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았을 때, 강세욱은 동진그룹과 같은 이름의 회사가 파산한 것이 틀림없다고 믿고 싶었다. 어제 그는 금방 진원우와 계약을 맺었는데, 절대 그가 투자한 그 사람은 아니여야 했다.책상 앞에 서서 모니터를 끄고는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자신을 진정시켰다.“진정해, 진정해, 내 투자엔 아무 일도 없을 거야.”그는 그곳에 우뚝 서서 한참 멍을 때린 후에야 전화를 들고 진원우의 번호를 누를 생각을 했다.역시나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마침내 그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며, 결연히 사무실에서 나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었다.그가 천주그룹의 대문 앞에 이르자 멀지 않은 곳에서 장진희가 총총히 걸어왔다.“세욱아, 동진그룹에 일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야?”장진희도 뉴스를 보고 달려온 것이었다.강세욱이 말했다.“지금 막 동진으로 가려던 참이었어요.”“같이 가자.”장진희가 말했다.이 일은 너무 규모가 큰일이었고 만약 동진그룹이 정말 파산했다면, 그들의 투자는 물 건너갈 뿐만 아니라 진원우와 계약을 체결했기에 이변이 없는 한 책임도 져야 했다.“나 혼자면 돼요, 아버지 일이나 처리해요.”강세욱은 말을 마치고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장진희는 아들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고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강윤석이 바람을 피우는 것부터 동진그룹의 파산까지 이 모든 것이 마치 짜여진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생각을 더 하기도 전에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 집사의 전화였는데, 강의건은 이미 강윤석을 집으로 불러들었으니, 이제 그녀도 들어오라는 것이었다.그녀는 알았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차에 타려고 할 때, 멀지 않은 커피숍에 앉아있는 이지안을 보았는데, 혼자가 아니었고 그 맞은편에는 진원우가 있었다.이지안과 진원우가 어떻게 아는 사이지?불길한 예감이 저절로 들었다.진원우와 이지안의 조합이라...그녀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재빠르게 핵심을 찾아냈다.‘이지안이 강세헌의 문서를
이지안은 코웃음을 쳤다.진원우가 말했다.“이제 들어가요. 그리고 조심해요, 그 여자가 당신을 찾아갈지도 몰라요.”“미안한데, 난 그 여자가 두렵지 않아요.”이지안은 지금 마음이 든든했다. 강윤석을 믿고 두려울 게 없는 그녀는 넘어진 장진희에게 위세를 떨쳤다.“아저씨가 너보고 늙어빠진 여자라던데, 넌 늙어빠진 여자라는 호칭도 안 어울려. 넌 악마야. 네가 내 순결을 빼앗아버리고 날 이용해서 네 아들을 구했다지? 그럼 내가 도대체 뭘 얻었을까? 장진희, 너 이제 끝이야!”이지안은 장진희의 몸을 힘껏 걷어찼다.“네 모든 것을 다 빼앗을 거야. 기다려, 이 천하의 나쁜 년아. 날 강세헌과 다시는 함께 있을 수 없게 만들어? 그래, 그러면 난 네가 아저씨한테 차이고, 벌거벗겨서 강 씨네 집안에서 널 내쫓아버리게 할 거야. 그때 가서 넌 모든 걸 잃게 되고 길거리에 나앉아, 모든 사람에게 쥐새끼 취급을 받겠지.”진원우는 장진희의 끈질긴 악독함을 알고 있었는데, 이지안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는 막지 않았고 다만 이지안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는데, 마치 그녀의 비참한 미래를 예측한 듯싶었다.장진희는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지만 이지안이 지금 우세에 처해있기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진희를 모욕하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마지막으로 그녀는 독한 말을 몇 마디 뱉고는 의기양양하게 가버렸다.장진희는 지금까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억울한 적도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가 강 씨네 저택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난 뒤였고 강윤석은 진작에 싫증이 나서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장진희가 뒤늦게 왔다.“어디 갔다 온 거야? 왜 이제야 왔어?”장진희는 마치 시체처럼 넋이 나간 듯 소파에 앉아 욕 한마디조차도 하지 않았다.강윤석은 지금 장진희를 보기도 귀찮았고 대화를 나눌 인내심도 없었으며 심지어 혐오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지안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우리 그냥 이혼하자
강윤석이 무방비한 상태에서 습격당했다!그는 처음에 그저 등이 따끔거려서 아직 일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는 돌아섰다.“장...”그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장진희 손에 쥐어진 날카로운 칼을 보고는 너무 놀라 동공이 움츠러들었다.“이년이...”강윤석은 즉시 장진희의 손을 잡았다. 지금 그녀는 강윤석을 죽이려고 작정했기에 눈에 온기는 없고 강한 증오심만 가득했다. 이런 배신을 당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강윤석에게 칼을 빼앗기지 않도록 얼른 손을 빼냈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은 채, 심지어 방금보다 더 사납게 강윤석의 가슴에 피가 묻은 칼날을 찔러 넣었다.“강윤석, 난 널 배신한 적 단 한 번도 없는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강윤석의 상처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곧바로 옷을 새빨갛게 물들였고 그는 반격할 힘이 없어져 고통스러워하며 장진희를 쳐다보았다.“이 악독한 여자가...”“내가 악독하다고?”장진희는 냉소하였다.“내 악독함은 당신한테서 비롯된 거야!”강윤석은 힘껏 그녀의 목을 조르려고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장진희는 그가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그녀는 코웃음을 쳤다.“강윤석, 내가 죽으면 반드시 네가 내 죗값을 대신해서 치르게 할 거야.”장진희의 눈 밑은 차갑고 매몰찼다.이 지경까지 이르렀을 때,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더는 물러설 곳이 없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나는 여태껏 그 누구한테도 손해를 본 적이 없었고, 더더욱 그 누구한테도 수모를 당한 적이 없었어, 그런데 당신 때문에 난 체면을 잃었고 그 어린 계집애한테서 욕을 먹은 건 내가 겪은 가장 큰 수모였어.”“악마...”강윤석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고 눈앞이 캄캄해났다. 그는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상태였다.장진희가 깔끔하게 칼을 뽑자, 강윤석의 상처에서는 피가 더 세차게 흘렀고 땅바닥은 온통 검붉은 액체로 흥건했다. 강윤석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꽈당.장진희
이지안은 죽기 살기로 몸부림을 쳤고 장진희를 힘껏 밀쳤다. 하지만 장진희는 바짝 뒤쫓았고 우르르, 와르르, 집안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장진희는 한 손으로 이지안의 옷자락을 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 칼을 들어 그녀의 몸을 찔렀다.이지안은 몸을 피할 수 없었기에 옆구리가 찔렸고 장진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몇 번 더 찔렀다. 이지안은 더는 몸부림치지 않았다.“네가 감히 나를 상대해? 네가 그럴 자격은 있어? 내가 강세헌의 계략에 걸려들지 않았어도 네가 사는 게 죽는 것보다도 못하게 만들었을 거야, 그런데 내가 지금 시간이 없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날 배신하고 괴롭힌 사람들은 다 처리하고 갈 거야!”장진희는 일어서서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같았다.그녀가 손에 든 칼을 버리자 ‘탁’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하지만 장진희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아 이지안의 옷을 찢고, 그녀의 몸을 향해 수십 발을 마구 걷어찼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화장실로 들어가 손을 씻고, 세수한 뒤 살인현장을 깨끗이 치우고나서야 그 집을 나왔다.그녀는 차에 올라타서 이지안이 사는 층을 올려다보고는 시동을 걸었고 천주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강세욱은 이미 동진그룹에서 돌아왔고 넋을 잃은 채,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자, 그는 예의 없다고 꾸짖었다.“말했잖아,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고...”“나야.”장진희가 걸어왔다.강세욱은 이제 더는 감추지 않았고 담담한 척도 하지 않았다.“엄마, 문제가 생겼어요. 동진이 개발한 그 부품 안에 금지 용품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세욱아, 겁내지 마. 일단 진정해, 다 아니까.”장진희가 강세욱을 보는 눈은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를 대하는 상냥함이었다.“내 말 좀 들어봐, 우리는 모함을 당했어. 동진그룹도 다 함정이야...”“강세헌?”강세욱도 이때 반응했다.“내가 그를 찾아가 볼게요...”“안돼.”장진희는
이때까지도 강세욱은 어리둥절했고, 경찰서에서 왜 이렇게 많은 특수경찰을 출동시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총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그들이 쳐들어오는 순간, 장진희와 강세욱을 겹겹이 에워쌌다!“무슨 일이야...”장진희는 아들을 끌어당겨 자신의 뒤로 보냈고, 혹시라도 다칠까 봐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지금 내가 회사의 책임자니까, 모든 일은 나한테 떠넘기고 강세헌과 정면충돌하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해.”“엄마...”“이 사람들은 나를 잡으러 왔고 나는 후회하지 않아.”장진희는 아들을 한 번 깊게 바라보았고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결연히 경찰에게 다가가 두 손을 들었다.“당신을 두 건의 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시죠.”경찰이 다가가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다.강세욱은 눈을 크게 떴다. 믿을 수 없었지만, 또 모든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장진희가 끌려가는 순간, 그녀는 아들을 돌아보며 입꼬리를 치켜들고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결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살인을 두려워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회사의 일은 반드시 한 사람이 책임져야 했기에 그녀가 아들을 보호하려면 모든 것을 뒤집어써야 했다.강윤석과 이지안을 죽이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결코 잘 지내지 못했을 것이다.강세헌에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았고 은혜를 저버린 강윤석과 자신을 모욕한 이지안을 같이 데리고 갈 수도 있었다.장진희가 체포되면서 이 사건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연쇄 살인, 치정 살인 등 각종 버전이 줄줄이 쏟아졌고 강윤석과 이지안의 관계도 하나부터 열까지 인터넷에 낱낱이 뿌려졌다.일부 네티즌들은 심지어 장진희가 옳은 일을 했고 이지안이 불륜녀로서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탄 냈으니, 인과응보라고 하면서 그녀를 옹호했다.어쨌든 이 일은 용운시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하평병원.송연아는 주
강세헌은 핸드폰을 보면서 웃었다.임지훈은 뒤돌아보다가 마침 강세헌의 웃고 있는 표정을 목격했다. 그리고 무척 궁금해하면서 물었다.“뭐가 그렇게 재밌으세요?”강세헌의 표정은 순식간에 엄숙해졌다.“알고 싶어?”임지훈은 뻘쭘해서 입을 앙다물었다.“아닙니다.”진원우는 하마터면 임지훈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그는 임지훈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좀 터프하게 굴 순 없어?”임지훈은 곧바로 눈을 흘겼다.“네가 대표님 앞에 서 봐. 터프해질 수 있겠어?”“터프하진 않아도 너처럼 찌질하진 않을 거야.”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그는 또 한 번 진원우에게 눈을 흘겼다.강세헌 그 두 사람을 힐긋 쳐다봤다.“아직 경계를 늦출 때가 아니야. 회사 일이나 잘 살펴봐.”“네.”진원우가 이번 일을 맡았기 때문에 강세헌의 말에 대답했다....장진희가 잡히고 동진 그룹이 파산하면서 천주 그룹에서 동진 그룹에 투자한 일은 당연히 함께 연루되었다.이사회의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분개해서 당장 회의를 조직했다. 원래는 강의건이 회의를 책임지고 진행해야 하지만, 그가 강윤석의 일을 듣고 견디지 못해 쓰러지는 바람에 아직도 병원에 누워 있어 회의를 주관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이번 회의는 진행자가 없었다.강세욱도 센터 자리에 앉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비난과 욕설을 들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어떻게 동진 그룹에 투자할 수 있어요? 그쪽 영역에 연구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많이 투자했어요? 회사에 돈이 되는 두 프로젝트는 팔아버리다니. 참 멍청하기 그지없군요. 당신은 무조건 이 일에 대해서 우리 주주들한테 설명해야 해야 할 거예요.”“맞아요. 우린 당신이 인재인 줄 알았는데, 쓸모없는 버러지였다니. 감히 회사의 물을 흐려요? 만약 동진 그룹에 투자한 것 때문에 회사가 망하게 되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요.”“우리도 정말 눈이 멀었었지, 당신 같은 사람을 선택했다니. 역시 강씨 집안은 강세헌이 있어야 해. 나머지는 다
강의건이었다. 그는 강씨 집안의 어른이기 때문에 그가 강세헌에게 부탁해서 강세헌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었다.그래서 이사들은 강의건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이때 나타난 그는 이사들을 구해줄 생명줄과 같았다.“회장님...”강의건은 충격받고 쓰러졌었는데, 이렇게 나온 것은 이사들이 이사회를 열었다는 것을 듣고 강세욱이 그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급히 달려온 것이다.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도착했다.만약 전 집사가 부축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이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고 하나같이 달려들어 물었다.“회장님은 강씨 집안의 어르신이니 이런 큰 일이 터졌는데, 우리한테 설명은 해주셔야죠.”강의건도 아무 준비 없이 온 것은 아니었다.장진희가 잡히기 전에 그에게 전화했었다. 그녀가 회사의 일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이다.그는 강세욱과 장진희가 서류에 서명한 것도 알고 있었다.회사의 모든 업무는 장진희가 결정하고 있었기에 모든 것은 그녀가 짊어지고 있었다.동진 그룹과의 계약도 포함된다.강의건은 서류를 꺼내 이사들에게 보여주었다.이사들은 장진희가 아들을 위해서 희생양이 된 것을 잘 알고 있었다.“회장님, 이번 일로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봤습니다. 희생양 하나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죠?”확실히 이사들은 이걸로 만족하지 않았다.강의건은 꽤 침착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됐는데 또 누구보고 책임지라는 거야? 세욱이? 아니면 나?”이사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강의건이 계속해서 말했다.“일이 이렇게 된 건 우리가 원했던 게 아니지만, 이미 이렇게 됐으니 우린 힘을 합쳐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해. 손실을 따지자면 우리 강씨 가문에서 잃은 게 제일 커.”이사들은 그 점만은 반박할 수 없었다.강씨 가문에서 이 일을 책임지게 된 건 그들이 천주 그룹에서 가장 많은 주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강의건이 이렇게 말해도 이사들은 반박할 수 없
“일 때문에 조금 늦었어.”임지훈은 들어와서 송연아와 인사하고 바로 강세헌의 서재로 갔다.강세헌의 서재는 이제 그들이 업무 보고를 하는 장소가 되었다.송연아는 이해했고 그들의 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서재에 들어가지 않았다. 오은화는 식사 준비를 끝마치고 말했다.“이제 저녁 식사하시라고 부를까요?”송연아가 말했다.“가서 일이 끝났는지 물어볼게요.”그래서 그녀는 찬이를 안고 서재 쪽으로 걸어갔다. 한 손에는 찬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문을 두드리려는데 임지훈의 매우 놀란 목소리를 들었다.“뭐요? 이지안 씨가 아니라고요?!”강세헌은 테이블 위에 있는 진원우가 이지안의 집에서 가져온 옥패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처져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그 여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야.”그의 말투에서 안도하고 기쁜 감정이 느껴졌다.그렇게 아름다운 눈을 가진 여자가 어떻게 이지안일 수 있단 말인가?그는 이번에 이지안더러 강윤석을 유혹하게끔 하다가 이지안이 어렸을 때,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원래 계획은 이지안더러 섹시한 수영복을 입고 강윤석이 자주 가는 수영장에 가서 그를 유혹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이지안은 수영할 줄 모를 뿐만 아니라 아예 물을 무서워했다.강세헌은 그렇게 진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그는 또한 당시에 그를 구해주었던 사람이 이지안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후, 몰래 조사해서 이 모든 게 강의건이 꾸민 짓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임지훈은 한숨을 쉬었다.“이지안 씨 참 안됐네요.”그는 이지안을 동정하는 것이 아니었다.단지 강세헌이 냉혈하고 무자비하다고 느꼈을 뿐이었다.이지안이 그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고 해도 이번에는 확실히 그에게 도움을 주었다.장진희가 끝까지 비열하게 나올 줄은 알았지만 강세헌은 이지안을 보호하거나 그녀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그 결과 이지안은 장진희에게 죽임을 당했다.강세헌은 옥패를 금고에 넣었다.그는 돌아서자 안타까워하는 임지훈의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