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지난 몇 년 동안 일한 수입은 모두 어머니의 병원비에 들어갔고 의사를 할 수 없다면 당분간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군의관이 되려는 꿈은 잠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의사가 될 거라고 결심했다.병원을 나와서 바로 택시 타고 별장으로 갔다.“사모님 몸이 불편하세요? 안색이 안 좋으세요.”송연아가 들어오자마자 오은화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송연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아니요.”“오늘 근무 안 하세요?”오은화가 또 물었다.전에는 항상 바빴고 가끔 야간 근무를 해야 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렇다 원래는 지금 일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녀는 씁쓸함을 억누르고 웃으며 말했다.“저 오늘 쉬어요.”오은화는 이 별장에서 송연아에게 유일하게 따뜻함을 주며 잘해주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요즘은 쉬어요. 병원장님이 휴가를 주셨어요.”“쉬신다고요? 쉬는 것도 좋은데 사모님 너무 말랐어요. 이번 기회에 잘 보양하세요.”오은화가 웃으며 말했다.송연아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올라가서 한잠 잘게요.”“그러세요.”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가 소파에 몸을 파묻고 노트북을 끌어안고 이력서를 수정했다. 의학을 공부했기에 그는 다른 경력이 전혀 없어서 이직을 한다고 해도 다른 직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의학 공부 외에 다른 재능이 많았던 그녀는 여러 분야에 많이 이력서를 제출했다.의학 외 다른 재능은 모두 송태범 덕분이었다. 송태범이 그녀가 의학을 배우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고 포기시키려고 심지어 학비도 주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송연아는 학비를 모으기 위하여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많은 걸 배우게 되였다.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작은 병원을 차리고 싶었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임대료, 장비 등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의 생활도 보장해야 했고 또한 어머니의 병이 호전되면 이곳을 떠나기
갑작스러운 질문에 송연아는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 남자는 분명 그녀에게 또 굴욕적인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빨리 먹으려고 애썼다.강세헌은 그녀의 침묵에 계속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왜 그렇게 급해요? 누가 뺏는 것도 아닌데.”얼굴에는 온통 왜 그러지 하는 의문이었다.그녀가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폭풍 흡입하는 모습을 본 강세헌은 무례하다는 생각은커녕 오히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숭 떠는 여자들보다는 훨씬 진실하고 좋았다.송연아는 마지막 한 입까지 다 먹고 물 두 모금을 마신 뒤 말했다.“빨리 먹든 천천히 먹든 다 내 맘인데 상관없잖아요.”어차피 이제 직장까지 강세헌으로 인해 망쳐버렸는데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강세헌은 천천히 머리를 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살고 싶지 않은가 봐요?”‘이 여자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말이 거치네.’송연아도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래요. 살고 싶지 않아요. 그냥 죽여요. 그런 추잡한 수단으로 사람 괴롭히지 말고요.”강세헌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했다.“어디 아파요?”송연아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고훈을 생각하면 진정할 수가 없었다.“강세헌씨 그렇게 사람을 너무 괴롭히지 마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다시 그러면 내가 당신 와이프이고 또 바람피워 당신을 배신했다고 말할 거예요!”강세헌은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치열한 눈빛으로 물었다.“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요?”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하지만 당신이 무섭지 않아요. 당신이 매번 다른 사람을 시켜 나를 강간시키려고 할 때 알았어요. 아무리 잘 보이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당신은 짐승보다 못한 악마니까.”분노한 강세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가더니 눈앞의 여자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분노하며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송연아는 목이 졸려 숨을 쉬지 못했지만 힘겹게
“왜 모르는 척 해요? 왜 해놓고 인정하지 않아요? 그 남자가 실패해서 실망했겠네요.”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강세헌은 송연아를 뿌리치며 말했다.“그런 적 없어!”넘어지려고 하는 그녀를 오은화가 부축했다.“당신은 내 와이프야. 당신이 내 와이프인 한 다른 남자가 당신을 더럽히게 두지 않아. 나를 배신하게 두지 않을 거라고! 대체 누구야?”송연아는 강세헌을 바라봤다. 강세헌의 성격에 자신이 한 일을 부인할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말해, 누구야?”강세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그도 송연아가 당할 뻔했다는 말에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몰랐다.“저번에 그 남자.”송연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세헌은 누군지 알아차렸다.블루브릿지에서 나올 때 고훈을 만났었다. 그는 순식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강세헌의 얼굴은 지금 폭풍이 오기 전 하늘의 암흑과 흡사했다.강세헌은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송연아가 당할 뻔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진정이 되지 않았다. 비록 송연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와이프이기에 절대로 다른 사람이 모욕하고 괴롭히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괴롭히더라도 그건 자신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차에 올라 시동을 걸며 임지훈한테 전화를 했다.“고훈을 데려와.”“네.”30분 뒤 임지훈은 고훈을 회사로 데려왔다.고훈이 귀찮은 듯 물었다.“이 밤에 왜 여기로 부른 건데?”임지훈도 왜인지 모르기에 침묵했다.“말 안 하면 갈 거야.”“대표님께서 만나고 싶어 하세요.”“나를 왜?”이때 강세헌이 도착하여 차에서 내렸다.강세헌의 표정에서 강렬한 기압을 느낀 임지훈은 뒤로 물러섰다.그때 고훈도 뒤로 움직이려는데 강세헌이 물었다.“너 오늘 블루브릿지에서 뭐 했어?”고훈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안 했어.”“다시 생각해 봐.”지금까지 강세헌은 표면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고훈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고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송연아한테 관심 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굳이 송연아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혹시 가질 수 없는데 대한 미련인가?어쨌든 그는 자신에게 몇 번이나 상처를 준 여자에 대해 다소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강세헌은 고훈이 송연아에게 아무 짓도 못했다는 것을 알고는 분노가 조금 가라앉았지만 고훈이 송연아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 바로 분노가 방금 전보다 더 치밀었다.“어떤 부분이 좋아?”강세헌은 그 여자의 어떤 점이 좋은지 너무 궁금했다.“모르겠어, 그냥 갖고 싶어.”고훈은 숨김없이 말했다.강세헌은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것 같은 느낌에 불쾌했다.“그 여자를 멀리해!”경고의 어조였다. 고훈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강 대표 너도 그 여자한테 관심 있어?”뒤쪽에 서 있던 임지훈도 강세헌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강세헌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왜 그런 여자한테 관심을 가지겠어?”“그러니까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잖아. 강 대표는 안 좋아하지만 나는 좋아. 그 여자 결혼만 안 했다면 나 기회가 있는 거잖아.”강세헌은 눈을 질끈 감고 차갑게 한마디 했다.“이미 결혼했으니까 생각도 하지 마.”그러고는 바로 차를 향해 걸어갔다.뒤에서 고훈은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못 했다.‘결혼했다고? 괜찮아 누가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니까, 나만 좋아하면 되는 거야.’임지훈은 강세헌이 송연아 일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대표님.”임지훈은 차 문을 열어주며 강세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강세헌도 본인이 송연아 일에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느꼈는지 바로 핑계를 찾았다.그렇다, 그녀는 강세헌의 와이프다. 때문에 다른 사람이 눈독 드리는 건 안 된다. 이건 남자의 자존심이다.그는 아직 제 자리에 서 있는 고훈을 돌아보며 말했다.“조심해, 오늘 같은 일 또 생기면 나 가만있지 않을 거야.”고훈은 지금 상황이 어리둥절했다.‘송연아는 강세헌이 나
송연아의 S라인 몸매를 바라보는 강세헌의 눈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고 동공은 가볍게 떨렸으며 목소리도 변해 가는데 최대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그걸로 날 유혹할 수 있을 것 같아요?”사실 그는 이미 유혹 당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용납되지 않았다.“나, 나, 나 아니야.”송연아는 황급히 다시 타월을 걷어 올려서 몸을 가렸다.“내 앞에서 다시는 그 더러운 몸을 보여주지 말아요.”그렇게 한마디 한 뒤 문을 쾅 닫고 나가서는 송연아와 다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옆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영화처럼 송연아의 매혹적인 몸매로 가득 찼고 아까 그 장면들이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다. 자신의 머리인데 통제할 수 없었다.그가 옷깃을 아무리 세게 잡아당겨도 목을 조이듯이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짜증과 흥분으로 그는 너무 화가 났다.“망할 여자야!”‘남자를 유혹하는데 뭐가 있다니까.’강세헌을 제일 화나게 하는 것은 그가 그녀의 유혹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찬물로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넥타이와 셔츠 단추를 풀면서 욕실로 들어갔다.강세헌이 송연아 때문에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건 처음이다!그리고 송연아는 이 일 때문에 밤새 잠을 거의 못 잤다.비록 방탕한 생활을 했었지만 결코 경솔한 사람이 아니었던 송연아는 자신의 몸을 들킨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화가 났다. 하지만 상대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라 화가 났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아침이 되자 눈 밑에 엄청난 다크서클과 함께 긴팔과 긴 바지를 입고 내려갔다.오은화는 아침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그 사람은요?”“대표님은 일찍 나가셨어요.”오은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빨리 와서 아침 식사하세요.”송연아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밥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아침 식사 후 그녀는 바로 외출을 했다.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강세헌도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아서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했다.드디어 온라인으로 신청했던 댄스 강사 자리가 답장이 왔다. 라틴댄스 10
송연아가 대답했다.“아니요.”‘강세헌과는 호칭만 부부니까, 남자 친구가 없는 건 확실하잖아?’그러자 이 원장은 환하게 웃으시며 친근하게 다가와 송연아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부탁드릴 일이 있는데요.”이 원장은 너무 좋은 분이셨다. 출근한지는 며칠 안 되지만 너무나 잘 챙겨주셨다.하지만 너무 친밀하게 다가오니 조금은 불편한 감이 들었다. 송연아는 티가 안 나게 팔을 빼며 물었다.“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꼭 도와드릴게요.”이 원장은 망설이더니 말을 꺼냈다.“저의 남편은 서강 제약의 대표에요. 서강 제약 연구팀에서 현재 대량의 투자를 하여 항암 약을 연구개발하고 있는데 지금 약간의 진전이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여 투자를 찾고 있어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투자는 쉬운 부분이 아니에요. 다행히 지난번에 약속을 잡았었는데 그분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요. 남편이 생각하기에는 그쪽에서 투자의향을 접으려고 할 수도 있다고 해요. 그쪽 대표가 싱글인데 조건이 아주 좋대요.”송연아가 이해가 안 되어 물었다.“원장님 제가 이해가 안 되어 그러는데, 무슨 얘기인 거죠?”‘나는 돈도 없는데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의사로서 당연히 좋은 약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돈이 많다면 무조건 돕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녀 역시 삶에 시달리는 평범한 사람이라 도울 수 없는 부분이었다.이 원장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남편이 예쁜 여자를 찾아서 함께 만나고 싶어 해요.”“잠깐만요.”송연아는 이제 알아 들었다. 이건 그녀한테 같이 나가서 상대방과 술자리를 하여 투자를 받겠다는 거였다. 혹시 더 큰 희생도 해야 한다는 건가?“저한테 일을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 술시중 드는 사람 아니에요. 이 부탁은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그녀는 분명히 거절했다.이 원장도 이건 무리한 부탁인 줄 알고 있었지만 할 수 없이 말을 꺼냈던 거였다.“이해해요.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드렸어요.”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
강세헌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송연아는 몸이 얼어붙었다.왕호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했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강세헌의 시선은 왕호경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 송연아한테 닿았다. 그녀를 처음 만나서부터 이제껏 화장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보수적인 옷을 입은 모습만 봤었는데 오늘 같은 모습은 처음이었다.왕호경은 송연아가 움직이지 않자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얼른 일어나서 인사해요. 이분은 강 대표님이에요.”왕호경의 손이 송연아의 팔에 닿는 순간 강세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송연아를 잡아당기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송연아가 일어서자 그녀의 요염하고 섹시한 몸매가 남김없이 드러났다.송연아는 가슴이 떨렸다. 만날 사람이 강세헌인줄 알았다면 절대로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곧바로 왕호경은 웃으며 소개했다.“이분은 송연아 씨예요.”그러고는 송연아에게 강세헌의 의자를 도와드리라고 부탁했다.송연아는 두려워서 손에 온통 식은땀이다. 그녀도 강세헌이 왜 이렇게 무서운지 알 수 없었다.그가 그녀한테 끊임없는 굴욕감 주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어쨌든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하며 의자를 도와드렸다.“강 대표님.”강세헌은 자리에 앉더니 떠나려는 송연아의 손목을 잡았다.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에 미녀가 나타나는 상황은 늘 있는 일이다. 보통은 부탁하는 측에서 준비를 하는데 이때 미녀들은 희생도 감수한다. 그런데 오늘 송연아가 여기에 나타나다니? 강세헌의 와이프가 몸을 파는 처지가 됐다니? 그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송연아는 손목 뼈가 부서지는 듯 고통스러워서 당장이라도 강세헌을 뿌리치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왕호경의 의심을 받을 가봐 꾹 참고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강세헌 뒤에 서 있던 임지훈도 송연아를 보며 생각했다.‘왜 이러시는 거지? 이렇게 다니다가 만약 강 대표의 와이프라는 것이 발견되면 대표님의 체면은 어떡하려고? 사람들
그가 최근에 별장에 돌아가지 않았던 것도 바로 그날 밤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여자가 다시 한번 그의 시야에 들어올 줄 누가 알았을까? 여전히 그 표정으로!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이렇게 매혹적인 차림새를 했다니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오늘 만나는 사람이 그가 아니고 다른 남자였다면, 그는 화가 치밀어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이 여자를 가지고 싶었다.행동이 어찌나 빨랐는지 송연아가 반응 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덮여 있었다.“음...”그녀는 몸부림을 치려 했지만 두 손은 머리 위로 올라가 의자 뒤쪽에 고정시켜졌다.강세헌은 부드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할 정도로 강했고, 처벌을 주듯이 끊임없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그녀의 입술은 부드러웠고 특유의 향기가 났다. 너무나 익숙한 것 같아 그의 욕심은 더 커졌다.송연아는 고통으로 몸을 떨었다. 저항할 수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몇 분 후 강세헌은 이성을 되찾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져 붉고 도톰한 입술에 아직 남아있는 그의 흔적을 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송연아, 나와 부부인 기간 동안은 절대로 다른 남자를 유혹하고 나대고 다니지 마. 알았어?”‘당신이 뭔데?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줄 알아?’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강세헌, 당신은 내가 종합병원에 갈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또 직장도 잃게 만들었어요. 나는 사람이에요, 돈 벌어 생활해야 된다고요. 나대지 말라고요? 그럼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강세헌은 당황해하며 물었다.“종합병원에 갈 수 있는 기회라니?”송연아는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모르는 척하지 마요! 당신이 병원장한테 그 자리 최지현한테 주라고 부탁했잖아요.”“그런 적 없어요.”강세헌은 바로 자신이 병원장에게 최지현을 잘 돌봐주라고 얘기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최지현이 종합병원으로 가게 된 건 송연아의 자리였다는 거였다.“당신은 나를 내 꿈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