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네! 안 돼요!”“저랑 최지현 사이엔 아무런 감정도 없어요. 단지 어떤 사정이 있어 좀 배려해 줄 뿐이에요.”강세헌은 모처럼 설명했다.그는 최지현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안 후부터 그 여자에게, 그날 밤에 대해, 모든 호감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남은 것은 단지 그날 밤 그녀가 자신을 구한 것에 대한 고마움, 그 고마움 때문에 배려를 베풀 뿐이었다!이는 감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송연아는 무슨 비밀이라도 알게 된 것 같았다. 강세헌이 최지현에게 잘해준 것은 사랑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그녀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웃기 시작했다.“왜 웃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강세헌에 대한 송연아의 말투는 부드럽기 그지없었다.이에 강세헌은 우대를 받는듯한 느낌이 들어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약을 잘못 먹기라도 한 건가?’하지만 그녀의 열정은 다음 날 아침까지도 계속되었다.그녀는 별장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요리했고 특별히 아주머니에게 강세헌의 입맛에 대하여서도 물어봤다.비위를 맞추려는 속셈이 너무 뻔했다.강세헌은 테이블 위의 정교한 아침 식사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말해봐요, 뭘 하려는 건지.”“먼저 맛 좀 보세요, 제 솜씨가 입맛에 맞는지... ”그녀는 또 살뜰히 따뜻한 우유도 준비해 주었다.강세헌은 계란 후라이를 한 입 먹어보고는 평가했다.“별로예요. 아주머니가 구운 후라이보단 맛없네요.”송연아는 눈을 흘기고 싶었다.‘계란 후라이는 다 같은 맛이 아닌가? 다른 맛이 날 리 없잖아!’하지만 그에게 부탁이 있는 그녀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다음엔 더 맛있게 준비할게요.”강세헌은 휴지로 입가를 우아하게 닦았다.“말하지 않으면 전 이만... ”“세헌씨가 절 병원에 데려다줬으면 좋겠어요.”송연아는 즉시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강세헌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면서 그녀의 마음을 단번에 꿰뚫어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복수심이 의외로 심한 이 여자의
송연아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표정을 가다듬으며 웃었다.“아무 생각 안 했어요.”마침 출근 시간이 되었다. 점점 다가오는 최지현을 발견한 송연아가 차 문을 열려고 하자 강세헌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이왕 연극을 하려면 제대로 합시다.”송연아가 맑고 깨끗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는 사이에 강세헌이 다가왔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는데 강세헌은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품으로 끌어당기며 웃었다.“우리는 부부이니 부부다운 모습을 보여줘야잖아요.”송연아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의 애매한 눈빛에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강세헌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빛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저한테 키스해요!“...”순간 주위 공기는 얼어붙은 듯 했다!이때 강세헌이 재촉했다.“최지현이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송연아는 결심을 내린 듯 입술을 깨물고는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그녀가 자신에게 키스하는 순간, 강세헌은 강렬한 익숙함을 느꼈다.그날 밤, 그 여자도 이런 자세로 그를 껴안았었는데...송연아의 입술은 강세헌이 미처 음미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에 닿자마자 금방 떨어졌다.“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송연아가 차에서 내렸다.최지현은 바로 차 앞에 서서 방금 일어난 일을 모두 눈여겨보았는데 피기 하나 없이 창백한 그녀의 얼굴색은 너무 보기가 무서웠다.송연아는 괴로움과 질투에 성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화를 내는 최지현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이 참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허리를 곧게 펴며 병원 로비를 향해 걸어갔다.이때 강세헌이 차창을 내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저녁에 퇴근하면 데리러 올게요.”앞에 있던 임지훈이 뒤돌아보았고 출근하던 젊은 간호사와 여의사들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모두 강세헌이 최연소 재벌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돈이면 돈, 얼굴이면 얼굴 모두 갖춘 그런 남자!그런 남자의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보살핌을 받는 것이 모
송연아의 손바닥은 마비될 정도로 얼얼해졌고 눈에는 온통 분노로 가득 찼다.“최닥도 의사니 몇 달 안 된 나의 양수를 뽑으면 유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겠지, 거기에 비하면 뺨을 맞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만약 아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송연아는 절대 최지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종래로 이런 굴욕을 당해본 적 없는 최지현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송연아를 때리려고 하였는데, 그때 누군가에게 손을 잡히고 말았다.고개를 돌려보니 심재경이었다.“선배, 선배가 왜 여기 있어요?”심재경은 더듬거리는 최지현을 옆으로 밀쳤다.“최지현, 내가 없으니 넌 눈에 보이는 게 없구나?”최지현이 송연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선배, 송연아가 먼저 나를 때린 거예요. 제 얼굴이 보이지도 않으세요?”심재경은 최지현이 맞는 것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송연아의 말도 들었다.“네가 먼저 연아 배 속의 아이를 다치게 한 것이 아니야?”할 말을 잃은 최지현은 화가 나서 돌아서더니 송연아를 노려보았다.“너! 까불지 마!”최지현이 떠나고 나서야 송연아의 팽팽했던 신경이 풀렸다.심재경은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 애를 가졌어? 누구 애인데? 강세헌?”송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그럼, 누구 애인데?”심재경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그는 자신이 너무 격동한 것을 의식하고는 목소리를 낮추고는 다시 물었다.“남자친구도 없는 애가 어떻게 임신할 수가 있어?”송연아는 머리를 수그렸다.“묻지 마세요.”“내가 어떻게 묻지 않을 수 있어? 결혼도 안 하고 임신까지 했는데, 혼자 아이를 키우겠다는 거야? 도대체 어떤 남자인지, 왜 너를 버렸는지 빨리 알려줘 봐. 내가 대신하여 화풀이를 해줄 테니!”심재경은 송연아의 임신이 상당히 의외였다.그의 인상 속에 송연아는 매우 보수적이고 자기 몸과 명예를 몹시 소중히 여기는 여자였다.그런데 그런 그녀가 임신하다니?“그게... 저도 몰라요.”송연아는 차마 입에 담기
“당신한테 할 말 있어요.”자신만만한 말투로 말하는 최지현을 보며 강세헌은 담담하게 물었다.“또 돈이 필요해? 이번에는 얼마나 필요한데?”“돈 달라고 온 게 아니에요. 저 대표님의 아이를 가졌어요.”최지현이 초음파사진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이것은 전에 몰래 찍어둔 송연아의 것이다. 하지만 위에는 최지현의 이름이 씌어있었다.최지현은 그 아이가 강세헌의 것인지 아닌지를 검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강세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강세헌의 시선이 종이에 머물렀다. 대충 한 번 보았는데, 시간이 맞아떨어졌다.그렇다고 해서 쉽게 믿기지는 않았다.“믿지 않을 줄 알았어요.”하지만 만단의 준비를 하고 온 최지현은 냉장고에 잘 보관해 두었던 배아세포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건 배아세포예요, 가져가서 검사해 보세요.”드디어 강세헌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기쁨이 아닌 사고하는 듯한 눈빛으로 최지현을 바라보았다.“대표님이 왜 갑자기 절 차갑게 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어떻게 대표님에게 이런 거짓말을 할수 있겠어요?”그녀의 단호한 말에서는 한점의 허점도 찾을 수 없었다.임지훈이 앞으로 가서 초음파사진을 가져왔다.“설령 대표님이 원하지 않는대도 전 이 아이 낳을 거예요.”최지현은 강세헌이 자신의 아이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돌아서며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믿을 수 있겠습니까?”“심재경을 불러 와.”우선 직접 다시 검사해 확인해야 했다!한 시간 후, 그들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이런 종류의 검사는 장비가 필요하여 병원에 올 수밖에 없었다.강세헌은 어두컴컴한 대기실에 앉아 기다렸다.임지훈은 문밖에서 검사실에 들어간 심재경을 기다리고 있었다.30여 분 후,심재경은 검사 결과가 적힌 종이를 들고나오더니, 임지훈에게 물었다.“이거 누구 거예요?”“최지현 씨 겁니다.”“세헌이랑 아이를 가졌다고요?”심재경은 강세헌이 최지현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둘 사이의 일을
차 안의 분위기는 갑갑했다.집으로 돌아온 강세헌은 위층으로 올라가며 물었다.“자고 있어요?”아주머니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사모님께선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강세헌이 발을 멈추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벌써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고 어디로 간 걸까?‘이 여자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네!'화가 치밀어오른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퇴근 후 택시를 타고 돌아오던 송연아는 뜻밖에도 다른 곳에 도착했다.도착해서야 그녀는 이 운전기사가 고훈이 안배한 사람이고 그녀는 고훈의 저택에 인질로 잡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훈은 사람을 시켜서 송연아를 묶어 침대에 버리게 했다.그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송연아를 바라보며 와인잔을 흔들었다.“이번엔 어떻게 도망치나 봅시다.”송연아는 고훈을 노려보았다.“이건 납치예요! 법을 어기는 거예요!”고훈이 큰소리로 두 번 웃었다.“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죄명을 빼놓았군요.”송연아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는 계속하여 말했다.“예를 들어, 강간죄?”이 말에 놀란 표정으로 몸을 떠는 송연아를 보며 고훈은 몸을 구부리고 다가갔다.그도 송연아의 얼굴에서 공포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당신도 두려움을 아는가 보군요. 난 또 당신은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인가 했죠 뭐.”“사람이라면 모두 당신 같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겠어요?”송연아는 그가 다른 행동을 할까 봐 경계하며 그를 주시하였는데 고훈은 그녀의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고 웃었다.“당신은 지금 도마 위의 물고기랑 다름없어요. 당신은 제 손에서 세 번이나 도망쳤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고훈은 술잔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섰는데 그는 키가 크고 마르긴 했으나 빈약하지는 않았다.그가 캐주얼한 스타일의 정장 외투를 벗고 안에 입고 있던 흰 티셔츠도 벗으려 하자 송연아는 당황 해났지만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저
뜻밖의 상황에 이번에는 고훈이 당황해졌다.그녀가 계속 거절했으면 정상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협조를 잘할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것마저 제안하고 있다. “정말?”고훈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제가 이렇게 묶여 있는데 무슨 수작을 부리겠어요?”송연아는 자신의 표정을 최대한 편하고 즐겁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훈은 몇 초 동안 그녀를 지켜보다가 호기심에 그녀의 가방을 집어 들었고 정말 가방 안에서 약을 찾아냈다.위에 「비아그라」라고 적혀 있었다.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봐요, 거짓말한 거 아니죠?”“왜 이런 걸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고훈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송연아는 사람들에게 매우 점잖은 느낌을 주었고, 청순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방탕한 면이 있는 것일까?“내가 무슨 착한 여자인 줄 알았어요? 지금까지는 당신과 계속 밀당했을 뿐이에요. 빨리 먹어요, 먹고 우리 즐겁게 놀아봐요.”송연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녀의 청순한 얼굴은 웃으니 더 아름다웠다.고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서 약을 한 알 꺼내 먹었다.송연아는 또 입을 열어 말했다.“한 알 더 드세요.”“참 놀 줄 아네요.”고훈은 웃으면서 약을 한 알 더 꺼내 먹었다.약을 와인과 같이 삼키는 그도 참 독한 사람이었다. 송연아의 눈은 살기로 가득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그녀는 고훈을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수를 세였다.“약 기운이 좀 세네, 어지러워... ”그는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에 침대에 걸터앉았다.곧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런 약은 복용 후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어야 마땅한데...오히려 힘이 빠지다니!“이건 비아그라가 아니야.”그는 송연아를 노려보았다.“이건 무슨 약이지?”송연아는 차갑게 대답했다.“다시는 덫에 걸리지 않는다더니, 또 걸렸죠?”고훈은 눈앞의 여자를 당장 칼로 베고 찢어서 개에게 먹이고 싶었다.“송연아, 기억해둬... ”그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송연아는 그가
그녀는 의사였기 때문에 자연히 이것이 유산의 징후라는 것을 알아챘다.강세헌은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진 것을 보며 이상한 느낌에 물었다.“어디 다쳤어요?”송연아는 애써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방을 나오자, 그녀는 더 이상 안색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괴로운 기색을 나타냈다.만약 아이가 유산된다면, 그녀는 반드시 최지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응접실을 지나던 송연아는 땅바닥에 기절해 있는 경호원을 보았다.모두 송연아가 봤던 얼굴들이었다. 고훈의 사람들이었다.그녀는 냉담한 표정으로 방을 나와 차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닫자마자 방안에서 처절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고훈의 목소리였다.강세헌이 무슨 수법을 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송연아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쯤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고훈의 비명이 한 시간 동안 계속된 후에야 강세헌은 방에서 나왔다.강세헌이 직접 운전하였고 임지훈은 여전히 방안에 남아있었다.그녀는 사실 강세헌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고훈에게 자신을 선물한 건 본인 아니었나? 왜 지금 그는 화가 나 있는 거지?’“왜 화를 내는 거예요?”송연아는 머뭇거리다가 궁금해서 묻자, 강세헌은 놀란 듯 움찔했다. 그녀를 고훈에게 빼앗긴 것을 알았을 때,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그는 정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런 걱정과 두려움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하지만 그는 마음속의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이 아닌지라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아직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연아 씨는 엄연히 내 아내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더럽혀지는 건 역겹다고 전에 말했잖아요?”송연아는 입술을 깨물고는 자신을 비웃는 듯 웃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강세헌이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렇게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은 착각이었다.‘강세헌이 어떻게 날 마음에 들어 할 수 있겠어.’그녀는 피곤한 듯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고 언제 잠에 들었는지 모른다.깨어나 보니 자신의 침대
“한혜숙, 넌 정말 멍청해, 알아? 자기 남편의 마음도 모르다니 정말 불쌍해.”백수연은 팔짱을 끼고 서서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태범 씨는 처음부터 연아를 강씨 가문에 보낼 생각이었어. 단지 연아를 통제하기 위해 너랑 이혼하지 않았을 뿐인데, 넌 아직도 태훈 씨가 너에게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정말로 너에게 감정이 있다면 어떻게 지난 20년 동안 나와 함께 있었겠어? 또 어떻게 자기 딸을 강씨 가문에 시집보낼 수 있겠어? 강씨 가문은 유명한 재벌 집이라 하지만, 그 집 도련님 강세헌은 성격이 나쁘기로 소문났고, 연아는 지금 그 가문에 강제로 들어간 셈이니, 잘 지내고 있을 것 같아? 네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빨리 태범 씨와 이혼하는 것이 좋을 거야, 연아도 일찍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말이야.”“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한혜숙은 화가 나 소리를 쳤지만, 그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밖에 있던 송연아도 이 말을 듣고 몸이 휘청했다.어려서부터 송태범은 송연아에게 피아노, 춤, 그림 등 다양한 재능을 배우도록 했다.송연아는 처음엔 송태범이 자신더러 스타로 되기를 원하는 줄로만 알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다양한 재능을 준비하여 강세헌의 비위를 맞추도록, 혹은 그를 유혹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었다.정말 치밀한 계략이었다.친아버지의 이런 계략에 이용당하다니!이 몇 년 동안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이미 모두 사라진 듯했으나, 여전히 마음이 아파 났다.“상황을 파악했으면 빨리 이혼해!”송연아는 문을 갑자기 확 열고 들어가, 감정을 추스르고 입을 열었다.“이혼할 거면 송태범을 오라고 해요.”백수연은 송연아를 보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너... 네가 여길 어떻게?” “제가 아닌 당신이 오면 안 되는 곳 아닌가요?”백수연은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송태범도 아닌 송연아가 말을 엿들은 것이니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이렇게 알게 된 것이 더 좋았다. 한혜숙과 송태범의 이혼을 재촉할 수도 있으니...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