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오면 말해줄게.”송연아는 망설이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의 앞에 섰다.강세헌은 손을 뻗고 힘을 주어 그녀를 꽉 안았다.송연아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대고 얼굴이 약간 붉어지면서 속삭였다.“세, 세헌 씨 왜 또 그래요?”“내가 왜 웃는지 말해주는 거야.”그는 몸을 살짝 숙여 입술을 그녀의 귀에 대고 유혹하는 어조로 아주 작게 말했다.“그 영리함, 내가 침대에서 너에게 가르쳐 준 거 아니야?”송연아의 뺨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이 사람...정말 너무해!“세헌 씨 너무 뻔뻔한 거 아니에요?”송연아는 수줍어하면서 그를 노려보았다.강세헌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랑 같이 있는데 좀 솔직하면 안 돼? 내가 솔직하지 않았다면 네가 아이를 가질 수 있었을까?”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그의 차가운 이미지는 다 어디 간 거지?잘난 척하고 오만하던 모습은?이 순간 그는 왜 이렇게 변태 같은 걸까?“아무튼 전문가를 빨리 찾는 게 좋을 것 같아요.”송연아는 그가 또 무슨 이상한 말을 내뱉을까 봐 걱정되었다.사실 강세헌은 일부러 그랬고, 그는 송연아와 함께 있을 때만 긴장을 풀 수 있었다.강세헌은 구민의 일을 잠시 잊기 위해 일부러 송연아에게 시시덕거렸던 것이다.하지만 결국 그는 벗어날 수 없었다.현실로 돌아와야 했다.“전화해 볼게.”송연아는 이 시간을 이용해 찬이를 보러 갔다.찬이는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평소에는 “엄마, 엄마...”하고 계속 외쳤는데 오늘은 조용했다.그녀는 아들을 껴안고 뺨에 뽀뽀를 했다.그녀의 품에 안긴 찬이는 가만히 있었고 평소에 손발을 마구 움직이던 모습은 사라졌다.아픈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다른 거 더 먹이지 마세요.” 송연아가 말했다.열이 나면 식욕이 떨어지기 때문에 분유를 먼저 조금 먹이고 뜨거운 물을 더 많이 마시게 해야 했다.오은화가 말했다.“네, 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셨어요.”“가자.”강세헌은 통화를 마치고 걸어왔다.송연아는 아이를 오은화에게 넘겨
그동안 심재경은 연애 문제, 가족 문제, 직업 문제 등으로 매우 바빠서 강세헌을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다.그래서 그는 구민의 문제에 대해 알지 못했다.송연아는 강세헌을 흘끗 쳐다보았다.그의 성격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송연아가 대신 말했다.“이 환자분은 세헌 씨의 어머니예요.”“뭐?!!!” 심재경은 ‘젠장’이라는 말을 내뱉을 뻔했다.너무 충격적인 소식이었기 때문이다.죽은 지 10년이 넘은 사람이 갑자기 이 세상에 살아있다니.누구라도 놀랐을 것이다.송연아가 말했다.“어떻게 구조되어 살아남았는지, 구체적인 사연은 우리도 잘 모르겠어요.”심재경은 이 소식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너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심재경은 강세헌이 최근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천주그룹과 관련된 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어쨌든 그도 이제 사업가다.“그래서 이것 때문에 세욱과 천주그룹을 살려준 거야?” 심재경은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지만 이미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강세욱은 이미 강세헌이 미리 짜놓은 함정에 빠졌고, 강세헌이 놓아주지 않는 한 강세욱과 천주 그룹은 모두 끝장날 것이다.하지만 강세헌은 갑자기 강씨 가문을 놓아주었다.심재경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걸까?강세헌은 심재경을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송연아를 끌고 나갔다.병원 문을 나서자 강세헌은 송연아의 손을 놓았다.“먼저 돌아가, 난 따로 볼 일이 있으니까.”송연아는 아마도 그가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말했다.“구진학 씨를 만나러 갈 거죠?”구민의 상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강세헌은 당연하다는 듯이 침묵했다.송연아는 구겨지지도 않은 그의 옷깃을 정리해 주며 말했다. “세헌 씨가 무슨 일을 하든 응원해요. 난 항상 세헌 씨 곁에 있을 거예요.”강세헌은 그녀의 손을 잡고 꽉 잡았다.송연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 봐요. 난 오
“빨리 심폐소생술을 하세요.”송연아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소용없어.”주석민은 처음부터 이 수술에 희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기적인 이유로 일부러 송연아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누가 쓸모없다고 했어요, 아직 시도도 하지 않았어요!”송연아는 화를 내며 꾸짖었다. 그녀는 주석민의 말을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민의 흉골 중간과 아래쪽 1/3의 교차점을 온 힘을 다해 눌렀습니다...한 번, 다시 한번...이런 종류의 응급 처치는 가장 힘이 드는 것이었다.곧 송연아는 많은 땀을 흘렸다.콩알만 한 땀방울이 이마에서 흘러내려 구민의 얼굴에 떨어졌다.“무조건 살려야 해, 죽으면 안 돼, 절대 죽으면 안 돼!”송연아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붙잡았다.모니터의 심박수에 반응이 없자 그녀는 제세동기를 가동했고, 구민의 몸에 전기가 통했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더 이상 생명 기능이 없습니다.”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송연아는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분노했다.“누가 그런 말을 했어?!”그녀는 그 사람을 구해야만 했다.무슨 일이 있어도!반드시 구해야 한다!이 순간 그녀가 가진 유일한 생각이었다.송연아는 구민이 강세헌의 유일한 가족이고 강세헌에게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구민의 몸은 제세동기 아래에서 일어났다가 떨어지고 몇 번 반복했지만 생명의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주석민은 송연아의 쓸모없는 행동을 막았다.“넌 이미 30분 동안 소생시켰어. 30 분 더 해도 결과는 여전히 똑같을 거야...”송연아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주석민을 쳐다보며 물었다.“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죠? 왜?!”주석민은 감히 송연아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나가라고 말했다.오늘 수술에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주석민의 사람들이었다.그가 이끌었던 의사들이 많았다.믿을 만한 의사 몇 명을 찾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송연아.”주석민은 생각을 가다듬고 말했다.“
송연아는 이 상황이 어이없고 우스꽝스러웠다.“임옥민 씨는 구진학의 이기적인 사랑 때문에 죽었어요. 구진학은 그녀를 구했지만 또 결국 그녀를 죽인 거잖아요, 그렇죠? 그가 임옥민 씨가 과거를 잊기를 원하지 않았다면 그녀에게 칩을 이식하지 않았을 거고, 뇌출혈로 인한 쇼크도 오지 않았을 거고 심지어 심폐소생술을 쓸 일도 없었어요. 구진학이 살인자 아닌가요? 임옥민 씨의 아들로서 세헌 씨가 구진학한테 응당 복수를 해야 하지 않나요?”“진학이는 옥민 씨를 진심으로 좋아했어.”주석민은 구진학을 구하기 위해 송연아를 희생시키려고 애썼다.오랜 세월 제일 친한 친구로서.그는 구진학이 임옥민에 대한 감정을 알고 있었다.“구진학이 진심이라면 임옥민 씨는 진심으로 그를 좋아했나요? 임옥민 씨가 구진학을 좋아했다면 어떻게 세헌 씨의 아버지와 결혼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구진학이 임옥민 씨가 과거를 잊게 만들었는데 임옥민 씨의 동의를 거쳤습니까?”송연아는 이 모든 게 구진학이 이기적인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이기적으로 사람의 기억을 지웠고 자신의 비열함을 은폐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변명을 댔다고 생각했다.“저는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동의하는 건 불가능해요. 저랑 남편은 사이가 좋아요. 이것 때문에 세헌 씨가 저를 미워하게 할 수는 없어요. 교수님은 구진학이 임옥민 씨를 사랑한다고 말하셨지만, 제 생각에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에요.”다른 사람의 아내를 강제로 소유하는 것.다른 사람의 어머니를 강제로 데려가는 것.주석민이 말했다.“사랑이야.”“아무튼 전 동의하지 않아요.”송연아는 단호했다.“전에 내가 너를 필사적으로 감싸 준 걸 봐서라도 부탁 들어줄 수는 없니...”“안 돼요, 최지현의 문제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건 제가 마음속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정말 도울 수 없어요. 세헌 씨는 사실을 알 권리가 있고, 우리 중 누구도 그 권리를 빼앗을 수 없어요...”주석민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알았어.”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구민은 왜 그녀에게 택배를 보냈을까?송연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긴장했다.또한 그녀는 소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그녀는 택배를 들고 돌아갔다.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자리에 앉아 골판지 상자를 열었다.큰 상자 안에는 편지와 빨간 벨벳 상자가 들어 있었다.송연아는 망설였고 즉시 내용물을 꺼내지 않았다.그녀의 목구멍은 건조했다.구민이 이젠...이것이 그녀의 유품이라고 생각하니 코가 시큰해 났다.그녀가 힘든 건 구민 때문이 아니었다.강세헌 때문이었다.마치 하늘이 강세헌에게 큰 장난을 친 것 같았다.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가족을 얻게 해 주었다가 하룻밤 사이에 다시 빼앗아 버렸으니까.축하와 비극이 너무 빨리 찾아왔다.방심할 수밖에 없었고,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송연아는 몇 번 심호흡을 한 후 마음을 진정시키고 빨간 벨벳 상자를 꺼내 열었다. 그 안에는 심플한 스타일의 반지가 있었는데, 상단의 큰 노란색 다이아몬드가 매우 눈부시고 광택이 났다.그녀는 다이아몬드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 색상에 이 정도 크기라면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뚜껑을 닫고 그것을 다시 골판지 상자에 넣었다. 마침내 편지를 집어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봉투를 찢었다.그녀는 편지지를 꺼냈다.편지 안에는 직접 쓴 아름다운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송연아가 편지를 펼치자마자 한 줄의 텍스트에 시선이 갔다......송연아의 표정이 서서히 변했다.점점 더 복잡해졌다.점점 더 어찌할 바를 몰랐다......마지막 문장은 충격적이었다.‘저를 위해 비밀로 해주시고 아무에게도, 특히 세헌에게 말하지 마세요.’------임옥민...수술실에서.주석민은 구진학을 끌어당겼다.“진정해,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어. 조의를 표할게...”구진학 바닥에 털썩 앉아서 고개를 젖혀 주석민을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살고 싶지 않아.”“진학아, 정신 차려야 해.”주석민이 그를 타일렀다.그러나 구진학은 고개를
“다 들었어?”주석민은 살짝 한숨을 쉬며 자신의 모습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구진학을 바라보았다.“이 나이에 후배 앞에서 망신을 다 하네.”송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옥민의 편지를 읽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교수님이 한 말에 약속할게요.”주석민은 송연아의 빠른 태세전환에 놀라 잠시 얼어붙었다.너무 빨라서 그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였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주석민은 믿을 수 없었다.“제가 수술했다고 할게요...”“네가 나 대신 누명을 뒤집어쓸 필요 없어. 내 이기심 때문에 민이가 죽었고, 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나를 보호하기 위해 네가 희생 할 필요가 없어...”구진학은 비틀 거리며 일어나 임옥민을 안으려고 했다. 이때 송연아가 입을 열었다.“사실 임옥민 씨는 얼마 전부터 이미 과거를 기억하고 있었어요...”구진학의 몸은 한참 동안 굳어졌다가 천천히 돌아 섰다.“너, 뭐라고 했어?”주석민도 놀란 표정으로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임옥민 씨께서 저한테 편지를 썼는데 제가 사는 곳을 몰라서 병원으로 보냈나 봐요. 그래서 방금 읽었어요...”“뭐라고 썼는데?”갑자기 구진학이 송연아에게 달려들어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말해봐, 빨리 말해봐, 민이가 뭐라고 했어?”“임옥민 씨가 편지의 내용을 비밀로 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어요.”“편지는 어디 있어?”구진학은 포기하지 않았다.“말할 수 없으면 빨리 편지를 내놔.”“줄 수 없어요.”송연아의 표정과 목소리 톤은 감정의 기복 없이 차분했고, 그녀는 구진학의 손을 떼어내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구진학은 여전히 계속 추궁하고 싶었지만 주석민의 제지를 받았다.“내가 연아를 잘 알아. 연아가 말하고 싶지 않은 건 네가 아무리 물어도 소용이 없어. 게다가 옥민 씨가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연아는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걔를 난감하게 하지 마. 아까 네가 죽으면 옥민 씨가 슬퍼할 거라고 말했잖아. 내 생각에
“권위 있는 법의학자에게 확인한 결과, 의사의 실수로 수술 중 신경 섬유가 절단되어 사모님이 사망하셨다고 합니다... 뇌 수술은 원래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전문적인 뇌 외과 의사가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사고 가능성이 엄청 높다고 해요. 제가 문의해 보았는데, 그날 사모님이 수술받으실 때 수술실에 의사는 총 6명이 있었는데 주석민 교수와 송 사모님도 있었고... 제가 여러 명에게 물어봤는데 모두...”진원우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임지훈이 설명했다.“아마도 사모님은 사람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심장외과 의사라 뇌 수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실수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강세헌은 통유리 창문 앞에 서서 그들을 등지고 서 있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지훈과 진원우도 감히 말을 못 하고 조용히 서 있었다.한참 후 강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너희 모두 돌아가.”진원우와 임지훈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수술대 위에서 사고가 나는 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내가 말했잖아, 너희들은 돌아가도 된다고. 못 알아들어?” 강세헌은 낮은 목소리로 그의 말을 잘랐다.“네.”임지훈과 진원우는 서재에서 나왔다.송연아는 구석에 숨어 임지훈과 진원우가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서재 입구로 걸어가 한 손으로 유리창을 받치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린 강세헌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이런 그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그는 강세헌이다.자신만만하고 거만한 강세헌.이런 자세는 그가 가장 경멸하는 자세였다.하지만 지금은...그의 마음은 매우 힘들 것이다.이제 막 찾은 어머니가 미처 자신을 알아보기도 전에 다시 한번 그를 떠났기 때문이다.같은 고통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그에게는 너무 잔인했다.하지만 송연아는 지금 그를 위로하고 곁에 있어줄 수 없었다.그녀를 보면 기분이 더 나빠질 테니까.그녀는 이제 그의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되었다.송연아는 서재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
진원우는 약간 화가 났다. 그는 그녀가 실수한 거지 진짜 사람을 해치려고 한 것이 아니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강세헌에게 제대로 설명한다면 그들의 관계는 잘 회복될 수 있었는데, 그녀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그들의 관계는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죽은 사람은 강세헌의 어머니였다.“알아서 조심하세요.”진원우는 이미 떠난 강세헌을 따라가기 위해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송연아는 구진학에게 다가와 말했다.“당신은 미국으로 돌아가요.”구진학은 고개를 들어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것도 민이 생각이야?”임옥민은 편지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구진학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은 송연아였다.“따님이 있지 않습니까? 따님에게로 돌아가세요.”송연아가 말했다.두 사람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송연아는 어떻게 알았을까?이것도 임옥민이 그녀에게 말한 걸까?그럴 수밖에 없었다.“민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민이의 말을 들을 거야.”구진학이 말했다.송연아는 이 문제가 빨리 끝날 수 있기를 바랐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정말 괴로워하고 있었다.특히 강세헌의 차가운 눈빛을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침착한 척해야 했다.흰 가운으로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주석민이 그녀를 사무실로 불렀다.“왜 오늘도 출근하는 거야?”주석민이 말했다.“제가 출근하지 않으면 어디로 가요?”송연아가 되물었다.주석민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강세헌은 그녀의 실수로 임옥민이 죽었다고 알고 있으니 마음속으로 그녀에 대한 원한이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번 일은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진학이는 확실히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임옥민 씨가 그 편지를 쓰지 않았다면 저는 동의하지 않았을 거예요. 심지어 전 그 편지를 읽은 것을 후회하기도 했어요.”그녀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만큼 고귀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가 그렇게 한 이유는 임옥민이 강세헌의 어머니였기 때문이었다.“저 일하러 갑니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