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이 끝나 조문우가 보호 법진을 해제하자, 서무 제자들이 급히 도박장 위로 올라와 이승혁을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 이승혁의 얼굴은 창백했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소문혁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소문혁은 조문우의 최종 판단에, 별다른 표정 없이 곧장 도박장에서 내려왔다.이승혁에게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고 말이다. 소문혁의 마음속에서 이승혁은 이미 패배자였으며, 그런 사람에게 눈길 한 번 주는 것은 그 사람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대결은 이미 끝났으니, 장내는 또다시 술렁이었다. 마치 500마리 오리가 들어온 것처럼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웠다.“이승혁 씨가 결국 소문혁 씨를 이기지 못했네요. 시작할 때부터 소문혁 씨가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이더라고요. 이 점만 봐도 소문혁이 이 대결에 얼마나 자신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죠. 대결의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네요.”“원래 문혁 선배의 재능이 우리 외문 제자 중에서도 손꼽히잖아요. 승혁 선배가 143위를 차지한 건, 단지 수련 시간이 길어서 다른 사람을 이긴 것이지 재능이 뛰어나서가 아니죠. 시간이 점점 지나면, 문혁 선배의 재능이 승혁 선배를 따라잡을 뿐만 아니라 추월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걸 알려줄 거예요.”이승혁이 진 것은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필경 소문혁은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소문혁을 더욱 지지했었다. 비록 이승혁의 순위가 조금 더 높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재능 때문에 이승혁을 좋게 보지 않고 있었다. 장내는 점점 더 술렁이며, 몇몇 사람들이 한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여러분, 방금 대결에서 소문혁 씨가 전력을 다한 거라고 생각해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환호성이 폭발했다. 많은 궁금증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그럴 리가요, 문혁 선배가 방금 검을 거둔 자세를 보세요. 너무나 여유롭잖아요. 저는 문혁 선배에게 아직 힘이 남아 있다고 확신해요. 비록 이승혁 씨의 실력이 우리 대부분 사람보다 훨씬 강하지만
이때는 설사 공양이라고 할지라도, 도범이가 진짜 소문혁을 이길 수 있는 능력자인지, 아니면 그저 그런 척하는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런 무덤덤한 태도가 오히려 진짜처럼 보였다.도범은 연기에 능숙해 자신을 매우 교묘하게 숨겼다. 한편 소문혁이 도박장에서 내려온 후, 그의 시선은 곧바로 도범에게 고정되었다. 사실 소문혁은 도범이가 이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려 낯빛이 창백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공포와 압박감에 휩싸일 것이라 여겼지만, 도범의 태연한 얼굴을 본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문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저 녀석, 또 허세 부리는 거야? 이런 내가 전혀 두려워하지 않다고? 다른 건 몰라도, 연기는 정말 일류네!”소문혁은 의도적으로 목소리 톤을 높여, 주변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게 했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도범에게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너무나도 태연한 도범의 모습에 사람들은 오히려 도범이가 얼마나 더 허세를 부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허세도 적당히 부려야지 너무 갔어요. 소문혁 선배가 오늘 대결에서 자신의 실력을 여지없이 보여줬는데도 저렇게 태연자약하다니! 처음부터 그렇게 행동했다면, 우리는 도범 씨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오는 무모함이라고 생각했을 텐데요.이제는 소문혁 선배가 우리 외문 제자 중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들 정도의 실력을 보여줬는데도 도범 씨는 마치 아무것도 아닌 듯한 태도를 보이니, 정말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체면 때문이겠죠. 도범 씨는 자신의 체면을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인 가봐요. 아무리 두려워도, 우리에게 비웃음을 사지 않으려고 표현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럴수록 더 우스워 보이네요.”“맞아요! 도범 씨 지금 모습은 정말 너무 웃겨요.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니까요!”“저는 도범 씨가 너무 놀라서 멍해졌다고 생각해요. 봐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잖아요. 만약 제가 도범 씨였다면
도범의 한 마디에 순식간에 말문이 막힌 공양은, 조백천과 눈빛을 교환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했다.도범이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조백천과 공양은 도범이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윽고 조백천의 입가가 파르르 떨려 났다. 결국 조백천은 잡일을 도맡아 하는 서무 제자에 불과했고, 소문혁은 조백천에게 있어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이기에 결코 싸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백천은 도범이가 더더욱 걱정되었다.한편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범과 소문혁이 실제로 맞붙는 날, 그 광경이 어떨지 상상하기 시작했다.도범이가 소문혁의 한 방에 날아갈까? 그 후 소문혁은 도범을 필사적으로 모욕하려 들 거고, 심지어 도범의 얼굴에 상처를 낼 지도 모르는 일이다. 도범에게 모욕을 주는 동시에 그의 인격까지 크게 훼손시켜, 이번 생에서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이들이 소문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문혁은 분명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소문혁은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는 사람은 아니니까.또한, 소문혁의 배후에는 든든한 버팀목도 있어서, 사람의 존엄성을 해치고 인격을 모욕하는 일을 해도 큰 후과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문혁이 다른 사람을 무시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한편, 장이수는 자신이 이런 큰 동아줄을 붙잡은 것이 참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소문혁은 어느 면에서나 일반 사람보다 훨씬 강하며, 또 그에게는 소 장로라는 든든한 뒷배도 있다. 즉, 앞으로 소문혁이 장이수의 로고를 인정해 손을 내밀어 준다면 장이수에게도 분명 창창한 미래가 있을 것이다.다른 한편, 소문혁은 승리를 거뒀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 어떤 기쁨도 없었다. 대신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만 있을 뿐이었다. 장이수는 소문혁이 말하지 않아도 소문혁이 무엇에 화가 난 것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그래서 장이수는 갑자기 관람석에서 일어나 도
소문혁이 분노하여 소리쳤다. “너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나를 몇 번이나 모욕하려고?”그러자 도범이 차갑게 장이수와 소문혁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 본인이 괜히 다른 사람에게 트집을 잡았으면서, 어찌된 영문인지 오히려 거꾸로 몰아붙이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네요! 게다가 분명히 알아 둘 것은, 다른 사람이 일부러 당신들을 모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쪽 스스로가 모욕을 당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거예요.그날 문혁 선배님이 우리 거주 구역에까지 와서, 제가 정당하게 얻은 방을 비워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누가 문혁 선배님을 신경이라도 쓰겠습니까?”도범의 말은 점점 더 귀에 거슬렸지만, 그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추며 수군거렸다.“도범 씨가 정말 미친 거예요? 아니면 모든 걸 포기하고 화내기로 작정한 건가요? 어차피 소문혁에게 적대감을 샀으니, 그냥 끝까지 적으로 지내려는 생각일까요?”“저는 모든 걸 포기하고 화내기로 작정한 거라고 봐요.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을 한 바가지 씩 내뱉는 걸로 봐서는, 도범 씨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 먹은 것 같네요. 어차피 반쯤 죽을 텐데, 말로 자기 본전을 찾는 거죠.”몇몇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정말 미친 것 같아요. 이런 말을 하는 건 소문혁을 더 화나게 할 뿐이에요. 그들이 도박장에 오르면, 소문혁은 분명 도범 씨를 괴롭히는데 목숨을 걸 거예요. 아마도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도범 씨를 죽이려고 들지도 몰라요!”이 말들을 들은 공양은 더욱 답답해졌다. 비록 공양은 도범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문혁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공양은 미간을 찌푸리고 목소리를 낮추어 도범에게 경고했다. “도범 후배, 그만둬요. 미쳤어요? 이렇게 하면 소문혁을 완전히 화나게 하는 겁니다. 그때가 되면, 소문혁은 규칙을 무시
장이수는 성큼성큼 걸어 도범의 앞에 서서는, 굶주린 맹수처럼 실눈을 뜨고는 차갑게 말했다.“갑자기 나타나서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했더니, 이런 목적이었군요!” 장이수의 말에 도범은 의아해했다. ‘이런 목적?’장이수는 두 번 연신 헛기침을 하고는 손가락으로 도범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문혁 선배와 싸우기 두려워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거잖아요!”이 말을 들은 도범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병이라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제 말 중 어느 부분에서 문혁 선배와 대결하고 싶지 않다고 들으신 건가요? 만약 제가 문혁 선배와 대결하고 싶지 않다면, 왜 베팅을 하자고 했겠습니까?”장이수는 다시 어깨를 들썩이며 두 번 헛기침을 하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문제는 그 말이 아니라 그 전에 했던 말입니다. 도범 씨는 문혁 선배가 베팅을 하지 않으면 대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잖아요. 그게 중요한 거죠! 도범 씨는 지금 문혁 선배와 대결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한 겁니다. 왜냐하면 도범 씨는 문혁 선배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죠. 그리고 당신 같은 사람과 대결할 때 문혁 선배가 베팅까지 한다면 그건 당신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걸 어쩌죠? 문혁 선배는 도범 씨를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그러니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이게 무슨 괴상한 논리인가? 도범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나기는커녕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장이수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도범이가 그렇게 생각한게 맞다고 말이다.‘이런 비열하고 부끄러운 자도 두려움이 있었구나, 그럼 지금까지 아닌 척했던 거잖아? 모두 연기였네.’그래서 그들은 함께 도범의 약점이라도 잡은 듯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나더니, 이내 몸을 돌려 모든 이에게 말했다.“여러분, 들으셨죠? 도범 씨는 문혁 선배와 대결할 용기가 없어서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인 겁니다. 도범 씨가 무슨 자격으로 문혁 선배과 베팅을 논하죠?”소문혁은 눈살을 잔뜩
소문혁의 성격상, 절대로 도범을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 대 때리는 것으로 끝내지도 않을 것이다.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조백천과 도범의 관계가 그리 깊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조백천이 나서서 도범을 위해 말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저 조용히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여기 주변에서 들리는 수군거림이 모두 도범의 귀에 들어왔다. 이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는 추측으로 도범을 판단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도범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도범은 사태가 그대로 진행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내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들과 말싸움을 해야만 했다. 이러한 때,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정신병자예요? 입 좀 다물 수 없습니까?”이 말을 한 후, 도범은 다시 소문혁을 바라보았다. 소문혁은 눈썹을 한껏 치켜 올리고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도범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도범은 소문혁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물었다. “다시 묻겠습니다, 그래서 문혁 선배님은 무엇을 베팅하실 건가요?”이 말을 들은 소문혁은 실눈을 뜨고 도범을 바라보았다. 사실 장이수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도범과 베팅을 하는 것은 도범의 체면을 세워주는 셈이다.또한 소문혁은 마음속으로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양극종에 들어온 쓰레기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만약 두 종문 간의 싸움이 아니었다면, 도범은 양극종에 들어올 자격도 없었을 것이며, 소문혁과 같은 지위를 가질 자격도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도범이가 이렇게 물어본 이상, 입을 계속 다물고 있는다면 겁먹은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소문혁은 조소하는 듯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비록 네가 나와 함께 베팅할 자격이 전혀 없지만, 너가 베팅하지 않으면 대결하지 않겠다고 말하니 나도 어쩔 수 없지. 네 체면을 세워주는 것보다 널 폐인으로 만드는 게 나한테 훨씬 중요하니까.”그러자 조백천이 가벼운 기침을 하며 규칙을 일러줬다.“영구적인 불구로 만들어서는
이 말이 나오자 모두가 눈이 동그래졌다. 대결의 승패를 떠나, 도범이가 소문혁에게 제시한 베팅 자체가 이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누가 베팅을 하든, 종문 공헌 포인트는 150점을 초과할 수 없는데, 이는 도범이 소문혁에게 최고 포인트의 칩을 걸게 했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두 개의 진혼단이 추가되면서 베팅 금액은 다시 치솟았다. 진혼단은 5품 단약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 중 하나이다. 사실 진혼단을 제조하는 데 몇 가지 특별히 귀한 재료가 필요한데, 이 재료들의 가치로 인해 진혼단의 가격은 6품 단약과 맞먹는 수준이 되었다. 양극종 내에서조차 종문 공헌 포인트로 진혼단을 교환한다면, 한 알당 가격은 무려 150점이다. 두 알의 진혼단 가격이 300 점, 여기에 종문 공헌 포인트 150점을 더하면 총 450점의 종문 공헌 포인트이다. 이 가격은 도범이 현재 가지고 있는 집의 가격을 훨씬 초과했다. 또한 보통의 외문 제자들은 이렇게 많은 종문 공헌 포인트를 쉽게 내놓을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종문 공헌 포인트를 모았다면, 그것은 고급 공법이나 무기를 교환하기 위함이다. 이를 들은 소문혁은 씩 웃었다. 그러나 소문혁이 말하기도 전에, 장이수가 다시 소리쳤다. 장이수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도범, 당신 미쳤어요? 문혁 선배가 450점이 넘는 종문 공헌 포인트를 베팅하길 바란다니, 당신은 그저 방 하나 베팅했을 뿐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오만한 말을 내뱉을 수가 있죠?!”비록 모두가 도범이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릇 도박장에 오르는 두 사람은 베팅한 것도 상호 동등해야 한다. 그러나 도범이가 소문혁에게 제시한 것들은 도범이가 베팅한 방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그렇기에 지금 도범이가 이렇게 말하는 목적은 소문혁을 모욕하기 위함이며, 자신의 체면을 찾음과 동시에 소문혁이 배팅을 포기해 도박장에 오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장이수는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도 장이수와 생각이 같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도범이 이 말을 듣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월말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요, 전 지금 당장이라도 좋아요. 문혁 선배님이 이미 제 요구를 승낙했으니,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죠.” 도범의 이 말은 평온한 호수에 수천 근의 큰 돌을 던진 것처럼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지금 당장 소문혁과 도박장에서 대결하겠다고? 이건 무슨 죽지 못해 안달 난 건가? 아니면 정말로 미쳐버린 거야?’도범의 이 말은 공양과 조백천마저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내 도범의 곧은 등을 바라보았다. 충격을 받았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한편, 도범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단단한 걸음으로 조문우 앞에 섰다. 조문우도 조금 놀랐는지 멍한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봤다. 아마 조문우도 도범이가 무엇을 하려는 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문우는 도범이가 그런 무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겨우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죽음을 서두르는게 아니라면 대결을 지금 하겠다고 나섰을 리가?’만약 한 달의 수련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마도 조금 더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졌을 때 적어도 너무 창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범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이때, 조문우가 조금 떨리지만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지금 당장 대결하고 싶은 겁니까?” 도범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혁 선배님이 지금 저와 싸우고 싶은 게 아니라면 지금 대결하고 싶습니다.” 소문혁은 이 말을 듣고 눈알이 거의 튀어나올 듯했다. 도대체 도범이가 무엇을 하려는 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도범이가 자신과 대결하지 않기 위해 이런 일을 꾸민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싸우지 못해 안달 나 있다니.소문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결심한듯 말했다. “싸우자! 당연히 싸워야지!” 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