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 누나의 허벅지에 손이 닿자 나는 너무 설레고 흥분됐다. 심지어 너무 긴장해 가슴이 두근거렸다.내가 애교 누나의 허벅지를 만졌다니, 이건 정말 꿈만 같았다.애교 누나처럼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여자한테 이건 너무 놀라운 일이다.심지어 내가 애교 누나의 다리를 만질 때 애교 누나의 얼굴은 더 빨개졌고, 담요 아래에 넣고 있던 두 손이 아래쪽에서 움직이기까지 했다.그걸 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애교 누나가 설마...’나는 너무 흥분해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만약 정말 내 생각이 맞는다면 여기서 조금 더 대담해져 애교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때문에 나는 애교 누나의 다리를 타고 점점 위쪽으로 올라갔다.조금만 더 올라가면 허벅지 끝에 닿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애교 누나의 손이 정말 그곳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나는 잔뜩 긴장한 채 손을 점점 위로 올렸다. 하지만 거의 닿으려고 할 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말했다.“수호 씨, 하지 마요!”흥미가 중도에 끊기자 너무 실망스러웠다.그때 애교 누나가 눈을 뜬 채 빨개진 얼굴로 나를 봤다.“거기만 주무르면 돼요. 더 올라오지 말고.”“아.”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다시 열심히 애교 누나의 다리를 주물렀다. 하지만 내 마음은 진작 들떠 있었다.방금 조금만 더 올라간다면 그곳에 닿을 수 있었는데.어떻게 나더러 이대로 포기하라는 건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애교 누나는 딱 봐도 뭔가 찔린 듯한 표정으로 내 눈을 피하고 있었다.게다가 어느새 손도 움츠린 것 같았다.‘설마 나한테 들킬까 봐 두려워 그만둔 건가? 아니면 내 생각이 너무 저질이었나?’이런저런 생각으로 정신이 팔렸을 때, 내 손은 저도 모르게 안쪽으로 미끄러들어갔다.그리고 한순간이지만 애교 누나의 민감한 곳에 닿았다.그 순간 내 손끝에 느껴진 건 분명 미끌미끌한 느낌이었다.‘헉, 애교 누나가 방금 정말 혼자 하고 있었던 거였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미끌미끌할 수 없어
내가 아무리 여자를 사귀지 못했어도 여자에 대해 아예 모르는 건 아니다.애교 누나의 미끌미끌한 오른손을 본 순간,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직감한 나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누나도 원했었네요. 저한테 말하지, 그러면 만족하게 해줬을 텐데.”나는 어디서 나온 배짱인지 다시 애교 누나의 손을 잡으며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애교는 그 순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이렇게 대놓고 꼬리가 잡혔으니 당장 벽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이거 놔요, 얼른 놔줘요. 이런 모습이나 보이고, 차라리 확 죽어버릴래요”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다.“애교 누나, 왜 그렇게 생각해요?”“평소에 수호 씨 앞에서 보수적이고 고고한 척했는데 방금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 분명 나를 비웃고 경멸할 거잖아요.”눈을 붉히며 말하는 애교 누나를 보자 나는 다급히 설득했다.“그럴 리가요. 제가 왜 누나를 경멸해요? 생리적 욕구가 있는데 남편이 집에 없으니 혼자 해결하는 거 정상이잖아요. 다른 남자 찾지 않고 남편한테 미안한 짓도 하지 않았는데, 제가 왜 누나를 경멸해요?”그제야 애교 누나는 글썽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정말요? 정말 색안경 끼고 나 보는 거 아니죠?”나는 다급히 맹세했다.“맹세할게요. 정말 그러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오히려 애교 누나가 이러는 거 찬성해요. 남자가 성적 욕구를 풀어야 하는 것처럼 여자도 사랑받아야 한다고요.”“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하면 호르몬이 안정해지고 갱년기가 앞당겨질 수 있어요. 애교 누나처럼 예쁘고 젊은 여자가 그렇게 빨리 갱년기에 걸리는 거 저는 원하지 않아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더욱이 아직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자 내 눈에는 더 매력적으로 비쳤다.나는 다급히 애교 누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우리가 헤어질 때 누나는 정민 형님이랑 호텔 가지 않았어요? 왜요? 만족 못 했어요?”애교는 내 말에 마음을 열었는지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그건 아니에요.
“그만해요. 계속 말하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애교 누나는 정말로 기분이 언짢았는지 정색했다.나도 안다. 애교 누나가 남편을 얼마나 믿는지. 그래서 내가 지금 뭘 말해도 듣지 않을 거라는 것도.‘됐어. 나도 그만하자.’“애교 누나, 우선 가서 샤워부터 해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오면 제가 다시 마사지 해줄게요.”애교 누나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수호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수호 씨 누나밖에 되어줄 수 없어요. 그렇다고 너무 낙담하지는 마요. 나한테 솔로인 동생들이 많거든요. 나중에 소개해 줄게요.”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누나 말고 다른 사람은 싫어요.”“왜 그렇게 고집이 세요?”애교는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기뻤다.세상에 온전히 저만 바라봐 주는 남자를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남자는 죽을 때까지 소년인 것처럼, 여자도 죽을 때까지 소녀다.“난 이만 가서 샤워하고 올게요.”애교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가면서 수호의 그곳을 슬쩍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조금 전 혼자 한 데다 수호의 그곳을 보니 저도 모르게 몸이 달아올랐다.“내가 왜 이러지? 왜 욕구가 이렇게 심해졌지? 그동안 너무 참아서 그런가?”애교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다급히 머리를 저으며 부정했다.이윽고 수호에게서 일부러 눈길을 뗀 채 화장실로 들어갔다.옷을 벗은 애교는 곧바로 샤워하는 대신 거울에 비친 제 몸을 바라보며 불안감을 잠재웠다.“정민 씨, 정말 나한테 미안한 짓 하지 않았죠?”“아니. 난 정민 씨 믿어요. 그런데 지난 반년 동안 왜 안 돌아왔어요?“아까 호텔에서 전화했던 상대 여자였죠? 나 그 사람 목소리 똑똑히 들었어요.”애교는 사실 불안하긴 했지만 끝까지 남편이 그런 사람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아니야, 됐어. 생각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지지.”애교는 속옷과 팬티를 벗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그러다 뜨거운 물이 비밀스러운 곳을 지날 때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저도
두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의 얼굴은 동시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또 애교 누나한테 이런 짓을 하다가 들켰다는 사실에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고 싶었다.이 상황이 너무 난감했다.게다가 이번에는 애교 누나의 집, 그것도 애교 누나의 침대에서 애교 누나가 방금 덮었던 담요까지 덮고 있었으니.애교 누나가 당장 나한테 욕설을 퍼부어도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 애교 누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길게 이어지는 침묵에 내 마음은 더욱 조마조마했다.심지어 말조차 더듬었다.“애, 애교 누나, 화내지 마세요. 아까 너무 괴로워서... 나 마음대로 욕하고 때려도 되지만 쫓아내지만 말아요. 제발.”나는 당장이라도 애교 누나 앞으로 달려가 사과하고 싶었지만, 아직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탓에 이대로 나가면 엉덩이를 훤히 내놓게 되는데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그러면 애교 누나가 내 뺨을 후려갈길 게 뻔하다.나는 초조하고 난감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이번에 나를 욕하기는커녕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우선 그만 말하고 정리부터 해요.”“아, 네.”나는 어색함을 무릅쓰고 허둥지둥 정리했지만 속은 여전히 두근거렸다.주요하게는 애교 누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노릇이었다.그 시각, 문밖에 있는 애교의 머릿속은 제 이름을 부르며 그 짓을 하던 수호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 장면을 떠올리니 애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심지어 왠지 모르게 흥분되고 설렜다.“내가 왜 이러지? 왜 계속 수호 씨가 그런 짓을 하던 장면만 떠오르지? 미친 거 아니야?”“그런데 수호 씨 젊고 힘 있고 튼실한 건 사실이잖아.”애교는 생각하면 할수록 흥분해 숨이 가빠왔다.아까 화장실에서 뜨거운 물이 몸을 스칠 때도 애교는 저도 모르게 수호의 이름을 불렀었다.하지만 이런 느낌에 빠지면 안 된다고 설득하면서 애써 참았다.그렇다고 원하지 않는 건 아니다.그저 이런 욕구는 남편인 왕
애교 누나는 황급히 손을 뺐다.“수호 씨, 뭐 하는 거예요?”“저 때리라고요. 그래야 누나도 화가 풀릴 거잖아요. 저 누나가 화내는 거 싫어요.”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누가 화 났다고 그래요?”그 말에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애교 누나가 그런 일을 겪고도 나한테 화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으니까.나는 흥분한 나머지 애교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애교 누나, 정말 화 안 났어요? 다행이다.”본인의 손을 꽉 잡은 수호의 힘 있는 손을 보자 애교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안 그래도 잔뜩 흥분했는데, 손에서 느껴지는 남자의 힘과 내면의 욕망이 한데 부딪히며 욕구가 다시 끓어올랐다.특히 티셔츠를 뚫고 나올 것 같은 수호의 튼실한 가슴을 보자 그대로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수호 씨...”애교 누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그때까지도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지 못한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애교 누나, 왜 그래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애교는 그렇게 말했지만 손을 뒤로 빼지는 않았다.사실 애교는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하지만 본인이 유부녀이기에 수호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그저 체온만 느꼈다.“혹, 혹시 아래 불편해요? 그러니까 바지에 그렇게까지 했는데 불편하지 않아요?”애교 누나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기에 내가 지금 얼마나 괴로울지 알고 있었다.나는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누나가 저한테 화내지만 않는다면 저는 뭐든 괜찮아요.”“수호 씨도 참 바보예요? 본인이 불편하면 불편한 거지, 그게 내가 화내는 거랑 무슨 상관있어요? 얼른 가서 샤워해요. 갈아입을 옷 챙겨 줄게요.”애교 누나가 나를 바보라고 하는 말에 내 마음은 꿀을 삼킨 듯 달콤했다.그 호칭은 나에게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다.내가 애교 누나의 침대에서 그런 짓을 했는데 나를 미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다정한 호칭으로 부르다니, 애교 누나가 나한테 점점 잘해주는 것만 같았다.때
“애교 누나, 제 몸매 어때요?”나는 과감하게 애교 누나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나를 흘긋 보더니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수호 씨 점점 간이 커지네요. 이제는 나도 다 놀리고. 계속 그러면 쫓아낼 거예요?”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안 그럴 거잖아요. 내가 가는 게 서운하잖아요.”“누가 서운하다고 그래요? 계속 그러면 망신당하게 벌거벗은 채로 쫓아내요?”애교 누나는 말하면서 내 팔을 잡아당겼다.하지만 애교 누나의 가는 팔다리로 나를 이길 리가 없었다.나는 오히려 애교 누나를 놀리려고 팔을 살짝 당겼다. 하지만 힘을 별로 쓰지 않았는데,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화장실 문이 활짝 열리며 애교 누나가 그대로 화장실 안에 딸려 들어왔다심지어 내 품에 그대로 폭 안기고 말았다.애교 누나의 나른한 몸이 느껴지자 나는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그에 반해 애교 누나는 내 튼튼한 품 안에서 얼굴을 붉혔다.샤워하느라 켜두었던 샤워 부스에서 물이 떨어지면서, 나와 애교 누나는 동시에 젖고 말았다.실크 잠옷을 입고 있던 애교 누나는 물에 젖자 몸매가 훤히 드러났다.그것보다 나를 더 미치게 만든 건, 애교 누나가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거였다.그 덕에 숨김없이 드러난 몸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그와 동시에 나는 피가 한곳으로 쏠렸다.“애교 누나, 왜 속옷을 안 입고 있어요? 설마 일부러 저 유혹하려고 한 거예요?”나는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아랫배가 저릿했다.애교 누나는 온몸이 축축하게 젖고, 머리까지 젖어 얼굴에 들어 붙었지만 오히려 야릇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이건 유혹이 틀림없었다.애교 누나는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며 버둥댔다.“누, 누가 유혹했다고 그래요? 내 집에서 속옷 안 입는 것도 수호 씨 동의를 거쳐야 해요?”“아무리 그래도 이 집에 지금 우리 둘뿐인데, 이렇게 입는 게 유혹이 아니면 뭐예요?”“아니거든요. 얼른 이거 놔요.”애교 누나는 버둥거리며 내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내가 본인의 어
내 두 손은 더 과감하게 움직였고, 애교 누나도 더 이상 반항하는 걸 포기하고 즐기기 시작했다.나는 애교 누나의 팔이 스르르 내 허리를 감은 걸 느낄 수 있었다.애교 누나도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그걸 인지한 순간 나는 더 대담하게 애교 누나의 옷을 아예 찢어버렸다.그 순간, 옷 아래에 가려져 있던 새하얀 살결이 내 눈앞에 드러났다.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자 나는 순간 흥분에 몸이 떨려 애교 누나를 벽에 밀쳤다.하지만 내가 다음 동작을 이어 나가려고 할 때, 애교 누나가 힘껏 버둥대면서 나를 밀어냈다.“수호 씨, 안 돼요. 그곳은 안 돼요.”“왜요?”“이유 없어요. 아무튼 그곳은 만지지 마요.”“그런데 우리 벌써 이렇게 됐는데 만지든 만지지 않든 그게 뭔 상관인데요?”“당연히 상관있죠. 수호 씨가 그곳 안 만지면 난 아직 바람피우지 않은 건데, 만지는 순간 난 정말 바람피운 게 되잖아요. 우리 이러는 것만 해도 나 충분히 죄책감 들어요. 더는 하고 싶지 않아요.”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미 이렇게 벗은 채로 마주하고 있고, 또 마지막 단계까지 가지 않은 것 빼고 할 것 못할 것 다 한 사이인데, 그게 바람피우는 기준과 뭔 상관이 있다는 건지.하지만 애교 누나가 괴로워하자 나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나는 애교 누나의 몸만 탐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사랑하는 거니까, 결국 애교 누나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했다.하지만 고개를 숙여 나를 보자 너무 괴로워 났다.“그럼 저는 어떡해요? 이거 봐요. 만약 해결하지 못하면 저 오늘 잠 못 자요.”애교 누나는 고개를 숙여 내 그곳을 바라보더니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애교 누나가 처음으로 내 그곳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얼굴을 붉혔다.“이 정도일 줄이야. 어쩐지 아까 바지가 그렇게 됐다 했네.”“애교 누나, 나 도와주는 게 어때요?”내가 용기 내어 말하자 애교 누나가 의아한 듯 물었다.“어떻게 도와줄까요?”“여기로.”나는 손가락으로 애교 누나의 빨간 입술을
“됐어요, 수호 씨. 그만 장난치고 얼른 옷 입어요.”애교 누나는 나를 막으려 했지만 나는 누나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싫어요. 옷 안 입을래요. 이렇게 누나 안고 싶어요. 누나, 저 오늘 누나랑 같이 잘 수 있어요?”내가 점점 더 심한 걸 요구하자 애교 누나는 다급히 거절했다.“당연히 안 되죠. 나랑 잤다가 수호 씨 형수가 물어보면 어쩌려고요?”“친구 만나러 갔다고 하면 형수도 모를 거예요.”“그래도 안 돼요. 그러다가 저녁에 갑자기 들이닥치면 어떡하려고요?”“그럴 리 없어요. 형수한테 그럴 여유 없어요. 애교 누나, 오늘 밤 저랑 같이 자요. 저 이렇게 누나 안고 자고 싶어요.”내가 애교 누나를 안은 채 애교 부리자 누나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다.“안 돼요. 이거 놔요. 나갈래요.”그러다 내가 갑자기 번쩍 들어 안 자 애교 누나는 너무 놀라 다급히 소리쳤다.“수호 씨, 뭐 하는 거예요? 당장 내려줘요.”“누나, 그만 소리쳐요. 누나가 소리 낼수록 제가 더 괴로워요. 누나가 지금 모습으로 그런 소리를 내면 얼마나 사람 자극하는지 알아요?”애교 누나는 내 말에 너무 놀라 버둥대던 것도 멈췄다.이윽고 얼굴을 붉힌 채 본인의 가슴을 가렸다.“누, 누군 뭐 이러고 싶어 이래요? 그러게 누가 버릇없이 굴래요? 당장 내려줘요. 나갈래요.”나는 눈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누나, 이제 와서 뭘 또 가려요? 이미 다 봤는데.”“계속 말할 거예요? 그만 말해요!”애교 누나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졌다. 하지만 화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분명 나를 훈계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투정 부리는 것 같았다.“됐어요. 걱정하지 마요.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그냥 안고 나갈게요. 됐죠?”내가 이렇게 말하자 애교 누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깐만요. 그냥 이렇게 나간다고요?”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집에 다른 사람도 없는데 뭐 어때요?”“그래도, 수호 씨는 내 남편도 아니잖아요. 이
내가 노랑머리한테 준 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족히 10만 원 가까이는 됐으니까. 백수들한테는 이것도 큰돈이나 다름없다.노랑머리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결국 입을 다물었다.아직 대답을 못한 사람들은 얼른 다른 질문을 하라고 나를 재촉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 번째 질문을 했다.“그럼 혹시 이연화 혹은 조금희가 요즘 낯선 사람과 만난 걸 본 사람이 있어요?”그 물음에 모든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나는 실망했다.“세 번째 질문, 혹시 누가 나 대신 이연화를 감시할래요?”모든 사람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다 같이 해요.”“그럼 돈은 어떻게 계산하는 거예요?”노랑머리가 물었다.나는 가방에서 또 돈 두 뭉치를 꺼냈다.“세 명이 감시해요. 한 사람당 200씩 줄게요.”세 사람의 눈은 커다래지더니 급기야 반짝반짝 빛이 났다.나는 세 사람에게 귀띔했다.“이 돈은 수고비예요. 누가 만약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면 이 외에도 큰 보상을 받게 될 거예요.”‘역시 돈이 있으니 뭐든 쉽게 되네.’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게 하려면 이 사람들 마음을 매수하는 게 우선이다.몇백만 원은 지금의 나한테 큰돈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사모님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모든 일을 마친 뒤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의 말을 들어보니 사모님은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모님 정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기분이 다운된 사람은 쉽게 졸리고 무기력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나는 방금 전 일을 윤지은에게 말했다.“이번 일 조사하기 엄청 어려울 거예요. 언제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르겠고. 장기전을 할 준비는 됐어요?나는 윤지은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째려봤다.“그걸 말이라고 해? 유미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 유미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데 내가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누가 같이 있어 줘? 그러는 너야말로,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데? 설마
나와 윤지은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우리는 사모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사모님, 비록 어렵지만 아무 희망도 없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끝까지 견지하면 분명 수확이 있을 거예요. 게다가 사장님이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줄 거예요.”사장님을 언급하자 사모님의 정서는 드디어 조금 안정되었다. 사모님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호섭 씨, 정말 우리를 지켜줄 거야?”“당연하지.”윤지은도 사모님을 위로했다.그때 내가 분석했다.“제가 볼 때 이연화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요. 그 여자가 한 말 진짜 아니에요.”“너도 그래?”보아하니 윤지은도 똑같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넌 어떻게 보아냈는데?”“느낌이 그래요. 이연화가 그렇게 드센데 남편 일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안 돼요. 게다가 조금희 카드에 입금된 2억이 이연화랑도 연관된 것 같아요.”이건 내 직감이다.나는 왠지 이연화 같은 신분과 배경에 성깔 있는 여자라면 통제욕이 엄청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여자가 자신을 배신했던 남자를 나 몰라라 방치할 수 있을 리가 있을까?그건 그 여자 성격에 부합되지 않는다. 윤지은의 관점 역시 나와 어느 정도 비슷했다. 윤지은은 내 말에 일리가 있다며 맞장구치면서 보충했다.“그리고 또 이연화가 2억을 얘기할 때 자꾸 눈빛을 피했어. 그건 거짓말한다는 표현이야.”“문제는 그 여자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 한다는 거예요.”이건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다.그때 윤지은이 말했다.“그건 간단해. 내가 사람을 시켜 그 여자를 감시하라고 할 거야. 그러면 분명 허점을 보일 거야.”이런 건 역시 돈이 많아야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진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나는 얼른 맞장구쳤다.“만약 그곳 주민을 감시자로 붙여두면 더 좋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이연화 행적을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윤지은은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봤다.“그건
사모님의 기세에 눌린 이연화는 오만하고 안하무인이던 태도가 싹 사라지고 다급히 대답했다.“말할게, 말한다고. 이거 먼저 놔.”사모님은 그제야 이연화 머리채를 놔주었다.이연화는 머리를 마구 문질러댔다. 심지어 얼굴까지 시뻘게진 걸 봐서는 사모님의 공격에 적지 않게 다쳤음을 알 수 있었다.이연화는 한참 동안 머리를 쓰다듬은 뒤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 2억은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몰라요. 그 인간이 우리 모자한테 주는 보상이라면서 줬어요.”“당신은 그 사람 아내인데 모른다는 게 말이 돼?”우리는 여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자 이연화가 조급히 말했다.“내 말 다 사실이에요. 난 정말 어떻게 된 건지 몰라요. 우리가 부부인 건 맞지만 명의상 부부나 다름없었어요. 그 인간이 나 몰래 불여우를 만나다가 잡힌 적도 있어요.”“그때 그 인간이 이혼만 하지 말자고 싹싹 빌지 않았으면 진작 헤어졌을 거예요.”여자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그 2억이 어디서 났는지 몰랐다면, 조금희 씨가 불치병이라는 건 알았겠죠?”이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알아요. 그 인간이 오래전에 내 앞으로 보험을 들어 놓을 걸 줬었거든요. 자기가 가면 보험사에서 돈이 나올 거라면서.”이건 모두 일가 조사했던 내용이었다. 다만 이연화가 말한 사실이 모두 진짜인가 하는 게 문제였다.나는 이연화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그날 장례식장에서 화장을 미뤄달라고 했는데 왜 안 들었어요?”“나 할 일 많아요. 당신들과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인간이 당한 사고가 단순 사고든 인위적인 사고든 난 관심 없어요. 그 인간이 내 앞으로 돈을 남겼으니 난 그 돈을 얼른 받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이연화는 조금희와 더 이상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아 조금희 일에 일말의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하지만 2억의 존재를 모른다는 게 진짜일지 의문이었다.만약 진짜라면 사건의 실마리는 또 끊기게 된다.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질
그렇다면 우리의 추측이 거의 맞는 거로 증명이 된 셈이다. 게다가 이연화는 분명 뭔가를 알고 있을 거다.“이러면 이연화 모자만 찾으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겠네요.”우리는 일이 이렇게 순조로울 줄 몰랐다.심지어 사모님은 마음이 급해 벌떡 일어섰다.“더는 못 기다리겠어. 나 지금 당장 이연화 만나러 갈래.”“유미야. 아직 조급해하지 마. 지금 이연화 모자가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 이렇게 해, 내가 한나한테 조사해 보라고 할게.”윤지은은 강한나에게 전화해 이연화 모자가 사는 곳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직무상 편의를 이용해 강한나는 곧바로 이연화 모자의 거주지를 찾아냈다.[미리 말하는데, 이연화 모자 좋은 사람 아니야. 이연화 아버지는 판자촌 터줏대감이라 되도록 갈등을 만들지 마.]“알았어.”이연화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지만 우리는 무조건 가봐야 했다. 그건 사모님한테는 더더욱 간절했다.아무리 그곳에 불바다라도 사모님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이연화 집 주소를 알아낸 우리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판자촌은 낡은 건물 지역이라 외지고 낡은 곳에 있는 데다 교통도 불편했다. 다만 이연화의 집은 그 판자촌에서 가장 큰 집이었다.우리가 이연화의 집을 찾았을 때 이연화는 집에서 화투를 치고 있었다.남편이 죽은지 얼마 되지 않는 여자가 이곳에서 한가하게 화투나 치고 있다니 침 한심했다.“이연화 씨, 할 얘기가 있어서 찾아왔어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러자 이연화는 나를 흘긋 보더니 말했다.“나 지급 바빠서 시간 없어요.”“이건 당신 남편 조금희 씨와 관련된 일이라 이연희 씨가 저희랑 반드시 가주셔야 해요.”기분이 살짝 언짢아진 나는 당연히 다정한 목소리가 나가지 않았다.하지만 이연화는 자기 구역에 있어 무서울 게 없어 심지어는 나에게 소리까지 질렀다.“반드시? 내가 왜? 당신들이 누군데? 경찰이야? 내가 왜 당신들 말을 들어야 해? 당장 꺼져. 화투 치는 거 방해하지 말고.”여자는 말하면서 다시 화투 치는 데
“보아하니 두 사람 모두 조금희 씨 몸에 종양이 퍼지고 있어 곧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네요.”“혹시 조금희 씨가 뒤에서 꼼수 부린 거 아닐까요?”나는 문득 뭔가 떠올라 의문점을 제기했다.현재 상황으로 분석해볼 때 조금희의 혐의가 가장 높았다.그때 윤지은이 말했다.“자세한 건 조사해 봐야 하지만 나도 조금희 씨가 이상한 것 같아.”사모님은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다음에 조사할 때 나도 끼워줘. 나도 같이 조사하고 싶어. 두 사람 말 맞아. 호섭 씨가 억울한 죽임을 당했는데, 나라도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풀어줘야 해. 이게 내가 살아갈 유일한 동력이야.”사모님은 말하면서 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슬픔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와 윤지은은 항상 사모님 곁을 지킬 거다.그날, 우리는 곧장 종양 전문 병원에 가 조금희의 병력을 조사했다.조금희 몸에서 종양이 발견된 건 1년 전인데, 처음에 양성이었다가 악성으로 번지기까지 적지 않은 돈을 들였던 거로 확인되었다.게다가 조금희는 불치병에 걸리기 전에 아내와 갈등을 겪었다.“자세한 건 저도 모르는데, 조금희 씨가 우리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젊은 여자가 항상 와서 돌봐줬어요. 그러다가 부인이 병원에 찾아와 그 아가씨를 때렸고요. 그 일은 병원 사람들 다 알아요.”‘그렇다는 건 조금희가 바람을 피웠다는 거네?’조금희가 이런 사람일 주은 생각지도 못했다.윤지은은 여간호사에게 돈다발을 건넸다. 그러자 간호사는 아주 기뻐하며 떠나갔다.조사를 마친 뒤 우리는 밖에서 식당을 찾았다.식당에 도착한 윤지은은 분석을 시작했다.“조금희 씨가 불치병에 걸렸고, 예전에 아내와 아들한테 잘못을 저질렀다면 혹시 자기가 얼마 못 살 걸 알고 호섭 씨를 배신해 돈을 챙겼던 건 아닐까?”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럴 가능성이 커요. 만약 조금희 씨 계좌에 큰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아쉽지만 이곳은 강북이 아닌 Y시다. 안 그랬다면 윤지은의 인맥
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배고픔을 느낀다는 건 좋은 일이다.윤지은이 아침을 사 오자 사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그걸 본 윤지은은 나를 향해 엄지를 추켜들었다. 그건 내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이번 치료 방법이 확실히 효과적이었으니까.나는 사모님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비록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데도 사모님은 음식 드실 때 여전히 우아하고 단아했다. 살짝 슬픔을 띄고 있어 살짝 비극의 여주인공 같기도 했다.내가 한창 사모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윤지은의 날카로운 눈빛이 갑자기 나를 쏘아봤다. “짐승!”윤지은은 욕지거리를 퍼부었다.그 욕에 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제가 뭘 했다고 짐승이라는 거예요?”“아무튼 짐승 맞아. 이런 상황에서 훔쳐보기나 하고.”윤지은은 나를 째려봤다.난 그저 사모님을 몇 번 본 것뿐인데 나를 짐승 취급하다니, 너무 어이없었다.하지만 이러다 또 싸움 나겠다 싶어 나는 얼른 아침을 들고 다른 곳에 가서 배를 채웠다.식사를 마친 뒤 사모님은 자발적으로 나와 윤지은을 찾아왔다.“알고 있는 거 사실대로 다 알려줘요. 난 호섭 씨 사고에 대한 모든 사실이 알고 싶어요.”사모님은 너무 평온해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때문에 나는 사모님 상태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사모님, 우선 맥 좀 짚어봐도 될까요?”“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나도 알아야. 걱정할 거 없어요. 어젯밤 많이 생각해 봤고, 호섭 씨가 떠난 사실을 받아들였어요.”“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건 호섭 씨처럼 착한 사람이 남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억울함을 풀어줄 거예요.”“난 강해져야 하고 호섭 씨처럼 용감해져야 해요. 그래야 호섭 씨가 마음 놓고 갈 수 있어요.”사모님은 애써 슬픔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또 흐느꼈다.그 말을 들으니 나도 코끝이 시큰거리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같은 목표가 생겼다. 바로 진실을 밝히는 것.나는 얼른 마음의
나는 사모님 팔을 힘껏 잡으면서 사모님과 눈을 마주쳤다.“사모님!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마세요. 사장님이 이런 사모님 보고 편히 가지 못하길 원하시는 건 아니잖아요.”내 말이 사모님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줬는지, 사모님은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윤지은은 내가 강제로 사모님을 자극했다며 나를 탓했다.“유미 지금 안 그래도 나약한 상태인데, 왜 그런 말을 직접 해?”나는 너무 난감했다.“누구는 뭐 이러고 싶은 줄 알아요? 하지만 사모님이 계속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환상 속에 살고 있는데, 계속 이러면 상태가 점점 악화해요.”윤지은은 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그와 동시에 사모님이 또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다.나도 사모님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다. 하지만 사모님을 절망 속에서 끄집어내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윤지은에게 말했다.“정말 사모님을 돕고 싶다면 모질어야 해요. 이럴 때 마음 약해지면 오히려 해치는 거예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내 말에 동의하는지, 내가 치료할 수 있도록 묵묵히 자리를 비켜줬다. 나는 나른하게 힘이 쭉 빠진 사모님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없어요. 사모님이 속사한 건 알겠어요 하지만 지금 속상해할 때가 아니에요. 우리 할 일이 있어요.”“사장님 사고 단순 사고가 아니에요. 누군가 인위적으로 사고 낸 거예요. 사모님, 정신 차리고 우리와 함께 진실을 조사해요.”사모님은 텅 빈 눈으로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사모님을 깊은 슬픔에서 꺼내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고 그녀가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다.나는 말투를 부드럽게 하며 방금 한 말을 또다시 반복했다.“사장님 교통사고에 수상한 점이 발견됐어요. 사모님도 사장님이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거 원하지 않죠? 우리 함께 진실을 알아내 사장님이 억울하게 죽임당하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식은땀이 송골송골 솟아올랐다.사모님 상태는 살짝 이상해 보였다. 아마도 의식이 혼미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를지도 몰랐다.나는 사모님이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봐 서둘러 사모님 팔을 꼭 잡았다. 그러면서 계속 따라오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데려올 생각이었다.“수호 씨, 이거 놔요. 난 남아서 호섭 씨랑 같이 있을래요...”사모님은 마구 버둥대며 소리쳤다.이러다가 사고가 날 것 같아 나는 아예 사모님을 어깨에 두러 업었다. 그러자 사모님은 곧바로 버둥거리며 소리쳤다.벼랑 끝에 서 있는지라 조금만 실수하면 함께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결국 사모님을 손날로 기절시켰다.내가 가드레일 안쪽으로 다시 넘어왔을 때 윤지은의 차가 마침 도착했다.“왜 그래?”윤지은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나는 사모님을 차에 앉히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모님 지그 정신이 이상해서 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해요. 방금 사장님이 춥다고 한다면서 옷 주러 내려가겠다고 했어요. 제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으면 뛰어내렸을지도 몰라요.”윤지은은 내 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계속 이럴 순 없어. 우리가 잠깐은 지켜볼 수 있지만 평생 지켜볼 순 없잖아.”그때 내 머릿속에 문득 방법이 떠올랐다.“사모님께 사장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려드리는 건 어때요?”“미쳤어? 이번 일로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또 자극하자고?”윤지은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이에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제 할아버지가 남긴 의학 서적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옛날에는 환자가 가족을 잃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치료가 안 된다면 환자한테 희망을 줘야 한대요. 그 희망이 의학에서 말하는 기예요.”“그 기를 가진 환자가 음식 치료와 약물 치료를 함께 진행하면 서서히 회복할 수 있대요.”“사장님의 죽음에 수상한 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사모님과 함께 그 사건을 수사하는 거예요. 아마 사모님도 사장님이 죽은 진실을 알고 싶을 거예요.”
장례식장 안을 모두 뒤져 봤지만 사모님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리 조급하지 않던 내 마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불안해졌다.사모님은 현재 몸 상태도 안 좋고 정서도 매우 불안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족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됐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내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그러다 결국 방법이 없어 나는 문득 사모님 번호를 떠올려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계속 긴 연결음만 들릴 뿐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려고 할 때 연결음이 꺼졌다. 액정을 확인하니 전화가 연결되었다.“사모님?”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수호 씨, 나 괜찮으니까 좀 내버려둬요.]사모님 목소리는 매우 우울해 보였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한테는 너무 듣기 좋았다. 나는 다급히 물었다.“사모님, 어디 있어요? 너무 걱정돼요.”[혼자 있고 싶어요.]“알아요, 아는데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요. 사모님이 안전하다는 거 확인해야 해요.”전화 건너편에서 한참 침묵이 흘렀다.그때 갑자기 차 경적음이 들려왔다.그렇다는 건 사모님이 장례식장에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나는 문득 사모님이 있을 수 있는 곳이 떠올랐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모님, 알려주시면 안 돼요?”사모님은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이미 대충 답을 얻은 나는 장례식장을 뛰쳐나가 택시를 잡고 사장님이 사고를 당한 곳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사모님을 찾았냐는 윤지은의 전화를 받은 나는 내 추측을 말했다.“아니요. 사모님 아마도 사장님 사고 난 곳에 있는 것 같아요.”[거긴 왜?]윤지은은 이해가 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사장님 죽음이 수상해 직접 조사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사장님이 그리웠을 수도 있고... 아무튼 저 지금 가는 중이에요.”[그럼 먼저 건너가. 나 이따 바로 갈게.]나는 윤지은과 상의한 뒤 먼저 사장님이 사고 난 곳으로 향했다.사고가 난 곳은 절벽인데, 사모님은 마침 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