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호법이 쓴웃음을 지으며 보고했다."몰래 중주를 떠났다고?"루희가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이 녀석, 설마 경성 세력의 미움을 샀다고 우리 도씨 가문으로 오려는 건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이 높아. 큰 세력의 미움을 샀고, 갈 길이 없으니 도씨 가문으로 들어와 가문의 비호를 받고 싶어 하는 게 틀림없을 거야.""글쎄요. 저녁에 몰래 성을 나간거라던데.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는 저희 쪽 사람들도 모른대요. 지금 그들이 이미 도씨 가문으로 오고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만약 진짜 그렇다면 요 이틀 사이에 도착할 겁니다."아홉번째 호법도 다소 걱정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범에게 줘야 할 돈을 그가 줄곧 독차지했었고, 루희에게서도 적지 않은 이익을 얻었으니까.그것도 1~ 2년이 아니라 십여 년 동안이나. 그런데 만약 도범이 돌아오고, 가주께서 전에 그가 도범에게 돈을 한 번도 준 적이 없고, 자원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마 제일 먼저 그를 죽일 것이다.예전엔 루씨 가문의 실력이 강하고 큰 도련님의 천부적인 재능도 놀라워 모두 큰 도련님을 도씨 가문 가주의 후계자로 인정했었다. 그러면서 도범은 틀림없이 돌아올 기회가 없을것이라고. 그래서 그가 겁도 없이 루희한테 복종했던 것이다.그런데 이제와서 이런 변수가 생겼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사실 이번에 도범을 찾아내 쥐도 새도 모르게 그와 서정을 죽여버리면 요 몇 년간의 일들이 틀림없이 폭로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파견한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도범 등이 이미 중주를 떠났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 녀석이 도씨 가문으로 오면 안 돼!"루희도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사람을 좀 더 파견해 도씨 가문으로 오는 길에서 잠복하고 있으라고 그래. 그러다 도범과 서정을 발견하는 즉시 참살해 버려.""네. 그들이 살아서 도씨 가문으로 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골치가 많이 아프게 될 거니까."아홉번째
바로 이때 한 경호원이 달려와 도범을 향해 말했다. "주인님, 밖에 미인 두 명이 주인님을 찾습니다. 참, 그리고 시율 아가씨와 장진님도요.""우리 셋을 찾는다고?"도범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곧 박시율을 불러 함께 나갔다.그리고 대문 앞으로 나와서야 옆집에 사는 두 미인 스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가깝게 살고있는 터라 둘은 경호원을 한 명도 부르지 않았다."두 미인 분, 무슨 일 있으세요? 들어와서 얘기해요."도범이 웃으며 앞에 있는 하가영과 서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아닙니다. 지난번 세분께서 저희 둘을 구해주셨잖아요. 마침 오늘 날씨도 괜찮고 해서 감사를 표할 겸 세분께 밥을 대접하고 싶은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하가영은 수줍게 웃으며 도범을 쳐다 보았다."그래요. 두 미인분이 직접 이렇게 와서 초대하는데 저희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두 대스타와 밥을 먹을 수 있는 건 저희의 영광이죠."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럼 가시죠. 세분만 있으면 경호원도 데리고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훨씬 편하기도 하고."서연이 기지개를 켜며 미소를 지었다."운전해야 하나요?"박시율이 생각한 후에 물었다."아니요, 바로 앞에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식당이 있어요. 저와 가영이 스케쥴이 없을 때면 그곳에 가거든요. 맛도 아주 좋아요."서연이 웃으며 하가영과 함께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 사람은 그 식당에 도착했다.도중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몰래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특히 도범은 이미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증오하는 대상으로 되었다. 필경 다섯 사람 중 남자라고는 도범 한 명뿐이고, 기타 네 사람은 전부 엄청 이쁜 미녀들이었으니까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평시에 도범이 박시율 및 장진과 함께 외출할 때조차도 남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는데, 지금은 두 명의 일류 스타도 더해졌으니 그들의 질투심은 더욱 뚜렷했다."젠장, 저 남자는 누
옆에서 사람들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고 의논하고 있었지만 도범은 똑똑히 들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 두 스타를 몇 점 높이 평가했다.아무래도 연예계에서 그녀들처럼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니까.그런데 바로 이때, 그 식당을 지나가던 몇 사람이 안에 있는 미녀들을 발견했다. 그중 한 명이 갑자기 눈빛이 밝아지더니 다른 쪽으로 달려가서 몰래 전화를 걸었다. "왕 감독님, 저 하가영과 서연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오늘 경호원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지금 1남 2녀와 밖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좋은 기회입니다."핸드폰 너머의 왕 감독이 그 말을 듣더니 덩달아 눈빛이 밝아졌다. 입가에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정말이야? 잘됐네. 당장 주소를 찍어보내. 내가 바로 좀 더 강한 녀석들로 보낼 거니까. 지난번에 보낸 그 경호원들은 정말 쓸모없었어. 두 여자를 잡아 오지도 못하고 맞기까지 했으니!"남자가 즉시 위치를 보냈다.그는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다. 이 왕 감독이라는 사람이 말로는 감독이고, 영화영상학과를 나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실력도 없고 작품이라고는 하나같이 볼품없다는 것을.하지만 그가 재벌 2세이고, 집안도 돈 많은 진정한 삼류 세가라 뿌리고 다니며 놀 돈이 많고도 많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괜찮은 스타들을 초청해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물론 여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신인들은 하나같이 쉽게 걸려들어 왕 감독과 하룻밤을 나눴다. 그리고 그게 왕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다. 스타들을 마음껏 접촉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견지했고, 필업한 후엔 할 일이 없으면 배우들을 찾아 영화를 찍곤 했다.지금은 하가영이 그의 다음 목표이다. 그는 하가영을 자신의 영화 주인공으로 만들고 그녀를 품고 싶어 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아주 높은 출연료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뵈는 게 없는 하가영이 여전히 그를 거절했다는 거다. 그것 때문에 그는 매우 불쾌해하고 있었다."헤헤, 왕 감독이 저 여
대머리 남자의 머리 위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딱 봐도 쉬워보이지는 않는 게 이 사람들의 두목인 것 같았다.곁에 있던 엄청 마른 남자가 웃으며 그 대머리 남자를 향해 말했다. "형님, 너무 쉬운 문제잖아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다 잡아가죠 뭐. 일단 저 남자를 죽이고, 하가영은 왕 감독에게 주고, 다른 몇 명은 우리가...""하하, 네 생각이 괜찮네. 나는 왜 이 두 미녀가 저 두 대스타보다 더 예쁜 거 같지?"대머리 남자가 웃으며 음미하는 표정을 지었다."보아하니 왕 감독이라는 사람, 에너지가 참 충족한 거 같네요. 지난번에 그렇게 교훈을 주었는데도 포기하지 않다니."도범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냉담하게 웃었다.하가영은 상대방 쪽 인원이 더 많은 것을 보더니 걱정이 앞섰다. 왠지 이번에 온 자들의 전투력이 전에 왔던 그 사람들보다 훨씬 강할 것 같았다.그녀는 걱정하는 어투로 도범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또 세분께 폐를 끼쳤네요. 이, 이 사람들,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이에 도범은 오히려 조금도 개의치 않다는 듯 하가영을 향해 웃었다. "걱정마요, 쓰레기들일 뿐이니. 왕 감독이라는 사람, 정말 죽음을 자초하고 있네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 찾아오는 걸 보니, 제대로 교훈을 주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왕 감독이 그냥 감독뿐만은 아닙니다. 그의 집에 돈이 엄청 많거든요. 삼류 세가에요. 안 그러면 그가 무슨 돈으로 볼품없는 작품들을 수도 없이 찍었겠어요? 그 작품들 때문에 돈을 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많은 돈을 잃었지만 집에 돈이 많으니까, 그의 부모도 별로 개의치 않아 했어요. 그럴만한 조건이 있다고."서연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그 녀석이 영화 찍는 걸 좋아하는 주요 원인은 유명해지는 꿈을 가진 젊은이들 때문입니다."도범이 듣더니 뜻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이렇게 오만방자하더라니. 미녀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삼류 세가의 자식이기도 했네요.”"자식, 참 운도
대머리 남자와 여러 사람이 참살되었다. 그중 죽지 않은 자들도 몇 명이 있었는데, 그것도 장진과 도범이 인심을 써서 한번 봐주었던 것이다."너, 너무 강한 거 아니야?"하가영과 서연 두 사람은 모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도범과 장진의 전투력에 제대로 탄복되었다. 그들 같은 강자는 정말 보기 힘든데."하하, 식은 죽 먹기죠."도범이 하하 웃더니 바닥에 누워 있는 몇 사람에게 말했다. "나는 도범이라고 한다. 당장 그 왕 도련님한테 가서 일러. 하가영과 서연 아가씨를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알겠어? 이 두 분, 이제부터 나의 친구이니, 만약 이 두 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바로 그의 목을 베러 갈 거야."뒤에 있던 하가영과 서연은 도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비할 데 없이 패기 넘치는 말에 다시 한번 정복당했다. 도범이 너무 포악하고 남자다웠다. 대놓고 그들 둘을 보호하겠다고 상대방을 위협하다니."가시죠, 끝났습니다."도범이 고개를 돌려 웃으며 그녀들과 함께 떠났다.도범이 떠난 후, 그중 한 놈이 왕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왕 도련님, 젠장,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그 가면을 쓴 여인과 남자가 너무 강합니다. 저희가 전혀 그들의 적수가 아니라고요. 저희 쪽에서 반격할 틈도 없이 절반 이상이 그들 손에 죽고 몇 명만 살았습니다. 그것도 상처투성이가 되어서요!""설마? 그렇게 강하다고?"왕 도련님은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사람들 누구야? 누군데 감히 왕씨 가문과 맞서싸우려 들어? 처음에도 그 놈이고, 이번에도 그 놈이라니. 젠장, 내가 반드시 그 놈을 죽인다!""왕 도련님, 그 녀석이 자신의 이름이 도범이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하가영과 서연이 모두 그의 친구이니, 그 두 사람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련님의 목을 베러 가겠다고 전하라고 했습니다."그 경호원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내 목을 베러 오겠다고?"왕 도련님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다. "그 녀석이 정말 죽음을
왕 도련님의 말을 듣더니 옆에 있던 노인의 얼굴에는 경멸의 빛이 드러났다.그가 가장 증오하는 게 바로 같은 남자를 멸시하고 여인을 괴롭히는 자들이다. 하지만 그가 확실히 상대방에게 큰 신세를 졌고 왕씨 가문에 신세를 졌으니, 함께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저건 또 누구지?"도범이 멀리서 한 무리를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왕 도련님이에요. 저 사람이 바로 그 왕 감독입니다. 정말 빨리 오셨네요."하가영은 보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또 도범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으니."마침 잘 왔네요. 이참에 제대로 정리해 버리죠, 두 분한테 눈독을 들이지 못하도록. 오늘 제가 바로 저놈을 내시로 만듭니다, 더는 아무 여자도 건드리지 못하게."도범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비볐다. 그러고는 빙그레 웃으며 앞을 바라보았다."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나 왕도와 맞서싸워? 간댕이가 제대로 부었구나 너."왕도가 도범의 전방 멀지 않은 곳까지 다가간 후 멈춰섰다. 그러고는 냉소하며 박시율과 장진을 쳐다보았다. "자식, 주변에 미인이 참 많네. 비록 오늘에 많은 부하를 잃었지만 그래도 수확은 적지 않았어. 하가영만 잡아가는 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단 말이지.""그래요, 도련님. 나머지 셋을 그냥 놔주기엔 너무 낭비하는 거잖아요, 하하!"다른 몇 명의 부하들이 옆에서 따라 웃기 시작했다.그들 앞에 있는 네 명의 미인은 확실히 하나같이 아름다웠다."전에 보낸 그 20명도 나의 적수가 아니었는데, 이번에 고작 이런 쓰레기들 몇 명 데리고 왔다고 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는 도범의 눈빛에는 하찮음으로 가득했다."하하, 자식. 너 정말 눈치가 없구나. 이 영감이 7성급 대장이야. 혼자서도 너를 백 번이고 죽일 수 있다고!"이에 왕도는 오히려 하하 웃으며 말했다. "너한테 목이 몇 개나 있을 거 같아?""7성급 대장? 당신이 대장이라고요?"도범이 노인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눈살
"뭐야?"노인은 도범의 속도가 그보다 더 빠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니.그리고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땐, 도범이 이미 다리를 들어 그의 가슴팍을 걷어찼다."퍽!"가벼운 소리와 함께 노인은 몇 미터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땅을 힘껏 밟고서야 겨우 멈추었다."웁!"하지만 멈춰 서자마자 노인은 목 안이 뜨거워 나더니, 피를 토했다. 얼굴색도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왕도가 노인의 피 토하는 모습을 보더니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턱도 하마터면 땅에 떨어질 뻔했다."맙소사, 7성급 대장마저 그의 적수가 아니라고?"다른 왕씨 가문의 고수들도 크게 놀랐다. 이 노인이 그들의 비장의 카드였으니. 사실 왕도가 줄곧 횡행할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이 노인이 그에게 신세를 졌기 때문이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노인을 쓰고 싶었다.그래서 전에 아무리 큰 사고를 쳤어도 왕도는 노인을 쓰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적지 않은 왕씨 가문의 경호원이 죽었기에 화가 많이 난 왕도는 어쩔 수 없이 노인을 나서게 했던 것이다.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노인이 이를 악물고 손바닥을 뒤집어 보검 한 자루를 꺼내더니 도범을 향해 돌진했다."진심이시네요?"도범은 일찍이 상대방의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발견했다. 보검이 그 반지 속에 있는 게 분명했다. 사실 노인이 끼고 있는 반지 안에는 작은 저장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 반지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용할 수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많지 않았고.도범이 차갑게 웃더니 역시 손바닥을 뒤집어 그의 검은 보검을 꺼내들고 노인의 공격에 맞섰다."슝!"두 갈래의 무서운 검기가 부딪히면서 폭발했지만, 곧 무서운 경기로 변해 사방으로 퍼졌다."아!"강한 바람이 적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놀라 몇 걸음 물러서게 했다. 박시율은 심지어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무서운 충격에 밀려 후퇴했다.하가영의 치마도 바람에
"자식, 나, 난 삼류 세가의 도련님이야. 죽이면 안 돼!"왕도는 겁에 질려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른해진 두 다리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아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도범이 손바닥을 뒤집자 손에 든 검은 보검이 바로 자취를 감추었다."안 죽여."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 말을 들은 왕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이봐, 당신은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어. 친구 한 명이 늘어나는 게 아무래도 원수 한 명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낫잖아? 앞으로 우리는 좋은 형제고, 좋은 친구야. 삼류 세가의 도련님과 친구가 되면 좋은 점만 있을 뿐 나쁜 점은 없다고!""빵!"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도범이 다리를 들었다.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아!"왕도가 즉시 고통스러워 쪼그리고 앉았다. 너무 아팠는지 이마 위의 핏줄이 심하게 튀어나와서는 얼굴색도 극도로 창백해졌다."너를 죽이지 않겠다고 했지, 내시로 만들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잖아?"도범이 냉소하더니 무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시 같은 놈, 당장 꺼져. 앞으로 더 이상 여인을 해칠 생각하지 말고.""너 이 자식. 너 후회할 거야. 우리 왕씨 가문이 절대 널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왕도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더니 기절할 뻔했다. 그러면서 가까스로 일어선 뒤 택시를 타고 떠났다."허, 협박까지 해?"도범이 웃으며 다시 노인의 앞으로 다가가 노인을 내려다보았다."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 나 임호가 눈살을 찌푸리기라도 하면 임씨 성을 버린다!"노인의 이름은 임호였다. 바닥에 누워 있는 그의 숨결은 약했지만 눈빛은 비할 데 없이 확고했다.그런데 의외로 도범이 작은 알약을 꺼내 그에게 던졌다. "이건 상처를 치료하는 약입니다. 드시고난 후 상처가 곧 아물 겁니다. 이젠 상대방에게 진 신세를 다 갚은 셈이죠? 비록 어르신께서 저들을 도와 나쁜 일을 했지만 정이 많고 의리가 있는 사람이라어르신을 죽이지는 않겠습니다.""고, 고마워!"도범을 쳐다보는 임호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