 손에 든 음식을 한번 보고는 대답했다. “먹었어요.”사실 송연아는 공복이었다.병원에 가는 길에 음식점에 들러 조금 사 먹으려던 생각이었다.그러나 고훈이 자신을 위해 본인의 시간을 희생하지 않았으면 했기에 거짓말을 했다.고훈의 얼굴에 조금의 실망감이 내비쳤다.“아침에 진원우를 봤는데 뭘 하고 다니는지 눈이 맞아서 파랗게 됐더라고요. 이것저것 말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려서. 내일은 더 일찍...”“고훈 씨, 제가 말했잖아요. 이럴 필요 없다고.”거절하려는 송연아를 보고 고훈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연아 씨 몫이고, 연아 씨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건 제 몫이에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송연아는 어쩔 수 없었다. “전 이만 늦기

  • 미친 그날 밤   제475화

    “누구요?”송연아가 물었다.“담당 환자분 중 한 분이요.”주임이 대답하면서 슬쩍 얘기해줬다.“그리고 그분 지금 우리 미디브 센터의 지분보유자이니 심기를 건드리지 마세요. 추후 일 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깐요.”그녀의 환자이자 미디브 센터의 지분보유자라고?‘그 사람은 누구지?’빠르게 송연아는 강세헌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빨리 지분을 가지게 되었다고?’그러나 그녀의 환자 중 강세헌만이 이러한 실력이 있었고 로픽 패밀리와 연관성이 있다.“저번 그 병실에 있으니 가보세요.”송연아는 더 확실해져서 대답했다.“네.”그녀는 병실에 바로 가지 않고 가까운 화장실로 가서 재빨리 화장했다.그녀는 저녁에 그를 만나러 갈 생각을 했던 지라 낮에 출근할 때는 괜히 오버스럽게 화장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녀가 필요로 하는 제품들을 모두 가방 안에 챙겨 넣었다.10분 후에 그녀는 병실로 갔고 역시나 그였다.강세헌은 창가에 서서 소리를 듣고 몸을 돌렸다.“강세헌 씨, 저를 찾으셨어요? 무슨 문의 사항이 있으신가요?”그녀는 아주 담담하게 문 옆에 서 있었다.강세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도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토록 기괴하고 추악한 여자가 싫지 않다니.“어제 저한테 뭘 하신 거예요?”마사지를 했을 뿐인데, 그가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었다.게다가 그는 꿈도 꾸었고 꿈에서 그녀를 만났다.꿈이 주는 느낌은 너무도 진짜 같았다.그녀의 숨결, 그녀의 온도...송연아는 마음속으로 의아했다.‘잠꼬대한거 아니었어? 그한테 뽀뽀한 건 모르겠지?’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혔다.“편히 잠들 수 있도록 마사지해 드렸어요.”“그래요?”강세헌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일부러 떠보았다.“저한테 뭘 한 것 같던데요.”“무엇인가를 했다고 한들 치료적으로 필요해서 그런 거예요. 저희의 전문성을 믿어주세요.”송연아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답하였다.그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 미친 그날 밤   제476화

    진원우는 한 여자를 누르고 있었다.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여자의 가늘고 하얀 다리만 보였다.그녀는 눈을 깜빡거렸다.‘원우 씨한테 여자친구가 생긴 거야? 미국에까지 데려오고?’“진원우, 이거 놔. 놓지 않으면 소리 지를 거야!”여자의 목소리에는 매우 큰 노여움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시시덕거리며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그녀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 둘이 어떤 사이든지 보면 안 된다.송연아는 가는 김에 그들 방문을 잘 닫아 주었다.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들자 복도에 서 있는 강세헌이 보였다.그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송연아는 머리를 굴렸다.‘방금 진원우를 훔쳐본 걸 보았나?’사실 그녀는 일부러 훔쳐보려는 것이 아니었고 단지 순간 궁금했을 뿐이었다.“아무것도 못 봤어요.”그녀는 설명했다.강세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 돌려 방으로 향했다.“...”송연아는 강세헌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의 해명을 믿는 걸까? 믿지 않는 걸까? 그의 태도는 종잡을 수 없었다.그녀는 조마조마하며 따라갔고 일부러 침착한 척 입을 열었다. “어제 잘 쉬셨어요?”강세헌은 방으로 들어갔지만,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송연아는 말을 많이 할수록 실수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약물 목욕 하실 수 있도록 가서 준비할게요.”말을 마치고는 욕실로 들어갔다.그러나 이때, 진원우가 갑자기 쳐들어왔다. 한 여자를 잡고 있는 채 말이다.그는 구애린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어디에 있으나 항상 나타나는 정도가 아니다.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시시각각 붙어 있으려고 애쓰는 정도이다.그러나 구애린의 신분 때문에 그는 그녀를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그는 도무지 별다른 방법이 없다.“대표님, 저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요.”“내가 보기에 미치려면 한참 남은 것 같은데. 만약 미치면 나한테 엄마 산소가 어디있는지 알려줄 거야?”구애린은 강세헌이 무섭지 않았다.비록 그녀와 강세헌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지만 같은 어머니가 낳은

  • 미친 그날 밤   제477화

    그녀는 멍해졌다.강세헌의 몸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목욕 타월은 하반신을 감싸고 있었고 드러난 피부에는 홍진으로 가득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그녀는 놀라서 물었다.“그건 본인한테 물어야죠. 무슨 약재를 넣으신 거예요?”그는 미간을 찌푸렸고 홍진 때문에 너무 가려웠다.송연아는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여기 잠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이따 연락드릴게요.”그녀는 전화를 끊고 바로 욕실로 들어가 물 속에 넣은 약을 확인 했고 물에서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약을 건져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약을 넣지 않았다.“긁지 마세요.”송연아가 당부하였다.“잠깐만 기다려요. 약을 가져올게요...”그녀가 막 가려고 하는데 강세헌이 민첩하게 다가가 그녀의 목을 졸랐다. 눈매가 어두워졌고 한 줄기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일부러 그런 거죠?”송연아는 호흡이 가빠왔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배를 보호했다.“제가 그쪽을 해칠 이유가 없잖아요. 저한테 좋은 점이 없는데요. 저 믿어주세요, 오해가 있는 게 확실해요.”강세헌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고 그녀의 목을 조르는 손은 계속 힘을 주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은 이미 숨 막혀 빨개졌다.“저한테... 해명할 기회를 주세요...”딩동.이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강세헌은 몸의 살기를 거두고 천천히 손을 내려 놓았다.“아무 짓도 하지 않았기를 바래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고통스럽게 죽여버릴 테니까.”송연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침착하게 대답했다.“만약 제가 강세헌 씨를 죽이고 싶어 한다면 지금 몸에 홍진이 돋아 있지 않고 이미 죽었겠죠.”그녀는 이 말을 할 때,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강세헌은 실눈을 떴다.‘이 못생긴 여자, 자신감은 넘치네.’딩동.방문이 다시금 울렸고 소리는 아주 다급했다.강세헌은 다가가 문을 열었다.온 사람은 고훈이었다.송연아와 통화를 하면서 강세헌의 목소리를 들었고 송연아가 지금 강세헌과 함께 있다는 걸 알아차린 고훈이 시험 삼아 초인종을 누른

  • 미친 그날 밤   제478화

    코끝에 붙어 있는 점은 그녀의 호흡에 따라 떨어질 듯 말 듯 했으나 계속 그대로 붙어 있었다.강세헌은 그녀를 주시하면서 가까이 다가갔다.그는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강한 파우더 냄새를 맡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점이 곧 떨어질 것 같네요.”그는 귀띔을 해주었다.송연아는 황급히 코를 막았다. 그녀는 렌즈를 끼고 속눈썹을 붙인 눈을 깜빡였다.강세헌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설마 그 가짜 점을 붙인 이유가, 예뻐 보일려고 한 건 아니죠?”송연아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저... 당연히 아니죠. 이건... 약을 발라서 그래요. 이 점을 지우기 위해서요.”송연아는 일부러 뜯어서 강세헌에게 보여줬다.“이봐요. 말라서 이렇게 된거예요...”강세헌은 징그러워하며 말했다.“당장 치워요.”그의 기분을 역겹게 만들지 말고!송연아는 웃으며 휴지를 뽑아 말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녀는 계속 강세헌에게 약을 발라주었다.약을 다 바르고 나서 그녀가 입을 열었다.“약이 다 말라야 잘 수 있어요.”“오늘 저녁은 이곳에서 나갈 수 없어요.”말을 마친 후, 강세헌은 침실로 걸어가 문을 닫았다.송연아는 그녀가 준비한 약에 왜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약이 섞였는지도 알아봐야 했다.이 일은 매우 수상쩍다!“왜요?”그녀는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만약 당신이 나를 해치려고 하면 바로 당신을 잡을 수 있으니깐요.”“...”그녀는 이미 설명했는데, 왜 아직도 믿지 않는 걸까?“저 진짜 해치려고 한 적 없어요.”그녀는 설명했다.그러나 강세헌은 더 이상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송연아는 어쩔 수 없었다.소파에서 잘 수밖에 없었는데, 차마 자지도 못하겠고 또 졸음은 쏟아졌다.그녀에게는 그야말로 엄청난 고통이었다.오늘 강세헌은 무려 마사지의 작용이 없이 잠이 들었다.그러나 송연아에게는 너무 고된 밤이었다.드디어 아침이 밝아왔다.강세헌의 몸에 돋은 홍진이 많이 가라앉았고 가려움도 없어지자 그제야 그녀를 보냈다.그녀는 진원우에게 약을 남겨주었고 잊지

  • 미친 그날 밤   제479화

    여자는 득의양양해하며 말했다.“한국에서 온 여자가 지금 우리 연구소에서 온갖 관심을 다 받고 있고, 이번에 주임님도 특별히 그녀를 추천하고 있으니까 주치의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만약 우리가 약간의 수단을 쓰지 않는 다면 분명히 그녀가 되겠지. 그래서 내가 그 한국에서 온 남자한테 쓸 약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약을 넣었어. 이번에 그녀가 면직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건 분명 그 한국에서 온 지분 소유자 때문일 거야. 의술적으로 별로라고 생각 한 거지.”“알겠어, 자기야. 빨리 씻고 와. 우리 축하해야지.”남자가 야릇하게 말했다.여자는 애교를 부렸다.“으이그.”...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송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프가 입을 열었다.“방금 찍은 동영상을 병원에 제출하면 둘 다 끝장날 텐데 왜 우울해하고 있어요?”송연아가 입을 열었다.“전 암암리에 무슨 짓을 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저들이 몰래 이런 짓을 꾸밀 줄은 몰랐네요.”“승진 하기 위해서죠. 미디브의 주치의는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면 주임직을 맡을 수 있으니 당연히 경쟁이 치열하죠.”송연아는 턱을 만지작거렸다.“제프 씨, 영상을 공개 하면 저 둘 다 병원에 있지 못할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저런 사람들은 미디브 센터에 있을 자격이 없어요.”송연아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비록 저들을 동정 하지만 너무 화가 나요.”제프는 답하였다.“이해 해요.”집에 도착한 그녀는 차에서 내렸고 차 문을 닫으면서 제프에게 말했다.“조심해서 들어가요.”제프는 답하였다.“네.”송연아가 집으로 걸어가는데 고훈이 그녀를 막아섰다.“집까지 데려다준 저 남자는 누구예요?”송연아는 동료라고 답했다.그녀는 현재 너무 피곤해서 휴식이 필요했다. “고훈 씨, 저 정말 피곤해요.”“동생에 관한 일은 알고 싶지 않나 봐요?”고훈이 물었다.송연아는 아차 싶었다. 그녀가 이 일을 잊고 있었다니.“가요. 들어가자고요.”고훈은 인

  • 미친 그날 밤   제480화

    고훈은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하고 바로 송연아 집 문을 열었다.주소를 본 진원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곳은 제인 의사의 집이잖아. 고훈 씨가 왜 여기 있지? 제인 의사와 서로 아는 사이인가?’그의 이전의 경험에 따르면 분명히 뭔가 있다.진원우는 다가가 노크하였다.그는 고훈과 제인 의사가 어떤 관계인지 확인해 볼 생각이다.송연아는 움직이기 귀찮아 초인종이 울리자, 고훈이 가서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여긴 무슨 일이에요?”진원우는 차갑게 웃었다.“이 말은 제가 물어야 할 것 같은데요? 왜 여기에 있어요?”말하면서 그의 시선은 실내로 향했고 제인 의사는 소파에 앉아있었고 맞은편에 의자가 하나 더 있었다. 그 의자에는 분명히 고훈이 앉아있었을 텐데, 만약 둘이 서로 익숙하지 않은 사이라면 마주 앉아서 밥 먹을 리는 없을 것이다.송연아는 지친 몸을 끌고 걸고 걸어갔다.“이분은 제 환자예요. 오실 줄 몰랐어요. 무슨 일이세요?”고훈도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전 제인 의사 선생님의 환자예요. 건강 문제로 문의 드릴 것이 있어서 집에 방문했어요.”진원우는 마음속으로는 이 변명을 전혀 믿지 않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고 암암리에 조사하려고 했다.그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진원우는 웃으면서 말했다.“그렇군요. 그런데 아마 계속 문의하실 수 없을 것 같네요. 저의 대표님도 제인 의사 선생님이 필요하시거든요.”말을 마친 뒤 그는 송연아를 바라보았다.“제인 선생님, 가시죠.”송연아는 어젯밤에 제대로 쉬지 못했고 오늘은 또 계속 신경이 곤두서서 아주 피곤한 상태였다.“강세헌 씨는 오늘 약물 목욕을 안 하셔도 돼요. 몸에 있는 알레르기가 다 나은 후에야 계속할 수 있어요.”“약물 목욕을 하지 않으셔도 마사지는 해드려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대표님이 잠에 잠들지 못하잖아요, 저와 함께 가시죠.”“왜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거예요? 제인 의사가 오늘 안

  • 미친 그날 밤   제481화

    송연아는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도대체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여기까지 생각한 송연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강세헌은 송연아에게서 한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뭘 두려워하고 있는 거죠? 당신이 이렇게 못생겼는데 설마 내가 무례한 짓이라도 할까 봐 그러나요?”강세헌은 말이 끝나자마자 뒤 돌아서 침대로 걸어갔다.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이 사람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불평했다.‘하긴. 아픈 것은 맞지. 그것도 많이.’강세헌은 침대에 누웠고 송연아도 의자를 끝에 옮겨 앉아마사지하기 시작했다.송연아의 마사지는 힘 조절이 적당하여 받는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강세헌은 천천히 눈을 감았고 깊이 잠들 수 있어 너무 좋았다송연아는 힘들어 꾸벅꾸벅 졸면서도 열심히 마사지했다.다행히 강세헌이 일찍 잠들었다.송연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강세헌이 갑자기 송연아의 손을 잡았다. 송연아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강세헌을 바라보면서 강세헌이 또 꿈을 꾸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손을 빼려고 하자 강세헌이 더 힘껏 송연아의 손을 잡았다.어쩔 수 없이 송연아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강세헌이 손을 놓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너무 졸렸던 탓인지 한참을 기다리던 송연아는 그만 강세헌의 몸에 엎드려 잠이 들어버렸다.......얼마나 지났을까...송연아는 비몽사몽인 상태로 잠에서 깼다.엎드려 자면서 눌린 팔이 너무 저려 가까스로 팔을 움직이며 일어나 보니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창가에 서있는 강세헌이 보였다.강세헌은 어젯밤의 가운을 그대로 입고 있었지만 머리는 이미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나가요.”강세헌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송연아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혹시 제가 불편하게 했나요?”“누가 당신을 내 방에서 자라고 했어요?”강세헌은 당장이라도 화를 낼 것 같았다.잠에서 깼을 때 송연아가 침대에 앉아 자기 몸에 엎드려 있는 상황에 너무 화가 났다.“그건

최신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