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경은 진원우를 바라보다가 말했다.“아내의 말에는 꼼짝 못 하네?”진원우는 전혀 타격이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넌 이렇게 말해줄 아내도 없잖아.”그의 말에 심재경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또 나만 상처를 받아. 차라리 말을 안 하고 말지.’어차피 진원우의 심기를 건드려도 구애린은 진원우의 편이었기에 그는 혼자서 두 사람을 이길 수 없었다.심재경은 술병을 들고 송연아에게 잘 보이려는 듯이 그녀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연아야, 어차피 오늘 세헌이도 없으니까 내가 같이 술을 마셔줄게.”송연아가 미간을 구겼다.“그 사람 얘기 하지 말아요.”심재경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누구 말하는데?”송연아가 자기를 째려보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연아도 남편이 있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외로운 나랑 별다른 것 없네.’그 생각에 심재경은 덜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은 아니네. 나랑 똑같은 사람이 옆에 있잖아.’“연아야, 너 술 잘 못 마시잖아. 이 잔만 마시고 그만하자.’심재경은 그녀가 술을 잘 못 마시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녀에게 술을 가득 따랐다.‘나 취하게 하려는 심보인 거야?’송연아가 희번덕거리자 심재경이 말했다.“내가 같이 마셔주잖아. 자자.”그는 송연아를 유혹하며 말했다.송연아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건 사실이었다.한 모금을 마셨지만 맵고 짜릿한 기분이 들었고, 얼굴도 순식간에 빨개졌다.심재경은 그녀가 술을 잘 못 마시는 걸 알면서도 거들었다.“많이 마시면 이 맛에 익숙해질 거야.”송연아는 입 안에 음식을 마구 쑤셔 넣으면서 알코올 냄새를 억누르려고 했다.“술은 원래 이런 거야.”심재경이 계속 술을 따르자 송연아는 손을 저었다.“그만해요.”그녀는 더는 마실 수 없었다.하지만 심재경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나 믿고 이 잔만 마셔. 그러면 그렇게 괴롭지 않을 거야.”“그래요?”송연아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벌써 조금 취한 것처럼 보였다.“선배 말 안 믿
방에 들어오던 강세헌은 잠깐 멈칫하더니 계속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송연아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건 아니었지만 강세헌은 여전히 그녀에게서 은은한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그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술 마셨어?”송연아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먼저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그 틈을 타 그의 복근에 얼굴을 묻히면서 말했다.“네, 조금요.”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실눈을 뜨며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화났어요?”강세헌은 처음에 기분이 나쁜 게 맞았다.송연아가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자기 가정은 걱정하지도 않는단 말인가? 가족은 그녀에게 있어서 전혀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하지만 공항에서 송연아가 돌아왔다는 집사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왜 갑자기 돌아온 거지?그런 의문에 그는 출장하려던 계획을 바꿨다. 하지만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회사로 갔고, 출장은 임지훈에게 맡겼다.그는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이대로 타협하는 게 싫은 듯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보고 싶다’는 송연아의 문자를 받고 그의 모든 불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송연아는 아직 덜 깼는지 원망하면서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세헌 씨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왔는데 이렇게 출장을 가면 어떻게 해요?”강세헌은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미리 말하지 않으면 네가 오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 일 때문에 집에 없으면 서프라이즈는커녕 나에게는 부담이라고.”송연아가 말했다.“칫, 낭만 같은 거 하나도 모르네요. 너무 재미없어요...”강세헌은 그녀의 턱을 치켜들더니 물었다.“내가 재미없다고?”그녀는 눈을 희미하게 뜨고는 늘어진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했다.“웁...”송연아는 그대로 침대에 눕혀졌다.강세헌의 무거운 몸이 그녀의 몸을 덮쳤고, 그는 또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송연아의 귓가에는 감미로우면서도 매혹적인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보고 싶었어
강세헌이 웃으면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어젯밤에는 안 이랬잖아.”송연아가 그를 밀면서 말했다.“장난치지 말고 얼른 일어나요.”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재경 선배가 분명 나 놀릴 거란 말이에요. 어제 나한테서 정보를 얻어내려고 술도 먹였어요. 재경 선배를 좀 조심해야겠어요. 혹시 오늘 또 다른 방법으로 나에게 매달릴지 모르잖아요.”“걔가 귀찮다면 내가 내보낼게.”강세헌이 말했다.송연아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진짜예요?”“가짜야.”그는 이불을 거두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옆에 있던 가운을 걸치고는 곧장 욕실로 향했다.송연아는 머리를 벅벅 긁고는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욕실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는데 강세헌은 샤워하고 있었다.욕실과 세면대가 분리되어 있었기에 그녀가 양치하고 세수를 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그녀는 먼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한혜숙은 아침 일찍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강세헌은 찬이를 위해 유치원에 갈 준비했고 이제 정상적으로 등교할 수 있었다.그리고 찬이는 외국어 학원도 하나 더 다녀야 했는데 매일 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이 그들을 책임졌다.한혜숙은 윤이를 데리고 조기 교육 학원에 갔기에 점심이 되어야 돌아올 것이다.지금 오은화는 거의 심재경의 가정부나 다름없었다. 매일 그의 아이를 돌보고 있었으니 말이다.심재경이 혼자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거의 24시간 동안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아이를 챙기는 사람은 적어도 둘이 필요했다.“사모님.”송연아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마자 집사가 공손하게 물었다.“아침 준비할까요?”송연아가 대답을 하려던 그때, 심재경이 씩 웃으며 끼어들었다.“어제 배불리 먹은 거 아니었어?”송연아는 당장이라도 발로 그를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선배 정말 미워요!”심재경은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싶어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나 오늘 집에 없을 거야. 내 딸을 데리고 이국적인 풍경을
강세헌은 그녀를 향해 씩 웃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송연아는 젓가락을 내려놨다.“그럼 오늘 나가지 말아요.”지금 그녀와 강세헌의 관계는 아주 안정적이었지만 이런 상황이 있을 때면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했다.눈앞의 남자는 한창나이에 부족한 곳 하나 없는 완벽한 남자였다.게다가 프랑스에는 미녀가 많았다. 게다가 큰 눈에 높은 콧대, 그리고 하얀 피부를 가진 미녀들 말이다.한혜숙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목격했었기에 그녀는 식탁에서 일어나 강세헌의 자리 쪽으로 가서 그의 허벅지에 앉았다. 그리고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집에서 나랑 같이 있어요.”강세헌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장난이야.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당신이 같이 놀아달라고 해도 시간이 없어. 그런데 될수록 일찍 돌아올게.”송연아가 그를 보며 물었다.“정말 일하러 가는 거예요? 여자랑 데이트를 하는 거 아니고요?”강세헌은 웃으면서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그렇게 자신이 없어?”송연아는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강세헌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만약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강세헌은 또 그녀가 자신을 관심하지 않는다며 삐질 것이 당연했다.그래서 송연아는 강세헌에게 최소한의 관심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네, 그럼 일찍 돌아와요. 상의할 일도 있으니까.”강세헌은 그녀더러 지금 말하라고 했지만 송연아는 주춤거렸다.방금 돌아왔는데 또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면 강세헌은 분명 기분이 언짢을 것이다.“이슬 언니 일 말이에요. 언니가...”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세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참, 나 미팅이 하나 있어서.”분명 듣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아니면 마음속으로 이미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했기에 일부러 그녀의 말을 끊었을 것이다.송연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이왕 말을 꺼냈던 김에 얘기를 다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언니가 많이 심각해요. 이대로 언니를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세헌 씨도 나 이해하죠?”
심재경은 머쓱해하지도 않고 그저 씩 웃었다.하지만 송연아는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왜 나 따라다녔어요?”“내가 언제 널 따라다녔어. 이 길이 다 네 거야. 네가 걸을 수 있으면 나도 걸을 수 있는 거지.”“딸이랑 같이 경치 구경하러 갔다면서요. 그런데 여기에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선배가 운전했던 것 같은데.”심재경이 대답했다.“운전한 건 맞는데 너무 멀리 가진 않았어.”“...”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송연아는 그렇게 살갑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나 뭘 하려고 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산책이나 하려고.”송연아는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으면서 그와 거리를 두기 위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뎠다.하지만 심재경은 눈치 없이 계속 그녀에게 달라붙었다.“혼자면 위험하잖아. 내가 같이 있어 줄게.”“괜찮아요.”송연아가 단호하게 거절했다.“계속 나 따라다니면 세헌 씨에게 이를 거예요.”심재경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주 옛정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구나.”송연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 따라다녀서 내 기분 다 망쳐놓고, 그럼 내가 선배 고마워해야 해요?”“그런데 왜 너 혼자야? 세헌이는? 네가 돌아왔는데 세헌이가 출근했어? 돈이 중요해? 아니면 애인이 중요해?”심재경은 일부러 그녀를 도발했다.송연아는 그의 말 한마디로 절대 화가 날 사람은 아니었다.“일이 바빠도 저희 서로 사랑하는 건 변함이 없어요.”“...”심재경은 말문이 막혔다.‘됐어, 내가 괜한 걸 물어봤군.’“너 안 따라다닐게. 이제 가!”그가 돌아서서 다른 길로 걸어갔다.송연아는 그가 안이슬 때문에 자기를 따라온 걸 잘 알고 있었다.“설마 이슬 언니가 나랑 같이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심재경은 그 생각을 한 게 맞았다. 아니면 그는 송연아를 미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가 일부러 딸을 데리고 나간다고 말한 건 사실 정말로 송연아와 강세헌 두 사람에게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송연아는 갑자기 신경이 곤두섰다.그녀는 휴대폰을 꼭 쥐고 겉으로는 괜찮은 척 심재경에게 말했다.“방금 세헌 씨에게 전화가 왔어요, 회사로 찾아오라고요. 난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길가에서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심재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그가 멀리 떠난 걸 확인하고서야 송연아가 물었다.“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이영은 워낙 똑똑한 사람인지라 그녀에게 어떤 상황이 일어났는지 눈치채고는 더 물어보지도 않고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네, 수술에 문제가 생겼어요.”송연아가 미간을 구겼다.“언니는 방금 수술했잖아요. 다음 수술까지 시간이 좀 남은 거 아니에요?”“안이슬 씨가 빨리 수술하고 싶다고 하셔서 수술 진행했습니다...”“의사가 동의했어요?”송연아가 물었다.이영이 대답했다.“너무 단호하셔서요. 저도 의사에게 물어봤는데 수술 진행 가능하다고 말씀하셨어요. 다만 수술 난이도가 높은데 주요하게 안이슬 씨의 상태 때문에 연속된 수술을 진행하면 안이슬 씨의 몸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하셨어요.”“그래서 수술을 진행했는데 문제가 생긴 거예요?”이영은 그녀가 화를 낼까 봐 두려운지 한참 주저하고는 겨우 한마디 뱉었다.“네.”송연아는 목소리를 높였다.“이슬 언니가 멍청한 짓을 하는 걸 막았어야죠.”이영은 반박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송연아도 이영은 안이슬을 말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잠깐 감정을 추스르고는 진정하며 말했다.“제가 너무 급해서...”“괜찮아요. 저도 어차피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잖아요. 사모님 화를 내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해요.”이영이 공손하게 말했다.송연아는 그에게 화풀이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의사는 뭐라고 해요?”“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어요. 하지만 예상했던 결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이영은 자책했는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송연아는 그의 탓을 하지 않았지만 그도 자신이 안이슬을 설득하지 못한 탓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송연아
“왜 왔어?”강세헌은 넥타이를 풀어서 무심하게 테이블 위에 던졌다.송연아는 그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세헌 씨 얼굴 보러 왔어요, 왜요, 안 돼요?”강세헌은 그녀의 턱을 치켜들며 물었다.“그냥 나 보러 왔다고?”‘왜 이렇게 믿음이 안 가지?’송연아는 안이슬의 일 때문에 회사로 온 건 맞다.그녀는 미국으로 가보려고 했지만 지금 상황으로써는...송연아는 조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그녀는 강세헌을 믿고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워낙 많은 일을 겪었으니 서로 굳게 믿고 있었다.다만... 송연아는 결과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무조건적으로 그를 믿고 싶진 않았다.강세헌은 결국...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그는 사업을 성공시켰고,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키도 훤칠한, 모든 여자들의 환상에 맞는 남자였다.친구가 중요한 건 맞지만 가정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송연아는 두 아이가 아빠를 잃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그녀는 강세헌을 더 꽉 끌어안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히 그냥 세헌 씨만 보러 온 건 아니죠.”그녀는 가냘픈 손가락으로 그의 옷깃 단추를 만지작거렸고, 무심한 듯 그의 목을 쓰다듬고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으니까 보러 온 거죠.”두 사람은 서로 워낙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기에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강세헌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네 마음은 잘 받을게... 하지만...”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말을 이어갔다.“성의를 보여야 할 것 아니야. 나 진짜 보고 싶어서 왔다고, 다른 일 때문에 온 거 아니라고 증명해 봐.”부드러운 그의 입술은 그대로 송연아의 목에 포개졌다.뜨거운 숨결은 그녀를 삼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아이까지 낳은 부부 사이였지만 그런 강세헌의 도발에 송연아는 여전히 얼굴을 붉히면서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했다.“증, 증명하라고요? 세헌 씨 보고 싶으니까 온 거죠. 그걸로 증명이 안
강세헌은 눈썹을 치켜들더니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송연아의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자신의 심장에 갖다 대며 말했다.“네가 메스를 잘 다루는 건 알아. 하지만 정말 내 심장을 도려낼 수 있겠어?”송연아는 기세가 꺾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속 목소리를 높였다.“이미 나 배신한 마당에 못 할 게 뭐가 있겠어요?”“그럼 내 심장은 지금 바로 줄게.”그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는 꽉 끌어안았다. 송연아의 몸은 그의 품에 착 달라붙었고 강세헌은 그녀의 귀에 속삭이면서 말했다.“내 몸도 줄 수 있어.”송연아는 귀가 빨개지더니 저도 모르게 몸이 뜨거워진 것 같았고 손바닥에서마저 열이 나는 것 같았다.그녀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말했다.“나 유혹하지 마요. 그런다고 내가 이대로 넘어갈 줄 알아요?”강세헌은 그녀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대며 물었다.“그럼 나 가만 안 둘 거야?”“그 여자랑...”“우리가 잤다고 생각해?”강세헌이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송연아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잠깐 멈칫했다.“아니요.”강세헌과 그 여자가 선을 넘는 짓을 하지 않은 건 사실이고 송연아도 그저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는 사실 누구보다 강세헌을 믿고 있었다. 두 사람은 워낙 많은 일들을 겪어왔으니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다만 남녀 사이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어느 순간 사랑이 확 식어버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것도 나쁠 것 없었다.송연아는 절대 한혜숙처럼 결혼생활을 엉망으로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강세헌의 목을 끌어안고는 가볍게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말했다.“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면 꼭 말해...”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세헌은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그의 키스는 너무나도 강렬해 송연아는 숨을 쉴 수 없어 얼굴까지 빨개졌다.송연아는 본능적으로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살... 살살해요...”강세헌은 조금 힘을 풀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놓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