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경은 화를 냈다.“지금부터 당장 당신의 짐을 싸서 나가. 우리는 당신이 필요 없어!”말하며 그는 자신의 외투를 집으며 말했다.“강문희 씨 이리로 가시죠.”안이슬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아이를 안고 다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차를 차고에 넣지 않았다. 차를 몰고 나갈 때 심재경은 안이슬을 한번 보았는데 안이슬은 걱정 어린 얼굴로 표정이 아주 긴장되고 가슴 아파 보였다...“빨리요!”가는 길에 안이슬은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아이를 위해 심재경도 최선을 다해 빨리 가고 있었다. 날아오듯 병원에 도착해서야 안이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큰 병원에서는 줄을 서서 진료순서를 기다리는 게 제일 시간을 많이 소모했다. 병원에 들어서기 전에 심재경은 병원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아청소년과 급진으로 하나 예약해줄 수 있어?”전화에서 심재경은 아주 다급했는데 이마에 실핏줄이 솟아올랐다. 이걸 보노라면 심재경은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저 아이가 이렇게 갑자기 아파질 줄을 몰랐던 것 같다. 2분 정도 통화를 하고 심재경은 순조롭게 친구를 통해 소아청소년과의 급진 번호를 받아냈다. 다급하게 아이를 안고 소아청소년과 진료실에 도착하니 경험이 풍부한 의사 한 명이 그들을 맞이했다.“걱정하지 마세요!”청진기를 가지고 한참을 듣더니 의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마도 바람을 맞아서 그런 것 같네요. 우리 여기에서 다른 검사를 더 할 테니 곁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아이가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송연아는 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안이슬은 제대로 서 있기가 버거워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는데 다행히 곁에 난간이 하나 있어서 거기게 기댈 수 있었다.안이슬의 몸이 아직 잘 회복되지 않아 아주 허약했다.“아빠라는 사람이 내가 잘못했어요.”아이의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심재경은 아주 자책하고 있었다.“평소에 회사 일이 바빠서 아이를 가정부한테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믿을만한 가정부를 청하지 못했을 줄 몰랐어요.”안이슬은 아무 말이
“의사 선생님!”안이슬은 심재경의 말을 듣지 않고 다시 뒤돌아 뒤에 있는 의사를 보며 말했다.“아이가 아직 이렇게 어린데 이런 일까지 당하고 이후에 무슨 후유증 같은 건 남지 않겠죠?”의사는 약을 처방하면서 고개를 저었다.“이제야 다급해요? 왜 전에는 이렇게 다급하지 않았어요?”“아이의 일은 정말 중요해요. 꼭 아이를 잘 보고 있어야 해요. 절대 오늘처럼 이런 일이 다시 있으면 안 돼요. 만약 며칠 더 늦게 왔더라면 아이의 머리는 아마 열 때문에 잘못되었을 수도 있어요!”안이슬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약을 다 가졌을 때는 아이가 이미 링거를 다 맞았을 때였다. 소아청소년과에서 나와서 안이슬은 온몸에 힘이 다 빠진 것만 같았다. 심재경은 그녀가 아주 허약한 것을 보고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의 신분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그녀가 이렇게까지 아이를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고 그는 갑자기 또 한숨을 내쉬었다.“제 잘못이에요. 전에 찾은 가정부는 정말 엉망이에요. 강문희 씨가 있으니 앞으로는 마음이 많이 놓일 것 같아요.”안이슬은 뒤돌아서 웃으며 말했다.“심재경 씨께서 그렇게 높은 급여를 주셨는데 제가 아이도 잘 보살피지 못한다면 심재경 씨한테 정말 미안한 일이죠.”말하며 그녀는 일부러 임지훈 얘기를 했다.“더욱이 심재경 씨와 저의 친척 오빠는 친구인데 그걸 봐서라도 저는 이 일을 잘 해내야만 해요. 저 때문에 두 분 사이에 불쾌한 일이 있게 할 수는 없죠!”두 사람은 아주 공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병원에서 집까지 거리가 있었는데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 아이는 조용히 자고 있었고 빨갛던 볼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아이를 보면서 안이슬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기색이 띠었다.“아 맞다!”거의 도착하는 시점에 심재경은 무언가 갑자기 생각난 것 같았다.“강문희 씨, 어디 사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안이슬은 마음속으로 갑자기 긴장되었다.“뭐요?”그녀가 조금 긴장하며 물었다.“오해하지 말아요!”안이슬의 눈빛에 긴장한 기색이
아이에 대해서는 심재경은 절대로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였다.“알겠어요.”심재경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고 안이슬은 고개를 끄덕였다.“심재경 씨의 딸이 당신 같은 아빠가 있는데 정말 복스러운 아이인 것 같아요.”심재경은 쓰게 웃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았는데 이미 새벽 한 시가 되었다.“이렇게 늦었어요?”안이슬이 말했다.“오늘 밤은 아이 곁에서 주무세요. 곁에 사람이 없으면 안 돼요.”“내일 저의 집에 아직 정리할 물건이 남았어요. 만약 가능하다면 내일 대부분 물건은 여기로 옮길 겁니다. 아이가 저녁에서 깰 수 있어서요.”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바래다 드릴까요?”한참을 고민했지만 그래도 이 말을 건넸다.“괜찮아요.”안이슬은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저었다.“제가 사는 곳은 여기랑 멀지 않아요. 그리고 어떻게 심재경 씨가 계속 저를 데려다주게 하겠어요?”그녀는 말하고는 뒤돌아 걸어갔다. 그녀는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이 자신이 사는 곳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심재경은 방법이 많았다. 만약 이 집이 송연아가 자신을 위해 찾아준 집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그가 어떤 의심을 할지 모른다..돌아가는 길에 안이슬은 택시를 타고 갔다. 그녀는 차창에 기대 있었다.어렵게 아이를 다시 만났지만, 그녀의 지금 기분은 여전히 평온하지 못했다.다만...처음 아이를 보았는데 아이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아가...”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안이슬은 혼잣말을 했다. 택시는 깊은 밤 속으로 사라졌다.한편, 송연아의 집에서.“짝!”송연아는 얼굴을 두드리고 있었다. 얼굴에 바른 에센스가 아직 완전히 흡수되지 않았다. 요즘 얼굴이 너무 건조해서 좀 보습할 필요가 있었다.강세헌은 침대에 절반쯤 누워서 손에는 문건을 들고 있었다.테이블 옆에서 나는 소리에 그는 문건을 놓고 물었다.“이렇게 빨리 다 썼어?”뭐라고 말하기 전에 송연아가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다 썼어요.”
말하면서 강세헌은 손을 뻗었다. 송연아는 자신의 허리에 무게가 더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윽고 튼실한 어깨에 눕혀졌다.“아파요...”외마디 비명과 함께 더 얘기할 새도 없이 입술에 말랑한 것이 포개졌다.“뭐 하는 것에요?”정신이 없는 사이에 송연아는 자신의 몸을 계속해서 훑는 손을 꾹 누를 수밖에 없었다. 송연아는 일부러 뾰로통해서 말했다.“당신 사람이 왜...”강세헌은 대답하지 않고 더 세심한 키스로 화답했다. 밖에서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폭풍이 불고 있었고 나뭇잎은 폭풍에 사방으로 흩날렸다.어느새 송연아의 옷은 절반 정도 벗겨져 있었다. 두 사람이 마침 절정으로 다다를 때 귓가에 갑자기 문소리가 들려왔다.“엄마!”찬이가 이불을 안고 들어왔다.“엄마...밖에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찬이 무서워요...”몇 살 밖에 안되는 아이인데 놀라서 잠에서 깨어나 밖에 폭풍이 휘몰아치는 걸 듣는다면 당연히 공포가 몰려올 것이다.“빨리... 빨리 멈춰요.”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송연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개를 숙여 보니 자신은 이미 옷이 거의 벗겨져 있었다. 급한 상황에서 그녀는 이불로 거의 벗겨질 뻔한 옷을 가렸다.“찬이야!”송연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강세헌을 밀어냈다.강세헌의 옷은 그대로였다. 제일 윗부분의 단추 두 개가 풀려있어서 은은하게 튼실한 가슴이 보였다. 찬이는 눈을 깜빡였다.강세헌은 찬이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진짜 무서워서 잠이 안 오는 것 맞아?”사실 아니었다. 찬이는 되게 독립적인 아이였는데 그저 애교를 부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찬이는 웃으며 새하얗고 고른 치열을 들어냈다. 찬이는 머리를 빨리 돌리더니 헤헤 웃으며 말했다.“무서운 거 맞아요.”찬이는 언제 무서워했던가, 눈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송연아의 얼굴에는 이상한 붉은 빛이 남아있었지만 방금 이불 안에서 이미 옷을 다 정리했었다.찬이는 일부러 무서운 모습을 하며 옷깃을 잡고 있었다...“하지만 밖에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찬이 무서워요
지난밤 비바람에 꽃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모른다. 찬이가 재미있는지 창밖을 가리키며 말한다.“밖에 비바람 소리가 들려요.”밖에서 빗소리가 제법 들려온다. 강세헌은 찬이에게 한국 역사를 가르치고 있었다. 찬이는 흥미를 느끼며 말했다.“아빠, 저 한국 역사 재밌어요.”송연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다고 하니 다행이네.”찬이는 침대에 누워 부드러운 이불을 덮고 다리까지 꼬고 강세헌을 보고 있었다. 그때 테이블에 있던 강세헌의 휴대폰이 울려서 확인하니 진원우였다. 회사 일 관련된 거로 생각하고 받았다.“전화 받고 올게.”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녀와요.”그녀는 찬이와 같이 침대에 누워 한국 역사를 읽어줬다.“엄마, 저 이거 좋아요.”송연아가 찬이가 가리키는 이야기를 읽어줬다.“엄마, 이런 이야기는 예전에 다 발생했던 거죠?”찬이는 비록 어리지만 아주 총명했다.“그렇지, 모두 있었던 일이지.”찬이가 말했다.“엄마, 저 한국 집 생각나요.”“왜? 여기 안 좋아?”“여기도 좋아요.”찬이는 잠깐 뭔가 생각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냥 가끔 생각나요.”“그런 건 정상이야.”가끔 생각나는 건 추억이다.“참, 저 이제 자러 갈게요.”찬이가 책을 안고 일어나자, 송연아가 안으며 말했다.“여기서 자.”찬이는 오래전부터 그들과 같이 자지 않았기에 습관이 안 됐다.“저 그러면 잠이 안 와요.”찬이의 말에 송연아가 놔줬다.“엄마, 안녕히 주무세요.”찬이는 책을 안고 침대에서 쪼르르 내려갔다. 강세헌이 들어오면서 찬이가 나가려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송연아를 바라봤다. 송연아는 두 손을 벌리며 찬이가 커서 이제 같이 안 자려 한다고 했다.“아빠, 안녕히 주무세요.”찬이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아직 짧은 다리로 뛰어나갔다.송연아가 침대에 누워 말했다.“세헌 씨, 애린 씨가 딸 낳으면 우리 며느리 할까요?”“미쳤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강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부정하자, 송연아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날 밤, 안이슬은 잠들지 못했는데 시계를 보니 이미 4시가 되였고 날도 조금씩 밝아오고 있어 아예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화장실에 가서 샤워하고 마스크 팩을 했는데 화장품이 아니라 얼굴 회복에 매우 효과 좋은 의료용 마스크이다. 얼굴 수술을 했기에 의료용 마스크로 피부 재생을 촉진해야 했다. 안이슬은 거울에 비친 완전히 달라진 얼굴을 보았는데 이제 송연아를 포함한 몇 명 외에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얼굴을 만지더니 갑자기 웃었다.“이것도 괜찮네.”모습이 너무 바뀌어서 자기 자신도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심재경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안이슬...”자기의 원래 이름을 불러보더니 입가에 쓴 웃음을 띠며 마음속으로 과거의 일을 모두 잊을 거라고 다짐했다. 그녀는 앞으로 안이슬이 아닌 강문희로 살아갈 것이다. 안이슬은 이제 죽은 사람이고 강문희의 신분으로 아이 곁을 지킬 것이다.계란 두 개를 삶아 먹고 나니 날은 이미 밝았다. 옷장에서 단정하고 소박한 옷을 꺼내서 바꿔 입고 아직 이른 시간인 5시에 집을 나갔다. 아이가 열이 나서 밤새 마음이 불안했다. 송연아는 안이슬을 위해 심재경의 집과 가까운 곳에 집을 임대했다. 어제 이미 약속했기에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싶지 않았다.아직 일찍 하기에 도로변에는 가끔 연금으로 생활하며 운동을 즐기는 노인들이 있었고 지나가는 길에 있는 정원에는 몇 명의 노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이 시간에 하는 운동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6시도 되지 않아 안이슬은 심재경 집 입구에 도착했는데 딸의 작고 보드라운 얼굴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났다.딩동!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올려 퍼지자 심재경이 의자에 있는 옷을 들고 일어났다. 그는 평소 이 시간에 회사로 출발했는데 최근 회사에 처리할 일이 많아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는 피곤한 모습으로 얼굴을 문질러 기운을 차리고 걸어가서 문을 열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눈에 빛이 나더니 약간 건조한 목
심재경은 어젯밤에 술을 마셨는지 거실에 술병이 여러 개가 널러져 있었다.“아이 키우는 집에 왜 술이 아직도 있지?”‘어른은 술을 마셔도 괜찮지만, 애가 술 냄새를 맡으면 어쩌려고?’아이를 생각하는 순간 안이슬은 긴장했다.“아이는...”안이슬을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모두 장난감과 인형 그리고 여러 모양의 풍령들도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심재경이 아이 방의 장식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다만...가끔 들려오는 풍령 소리를 듣더니 안이슬은 미간을 찌푸리며 풍령을 뜯었다. 이런 물건은 분명 아이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이다. 요람에 있던 아이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낑낑거리며 눈을 떴다.“아가야, 아가야!”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안이슬의 심장은 찢어질 것 같았다.“아가야, 엄마가... 아줌마가 왔어.”안이슬은 잠깐 멈칫하더니 엄마라고 자칭하지 않았다. 심재경이 신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했을 건데 만약 들키면 아기를 돌봐 줄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안이슬은 천천히 아이를 안았는데 작고 부드러운 몸이 그녀를 순간 무너지게 했다.“배고파?”그녀는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우유병을 들었다. 공부할 때 많은 유아용품을 접촉했었기에 지금 사용하는 물건들이 모두 제일 좋은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심재경이 얼마나 신경 써서 준비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분유는 어디에...”중얼거리면서 거실에 왔더니 거실 중앙에 분유 한 통이 덩그러니 있었고 그 옆에는 다 먹은 빈 통들도 여러 개 있었다.안이슬이 수도 없이 연습했기에 아주 능숙하게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한 손으로 분유를 탔는데 연습을 많이 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아가야, 우유 먹자!”준비된 젖병을 천천히 입에 넣어주자, 배가 고팠는지 입에 닿자마자 입으로 쏙 집어넣고 힘 있게 들이마셨다. 우유를 먹고 있는 아이의 분홍빛 얼굴을 바라보는 안이슬의 마음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아줌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 이제부터는 절대 늦지
심재경은 아이를 키우는 방면에서 안이슬에게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아이가 잠에 들자 안이슬은 요람에 아이를 눕히고 다정하게 바라봤다. 아이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싶었지만, 카메라에 찍힐까 봐 참고 이불만 잘 덮어주고는 발끝을 들고 조용히 아이 방에서 나왔다.거실에 나와보니 엉망이었는데 분유 타는 물건들 외에는 모두 심재경이 남긴 것들이었다.“맥주?”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쓰레기통을 집어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안이슬은 어제 그 아주머니가 아이를 함부로 대했기에 다시 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로서 자기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기가 너무 인색한 것 같았다. 사실 어찌 보면 그 아줌마도 잘못한 것이 없었다. 아이가 아파서 외부인을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다.안이슬은 방 청소를 다 하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올려놓았고 아이 용품은 모두 살균기에 넣었으며 아이의 옷을 손세탁하고 탈수를 한 다음 햇볕 아래 말렸다.이어서 아이의 방도 깨끗하게 청소했는데 산들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며 햇빛이 들어왔는데 아주 신선하고 상쾌했다.안이슬은 청소를 끝내고 손을 씻더니 쉬지 않고 바로 아이의 이마를 만져봤는데 다행히 열이 없이 곤히 자고 있었다. 어젯밤에 잘 못 잤는지 아주 푹 잠이 들었다. 그녀는 요람 옆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이렇게 조용히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는데 그녀의 행복 근원은 아이였다. 아이는 아직 많이 어리기에 대부분 시간은 잠을 자고 있었다....아침 7시가 되면서 심재경 회사의 직원들이 하나둘씩 자기 자리로 출근했다. 그들은 심재경 사무실의 불빛을 보고 불만을 토로했다.“대표님, 요 며칠 점점 더 빨리 나오시는 것 같지 않아요? 정말 우리한테 왜 저러신대요?”“너무 불평하지 말아요. 요즘 경쟁사와 큰 프로젝트 수주를 앞두고 있잖아요. 이번 수주만 따내면 올해 연말 보너스를 몇백만 원 받을 수 있을 거예요.”“오늘 아침에도 미팅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아직도 안 하는 거죠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