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할래요?”송연아가 물었다.임지훈은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상관없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원우가 말했다.“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일에 지장이 갈 것 같아요.”그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말을 정중하게 돌려서 말했다.송연아도 강요하지 않았고 그저 자연스럽게 물어봤던 것이다.이때 진원우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자 그는 일어나 거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송연아는 그를 흘끗 쳐다보았다.진원우는 임지훈보다 더 섬세하고 신중했다.그녀가 강세헌이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사람을 알아내고 싶다면 아마도 임지훈에게서 캐내는 것이 나을 것이다.그녀는 오은화가 잘하는 요리를 임지훈 앞에 내밀고 웃으며 물었다.“아주머니께서 하신 쏘가리 탕수육인데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으니까 많이 먹어요.”임지훈은 조금 놀랐지만 서둘러 한 점을 집었다.확실히 맛있어서 그는 연신 칭찬했다.“맛있어요. 정말 맛있네요.”송연아는 입에 젓가락을 물고 임지훈을 바라보았다.“임 비서님, 세헌 씨 옆에서 일하신 지 얼마나 되었죠?”임지훈은 입에 음식을 물고 중얼거렸다.“아주 오래되었어요.”송연아는 또 물었다.“그럼 세헌 씨에 관한 일은 다 알고 있겠네요?”임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거의요.”“세헌 씨는 지금까지 여자친구를 몇 명이나 사귀었어요?”음식을 집다가 임지훈은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제자리에서 송연아가 음식을 삼키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대표님은 연애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송연아는 분명 그를 떠보는 것이다.그리고 그는 사실대로 말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정말이에요. 대표님은 깨끗하십니다...”“임 비서님이 어떻게 세헌 씨가 깨끗한지 아닌지 알아요?”송연아는 젓가락으로 연근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며 말했다.“세헌 씨가 누구랑 잔 것도 임 비서님한테 말해요?”임지훈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갑자기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들을 보고도 입맛이 싹
송연아는 원래도 입맛이 별로 없었는데, 강세헌의 과거를 알고 나니 식욕이 더 떨어졌다.어렸을 때, 그녀는 송태범의 강요를 받았다.많은 것들이 그녀의 마음대로 될 수 없어서 행복하게 지내지 못했었다.그러나 강세헌에 비하면 그녀는 조금 더 행복했다.적어도 그녀의 부모는 남에게 살해당하지 않았다.강세헌에 대해 생각해 보면 부모가 살해당했고 그 자신도 하마터면 살해당할 뻔했는데 어릴 때 생활이 어땠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그가 불쌍하게 여겨졌다.진원우는 송연아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고 말했다.“그래도 곧 복수가 끝날 것 같아요.”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는 입맛이 없어져서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분은 계속 드세요. 저는 찬이를 보러 가야겠어요. 세헌 씨도 배가 고프겠는데.”그녀가 방으로 돌아가 보자 찬이는 이미 잠이 들었다. 강세헌도 눈을 감고 있었는데 정말 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는 척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송연아는 사뿐사뿐 침대 옆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여 그를 바라보며 속삭였다.“세헌 씨?”강세헌은 천천히 눈을 떴다.송연아가 부드럽게 말했다.“음식이 식기 전에 가서 밥 먹어요.”강세헌은 움직이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송연아는 입꼬리를 움찔거렸다.“왜 그렇게 쳐다봐요?”강세헌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을 들어 그녀의 귓가에 늘어진 머리카락을 몇 가닥을 손끝으로 감싸고 가지고 놀았다.“연아야, 날 만나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 있었어?”송연아는 눈을 깜빡였다. 송태범은 그녀가 연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설사 허용한다고 해도 연애할 시간이 없었다.의사가 되는 과정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그런데 강세헌은 왜 갑자기 그것을 묻는 걸까?그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숨기고 있어서 그녀도 누군가를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일까?그녀도 마음속에 누군가를 숨기고 있어야 공평한 걸까?그러면 두 사람 다 이 일에 대해 따지지 않을까?송연아는 별처럼
강세헌은 마음이 불편한지 냉랭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방을 나갔다.송연아도 그가 방을 나가는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신경 쓸 가치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항상 강세헌의 마음속에 있는 여자의 생김새에 대한 환상이 덩어리처럼 남아 있었다.얼굴이 예쁠까?기질이 뛰어나지 않았을까?어릴 때부터 허물없이 지냈던 사이일 수도?두 사람은 아주 어릴 때부터 서로 좋아한 걸까?선남선녀라고 할 수 있겠지?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강세헌이 지금까지 잊지 못할 수 있을까?뒤엉킨 생각이 샘물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계속 쏟아져 나왔다.그녀는 이런 환상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녀는 의학 서적을 꺼내 읽었다.책을 읽고 나니 기분이 차분해졌고, 생각은 온통 책의 내용 뿐이었다.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갔지만 최근의 뉴스들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강세헌도 수사의 통제를 받았고 천주 그룹은 암울한 상태에 빠졌다.외부에서는 천주 그룹이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금융 뉴스를 포함한 각종 뉴스 채널은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고 실시간으로 보도했다.이제 강씨 가문은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강의건이 그토록 신경 쓰던 체면은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장진희가 살인한 증거가 명확했기 때문에 이제 재판받기 전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강의건은 당연히 그녀를 보호하는 데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장진희가 사람을 찾아 강윤석을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강의건이 그것에 대해 더 추궁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도와준 것이나 다름없었다.강윤석이 죽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강의건은 절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을 것이다.장진희가 죽음의 문턱까지 간 것은 그녀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고 또 그럴만했기 때문이었으며 게다가 그녀는 더는 강씨 집안의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강의건은 강세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강세욱의 일은 천주 그룹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동진 그룹은
송연아는 못 들은 척했고, 이때 주석민이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누가 널 부르는 것 같은데?”“그래요?”그녀는 마지못해 강의건을 바라보았다.강의건은 하룻밤 사이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린 것 같았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어서 가 봐. 하지만 10분밖에 시간이 없어. 돌아와서 나랑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야 해.”주석민이 말했다.송연아는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얼른 돌아올게요.”그녀는 강의건에게 걸어갔지만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강의건이 먼저 입을 열고 매우 직설적으로 말했다.“세헌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송연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강세헌을 만나고 싶어 하면서 왜 그녀에게 안내하라고 하는 걸까?“보시다시피 전 지금 근무 중이에요.”송연아는 무심하게 말했다.강의건은 손에 있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흐린 눈에는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지만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세헌이를 만날 수 있었으면 너를 찾아왔겠니?”송연아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세헌 씨가 할아버지를 만나기를 거부하는 거구나?’그렇다면 강세헌이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뜻이다.그럼 그녀가 어떻게 강세헌의 행방을 강의건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저도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송연아가 말했다.강의건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지만 힘이 부족해서 기세가 없었다.송연아는 그의 손을 쉽게 떼어냈고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이제 세헌 씨의 사람인데, 할아버지께서 저를 건드리면 세헌 씨만 화나게 할 뿐이고 세헌 씨가 화를 내면 할아버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강의건은 같은 자리에 서 있었지만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지금 그는 강세헌을 만나 강세욱의 일을 간청하고 싶었지만 감히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그리고 지금 당장 강세헌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강의건의 몸이 흔들렸고 발뒤꿈치가 불안정하여 쓰러지려고 할 때, 마침 전 집사가
전 집사는 입을 다물었다.강의건이 말했다.“지금 그 말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지 않았나? 이 세상에 후회한다고 돌아가 만회할 방법이 있을까?”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세헌이를 과소평가한 것은 나야. 나는 세헌이가 걔의 아비처럼 속이 여릴 거라고 생각했어. 둘째가 처음에 맏이를 몇 번 괴롭혔지만 맏이는 형제애가 넘쳐서 동생의 괴롭힘에 신경 쓰지 않았어...”전 집사는 강세헌이 그의 아버지만큼 자비롭지는 않다고 느꼈는데, 그것은 그들이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다.강세헌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장진희에게 죽을 뻔했는데, 그런 나쁜 사람을 용서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것 같았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경찰서에 도착했다.그들은 장진희를 만나기 위해 접견을 신청했다.그러나 이 순간 접견실에서.임지훈이 강세헌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강세헌은 놀라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임지훈이 덧붙였다.“하지만 지금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규정에 따르면 동시에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죄수를 만날 수 없다.장진희는 중범죄자에 속했고 그녀가 사회에 끼친 영향은 엄청 나빴다.그래서 일반 죄수들과는 달랐다.“이제 내가 너의 손에 잡혔으니 내 목숨은 너한테 달려 있어. 하지만 나를 모욕하고 싶다면 꿈 깨.”장진희의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그녀는 심문 의자에 고정되었다.장진희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굴욕을 당하는 것보다는 당당한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여기서는 그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이 사람, 알아요?”강세헌은 장진희 앞에 사진을 내밀었다.장진희는 당연히 그 사람을 알아봤다. 사진 속 사람은 강세헌 부모의 운전기사였고, 그녀는 그 운전기사를 매수해 강세헌 부모의 차에 손을 썼던 것이다.그녀가 어떻게 그 사람을 못 알아볼
작은 흰색 병, 작은 접이식 칼과 라이터였다.큰 물건은 아니었지만 사람의 몸은 충분히 해칠 수 있었다.장진희는 침착하게 말했다.“여긴 경찰서야.”임지훈은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여기가 경찰서라는 건 알고 있고요, 장난은 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방금 책임자는 저랑 친한 사이라 우리한테 약간의 편의를 제공할 의향이 있더라고요.”임지훈이 비록 그렇게 돌려 말했지만 장진희는 그가 자신에게 무슨 짓이든지 하려는 준비가 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임지훈은 목에 묶인 넥타이를 풀고 그것을 장진희의 입에 물렸다.강세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놓인 접이식 칼을 집어 들고 스위치를 누르자 날카로운 칼날이 즉시 튀어나왔다.“제가 할게요.”임지훈이 앞으로 나섰다.강세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장진희를 향해 곧장 걸어갔는데, 칼은 크지는 않았지만 칼날이 매우 날카로웠다.그는 칼날을 장진희의 얼굴에 대고 눌렀다.조금만 힘을 주면 칼은 사람의 피부를 뚫을 수 있었다.장진희는 ‘읍읍’ 소리만 낼 수밖에 없었다.동공이 떨리고 온몸이 굳어지는 이 느낌은 죽음보다 더 무서운 공포였다.적어도 죽음은 한순간에 감각을 잃게 되지만, 이런 정신적 고문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었다.“부모님 장례식에서 나를 물에 밀어 넣은 것은 바로 당신이었어.”강세헌이 말을 할 때, 그의 손에 쥔 칼의 끝은 이미 장진희의 얼굴에서 목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장진희는 감히 근육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몸이 너무 긴장해서 떨리고 있었다.그가 조금 힘을 주자 칼이 장진희의 살갗을 뚫었다.하지만 피가 많이 흐르지 않았는데, 강세헌이 혈관을 피해서 찔렀던 것이다.그리고 그 부위는 찌르면 엄청 아팠다.그가 그렇게 정확하게 찌를 수 있었던 이유는 송연아가 의학 서적을 많이 가지고 있어 송연아가 책을 읽을 때, 그가 옆에서 우연히 봤기 때문이었다.인체에서 가장 연약한 부위, 찌르면 가장 아픈 부위, 동시에 혈관이 적은 부위가 바로
“흡, 흡...”장진희의 입에서 고통스러워 경련을 일으키는 소리가 났다.몇 분 후, 그녀는 너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다.임지훈은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그녀에게 뿌려 깨운 다음 계속했다.고문이 여러 번 반복되자 장진희의 숨은 간신히 붙어있었다.그제야 임지훈은 고문을 그만두고 물건을 치웠다.그가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들은 장진희를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 속뜻은 아무도 그녀의 부상에 대해 묻거나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강세헌의 얼굴은 무표정했고, 장진희가 지금 당한 고문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의 마음의 상처를 달래 줄 수 없었다.부모님의 비극적인 죽음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그 고통은 자신이 물에 떠밀려 익사할 뻔했을 때, 죽음을 직면했을 때의 두려움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그가 접견실에서 나오자 강의건을 보았다.강세헌의 얼굴에는 표정이 전혀 없었다.눈빛에도 온기가 없었다.“얘기 좀 할까?”강의건이 말했다.강세헌은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고 묵인했다.강의건과 전 집사는 서로를 쳐다보고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세헌이 기꺼이 이야기할 의향이 있어 보이는데, 혹시 회사 문제를 되돌릴 여지가 아직 있지 않을까?강의건은 희망을 품었다.그는 전 집사의 손을 잡고 강세헌의 발걸음을 최대한 빨리 따라가려고 했다.강의건은 바깥에 다다랐을 때야 입을 열었다. “내가 장진희를 처리하는 걸 도와줄 수 있어.”그는 강세헌에게 장진희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강세헌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아차렸고,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예전 같았으면 할아버지의 호의에 감사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여자가 이미 소송에 묶여 있고 감옥에 평생 갇혀 있을 건데 뭘 도와줄 수 있는데요?”강의건은 순식간에 할 말을 잃었다.사실 그는 항상 강윤석의 가족만 보호해 주었고 그들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알지 못했다.단지 이미 아들을 잃었던 그는 더 이상 둘
“무슨 일이에요?”오은화가 걸어오면서 물었다.찬이는 자고 있었는데, 그 소리는 깨고 말았다.임지훈은 검지를 입에 대고 오은화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 “쉿!”오은화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임지훈은 속삭였다.“서재에 들어가지 마세요.”임지훈은 강세헌이 왜 화를 내는지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강의건이 강세헌을 키웠지만 그것을 가지고 그를 옥죄였고 강세헌이 수년 동안 장진희에게 손을 대지 않은 유일한 이유가 강의건 때문이었다.하지만 강의건은 그를 어떻게 대했는가?강세헌은 자신을 해친 사람들이 모두 명목상 자신의 가족인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오은화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께 연락드려서 오라고 할까요?”임지훈은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반짝였다.지금 강세헌은 곁에 누군가가 필요하다.“가서 전화해요.”오은화는 전화를 걸었지만 누구도 받지 않았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임지훈에게 고개를 저었다.“연락이 안 돼요.”임지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서재 안에서.강세헌은 팔짱을 끼고 통유리 창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깨진 찻잔이 있었고 사방에 물이 튀어 그의 발에까지 묻어 있었다.그는 꼿꼿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매우 외로워 보였다.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그의 몸에 투사되어 반은 밝고 반은 어두웠다.그 때문에 그가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볼 수도, 추측할 수도 없었다.병원에서.송연아는 주석민을 따라 수술실로 들어갔다.병원에 출근한 이후, 정확히 말하면 주석민을 따라 수술실에 들어갈 때마다 주석민은 송연아에게 자신의 조수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고, 많은 환자 검진도 그녀더러 맡으라고 했다.요컨대 주석민을 따라다니면서 모든 일이 그녀에게 주어지게 되었다.그래서 그녀는 매우 바빴다.수술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3시간이 지난 후였다.송연아는 쉬지도 못한 채 다른 환자의 차트를 정리하라는 주석민의 지시를 받았다.“환자 차트를 정리해서 내 사무실 책상에 중간 서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