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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작가: 김세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막상 그를 마주하려고 하니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고 어젯밤 난폭했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용기를 내어 방 안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은화가 활짝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퇴근하셨네요?”

송연아는 인사하며 안을 훑어봤고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으나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대표님 안에 계세요.”

송연아는 신발을 갈아신고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와 인사를 건넸다.

“강 대표님.”

강세헌은 보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았고 비아냥대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결혼하기 싫다며 티 낼 때는 언제고 갑자기 태도가 변하니 밀당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송연아는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며 간곡하게 부탁했다.

“일부러 건드린 게 아니라 정말 실수였어요. 죄송해요.”

“설마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게 용서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강세헌은 나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앉아 다리를 꼬며 말했다.

언제부터인지 굽신거리는 송연아의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고 눈치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다.

이 사실을 송연아가 알게 된다면 그를 변태라고 생각할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존을 위해 고개를 숙이고 굽신거려야 하는 불쌍한 신세였다.

송연아는 넋을 잃은 채로 그를 바라보다 일자리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그의 비위를 맞췄다.

그녀는 물 한 잔을 따라 들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강세헌을 보며 말했다.

“강 대표님, 넓은 아량으로 저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억지웃음을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본 강세헌은 비웃으며 말했다.

“웃는 게 참 못생겼네요.”

긴장을 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웃고 싶었으나 강세헌 앞에서는 도저히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고 강세헌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말 너무 죄송해요.”

“사과하려면 성의를 보여야죠. 예를 들면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던가?”

무표정으로 내뱉은 말들은 야박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송연아는 침입자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니 당장이라도 눈앞에서 사라지는 게 맞았다.

그러나 그녀도 침입자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강세헌은 줄곧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는데, 싫은 건 송연아도 매한가지였다.

다들 강세헌의 편만 들었고 그 누구도 송연아의 마음을 헤어려 주지 않았다.

깨끗하고 맑은 그녀의 두 눈은 밝게 빛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강세헌은 순간 가슴이 뭔가에 저격당한 듯 숨이 막혔다.

익숙하면서 낯선 느낌이 그를 덮쳤고 그는 태연한 척하며 눈길을 돌렸다.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려고 불쌍한 척하는 거예요?”

그는 한층 누그러진 말투로 물었고 송연아는 애써 평정심을 찾으며 입을 열었다.

“이혼 안하려고 일부러 버티고 있는게 아니에요. 당신과 헤어지지 않겠다는 보증서에 서명해서 이혼을 못 하는 거란 말이에요!”

동정심을 얻기 위해 자신의 사정을 말하고 다니던 사람이 아니었으나 그녀에게 이제 자존심 따위는 필요 없었다.

“엄마가 많이 아파요. 할아버지 덕분에 치료받을 수 있게 됐고 도움 주신 할아버지의 조건에 응할 수밖에 없었어요. 세헌 씨만 이 결혼 싫어하는 줄 알아요?”

순간 강세헌의 눈빛에서 싸늘함이 느껴졌다.

“그럼 당신도 이 결혼 싫어한단 말이에요?”

“당연하죠! 엄마만 아니었으면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

송연아는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자신의 감정을 추슬렀고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는 그녀의 말이 강세헌의 심기를 건드렸다.

“저랑 결혼한게 억울해요?”

말을 이어가던 강세헌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네.”

송연아는 곧바로 질문에 답했고 그녀의 답에 강세헌은 분노했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억울하다는 거지? 깨끗하지도 못한 주제에 뻔뻔하기까지 하네!’

싸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고 송연아는 그가 왜 화가 났는지 몰랐다.

“결혼 생활이 괴로워요?”

“네.”

송연아는 솔직하게 말했고 강세헌과 함께 있는 매 순간이 그녀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힘든 생활 어디 한번 잘 버텨봐요!”

강세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송연아의 말에 기분이 상한 그는 이혼할 생각이 사라졌고 그녀를 옆에 두면서 괴롭히고 싶었다.

“대표님...”

“다시 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요.”

단호하게 말하는 강세헌의 모습에 그녀는 마음이 급해서 옷깃을 덥석 잡았다.

“전 이 일을 정말 사랑하고 너무 간절해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강세헌은 귀찮다는 듯 그녀를 밀쳤다. 힘들고 피곤했던 그녀는 힘없이 소파에 쓰러졌고 옷자락이 흐트러지자 하얗고 가느다란 허리가 반쯤 드러났다.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함은 보호 본능을 일으켰고 강세헌은 눈빛이 음침해지더니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저 유혹하는 거예요?”

온몸에 힘이 빠진 탓에 다쳤던 상처는 더 아파졌다.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옷이 말린 걸 알아챘고 당황하며 옷차림을 정리했다.

“발가벗은 채로 앞에 선다고 해도 전 전혀 관심이 없어요.”

생각 없이 싸늘하게 내뱉은 말은 비수처럼 꽂혔다.

송연아는 자신이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세헌은 발걸음을 옮겨 계단을 올랐고 힘 빠진 송연아는 꼼짝달싹 못 한채 소파에 누워있었다.

강세헌이 자리를 뜨자 오은화가 조심스럽게 옆으로 다가왔다.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송연아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아직 저녁 식사 못 했죠? 뭐라도 좀 챙겨드릴까요?”

입맛이 없었던 그녀는 지금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졸려요.”

강세헌이 어느 방으로 들어갔는지 몰라 위층에 올라갈 수 없었던 송연아는 어쩔 수 없이 소파에 누워있었다.

“담요 하나만 가져다주실래요?”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에 오은화는 담요를 가져와 덮어주었다.

“그럼 주무세요. 음식은 데워놓을 테니까 일어나면 드세요.”

송연아는 감겨오는 눈꺼풀 사이로 아주머니를 바라봤다. 아주머니는 이 싸늘한 별장에서 유일하게 그녀에게 따스함을 가져다주는 존재였다.

“고마워요.”

송연아는 쉰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고 아주머니는 웃으며 답했다.

“별말씀을요.”

두 눈은 서서히 감겨왔고 잠이든 그녀의 모습에 아주머니를 불을 끄고 자리를 피했다.

깊은 잠에 빠진 그녀는 일한 시가 넘도록 일어날 기미가 없었고 아주머니도 이제 자러 갔다.

새벽에 목이 말랐던 강세헌은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소파에서 잠이든 송연아를 발견했다.

몸에 걸친 얇은 담요는 어느새 반쯤 떨어졌고 강세헌은 다가가 그 모습을 보고서도 덮어줄 생각이 없었다.

발길을 돌리려 할 때, 마침 송연아가 그의 가운을 덥석 잡았다.

너무 힘을 준 나머지 끈이 풀렸고 그 사이로 단단한 몸매가 드러났다.

강세헌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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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송이
송연아 화이팅!! 잘 버텨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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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e4466
송연아 매력있어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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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용서해 주세요. 불쌍한 송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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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세헌은 짜증이 났다. 그날 밤의 그 느낌은 너무 선명한데 최지현은 남자친구가 있었고 또 그 남자친구와 친밀한 모습을 봤을 때 절대로 섹스를 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그 여자는 절대로 최지현 같지 않았다.“그날 감시 카메라가 망가져서 확실한 증거가 없어요. 확실히 뭔가 잘못되었을 수 있어요. 다시 가서 확인해 볼게요. 혹시 그때 뭔가 남겨주신 거라도 있으시면 좋은데...”“잠깐만... 그만해, 됐어.”진정하고 생각해 보니 그 상황에서 섹스를 할 수 있는 여자가 정말로 진중한 여자일까?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내어주는 여자에게 얼마나 순수하길 바라는 걸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거였다.생각하다 보니 이제 어떤 여자였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졌다.그를 지켜보던 임지훈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최지현 씨가 대표님 심기를 건드렸습니까?”강세헌이 눈을 번쩍 뜨자 그의 눈동자는 회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칙칙했고 냉기가 가득했다.임지훈은 곧바로 말을 바꿨다.“아닙니다. 가보겠습니다.”말하기 바쁘게 임지훈은 암흑에 휩싸인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책상 앞에 앉은 강세헌은 조용한 분위기에 기분이 가라앉았다.임지훈한테 그만 조사하라고 한 것은 이제 그날 밤에 대한 일은 더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사고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더 이상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리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들어와.”비서가 들어와서 보고했다.“최지현 씨한테 금액 전달했고 이제 떠났어요. 그리고 방금 서강 제약 왕 대표님 전화 오셨어요. 대표님께서 블루브릿지에 언제 도착하실 수 있는지 물었어요.”강세헌은 그제야 자신이 약속이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 서강 제약은 투자자를 찾고 있었다. 서강에서 항암 약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강세헌이 약속에 동의한 것은 그 사업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모두 항암 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성공만

  • 미친 그날 밤   제23화

    그녀가 지난 몇 년 동안 일한 수입은 모두 어머니의 병원비에 들어갔고 의사를 할 수 없다면 당분간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군의관이 되려는 꿈은 잠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의사가 될 거라고 결심했다.병원을 나와서 바로 택시 타고 별장으로 갔다.“사모님 몸이 불편하세요? 안색이 안 좋으세요.”송연아가 들어오자마자 오은화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송연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아니요.”“오늘 근무 안 하세요?”오은화가 또 물었다.전에는 항상 바빴고 가끔 야간 근무를 해야 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렇다 원래는 지금 일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녀는 씁쓸함을 억누르고 웃으며 말했다.“저 오늘 쉬어요.”오은화는 이 별장에서 송연아에게 유일하게 따뜻함을 주며 잘해주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요즘은 쉬어요. 병원장님이 휴가를 주셨어요.”“쉬신다고요? 쉬는 것도 좋은데 사모님 너무 말랐어요. 이번 기회에 잘 보양하세요.”오은화가 웃으며 말했다.송연아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올라가서 한잠 잘게요.”“그러세요.”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가 소파에 몸을 파묻고 노트북을 끌어안고 이력서를 수정했다. 의학을 공부했기에 그는 다른 경력이 전혀 없어서 이직을 한다고 해도 다른 직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의학 공부 외에 다른 재능이 많았던 그녀는 여러 분야에 많이 이력서를 제출했다.의학 외 다른 재능은 모두 송태범 덕분이었다. 송태범이 그녀가 의학을 배우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고 포기시키려고 심지어 학비도 주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송연아는 학비를 모으기 위하여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많은 걸 배우게 되였다.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작은 병원을 차리고 싶었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임대료, 장비 등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의 생활도 보장해야 했고 또한 어머니의 병이 호전되면 이곳을 떠나기

최신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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