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이 갑자기 소리를 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자 영기가 바로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몸을 살짝 웅크린 채 두 주먹을 들고 동시에 전방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도범이 주먹을 내휘두르자마자 다섯 사람은 이미 그의 앞에 이르렀고, 그들의 공격도 도범을 향해 날아갔다.그들이 보기엔 다섯 사람의 공격이 합친 뒤의 위력은 틀림없이 엄청 강할 것이고, 도범도 그들의 적수가 아닐 것 같았다.하지만 생각도 잠시, 그들은 바로 그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파도 물결을 발견했다. 물결은 환영을 안고 도범의 주먹에서 끊임없이 뿜어져나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에너지를 형성했다.쿵-거대한 굉음과 함께 엄청 강대한 힘이 순간 앞에 있던 다섯 사람을 날려 보냈다. 그들은 하나같이 끊어진 연처럼 날아나 무대 아래로 떨어졌다."풉!"다섯 명의 도씨 가문 천재는 도범의 폭격에 의해 날아가면서 참지 못하고 선혈을 내뱉었다.그러다 바닥에 떨어진 후 또 다시 선혈이 내뱉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뼈가 부러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럴 수가!"도명 등의 눈빛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들은 다섯 사람이 연합을 했는데도 도범의 적수가 아닐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녀석의 공격이 이렇게나 강하다니."저게 무슨 무술이지?"스탠드 위의 대장로도 눈빛이 밝아지더니 참지 못하고 바로 일어섰다. 그러더니 흥분에 겨워 말했다."저 무기, 딱 봐도 간단하지 않아. 절대 1품의 무기는 아니야. 적어도 2품은 되는 것 같은데."옆에 있던 도훈도 비할 데 없이 격동되어 말했다."가장 중요한 건, 드물게도 여러 명의 공격을 한 번에 막아낼 수 있으면서도 큰 범위로 공격을 가할수 있는 무기라는 거죠. 위신경의 수련 경지에 달한 사람도 이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만약 진신경에 달한 강자가 사용했다면 그 공격의 위력은 더욱 무서워겠죠!""그래. 이런 무기를 정말로 진신경에 달한 강자가 사용했더라면 이체 공격을 가할 수도 있었겠지. 큰 파도 같은 물결을 일으킬 수도 있겠는데,
"잘됐다. 이렇게 되면 우리에게도 5위 안에 들 수 있는 희망이 생기는 거잖아!"이때 무대 위에 남아있는 참가자들은 이미 많지 않았다. 그중 위신경 중기에 달한 남성 몇 명이 얼굴에 격동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사실 그들은 5위 안에 들 거라는 희망조차 품지 않았었다. 그런데 의외로 도범이 단숨에 여섯 명의 강자를 탈락시키다니. 게다가 도후, 도명 그리고 도연추 같은 천재들은 모두 위신경 후기에 도달한 강자들인데도 도범에게 졌다는 거다."헐......"도범과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도소정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그녀는 대장로의 딸이었다. 그래서 어제저녁에 대장로가 직접 그녀를 불러내, 대회에서 기회를 봐가면서 도범을 도와줘라고 신신당부했었는데, 진작 도범의 전투력은 그들보다 훨씬 강하다니.눈앞의 광경에 그녀는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지금 그녀와 도범의 주위로 와서 그들과 맞붙으려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속으로 이 두 사람을 탈락시키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도소정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번 라운드에서 손을 쓰지 않고도 바로 5위 안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게다가 무대 위의 상황을 보면 그녀가 2등이 될 가능성이 컸고."왜 그래요? 소정 씨, 소정 씨의 호의는 고맙지만, 정말 저를 도와줄 필요 없어요."도범은 소정이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봐요, 도범 씨. 실력이 너무 강한 거 아니에요? 방금 썼던 그 무술은 어떤 등급이에요? 내가 보기엔 적어도 2품 무술일 것 같던데. 그렇지 않고서야 도범 씨가 위신경 후기에 달했다 해도 저 사람들을 한 번에 격파할 수는 없었을 거니까요."도소정이 쓴웃음을 지으며 한참 생각하더니 다시 말했다."방금 도범 씨의 공격을 보면, 위신경 정점에는 달한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하네요. 천부적인 재능이 도자용과 많이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아요.”도범이 듣더니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 다들 지금 그를 위신경 후기 혹은 정
5위 안에 든 자들은 한 사람당 1품 고급에 속하는 영초 한 그루씩 보상으로 받았으니, 하나같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리고 무대 아래에 앉아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도후, 도명 등의 얼굴색은 엄청 어두웠다.이치대로라면 그들이 5위 안에 들어 영초를 받았어야 했는데, 결국엔 도범을 망가뜨리기는커녕 영초도 잃게 되었으니.‘저 녀석이 저렇게 대단할 줄 알았으면 루희 사모님의 보상에 흔들리는 게 아니었는데. 이제 와서 보상도 없고 영초도 못 받고!’스탠드 위의 루희를 바라보며 도후는 속으로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뒤의 경기에는 정말로 아무런 서스펜스도 없었다. 결과는 당연히 도범이 우승을 했고 도소정이 2등을 했다."자, 이번 무술 대회는 이쯤에서 원만하게 끝났습니다. 도범 도련님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리의 가주 후계자로 되었고, 또한 도씨 가문의 보물, 병용주의 보관권과 사용권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병용주를 사용해야 할 때엔 반드시 모든 장로에게 알려야 합니다."무대 위의 넷째 장로 오율이 큰 소리로 선포했다."그럼 도범 도련님! 무대 위로 올라와 보상을 받아 가세요!"도범이 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는 미소를 머금고 바로 무대 위로 날아가 넷째 장로 앞에 도착했다."이 녀석, 아까 그 무술 2품이지? 어떻게 얻은 거야?"병용주를 도범에게 건네준 후, 오율이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도범에게 물었다.이에 도범이 멋쩍게 웃더니 말했다."아주 우연적으로 얻게 된 거예요. 하지만 장로님에게만 알려드릴게요. 아까 그거 2품 중급에 달하는 무기에요.""2품 중급이라고? 역시 대단해. 그런 무기는 우리 도씨 가문에도 쓸 줄 아는 사람이 몇 명 없는데."오율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도범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병용주를 높이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저 잠시 후에 바로 이 병용주를 사용할 계획입니다. 제 친구가 매우 심하게 다쳐 지금은 겨우 목숨만 붙어있는 상태이거든요. 제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주요 목적 중의 하나도 바로 이 병용
도범은 셋째 장로가 끝내는 참지 못하고 나서서 그를 겨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담담하게 웃으며 스탠드 위에 우뚝 선 셋째 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요? 왜 반대하시는 거죠?"이에 셋째 장로가 입을 열었다."이유야 간단하지. 그 병용주는 우리가 어렵게 얻은 보물이야. 그러니 아주 신중하게, 사용할 가치가 있을 때에 사용해야겠지? 예를 들어 가주님이거나 다른 도씨 가문의 중요한 일원에게 병용주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생기게 된다면, 난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해."그러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자네 지금 그 병용주를 자네 친구에게, 우리 가문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 쓴다는 건, 말이 되지 않잖아?"도범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셋째 장로가 계속해서 말했다."물론, 이건 단지 내가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일 뿐, 또 다른 이유도 있어. 이 병용주에는 아무런 치료 효과도 없다는 거지. 병용주는 사람을 얼음조각으로 봉인해 식물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외에는 아무 쓸모도 없어. 자네 지금 그 병용주로 친구의 몸을 잠시 얼어 붙인다 해도, 나중에 그를 치료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있어? 봉인이 풀린 후에도 자네가 그를 치료할 수 없다면, 그는 역시 죽는 길밖에 없어.""그래, 외부인에게 쓰는 것도 찬성할 사람이 없을 건데. 네가 무슨 수로 그 꼭두각시를 살려낸다는 거야? 허, 딱 봐도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데, 차라리 이쯤에서 네 친구를 보내주는 게 어때?"이때 루희도 웃으며 일어서서 말했다.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의견이 떨어지기 바쁘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이런 보물을 살려낼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작은 외부인에게 사용된다는 게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게다가 병용주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보물이라, 이대로 쓰고 나면 두 번째 병용주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에 도범이 웃으며 말했다."첫째, 저는 지금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병용주는
도남천은 바보가 아니니 도무적의 의도를 한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웃으며 천천히 일어서서 말했다."사실 병용주를 보물로 취급하려면 확실히 보물이 맞습니다. 방 하나만큼에 달하는 범위내의 모든 걸 얼음으로 봉인할 수 있으니까. 죽어가는 사람이라도 얼음으로 봉한 후에는 이전의 상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반대로 보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얼음으로 봉인하는 외엔 치료도 할 수 없으니 무용지물과 다를 바가 없긴 하죠."많은 사람들이 듣고 나서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병용주가 확실히 그 정도로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그러다 모두가 조용해진 후에야 도남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게다가 우리 도씨 가문이 명색의 8대 은세 가문 중의 한 가문인데, 당연히 약속을 지켜야죠. 우리가 병용주를 우승한 자에게 주겠다고 했고, 도범이 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니 병용주는 당연히 도범의 것이죠. 그러니 도범이 병용주를 쓰고 싶은데에 쓸 수 있는 거고.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맞습니다. 가주님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병용주는 도범 도련님에게 주어진 상품이니 우리에겐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병용주가 만약 저에게 주어진 상품이라면 제가 쓰고 싶을 때에 쓰면 되는 거랑 같은 도리잖아요."일곱번째 장로가 갑자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어서서 말했다."게다가 도범 도련님이 젊은 나이에 이렇게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도범 도련님이야말로 진정한 보물이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도범 도련님이 과거의 원한을 따지지 않고 돌아와서 우리 가문의 후계자로 된 게 저는 바로 하늘이 우리 도씨 가문에게 하사한 보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병용주에 비하면 이 보물이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여섯번째 장로가 잠깐 멍해있더니 덩달아 나서서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도범 도련님의 천부적인 재능은 확실히 엄청 뛰어났죠. 자용 도련님이 이 자리에 없었으니 망정이지, 방금 그 일격은 자용 도련님이 여기에 계신다 해도 감당해내지 못할 것
"축하드려요, 도범 도련님.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저희 가문의 후계자가 되셨네요!"적지 않은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고, 도범이 무대에서 내려오자 여러 분가의 가주들이 그를 에워싸고 축하를 했다."그래요, 도범 도련님. 그렇게 힘든 세속에서 궐기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이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니 참 대견하네요. 앞으로 반드시 도씨 가문을 이끌고 휘황찬란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다른 백발의 노인도 앞으로 다가와 도범한테 공수하며 말했다."참, 제가 여러 분가의 일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만약 시간이 괜찮다면 오늘은 여기에서 머물고 내일에 다시 돌아가시는 게 어떨까요? 저녁에 제가 사는 마당에 가서 한잔하며, 겸사겸사 저에게 분가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도씨 가문에 돌아온지 얼마 안 되다보니 모르는 일이 너무 많네요."도범이 여러 사람을 향해 웃으며 입을 열었다."좋아요, 하하. 그럼 저 도량천은 남아서 도범 도련님과 함께 한잔 하고 내일에 돌아가겠습니다.”한 분가의 가주 도량천이 도범의 말에 눈빛이 밝아지더니 하하 웃으며 말했다.예전 본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이 높아 분가의 건의 같은건 전혀 듣지도 않았고, 단지 매달마다 그들한테서 수련 자원을 받아가고 도씨 본가의 사람들을 수련시키는데에만 집중을 했다."좋아요, 도범 도련님이 저희를 인간 취급해주는 덕분에 오랜만에 술을 마셔보게 되네요. 마침 저도 이 두날 한가하니, 남아서 한 두잔 마시며 같이 담소 나누겠습니다.” 백발의 노인도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도범 도련님이 진심으로 분가 쪽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려는 건가? 만약 진짜 그렇다면, 본가의 사람들이 정말로 분가 쪽의 상황을 좀 더 중시할 수 있다면, 그건 너무 잘된 일인 거잖아?’사실 그들 분가 쪽에도 적지 않은 천재들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련 자원이 너무 적었다. 매달 본가로 상납해야 하는 수련 자원이 너무 많다 보니 분가의 천재들에게 떨어지는
분가 사람들이 모두 흩어져 가자, 영아와 박시율 그들이 그제야도범한테로 다가갔다."축하해, 여보. 이제 가주의 후계자로 됐네? 신분과 지위도 순간 상승하고."박시율이 살짝 웃으며 도범에게 말했다."이게 무슨 축하할 일이라고? 솔직히 난 원래도 가문의 후계자로 되고 싶지 않았어."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병용주을 위해서, 아버지에게 독을 탄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문의 후계자가 되어야 했던 것뿐이야.""매형도 참, 이게 얼마나 좋은 일인데요? 매형이 가주 후계자가 되면 나중에 도씨 가문의 가주로 될 수 있는 거잖아요."박해일이 도범을 노려보며 말했다."이런 좋은 일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있는데, 매형은 왜 행복한 줄 몰라요? 한번 생각해 봐요. 매형이 만약 가문의 후계자로 된다면, 저와 누나는 수련의 자원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요."이에 도범이 오히려 "걱정마. 내가 이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는더라도 너희들은 수련 자원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어차피 무사들은 수련 자원이 별로 필요하지도 않고, 내가 그래봐도 도씨 가문 본가의 사람인데, 취기단 몇 알 정도는 쉽게 가져다줄수 있어."라고 대답했다.그러자 영아가 웃으며 말했다."그건 안 되죠. 생각해 봐요. 도련님이 세속에 있었을 때 사람을 보내 도련님을 죽이려는 자들이 얼마나 많았어요. 하지만 도련님이 가주 후계자가 된다면, 비록 여전히 도련님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도씨 가문에 있는 이상, 쉽게 건들지는 못할 거잖아요. 그러니 도씨 가문에 있으면 도련님이 안전하겠지만, 가주 후계자가 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분명 도련님의 체면을 세워주려 하지 않을 겁니다."그러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도련님이 가문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상대방이 이미 도련님을 제거하려 했는데, 지금은 더욱 제거하려 하겠죠.""맞아, 도범 씨. 될수록 이 가문을 떠나지 않는 것이 좋겠어. 적어도 본가에 남아있으면 대장로와 둘째 장로 그들
도범이 말을 마친 후 앞으로 다가가 초장현의 상태를 한번 더 체크해 보았다. 체내의 생명의 힘이 정말 갈수록 약해지고 있었다. 지금 당장 얼음으로 봉인하지 않는다면 내일까지 버틸 수 없을 만큼.지난번 그 신비한 조직의 노인이 그들을 죽이는 데에 급급해서 초장현이 완전한 꼭두각시가 되지 못했고, 그들도 초장현의 몸에 약간의 영기와 생명의 힘이 남아있을 때 그를 살렸으니 망정이지, 상대방이 며칠만 더 미루어 초장현의 생명이 철저히 사라진 다음에 전투에 사용했더라면 초장현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전쟁터에서 수많은 공을 세웠던 남자가 지금 이런 모습으로 되다니, 도범의 눈시울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도범은 숨을 크게 내쉬고 나서야 초장현의 입을 가볍게 열었다. 그러고는 병용주를 꺼내 그의 입에 넣었다.병용주가 입으로 들어간 후, 도범은 손가락 하나를 가볍게 병용주 위에 올려놓고 영기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으로부터 영기가 끊임없이 병용주로 흘러갔다.영기가 천천히 주입되면서 병용주는 옅은 파란색 빛을 띠기 시작했고, 파란색 빛이 점점 짙어지자 도범은 그제야 손가락을 떼고 일어섰다.끊임없이 반짝이는 빛과 함께 얼음결정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주위의 온도도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었다."가, 뒤로 물러서!"초장현의 몸이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하고, 얼음결정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천천히 초장현의 몸에서 만연되어서야 도범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당장은 초장현을 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죽지 않을 거니, 천천히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봐도 될 만큼의 시간은 벌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침대 전체가 얼어붙더니, 얼음관처럼 초장현을 그속에 가두었다."너무 신기해요! 이 물건이 이렇게 효과가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요."박해일이 그 장면을 보더니 감탄하며 말했다."이 세상에는 정말 별의별 보물이 다 있네요. 이런 보물을 경매하게 되면 틀림없이 엄청 비싸게 팔겠는데."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영아가 그를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