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웅-나와 형수가 대화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꺼내서 확인해 보니 애교 누나가 나한테 온 전화였다.“애교 누나예요.”나는 핸드폰을 형수 앞으로 내밀며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지금쯤 애교 누나는 왕정민과 호텔에서 좋은 시간을 내고 있어야 할 텐데 왜 나한테 전화했지?’“받아 봐요. 뭐라는 지 보게.”나는 형수의 말에 짤막하게 대답하고 이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애교 누나.”“수호 씨, 혹시 우리 집으로 와서 나 마사지해 줄 수 있어요?”애교 누나의 말에 나는 형수를 바라봤다.그랬더니 형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동의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나는 형수가 시키는 대로 동의하고 이따가 곧 가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고 형수를 바라봤다.“형수, 이게 무슨 뜻이죠?”형수는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내 생각이 맞는다면, 왕정민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 같아요.”“네? 왜 그렇게 확신해요?”“왕정민의 애인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니거든요. 내가 볼 때, 왕정민이 이번에 애교 보러 오면서 그 여자한테 말 안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여자가 불안해서 왕정민한테 미행을 붙였다가 덜미를 잡았을 거고.”나는 형수의 말을 들을수록 어안이 벙벙했다.“그런데 그게 애교 누나가 저한테 전화한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형수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쿡 찔렀다.“수호 씨 정말 바보네요. 애교가 전화로 뭐라고 했어요?”“마사지해달라고요.”“그거 핑계예요. 진짜 목적은 수호 씨한테서 만족감을 얻으려는 거라고요. 그런데 애교 성격에 어디 그걸 직접 말하겠어요? 그래서 마사지해달라는 핑계로 불러낸 거라고요.”“남자든 여자든 성욕이 불타올랐을 때 해결하지 못하면 다 괴롭고 불편해요. 애교가 아무리 보수적이어도 욕구는 있을 거예요. 이건 수호 씨한테 주어진 기회니까 잘 잡아요.”형수의 그럴싸한 설명은 정말로 믿음이 갔다.그게 진짜든 아니든 애교 누나네 집에 가는 건 변함없겠지만.게다가 나는 왕정민이 애교 누나한테 손대지 못했다니
나는 먼저 애교 누나한테 전화했다.“애교 누나, 저 지금 가고 있는데 직접 문 열고 들어가요? 아니면 누나가 열어 줄래요?”“직접 열고 들어와요. 나 침실에 있어요.”애교 누나가 전화로 대답했다.“그래요.”그 말에 나는 곧바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들어갔다.침실에 도착하니 애교 누나가 나를 향해 손을 저었다.“수호 씨, 여기요.”나는 공구함을 들고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애교 누나가 침대에 엎드려 있는 걸 보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누나, 왜 이래요?”“아까 층계를 오르다가 삐끗했어요.”애교 누나는 뭔가 찔리는 듯 대답했다.“아, 그럼 제가 풀어드릴게요.”나는 공구함에서 연고를 꺼냈다.이 연고는 우리 할아버지가 직접 연구 개발한 건데, 타박상에 매우 효과적이다.“애교 누나, 옷 좀 들게요.”나는 애교 누나가 무례하다고 생각할까 봐 먼저 의견을 물었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그, 그래요.”애교 누나는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나시와 바지로 나뉜 세트였다.때문에 웃옷만 들출 수 있어 속살이 보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애교 누나의 집에서 그것도 이토록 가까이에서 애교 누나의 피부를 감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게다가 형수의 그런 말을 듣고 나서 애교 누나의 여리여리하고 하얀 허리를 보니 나는 저도 모르게 호흡이 가빠왔다.애교 누나의 몸매는 아주 완벽했다.여리여리하지만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탄탄한 애플힙과 S자로 된 골반 라인은 그야말로 완벽했다.그걸 보니 저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누나 몸매 너무 좋네요.”애교 누나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그건 아직 애를 안 낳아서 그래요. 애 낳으면 몸매 망가질걸요.”“아니에요. 누나는 애 낳아도 여전히 예쁜 몸매 유지할 거예요.”“왜 그렇게 확신하는데요?”“누나는 골격이 천성적으로 작아요. 이런 여자는 살이 안 찌거든요.”내가 솔직히 대답하자 애교 누나는 피식 웃었다.“수호 씨는 말 너무 잘
나는 삐진 듯 말했다.“애교 누나, 조금 전 물어본 건 분명 누나였어요. 그런데 왜 또 이렇게 말해요?”애교 누나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미안해요. 그런 말 하면 안 되는데. 화 풀어요. 네?”애교 누나가 나를 달래다니.나는 너무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 이내 미소를 지었다.“전 누나한테 화 안 내요.”“수호 씨는 역시 착하네요. 나 대신 담요 좀 가져다줄 수 있어요?”“그래요.”나는 장롱에서 애교 누나를 도와 담요 하나를 꺼냈다.그리고 돌아서니 애교 누나는 어느새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어? 누나 아까 허리를 삐끗했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돌아누웠지? 그리고 왜 돌아누웠지?’나는 수많은 질문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나 담요 좀 덮어줘요.”나는 챙겨온 담요를 애교 누나한테 덮어주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말을 이었다.“이제 나 다리 주물러 줘요.”“혹시 다리도 삐끗했어요? 어디를 다쳤는데요?”“두 쪽 다 아파요. 그냥 주물러 줘요.”“그래요.”나는 침대에 앉아 애교 누나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애교 누나의 다리는 가늘고 곧은 데다 촉감까지 좋았다.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담요를 덮어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게다가 담요를 사이 두고 주무르니 느낌이 살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면 손을 넣어 주무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말했다.“수호 씨, 담요 위로 주무르니 느낌이 별로 안 나요. 차라리 손 넣어서 주물러 줘요.”그 말에 나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이건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였다.하지만 겉으로는 덤덤한 척 연기했다.“그래요.”나는 담요를 들고 손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리고 손이 애교 누나의 살결에 닿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애교 누나의 피부는 너무 좋았다.매끈한 데다 부드럽기까지.내가 살살 힘주어 주무르자 애교 누나는 눈을 감은 채 즐기고 있었다.그걸 보나 왠지 머릿속에 대담한 생각
애교 누나의 허벅지에 손이 닿자 나는 너무 설레고 흥분됐다. 심지어 너무 긴장해 가슴이 두근거렸다.내가 애교 누나의 허벅지를 만졌다니, 이건 정말 꿈만 같았다.애교 누나처럼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여자한테 이건 너무 놀라운 일이다.심지어 내가 애교 누나의 다리를 만질 때 애교 누나의 얼굴은 더 빨개졌고, 담요 아래에 넣고 있던 두 손이 아래쪽에서 움직이기까지 했다.그걸 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애교 누나가 설마...’나는 너무 흥분해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만약 정말 내 생각이 맞는다면 여기서 조금 더 대담해져 애교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때문에 나는 애교 누나의 다리를 타고 점점 위쪽으로 올라갔다.조금만 더 올라가면 허벅지 끝에 닿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애교 누나의 손이 정말 그곳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나는 잔뜩 긴장한 채 손을 점점 위로 올렸다. 하지만 거의 닿으려고 할 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말했다.“수호 씨, 하지 마요!”흥미가 중도에 끊기자 너무 실망스러웠다.그때 애교 누나가 눈을 뜬 채 빨개진 얼굴로 나를 봤다.“거기만 주무르면 돼요. 더 올라오지 말고.”“아.”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다시 열심히 애교 누나의 다리를 주물렀다. 하지만 내 마음은 진작 들떠 있었다.방금 조금만 더 올라간다면 그곳에 닿을 수 있었는데.어떻게 나더러 이대로 포기하라는 건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애교 누나는 딱 봐도 뭔가 찔린 듯한 표정으로 내 눈을 피하고 있었다.게다가 어느새 손도 움츠린 것 같았다.‘설마 나한테 들킬까 봐 두려워 그만둔 건가? 아니면 내 생각이 너무 저질이었나?’이런저런 생각으로 정신이 팔렸을 때, 내 손은 저도 모르게 안쪽으로 미끄러들어갔다.그리고 한순간이지만 애교 누나의 민감한 곳에 닿았다.그 순간 내 손끝에 느껴진 건 분명 미끌미끌한 느낌이었다.‘헉, 애교 누나가 방금 정말 혼자 하고 있었던 거였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미끌미끌할 수 없어
내가 아무리 여자를 사귀지 못했어도 여자에 대해 아예 모르는 건 아니다.애교 누나의 미끌미끌한 오른손을 본 순간,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직감한 나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누나도 원했었네요. 저한테 말하지, 그러면 만족하게 해줬을 텐데.”나는 어디서 나온 배짱인지 다시 애교 누나의 손을 잡으며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애교는 그 순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이렇게 대놓고 꼬리가 잡혔으니 당장 벽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이거 놔요, 얼른 놔줘요. 이런 모습이나 보이고, 차라리 확 죽어버릴래요”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다.“애교 누나, 왜 그렇게 생각해요?”“평소에 수호 씨 앞에서 보수적이고 고고한 척했는데 방금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 분명 나를 비웃고 경멸할 거잖아요.”눈을 붉히며 말하는 애교 누나를 보자 나는 다급히 설득했다.“그럴 리가요. 제가 왜 누나를 경멸해요? 생리적 욕구가 있는데 남편이 집에 없으니 혼자 해결하는 거 정상이잖아요. 다른 남자 찾지 않고 남편한테 미안한 짓도 하지 않았는데, 제가 왜 누나를 경멸해요?”그제야 애교 누나는 글썽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정말요? 정말 색안경 끼고 나 보는 거 아니죠?”나는 다급히 맹세했다.“맹세할게요. 정말 그러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오히려 애교 누나가 이러는 거 찬성해요. 남자가 성적 욕구를 풀어야 하는 것처럼 여자도 사랑받아야 한다고요.”“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하면 호르몬이 안정해지고 갱년기가 앞당겨질 수 있어요. 애교 누나처럼 예쁘고 젊은 여자가 그렇게 빨리 갱년기에 걸리는 거 저는 원하지 않아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더욱이 아직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자 내 눈에는 더 매력적으로 비쳤다.나는 다급히 애교 누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우리가 헤어질 때 누나는 정민 형님이랑 호텔 가지 않았어요? 왜요? 만족 못 했어요?”애교는 내 말에 마음을 열었는지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그건 아니에요.
“그만해요. 계속 말하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애교 누나는 정말로 기분이 언짢았는지 정색했다.나도 안다. 애교 누나가 남편을 얼마나 믿는지. 그래서 내가 지금 뭘 말해도 듣지 않을 거라는 것도.‘됐어. 나도 그만하자.’“애교 누나, 우선 가서 샤워부터 해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오면 제가 다시 마사지 해줄게요.”애교 누나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수호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수호 씨 누나밖에 되어줄 수 없어요. 그렇다고 너무 낙담하지는 마요. 나한테 솔로인 동생들이 많거든요. 나중에 소개해 줄게요.”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누나 말고 다른 사람은 싫어요.”“왜 그렇게 고집이 세요?”애교는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기뻤다.세상에 온전히 저만 바라봐 주는 남자를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남자는 죽을 때까지 소년인 것처럼, 여자도 죽을 때까지 소녀다.“난 이만 가서 샤워하고 올게요.”애교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가면서 수호의 그곳을 슬쩍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조금 전 혼자 한 데다 수호의 그곳을 보니 저도 모르게 몸이 달아올랐다.“내가 왜 이러지? 왜 욕구가 이렇게 심해졌지? 그동안 너무 참아서 그런가?”애교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다급히 머리를 저으며 부정했다.이윽고 수호에게서 일부러 눈길을 뗀 채 화장실로 들어갔다.옷을 벗은 애교는 곧바로 샤워하는 대신 거울에 비친 제 몸을 바라보며 불안감을 잠재웠다.“정민 씨, 정말 나한테 미안한 짓 하지 않았죠?”“아니. 난 정민 씨 믿어요. 그런데 지난 반년 동안 왜 안 돌아왔어요?“아까 호텔에서 전화했던 상대 여자였죠? 나 그 사람 목소리 똑똑히 들었어요.”애교는 사실 불안하긴 했지만 끝까지 남편이 그런 사람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아니야, 됐어. 생각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지지.”애교는 속옷과 팬티를 벗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그러다 뜨거운 물이 비밀스러운 곳을 지날 때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저도
두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의 얼굴은 동시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또 애교 누나한테 이런 짓을 하다가 들켰다는 사실에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고 싶었다.이 상황이 너무 난감했다.게다가 이번에는 애교 누나의 집, 그것도 애교 누나의 침대에서 애교 누나가 방금 덮었던 담요까지 덮고 있었으니.애교 누나가 당장 나한테 욕설을 퍼부어도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 애교 누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길게 이어지는 침묵에 내 마음은 더욱 조마조마했다.심지어 말조차 더듬었다.“애, 애교 누나, 화내지 마세요. 아까 너무 괴로워서... 나 마음대로 욕하고 때려도 되지만 쫓아내지만 말아요. 제발.”나는 당장이라도 애교 누나 앞으로 달려가 사과하고 싶었지만, 아직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탓에 이대로 나가면 엉덩이를 훤히 내놓게 되는데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그러면 애교 누나가 내 뺨을 후려갈길 게 뻔하다.나는 초조하고 난감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이번에 나를 욕하기는커녕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우선 그만 말하고 정리부터 해요.”“아, 네.”나는 어색함을 무릅쓰고 허둥지둥 정리했지만 속은 여전히 두근거렸다.주요하게는 애교 누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노릇이었다.그 시각, 문밖에 있는 애교의 머릿속은 제 이름을 부르며 그 짓을 하던 수호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 장면을 떠올리니 애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심지어 왠지 모르게 흥분되고 설렜다.“내가 왜 이러지? 왜 계속 수호 씨가 그런 짓을 하던 장면만 떠오르지? 미친 거 아니야?”“그런데 수호 씨 젊고 힘 있고 튼실한 건 사실이잖아.”애교는 생각하면 할수록 흥분해 숨이 가빠왔다.아까 화장실에서 뜨거운 물이 몸을 스칠 때도 애교는 저도 모르게 수호의 이름을 불렀었다.하지만 이런 느낌에 빠지면 안 된다고 설득하면서 애써 참았다.그렇다고 원하지 않는 건 아니다.그저 이런 욕구는 남편인 왕
애교 누나는 황급히 손을 뺐다.“수호 씨, 뭐 하는 거예요?”“저 때리라고요. 그래야 누나도 화가 풀릴 거잖아요. 저 누나가 화내는 거 싫어요.”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누가 화 났다고 그래요?”그 말에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애교 누나가 그런 일을 겪고도 나한테 화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으니까.나는 흥분한 나머지 애교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애교 누나, 정말 화 안 났어요? 다행이다.”본인의 손을 꽉 잡은 수호의 힘 있는 손을 보자 애교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안 그래도 잔뜩 흥분했는데, 손에서 느껴지는 남자의 힘과 내면의 욕망이 한데 부딪히며 욕구가 다시 끓어올랐다.특히 티셔츠를 뚫고 나올 것 같은 수호의 튼실한 가슴을 보자 그대로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수호 씨...”애교 누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그때까지도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지 못한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애교 누나, 왜 그래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애교는 그렇게 말했지만 손을 뒤로 빼지는 않았다.사실 애교는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하지만 본인이 유부녀이기에 수호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그저 체온만 느꼈다.“혹, 혹시 아래 불편해요? 그러니까 바지에 그렇게까지 했는데 불편하지 않아요?”애교 누나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기에 내가 지금 얼마나 괴로울지 알고 있었다.나는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누나가 저한테 화내지만 않는다면 저는 뭐든 괜찮아요.”“수호 씨도 참 바보예요? 본인이 불편하면 불편한 거지, 그게 내가 화내는 거랑 무슨 상관있어요? 얼른 가서 샤워해요. 갈아입을 옷 챙겨 줄게요.”애교 누나가 나를 바보라고 하는 말에 내 마음은 꿀을 삼킨 듯 달콤했다.그 호칭은 나에게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다.내가 애교 누나의 침대에서 그런 짓을 했는데 나를 미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다정한 호칭으로 부르다니, 애교 누나가 나한테 점점 잘해주는 것만 같았다.때
어쩐지, 방 2개에 거실 하나 딸리고 이렇게 깨끗한 집이 한달에 22만 원일 리가 있나?“젠장.”나는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붓고는 당장 집주인한테 전화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주선영은 전전긍긍하며 나를 봤다.“선배, 나랑 같이 사는 게 싫으면 내가 나갈게요. 그런데 오늘 밤만 우선 여기 있으면 안 될까요?”주선영의 불쌍한 모습을 보니 도저히 쫓아낼 수 없었다.이건 집주인 잘못이지 주선영 잘못이 아니었으니.게다가 주선영은 애교 누나 사촌동생이고, 단순하고 여린 아이인데, 혼자 밖에서 지내다가 사기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이런 게 바로 인연인가 보다.“됐어. 그냥 여기서 지내. 마침 방도 2개니까 하나씩 나눠 쓰면 되지. 넌 낮에 학교 가고 나는 출근해야 하니까 밤에만 지낼 거잖아.”말을 마친 나는 소파에 앉아 물 한 잔을 들이켰다.주선영은 약간 쭈뼛하게 서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래? 또 무슨 일 있어?”주선영은 입을 오므리고 약간 겁먹은 듯 물었다.“선배, 우리 언니랑... 정말 결혼할 거예요?”“꼬맹이는 어른 일에 신경 꺼.”나는 마치 인생 대선배라도 되는 듯 나이를 내세워 위세를 부렸다.“그리고, 우리도 서로 아는 사이인데 내 앞에서 그렇게 눈치 볼 거 없어. 너도 돈 내고 이 집 구한 거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선영이 어색하게 구니 나도 덩달아 어색해졌다.마치 나 때문에 주선영이 긴장한 것 같아서.나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결국 물 한잔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거실에 없으면 주선영이 그나마 편히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얼마 뒤, 밖에서 쨍그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남자를 무서워하기라도 하나?’나는 별 생가 없이 계속 자료를 훑었다.그렇게 한참 훑어 보다 보니 갑자기 애교 누나가 보고 싶어졌다.‘누나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한참 생각하던 나는 결국 애교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런데 의외로 애교 누나는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수호 씨,
“어? 이 사람...”왕정민의 이름을 보자마자 나는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윤미화가 눈웃음 치며 물었다.“왜? 아는 사람이야?”“그렇다고 할 수 있죠.”“마침 잘 됐네. 그럼 이번 일 잘해낼 수 있을 거야. 이건 수호 씨가 탐정 사무소에 들어와서 처음 맡는 임무니까 잘해 봐. 만약 결과가 좋으면 보너스도 두둑히 챙겨줄게.”“됐거든요. 저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않으면 땡큐예요.”나는 지난번 계약서에 사인하던 날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한다. 이게 웬 횡재냐 하고 사인했더니 인신매매 계약서였다.그때 단번에 1000만 원을 주지 않고, 평소에 팁을 줄 때 관대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면 나는 진작 그만뒀을 거다.“이 자료들은 돌아가서 잘 연구해 봐. 사흘 내로 고객이 원하는 자료를 손에 넣으면 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윤미화는 갑자기 테이블에 엎드려 가슴을 쭉 내밀었다.“한동안 나 못 봤는데, 보고 싶지 않았어?”“...”“사장님, 좀 진지해지면 안 돼요?”나는 너무 어이없었다.윤미화는 테이블 밑에서 하이힐로 나를 걷어찼다.“내가 언제는 뭐 안 진지했어? 누나도 아직 매력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잖아.”“네, 매력 있어요. 됐죠?”말을 마친 나는 얼른 자료를 챙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윤미화가 나를 놀리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무서웠다. 정말 윤미화의 유혹에 넘어가 아랫도리가 반응하면 나만 고생 아닌가?나는 커피숍에서 나온 뒤 곧장 주차장으로 향했다.원래는 유미 사모님께 연락이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바쁠 것 같아 문자를 남겼다.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그 문자를 보낸 뒤 나는 얼른 집으로 향했다.시간이 늦어 나는 집에서 대충 허기를 채우고 자료를 살펴봤다.솔직히 나는 왕정민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다. 그 인간이 얼마나 계략적이고 간사하고 악랄한지만 알뿐.자료에 나온 내용은 한정적이어서 철저히 조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내가 자료를
정태곤은 그제야 우뚝 멈춰섰다.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은 그냥 넘어갈게. 운 좋은 줄 알아. 하지만 다음번에 만나면 이렇게 운 좋지 않을 거야.”정태곤은 말을 마친 뒤 뒤돌아 다시 병실 문 앞을 지켰다.나는 그 틈에 얼른 병실 문 앞을 떠났다. 심지어는 아예 병원에서 나왔다.정태곤과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불편했으니까.병원을 나온 뒤에야 나는 비로소 긴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문뜩 내가 너무 겁쟁이처럼 행동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일만 있으면 도망치기나 하고. 양동준의 기세를 따라배우기는커녕 반대로만 하고 있었다.문제는 기세와 배짱은 하루아침에 단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오랫동안 쌓아야 하고 실력이 받쳐줘야 한다.나는 아직 충분한 경험이 없고 능력도 부족하다. 그러니 기세가 있는 게 이상하지.“하!”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릴 때 왜 무술을 배워두지 않았는지 후회됐다.내가 만약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웠다면 정태곤을 무서워할 리 없었을 텐데.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익숙한 차 한 대가 내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이윽고 윤미화가 차에서 내렸다.윤미화는 윤미 사모님의 사촌 언니다. 때문에 사장님을 뵈러 온 것 같았다.“윤 사모님...”“사모님은 무슨. 사장님이라고 불러.”윤미화는 내 말을 잘라버렸다.그러고 보니 윤미화에게 속아 얼떨결에 탐정 사무소에 들어가 지금은 윤미화 부하가 됐다는 게 떠올랐다.나는 얼른 호칭을 바꿨다.“윤 사장님. 사장님도 정 사장님 보러 오셨어요?”“응.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왔어. 호섭 씨는 지금 어때?”“잠시는 안정됐지만 의사 선생님 말로는 재발할 가능성이 있대요.”“그래, 알았어. 나 잠깐 들어가 볼테니까 먼저 가지 마. 여기서 기다려. 할 말 있으니까.”윤미화는 말을 마친 뒤 급히 병원으로 들어갔다.그러다 약 10분 뒤, 윤미화는 다시 병원을 나왔다.“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네. 유미랑 두
윤지은은 두 어르신을 훈계하고는 바로 병실을 나섰다. 그러고는 벽에 기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왜 그래요?”‘이까는 그렇게 위풍당당하더니 왜 갑자기 이러지?’윤지은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유미가 걱정돼서. 만약 호섭 씨가 정말 없으면 유미는 어떡해?”윤지은은 항상 이렇다. 말은 사납게 하면서 마음은 누구보다 약하고, 겉으로는 차갑게 굴면서 모둔 누구보다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나는 이런 윤지은을 뭐라 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그때 윤지은이 갑자기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 나는 온몸이 불편했다.“왜 그렇게 봐요? 내 얼굴에 뭐 있어요?”윤지은은 싸늘하게 나를 노려봤다.“경고하는데, 호섭 씨가 어떻게 되든 유미는 넘보지 마. 만약 유미마저 넘보면 내가 너 죽일 거야!”“헉,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한 거예요? 정호섭 씨는 내 사장님이에요. 나한테 평소 얼마나 잘해줬는데, 내가 어떻게 그분 아내를 넘보겠어요?”나는 윤지은이 나를 이렇 사람으로 생각했다는 게 화가 났다.‘이 여자 마음속에 나는 항상 이렇게 비열한 사람이었나?’윤지은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이었다.“안 그렇다면 다행이고! 만약 정말로 그런다면, 내가 너 아주 처참하게 죽여줄 거야.”나는 화가 치밀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윤지은 눈에 나는 항상 짐승인가 보다. 잠시 뒤, 백연우도 도착했다.백연우와 윤지은은 계속 윤미 사모님 곁에 같이 있어줬다. 사모님도 두 친구의 위로 덕에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병실에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들어가도 있을 곳에 없어, 나는 아예 문 밖에 앉아 있었다.그러다가 오후 4, 5시쯤 되니 소여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에 정태곤도 있었다.소여정은 나를 아는 체할 새도 없이 병실에 들어가 친구들을 찾았다.정태곤은 밖에서 말없이 지켰다.나 역시 밖에 있었다.우리는 시선이 서로 맞물렸다. 정태곤의 싸늘한 눈빛을 보니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것 같았다.이 사람과 한 공간에 있기만 하면 나는 온몸이 불편하다. 나는 결국 떠
두 사람은 내 말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제야 분위기도 약간 풀어졌다.“그래. 그만 울자고. 다 큰 어른이 울기나 하고 쪽팔리지도 않나?”이 선생님이 먼저 웃음을 터뜨리며 정 사장님 눈물을 닦아주었다.이 선생님은 정 사장님을 마치 아들 대하듯 대했다.우리가 한창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두 줄기의 그림자가 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두 사람은 화려한 옷차림에 약 50대 정도 돼 보였는데,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정 사장님 침대 쪽으로 달려갔다.“호섭아, 어때? 많이 아파?”먼저 말을 꺼낸 여성분은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이윽고 뒤에서 유미 사모님이 헐레벌떡 달려 들어왔다.“아빠, 엄마...”유미 사모님은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두 사람은 유미 사모님 부모님이었다. 동시에 정 사장님 장인 장모이자 양부모이기도 했다.두 분은 정 사장님을 친아들 대하듯 아꼈다.솔직히 정 사장님도 그렇게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나는 이렇게 다정한 남자를 본 적이 없다. 가족을 대할 때도, 주변 사람을 대할 때도, 그리고 낯선 사람을 대할 때도.정 사장님은 따뜻한 햇살 같은 분이라 함께 있는 사람이 아무리 차가운 사람이라도 결국에는 사르르 녹아버린다.하지만 그렇게 좋은 사람이 하필 간암에 걸렸다니. 유미 사모님의 어머니는 펑펑 울었고, 아버지 역시 정 사장님이 걱정되는 듯 어디 아픈지 계속 물어봤다.정호섭은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도 마음 아픈 일이라고 생각했다.병실 안 분위기는 점차 침울해졌다. 이러다가 모든 사람이 너무 울어 눈이 팅팅 부을지도 몰랐다.나도 그런 감정에 물 들어 점차 자신감이 사라졌다. 결국 나는 바람 쐬러 병실에서 나왔다.예전에는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항상 내가 젊다고 자부했고 아직 살 날이 많다고 거만하게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짧은 몇 시간 동안 나는 죽음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특히 내 주변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 그 감각은 배가 되어 다가왔다.나는 가슴이 뭉클해 참을
나는 애써 참으려고 했다.어쨌든 여자 아이가 이 선생님을 따라온 걸 보면 선생님 딸일 수 있었으니까.나와 이 선생님은 사이가 좋은데, 내가 여자 아이를 꾸짖으면 여자 아이 체면도 깎일 뿐만 아니라 이 선생님도 난처해진다.하지만 여자아이는 점점 더 심해졌다. 심지어 게임을 놀면서 언성을 높였다.“가운데, 가운데라잖아... 젠장. 게임 할 줄도 몰라? 등신...”목소리만 크면 모를까, 욕설까지 섞여 있었다.그 순간 정 사장님 얼굴에 그늘이 졌다.정 사장님은 점잖고 신사적인 분이라 한 번도 욕을 입에 담은 적이 없다.그런데 지금 사장님 상황이 이 지경인데, 여자아이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예의 없이 구는 건 너무했다.내가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이 선생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다연, 당장 나가! 호섭 오빠 아픈 거 안 보여? 이런 상황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니, 양심이 있기는 해?”이다연은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내가 몇 마디 위로한다고 병이 낫는 것도 아니잖아요? 쳇.”이 선생님은 화가 나서 손을 휘두르며 여자 아이에게 걸어갔다.그러자 선생님 아내분이 얼른 막아섰다.“여보, 여기 병원이야. 그러지 마. 다연아, 넌 그만 나가 봐.”이 선생님 아내분은 난감한 듯 말했다.그러자 이다연은 콧방귀를 뀌며 나가버렸다.그 모습에 화가 난 이 선생님은 눈시울이 붉어졌다.“나는 그래도 평생 정직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저런 걸 나았는지 모르겠다.”말하면 말할수록 이 선생님 눈은 점점 더 붉어졌다.그러자 이 선생님 아내분이 얼른 그를 위로했다.나 역시 이 선생님께 다가가 위로했다.“이 선생님, 화 푸세요. 사장님도 계시잖아요.”이 선생님은 사장님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황급히 미소를 쥐어 짜냈다.“호섭아, 미안하다. 애가 참 철이 없어. 그러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정 사장님은 싱긋 미소 지었다.“괜찮아요. 게임 싫어하는 애가 몇이나 돼요? 스승님도 앞으로 다연이를 너무 나무라지 마요. 의학을 배우기 싫어하면 너
‘하!’“수호 씨.”한창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사장님이 갑자기 불러 나는 얼른 병상 앞으로 다가갔다.“수호 씨, 앉아 봐. 나 할 얘기 있어.”나는 얼른 의자를 끌어와 자리에 앉았다.“사장님, 할 말 있으면 하세요. 제가 꼭 최선을 다해 들어드릴게요.”사장님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심각한 거 아니야. 그냥 수다나 좀 떨까 해서 그래. 이런 병에 걸리고 나서도 사실 항상 좋게 생각했었어. 내가 기쁜 마음을 유지하면 병마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그런데 병들어 쓰러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고, 정말 쓰러지니까 내가 이제 곧 죽겠구나 실감이 오더라.”“나 어릴 때부터 고아였어. 장인어른이 나를 입양해서 키워주다시피 했지. 나랑 우리 아내도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서 사이가 늘 좋았어.”나는 조용히 사장님의 말을 귀담아들었다.“난 어릴 때부터 하느님이 나한테 참 후다고 생각했어. 장인어르신네 가족을 만나고 따뜻한 집을 얻었으니까. 내 아내도 어릴 때부터 나한테 잘해줬는데, 크고 나서 결국 부부의 연을 맺게 됐지.”“만약 내가 계속 이렇게 행복했다면 난 아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였을 거야. 그런데 어릴 때 행운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지금 액운이 닥쳤는지 모르겠어. 하늘은 참 공평하더라고. 모든 걸 다 주지는 않아.”“그래서 난 한 번도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 원망한 적 없어. 곧 죽는다 해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했어. 사람은 언젠가 죽게 되니까. 하지만 아까 의식을 잃고나서 많은 걸 생각했는데, 내가 떠나면 내 아내는 어쩌지 하는 걱정이 맨 처음 들더라고.”“수호 씨, 나 갑자기 죽기 싫어졌어. 살고 싶어. 아직 내 아내랑 아이를 낳지 못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한이야. 난 아내와 백년해로하고, 아이도 많이 낳고 싶어.”사장님은 말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그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역시나 죽음을 태연하게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걱정되는 사람과 일이 없을 리 없다.
사모님은 앞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사모님이 지금 겁먹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먼저 앞으로 걸어 나갔다.“의사 선생님, 환자분 상태는 어떤가요?”“다행히 병세는 진정된 상태입니다.”의사의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은 너무 기쁜 나머지 입을 막고 엉엉 울었다.방금 전까지 잘 참고 있는 듯했는데, 긴장이 풀리니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애처롭고 가련하게 우는 사모님을 보니 왠지 안쓰러워났다.얼마 뒤, 정 사장님은 응급실 밖으로 밀려 나왔다.사모님은 단숨에 그 앞으로 달려갔다.“호섭 씨, 호섭 씨...”“사모님, 사장님은 아직 혼수상태태예요. 이따가 정심 차릴 테니까 우리 먼저 병실로 가요.”사장님과 사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난 뒤, 나는 다른 직원들을 먼저 가게로 돌려보냈다. 그러고나서 사모님과 함께 사장님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정 사장님은 겨우 눈꺼풀을 들었다.“호섭 씨, 겨우 깨어났네요. 정말 놀랐잖아요.”사모님은 정 사장님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이에 정 사장님은 싱긋 웃었다.“이번에 이렇게 갑자기 발병할 줄 몰랐네. 그래도 여러분 덕에 저승사자 만나는 건 면했어.”사모님은 울면서 툴툴거렸다.“당신 하마터면 깨어나지 못할 뻔했어. 지금 농담이 나와?”사장님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지만 얼굴색은 창백하기 그지 업었다.“웃지 않으면 어떡해? 울수록 기분만 나쁠 텐데. 기분 나쁘면 병은 악화할 거고.”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사장님 말씀 맞아요. 사모님도 낙관적인 마음을 가져야 해요.”내가 물론 이렇게 위로했지만 사모님은 그러지 못했다.늙어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죽음 앞에서 사람은 참 무기력해진다.그래서인지 사모님은 사장님처럼 좋은 마음가짐으로 덤덤하게 대하지 못했다.“됐어. 울보네. 수호 씨도 있는데 그만 울어. 화장 다 번지겠어.”사모님은 그제야 티슈를 뽑아 눈가를 닦았다.하지만 너무 울어
“그런데 놀 배짱도 없고, 즐길 줄 모른다면 분명 우리 무리에서 도태될 거야. 이 무리는 내 정치적 이익과 관련이 있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공을 세우는 동시에 깨끗하게 발을 뺄 수 있겠어?”나는 비록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가운데 있는 관계망이 거미줄처럼 복잡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나를 움직이면 나머지가 모두 영향받을만큼.남주 누나가 이러지 않으면 정치상의 업적이 없을 거고, 그렇게 되면 조만간 자리에서 밀려나게 될 거다.그런데 남주 누나는 얌전히 집에서 남편을 내조할 유형이 아니다.그렇게 생각하니 이건 참으로 악순환이 아닐 수 없었다.나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 고민에 잠겼다. 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그 행동에 나는 깜짝 놀랐다.“남주 누나, 지금...”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주 누나는 내 입술을 덮쳤다.벌써 며칠 동안 참았던 탓에, 갑자기 따뜻한 입술이 덮쳐 오자 나는 저도 모르게 온몸이 달아올랐다.곧이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그저 우리 둘 다 냉정을 되찾았을 때, 벌어질 일은 이미 벌어지고 난 뒤였다.“하!”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남주 누나는 옷을 챙겨 입고는 내 얼굴을 감싸 쥔 채 이마에 입을 맞췄다.“한숨 쉬지 마. 사람은 현재를 보고 살아가야 해. 지금 기쁘다면 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어. 만약 현재 기쁘지 않아 면 미래를 생각해서 뭐 해?”“그리고 정말 대단하네. 어떻게 한 손으로 그렇게 어려운 동작도 할 수 있어?”남주 누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누나를 보내고 난 뒤 나는 머리가 터질 듯 복잡했다.‘어쩌다 이렇게 됐지? 성욕을 금하겠다며?’하지만 계속 참고 있는 것도 솔직히 힘들었다.방금 쌓여 있던 성욕을 풀고 나니 온몸의 맥이 뻥 뚫린 것처럼 몸이 가벼웠다.‘됐어. 그만 생각하자.’남주 누나 말대로 많이 생각해도 소용없다.‘될 대로 되라지.’나는 카운터로 돌아가 다시 약을 지었다.그런데 갑자기 정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