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안이슬은 잠들지 못했는데 시계를 보니 이미 4시가 되였고 날도 조금씩 밝아오고 있어 아예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화장실에 가서 샤워하고 마스크 팩을 했는데 화장품이 아니라 얼굴 회복에 매우 효과 좋은 의료용 마스크이다. 얼굴 수술을 했기에 의료용 마스크로 피부 재생을 촉진해야 했다. 안이슬은 거울에 비친 완전히 달라진 얼굴을 보았는데 이제 송연아를 포함한 몇 명 외에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얼굴을 만지더니 갑자기 웃었다.“이것도 괜찮네.”모습이 너무 바뀌어서 자기 자신도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심재경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안이슬...”자기의 원래 이름을 불러보더니 입가에 쓴 웃음을 띠며 마음속으로 과거의 일을 모두 잊을 거라고 다짐했다. 그녀는 앞으로 안이슬이 아닌 강문희로 살아갈 것이다. 안이슬은 이제 죽은 사람이고 강문희의 신분으로 아이 곁을 지킬 것이다.계란 두 개를 삶아 먹고 나니 날은 이미 밝았다. 옷장에서 단정하고 소박한 옷을 꺼내서 바꿔 입고 아직 이른 시간인 5시에 집을 나갔다. 아이가 열이 나서 밤새 마음이 불안했다. 송연아는 안이슬을 위해 심재경의 집과 가까운 곳에 집을 임대했다. 어제 이미 약속했기에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싶지 않았다.아직 일찍 하기에 도로변에는 가끔 연금으로 생활하며 운동을 즐기는 노인들이 있었고 지나가는 길에 있는 정원에는 몇 명의 노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이 시간에 하는 운동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6시도 되지 않아 안이슬은 심재경 집 입구에 도착했는데 딸의 작고 보드라운 얼굴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났다.딩동!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올려 퍼지자 심재경이 의자에 있는 옷을 들고 일어났다. 그는 평소 이 시간에 회사로 출발했는데 최근 회사에 처리할 일이 많아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는 피곤한 모습으로 얼굴을 문질러 기운을 차리고 걸어가서 문을 열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눈에 빛이 나더니 약간 건조한 목
심재경은 어젯밤에 술을 마셨는지 거실에 술병이 여러 개가 널러져 있었다.“아이 키우는 집에 왜 술이 아직도 있지?”‘어른은 술을 마셔도 괜찮지만, 애가 술 냄새를 맡으면 어쩌려고?’아이를 생각하는 순간 안이슬은 긴장했다.“아이는...”안이슬을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모두 장난감과 인형 그리고 여러 모양의 풍령들도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심재경이 아이 방의 장식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다만...가끔 들려오는 풍령 소리를 듣더니 안이슬은 미간을 찌푸리며 풍령을 뜯었다. 이런 물건은 분명 아이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이다. 요람에 있던 아이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낑낑거리며 눈을 떴다.“아가야, 아가야!”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안이슬의 심장은 찢어질 것 같았다.“아가야, 엄마가... 아줌마가 왔어.”안이슬은 잠깐 멈칫하더니 엄마라고 자칭하지 않았다. 심재경이 신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했을 건데 만약 들키면 아기를 돌봐 줄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안이슬은 천천히 아이를 안았는데 작고 부드러운 몸이 그녀를 순간 무너지게 했다.“배고파?”그녀는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우유병을 들었다. 공부할 때 많은 유아용품을 접촉했었기에 지금 사용하는 물건들이 모두 제일 좋은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심재경이 얼마나 신경 써서 준비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분유는 어디에...”중얼거리면서 거실에 왔더니 거실 중앙에 분유 한 통이 덩그러니 있었고 그 옆에는 다 먹은 빈 통들도 여러 개 있었다.안이슬이 수도 없이 연습했기에 아주 능숙하게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한 손으로 분유를 탔는데 연습을 많이 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아가야, 우유 먹자!”준비된 젖병을 천천히 입에 넣어주자, 배가 고팠는지 입에 닿자마자 입으로 쏙 집어넣고 힘 있게 들이마셨다. 우유를 먹고 있는 아이의 분홍빛 얼굴을 바라보는 안이슬의 마음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아줌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 이제부터는 절대 늦지
심재경은 아이를 키우는 방면에서 안이슬에게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아이가 잠에 들자 안이슬은 요람에 아이를 눕히고 다정하게 바라봤다. 아이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싶었지만, 카메라에 찍힐까 봐 참고 이불만 잘 덮어주고는 발끝을 들고 조용히 아이 방에서 나왔다.거실에 나와보니 엉망이었는데 분유 타는 물건들 외에는 모두 심재경이 남긴 것들이었다.“맥주?”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쓰레기통을 집어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안이슬은 어제 그 아주머니가 아이를 함부로 대했기에 다시 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로서 자기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기가 너무 인색한 것 같았다. 사실 어찌 보면 그 아줌마도 잘못한 것이 없었다. 아이가 아파서 외부인을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다.안이슬은 방 청소를 다 하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올려놓았고 아이 용품은 모두 살균기에 넣었으며 아이의 옷을 손세탁하고 탈수를 한 다음 햇볕 아래 말렸다.이어서 아이의 방도 깨끗하게 청소했는데 산들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며 햇빛이 들어왔는데 아주 신선하고 상쾌했다.안이슬은 청소를 끝내고 손을 씻더니 쉬지 않고 바로 아이의 이마를 만져봤는데 다행히 열이 없이 곤히 자고 있었다. 어젯밤에 잘 못 잤는지 아주 푹 잠이 들었다. 그녀는 요람 옆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이렇게 조용히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는데 그녀의 행복 근원은 아이였다. 아이는 아직 많이 어리기에 대부분 시간은 잠을 자고 있었다....아침 7시가 되면서 심재경 회사의 직원들이 하나둘씩 자기 자리로 출근했다. 그들은 심재경 사무실의 불빛을 보고 불만을 토로했다.“대표님, 요 며칠 점점 더 빨리 나오시는 것 같지 않아요? 정말 우리한테 왜 저러신대요?”“너무 불평하지 말아요. 요즘 경쟁사와 큰 프로젝트 수주를 앞두고 있잖아요. 이번 수주만 따내면 올해 연말 보너스를 몇백만 원 받을 수 있을 거예요.”“오늘 아침에도 미팅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아직도 안 하는 거죠
젊은 비서는 알겠다고 하고 돌아서는 순간 모니터와 심재경을 한 번 더 보면서 심재경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딱히 어디가 이상한지는 알 수 없었다.그녀는 심재경은 화면 속 여자가 아이를 잘 돌보고 있는지 감시하는 거지 다른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젊은 비서는 돌아가서 10분 후에 미팅 있다고 알리며 모두에서 제시간에 모이라고 말했고 정확히 10분 후에 미팅은 시작되었다. 사무실은 모두 심재경의 목소리였는데 가끔 몇몇 직원들의 보고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미팅이 끝나고 몇 명의 직원이 탕비실에 모여 의논했다.“이상하네. 오늘 대표님 기분이 좋은 것 같지 않아요?”“맞아요. 저도 오늘 대표님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그런데 어젯밤에 잘 자지 못한 것 같지 않아요?”“그래요.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은 걸 보면 분명 잘 자지 못했어요.”그중의 한 여자가 가볍게 웃었다.“대표님 아이가 있고 아이 엄마는 없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어린아이는 가장 까다롭고 밤에 많이 울기도 하는데 돌봐줄 사람도 따로 없는데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어요?”“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 거예요?”젊은 비서가 그들의 말을 듣고 있다가 차가운 어조로 끼어들었다.“비비안 언니.”비비안은 심재경의 비서를 하면서부터 심재경의 모든 행동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아마 이 사회에서 늘 있는 일일 수도 있지만, 많은 여자들은 잘 생기고 돈이 많은 남자에게 다들 마음이 있어 한다. 게다가 심재경은 아이가 있지만 와이프가 없기에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 특히 이번에 새로 온 비비안은 심재경에 대한 감정이 특별했지만 아직 심재경을 다 파악하지 못했기에 감히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때문에 심재경 집에 새로 나타난 젊은 베이비시터를 보자 신경이 쓰였다.“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뒷담화는 삼가해요.”심재경 곁에 있으면서 비비안은 자기가 무슨 얼마나 대단한 듯 말투마저 달라졌다. 그녀는 심재경 곁으로 전입되면서 자기에게 온 기회라고 생각하며 이번 기회를 잘 잡으려고 했다.“
“커피는 거기 놔둬요!”심재경은 확실히 아이 때문에 잘 자지 못해서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안이슬이 있기에 시름을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대표님, 평소 많이 바쁘셔서 집을 돌봐줄 사람이 있어야 할 텐데 며칠 전에 그 가정부는 어떠세요? 잘하나요?”커피를 내려놓고 비비안은 서둘러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물었다. 그 가정부는 비비안이 소개했기 때문에 물어보고 싶었다.심재경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네.”비비안은 특별히 나이가 있는 사람을 보냈었는데 지금 왜 모니터에 젊은 여자의 모습이 보이는지 너무 궁금했다.‘저 여자는 뭐지? 어떻게 저기서 대표님 아이를 돌보게 된 거지? 저렇게 가까이에 있으면서 두 사람이 정말로 가까워 지면 어떡하지?’심재경이 아이를 많이 사랑하는 걸 비비안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심재경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비비안 씨!”심재경의 목소리 톤이 높아진 것을 느낀 비비안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런 톤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건 심재경이 극도로 화가 났을 때 나오는 것이었다.“네, 대표님.”비비안이 당황해하며 고개를 들자, 심재경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쳤다.“지난번 그 가정부를 비비안 씨가 소개했었죠? 아이를 돌본 경험이 풍부하다고 하지 않았어요?”심재경은 워낙 회사 일이 많았고 또 갑자기 돌아왔기에 급하게 적합한 베이비시터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비비안이 주동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나섰던 것이다.“당연히 경험이 있죠.”비비안은 급한 마음에 서둘러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저의 이웃집 몇몇 아이들도 모두 그분이 돌봤어요. 왜요? 아이를 돌보는 데 문제가 있었어요?”말하는 비비안의 얼굴은 불안하고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건 그녀의 특기였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당당하고 교만한 모습이었지만, 심재경 앞에서는 아주 조심스러워하는 척했다.심재경은 차가운 말투로 귀찮아하며 말했다.“비비안 씨가 소개한 사람은 아이를 돌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돌아가면 이웃집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비비안은 화가 치밀었다.“머리가 어떻게 됐어요? 도대체 우리 대표님 아이를 어떻게 한 거예요?”가정부도 억울했다. 일을 잘하고 있는데 갑자기 애를 돌봐주라고 하질 않나,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보고 있는데 난데없이 젊은 베이비시터가 나타나서는 그를 누르지 않나 그녀도 생각만 해도 울화통이 터졌다.“비비안 씨,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상대방이 시비를 걸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가정부는 일부러 먼저 불평했다.“그때 저한테 어떻게 말씀하셨어요? 심 대표님 댁에서 일만 하게 되면 따로 더 챙겨주신다고 하셨는데 그 돈은 저 본 적도 없어요.”비비안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무슨 뜻이에요? 일을 다 망쳐놓고 지금 저에게 돈을 달라는 거예요? 당신 생각에 내 돈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 알아요?”비비안의 날카로운 말에도 가정부는 굴하지 않았다. 비록 가정부라고 하지만 많은 여자들 속에서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거는 일들을 많이 겪었기에 가슴을 펴고 능숙하게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심 대표님 집에서 얼마 못하고 쫓겨나서 저에게도 영향이 많습니다. 이건 저의 업무에 대한 신임이 깨지는 건데,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제가 전 고용주에게 쫓겨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쪽 업계에서 저의 평판도 좋지 않게 됩니다. 비비안 씨, 저에 대해 다른 말은 괜찮지만 제가 일을 소홀히 대했다고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심 대표님의 요구가 너무 높아서 그의 조건을 만족시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가정부는 아주 당당하고 떳떳하게 말하자, 비비안은 눈에 순식간에 분노가 번쩍이더니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심호흡하며 말했다.“그러니까 지금 심 대표님 집에 있는 그 여자는 누구예요? 어떻게 거기서 일하게 된 거예요?”비비안이 가정부에게 전화한 것은 강문희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심재경 옆에 예쁘든 예쁘지 않든 젊은 여자가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오랜 시간 같이 있으면서 사랑이 싹틀까 봐 두려웠다.“갑자기
시간은 오전 10시가 되었다. 미팅이 끝나고 심재경은 다시 사무실로 왔는데 들어오자마자 모니터를 켜고 집안의 상황을 살폈다. 아이는 이제 잠에서 깨어나서 분유를 먹고 강문희가 안고 밖에서 햇빛 조임을 하고 있었다. 이 시간의 햇빛이 강하지 않고 또 앞마당에 작은 정자가 있었기에 이런 곳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에 아이에게 가장 좋았다. 그 옆의 발코니에는 아이가 아침에 입고 있던 옷들이 널러져 있었는데 그것은 강문희가 친히 영유아 전용 세탁 세제로 손세탁한 것들이다. 강문희는 작은 장난감을 들고 아이를 바라보았다.“아가야, 배부르게 먹었어?”아이와 대화한다기보다 혼잣말하는 것 같았다.“심 대표님 그러셨는데, 어젯밤에 오랫동안 울었다며? 그러면 안 돼. 아빠는 매일 밖에서 힘들게 일하시기에 저녁에는 잘 쉬셔야 해. 그러니 우리 아가도 저녁에 잠을 잘 자야 해, 알았지? 아줌마는 전문 베이비시터야. 햇빛을 많이 쐬면 잠이 잘 온다고 하는데 오늘 우리 햇빛을 많이 쐤으니까, 오늘 밤에는 푹 잘 자.”아이는 옹알이하면서 작은 손으로 강문희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모니터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심재경의 마음속에 전과는 다른 묘한 감정이 휩싸였다. 그는 천천히 모니터를 끄고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강문희가 한 말은 일부러 그에게 하는 말 같았다.그녀의 행동으로 봤을 때 거짓말이 아니고 확실히 보육사 과정을 받은 것 같았다. 그는 바쁜 와중에 틈틈이 시간을 내서 모니터를 지켜봤는데 사실은 그녀를 훔쳐보는 듯했다. 그러다가 시간을 보더니 심재경은 다시 사무실을 나섰는데 오늘 오전 미팅 외 다른 대표들과 계약 관련 사항을 논의해야 했기 때문이다.가끔 밖에서 몇몇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최근 사업의 실적이 좋지 않아서 회사 전체가 약간 무거운 분위기였다.비비안은 줄곧 심재경의 뒤를 따라다녔고 몇 시간이 지나 정확히 점심 12시가 되어 그녀는 30분간 휴가를 냈다. 그녀가 평소 휴가를 거의 안 냈었기에 요청을 들은 심재경은 고개도 들지 않고
비비안이 말하며 남자에게 눈치를 주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정부를 벽 쪽으로 계속 밀어붙였다.“하... 지... 마...”가정부는 숨이 넘어가면서 더듬더듬 세글자를 내뱉었다.“말해요!”비비안이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대표님 집에 있는 그 여자 누구예요? 대체 어떻게 대표님 집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도대체 나 말고 또 누가 대표님에게 가정부를 소개해 준 거지?’“저... 저도 아는 거 별로 없어요.”남자가 조금 풀어주자, 가정부는 더 이상 감히 오만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며 숨을 헐떡였다.“제가 아는 건 그 베이비시터는 나이가 젊고 심 대표님 친구의 친척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친구의 친척이라고?’비비안이 미간을 찌푸렸다.“확실해요?”‘만약 정말로 친구의 친척이라면 쉽지 않을 텐데?’“확실해요.”가정부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확실해요. 그 여자는 그냥 친척이 소개해서 온 거지 절대 심 대표님이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여자는 외국에 있다가 최근에 귀국했고 베이비시터 자격증도 있는데 그것만 아니었다면 심 대표님이 특별히 고용하지 않았을 겁니다.”가정부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비비안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알고 있는 상황을 말했고 속으로는 나이도 어린 게 마음씨는 독하다고 생각했다.“그 여자 어디에 사는지는 알아요?”비비안이 물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 그냥 심 대표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았어요.”가정부는 말하면서 계속 비비안의 표정을 살폈는데 이제 더는 그녀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는 조심스럽게 떠나려고 했다.“저기... 이제 가도 되죠?”그녀의 말에 비비안이 비웃었다.“왜요? 돈 가지러 온 거 아니었어요?”가정부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돈은 필요 없어요.”옆에 남자는 그녀가 돈을 달라고 하면 바로 죽일 듯이 그녀를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에 TV에서만 보던 상황이 드라마처럼 그녀의 눈앞에 벌어진 것이다.“부탁 하나만 들어줘요.”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