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그녀더러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여기는 제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안이슬 씨 잘 챙길 테니까 안심하고 떠나세요.”송연아는 이영 덕분에 마음이 많이 놓였다.그녀는 계속 강세헌에게 돌아갈 거라는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하기 위해서이다.송연아는 프랑스에 도착했지만 시차 때문에 이곳은 낮이었다.그녀는 공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손목시계로 시간을 체크하면서 강세헌이 지금 집에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려고 했다.‘아직 이 시간이니까 출근하지 않았겠지?’곧 강세헌을 만난다는 생각에 송연아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조금 피곤했지만 어느덧 졸음도 가시고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도착해 그와 두 아이를 보고 싶었다.그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다.이곳은 국내와는 달리 그린벨트가 많이 없었다. 다만 운치 있는 건물 덕에 아름다운 경치를 이뤘다.택시가 멈추고 송연아는 돈을 낸 후 차에서 내렸다.리조트에 들어서자 그녀를 본 집사가 조금 놀란 듯 물었다.“사모님...”송연아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물었다.“세헌 씨는 출근했나요?”“떠나신 지 거의...”그는 시계를 보다가 말을 이어갔다.“5분 됐습니다. 지금 전화하시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송연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회사로 갔어요?”회사로 갔다면야 집에서 기다리면 그만이었지만 집사는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출장 가셨습니다.”송연아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강세헌에게 전화를 걸며 집사에게 물었다.“며칠 간다고 했어요?”집사가 대답했다.“그건 잘 모르겠어요, 말하지 않으셔서.”송연아는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그녀가 다시 전화를 걸려던 그때, 찬이가 방 안에서 뛰쳐나와 그녀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엄마, 드디어 오셨어요?”송연아는 허리를 굽혀 찬이를 안아 들었다.아마 요새 잘 먹고 잘 논 모양이다, 원래보다 많이 무거워졌으니 말이다.그녀는 찬이의 코를 꼬집으며 물었다.“엄마 보고 싶었어?”찬이는 그녀의
하지만 여전히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휴대폰을 하염없이 바라봤다.‘설마 세헌 씨가 정말 나에게 화가 난 걸까? 준비한 서프라이즈도 수포가 되었네. 서프라이즈 주려고 기껏 왔더니 출장간 것도 모자라 전화까지 연결이 안 되잖아.’한혜숙은 딸을 보며 물었다.“왜? 전화가 연결이 안 돼?”송연아는 그저 웃으면서 대답했다.“아마 비행기에 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전화가 연결이 안 돼요.”한혜숙은 바로 그녀의 마음속을 꿰뚫어 봤다.“표정 보니까 그게 아닌데? 아니면 집 전화로 다시 한번 해 봐.”송연아는 찬이를 안아 들며 말했다.“아이고, 분명 비행기에 올라탔을 거예요.”송연아는 절대 집 전화로 전화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전화가 연결된다면 강세헌이 그녀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혜숙 앞에서 얼마나 체면이 서지 않겠는가.“오랫동안 집을 비웠으니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엄마, 오늘은 푹 쉬세요. 제가 아이들을 돌볼게요.”한혜숙은 딸을 빤히 쳐다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네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말을 마친 후 한혜숙은 자리를 떴다.송연아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 맞았다.엄마라는 사람이 매일 집을 비우면서 한 개 회사를 책임지는 강세헌보다도 더 바삐 보냈으니 말이다.이래서 다들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하는가 싶다.송연아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정원에서 놀고 있었다.정원은 워낙 크고 넓기에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 수 있었다.그녀는 계단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봤는데 사실 매우 심란했다. 턱을 괸 채 거의 울상이었다.심재경은 소리 없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그도 말을 하지 않고 그녀의 눈길을 따라 뛰놀고 있는 두 아이를 바라봤다.송연아가 고개를 돌렸다.“아이는 안 돌봐도 돼요?”“은화 아주머니가 도와서 봐주고 있어.”그가 덤덤하게 말했다.“나 귀국했었어.”송연아가 무심하게 물었다.“왜요?”“회사 일 처리하느라.”“아이를 국내로 데려가려는 거 아니었어
송연아는 그저 웃었다.심재경이 벌컥 역정을 내며 말했다.“너랑 말 안 할래. 다들 나만 괴롭혀.”심재경이 앞으로 몇 걸음 갔는데도 송연아가 자기를 잡지 않자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나 안 달래줘? 내 친구 맞아?”송연아는 제자리에 앉은 채로 말했다.“선배를 달래줘요?”강세헌을 어떻게 달랠지도 모르는데 심재경까지 달랠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선배 혼자 마음을 추슬러요. 나는 시간이 없어요.”송연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심재경은 말문이 막혔다.“다들 양심이 없어. 나만 괴롭히지? 너희들이랑 안 놀 거야. 내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송연아는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대답했다.“네, 그럼 천천히 가요.”심재경은 할 말을 잃었다.“나보고 가라고 그러니까 또 가기 싫네.”심재경은 다시 송연아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송연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아이들이 하는 게임에 참여했다. 심재경을 혼자 둔 채 말이다.하지만 심재경은 화도 안 내고 그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기만 했다.한참 후, 오은화가 그의 딸을 안고 나오자 그는 아이를 건네받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의 딸은 아직 어리기에 밖에서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되었다. 잠깐 놀다가 바로 실내로 들어가야 했다.진원우와 구애린이 누구에게서 소식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송연아가 돌아왔다는 걸 알고 저녁 먹으러 왔다.간만에 송연아가 집으로 돌아왔기에 집사는 셰프더러 많은 중식을 준비하라고 했다.심재경이 말했다.“연아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고 이제 드디어 돌아왔으니 다들 한잔합시다.”진원우가 제일 먼저 대답했다.“술은 마시지 말지?”“왜?”심재경이 물었다.“말해도 몰라. 결혼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어.”“...”심재경은 어이가 없었다.“다들 나 왕따시키는 거야? 결혼했으면 다야? 난 귀여운 딸도 있다고, 그런데 내가 언제 그런 걸 뽐냈어?”“딸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내가 없잖아.”“...”심재경은 말문이 막혔다.구애린은 저도 모
심재경은 진원우를 바라보다가 말했다.“아내의 말에는 꼼짝 못 하네?”진원우는 전혀 타격이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넌 이렇게 말해줄 아내도 없잖아.”그의 말에 심재경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또 나만 상처를 받아. 차라리 말을 안 하고 말지.’어차피 진원우의 심기를 건드려도 구애린은 진원우의 편이었기에 그는 혼자서 두 사람을 이길 수 없었다.심재경은 술병을 들고 송연아에게 잘 보이려는 듯이 그녀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연아야, 어차피 오늘 세헌이도 없으니까 내가 같이 술을 마셔줄게.”송연아가 미간을 구겼다.“그 사람 얘기 하지 말아요.”심재경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누구 말하는데?”송연아가 자기를 째려보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연아도 남편이 있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외로운 나랑 별다른 것 없네.’그 생각에 심재경은 덜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은 아니네. 나랑 똑같은 사람이 옆에 있잖아.’“연아야, 너 술 잘 못 마시잖아. 이 잔만 마시고 그만하자.’심재경은 그녀가 술을 잘 못 마시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녀에게 술을 가득 따랐다.‘나 취하게 하려는 심보인 거야?’송연아가 희번덕거리자 심재경이 말했다.“내가 같이 마셔주잖아. 자자.”그는 송연아를 유혹하며 말했다.송연아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건 사실이었다.한 모금을 마셨지만 맵고 짜릿한 기분이 들었고, 얼굴도 순식간에 빨개졌다.심재경은 그녀가 술을 잘 못 마시는 걸 알면서도 거들었다.“많이 마시면 이 맛에 익숙해질 거야.”송연아는 입 안에 음식을 마구 쑤셔 넣으면서 알코올 냄새를 억누르려고 했다.“술은 원래 이런 거야.”심재경이 계속 술을 따르자 송연아는 손을 저었다.“그만해요.”그녀는 더는 마실 수 없었다.하지만 심재경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나 믿고 이 잔만 마셔. 그러면 그렇게 괴롭지 않을 거야.”“그래요?”송연아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벌써 조금 취한 것처럼 보였다.“선배 말 안 믿
방에 들어오던 강세헌은 잠깐 멈칫하더니 계속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송연아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건 아니었지만 강세헌은 여전히 그녀에게서 은은한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그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술 마셨어?”송연아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먼저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그 틈을 타 그의 복근에 얼굴을 묻히면서 말했다.“네, 조금요.”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실눈을 뜨며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화났어요?”강세헌은 처음에 기분이 나쁜 게 맞았다.송연아가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자기 가정은 걱정하지도 않는단 말인가? 가족은 그녀에게 있어서 전혀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하지만 공항에서 송연아가 돌아왔다는 집사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왜 갑자기 돌아온 거지?그런 의문에 그는 출장하려던 계획을 바꿨다. 하지만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회사로 갔고, 출장은 임지훈에게 맡겼다.그는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이대로 타협하는 게 싫은 듯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보고 싶다’는 송연아의 문자를 받고 그의 모든 불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송연아는 아직 덜 깼는지 원망하면서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세헌 씨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왔는데 이렇게 출장을 가면 어떻게 해요?”강세헌은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미리 말하지 않으면 네가 오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 일 때문에 집에 없으면 서프라이즈는커녕 나에게는 부담이라고.”송연아가 말했다.“칫, 낭만 같은 거 하나도 모르네요. 너무 재미없어요...”강세헌은 그녀의 턱을 치켜들더니 물었다.“내가 재미없다고?”그녀는 눈을 희미하게 뜨고는 늘어진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했다.“웁...”송연아는 그대로 침대에 눕혀졌다.강세헌의 무거운 몸이 그녀의 몸을 덮쳤고, 그는 또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송연아의 귓가에는 감미로우면서도 매혹적인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보고 싶었어
강세헌이 웃으면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어젯밤에는 안 이랬잖아.”송연아가 그를 밀면서 말했다.“장난치지 말고 얼른 일어나요.”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재경 선배가 분명 나 놀릴 거란 말이에요. 어제 나한테서 정보를 얻어내려고 술도 먹였어요. 재경 선배를 좀 조심해야겠어요. 혹시 오늘 또 다른 방법으로 나에게 매달릴지 모르잖아요.”“걔가 귀찮다면 내가 내보낼게.”강세헌이 말했다.송연아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진짜예요?”“가짜야.”그는 이불을 거두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옆에 있던 가운을 걸치고는 곧장 욕실로 향했다.송연아는 머리를 벅벅 긁고는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욕실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는데 강세헌은 샤워하고 있었다.욕실과 세면대가 분리되어 있었기에 그녀가 양치하고 세수를 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그녀는 먼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한혜숙은 아침 일찍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강세헌은 찬이를 위해 유치원에 갈 준비했고 이제 정상적으로 등교할 수 있었다.그리고 찬이는 외국어 학원도 하나 더 다녀야 했는데 매일 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이 그들을 책임졌다.한혜숙은 윤이를 데리고 조기 교육 학원에 갔기에 점심이 되어야 돌아올 것이다.지금 오은화는 거의 심재경의 가정부나 다름없었다. 매일 그의 아이를 돌보고 있었으니 말이다.심재경이 혼자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거의 24시간 동안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아이를 챙기는 사람은 적어도 둘이 필요했다.“사모님.”송연아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마자 집사가 공손하게 물었다.“아침 준비할까요?”송연아가 대답을 하려던 그때, 심재경이 씩 웃으며 끼어들었다.“어제 배불리 먹은 거 아니었어?”송연아는 당장이라도 발로 그를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선배 정말 미워요!”심재경은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싶어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나 오늘 집에 없을 거야. 내 딸을 데리고 이국적인 풍경을
강세헌은 그녀를 향해 씩 웃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송연아는 젓가락을 내려놨다.“그럼 오늘 나가지 말아요.”지금 그녀와 강세헌의 관계는 아주 안정적이었지만 이런 상황이 있을 때면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했다.눈앞의 남자는 한창나이에 부족한 곳 하나 없는 완벽한 남자였다.게다가 프랑스에는 미녀가 많았다. 게다가 큰 눈에 높은 콧대, 그리고 하얀 피부를 가진 미녀들 말이다.한혜숙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목격했었기에 그녀는 식탁에서 일어나 강세헌의 자리 쪽으로 가서 그의 허벅지에 앉았다. 그리고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집에서 나랑 같이 있어요.”강세헌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장난이야.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당신이 같이 놀아달라고 해도 시간이 없어. 그런데 될수록 일찍 돌아올게.”송연아가 그를 보며 물었다.“정말 일하러 가는 거예요? 여자랑 데이트를 하는 거 아니고요?”강세헌은 웃으면서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그렇게 자신이 없어?”송연아는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강세헌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만약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강세헌은 또 그녀가 자신을 관심하지 않는다며 삐질 것이 당연했다.그래서 송연아는 강세헌에게 최소한의 관심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네, 그럼 일찍 돌아와요. 상의할 일도 있으니까.”강세헌은 그녀더러 지금 말하라고 했지만 송연아는 주춤거렸다.방금 돌아왔는데 또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면 강세헌은 분명 기분이 언짢을 것이다.“이슬 언니 일 말이에요. 언니가...”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세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참, 나 미팅이 하나 있어서.”분명 듣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아니면 마음속으로 이미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했기에 일부러 그녀의 말을 끊었을 것이다.송연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이왕 말을 꺼냈던 김에 얘기를 다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언니가 많이 심각해요. 이대로 언니를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세헌 씨도 나 이해하죠?”
심재경은 머쓱해하지도 않고 그저 씩 웃었다.하지만 송연아는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왜 나 따라다녔어요?”“내가 언제 널 따라다녔어. 이 길이 다 네 거야. 네가 걸을 수 있으면 나도 걸을 수 있는 거지.”“딸이랑 같이 경치 구경하러 갔다면서요. 그런데 여기에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선배가 운전했던 것 같은데.”심재경이 대답했다.“운전한 건 맞는데 너무 멀리 가진 않았어.”“...”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송연아는 그렇게 살갑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나 뭘 하려고 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산책이나 하려고.”송연아는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으면서 그와 거리를 두기 위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뎠다.하지만 심재경은 눈치 없이 계속 그녀에게 달라붙었다.“혼자면 위험하잖아. 내가 같이 있어 줄게.”“괜찮아요.”송연아가 단호하게 거절했다.“계속 나 따라다니면 세헌 씨에게 이를 거예요.”심재경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주 옛정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구나.”송연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 따라다녀서 내 기분 다 망쳐놓고, 그럼 내가 선배 고마워해야 해요?”“그런데 왜 너 혼자야? 세헌이는? 네가 돌아왔는데 세헌이가 출근했어? 돈이 중요해? 아니면 애인이 중요해?”심재경은 일부러 그녀를 도발했다.송연아는 그의 말 한마디로 절대 화가 날 사람은 아니었다.“일이 바빠도 저희 서로 사랑하는 건 변함이 없어요.”“...”심재경은 말문이 막혔다.‘됐어, 내가 괜한 걸 물어봤군.’“너 안 따라다닐게. 이제 가!”그가 돌아서서 다른 길로 걸어갔다.송연아는 그가 안이슬 때문에 자기를 따라온 걸 잘 알고 있었다.“설마 이슬 언니가 나랑 같이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심재경은 그 생각을 한 게 맞았다. 아니면 그는 송연아를 미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가 일부러 딸을 데리고 나간다고 말한 건 사실 정말로 송연아와 강세헌 두 사람에게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