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강의건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비록 전 집사가 스스로 자신이 한 일을 시인했지만, 그도 협박을 당한 것이니 동정할 만은 했다.하지만 그의 속임수 때문에 자신이 송연아와 강세헌을 갈라놓았다!강의건의 원래 의도는 강세헌을 사람답게 보살펴주고 가정의 온기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여자를 찾아주는 것이었는데...지금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강의건은 강세헌이 자신과 전 집사 때문에 송연아와 헤어지게 되고 또 그의 아이가 잡혀가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자신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아마도 더 이상 나에 대한 존중과 혈육의 정은 없겠지?’“에잇, 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돼?” 강의건은 노망 난 사람은 아니었다. 어쨌든 전 집사가 반평생을 그와 함께 지냈고 줄곧 충성을 다했으니, 이번 일로 그를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어르신.” 전 집사는 허리를 굽히고 깍듯이 말했다. “아니면 도련님에게 사실을 말씀드리는 게...”“됐어, 세헌이 성격 몰라? 너 그 꼴로 걔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강의건이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다시는 그런 일 하지 마. 알았어?”“어르신, 안심하셔도 됩니다. 절대 다음 번은 없습니다.” 전 집사는 맹세했다.“참, 송연아 찾았어?” 송연아가 납치당한 사실을 그도 알고 있었다.전 집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일이 매우 수상쩍습니다. 흔적도 남지 않아 저도 누가 그랬는지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세헌이 한 짓 아니야?”전 집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련님이 아직 송연아에게 호감을 갖고 계신 것 같지만, 과연 송연아가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는데도 그것을 막을까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그들이 결혼한 지 불과 1년 남짓밖에 안 됐고 중간에 송연아가 몇 달 동안 사라졌으니 정이 들더라도 그렇게 깊지는 않았을 거야.” 강의건은 짐작했다.“그렇습니다. 도련님이 어떤 분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게 이성적인 사람이 한 여자
그는 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흐느끼는 이지안을 달랬다.이 점만 보더라도 강의건은 그녀가 송연아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여자는 연약하고 예쁘게 울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지도 모르지만, 너무 응석받이면 짜증 나게 할 수도 있다.특히 몸이 안 좋아도 달래야만 한다.그러면 자연히 인내심이 바닥이 나게 되었다.“할아버지, 처음에 저와 세헌 씨를 무슨 수를 쓰든지 이어주겠다고 하셨죠?” 이지안은 흐느껴 울었다.강의건은 올라오는 성질을 꾹 참고 말했다. “일단 앉아.”전 집사는 그녀에게 말했다. “용건만 말하세요. 흐느끼는 소리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네요.”이지안은 전 집사를 흘끗 보고는 다시 강의건을 쳐다보았다. 비록 강의건이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평소처럼 자상하고 상냥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눈치가 빨랐기에 전 집사의 호의를 깨닫고 눈물을 닦고 목소리를 거두었다.이지안은 마음이 진정되고서야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그거 아세요? 세헌 끼가 저를 지사로 보내려고 한다는 걸요. 그러면 저는 세헌 씨를 못 만날 텐데 어떻게 감정을 키울 수 있겠어요?”강의건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이것이야말로 강세헌의 작풍에 걸맞았다.강의건은 또 송연아가 떠올랐다. 그녀도 자신이 강세헌한테 붙여준 것이었다.하지만 송연아는 자기 앞에서 울며 하소연해 본 적이 없었다.무슨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차분히 모두 강의건에게 말했었다.지난번에 집에서 강세헌이 그녀를 다치게 해도 그녀는 울지 않았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른다.이렇게 비교를 해보니, 강의건은 이지안과 송연아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비록 예쁘고 배려를 잘하면 되고 강세헌이 충분히 똑똑하기에 아내는 출중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울기만 해서도 안 되었다.지금 그는 스스로 난처해지기 시작했다.애초부터 강의건이 먼저 제안했기에 이제 옛 친구에게도 미안해지고 이지안에게도 미안해졌다.그녀가 만약 원한을 품고 자신을 미워한다면!지금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전 집사는
지금 그는 강세헌을 통제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할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저를 신경 안 쓰시겠다는 거예요?” 이지안은 좋지 않은 낌새를 눈치챘다.“내가 나이가 들면 도울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어. 세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너 자신에게 달려 있어. 만약 네가 세헌이와 평생을 살고 그가 너를 좋아하게 하고 싶다면, 꾸준히 너의 능력을 발휘해서 그의 마음에 들도록 해야 해. 알겠니?” 강의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좀 말해봐. 무슨 큰 일도 아닌 걸로 나를 찾아오면, 내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해결해 줄 수 있겠니?”이지안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너무 억울했다.“지사 가는 길에 위험에 처해서 좀 다치면 잠시 안 가도 되잖아? 먼저 시간을 끈 후에 방법을 생각해!” 강의건은 아주 분명하게 말했다. 나머지는 그녀 자신에게 달려 있다. “피곤하다. 이만 돌아가.”이지안은 뒤늦게 말했다. “오늘 제가 할아버지 쉬는 걸 방해했죠? 제가 너무 급해서요. 할아버지 몸조리 잘하시고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강의건은 손을 내저었다. “가봐.”이지안이 안채를 나가자 강의건은 그녀가 듣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해봐. 세헌이가 쟤를 좋아할 것 같니?”그는 어째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되었다.이지안은 너무 미련했다.생각해 보니 송연아한테는 애초에 이런 조건이 없었다.이지안은 당시 송연아의 조건보다 훨씬 낫지만 전혀 이용할 줄 몰랐다.남한테 도움이나 받아야 되고!그는 정말 의심스러웠다.“어르신, 걱정이 너무 많으셔서 그런 거예요. 제가 쉬러 가시도록 도와드릴게요.” 전 집사가 다가가 부축했다.강의건이 말했다. “이제는 늙어서 쓸모가 없네.”“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됩니다. 백 살까지 더 오래 사셔야 합니다.”“백 년 장수도 끝이 있어.” 강의건은 전 집사를 보고 말했다. “고훈을 좀 만나봐야겠어.”“왜 그러시는 겁니까?” 전 집사가 물었다.강의건은 송연아를 무시할 수는
전 집사는 오랫동안 그를 따랐기에 믿기는 하였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의 마음속에는 다소 응어리가 생겼다.이번에도 그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그는 단지 전 집사가 정말로 협박을 당했기를 바랄 뿐이지,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로즈가든!진정제의 약효가 지나자 송연아는 깨어났다.하지만 손발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고 진정제의 부작용까지 겹쳐서 그녀는 몸에 힘이 없었다.상대가 누군지도 모른 채 물었다. “누구세요? 저 배고파요.”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강세헌이 떠날 때 관리인들한테 지시를 내렸다. 송연아가 깨어나면 바로 그에게 전화를 하고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만약 그녀가 소리를 지르면 그대로 소리치게 놔두라고 했다.방 문을 지키던 관리인이 목소리를 듣고 강세헌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세헌은 지금 회의 중이었다.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에는 회사 임원들과 지사 책임자들이 앉아있었다.오늘은 분기 총결산이라서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참석했다.수석에 앉은 강세헌은 잠시 몸을 옆으로 기울이고 한쪽 팔을 책상에 걸치고 손끝에 파이크를 낀 채, 때로는 경쾌하게 규칙적으로 돌리지 않았고 마음에 안 드는 보고를 들으면 책상을 두드렸다.한 지사의 분기별 보고서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그의 얼굴빛은 변함이 없었지만 손에 든 펜은 책상 위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그가 막 입을 열려고 하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계속 배고프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강세헌이 말했다. “신경 쓰지 마.”“네.”그는 전화를 끊고 말을 이었다. “계속 보고하세요.”그는 일부러 그랬다.누가 그녀더러 고훈과 결혼하라고 했는가.그녀를 죽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그녀에게 약간의 교훈을 주지 않으면 그녀는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보아하니 그 여자는 기억력이 안 좋은 것 같다.매번 마다 그의 한계에 도전한다.하지만 그는 매번 그녀의 앞에서는 한계가 없어졌다
그 남자는 늘 고고한 척하는데 시집갈 여자한테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격 떨어지는 일인가.그는 틀림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지금 송연아는 그녀를 잡은 사람이 주혁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그들은 원래 아무런 원한도 없다.하지만 지난번 주혁이 강세헌이 최지현을 해쳤다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강세헌한테 복수할 것이라고 했다.송연아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그녀는 강세헌과 이미 이혼을 했다.강세헌도 새 애인이 따로 있다.만약 주혁이 복수하고 싶다면, 이지안을 잡아야지, 왜 그녀를 잡을까?그녀는 눈알을 돌려 방 전체를 훑어보았다. 이미 이곳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송연아는 자신이 옛날에 온 적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창문은 닫혀 있고, 단지 커튼 사이로 한 자 너비의 틈새만 반짝였다. 밖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방 안은 매우 밝았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목이 너무 말랐고 또한 입 안 전체가 메말랐다.그녀는 눈을 감고 다시 자려고 했다. 잠을 자야만 목마름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다.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는 서서히 잠이 들었다!희미하게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음식의 향기를 맡았고 테이블 위의 정교한 과자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향기가 좋고 모양도 정교하여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식욕이 생길법한 비주얼이었다. 그녀처럼 배고픈 사람이 보면 더욱 식욕이 생길 것 같았다.그녀는 입을 벌렸지만 입 안이 건조하고 끈적끈적했다. 먹는 것보다 물을 더 마시고 싶었다.하지만 배도 고팠다.그녀가 방금 깨어 있을 때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음식들은 분명 그녀가 잠든 후에 누군가가 와서 놓았을 것이다.‘먹으라고 유인하는 건가?’‘설마 안에 독이 들어 있지는 않았겠지?’‘그렇지 않으면 왜 일부러 굶기고 또 먹을 것을 넣어주는 거야?’그녀는 간신히 몸을 돌려 음식을 보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그렇게 먹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
아침, 송연아는 지척에 있는 얼굴을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강세헌?!”그녀는 엄청 놀란 말투였지만 힘이 없어서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강세헌이 놀라 깨지는 않았다.그는 아침이 가까워서야 잠이 들었기에 지금 막 깊이 자고 있었다.송연아는 자신의 몸에 있는 밧줄이 풀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속옷만 입고 있었다...송연아는 깜짝 놀랐다.“???”그가 벗긴 거야?송연아는 속으로 욕을 한마디 했다. “개자식!”언제나 그녀한테서 이득을 취할 줄밖에 모른다.‘그리고 왜 나를 납치한 거야?!’‘배가 불러서 할 일이 없나 보지?!’‘아니면 만만하게 보는 건가?’그녀는 정말로 손을 뻗어 그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힘이 없기 때문에 이때 손을 쓰는 것은 결코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그가 경계하지 않은 틈을 타서, 그녀는 반드시 자신에게 유리한 일을 해야 했다.이불을 살짝 들추고 일어나 강세헌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인 채 맨발로 바닥을 밟고 둘러보았지만 몸을 가릴 만한 것이 없어 강세헌의 옷만 주워 입었다.테이블 위의 물과 과자를 보고 그녀는 달려갔다. 그녀는 주전자의 뚜껑을 벗겨 끌어안고는 바로 입으로 향했다. 주전자에 담긴 절반의 물을 다 마시고서야 만족했다. 주전자를 내려놓았을 때 그녀는 몇 초 동안 테이블 위의 과자를 노려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전에 그녀는 누가 자신을 잡았는지 몰랐고 독이 있을까 봐 감히 먹지 못했다.그런데 강세헌인 줄 알고 마음이 놓였다니.그녀는 강세헌의 성질이 나쁘고 그녀에게도 형편없이 대한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절대 그녀를 죽이지는 않는다.그래서 그녀는 안심했다.배가 너무 고파서 먹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더니 배가 아팠다.그녀는 배를 감쌌다.“너무 배부른가 보지?”머리 위에서 자석처럼 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고개를 들자 언제 그녀 앞에 섰는지 모르는 한 남자가 보였다.그가 아니라면 그녀가 이 정도일까?이게 다 그 인간 탓이 아니야!
너무 싫었다!“그렇게 부르지 마, 내 이름 불러.”강세헌이 명령 조로 말했다.“싫어요...”송연아가 이제 막 거절하려고 할 때 강세헌이 그녀에게 키스하며 입을 막아버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그가 더 침범하는 걸 거부했다!강세헌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자 송연아는 두 눈을 부릅뜨고 그를 째려봤다.“내가 키스하는 게 싫어? 그럼 누가 해주길 바라는데?”그가 쓴웃음을 지었다.“고훈?”송연아는 목을 뻣뻣하게 세우며 분명 아니지만 억지 부리며 대꾸했다.“그래요.”강세헌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그는 코웃음 치며 쏘아붙였다.“꿈 깨!”이어서 강세헌은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송연아는 여전히 거부했고 그는 더 세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읍...”그녀는 고통을 호소하며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화가 난 송연아는 일부러 맞춰주는 척했고 이에 깜빡 속은 강세헌은 흠칫 놀라더니 적극적인 그녀의 제스처를 즐기려 했다. 다만 그녀는 일 초 만에 그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세헌이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을 때보다 훨씬 더 세게 물었다.강세헌은 거부하지 않고 미간조차 찌푸리지 않은 채 그녀의 분노를 전부 감수했다.아마도 살이 찢겼는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강세헌이 너무 잘 참으니 그녀는 지루해서 바로 놓아줬다.“왜? 내가 안쓰러워?”그의 물음에 송연아가 비난 조로 쏘아붙였다.“천만에요!”“네가 얌전히 굴면 놓아줄 생각이었는데 눈치가 너무 없네.”강세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곧게 폈다.송연아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계속 날 여기에 가둬두려고요?”“넌 말을 너무 안 들어.”그가 간단하게 설명했다.송연아는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렇게 갇혀있을 수 없어. 게다가 대체 날 얼마나 더 가둬놓을 생각이야? 안돼! 이럴 순 없어!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송연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강세헌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확 잡아당겼다. 그녀는 강세헌의 품에 와락 안겨 얇은 천을 사이에
“이지안 씨가 계열사로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맞았어요.”강세헌이 대답했다.“네가 알아서 처리해.”“매우 심하게 다쳐서 대표님을 못 뵈면 치료를 안 받겠대요.”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알았어.”그리고 전화를 꺼버렸다!임지훈은 그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옆에서 이지안이 또다시 미쳐 발광하기 시작했다.그는 한참 생각한 후 강세헌에게 문자로 주소를 보냈다!주소를 보면 올 수도 있으니까!그가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라 도저히 처리할 수가 없었다.임지훈은 인제 강세헌이 이지안을 안 좋아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계열사로 보내지도 않았겠지.그녀를 남겨둔 건 단지 옥패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였다!하여 임지훈은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결국 강세헌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강세헌은 한참 고민하다가 끝내 송연아에게 말했다.“얌전히 있어. 나 금방 나갔다 올게.”송연아는 좀 전에 이지안의 이름을 들었었다.지금 이지안을 보러 나가겠다는 걸까?웬일인지 강세헌이 딴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하니 그녀는 저도 몰래 기분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곧바로 이러면 안 된다고 저 자신을 단속했다.강세헌은 그녀가 신경을 쓸 가치가 없다.송연아는 덤덤한 척하며 비난 조로 쏘아붙였다.“이렇게 묶어놨는데 뭘 더 할 수 있겠어요?”그녀가 버럭 화를 냈지만 강세헌은 그저 자신이 감금한 것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여겼다.“알면 됐어. 내가 풀어준대도 넌 도망 못 가. 밖에 지키는 사람들이 있으니 도망칠 생각은 꿈도 꾸지 마!”강세헌은 그녀를 힐긋 노려보고는 옷을 입고 문밖을 나섰다.송연아는 방금 그의 입술을 너무 가볍게 깨문 게 후회됐다.설마 또 하루를 갇혀있어야 하는 걸까?게다가 계속 더 굶기려고?종일 음식을 안 줄 예정일까?방금 음식을 먹어서 배고프지 않지만 허기진 느낌이 어떤 건지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다.방금 물을 많이 마셔서 화장실이 급하면 어떡하지?설마 참아야 하는 걸까?‘맙소사, 누가 나 좀 구해줘 봐요!! 이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