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표정을 가다듬으며 웃었다.“아무 생각 안 했어요.”마침 출근 시간이 되었다. 점점 다가오는 최지현을 발견한 송연아가 차 문을 열려고 하자 강세헌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이왕 연극을 하려면 제대로 합시다.”송연아가 맑고 깨끗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는 사이에 강세헌이 다가왔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는데 강세헌은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품으로 끌어당기며 웃었다.“우리는 부부이니 부부다운 모습을 보여줘야잖아요.”송연아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의 애매한 눈빛에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강세헌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빛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저한테 키스해요!“...”순간 주위 공기는 얼어붙은 듯 했다!이때 강세헌이 재촉했다.“최지현이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송연아는 결심을 내린 듯 입술을 깨물고는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그녀가 자신에게 키스하는 순간, 강세헌은 강렬한 익숙함을 느꼈다.그날 밤, 그 여자도 이런 자세로 그를 껴안았었는데...송연아의 입술은 강세헌이 미처 음미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에 닿자마자 금방 떨어졌다.“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송연아가 차에서 내렸다.최지현은 바로 차 앞에 서서 방금 일어난 일을 모두 눈여겨보았는데 피기 하나 없이 창백한 그녀의 얼굴색은 너무 보기가 무서웠다.송연아는 괴로움과 질투에 성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화를 내는 최지현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이 참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허리를 곧게 펴며 병원 로비를 향해 걸어갔다.이때 강세헌이 차창을 내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저녁에 퇴근하면 데리러 올게요.”앞에 있던 임지훈이 뒤돌아보았고 출근하던 젊은 간호사와 여의사들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모두 강세헌이 최연소 재벌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돈이면 돈, 얼굴이면 얼굴 모두 갖춘 그런 남자!그런 남자의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보살핌을 받는 것이 모
송연아의 손바닥은 마비될 정도로 얼얼해졌고 눈에는 온통 분노로 가득 찼다.“최닥도 의사니 몇 달 안 된 나의 양수를 뽑으면 유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겠지, 거기에 비하면 뺨을 맞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만약 아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송연아는 절대 최지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종래로 이런 굴욕을 당해본 적 없는 최지현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송연아를 때리려고 하였는데, 그때 누군가에게 손을 잡히고 말았다.고개를 돌려보니 심재경이었다.“선배, 선배가 왜 여기 있어요?”심재경은 더듬거리는 최지현을 옆으로 밀쳤다.“최지현, 내가 없으니 넌 눈에 보이는 게 없구나?”최지현이 송연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선배, 송연아가 먼저 나를 때린 거예요. 제 얼굴이 보이지도 않으세요?”심재경은 최지현이 맞는 것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송연아의 말도 들었다.“네가 먼저 연아 배 속의 아이를 다치게 한 것이 아니야?”할 말을 잃은 최지현은 화가 나서 돌아서더니 송연아를 노려보았다.“너! 까불지 마!”최지현이 떠나고 나서야 송연아의 팽팽했던 신경이 풀렸다.심재경은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 애를 가졌어? 누구 애인데? 강세헌?”송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그럼, 누구 애인데?”심재경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그는 자신이 너무 격동한 것을 의식하고는 목소리를 낮추고는 다시 물었다.“남자친구도 없는 애가 어떻게 임신할 수가 있어?”송연아는 머리를 수그렸다.“묻지 마세요.”“내가 어떻게 묻지 않을 수 있어? 결혼도 안 하고 임신까지 했는데, 혼자 아이를 키우겠다는 거야? 도대체 어떤 남자인지, 왜 너를 버렸는지 빨리 알려줘 봐. 내가 대신하여 화풀이를 해줄 테니!”심재경은 송연아의 임신이 상당히 의외였다.그의 인상 속에 송연아는 매우 보수적이고 자기 몸과 명예를 몹시 소중히 여기는 여자였다.그런데 그런 그녀가 임신하다니?“그게... 저도 몰라요.”송연아는 차마 입에 담기
“당신한테 할 말 있어요.”자신만만한 말투로 말하는 최지현을 보며 강세헌은 담담하게 물었다.“또 돈이 필요해? 이번에는 얼마나 필요한데?”“돈 달라고 온 게 아니에요. 저 대표님의 아이를 가졌어요.”최지현이 초음파사진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이것은 전에 몰래 찍어둔 송연아의 것이다. 하지만 위에는 최지현의 이름이 씌어있었다.최지현은 그 아이가 강세헌의 것인지 아닌지를 검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강세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강세헌의 시선이 종이에 머물렀다. 대충 한 번 보았는데, 시간이 맞아떨어졌다.그렇다고 해서 쉽게 믿기지는 않았다.“믿지 않을 줄 알았어요.”하지만 만단의 준비를 하고 온 최지현은 냉장고에 잘 보관해 두었던 배아세포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건 배아세포예요, 가져가서 검사해 보세요.”드디어 강세헌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기쁨이 아닌 사고하는 듯한 눈빛으로 최지현을 바라보았다.“대표님이 왜 갑자기 절 차갑게 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어떻게 대표님에게 이런 거짓말을 할수 있겠어요?”그녀의 단호한 말에서는 한점의 허점도 찾을 수 없었다.임지훈이 앞으로 가서 초음파사진을 가져왔다.“설령 대표님이 원하지 않는대도 전 이 아이 낳을 거예요.”최지현은 강세헌이 자신의 아이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돌아서며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믿을 수 있겠습니까?”“심재경을 불러 와.”우선 직접 다시 검사해 확인해야 했다!한 시간 후, 그들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이런 종류의 검사는 장비가 필요하여 병원에 올 수밖에 없었다.강세헌은 어두컴컴한 대기실에 앉아 기다렸다.임지훈은 문밖에서 검사실에 들어간 심재경을 기다리고 있었다.30여 분 후,심재경은 검사 결과가 적힌 종이를 들고나오더니, 임지훈에게 물었다.“이거 누구 거예요?”“최지현 씨 겁니다.”“세헌이랑 아이를 가졌다고요?”심재경은 강세헌이 최지현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둘 사이의 일을
차 안의 분위기는 갑갑했다.집으로 돌아온 강세헌은 위층으로 올라가며 물었다.“자고 있어요?”아주머니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사모님께선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강세헌이 발을 멈추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벌써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고 어디로 간 걸까?‘이 여자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네!'화가 치밀어오른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퇴근 후 택시를 타고 돌아오던 송연아는 뜻밖에도 다른 곳에 도착했다.도착해서야 그녀는 이 운전기사가 고훈이 안배한 사람이고 그녀는 고훈의 저택에 인질로 잡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훈은 사람을 시켜서 송연아를 묶어 침대에 버리게 했다.그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송연아를 바라보며 와인잔을 흔들었다.“이번엔 어떻게 도망치나 봅시다.”송연아는 고훈을 노려보았다.“이건 납치예요! 법을 어기는 거예요!”고훈이 큰소리로 두 번 웃었다.“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죄명을 빼놓았군요.”송연아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는 계속하여 말했다.“예를 들어, 강간죄?”이 말에 놀란 표정으로 몸을 떠는 송연아를 보며 고훈은 몸을 구부리고 다가갔다.그도 송연아의 얼굴에서 공포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당신도 두려움을 아는가 보군요. 난 또 당신은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인가 했죠 뭐.”“사람이라면 모두 당신 같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겠어요?”송연아는 그가 다른 행동을 할까 봐 경계하며 그를 주시하였는데 고훈은 그녀의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고 웃었다.“당신은 지금 도마 위의 물고기랑 다름없어요. 당신은 제 손에서 세 번이나 도망쳤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고훈은 술잔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섰는데 그는 키가 크고 마르긴 했으나 빈약하지는 않았다.그가 캐주얼한 스타일의 정장 외투를 벗고 안에 입고 있던 흰 티셔츠도 벗으려 하자 송연아는 당황 해났지만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저
뜻밖의 상황에 이번에는 고훈이 당황해졌다.그녀가 계속 거절했으면 정상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협조를 잘할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것마저 제안하고 있다. “정말?”고훈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제가 이렇게 묶여 있는데 무슨 수작을 부리겠어요?”송연아는 자신의 표정을 최대한 편하고 즐겁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훈은 몇 초 동안 그녀를 지켜보다가 호기심에 그녀의 가방을 집어 들었고 정말 가방 안에서 약을 찾아냈다.위에 「비아그라」라고 적혀 있었다.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봐요, 거짓말한 거 아니죠?”“왜 이런 걸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고훈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송연아는 사람들에게 매우 점잖은 느낌을 주었고, 청순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방탕한 면이 있는 것일까?“내가 무슨 착한 여자인 줄 알았어요? 지금까지는 당신과 계속 밀당했을 뿐이에요. 빨리 먹어요, 먹고 우리 즐겁게 놀아봐요.”송연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녀의 청순한 얼굴은 웃으니 더 아름다웠다.고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서 약을 한 알 꺼내 먹었다.송연아는 또 입을 열어 말했다.“한 알 더 드세요.”“참 놀 줄 아네요.”고훈은 웃으면서 약을 한 알 더 꺼내 먹었다.약을 와인과 같이 삼키는 그도 참 독한 사람이었다. 송연아의 눈은 살기로 가득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그녀는 고훈을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수를 세였다.“약 기운이 좀 세네, 어지러워... ”그는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에 침대에 걸터앉았다.곧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런 약은 복용 후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어야 마땅한데...오히려 힘이 빠지다니!“이건 비아그라가 아니야.”그는 송연아를 노려보았다.“이건 무슨 약이지?”송연아는 차갑게 대답했다.“다시는 덫에 걸리지 않는다더니, 또 걸렸죠?”고훈은 눈앞의 여자를 당장 칼로 베고 찢어서 개에게 먹이고 싶었다.“송연아, 기억해둬... ”그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송연아는 그가
그녀는 의사였기 때문에 자연히 이것이 유산의 징후라는 것을 알아챘다.강세헌은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진 것을 보며 이상한 느낌에 물었다.“어디 다쳤어요?”송연아는 애써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방을 나오자, 그녀는 더 이상 안색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괴로운 기색을 나타냈다.만약 아이가 유산된다면, 그녀는 반드시 최지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응접실을 지나던 송연아는 땅바닥에 기절해 있는 경호원을 보았다.모두 송연아가 봤던 얼굴들이었다. 고훈의 사람들이었다.그녀는 냉담한 표정으로 방을 나와 차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닫자마자 방안에서 처절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고훈의 목소리였다.강세헌이 무슨 수법을 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송연아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쯤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고훈의 비명이 한 시간 동안 계속된 후에야 강세헌은 방에서 나왔다.강세헌이 직접 운전하였고 임지훈은 여전히 방안에 남아있었다.그녀는 사실 강세헌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고훈에게 자신을 선물한 건 본인 아니었나? 왜 지금 그는 화가 나 있는 거지?’“왜 화를 내는 거예요?”송연아는 머뭇거리다가 궁금해서 묻자, 강세헌은 놀란 듯 움찔했다. 그녀를 고훈에게 빼앗긴 것을 알았을 때,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그는 정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런 걱정과 두려움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하지만 그는 마음속의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이 아닌지라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아직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연아 씨는 엄연히 내 아내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더럽혀지는 건 역겹다고 전에 말했잖아요?”송연아는 입술을 깨물고는 자신을 비웃는 듯 웃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강세헌이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렇게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은 착각이었다.‘강세헌이 어떻게 날 마음에 들어 할 수 있겠어.’그녀는 피곤한 듯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고 언제 잠에 들었는지 모른다.깨어나 보니 자신의 침대
“한혜숙, 넌 정말 멍청해, 알아? 자기 남편의 마음도 모르다니 정말 불쌍해.”백수연은 팔짱을 끼고 서서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태범 씨는 처음부터 연아를 강씨 가문에 보낼 생각이었어. 단지 연아를 통제하기 위해 너랑 이혼하지 않았을 뿐인데, 넌 아직도 태훈 씨가 너에게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정말로 너에게 감정이 있다면 어떻게 지난 20년 동안 나와 함께 있었겠어? 또 어떻게 자기 딸을 강씨 가문에 시집보낼 수 있겠어? 강씨 가문은 유명한 재벌 집이라 하지만, 그 집 도련님 강세헌은 성격이 나쁘기로 소문났고, 연아는 지금 그 가문에 강제로 들어간 셈이니, 잘 지내고 있을 것 같아? 네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빨리 태범 씨와 이혼하는 것이 좋을 거야, 연아도 일찍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말이야.”“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한혜숙은 화가 나 소리를 쳤지만, 그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밖에 있던 송연아도 이 말을 듣고 몸이 휘청했다.어려서부터 송태범은 송연아에게 피아노, 춤, 그림 등 다양한 재능을 배우도록 했다.송연아는 처음엔 송태범이 자신더러 스타로 되기를 원하는 줄로만 알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다양한 재능을 준비하여 강세헌의 비위를 맞추도록, 혹은 그를 유혹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었다.정말 치밀한 계략이었다.친아버지의 이런 계략에 이용당하다니!이 몇 년 동안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이미 모두 사라진 듯했으나, 여전히 마음이 아파 났다.“상황을 파악했으면 빨리 이혼해!”송연아는 문을 갑자기 확 열고 들어가, 감정을 추스르고 입을 열었다.“이혼할 거면 송태범을 오라고 해요.”백수연은 송연아를 보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너... 네가 여길 어떻게?” “제가 아닌 당신이 오면 안 되는 곳 아닌가요?”백수연은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송태범도 아닌 송연아가 말을 엿들은 것이니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이렇게 알게 된 것이 더 좋았다. 한혜숙과 송태범의 이혼을 재촉할 수도 있으니...
이 몇 년을 어떻게든 버텨왔으니,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이젠 받아들일 수 있었다.송연아는 말을 돌렸다.“엄마, 이제 퇴원한다고 들었어요.”한혜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지금 많이 좋아졌어. 병원에 너무 오래 있어서 이젠 나가고 싶어.”어머니의 주치의를 찾아가 물으니 의사는 몸조리만 잘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러 오면 퇴원해도 괜찮다고 말했다.그러나 송연아는 이 말을 한혜숙에게 알리지 않았다.“엄마, 이틀만 더 참아요.”그녀는 집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어머니가 퇴원하여 머무를 곳이 있길 바란 것이다.한혜숙은 고개를 끄덕였다.송연아는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생각을 물어보기로 했다.“엄마, 아빠랑 이혼하고 싶어요?”“그래... 이혼할꺼야.”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비록 그녀도 어머니가 이혼하길 원했지만, 그들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정작 이혼하지는 않았다.방금 그녀가 물었을 때 한혜숙은 이혼할 것이라고 했지, 하고 싶다고는 하지 않았다.“엄마, 나 신경 쓰지 마요, 난 이미 다 큰 자식이란 말이에요. 난 이젠 직업도 있고 돈도 벌 수 있어요. 송태범은 예전처럼 돈으로 나를 통제할 수 없어요. 예전엔 말을 듣지 않으면 날 협박하려고 학비도 주지 않고 엄마한테도 잘해주지 않았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 병도 다 나았으니, 그는 더 이상 나를 통제할 수 없어요. 만약 엄마가 이혼하고 싶지 않다면 이혼하지 않아도 돼요.”그녀는 한혜숙의 결정을 존중했다.그 남자는 어떤 방면에서 엄마와 함께 반평생을 보낸 사람이니, 감정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이다.한혜숙은 딸의 자상함과 위로에 더욱 미안함을 느꼈다.딸에게 빚진 것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았다.“이혼하고 싶어. 그동안 네 아버지와도 말만 부부였을 뿐이야, 이젠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한혜숙이 말했다.그녀는 진심이었다.“그래요, 퇴원하면 같이 아버지를 찾으러 가요.”한혜숙은 고개를 끄덕였다.“나 출근해야 하니 먼저 갈게요. 퇴근하고 엄마를 보러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