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탑승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돌아서 손을 흔들었는데 인파 속에 서 있는 강세헌은 몸매가 탄탄하고 키가 커서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어디서든 그는 주목을 받는 존재였다.“저 갈게요.”송연아의 말에 강세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탑승 알림이 울리고 송연아는 비행기에 탑승할 준비를 했다.비행기 안에 올라탄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녀가 예약한 것은 비즈니스석이었기 때문에 조용하고 넓었으며 편안한 잠자리가 제공되었다. 송연아는 비즈니스석에서 제공하는 안대를 착용하고 담요로 몸을 감쌌다.비행기에서 내리자 송연아를 맞이하러 온 이영이 보였다. 이영은 그녀를 만나자마자 자신이 안이슬을 잘 돌봐주지 못했다고 사죄했다.송연아는 이영에게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이 일은 이영 씨 탓이 아니에요. 내가 여기 있었다고 해도 이슬 언니를 설득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슬 언니가 고집 센 성격이어서 이영 씨랑 상관없어요. 지금 언니는 어떤 상황이에요?”“많이 좋아졌어요.”이영이 대답했다.“다행이에요.”송연아가 말하고 이영은 조심스럽게 송연아를 돌아다보며 말했다.“어디 아파요? 피곤해 보여요.”송연아는 얼굴을 문지르며 말했다.“아마 잘 못 자서 그런 것 같아요.”송연아가 대답했다. 그녀가 며칠 돌아가 있는 동안 강세헌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잠깐의 이별은 신혼보다 낫다는 말이 있는 데 겪어보니 그 말이 나온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특히 강세헌처럼 정력이 넘치는 나이에는 더 그렇다.차는 병원 입구에서 멈췄고 차에서 내려서 이영은 송연아의 뒤를 따랐다. 이영은 송연아의 날씬한 등을 바라보더니 머리를 숙였다.병실로 들어가자, 송연아는 원래 누워있던 안이슬이 이제 침대 머리에 기대서 앉아있는 것을 보고 빠르게 걸어가서 물었다. “좀 괜찮아요?”안이슬이 말했다. “이영 씨가 불렀어요? 말했잖아요. 내 상태에 대해 알리지 말라고.”“이영 씨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왔을 거예요. 언니를 혼자 여기에 두
강세헌이 말했다.“내가 보냈어.”송연아가 웃었다.“당신 정말 빠르네요.”강세헌은 무안했지만, 그녀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네가 부탁한 일인데 내가 어떻게 대충할 수가 있어?”송연아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며 강세헌에게 애교를 부렸다.“돌아가면 내가 당신한테 잘해줄게요.”눈 깜짝할 사이에 송연아가 미국에 온 지도 열흘이 넘었다. 강세헌은 확실히 송연아가 보고 싶었다. 하루가 일 년처럼 느껴졌지만 절제할 수밖에 없었는데 송연아의 유혹적인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자신만 힘들 것 같아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송연아는 핸드폰을 보면서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이 사람 왜 이러지? 화났나? 설마?’송연아는 그가 화났을까 봐 걱정되어서 메시지를 보내서 달래줬다.「여보.」답장이 없었다.「많이 보고 싶어요.」그리고 또 귀여운 하트 이모티콘을 보냈다.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송연아는 또 귀여운 이모티콘을 하나 보냈지만 그래도 반응이 없었다. 송연아는 눈을 깜빡거렸다.「당신 계속 답장 안 하면 나 화낼 거에요?」이번에는 드디어 답장이 왔는데 딱 한 글자였다.「응.」강세헌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서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 시선을 깔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 화면을 만지작거리며 한번 또 한 번 송연아가 보내온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입꼬리에 미소가 걸려있었는데 사랑에 빠진 사람의 표정이었다. 이 표정을 진원우와 임지훈이 봤다면 무조건 놀렸을 것이다....미국.송연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화면에 띄어진 한 글자를 보고 있었다.‘한마디라도 더 하면 어디 덧나나?’의사가 회진을 와서 송연아는 빠르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지금 의사가 와서 좀 늦게 전화할게요.」송연아는 뒤돌아 병실에 들어갔다. 의사는 안이슬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다친 곳은 잘 회복하고 있었다. 여기의 의료기술과 수준이 아주 좋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안이슬의 상황이 호전되어 가고 있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송연아가 다가와서 의사한테 물었다.“
모든 일이 다 잘 정리되었고 3일 후 그들은 프랑스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안이슬의 얼굴은 약간 부어있었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휴식이 필요했다.송연아는 곁에서 세심하게 안이슬을 보살폈다.안이슬은 송연아에게 장난스레 말했다.“나를 너의 아이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왜 그렇게 한시도 나한테 눈을 안 떼고 있어, 피곤하지 않아?”송연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피곤은 무슨,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안이슬은 송연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너는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잖아. 그런데도 넌 아무것도 안 했다고? 네 남편이 네가 이렇게 힘들게 돌아다니는 걸 보면 안쓰러워하지 않을까? 내가 너를 힘들게 만든다고 원망하지 않을까?" “...”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 “언니가 정말로 좋아지고 있는 것 같네요. 나를 놀리기까지 하는 걸 보니.”안이슬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끔 내가 겪은 일들을 돌아보면 꿈을 꾸는 것 같아. 그런데 내 얼굴을 볼 때면 또 그게 진짜로 일어난 일이었다는 걸 자각하게 돼.”“모든 게 지나갔어요.”송연아가 말했다.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예요.”“그럴 거야. 아 참, 교육 기관을 찾아봤어?”안이슬이 묻자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찾았어요. 언니는 안심하고 그냥 편안하게 있어요.”안이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돼. 네가 있어서 나는 정말 안심이 돼.”안이슬의 상황을 보면 한 달 정도면 거의 회복될 것 같았고 그녀는 베이비시터 자격증시험을 지원하기 위해 어린이를 돌보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얻어야 했다. 송연아가 말했다. “이제 나도 같이 배우러 갈 거예요.”안이슬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의 두 아이는 이미 커버렸는데, 인제야 학습하려고 하는 건 늦지 않니?”“늦지 않았어요. 작은 아들이 아직 어리잖아요!”송연아의 말에 안이슬은 그녀가 작은 아들을 편애한다고 말했다. 찬이 때는 육아 방법을 배우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비행기가 착륙했다. 그들은 초록색 통로를 따
분명히 송연아가 이상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지만 강세헌은 굳이 까발리지 않고 그냥 그녀를 쳐다보며 웃었다. 송연아는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왜 웃어요?”강세헌은 손을 놓고 말했다. “씻으러 가.” 송연아는 씻으러 가지 않고 꼭 알아내려고 했다. “당신이 웃는 게 좀 수상한데요.”송연아가 궁금해할수록 강세헌은 그녀를 더 놀리고 싶어서 말을 하지 않았다. 송연아는 화가 나서 그를 밀어내고 욕실로 향해 걸어갔다. ...저녁 식사를 할 때, 구애린은 소식을 하나 전했다. 그녀가 임신한 것이다. 모두 정말 기뻐했다!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송연아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구애린이 진원우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아이까지 생기게 된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나한테 여동생이 생기는 거예요?”찬이는 구애린의 배를 만지며 물었다. “고모, 여동생이에요?”찬이는 여동생을 좋아했다. 구애린이 말했다.“여동생이 아닐 수도 있어. 남동생일수도 있지.”찬이는 조금 실망했다. “여동생이었으면 좋겠어요. 저한테는 이미 남동생이 있잖아요.”윤이는 형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형이 하는 말을 듣고 따라 했다.“여동생...”한혜숙이 윤이의 입을 닦아주며 말했다.“너도 여동생이 좋아?”윤이는 웃으며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말했다.“여동생.”“앞으로 이런 일은 하지 말아요.”송연아가 구애린에게 말했다. 임신했다면 뭐든 조심해야 하니까 말이다. 구애린이 대답했다.“괜찮아요, 제 몸은 아주 좋아요.”“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요.”진원우의 말에 구애린은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송연아와 구애린은 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기하는 동안에도 구애린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 찼다. 그녀가 아주 행복하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진원우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구애린의 말에 송연아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진원우는 정말 좋은 사람이 맞다. 그러나 이 시점에 구애린이 이렇게 평가한다는 것은 분명 두 사람
송연아는 잠시 저항하다가 포기하고 강세헌을 순종적으로 따랐다. 볼과 구레나룻가 서로 맞닿으면서 두 사람은 마치 접착제처럼 딱 붙어 있었다. 짧은 헤어짐은 두 사람을 더 열정적으로 만들었다.이날도 분명 행복한 밤이 될 것이다. 폭우가 잠시 멈추듯 송연아는 강세헌의 품에서 반쯤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부드럽고 촉촉해서 마치 나른한 고양이처럼 보였다.“당신 무슨 수로 재경 선배를 귀국하게 했어요?”강세헌은 송연아의 뺨을 쓸어내리며 그녀의 얼굴에 묻어있는 머리카락을 털어냈다. “회사 일. 심재경이 나와 있은 지도 오래됐으니 돌아가서 업무를 처리하라고 했어.”사실 강세헌은 심재경이 그저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 안이슬의 일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신이 심재경을 귀국하라고 할 때도 그는 별말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심재경이 정말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순순히 귀국할 리가 없다. 송연아는 피곤해졌다. “잘래요.”송연아는 눈을 감았고 강세헌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송연아는 안이슬을 만나러 갈 때 책을 몇 권 사서 갔다. 그녀가 집에서 심심하지 않도록 말이다. 집은 아주 좋았는데 시끄럽지 않은 지역이라 몸을 회복하기에 적합했다. “그래도 네가 나를 잘 아네.”송연아가 산 책을 보더니 안이슬은 웃으며 좋아했다. 송연아가 말했다.“나는 그저 언니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뿐이에요. 언니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샀어요.”육아에 관한 책이었다. 송연아는 안이슬을 위해 학원도 알아봤다. 좀 더 회복되면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다. 안이슬은 송연아에게 감사의 말을 더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한마디로는 이 감사하기 그지없는 마음을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자신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송연아의 보살핌과 설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또 반 달이 지나고 안이슬의 상황은 거의 회복된 거나 다름없어서 그녀는 매일 수업을 들으러 가면서 육아 지식을 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송연아는 귀국하여 베이비시터
구애린은 안이슬을 두 교시 동안 기다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점심에 구애린은 리조트로 갔다.예상한 대로 안이슬과 송연아는 긴 의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날씨가 딱 좋아서 나무 그늘에서 여유를 부리기 좋았다. 구애린은 웃으며 걸어왔다.“언니.”송연아는 구애린을 보더니 얼른 와서 앉으라고 했다.“앉아요.”안이슬은 구애린과 송연아의 관계를 보고 의아했다. 안이슬은 구애린과 서먹하므로 송연아가 소개해줬다.“세헌 씨의 동생이에요.”안이슬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진짜 인연이네요.”구애린은 예의를 갖춘 미소로 화답했다.“그러게요. 사실 저 어제부터 알았어요.”안이슬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구애린이 계속 얘기했다.“당신이 사는 집은 원우 씨가 알아본 곳이에요.”송연아는 한마디 덧붙였다.“원우 씨는 애린 씨 남편이야.”안이슬은 이제야 모든 관계를 깨달았다. 송연아는 도우미를 불러서 주스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우리는 차를 마실 테니 애린 씨는 주스를 마셔요.”임산부는 차를 마시는 게 적합하지 않기에 송연아는 구애린을 배려해주고 있었다.구애린은 당연히 이 호의를 받아들이고 말했다.“고마워요, 언니.”“고모.”찬이가 달려와서 구애린의 허리를 안았다.“오늘 여기서 밥 먹고 가는 거예요?”구애린이 물었다.“내가 남아서 밥 먹고 갔으면 좋겠어?”찬이는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모 이리로 와요. 고모한테 보여줄 게 있어요.”찬이는 구애린을 끌어당겼다. 구애린은 귀엽다는 듯 알겠다며 찬이가 하는 대로 따랐다.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찬이를 말렸지만, 구애린은 괜찮다고 했다.“애린 씨가 너무 찬이가 하자는 대로 해주네요.”구애린이 웃었다. 찬이는 구애린을 끌고 연못으로 갔는데 안에는 국내에서 비행기를 타고 넘어온 희귀품종이 몇 마리 있었다. 찬이는 아주 좋아했다. 구애린은 재밌어 보여서 물고기 먹이를 가져와서 주기도 했다.“너희들 관계는 정말 화목한 것 같아.”안이슬은 그곳을 보면서 말했다.“그러게요.”송연
임지훈은 눈동자에 빛이 스쳤다.“제가 전화를 해서 물어볼까요, 아니면 연락처를 줘서 직접 연락해볼래요?”임지훈은 성급하게 말하지 않았다.심재경이 대답했다.“연락처를 주세요. 제가 직접 연락해서 적합한지 아닌지 알아볼 거에요.”“그래요.”임지훈은 핸드폰을 들어 연락처를 하나 심재경에게 보냈다. 심재경이 위에 올려놨던 핸드폰에 진동이 한번 울렸다.저녁에 심재경은 돌아온 임지훈을 위해 환영회를 해줬는데 다른 사람들은 부르지 않고 둘만 밥을 먹으러 갔다. 두 남자는 술을 많이 마셨다.“이번에 귀국해서 느낀 건데 심 선생님 이상한 것 같습니다.”술잔을 들고 임지훈은 무심한 듯 얘기했다.“많이 이상해요?”심재경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런가 보죠!”그는 더 말하지 않고 고개 돌려 술잔을 들고는 앞에 있는 사람에게 축복을 건넸다.“바쁜 와중에 여유를 부릴 수 있게 한동안 귀국하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임지훈도 동시에 술잔을 들었다. 술잔이 부딪치는 와중에 심재경은 또 갑자기 안이슬에 관해 물었다.“임지훈 씨 방금 그 친척은 어떻게 되는 분이에요?”이 말을 듣고 임지훈은 한동안 무슨 말인지 반응하지 못했다.“무슨 친척이요?”심재경이 말하기도 전에 그는 깨닫고 대답했다.“오늘 공항에 함께 있던 친척 얘기하는 거예요? 먼 친척분이신데 예전에는 계속 외국에 있다가 근년에 외국의 형세가 좋지 않아서 특별히 귀국한 거예요.”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연락처를 줬잖아요? 직접 물어보세요!”심재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오해라도 할까 봐 임지훈은 헛기침했다.“그... 나랑 그 아가씨는 먼 친척이기에 평소에 연락이 많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나더러 자신을 데리고 귀국해달라고 해서 특별히 나한테 연락한 거예요.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저 아가씨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만약 계속 베이비시터를 할 생각이 아닌데 내가 먼저 섣불리 승낙하는 것은 여러모로 안 좋은 것 같아서...”계속 얘기를 이어가려는데 심재
안이슬은 잠시 망설이다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지문인식을 한 다음 익숙한 번호를 보면서 바로 받지 않고 핸드폰을 곁에 내려놓았다.모든 건 너무 조급하면 안 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놔둬야 한다. 그래야 진실하게 보일 것이다.지금 안이슬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그녀는 더는 예전의 안이슬이 아니고 한 명의 베이비시터이며 더욱이 외국에서 수년간의 경험이 있는 베이비시터이다.시침은 열 시를 가리켰고 심재경은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귀청을 찢었다.“왜 아직도 울고 있지?”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면서 심재경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곁에서는 가정부가 최선을 다해서 아이를 달래고 있다. 가정부는 잠시 고용한 사람인데 전문적인 베이비시터가 아니었다. 심재경을 보자 가정부는 우는 얼굴로 말했다.“드디어 돌아오셨네요. 선생님 집 아이처럼 사람 품에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온 오후를 울었는데 도저히 달랠 수가 없네요.”가정부는 낯빛이 초췌했다. 심재경의 차가운 모습을 보면서 가정부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얘기했다.“심 선생님, 처음에 얘기를 다 했었잖아요. 저는 선생님 집에 와서 청소하는 것이지 아이를 돌보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아이를 돌보는 일은 베이비시터가 하는 일이지 저희 같은 거친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잘할 수 있겠어요?”가정부도 아이를 돌보기 싫어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아낼 수 있었다.“그만 해요!”방안이 난장판이 된 것을 보고 심재경도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가세요!”심재경은 손을 뻗어 아이를 받아 안으려고 했는데 얼굴에는 창백한 기색이 어렸다.“심 선생님, 그럼 잘 부탁할게요!”가정부는 무거운 짐을 뿌리치듯 다급하게 아이를 곁에 있는 작은 침대에 눕히고 뒤돌아 도망치듯 떠났다. 몇 분 후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났다.방안에는 아이가 우는 소리만 남고 문 앞에는 냉랭한 표정을 한 심재경이 서 있었다...한편, 안이슬의 집에서.안이슬은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