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40화

작가: 김세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송연아는 못 들은 척했고, 이때 주석민이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누가 널 부르는 것 같은데?”

“그래요?”

그녀는 마지못해 강의건을 바라보았다.

강의건은 하룻밤 사이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린 것 같았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어서 가 봐. 하지만 10분밖에 시간이 없어. 돌아와서 나랑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야 해.”

주석민이 말했다.

송연아는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얼른 돌아올게요.”

그녀는 강의건에게 걸어갔지만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

강의건이 먼저 입을 열고 매우 직설적으로 말했다.

“세헌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송연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강세헌을 만나고 싶어 하면서 왜 그녀에게 안내하라고 하는 걸까?

“보시다시피 전 지금 근무 중이에요.”

송연아는 무심하게 말했다.

강의건은 손에 있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흐린 눈에는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지만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세헌이를 만날 수 있었으면 너를 찾아왔겠니?”

송연아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세헌 씨가 할아버지를 만나기를 거부하는 거구나?’

그렇다면 강세헌이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그녀가 어떻게 강세헌의 행방을 강의건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

“저도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송연아가 말했다.

강의건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지만 힘이 부족해서 기세가 없었다.

송연아는 그의 손을 쉽게 떼어냈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이제 세헌 씨의 사람인데, 할아버지께서 저를 건드리면 세헌 씨만 화나게 할 뿐이고 세헌 씨가 화를 내면 할아버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강의건은 같은 자리에 서 있었지만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그는 강세헌을 만나 강세욱의 일을 간청하고 싶었지만 감히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강세헌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강의건의 몸이 흔들렸고 발뒤꿈치가 불안정하여 쓰러지려고 할 때, 마침 전 집사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341화

    전 집사는 입을 다물었다.강의건이 말했다.“지금 그 말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지 않았나? 이 세상에 후회한다고 돌아가 만회할 방법이 있을까?”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세헌이를 과소평가한 것은 나야. 나는 세헌이가 걔의 아비처럼 속이 여릴 거라고 생각했어. 둘째가 처음에 맏이를 몇 번 괴롭혔지만 맏이는 형제애가 넘쳐서 동생의 괴롭힘에 신경 쓰지 않았어...”전 집사는 강세헌이 그의 아버지만큼 자비롭지는 않다고 느꼈는데, 그것은 그들이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다.강세헌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장진희에게 죽을 뻔했는데, 그런 나쁜 사람을 용서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것 같았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경찰서에 도착했다.그들은 장진희를 만나기 위해 접견을 신청했다.그러나 이 순간 접견실에서.임지훈이 강세헌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강세헌은 놀라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임지훈이 덧붙였다.“하지만 지금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규정에 따르면 동시에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죄수를 만날 수 없다.장진희는 중범죄자에 속했고 그녀가 사회에 끼친 영향은 엄청 나빴다.그래서 일반 죄수들과는 달랐다.“이제 내가 너의 손에 잡혔으니 내 목숨은 너한테 달려 있어. 하지만 나를 모욕하고 싶다면 꿈 깨.”장진희의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그녀는 심문 의자에 고정되었다.장진희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굴욕을 당하는 것보다는 당당한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여기서는 그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이 사람, 알아요?”강세헌은 장진희 앞에 사진을 내밀었다.장진희는 당연히 그 사람을 알아봤다. 사진 속 사람은 강세헌 부모의 운전기사였고, 그녀는 그 운전기사를 매수해 강세헌 부모의 차에 손을 썼던 것이다.그녀가 어떻게 그 사람을 못 알아볼

  • 미친 그날 밤   제342화

    작은 흰색 병, 작은 접이식 칼과 라이터였다.큰 물건은 아니었지만 사람의 몸은 충분히 해칠 수 있었다.장진희는 침착하게 말했다.“여긴 경찰서야.”임지훈은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여기가 경찰서라는 건 알고 있고요, 장난은 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방금 책임자는 저랑 친한 사이라 우리한테 약간의 편의를 제공할 의향이 있더라고요.”임지훈이 비록 그렇게 돌려 말했지만 장진희는 그가 자신에게 무슨 짓이든지 하려는 준비가 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임지훈은 목에 묶인 넥타이를 풀고 그것을 장진희의 입에 물렸다.강세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놓인 접이식 칼을 집어 들고 스위치를 누르자 날카로운 칼날이 즉시 튀어나왔다.“제가 할게요.”임지훈이 앞으로 나섰다.강세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장진희를 향해 곧장 걸어갔는데, 칼은 크지는 않았지만 칼날이 매우 날카로웠다.그는 칼날을 장진희의 얼굴에 대고 눌렀다.조금만 힘을 주면 칼은 사람의 피부를 뚫을 수 있었다.장진희는 ‘읍읍’ 소리만 낼 수밖에 없었다.동공이 떨리고 온몸이 굳어지는 이 느낌은 죽음보다 더 무서운 공포였다.적어도 죽음은 한순간에 감각을 잃게 되지만, 이런 정신적 고문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었다.“부모님 장례식에서 나를 물에 밀어 넣은 것은 바로 당신이었어.”강세헌이 말을 할 때, 그의 손에 쥔 칼의 끝은 이미 장진희의 얼굴에서 목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장진희는 감히 근육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몸이 너무 긴장해서 떨리고 있었다.그가 조금 힘을 주자 칼이 장진희의 살갗을 뚫었다.하지만 피가 많이 흐르지 않았는데, 강세헌이 혈관을 피해서 찔렀던 것이다.그리고 그 부위는 찌르면 엄청 아팠다.그가 그렇게 정확하게 찌를 수 있었던 이유는 송연아가 의학 서적을 많이 가지고 있어 송연아가 책을 읽을 때, 그가 옆에서 우연히 봤기 때문이었다.인체에서 가장 연약한 부위, 찌르면 가장 아픈 부위, 동시에 혈관이 적은 부위가 바로

  • 미친 그날 밤   제343화

    “흡, 흡...”장진희의 입에서 고통스러워 경련을 일으키는 소리가 났다.몇 분 후, 그녀는 너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다.임지훈은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그녀에게 뿌려 깨운 다음 계속했다.고문이 여러 번 반복되자 장진희의 숨은 간신히 붙어있었다.그제야 임지훈은 고문을 그만두고 물건을 치웠다.그가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들은 장진희를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 속뜻은 아무도 그녀의 부상에 대해 묻거나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강세헌의 얼굴은 무표정했고, 장진희가 지금 당한 고문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의 마음의 상처를 달래 줄 수 없었다.부모님의 비극적인 죽음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그 고통은 자신이 물에 떠밀려 익사할 뻔했을 때, 죽음을 직면했을 때의 두려움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그가 접견실에서 나오자 강의건을 보았다.강세헌의 얼굴에는 표정이 전혀 없었다.눈빛에도 온기가 없었다.“얘기 좀 할까?”강의건이 말했다.강세헌은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고 묵인했다.강의건과 전 집사는 서로를 쳐다보고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세헌이 기꺼이 이야기할 의향이 있어 보이는데, 혹시 회사 문제를 되돌릴 여지가 아직 있지 않을까?강의건은 희망을 품었다.그는 전 집사의 손을 잡고 강세헌의 발걸음을 최대한 빨리 따라가려고 했다.강의건은 바깥에 다다랐을 때야 입을 열었다. “내가 장진희를 처리하는 걸 도와줄 수 있어.”그는 강세헌에게 장진희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강세헌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아차렸고,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예전 같았으면 할아버지의 호의에 감사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여자가 이미 소송에 묶여 있고 감옥에 평생 갇혀 있을 건데 뭘 도와줄 수 있는데요?”강의건은 순식간에 할 말을 잃었다.사실 그는 항상 강윤석의 가족만 보호해 주었고 그들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알지 못했다.단지 이미 아들을 잃었던 그는 더 이상 둘

  • 미친 그날 밤   제344화

    “무슨 일이에요?”오은화가 걸어오면서 물었다.찬이는 자고 있었는데, 그 소리는 깨고 말았다.임지훈은 검지를 입에 대고 오은화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 “쉿!”오은화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임지훈은 속삭였다.“서재에 들어가지 마세요.”임지훈은 강세헌이 왜 화를 내는지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강의건이 강세헌을 키웠지만 그것을 가지고 그를 옥죄였고 강세헌이 수년 동안 장진희에게 손을 대지 않은 유일한 이유가 강의건 때문이었다.하지만 강의건은 그를 어떻게 대했는가?강세헌은 자신을 해친 사람들이 모두 명목상 자신의 가족인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오은화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께 연락드려서 오라고 할까요?”임지훈은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반짝였다.지금 강세헌은 곁에 누군가가 필요하다.“가서 전화해요.”오은화는 전화를 걸었지만 누구도 받지 않았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임지훈에게 고개를 저었다.“연락이 안 돼요.”임지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서재 안에서.강세헌은 팔짱을 끼고 통유리 창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깨진 찻잔이 있었고 사방에 물이 튀어 그의 발에까지 묻어 있었다.그는 꼿꼿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매우 외로워 보였다.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그의 몸에 투사되어 반은 밝고 반은 어두웠다.그 때문에 그가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볼 수도, 추측할 수도 없었다.병원에서.송연아는 주석민을 따라 수술실로 들어갔다.병원에 출근한 이후, 정확히 말하면 주석민을 따라 수술실에 들어갈 때마다 주석민은 송연아에게 자신의 조수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고, 많은 환자 검진도 그녀더러 맡으라고 했다.요컨대 주석민을 따라다니면서 모든 일이 그녀에게 주어지게 되었다.그래서 그녀는 매우 바빴다.수술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3시간이 지난 후였다.송연아는 쉬지도 못한 채 다른 환자의 차트를 정리하라는 주석민의 지시를 받았다.“환자 차트를 정리해서 내 사무실 책상에 중간 서랍에

  • 미친 그날 밤   제345화

    송연아가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 최지현을 닮은 그 여자도 송연아를 보았다.그녀의 눈빛은 처음에는 송연아를 보고 깜짝 놀란 것 같았지만 곧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었다.지난번에 송연아는 그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그녀는 자연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자신에게 불친절하게 대하는 걸까?주혁은 송연아를 보고 바로 아내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송연아에게서 멀리 떨어진 후 그는 속삭였다.“여보, 지금 임신했으니 복수는 나중에 얘기해.”하지만 그의 아내는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그래, 다시 얘기해.”그녀는 이제 주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히 주혁의 생각을 거역할 수 없었다.이 아이도 그녀가 원해서 가진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피임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주혁은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기로 했지만 이 아이가 복수의 길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녀는 아이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이쪽에서.환자를 검사실로 보낸 후 송연아는 초음파실로 가서 방금 본 여성의 파일을 확인했다.성별: 여성나이: 21세이름: 심혜진그 여자는 최지현이 아니었다. 성씨와 이름도 달랐으며 나이도 달랐다.송연아는 계속 그 여자가 이상하다고 느꼈다.특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수상했다.그녀는 그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강세헌의 문제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게 또 다른 문제를 안길 수 없으므로 몰래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송연아가 퇴근했을 때는 이미 저녁 8시였고 오늘은 당직을 서지 않기 때문에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그녀는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대신 병원에서 심혜진이라는 환자의 정보를 받았다.그녀는 송예걸이 확인을 도와주기를 바랐다.그러나 송연아가 들어갔을 때, 안이슬이 송예걸에게 약을 발라 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송예걸의 부상이 강세헌보다 더 심각했기 때문에 그는 겨우 팔만 움직일 수

  • 미친 그날 밤   제346화

    그녀의 앞에서 쓰러진 것은 송예걸이였다.송연아는 당황해서 확인하러 갔다.옆에서 안이슬이 말했다.“우리 둘 때문에 정말 겁먹은 거 아니야?”송연아는 송예걸의 숨소리를 확인하며 말했다.“덩치도 큰 남자애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겁을 먹을 수 있겠어요.”정말 그들의 농담 때문에 그가 기절했다면 사람들이 듣고 비웃지 않을까?예상대로 그는 그들을 속이고 있었다.송연아와 안이슬은 둘 다 의사인데, 송예걸이 두 사람 앞에서 기절하는 척 연기하는 것은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것이 아닌가?그가 괜찮다는 것을 알고 송연아가 말했다.“이렇게 기절한다고? 이렇게 겁이 많아서 앞으로 어떤 여자가 너랑 결혼하려고 할까? 여자들은 용감하고 강한 사람을 좋아해. 안전감이 들거든. 네가 평생 독신으로 살까 봐 걱정되네.”송예걸은 눈을 번쩍 떴다.그는 바닥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정말 재미없네.”“우리 앞에서 죽은 척하는 건 바보짓 아니야?”안이슬은 웃었다.송예걸은 얼굴을 붉히며 도전적으로 말했다.“남자들은 누나들 같은 여자들을 안 좋아해.”송연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널 실망시켰네. 우리 둘 다 남자가 있거든.”송예걸은 말문이 막혔다.“...”그래, 그는 두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나 자러 갈래.”“잠깐만.”그가 떠나려던 찰나 송연아가 그를 불러 세웠다.“너한테 부탁 하나 하고 싶어.”송예걸이 물었다.“무슨 부탁?”송연아는 그에게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이 사람에 대해 조사해줬으면 좋겠어.”송예걸은 조사할 사람의 정보를 받았지만 그 안의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았고 이름과 주소, 그리고 간단한 진료 기록뿐이었다.조사할 사람이 임산부인 것을보고 그는 호기심에 물었다.“강세헌이 바람피웠어?”송연아는 바로 그를 노려보았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렇지 않으면 왜 임산부에 대해 조사하라고 해?”송예걸이 말했다.“강세헌이 더 이상 누나를 원하지 않으면 찬이를 데리고 나와. 앞으로 내가 먹여

  • 미친 그날 밤   제347화

    송연아는 몇 입 더 먹고는 침실 밖의 욕실에서 샤워한 후 방으로 돌아갔다.방 안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아서 어두웠다.송연아는 달빛에 의지하며 들어왔다.강세헌은 옆으로 누워 있었고 그가 자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강세헌은 그녀가 들어올 때,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자요?”대답이 없었다.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 누운 뒤 그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싸며 말했다.“세헌 씨 아직 안 자는 거 다 알아요.” 그가 고르게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가 잠을 자지 않는다고 느꼈다.“나 요즘 바빴어요...” 송연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세헌은 몸을 뒤척였다.어둠 속에서 독수리 눈 같은 그의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송연아가 말했다.“자고 있지 않으면서 왜 나를 무시했어요?”그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곧 그는 위에서 몸으로 그녀를 눌렀다.송연아는 너무 피곤하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싫어?” 그가 물었다.송연아는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아니에요. 난 그냥...”“그냥 뭐?”송연아가 대답하기 전에 강세헌은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분명 두 사람 모두 지난번의 대화를 마음속으로 신경 쓰고 있었지만 둘 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강세헌은 더욱 오만하고 거침이 없었고, 송연아가 좋아했다는‘선배’를 질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그는 세게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송연아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그냥 그가 기분이 안 좋아서 화풀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일이 잘 안 풀려요?” 송연아가 속삭였다.강세헌은 대답하지 않고 큰 손을 그녀의 옷깃에 댔고 옷을 찢어 손바닥을 그녀의 가슴에 대고 거만하게 말했다.“여기, 앞으로는 나 한 명만 차지할 수 있어.”송연아는 입술을 앙다물고 끝내 가볍게 그러겠다고 대답했다.‘세헌 씨도 마음속에 여자가 나 한 명만

  • 미친 그날 밤   348화

    그리고 곧바로 그녀는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품에 안겼다!송연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고 강세헌을 돌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잖아요.”강세헌은 그녀를 바라보며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옷도 입지 않고 나를 유혹하라고 했어?”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일부러 입지 않은 것인가?그것은 분명 강세헌 때문이었다.송연아는 간청하는 어조로 말했다.“나 힘들어요. 그리고 정말 늦었어요.” 강세헌은 가볍게 알았다고 말하며 그녀를 안고 욕실로 들어갔다.다른 짓은 하지 않았다.최근에 송연아가 살이 많이 빠졌기 때문에 그녀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오은화가 갑자기 와서 방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도련님, 임 비서님께서 급한 일이 있으시다고 찾아오셨어요.”송연아는 그 말을 듣고 강세헌을 밀치며 말했다.“세헌 씨가 먼저 나가요.”강세헌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진짜 내가 나갔으면 좋겠지?”송연아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물방울이 맺힌 팔을 욕조에서 빼내 그의 목을 감싸고 말했다.“그럼 가지 마요.”똑똑--다급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도련님...”강세헌은 일어나서 욕실에서 걸어 나와 티슈를 뽑아 목에 묻은 물을 닦았다.그는 방 문을 열고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이때 임지훈이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오늘 이런 물건을 받았어요.”그의 안색은 매우 심각해 보였다.“뭔데?” 강세헌이 물었다.임지훈은 봉투를 건넸다.강세헌은 봉투를 받아 열어 사진 한 장을 꺼냈고, 그 사진을 본 순간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따라와.”그는 방 문을 닫고 서재 쪽으로 걸어갔다.임지훈이 바짝 뒤따랐다.두 사람은 10분 동안 서재에 머물다가 밖으로 나갔다.송연아가 방에서 나왔을 때 강세헌은 이미 집에서 나갔고, 그녀는 대충 밥을 먹은 다음 찬이의 볼에 뽀뽀하고 말했다.“아주머

최신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