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경은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돌아보지는 않았다.“아무것도 묻지 마. 이슬이가 그러면 그런 거야. 아무튼 내가 이슬한테 미안할 짓을 했어.”그가 말을 이렇게도 확고하게 하니, 송연아도 더는 어떤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그럼 선배, 조심해서 가요.”심재경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성큼성큼 걸어갔다.송연아는 다시 일하러 갔다....그 시각 송가네.안이슬은 인제 그만 떠나려고 짐을 싸고 있었다.한혜숙이 친절하게 도와줬다.“만약 연아가 보고 싶으면, 여기가 네 집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지 놀러 와. 어쨌든 방이 많은데, 내가 방 하나를 남겨 두면 되지 뭐. 잘 곳은 언제나 있어.”안이슬을 버티게 할 수 있었던 강인함이 결국, 이 따뜻함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아주머니, 정말 감사합니다.”“감사하긴.”한혜숙이 그녀의 손을 꼭 잡고는 토닥거렸다.“너랑 연아는 자매처럼 정이 깊고 또 네가 연아한테 많은 도움을 줬으니까, 너도 연아와 같은 내 자식이야.”한혜숙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안이슬은 도저히 말을 하지 못했는데, 입만 열면 목이 메었다.아무리 참아 보려고 해도 안 되었다.그녀는 짐을 다 정리했고 한혜숙이 문 앞까지 배웅했다.송예걸은 집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 가지러 왔다가 간단한 짐을 들고 나가는 안이슬을 보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어디 가려고요?”“청양시로 돌아가려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줄게.”송예걸이 말했다.“가지 말아요.”안이슬은 그를 바라보았다.“여기가 내 집도 아니고, 어떻게 계속 있겠어. 여기서 지내는 동안 챙겨줘서 고마워. 네가 나한테 잘해준 거 잊지 않을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누나가 널 거두어 줄게.”그녀는 농담으로 말했다.“부디 네가 가출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송예걸이 말했다.“조금만 더 있으면 안 돼요?”안이슬이 대답했다.“난 여기에 충분히 오래 머물렀고, 아직 할 일도 남아 있어서 안 돼.”송예걸은
고훈의 이 말은 분명 적나라한 도발이었다.“그래?”강세헌은 입꼬리를 가볍게 치켜들었고, 낮고 발음이 똑똑한 목소리는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듯 묵직하고 날카로웠다.고훈은 경계하며 강세헌을 쳐다보았다.“그래, 네가 보면 분명히 화낼 거야... 사실 나와 송연아는 아무것도 없었어. 내가 CCTV를 지운 건 네가 오해를 할까 봐 두려워서야.”그는 차라리 해명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다. 그가 설명하면 할수록 마치 어젯밤에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대표님, 제가 보기에는 남한테 들킬까 봐 지운 것 같아요.”임지훈이 고훈을 꼴보기 싫어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고 항상 그가 파렴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훈은 원래 설명하려고 왔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도리어 그가 무슨 나쁜 일을 저질렀다고 인정한 것 같았다.강세헌의 안색은 더 안 좋아졌다.고훈은 계속 말할 수나 있을까?계속 말하거나, 그가 가지고 있는 두 개의 영상을 강세헌에게 보여준다면 그가 더 오해하지 않을까?그만두자.“어쨌든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믿든지 말든지.”말을 마치고 고훈은 뒤돌아서 도망쳤다.그렇다, 뛰었다.그는 뛰지 않으면, 강세헌에게 잡힐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그의 행동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진짜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보였다.“고훈 이 비겁한 놈이 정말 아무 짓도 안 했는지 모르겠네요.”임지훈이 말했다.강세헌이 송연아의 몸을 닦아주었기에 그녀의 몸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되었다.하지만 고훈의 태도가 너무 의심스러웠다.“저 새끼 컴퓨터를 해킹할 방법을 찾아야겠어.”고훈이 만약 CCTV 내용을 보류하고 있다면,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네,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임지훈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윙윙.강세헌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그는 전화를 받았다.진원우가 건 전화였다.“대표님.”강세헌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감정 결과가 나왔다고?”“네.”“말해봐.”“그 구민이
임지훈은 감히 그 영상들을 보여주지 못했다.고훈은 자신의 컴퓨터가 해킹당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암호화 처리도 하지 않고 컴퓨터를 그대로 뒀다. 그래서 임지훈이 별 힘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영상을 구하자마자 임지훈은 먼저 보았고 지금은 이미 봤기 때문에 강세헌이 보면 무조건 화낼 것 같아 선뜻 꺼내지 못했다.“오해일 수도 있어요.”임지훈이 말했다.강세헌의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그가 설명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 텐데, 지금 이렇게 설명을 하니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아닌가?“아주머니.”강세헌이 소리쳤다.곧 오은화가 다가왔다.“네, 도련님”“찬이 안고 먼저 내려가 계세요.”“네.”오은화는 찬이를 안고 나갔다.평소에 오은화가 자주 안아줬기에, 찬이는 오은화의 품이 익숙했다.오은화가 방에서 나간 뒤에야 강세헌은 임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져와.”임지훈은 망설이다가 내용을 복사한 USB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별일 없으면 전 이만 가볼까요?”임지훈이 말했다.강세헌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렇게 무서워?”임지훈은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으며 해명했다.“아닙니다. 제가 회사의 일을 항상 감독해야 하지 않습니까. 참, 오늘 오후 4시에 화상 회의가 있습니다.”강세헌은 USB를 집어 들고 알았다고 말했다.임지훈은 고개를 숙였다.“그럼 저 갑니다?”강세헌이 대답하지 않았는데, 묵인하는 셈이었다.임지훈은 방을 나와 더는 강세헌을 마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세헌은 서재로 들어가 USB를 컴퓨터 인터페이스에 꽂고 의자에 앉아 아무렇게나 팔을 걸치고는 마우스로 내용을 눌렀다.고훈이 남긴 CCTV 내용은 모두 앞뒤가 잘린 편집된 영상들이었다.예를 들어 송연아가 그를 쓰러뜨리고 토한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그는 송연아가 그를 쓰러뜨린 부분만 남겼고, 토한 부분은 모두 잘라냈다.고훈은 애초에 강세헌을 화나게 하는 데 쓸 작
송연아는 고훈인 것을 보고 안색이 급격히 가라앉기 시작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송예걸을 바라보았다.“네가 말한 일이 고훈이야?”송예걸은 송연아가 왜 화가 났는지 몰라 얼른 설명해 주었다.“고훈 씨가 나를 찾아와서 부탁 하나 했는데, 누나를 데려오라는 거야. 난 별일도 아닌 것 같아서 승낙했고, 게다가 최지현이 자기 어머니를 죽인 증거를 찾아달라고 해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고훈은 얼른 다가와 사과했다.“내가 잘못했어요. 당신이 나한테 화내고 있는 거 알고 날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알아요, 그래서 내가 송예걸한테 당신을 만나서 사과할 기회를 달라고 한 거예요. 그것도 안 돼요?”송연아는 이제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나는 단지 그쪽이 앞으로 그렇게 유치한 짓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리고 난 이미 화 풀렸고 사과할 필요 없어요. 내가 지금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송연아는 택시를 잡기 위해 길가로 향했다.고훈이 다가와 송연아의 손목을 잡아당겼다.“이미 왔는데, 같이 밥이나 먹어요. 이 집 음식 맛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다고요...”송연아는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손 놓으세요.”말만 하면 되지, 왜 붙잡고 난리인가?고훈은 뻘쭘해서 손을 놓았다.“왜 이렇게 차갑게 대해요? 전에는 괜찮았잖아요.”송연아는 그가 정말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야, 고훈. 너 때문에 세헌 씨와 사이가 틀어졌는데, 설마 내가 너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니?”송연아는 그가 멍청하다고 생각했다.“정말 나한테 사과하고 싶다면, 그냥 내 눈앞에서 꺼져.”“...”“우린 친구잖아요.”고훈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송연아가 말했다.“난 항상 나를 귀찮게 하는 친구는 원하지 않아.”“...”그는 단지 강세헌에게 골탕을 먹이려고 했을 뿐이었다.일이 왜 이렇게까지 심각해졌다는 말인가?“오늘 강세헌한테 해명하려고 만나러 갔는데, 옆에 있던 임지훈이 너무 얄밉게 말해서 제대로 해명할 기회가 없었어요...”“잠깐만...”송연아는
송예걸은 차를 길가에 멈춰 세우고는 물었다.“왜 그래?”송연아는 밖을 내다보다가 그 여자가 호텔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송예걸은 너무 뜬금없어 계속해서 물었다.“누나, 왜 그러는데?”송연아는 호텔 안으로 들어가면서 송예걸에게 말했다.“일단 주차하고 일로 와.”송예걸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랐기에 일단 송연아의 말대로 해야 했다.그는 차를 호텔 주차장으로 몰아갔다.송연아는 일찌감치 따라 들어갔고 데스크에 가서 물었다.“방금 왔던 여자의 옆방 하나 잡아주세요.”“어느 여자요?”데스크 직원이 물었다.송연아가 말했다.“방금 들어온 구민, 구 여사 말이에요.”“아하.”데스크 직원이 말했다.“여사님의 방은 구 선생님이 잡았어요.”“구진학...”송연아가 말했다.데스크 직원은 그녀가 그들의 이름을 아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면서 물었다.“혹시 아는 사이세요?”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렇게 잘 알 수 있는가?송연아는 맞다고 했다.데스크 직원은 그녀를 도와 방을 잡아주었다.“그들은 로얄 스위트룸에 묵고 있는데, 하루 숙박비만 350만 원이에요. 그래도 옆방으로 잡아드릴까요?”데스크 직원이 재차 물었다.그러자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곧 데스크에서 방을 잡아주었다.송연아는 송예걸을 끌고 방으로 향했다.“가자.”송예걸이 물었다.“누나, 하룻밤에 350씩 하는 방을 도대체 왜 잡은 거야? 그리고 방금 말한 그 사람들은 누군데 이래?”“나도 모르겠어.”“모르는 사람을 왜 미행하는 건데?”“잘 모르니까, 확실히 해두겠다는 거 아니야.”송연아가 말했다.“...”그는 송연아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기에 먼저 그녀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방도 잡았고 돈도 썼는데 로얄 스위트룸이 어떤 건지는 봐야 하지 않겠는가?송예걸은 이렇게 비싼 호텔에서 묵어 본 적이 없었다.방에 들어간 후, 그는 이리저리 샅샅이 훑어보았다. 확실히 비싼 방은 달랐는데, 엄청 넓고 호화로웠다.송연
여자는 문 앞에 서 있었고 긴 머리를 우아하게 늘어뜨리고 맞춤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몸에 장식을 많이 하지는 않았고 진주 귀걸이만 하고 있어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그녀는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누구...?”송연아는 그 여인을 바라보았는데 사진 속 모습과 똑같았다.그녀는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살려주세요...”그러자 송예걸은 타이밍에 맞게 뒤에서 소리쳤다.“야, 너 빨리 따라오지 못해? 이걸 확 죽여버릴까, 네가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송연아는 구민을 바라보며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지금 그 사람과 함께 돌아가면 맞아 죽을지도 몰라요. 제발 살려주세요.”다행히 구민은 송연아가 뒤에 있는 남자에게 붙잡힌 것을 보고 말했다.“이 여자 놔줘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내 사람이야. 내가 잡으면 잡았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송예걸은 기세등등했고 생김새가 좀 사납지 않다는 것만 빼면, 정말 나쁜 사람 같았다.그는 사실 잘 생겼다.터프한 타입이 아니라 순둥순둥한 타입이었는데, 백수연을 많이 닮았다.구민은 눈살을 찌푸렸다.“여기 CCTV가 있는 건 알고 있죠? 당신 계속 이러는 거 범법행위예요. 당장 호텔 직원을 부르도록 하죠.”송예걸은 냉담하게 코웃음을 치더니 그 틈을 타 송연아를 놓아주었다.“직원들을 불러도 난 두렵지 않아. 내가 딱 옆방에서 기다릴 테니까,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해.”말하고 그는 가버렸다.송연아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구민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그녀가 막 문을 닫으려 하자 송연아는 얼른 손을 들어 문을 막고는 입을 열었다.“차 한 잔만 주시겠어요?”구민은 머뭇거리다가 들어오라고 했다.송연아는 서둘러 고맙다고 말했다.구민은 테이블로 다가가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일단 물 한 잔 마시면서 마음 진정시켜요. 방금 그분은 남자친구예요?”“네... 다혈질이라..
송연아가 설명하려 하자 구민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분이 맞을 것 같아서 내가 도와줬어요. 그리고 내가 방에 들어와서 차 한 잔 마시라고 권했어요.”구진학은 송연아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그래요?”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근데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요.”“진학 씨, 아는 사이에요?”구민은 송연아를 한 번 보고는 구진학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구진학이 다가와 구민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이분은 주석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제자인데, 내가 지난번에 석민이를 만나러 갔을 때 우연히 만났어.”구민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의사였어요?”송연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네.”구민은 갑자기 이마를 짚고는 고통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구진학은 온화한 말투로 물었다.“두통이 또 시작됐어?”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방에 가서 약 먹자.”구진학은 구민을 끌어안고 방으로 들어가며 송연아를 돌아보며 경고했다.“난 다른 사람이 나의 사적인 일을 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만약 송연아 씨가 오늘 고의로 그녀를 접근했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송연아는 시치미를 뗐다.“아니에요.”“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구진학은 쾅 하고 문을 닫았다.어렴풋이 송연아는 구민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왜 그렇게 무섭게 굴어요, 그냥 여자애예요.”구진학이 말했다.“나쁜 사람 일까 봐 그러지.”송연아는 원래 자신이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고 느꼈지만, 구진학의 태도는 너무나도 의심스러웠다.그는 다른 사람이 구민을 만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왜 두려워하는 걸까?“누나, 누나!”송예걸은 쭈뼛쭈뼛하면서 송연아를 향해 작은 소리로 외쳤다.그녀가 고개를 돌려 보니 송예걸은 기둥 뒤에 몸을 움츠리고 숨어 있었다.송연아가 방으로 들어가자 송예걸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어때? 뭐 좀 알아냈어?”송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그럼 괜히 온 거 아니야? 350만 원을
텅 빈 방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찬이도 안 보였다.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다급해졌다.‘사람은 다 어디 간 거야?’그녀는 몹시 당황스러웠고 황급히 집을 나섰다.그러나 곧 들어오는 차가 보였고 차 문이 열리자, 강세헌은 찬이를 안고는 차에서 내렸다.오은화의 손에는 많은 물건이 들려져 있었다.그녀가 다가와 물었다.“어디 간 거예요?”찬이의 볼이 약간 붉다.평소의 잘 웃는 기색도 없이 나른하고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니 오래 울었던 것 같다.“찬이 어디 아파요?”그녀는 찬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강세헌은 그대로 무시한 채, 찬이를 안고 방안으로 향했다.오은화가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찬이가 열이 심하게 났어요.”“아주머니.”강세헌은 낮은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오은화는 더는 말하지 못하고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송연아가 입을 앙다물고 방에 들어갔을 때, 강세헌은 찬이를 안고 창가에 서 있었고 찬이는 그의 어깨에 얌전히 엎드려 눈을 감고 있었는데, 긴 속눈썹은 눈물로 촉촉해져 있었다.“찬이가 자고 싶어서 그럴 거예요. 내가 달래줄게요.”그녀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강세헌은 한쪽으로 걸어가며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송연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일찍 돌아오려고 했는데, 도중에 일이 생겨서 늦었어요. 일부러 이렇게 늦은 건 아니에요...”“말 다 했으면, 나가.”강세헌이 말을 끊었다.“...”그녀는 잠시 서 있다가 조용히 방을 나갔다.이럴 때는 찬이가 자야 한다.송연아는 먼저 나가 있고 난 뒤에 강세헌에게 설명하려고 했다.오은화는 송연아가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다가와 작은 소리로 물었다.“밥은 먹었어요?”송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내가 먹을 것 좀 만들어 줄게요.”오은화가 말했다.송연아가 말했다.“괜찮아요, 저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요.”오은화는 한숨을 쉬었다.“도련님 이해 해주세요. 찬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우리 모두 멍해 있었고 찬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