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천이 도범의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하며 말했다."앉으시죠."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도량천이 앉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도량천이 자리에 앉은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분가의 일에 대해, 저 이미 아버지한테 여쭤봤습니다. 본가에서 확실히 회의를 열어 수련 자원 상납양을 조절한 적이 있다더군요."그러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딱 한 번, 50%에서 60%로 올렸고, 그 뒤로는 한 번도 올린 적이 없으시대요. 그러니 셋째 장로와 큰 사모님이 손잡고 분가에서 상납한 수련 자원을 횡령한 게 분명합니다.""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요, 정말 그들이 횡령한 거였다니!"비록 이미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도범이 확정을 내리고 나니 도량천은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시에 화나기도 했다."그럼, 가주님의 뜻은?"도량천이 굳은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그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더군다나 지금의 가주는 괴질에 걸렸으니 가주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비록 도범이 가주 후계자라지만 아직 너무 젊고 수련의 경지도 높지 않으니, 만약 셋째 장로와 같은 존재가 반대한다면 도범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도범이 도량천을 한번 쳐다보더니 앞에 있는 찻잔을 들고 담담하게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일단 먼저 참고 기다리시랍니다. 그리고 다른 분가 가주들에게도 몰래 그렇게 전하시고요. 비밀도 무조건 지키셔야 합니다. 현재의 상황이 너무 복잡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두세 달만 지나면 모든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도량천이 듣더니 눈에 순간 실망의 빛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곧 실망한 정서를 거두고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도련님. 어쨌든 가주님에게 누가 뒤에서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렸으니 그거로 됐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가주님의 몸도 안 좋으시고, 게다가 큰 사모님은 루씨 가문의 아가씨이니 가주님
"하하, 이러지 마시고 어서 일어나세요."도범이 황급히 상대방을 일으킨 후 말을 이어갔다."그럼 어서 돌아가 보세요. 다들 가주님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여기에 오래 머물러있다가 다른 사람한테 들켜도 안 좋고.""네, 저 지금 바로 가서 이 좋은 소식을 다른 분가 사람들에게 알리겠습니다."도량천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절대 잊지 마세요, 다들 먼저 비밀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걸. 지금 바로 루희와 셋째 장로 그들을 처리할 수는 없지만, 이런 작은 일은 저희 아버지께서 충분히 회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요."도범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당부했다.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도량천이 기뻐하며 본가를 떠났다.도씨 가문과 멀지 않은 큰 산 아래에서, 분분히 떠난 척했던 일부 분가 가주와 장로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아이고, 량천 씨가 좋은 소식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백발의 노인 도창용이 한참 기다리더니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허허, 걱정마세요, 틀림없이 좋은 소식을 가져올 수 없을 거니까. 도범이 사람은 괜찮았지만, 아무래도 방금 가문으로 돌아왔잖아요. 비록 지금은 가문의 가주 후계자라지만, 아마 많은 사람이 그의 체면을 세워주려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우릴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럴 능력이 없을 거라는 거죠."다른 한 중년 남성이 허허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우리가 반영했던 일들을 가주님에게 알릴 수만 있어도 천만다행이죠. 하지만 가주님에게 말해도 소용없을 겁니다.""그래요. 아무래도 상대가 셋째 장로와 큰 사모님이시니, 가주님께서 알게 된다 해도 그들과 대놓고 틀어지지는 못하시겠죠. 하물며 지금 가주님의 몸 상태가 저러신데."한 여인이 생각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맞아요, 가주님께서 아신다 해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가주님께서 알고 있는 게 모르는 것보다 낫긴 하죠. 게다가 정말로 셋째 장로와 큰 사모님이 연합하여 수련 자원을 횡령한 게 맞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방금 전 그 중년 남성이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이에 도량천이 여러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일은 가주님께서 무조건 처리하실 거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고, 적어도 두세 달의 시간이 더 필요하니까, 조금만 더 참으랍니다.""더 참으라고요?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데요? 지금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두세 달이 지나면 해결할 수 있대요? 내가 짐작건대, 두 달만 더 지나면 가주님은 죽어요. 그때 가서 우리가 그를 찾아간들 무슨 소용이 있는 거죠? 가주님은 죽고 나면 모든 걸 상관할 필요도 없으니 좋겠네요."중년 남성이 화가 치밀어 올라서 말했다."우리가 이렇게 오래 참았는데,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 거죠? 난 가주님이 이 일을 안다 하더라도 해결할 수 없을 줄 진작에 알았다고요!""도맹, 이 일을 전부 가주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어, 가주님도 일이 이렇게 되는 걸 원하지 않았을 거니까. 게다가 상대가 셋째 장로와 루희이니, 절대적인 승산이 있어야 가주님도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거 아니야."도창용도 엄청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도맹을 위로했다.이때 도량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다들 화내지 마세요. 우리도 이 일이 확실히 처리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도범 도련님이 가주님과 상의하여 우리에게 좋은 정책을 새로 추가했거든요. 아마 지금쯤 이미 회의를 하고 있을 거고, 곧 실행할 겁니다.""정책? 무슨 정책인데요?"도맹이 도량천의 말을 듣고서야 기분이 그나마 풀렸다.이에 도량천이 웃으며 여러 사람을 향해 말했다."분가 그리고 가문 본가에 종속된 세력에서는 매달 가문 중에서 우수한 자제를 두세 명 정도 선발해 본가로 보낼 수 있대요. 본가로 보내진 자제들은 본가의 자제와 같은 수련 대우를 누리면서 본가에서 수련할 수 있는 거고요. 그리고 이 일의 책임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도범 도련님입니다.""정말이에요? 그거 너무 좋은 일인데요? 이렇게 되면 적어도 우리 분가의 일부 천재들은 더 좋은 자원을 가지고 수련할 수 있
아니나 다를까, 점심쯤이 되자 도남천이 여러 사람을 소집하여 회의를 열었다.회의에서 도남천이 전날 저녁에 도범과 상의했던 두 가지 일을 제기했고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었다.비록 루희와 셋째 장로 및 기타 두 장로가 반대하였지만 찬성하는 인원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적지 않은 장로들이 도씨 가문의 분가가 최근 몇 년간 무시할 수 없는 기여를 했다며 모두 찬성을 표하는 바람에 루희 등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결정이 난 후, 도남천은 그 두 일을 도범에게 맡겼고, 도소정과 도연 두 사람을 붙여 도범을 돕게 했다.루희와 셋째 장로는 화가 나서 회의실을 떠났다.그리고 돌아가는 길에서, 이야기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사람은 마주 향해 오고 있는 도후를 만났다.“큰 사모님, 셋째 장로님, 안녕하세요!”도후가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그러다 그 두 사람과 스쳐 지나가려던 찰나, 도후는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즉시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참, 셋째 장로님, 이런 일을 두분께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요.""무슨 일인데?"셋째 장로가 도후를 보며 물었다."제가 오늘 아침에 그 도량천이라는 분가 가주가 도범 그 녀석이 사는 곳으로 가는 걸 봤거든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바로 떠났어요."도후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도량천 그 녀석이 왜 도범을 찾아간 거지? 설마 아부하러 간 건가?"셋째 장로가 듣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오늘 회의와 무슨 연관이 있을지도 몰라. 설마 도량천이 도범에게 제기한 건의는 아니겠지?"루희가 한참 곰곰이 생각하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래, 그럴 가능성이 높아. 아무래도 분가의 천재들을 본가로 보내 수련하게 하고, 본가의 사람으로 되어 동등한 대우를 누리게 한다는 건 분가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인 거니까. 본가의 사람들을 숲으로 보내 수련 자원을 찾게 하는 것도."도무적도 미간을 찌푸린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회의요? 오늘 회의에서 그 얘
도무적은 도후가 듣자마자 엄청 불쾌해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의외로 도후가 듣더니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그래요, 사실 전 보물 찾으러 나가는 것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집에서 수련하는 게 무미건조해 죽을 지경인데, 밖에 나가 단련하는 것도 재미있겠는걸요? 전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니, 강자가 되려면 응당 어려움을 직시해야죠......"도후의 말에 루희와 도무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큰 사모님, 셋째 장로님,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분가의 사람들을 이곳으로 보내 수련하게 하는 건 확실히 싫지만, 밖에 나가 보물을 찾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도후가 그 두 사람과 점점 멀어져가면서 "저도 진작에 나가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거든요!"라고 한마디 덧붙였다."저 녀석,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이렇게 말했는데도 걸려들지 않다니."도후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루희는 안색이 어두워져서 말했다."요즘 진짜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니까. 내 아들 쪽은 정말 아무런 소식도 없어?"도무적이 고개를 저었다."큰 사모님, 정말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어요. 소식이 있었으면 제가 당연히 제일 먼저 사모님에게 알렸겠죠. 사실 저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여러 가문의 도련님이 같이 들어갔고, 심지어 부하들도 여럿을 데리고 들어갔는데 어떻게 전부 사라졌을까요? 마치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처럼.""그러게 말이야. 그들이 아무리 흉악한 요수를 만났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흩어져 도망가면 적어도 한두 명 정도는 탈출해 나왔을 거 아니야? 하물며 내 아들과 그 다른 가문의 천재들 하나같이 수련의 경지가 낮은 것도 아닌데, 일반적인 요수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도 못할 거야. 게다가 처리하기 힘든 요수면 도망갈 수도 있는 거고."루희는 걱정 때문에 하루하루가 괴로웠다."걱정마세요. 도련님은 보통 분이 아니시니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겁니다. 우리 쪽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고
하지만 루희가 잠시 생각하더니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는 없을 거야. 만약 도남천이 정말로 그 일을 알게 되었다면 오늘 회의를 열었을 때 이미 화를 냈겠지. 하지만 줄곧 히죽히죽 웃고 있었어. 그러니까 틀림없이 아직 그 일을 모를 거야."루희의 분석을 듣고 난 후 도무적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일리가 있네요. 도남천이 알았으면 아마 벌써 화를 냈겠죠. 게다가 그 도량천이라는 분가 가주에게 그런 일까지 말할 담력은 없을 겁니다. 내가 매번 수련 자원을 받으러 갈 때마다 웃으며 맞이하고, 전문 좋은 술과 음식들을 준비해 접대하던 사람이 죽고 싶지 않은 이상, 입밖으로 꺼낼 리가 없죠.""그래. 보아하니 도량천은 그들 분가의 천재들을 위해 약간의 혜택이라도 쟁취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 외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거고."도무적이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그리고 도범은 아마 본가를 떠나지 못할 겁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본가를 떠날 리가 없겠죠. 게다가 그의 아버지가 곧 죽을 건데, 허, 틀림없이 아버지 곁에 남아 무사하게 남은 시간을 보내려 하겠죠.""그래. 그리고 당신, 수련하러 간다며? 언제 수련할 생각인데? 이번엔 반드시 진신경의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 일단 당신이 진신경의 정상에 도달하게 되면 그때 가서 대장로도 당신의 적수로 될 수 없을 거야. 그러다 기회를 봐서 대장로를 죽이고, 도범도 죽이고 나면, 가주의 자라는 당신의 것이잖아."루희는 이미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주먹을 쥐고 말했다."흥, 당신이 도범을 죽인 후, 서정 그 천한 여인은 나에게 남겨줘. 내가 반드시 도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그 여인을 제대로 모욕해서 죽는 것보다 더 못하게 만들어 놓을 거야."루희를 위로하기 위해 도무적이 말했다."그러죠. 하지만 그때가 되면 사모님께서 꼭 루씨 가문의 장로들을 동원해 제가 이 가문의 가주로 되는 걸 지지해야 합니다. 대장로가 죽고, 도남천과 도범도 죽고나면 제 수련의 경지가 제일 높은 셈이라 가주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박시율은 개미 여러 마리가 몸을 물어뜯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갈수록 점점 더 선명해졌고, 몸에서 전해오는 통증도 점점 더 뚜렷해졌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이마 위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물고 버텼다."내 몸에 왜 어두컴컴한 기름때가 흐르고 있어? 게다가, 냄새도 고린데. 괜찮은 거 맞아?"박시율은 곧 팔뚝과 몸속에서 검은 물들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름 끼칠 정도로 거북감이 들었다."걱정마, 괜찮은 거 맞아.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거든. 이것들은 모두 당신 몸 안의 불순물과 독소들이야. 배출해 내기만 하면 앞으로 감기도 쉽게 걸리지 않을 거야."도범이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안 그러면 내가 왜 나무통 두 개나 준비했겠어? 여기에서 다 씻은 후 다시 저 나무통 안에 들어가 잘 씻어내면 돼.""아!"체내의 통증이 갈수록 뚜렷해지자 박시율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당신도 참, 왜 그렇게 계속 쳐다보는 거야?"도범이 줄곧 옆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자, 박시율은 쑥스러웠는지 얼굴마저 붉어졌다."나도 어쩔 수 없어. 그러다 당신이 통증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절하기라도 하면 어떡해?"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내가 짐작건대, 지금쯤 영아도 해일을 지키고 있을 거야. 자칫하여 기절하기라도 하면 바로 익사할 거니까."라고 덧붙였다."설마. 이따가 정말 그렇게 아파? 맙소사, 얼마나 더 걸려야 하는 거야?"박시율이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몸을 정화하는 과정이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하하, 걱정마. 30분 정도만 걸릴 거야. 처음엔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 참을 수 있어. 그러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만 지나면 통증은 점차 약해질 거고,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면 정화가 끝난 거야."도범이 말하면서 한번 웃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정화가 끝나면 당신은 무사로 되는 거고, 당신의
"아!"시간이 흐를수록 박시율의 몸은 점점 아파났고, 끝내는 참지 못하고 연이어 비명을 질렀다.옆에 있던 도범이 한참 듣더니 웃픈 표정으로 물었다."여보, 내가 같이 들어가 줄까?"이에 박시율이 갑자기 수줍은 얼굴로 도범을 호되게 노려보고는 말했다."당신도 참, 때가 언젠데 아직도 그런 농담을 해? 이 안의 물이 이렇게 더러운데, 어떻게 들어와?""헤헤, 마누라가 허락만 해주면 당연히 들어가지."도범이 헤헤 웃으며 말하자 박시율은 더욱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시간이 거의 돼가고 있어. 조금만 더 참아. 조금만 더 참으면 통증이 점차 줄어들거야. 그때가 되면 당신이 성공적으로 견뎌낸 셈이 되는 거야."도범이 대체적인 시간을 가늠하고는 박시율을 향해 말했다."여보, 당신 참 훌륭해. 당신이 이렇게 끝까지 버틸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응!"박시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를 악물고 계속 버텼다.그렇게 몸의 정화가 끝난 후 박시율은 다시 맑은 물통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그러고 나서 겨우 기진맥진하게 나와 옷을 입었다."나 너무 피곤해, 허탈해질 것 같아. 지금은 그냥 푹 자고 싶어."사지에 힘을 쓸 수가 없는 박시율이 쓴웃음을 지으며 도범을 향해 말했다."그래, 일단 돌아가서 좀 쉬자. 좀 쉬다나면 몸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게다가 몸을 정화한 사람들은 몸에 옅은 영성이 돌아 남다른 기질도 더해지고, 더욱 예뻐 보일 거야."도범이 웃으며 박시율을 안고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그래? 이렇게 많은 좋은 점이 있을 줄은 몰랐네. 어쩐지 많은 사람들이 수련하고 싶어한다 했어."박시율이 말하면서 얼굴에 약간의 수줍음을 띠더니 겸연쩍게 도범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나에게도 수련의 길을 걷는 날이 올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 금세 이튿날 아침이 되었고, 박시율은 다시 원기 왕성해졌다.그런데 의외로 일어나 도범과 정원을 나서자마자 박해일과 영아가 격동되어 달려왔다."누나, 대박 사건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