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건이었다. 그는 강씨 집안의 어른이기 때문에 그가 강세헌에게 부탁해서 강세헌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었다.그래서 이사들은 강의건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이때 나타난 그는 이사들을 구해줄 생명줄과 같았다.“회장님...”강의건은 충격받고 쓰러졌었는데, 이렇게 나온 것은 이사들이 이사회를 열었다는 것을 듣고 강세욱이 그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급히 달려온 것이다.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도착했다.만약 전 집사가 부축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이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고 하나같이 달려들어 물었다.“회장님은 강씨 집안의 어르신이니 이런 큰 일이 터졌는데, 우리한테 설명은 해주셔야죠.”강의건도 아무 준비 없이 온 것은 아니었다.장진희가 잡히기 전에 그에게 전화했었다. 그녀가 회사의 일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이다.그는 강세욱과 장진희가 서류에 서명한 것도 알고 있었다.회사의 모든 업무는 장진희가 결정하고 있었기에 모든 것은 그녀가 짊어지고 있었다.동진 그룹과의 계약도 포함된다.강의건은 서류를 꺼내 이사들에게 보여주었다.이사들은 장진희가 아들을 위해서 희생양이 된 것을 잘 알고 있었다.“회장님, 이번 일로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봤습니다. 희생양 하나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죠?”확실히 이사들은 이걸로 만족하지 않았다.강의건은 꽤 침착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됐는데 또 누구보고 책임지라는 거야? 세욱이? 아니면 나?”이사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강의건이 계속해서 말했다.“일이 이렇게 된 건 우리가 원했던 게 아니지만, 이미 이렇게 됐으니 우린 힘을 합쳐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해. 손실을 따지자면 우리 강씨 가문에서 잃은 게 제일 커.”이사들은 그 점만은 반박할 수 없었다.강씨 가문에서 이 일을 책임지게 된 건 그들이 천주 그룹에서 가장 많은 주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강의건이 이렇게 말해도 이사들은 반박할 수 없
“일 때문에 조금 늦었어.”임지훈은 들어와서 송연아와 인사하고 바로 강세헌의 서재로 갔다.강세헌의 서재는 이제 그들이 업무 보고를 하는 장소가 되었다.송연아는 이해했고 그들의 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서재에 들어가지 않았다. 오은화는 식사 준비를 끝마치고 말했다.“이제 저녁 식사하시라고 부를까요?”송연아가 말했다.“가서 일이 끝났는지 물어볼게요.”그래서 그녀는 찬이를 안고 서재 쪽으로 걸어갔다. 한 손에는 찬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문을 두드리려는데 임지훈의 매우 놀란 목소리를 들었다.“뭐요? 이지안 씨가 아니라고요?!”강세헌은 테이블 위에 있는 진원우가 이지안의 집에서 가져온 옥패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처져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그 여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야.”그의 말투에서 안도하고 기쁜 감정이 느껴졌다.그렇게 아름다운 눈을 가진 여자가 어떻게 이지안일 수 있단 말인가?그는 이번에 이지안더러 강윤석을 유혹하게끔 하다가 이지안이 어렸을 때,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원래 계획은 이지안더러 섹시한 수영복을 입고 강윤석이 자주 가는 수영장에 가서 그를 유혹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이지안은 수영할 줄 모를 뿐만 아니라 아예 물을 무서워했다.강세헌은 그렇게 진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그는 또한 당시에 그를 구해주었던 사람이 이지안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후, 몰래 조사해서 이 모든 게 강의건이 꾸민 짓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임지훈은 한숨을 쉬었다.“이지안 씨 참 안됐네요.”그는 이지안을 동정하는 것이 아니었다.단지 강세헌이 냉혈하고 무자비하다고 느꼈을 뿐이었다.이지안이 그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고 해도 이번에는 확실히 그에게 도움을 주었다.장진희가 끝까지 비열하게 나올 줄은 알았지만 강세헌은 이지안을 보호하거나 그녀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그 결과 이지안은 장진희에게 죽임을 당했다.강세헌은 옥패를 금고에 넣었다.그는 돌아서자 안타까워하는 임지훈의 표
송연아는 쿵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고, 그대로 얼어붙은 손으로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최대한 빨리 표정을 감췄다.진원우는 와서 문을 열고 송연아가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얼굴에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왜 그랬는지 진원우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혹시 방금 강세헌과 나눈 대화가 송연아가 듣기에는 부적절해서 그런 걸까?그래서 마음에 찔려서 그런 걸까?송연아는 미소를 지었다.“얘기 다 끝났어요? 아주머니께서 식사를 준비하셨으니 일 얘기가 다 끝났으면 드시러 내려오세요.”진원우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송연아의 얼굴에는 흠잡을 데 없는 미소가 가득했다.그는 그녀의 표정에서 이상한 낌새를 찾아낼 수 없어 마음속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아마 그들이 나눈 얘기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저희 얘기 다 끝났어요.”진원우가 말했다.송연아는 안쪽을 들여다보며 강세헌을 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담히 시선을 거두고 찬이를 안고 돌아서서 침실로 갔다.강세헌은 임지훈과 진원우에게 먼저 식사하러 가라고 말하고는 송연아를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송연아는 찬이의 기저귀를 갈고 있었는데,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강세헌인 것을 보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먼저 가서 먹어요. 찬이가 졸린 것 같아서 재워고 나갈게요.”강세헌은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송연아의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물었다.“방금 내가 한 말을 들었어?”송연아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무슨 말을 했는데요?”그녀는 강세헌이 눈치챘다는 것을 깨닫고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면서 물었다.“내 얼굴이 안 좋아 보여요?”강세헌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녀는 계속 말했다.“며칠 동안 출근해서 피곤해서 그래요.”“내가 찬이를 보고 있을게. 내려가서 밥 먹어. 조금 있다가 일찍 쉬어.”강세헌이 다가왔다.송연아는 찬이의 기저귀
“술 한잔 할래요?”송연아가 물었다.임지훈은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상관없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원우가 말했다.“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일에 지장이 갈 것 같아요.”그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말을 정중하게 돌려서 말했다.송연아도 강요하지 않았고 그저 자연스럽게 물어봤던 것이다.이때 진원우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자 그는 일어나 거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송연아는 그를 흘끗 쳐다보았다.진원우는 임지훈보다 더 섬세하고 신중했다.그녀가 강세헌이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사람을 알아내고 싶다면 아마도 임지훈에게서 캐내는 것이 나을 것이다.그녀는 오은화가 잘하는 요리를 임지훈 앞에 내밀고 웃으며 물었다.“아주머니께서 하신 쏘가리 탕수육인데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으니까 많이 먹어요.”임지훈은 조금 놀랐지만 서둘러 한 점을 집었다.확실히 맛있어서 그는 연신 칭찬했다.“맛있어요. 정말 맛있네요.”송연아는 입에 젓가락을 물고 임지훈을 바라보았다.“임 비서님, 세헌 씨 옆에서 일하신 지 얼마나 되었죠?”임지훈은 입에 음식을 물고 중얼거렸다.“아주 오래되었어요.”송연아는 또 물었다.“그럼 세헌 씨에 관한 일은 다 알고 있겠네요?”임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거의요.”“세헌 씨는 지금까지 여자친구를 몇 명이나 사귀었어요?”음식을 집다가 임지훈은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제자리에서 송연아가 음식을 삼키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대표님은 연애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송연아는 분명 그를 떠보는 것이다.그리고 그는 사실대로 말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정말이에요. 대표님은 깨끗하십니다...”“임 비서님이 어떻게 세헌 씨가 깨끗한지 아닌지 알아요?”송연아는 젓가락으로 연근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며 말했다.“세헌 씨가 누구랑 잔 것도 임 비서님한테 말해요?”임지훈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갑자기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들을 보고도 입맛이 싹
송연아는 원래도 입맛이 별로 없었는데, 강세헌의 과거를 알고 나니 식욕이 더 떨어졌다.어렸을 때, 그녀는 송태범의 강요를 받았다.많은 것들이 그녀의 마음대로 될 수 없어서 행복하게 지내지 못했었다.그러나 강세헌에 비하면 그녀는 조금 더 행복했다.적어도 그녀의 부모는 남에게 살해당하지 않았다.강세헌에 대해 생각해 보면 부모가 살해당했고 그 자신도 하마터면 살해당할 뻔했는데 어릴 때 생활이 어땠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그가 불쌍하게 여겨졌다.진원우는 송연아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고 말했다.“그래도 곧 복수가 끝날 것 같아요.”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는 입맛이 없어져서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분은 계속 드세요. 저는 찬이를 보러 가야겠어요. 세헌 씨도 배가 고프겠는데.”그녀가 방으로 돌아가 보자 찬이는 이미 잠이 들었다. 강세헌도 눈을 감고 있었는데 정말 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는 척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송연아는 사뿐사뿐 침대 옆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여 그를 바라보며 속삭였다.“세헌 씨?”강세헌은 천천히 눈을 떴다.송연아가 부드럽게 말했다.“음식이 식기 전에 가서 밥 먹어요.”강세헌은 움직이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송연아는 입꼬리를 움찔거렸다.“왜 그렇게 쳐다봐요?”강세헌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을 들어 그녀의 귓가에 늘어진 머리카락을 몇 가닥을 손끝으로 감싸고 가지고 놀았다.“연아야, 날 만나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 있었어?”송연아는 눈을 깜빡였다. 송태범은 그녀가 연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설사 허용한다고 해도 연애할 시간이 없었다.의사가 되는 과정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그런데 강세헌은 왜 갑자기 그것을 묻는 걸까?그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숨기고 있어서 그녀도 누군가를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일까?그녀도 마음속에 누군가를 숨기고 있어야 공평한 걸까?그러면 두 사람 다 이 일에 대해 따지지 않을까?송연아는 별처럼
강세헌은 마음이 불편한지 냉랭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방을 나갔다.송연아도 그가 방을 나가는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신경 쓸 가치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항상 강세헌의 마음속에 있는 여자의 생김새에 대한 환상이 덩어리처럼 남아 있었다.얼굴이 예쁠까?기질이 뛰어나지 않았을까?어릴 때부터 허물없이 지냈던 사이일 수도?두 사람은 아주 어릴 때부터 서로 좋아한 걸까?선남선녀라고 할 수 있겠지?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강세헌이 지금까지 잊지 못할 수 있을까?뒤엉킨 생각이 샘물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계속 쏟아져 나왔다.그녀는 이런 환상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녀는 의학 서적을 꺼내 읽었다.책을 읽고 나니 기분이 차분해졌고, 생각은 온통 책의 내용 뿐이었다.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갔지만 최근의 뉴스들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강세헌도 수사의 통제를 받았고 천주 그룹은 암울한 상태에 빠졌다.외부에서는 천주 그룹이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금융 뉴스를 포함한 각종 뉴스 채널은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고 실시간으로 보도했다.이제 강씨 가문은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강의건이 그토록 신경 쓰던 체면은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장진희가 살인한 증거가 명확했기 때문에 이제 재판받기 전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강의건은 당연히 그녀를 보호하는 데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장진희가 사람을 찾아 강윤석을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강의건이 그것에 대해 더 추궁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도와준 것이나 다름없었다.강윤석이 죽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강의건은 절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을 것이다.장진희가 죽음의 문턱까지 간 것은 그녀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고 또 그럴만했기 때문이었으며 게다가 그녀는 더는 강씨 집안의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강의건은 강세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강세욱의 일은 천주 그룹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동진 그룹은
송연아는 못 들은 척했고, 이때 주석민이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누가 널 부르는 것 같은데?”“그래요?”그녀는 마지못해 강의건을 바라보았다.강의건은 하룻밤 사이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린 것 같았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어서 가 봐. 하지만 10분밖에 시간이 없어. 돌아와서 나랑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야 해.”주석민이 말했다.송연아는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얼른 돌아올게요.”그녀는 강의건에게 걸어갔지만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강의건이 먼저 입을 열고 매우 직설적으로 말했다.“세헌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송연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강세헌을 만나고 싶어 하면서 왜 그녀에게 안내하라고 하는 걸까?“보시다시피 전 지금 근무 중이에요.”송연아는 무심하게 말했다.강의건은 손에 있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흐린 눈에는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지만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세헌이를 만날 수 있었으면 너를 찾아왔겠니?”송연아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세헌 씨가 할아버지를 만나기를 거부하는 거구나?’그렇다면 강세헌이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뜻이다.그럼 그녀가 어떻게 강세헌의 행방을 강의건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저도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송연아가 말했다.강의건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지만 힘이 부족해서 기세가 없었다.송연아는 그의 손을 쉽게 떼어냈고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이제 세헌 씨의 사람인데, 할아버지께서 저를 건드리면 세헌 씨만 화나게 할 뿐이고 세헌 씨가 화를 내면 할아버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강의건은 같은 자리에 서 있었지만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지금 그는 강세헌을 만나 강세욱의 일을 간청하고 싶었지만 감히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그리고 지금 당장 강세헌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강의건의 몸이 흔들렸고 발뒤꿈치가 불안정하여 쓰러지려고 할 때, 마침 전 집사가
전 집사는 입을 다물었다.강의건이 말했다.“지금 그 말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지 않았나? 이 세상에 후회한다고 돌아가 만회할 방법이 있을까?”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세헌이를 과소평가한 것은 나야. 나는 세헌이가 걔의 아비처럼 속이 여릴 거라고 생각했어. 둘째가 처음에 맏이를 몇 번 괴롭혔지만 맏이는 형제애가 넘쳐서 동생의 괴롭힘에 신경 쓰지 않았어...”전 집사는 강세헌이 그의 아버지만큼 자비롭지는 않다고 느꼈는데, 그것은 그들이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다.강세헌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장진희에게 죽을 뻔했는데, 그런 나쁜 사람을 용서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것 같았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경찰서에 도착했다.그들은 장진희를 만나기 위해 접견을 신청했다.그러나 이 순간 접견실에서.임지훈이 강세헌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강세헌은 놀라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임지훈이 덧붙였다.“하지만 지금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규정에 따르면 동시에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죄수를 만날 수 없다.장진희는 중범죄자에 속했고 그녀가 사회에 끼친 영향은 엄청 나빴다.그래서 일반 죄수들과는 달랐다.“이제 내가 너의 손에 잡혔으니 내 목숨은 너한테 달려 있어. 하지만 나를 모욕하고 싶다면 꿈 깨.”장진희의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그녀는 심문 의자에 고정되었다.장진희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굴욕을 당하는 것보다는 당당한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여기서는 그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이 사람, 알아요?”강세헌은 장진희 앞에 사진을 내밀었다.장진희는 당연히 그 사람을 알아봤다. 사진 속 사람은 강세헌 부모의 운전기사였고, 그녀는 그 운전기사를 매수해 강세헌 부모의 차에 손을 썼던 것이다.그녀가 어떻게 그 사람을 못 알아볼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