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집사는 오랫동안 그를 따랐기에 믿기는 하였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의 마음속에는 다소 응어리가 생겼다.이번에도 그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그는 단지 전 집사가 정말로 협박을 당했기를 바랄 뿐이지,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로즈가든!진정제의 약효가 지나자 송연아는 깨어났다.하지만 손발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고 진정제의 부작용까지 겹쳐서 그녀는 몸에 힘이 없었다.상대가 누군지도 모른 채 물었다. “누구세요? 저 배고파요.”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강세헌이 떠날 때 관리인들한테 지시를 내렸다. 송연아가 깨어나면 바로 그에게 전화를 하고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만약 그녀가 소리를 지르면 그대로 소리치게 놔두라고 했다.방 문을 지키던 관리인이 목소리를 듣고 강세헌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세헌은 지금 회의 중이었다.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에는 회사 임원들과 지사 책임자들이 앉아있었다.오늘은 분기 총결산이라서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참석했다.수석에 앉은 강세헌은 잠시 몸을 옆으로 기울이고 한쪽 팔을 책상에 걸치고 손끝에 파이크를 낀 채, 때로는 경쾌하게 규칙적으로 돌리지 않았고 마음에 안 드는 보고를 들으면 책상을 두드렸다.한 지사의 분기별 보고서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그의 얼굴빛은 변함이 없었지만 손에 든 펜은 책상 위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그가 막 입을 열려고 하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계속 배고프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강세헌이 말했다. “신경 쓰지 마.”“네.”그는 전화를 끊고 말을 이었다. “계속 보고하세요.”그는 일부러 그랬다.누가 그녀더러 고훈과 결혼하라고 했는가.그녀를 죽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그녀에게 약간의 교훈을 주지 않으면 그녀는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보아하니 그 여자는 기억력이 안 좋은 것 같다.매번 마다 그의 한계에 도전한다.하지만 그는 매번 그녀의 앞에서는 한계가 없어졌다
그 남자는 늘 고고한 척하는데 시집갈 여자한테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격 떨어지는 일인가.그는 틀림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지금 송연아는 그녀를 잡은 사람이 주혁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그들은 원래 아무런 원한도 없다.하지만 지난번 주혁이 강세헌이 최지현을 해쳤다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강세헌한테 복수할 것이라고 했다.송연아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그녀는 강세헌과 이미 이혼을 했다.강세헌도 새 애인이 따로 있다.만약 주혁이 복수하고 싶다면, 이지안을 잡아야지, 왜 그녀를 잡을까?그녀는 눈알을 돌려 방 전체를 훑어보았다. 이미 이곳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송연아는 자신이 옛날에 온 적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창문은 닫혀 있고, 단지 커튼 사이로 한 자 너비의 틈새만 반짝였다. 밖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방 안은 매우 밝았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목이 너무 말랐고 또한 입 안 전체가 메말랐다.그녀는 눈을 감고 다시 자려고 했다. 잠을 자야만 목마름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다.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는 서서히 잠이 들었다!희미하게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음식의 향기를 맡았고 테이블 위의 정교한 과자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향기가 좋고 모양도 정교하여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식욕이 생길법한 비주얼이었다. 그녀처럼 배고픈 사람이 보면 더욱 식욕이 생길 것 같았다.그녀는 입을 벌렸지만 입 안이 건조하고 끈적끈적했다. 먹는 것보다 물을 더 마시고 싶었다.하지만 배도 고팠다.그녀가 방금 깨어 있을 때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음식들은 분명 그녀가 잠든 후에 누군가가 와서 놓았을 것이다.‘먹으라고 유인하는 건가?’‘설마 안에 독이 들어 있지는 않았겠지?’‘그렇지 않으면 왜 일부러 굶기고 또 먹을 것을 넣어주는 거야?’그녀는 간신히 몸을 돌려 음식을 보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그렇게 먹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
아침, 송연아는 지척에 있는 얼굴을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강세헌?!”그녀는 엄청 놀란 말투였지만 힘이 없어서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강세헌이 놀라 깨지는 않았다.그는 아침이 가까워서야 잠이 들었기에 지금 막 깊이 자고 있었다.송연아는 자신의 몸에 있는 밧줄이 풀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속옷만 입고 있었다...송연아는 깜짝 놀랐다.“???”그가 벗긴 거야?송연아는 속으로 욕을 한마디 했다. “개자식!”언제나 그녀한테서 이득을 취할 줄밖에 모른다.‘그리고 왜 나를 납치한 거야?!’‘배가 불러서 할 일이 없나 보지?!’‘아니면 만만하게 보는 건가?’그녀는 정말로 손을 뻗어 그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힘이 없기 때문에 이때 손을 쓰는 것은 결코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그가 경계하지 않은 틈을 타서, 그녀는 반드시 자신에게 유리한 일을 해야 했다.이불을 살짝 들추고 일어나 강세헌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인 채 맨발로 바닥을 밟고 둘러보았지만 몸을 가릴 만한 것이 없어 강세헌의 옷만 주워 입었다.테이블 위의 물과 과자를 보고 그녀는 달려갔다. 그녀는 주전자의 뚜껑을 벗겨 끌어안고는 바로 입으로 향했다. 주전자에 담긴 절반의 물을 다 마시고서야 만족했다. 주전자를 내려놓았을 때 그녀는 몇 초 동안 테이블 위의 과자를 노려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전에 그녀는 누가 자신을 잡았는지 몰랐고 독이 있을까 봐 감히 먹지 못했다.그런데 강세헌인 줄 알고 마음이 놓였다니.그녀는 강세헌의 성질이 나쁘고 그녀에게도 형편없이 대한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절대 그녀를 죽이지는 않는다.그래서 그녀는 안심했다.배가 너무 고파서 먹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더니 배가 아팠다.그녀는 배를 감쌌다.“너무 배부른가 보지?”머리 위에서 자석처럼 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고개를 들자 언제 그녀 앞에 섰는지 모르는 한 남자가 보였다.그가 아니라면 그녀가 이 정도일까?이게 다 그 인간 탓이 아니야!
너무 싫었다!“그렇게 부르지 마, 내 이름 불러.”강세헌이 명령 조로 말했다.“싫어요...”송연아가 이제 막 거절하려고 할 때 강세헌이 그녀에게 키스하며 입을 막아버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그가 더 침범하는 걸 거부했다!강세헌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자 송연아는 두 눈을 부릅뜨고 그를 째려봤다.“내가 키스하는 게 싫어? 그럼 누가 해주길 바라는데?”그가 쓴웃음을 지었다.“고훈?”송연아는 목을 뻣뻣하게 세우며 분명 아니지만 억지 부리며 대꾸했다.“그래요.”강세헌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그는 코웃음 치며 쏘아붙였다.“꿈 깨!”이어서 강세헌은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송연아는 여전히 거부했고 그는 더 세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읍...”그녀는 고통을 호소하며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화가 난 송연아는 일부러 맞춰주는 척했고 이에 깜빡 속은 강세헌은 흠칫 놀라더니 적극적인 그녀의 제스처를 즐기려 했다. 다만 그녀는 일 초 만에 그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세헌이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을 때보다 훨씬 더 세게 물었다.강세헌은 거부하지 않고 미간조차 찌푸리지 않은 채 그녀의 분노를 전부 감수했다.아마도 살이 찢겼는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강세헌이 너무 잘 참으니 그녀는 지루해서 바로 놓아줬다.“왜? 내가 안쓰러워?”그의 물음에 송연아가 비난 조로 쏘아붙였다.“천만에요!”“네가 얌전히 굴면 놓아줄 생각이었는데 눈치가 너무 없네.”강세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곧게 폈다.송연아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계속 날 여기에 가둬두려고요?”“넌 말을 너무 안 들어.”그가 간단하게 설명했다.송연아는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렇게 갇혀있을 수 없어. 게다가 대체 날 얼마나 더 가둬놓을 생각이야? 안돼! 이럴 순 없어!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송연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강세헌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확 잡아당겼다. 그녀는 강세헌의 품에 와락 안겨 얇은 천을 사이에
“이지안 씨가 계열사로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맞았어요.”강세헌이 대답했다.“네가 알아서 처리해.”“매우 심하게 다쳐서 대표님을 못 뵈면 치료를 안 받겠대요.”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알았어.”그리고 전화를 꺼버렸다!임지훈은 그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옆에서 이지안이 또다시 미쳐 발광하기 시작했다.그는 한참 생각한 후 강세헌에게 문자로 주소를 보냈다!주소를 보면 올 수도 있으니까!그가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라 도저히 처리할 수가 없었다.임지훈은 인제 강세헌이 이지안을 안 좋아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계열사로 보내지도 않았겠지.그녀를 남겨둔 건 단지 옥패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였다!하여 임지훈은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결국 강세헌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강세헌은 한참 고민하다가 끝내 송연아에게 말했다.“얌전히 있어. 나 금방 나갔다 올게.”송연아는 좀 전에 이지안의 이름을 들었었다.지금 이지안을 보러 나가겠다는 걸까?웬일인지 강세헌이 딴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하니 그녀는 저도 몰래 기분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곧바로 이러면 안 된다고 저 자신을 단속했다.강세헌은 그녀가 신경을 쓸 가치가 없다.송연아는 덤덤한 척하며 비난 조로 쏘아붙였다.“이렇게 묶어놨는데 뭘 더 할 수 있겠어요?”그녀가 버럭 화를 냈지만 강세헌은 그저 자신이 감금한 것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여겼다.“알면 됐어. 내가 풀어준대도 넌 도망 못 가. 밖에 지키는 사람들이 있으니 도망칠 생각은 꿈도 꾸지 마!”강세헌은 그녀를 힐긋 노려보고는 옷을 입고 문밖을 나섰다.송연아는 방금 그의 입술을 너무 가볍게 깨문 게 후회됐다.설마 또 하루를 갇혀있어야 하는 걸까?게다가 계속 더 굶기려고?종일 음식을 안 줄 예정일까?방금 음식을 먹어서 배고프지 않지만 허기진 느낌이 어떤 건지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다.방금 물을 많이 마셔서 화장실이 급하면 어떡하지?설마 참아야 하는 걸까?‘맙소사, 누가 나 좀 구해줘 봐요!! 이
강세헌은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며 그녀를 피했다.이지안은 그에게 안기지 못하자 기분이 확 잡쳤다. 그녀는 눈시울이 빨개져서 강세헌에게 쏘아붙였다.“나한테 왜 이래요?”강세헌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내가 적어도 대표님 구해줬잖아요! 아까 하마터면 건달들에게 끔찍한 일을 당할 뻔했어요.”이지안이 서글프게 울었지만 강세헌은 짜증 섞인 얼굴로 미간을 확 구겼다.“난 계열사 안 갈래요. 죽어도 못 가요!”그녀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넌 줄곧 해외에서 자랐으니 그쪽으로 다른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어.”강세헌이 말했다.이지안이 이렇게까지 발악해도 강세헌은 끝까지 받아주지 않았다.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어떻게 이렇게 독할 수 있지? 내 얼굴에 상처 난 거 안 보이냐고? 왜 한사코 날 떠나보내려는 건데?’“왜 난 회사에 남을 수 없어요? 부족한 점 있으면 고칠게요...”“너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준 건 할아버지 때문이고 또한 네가 그 옥패의 주인이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여기 올 것 같아? 일자리를 마련해준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 정 싫다면 거절해도 돼.”이지안은 말문이 막혔다.이건 그녀가 원하는 전개가 아니었다!“싫다는 게 아니라 난 그저...”“원하는 게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게.”강세헌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는 더이상 이지안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루빨리 떠나보내고 싶었다.이지안은 머리를 내저었다. 그녀의 집안이 강씨 일가보다 못하고 부모도 일찍 여의었다지만 나름대로 넉넉한 집안 조건이라 돈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그녀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강세헌 바로 이 남자였다!“돈은 필요 없어요.”그녀는 전 집사의 말을 떠올렸다. 쉽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던 그 말, 중요한 순간에 눈물을 무기로 쓰라던 그 말.지금 그녀의 처지야말로 충분히 비참할 따름이다!왜 강세헌은 가녀린 그녀를 안쓰러워하지 않는 걸까?!지금 안 울면 언제 울란 말인가?아직도 눈물을 참아야 하는 걸까?이지안은 또다시 서운함이 밀려왔다.여자
“저건 주혁이잖아요!”임지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최지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최지현 없으면 못 살 것처럼 굴더니 이렇게 빨리 딴 여자랑 결혼하는 거예요?”강세헌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너보고 감시하라고 했는데 결혼하는 것조차 모르네?”그는 주혁이 최지현 일로 아무 때나 복수하러 올까 봐 임지훈에게 항상 그의 동향을 살피라고 했었다.임지훈이 바로 해명했다.“사람 시켜서 감시하고 있는데 줄곧 얌전하게 지냈어요. 이 여자조차 누군지 몰랐다니까요. 대표님, 이 여자 최지현 닮지 않았어요?”임지훈이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그는 강세헌이 책임을 추궁할까 봐 두려웠다. 어쨌거나 맡겨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으니까.“대역을 찾은 건 아닐까요?”강세헌은 주혁이 어떤 여자를 찾았는지 전혀 관심 없었다. 그저 이렇게 빨리 딴 여자랑 결혼한 사실에 놀랐을 뿐이다.전에는 최지현을 위해서 감히 그에게 맞섰고, 최지현을 향한 진심이 조금은 느껴질 정도였다.“앞으론 감시할 필요 없어.”강세헌이 담담하게 말했다.“출발해.”주혁이 결혼했다는 건 그가 이미 최지현을 내려놨다는 뜻이다.이렇게 되면 주혁은 더는 뒤에서 꼼수를 부리지 않을 것이고 강세헌도 굳이 더 근심할 필요가 없다.“네.”임지훈이 대답하며 차 시동을 걸었다.한편 그들의 차가 호텔 입구를 지날 때 주혁의 팔짱을 낀 신부가 그들의 차를 한참 동안 쳐다보며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고 증오에 찬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뭐 보는 거야?”주혁이 물었다.“강세헌 차를 봤어.”신부가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대답했다.주혁은 그녀의 손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결혼식 날이야. 강세헌 때문에 기분 잡칠 필요 없어.”신부도 알겠다며 머리를 끄덕였다.“그래.”...강씨네 본가.전 집사가 부랴부랴 방에 들어가 회장님께 보고했다.“분부하신 일을 다 처리했습니다.”강 회장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전 집사에게 일을 분부할 때 사람을 시켜서 감시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고훈과 아무런
고훈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송연아한테서 소식이 온 줄 알고 곧장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너희 엄마가 우리 손에 있어. 엄마를 살리고 싶으면 회장님 뵈러 와.”“전 집사?”고훈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눈을 가늘게 떴다.“회장님이 우리 엄마를 잡아갔어요?”“그래.”전 집사가 대답했다.고훈은 이를 악물었다.“거기 지금 어디예요?”“부용원이야.”“바로 갈게요.”고훈이 험상궂은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그는 가끔 믿음직스럽지 못할 때가 있지만 부모를 향한 효심만큼은 지극하다. 특히 엄마에게 유독 지극정성이다.게다가 그는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니까!“차 대기시켜. 지금 바로 출발해야겠어.”고훈이 서두르자 수행비서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아까는 헬기라더니 이번엔 차를 대기시키라고? 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대표님...”“차 대기시켜!”고훈이 외쳤다.수행비서는 곧바로 알아들었다.“네, 지금 바로 대기하겠습니다.”고훈은 짜증이 밀려와 목을 움켜잡았다. 송연아도 못 찾은 마당에 엄마까지 잡혀들어가다니, 화가 안 날 수 없었다. 생각만 해도 분노가 차올랐다!고작 며칠 사이에 그는 몸이 홀쭉해지고 밤을 새우다 보니 다크서클이 심했다!차로 이동하면서도 그는 몹시 화가 나 최 비서에게 빨리 몰라고 끊임없이 다그쳤다.부용원에 도착했지만 강 회장이 오지 않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원래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닌데 초조함이 밀려오니 낯빛이 저절로 어두워졌다. 고훈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시계만 끊임없이 들여다봤다.그가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려 할 때 강 회장이 천천히 걸어왔다.회장님은 지팡이를 짚고 전 집사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다가왔다.고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짜고짜 질문했다.“우리 엄마를 왜 잡아가요?”“네가 먼저 날 건드렸잖아!”강 회장이 쏘아붙였다.고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강 회장은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연아 아들 내놔. 그럼 네 엄마도 풀어줄게.”강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