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은 도범의 재능과 실력에 대해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도범이가 4급 난이도인 진법의 문에서 5일을 완전히 보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도범은 마치 큰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공양은 성큼성큼 도범의 곁으로 다가가 그가 힘에 부쳐 쓰러질 뻔한 것을 받쳐주었다. 그러자 도범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힘없이 말했다. “괜찮아요, 많이 다치지 않았어요. 단지 영혼력과 진원을 너무 많이 소모했을 뿐이에요.”공양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도범의 경락을 가볍게 살폈다. 예상대로 도범의 모든 진원이 소모되었고, 영혼력도 거의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공양은 더욱 말이 없어졌다.“도대체 안에서 뭘 한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영혼력과 진원을 소모할 수 있죠?”그러자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냥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을 뿐이에요. 별거 아니에요.”이 말을 듣자마자, 공양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려고 이런 상태가 되다니, 도범 씨는 정말로 재능이 뛰어나고 용기가 대단한 사람이네요. 난이도 4단계의 진법의 문에서, 그 영혼 충격파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강력합니다.누구라도 그곳에 들어선다면 조심스러워야 하죠. 그런데 본인이 견디지 못하고, 그 영혼 충격파에 의해 영혼의 근원이 손상되는 건 두렵지 않았어요?”도범도 이 위험에 대해 걱정했었지만, 공양이 말했듯이, 도범은 실로 대담한 사람이었다. 사실 지금 돌이켜보면, 도범 자신도 조금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도범은 앞으로 이처럼 무모하게 진력과 영혼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공양은 마지못해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공양은 도범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했다. 어떠한 말도 도범에게는 통하지 않는 듯했다.“됐어요, 더 말해봤자 소용없겠군요. 아, 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당신이 관심 있어할만한 소식이예요. 소문혁이 내일 도박장에서 싸울 거랍니다. 물론 도범 씨와 싸우는 건 아니고, 143위의 이승혁 선배와 싸울 거라고 해요. 도
도남천은 도범의 어깨를 토닥이며 약간의 연민을 담아 조언했다.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마, 아직 열흘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어. 천천히 해.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붙인다면, 결국 무너지게 되어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범 역시 이러한 진리를 알고 있으며, 도남천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걱정 마세요. 저도 다 계획이 있습니다. 소문혁은 현재 저에게는 강력한 상대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저를 이렇게 열심히 수련하게 만든 것도 그 때문만은 아니니까요. 양극종과 혼원문의 대전이 임박했으니, 전장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제 실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안심할 수 없어요. 그리고 양극종 고위층의 태도도 명확하지 않아서, 나쁜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이는 도범의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었다. 비록 공양이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도범은 공양의 말에서 다른 의미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조백천이 칠성대전에 갔다가 겪은 일들은 도범의 우려를 더욱 가중시켰다. 더욱이 도범은 자신이 이 모든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더라도,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현재 도범은 그저 신입 외문 제자에 불과했으며, 자신을 제대로 보호하려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면서 더 높은 실력을 갖춰야만 했다.도남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상황은 화하 세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때는 도범을 도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범의 실력이 도남천보다 훨씬 뛰어났기에 도남천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도범이가 스스로 헤쳐 나가게 두는 것뿐이었다.“그래도 소문혁은 선천 중기에 이른 사람이야. 너보다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있지.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수련 경지 간의 차이는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해. 선천 중기는 선천 초기보다 한 단계 높긴 하지만, 진원의 농도와 저장량은 선천 초기의 두 배가 넘어.”이 말을 하던 도남천은 걱정이 되어 머리를 살짝 흔들며 근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도범에게 말했다.“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어요. 또 신허천도를 수련하면서, 특별한 부가 기능도 얻게 됐죠. 이 점을 갖고 있다면, 소문혁을 상대로도 우위를 점할 자신이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도남천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눈썹을 추켜세우며 도범에게 물었다.“부가 기능이라니, 무슨 부가 기능이지?”그러자 도범이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신허천도를 수련함으로써, 진원의 농도와 저장량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공간 법칙을 초보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신허천도 자체가 공간 법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공간 법칙이라니?”이는 도남천이 처음 듣는 용어였다. 도남천은 그 단어의 뜻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공간 법칙을 경험해본 적은 없었다. 도범이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지금은 공간 법칙을 조금만 다룰 수 있습니다. 언젠가 진짜로 공간 법칙을 마스터하게 되면, 그때 아버지께 보여드리겠습니다.”도남천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도범의 말이 그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크게 덜어주지는 못했다. 이윽고 도남천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네가 네 실력을 잘 알고 있는 건 나도 알지만, 그래도 말해두고 싶어. 수련 경지는 가끔 넘기 어려운 문턱이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소문혁이 너보다 한 단계 높은 수련 경지에 있다는 건, 같은 공법을 사용해도 소문혁의 공법이 훨씬 강력하다는 의미야.”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실은 도범이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이죠, 수련 경지란 마치 엔진과 같죠. 수련 경지가 높을수록, 엔진의 품질과 크기가 커지며, 더 많은 연료를 담을 수 있고, 그만큼 더 큰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소문혁이 저보다 수련 경지에서 앞서 있다는 건 사실이지만, 누가 더 강한지는 곧 알게 될 거예요.”이 말을 들은 도남천은 눈썹을 한 번 더 추켜올리며, 다소 의아한 듯 물었다. “아직도 보름이나 남았는데, 어떻게 곧 알게 되지?”도범은 눈을 내리깔고 모든 감정을 가라앉힌 채, 차분하게 찻잔을 탁자
다른 사람들의 전투를 지켜보는 것은 단지 그들의 실력을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투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소문혁은 분명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비록 현재 소문혁의 실력이 양극종 외문 제자 중에서 187위에 머물고 있지만, 그가 양극종에 갓 들어왔다는 점과 소 장로가 후원하는 점을 고려할 때 소문혁이 외문 제자 중에서 왕좌를 차지하고 상위 10위 안에 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또한 상위 50위의 외문 제자 중에서 소문혁 만큼 유명한 사람은 드물다. 몇몇 제자들이 상위 50위 안에 들어간 것은 오랫동안 수련하여 실력을 키운 결과일 뿐, 천부적인 재능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그러나 소문혁은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인물이다. 따라서 오늘 상위 143위의 이승혁과의 대결은 많은 외문 제자들이 관전하러 오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주인공인 소문혁은 일찍이 관전석에 자리를 잡았다.이윽고 소문혁의 주변에는 많은 아첨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소문혁 앞에서는 칭찬을 하고 뒤에서는 흉을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소문혁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또한, 소문혁은 이러한 말들을 아주 즐기고 있었다. 눈을 감고 휴식하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장이수도 그 많은 아첨꾼들 중 한 명이었다. “승혁 선배님의 실력도 꽤 좋지만, 문혁 선배님과 천부적인 재능을 비교한다면 하늘과 땅이죠. 문혁 선배님의 재능은 우리 양극종 뿐만 아니라 다른 삼품 종문의 외문 제자들과 비교해도 독보적이잖아요.그리고 소 장로님께서 나중에 문혁 선배님을 장로 제자로 받아들이실 거잖아요? 그때가 되면 문혁 선배님의 실력은 분명 몇 단계 더 상승할 거예요.” “맞아요! 우리 외문 제자 중 상위 10위 안에 드는 제자들조차 문혁 선배님의 천재성을 인정하고 있죠. 그러니 오늘 대결에서 문혁 선배님은 분명 대승을 거둘 것이고, 조만간 상위 100위 혹은 상위 50위와 대결
이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소문혁이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은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자주 오현재와 비교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문혁은 늘 자신이 조연, 오현재를 주연이라고 생각했다.방금까지만 해도 소문혁은 자신이 친전 제자보다 한 수 아래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현재 때문에 이렇게 빨리 체면을 구길 줄이야! 아무리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해도, 오현재는 소문혁이 넘지 못하는 한계였다. 오현재는 늘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며 소문혁을 무력하게 만들었으니까.한편, 아첨과 구슬리기에 아주 능숙한 장이수는 한눈에 소문혁이 지금 무엇 때문에 우울한지를 알아채고는 서둘러 말을 꺼냈다.“현재 선배님의 재능은 정말 대단하죠. 필경 그 뒤에는 오씨 가문의 지원이 있으니까요. 우리 양극종의 대장로님도 오씨 가문 출신이니, 제가 대장로라도 당연히 가문의 제자를 전력으로 육성할 겁니다. 그리고 좋은 것들은 모두 자기 제자에게 주겠죠. 그러니 이런 방식으로 키운다면, 천재성이 조금 부족해도 실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현재 선배님의 재능은 정말 뛰어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장이수는 소문혁을 위로했다. 소문혁도 장이수의 말에, 방금 전의 우울한 기분도 많이 가라앉았다. 소문혁은 장이수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오현재가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은 분명 대장로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장로는 문주 외 두 번째로 강력한 인물이다. 대장로에게는 많은 좋은 것들이 있을 테니, 그 많은 자원들을 오현재에게 쏟아부었다면, 소문혁을 압도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만약 소문혁도 그런 좋은 자원을 얻을 수 있다면, 오현재는 그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소문혁은 이렇게 합리화하며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그러나 바로 그때, 소문혁의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포착되었다. 도범을 본 소문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 우울했던 표정이 이내 조롱으로 바뀌고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저 녀석이 도박 대결장에 왔어? 설마 오
장이수는 무표정한 도범을 보며 냉소를 터뜨리고는 이어서 말했다.“도범 저 사람은 연기도 참 잘하네요. 만날 때마다 항상 세상일에 무심한 척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굳이 도박장에 오지 않았겠죠. 분명 속으로는 두려워하고, 문혁 선배님의 실력을 직관하고 싶어서 왔을 거예요.”이 말은 장이수가 도범을 깎아내리기 위해 한 말은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도범이 이 세상을 두려움 없이 대하는 태도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당당하게, 모든 일은 자신이 하기에 달려 있다는 그 태도가 못마땅했다.세상에 어찌 그런 사람이 있겠는가? 설령 있다 해도, 그 사람은 현연대륙에서 이름을 떨치는 강자일 것이다. 그런데 단지 양극종에 새로 들어온 신입 외문 제자에 불과한 도범이가 뭐라고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겠는가?그것도 정규 평가를 통과한 것이 아니라, 두 종문 간의 싸움 덕분에 운 좋게 들어온 사람이다. 비록 상위 300 안에 들 수 있는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장이수는 그 말을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장이수는 도범을 그저 그 많은 쓰레기들 사이에서 겨우 이름을 앞자리에 올린 사람으로 여겼을 뿐, 이 외문 제자들 사이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소문혁도 장이수와 같은 생각이었다.이윽고 소문혁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 연기를 참 잘한다니까. 자기가 이 싸움에서 밑바닥을 찍을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여기 온 것도 내 실력을 확인하려고 온 거잖아. 그런데도 항상 무표정하고 두려움 없는 척하는 걸 보면, 정말 메소드 연기네.”소문혁은 이렇게 말하며 외문 제자 숙소에서 도범이가 보인 오만한 태도를 떠올렸다. 소문혁은 단지 몇 마디 했을 뿐인데, 도범은 소문혁의 말을 반박하고 심지어 모욕까지 했다. 그 날은 소문혁에게 수치심을 가져다준 최악의 날이 되었다.이런 생각을 하며 소문혁은 실눈을 뜨고 도범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종문의 규정에 따라 제자들을 영구적으로 불구로 만들거나 죽이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도범은 이미 예상했었다. 자신이 도박장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며 자신을 주목할 것이라고.그러나 도범 옆에 앉은 조백천은 도범만큼 차분하지 못했다. 소문혁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조백천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조백천은 한숨을 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범 씨, 조심하세요. 저 몇몇 사람들이 당신을 고깝게 생각하니까요. 만약 도범 씨가 소문혁과 도박장에 오른다면, 그는 분명 가차 없이 공격을 퍼부을 거예요.”가차 없다는 말은 도범을 죽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심각한 부상을 입힐 것이라는 뜻이었다. 도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도범이가 이미 예상한 바였다.이러한 도범의 반응에 조백천은 조금 놀랐다. 그는 도범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침착해 보였다. 조백천은 도범이가 분명 실력이 있는 능력자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문혁을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소문혁은 도범보다 반년 더 일찍 입문했고, 소문혁의 재능은 조백천이 꿈도 꾸지 못할 재능이었다.“전혀 걱정되지 않으세요?”조백천이 속삭이듯 말했을 때, 도범은 여전히 빈 대결 플랫폼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결 플랫폼은 아직 공식적으로 열리지 않았다. 아마 한 시간후에 시작될 예정이다.“왜 제가 걱정해야 하죠? 백천 씨는 제가 소문혁의 도전을 받아들인 게 제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조백천은 도범의 말을 듣고 머릿속에서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조백천은 확실히 도범이가 소문혁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둘의 실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고, 도범이가 소문혁을 상대로 버틸 확률조차 극히 낮다고 생각했다.그러자 도범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조백천 씨는 저를 믿지 않을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죠.”이 말은 조백천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자연스레 안다고? 조금 이따가 무슨 일이
“두 사람의 대결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그들 사이는 항상 나빴고, 누구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았죠. 그러니 승혁 선배는 문혁 선배에게 꼬투리 잡힐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거겠죠.”“솔직히 말해서, 문혁 선배는 많은 선배님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그런 말은 안 해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죠. 평소에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얼마나 무시하던지, 너무 노려보아서 눈이 잘못될 것 같다니까요? 그러지 않아도 저번에 문혁 선배를 만나 인사했는데, 문혁 선배는 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시하더라고요. 그때서야 저는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았죠.”주변에서 말하는 걸 도범은 모두 들었다. 소문혁은 그의 주변을 둘러싼 아첨꾼들 외에, 다른 제자들과 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다. 소문혁이 너무 오만하게 굴어서, 대부분 그와 잘 지내고 싶지 않아 했다.관람석에 도착한 이승혁이, 소문혁을 차갑게 한 번 훑어보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소문혁과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다른 제자들이 말한 것처럼, 이승혁과 소문혁의 관계는 정말 좋지 않은 것 같았다.한편 조백천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이승혁을 자세히 관찰한 후 말했다. “승혁 선배가 조금 자신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요?”도범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소문혁에 비해, 이승혁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오늘 대결에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었다. 반면 소문혁은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는 듯한 태도로 자신감을 더욱 드러냈다.이러한 둘의 모습에 도범은 자연스럽게 이승혁이 소문혁을 이기길 바랐지만, 이것도 그저 생각일 뿐이었다. 오늘 대결의 심판은 도범이가 잘 알고 있는 조문우였다.이 기간 동안 도범은 양극종 내부의 사건들을 살펴봤다. 십여 명의 집사가 있었으나, 장소천을 제외하고는 조문우밖에 만날 수 없었다. 다른 집사들은 그림자처럼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조문우의 얼굴은 유난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도박장으로 걸어 올라간 후, 조문우는 귀찮은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펼쳐 읽기 시작했다.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