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헌이 물었다.“왜 걔를 선택했어?”임지훈이 대답했다.“그 여자는 멍청하고 통제하기 쉬워요. 게다가 이미 더러워진 몸이니 다시 새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고요.”강세헌은 그를 힐긋 바라볼 뿐, 더 말하지 않았다.이는 묵인한 거나 다름없었다.사실 임지훈이 감히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강세헌이 이지안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임지훈이 봤을 때, 강세헌이 그녀를 매정하게 차버리지 않은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첫 번째는 그녀가 강세헌의 생명의 은인이기에 좋아하지 않더라도 너무 가혹하게 굴지는 못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녀가 아직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다.임지훈은 속으로 생각했다.‘두 사람 너무 대비되는 거 아니야?’이지안과 송연아는 모두 강세헌에게 은혜가 있는 여자이지만, 한 명은 그저 이용당하는 처지로 몰락했고 다른 한 명은 과분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강세헌이 송연아를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쯧쯧...이래서 비교는 금물이다. 비교할수록 화만 더 나니까!다 같은 사람이어도 서로 다른 운명을 지니고 있다.“요즘 그쪽 상황은 어때?”강세헌이 물었다.그는 이지안에 관해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임지훈은 줄곧 회사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은 회사에 제 사람을 심어두기도 했는데, 수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제 사람을 몇 명 심어두는 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지금 강세욱과 장진희는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실행 가능한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아마 거창한 첫 시작을 알리고 싶나 봐요. 강세욱도 막 부임했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설득하려면 큰 프로젝트 두 개 정도는 진행해야겠죠. 안 그러면 회사에 남아있기 힘들 겁니다. 요즘 장진희도 매일 강세욱과 함께 있느라 강윤석을 돌볼 겨를이 없어요. 지금이 바로 다른 배려심 있는 여자가 그의 곁을 지켜줄 때입니다.”임지훈의 마지막 한마디는 매우 함축적이지만 그와 강세헌은 모두 알고 있었다.방금 말한 이지안이 바로 그들이 강윤석에게 보낼 여자였다.이지안은 예쁘고 젊기 때
송연아는 활짝 웃었다.“찬이가 엄마라고 하네.”강세헌은 그녀를 보더니 썩 내키지 않은 듯 아들을 가르쳤다.“아빠라고 해봐.”“엄마.”“아니, 아...빠.”“엄...마.”강세헌이 계속 가르치려 하자 송연아는 차마 봐줄 수 없었다. 찬이는 너무 어려 엄마라는 말도 겨우 했다. 게다가 그저 발음이 엄마랑 비슷할 뿐인데 어떻게 아빠를 부를 수 있겠는가?그녀는 아이를 가져오며 말했다.“분유 먹일 시간이에요.”그리고 그녀는 찬이와 함께 오은화를 찾으러 갔다.강세헌은 홀로 덩그러니 남겨졌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송연아가 그를 거들떠보지 않을수록 그는 더 가까이하고 싶어 쪼르르 따라 나갔다.“내가 찬이를 안고 있을 테니까 당신은 가서 분유 타와.”강세헌의 말에 송연아가 바로 거절했다.“아주머니가 다 해줄 거예요.”강세헌은 말문이 막혔다.혹시 그녀의 심기라도 건드린 걸까?오은화는 두 사람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더니 찬이를 안아갔다.“제가 분유 먹일게요. 이따가 곧 잘 거예요.”송연아는 한숨을 내쉬고 방에 돌아갔고 강세헌도 따라가서 문까지 잠갔다.“이지안 씨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어요!”송연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강세헌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그제야 알아챘다. 좀 전에 심술부린 이유가 이지안 때문이란 것을!그는 저도 몰래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의 기분이 왜 나쁜지 알게 되자 그는 더는 당황하지도 않았다.강세헌은 침대 옆에 앉아 나른하게 침대 머리맡에 머리를 기대고 두 다리를 우아하게 포개고는 송연아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송연아는 그의 시선이 너무 불편했다.“왜 그렇게 봐요?”강세헌이 진지하게 물었다.“너 요즘 살쪘지?”송연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마음 같아서는 너나 살쪘다고, 너희 온 가족이 뚱뚱하다고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이리 와, 살쪘는지 만져봐야겠어.”강세헌이 가볍게 웃었다.송연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남자가 약을 잘못 먹었나?!’그녀는 몸을 홱 돌리고 밖에 나가려 했다. 더 있다가 그가
송연아는 말문이 막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그땐 세헌 씨 다리를 부러뜨리겠어요.”강세헌은 그녀에게 얼굴을 바짝 붙이며 미소 지었다.“나한테 이렇게 모질게 굴 거야?”송연아는 일부러 사나운 척하며 말했다.“고작 이게 뭐라고요? 세헌 씨가 감히 날 배신하면 다리를 부러뜨릴 뿐만 아니라 나가서 잘생긴 오빠들을 엄청 많이 만날 거예요. 세헌 씨 돈으로 실컷 놀아야죠...”강세헌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너 너무해.”그의 돈으로 딴 남자랑 논다고?송연아는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그러니까 감히 날 배신하면 세헌 씨보다 더 잘생긴 남자들이랑 실컷 놀 거라고요...”“연아야, 나보다 더 잘생긴 남자는 없어.”그는 말하면서 송연아를 침대에 눕혔다.송연아는 그의 키스를 피하고 간지러운지 그를 살짝 밀쳤다.“대낮부터 왜 이래요...”“응.”강세헌은 대답했지만 멈출 기미가 없었다.그는 점점 더 거리낌 없이 그녀의 옷까지 벗겼다.당황한 송연아는 바로 항복했다.“잘못했어요. 딴 남자 안 만날게요. 난 세헌 씨만 좋아해요...”강세헌은 머리 숙여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나도 너만 좋아해.”송연아는 문득 정색하며 물었다.“그럼 이지안 씨는...”강세헌은 순간 표정이 굳었다.‘또 그 얘기야. 왜 자꾸 그 여자를 언급하는 건데? 기분 잡치게!’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송연아가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 같았다.강세헌은 그녀에게 계획을 말해주었다....다 들은 후 그녀는 한참 침묵하다가 겨우 말했다.“세헌 씨 진짜 간사하고 교활하네요.”이간질하는 스킬이 최고봉에 이를 수준이었다.장진희는 현재 일에만 몰두해 있고 강윤석은 적적하고 외롭게 보내고 있다. 이때 여자를 투입하는 건 그와 장진희의 감정을 이간질하는 것밖에 안 된다!부부의 갈등은 가정의 불화를 일으킬 것이고, 회사 일까지 더하면 장진희는 아마 머리가 터질 지경이겠지.그녀가 일단 차분함을 잃으면 일을 그르치기에 십상이다.장진희는
당연히 서로를 위해줘야지 무조건 한 사람이 희생해야 하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의 옷깃을 매만졌다.강세헌은 아무 말 없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확 잡았다.“언제는 대낮에 이러면 안 된다더니?”송연아는 그를 힐긋 노려봤다.“세헌 씨 상처를 보고 있어요. 뭘 생각하는 거예요?”그는 무슨 생각을 한 걸까?그녀가 먼저 다가와 그의 옷을 벗기고 있는데 대체 뭘 생각해야 하는 걸까?강세헌은 정상적인 남자이고 몸이 허약하지도 않다....어느 한 사설 클럽 안에서.강윤석이 홀로 따분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장진희를 못 본 지도 며칠이 다 돼갔다. 그녀는 강세욱과 함께 회사 일에 전념하느라 남편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강윤석은 소외당한 느낌이 들어 홀로 여기 와서 술을 마셨다.위스키를 몇 잔 마셨더니 머리가 알딸딸해졌다.그는 술값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문 앞에 도착했을 때 한 아름답고 여리여리한 여자가 그의 품에 안겼다.안 그래도 기분 나쁜 강윤석은 막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 길도 안 보고 어딜 감히 그에게 부딪히냐고, 죽고 싶어 환장했냐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고개 숙여 보니 아리따운 미인이 서 있었다.이지안은 그의 품에 안겨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녀는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가여운 표정을 지었다.“살려주세요. 저 사람들이 날 잡으려 해요.”“응? 누가?”이지안의 가여운 모습은 순간 이 남자의 보호 욕구를 불러일으켰다.강윤석은 이 기회를 틈타 그녀를 꼭 안았다.장진희는 비록 똑똑하고 관리도 잘 받고 있지만 나이가 있다 보니 피부가 다소 처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지안은 달랐다. 젊고 생기가 넘치며 피부도 탱탱하여 안고 있으니 나른하고 좋은 향기까지 났다.강윤석은 저도 몰래 심장이 쿵쾅댔다.이지안은 벌벌 떨며 뒤에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몇몇 건달 같은 남자가 이지안을 가리키며 말했다.“계속 돈 안 갚으면 널 잡아가서 확 팔아버리는 수가 있어.”강윤석은 그제야 그녀가 빚진 걸
이지안이 그를 부축하며 차에서 내렸다.강윤석은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전에 술 마실 땐 이러지 않았는데 이번 술은 유난히 독한 것 같았다. 게다가 자꾸 흥분되고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이지안은 돈이 없으니 호텔 비용은 당연히 강윤석이 선뜻 냈다.방으로 들어간 후 이지안은 제법 능청스럽게 그를 침대에 눕히면서 말했다.“그럼 푹 쉬세요.”강윤석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이지안은 놀란 척하면서 그를 밀쳐내지 않고 못 이기듯 옆에 누웠다.짜인 각본대로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갔다....관계를 마친 후 이지안이 베개를 안고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가여운 표정을 지었다.강윤석은 침대 시트에 묻은 핏자국을 빤히 쳐다보며 한참 동안 침묵했다.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네가 처음일 줄은 전혀 몰랐어. 걱정 마, 널 가졌으니 끝까지 책임질 거야.”이지안의 눈빛은 살짝 떨렸고 그녀는 감히 그를 마주 보지 못했다.그녀가 피를 흘리게 된 것은 임지훈이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 복구 시술을 마쳤기 때문이다.임지훈은 그녀가 깨끗한 여자일수록 강윤석이 더 아끼고 사랑해줄 거라고 했다.아니나 다를까 강윤석은 매우 신경 썼다.이지안은 베개를 더 세게 잡고 속으로 장진희를 죽도록 원망했다.장진희 때문에 그녀가 순결을 잃었고 강세헌한테도 버림받았으니 이지안은 가슴 가득 원한으로 차 있었다.그녀는 반드시 장진희에게 복수하리라 마음먹었다.이제 장진희의 남편을 빼앗았으니 이것도 나름 복수였다!여기까지 생각한 이지안은 연기에 더 힘주었다.“이해해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나 아저씨 탓 안 해요.”이지안은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몸이 너무 지쳐서 그런지 또다시 그의 품에 안겼다.강윤석은 지금까지 이렇게 불타오른 적이 없었다.그는 이지안한테서 청춘의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자신은 아직 젊으니 더 도전할 수 있을 듯싶었다....둘은 결국 또 한바탕 뜨겁게 침대 위에서 나뒹굴었다.끝난 뒤 강윤석은 통쾌하게 그녀에게
장진희를 떠올리자 강윤석의 낯빛이 돌변했다.“와이프는 늙어 빠져서 보기만 해도 짜증 나.”이지안이 눈썹을 들썩거리며 속으로 은근 기뻐했다!솔직히 장진희는 관리를 잘 받은 편인데 늙어 빠졌다는 말을 듣다니, 보아하니 그녀도 집에서 위엄이 없는 듯싶었다!“아저씨 미워요. 어떻게 자기 와이프를 그렇게 말해요.”이지안이 그의 품에서 애교를 부렸다.“나 아저씨 와이프보다 예쁘죠?”강윤석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럼. 네가 더 이뻐.”사실 장진희는 젊었을 때 이지안보다 더 예뻤지만 이젠 나이가 들었고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만약 장진희가 예쁘지 않았다면 강윤석도 여태껏 얌전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수년간 스캔들 한 번 안 났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나 이제 집에 돌아가야 해.”부드러운 그녀의 살결을 더 만질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장진희를 조금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녀가 알고 소란을 피울까 봐 걱정됐다. 강윤석은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일 있으면 연락해.”이지안이 머리를 끄덕였다.강윤석은 옷을 입고 자리를 떠났다.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 장진희도 마침 돌아왔다. 남편이 밖에서 오는 걸 보더니 그녀는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어젯밤에 외박했어요?”강윤석은 불안한 눈길로 딴 곳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 술 마시러 갔다가 취해서 결국 룸에서 잤어.”장진희는 그의 몸에서 나는 술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얼른 가서 씻어요.”그녀도 요즘 남편을 소홀히 했다는 걸 알고 있어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반평생 살아오며 강윤석은 남녀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으니까.“그래.”강윤석은 일부러 그녀를 피해 욕실로 달려갔다.장진희는 기지개를 쭉 켰다. 요 며칠 줄곧 회사 일로 바삐 돌아쳤는데 다행히 헛수고한 건 아니었다. 그녀와 강세욱은 한 프로젝트를 성사했고 내일 협력사의 사람들과 만날 예정이다.이를 생각하니 그녀도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장진희는 다른 욕실에 들어가 깨끗이 씻은 후 란제리 옷으로 갈아입고
장진희가 이제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강윤석이 덥석 휴대폰을 낚아챘다.“내 전화를 당신이 왜 받아?”그녀는 흠칫 놀라서 몇 초간 넋 놓고 있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강윤석이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게 분명했다.한편 그도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뺏어왔다. 만에 하나 이지안한테서 걸려온 전화라면 바로 들통나버리니까!“휴대폰 이리 내놔요, 얼른.”장진희가 손을 내밀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강윤석은 주지 않았다.“여보, 설마 밖에서 날 배신하는 일이라도 저질렀어요?”장진희가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말도 안 돼. 내가 어떻게 당신을 배신해? 당신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강윤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진희가 다시 휴대폰을 뺏어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형수님? 윤석이 형은요?”이 목소리는 장진희도 아는 목소리였다. 상대는 바로 강윤석의 친구였고 그녀와도 아는 사이였다.강윤석도 그 목소리를 듣고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깨를 쭉 펴고 장진희에게 차갑게 쏘아붙였다.“종일 의심병만 도져서, 쯧쯧. 내가 친구들 앞에서 머리를 들고 다닐 수가 없어. 누가 보면 나 당신한테 꽉 잡혀 사는 줄 알겠네. 이래놓고 앞으로 나더러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라는 거야?”장진희가 웃으며 해명했다.“당신을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요. 절대 의심한 거 아니에요.”강윤석은 휴대폰을 가지고 밖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장진희도 몰래 따라가서 엿들었는데 확실히 수상한 낌새가 없었다.하지만 좀 전에 남편의 표정은 정말 이상했다. 그녀가 대신 전화를 받을까 봐 마음이 찔린 게 분명했다.“당신 요즘 많이 힘든가 봐.”강윤석은 통화를 마치고 다시 걸어오며 말했다.“방금 도우미한테 전복죽 끓이라고 했으니 먹고 눈 좀 붙여. 며칠 사이에 왜 이렇게 초췌해진 거야?”장진희는 남편의 관심 어린 말투에 감동하며 웃었다.“이게 다 세욱이랑 당신을 위해서잖아요? 다 같은 강씨 일가의 사람인데 왜 모든 걸 맏이에게 줘야 하죠? 하지만 앞으론 당신이 강씨 일가를 휘어
“맞아요.”장진희는 진원우에게 차를 따랐다.“국내에서 우리 천주그룹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진 대표님도 잘 아실 거라 믿어요.”진원우가 말했다.“그럼요. 제가 왜 두 분과만 약속을 잡았겠어요? 실은 저에게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차고 넘쳐요. 그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줄 순 없잖아요! 저도 실력 있는 사람만 골라서 약속을 잡아요.”“저희가 이 분야에 대해 잘 몰라서 신중하게 볼게요.”장진희는 진원우가 건넨 서류를 펼쳐보았다.안에 내용은 매우 상세했고 구도, 연구 등에 관해서 다양하게 적혀 있었지만 그들에겐 너무 난해했다. 그저 겉으로만 프로다워 보일 뿐이다.강세욱이 엄마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나지막이 말했다.“엄마, 우리 전문가를 찾아서 대신 봐달라고 할까요? 어차피 우린 볼 줄도 모르잖아요.”장진희도 조금 망설였다. 참 좋은 아이템이지만 그녀가 아예 모르는 분야라 차질이라도 생길까 봐 두려웠다. 어쨌거나 아이템을 개발하려면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지금 회사엔 유동 자금이 그리 많지 않다.진원우는 두 사람이 상의하는 걸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두 분 우려가 크신 것 같은데 협력은 강제로 밀어붙이는 일이 아니에요. 저는 또 태영그룹 대표님과 약속이 있어서 다 보셨으면 먼저 갈게요.”진원우는 급히 가려고 했다.장진희는 경쟁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재빨리 말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아직 식사 안 하셨죠? 그래도 식사는 같이 하셔야죠.”진원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저랑 태영그룹 대표님은 아는 사이이고 친구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분 약속을 거절하기도 힘들고 게다가 태영에서도 투자 의향을 비추고 있고 제가 고려하는 범위 안에 있거든요. 그래서...”“진 대표님.”강세욱이 그에게 차를 따랐다.“우리가 이렇게 만났는데 식사를 안 할 순 없죠. 아무리 바빠도 밥은 드실 거잖아요. 일단 먹으면서 얘기해요. 태영 쪽은 조금 늦게 가시고요.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우리가 먼저 계약하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