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왕정민이 변태처럼 애교 누나를 취하는 모습. 그걸 생각하니 순간 화가 치밀었다.‘왕정민 같은 쓰레기는 왜 애교 누나의 사랑을 받고, 나는 진심을 다해 대해주고도 오히려 미움만 받는 건데?’나는 왠지 모르게 눈앞에 있는 여자를 끌어안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수호 씨, 뭐 하는 거예요? 나 수호 씨 형수예요. 얼른 이거 놔요.”“애교 누나, 누나 남편 누나 사랑하지 않아요. 나더러 누나를 꼬시라고 했다고요. 그 사람은 누나를 아무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겨요. 아니, 그래도 조금의 가치는 있겠네요. 누나를 당당히 취할 수 있는 거.”“그놈이 누나와 그런 짓 하는 건 누나를 모욕하려는 거예요. 저는 누나가 그런 일 당하는 거 보기 싫어요.”나는 애교 누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꼭 끌어안은 채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모두 내뱉었다.그렇게 내뱉고 나니 내 마음도 어느 정도 편해졌고 이내 의식을 잃었다.하지만 의식을 잃은 뒤에도 여전히 형수를 안고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한편, 태연은 수호가 술에 취해 자기를 애교로 착각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원래는 밀어내려 했지만 수호가 내뱉은 솔직한 말에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이애교, 난 참 너를 불쌍해해야 할 지 부러워해야 할지 모르겠어. 왕정민은 너 배신했지만 이렇게 좋은 수호 씨 같은 남자를 네 곁에 남겨줬잖아. 솔직히 네가 너무 부러워.”“네가 수호 씨의 진심을 제대로 느꼈다면 왕정민한테 얽매이지는 않았겠지. 그런데 나는 달라, 나는 다른 사람을 찾아 다시 시작할 이유도 없어.”그걸 생각하면 태연은 한숨이 나왔다.‘내가 동성 씨랑 아무 사이도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태연은 한참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이건 모두 너무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인 환상일 뿐이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소용없다.태연은 수호의 머리를 들어 베개에 눕히려 했지만 너무 무거운 나머지 수호의 무게에 딸려 같이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아!”그 순간 수호의 튼실한 팔이 느껴지자 태연은 가슴이 두근거
그러면서 젊고 힘세고 잘생긴 내가 더 좋다고 했다.애교 누나는 왕정민과 결혼한 몇 년 동안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고 했다.그래서 내가 그걸 느끼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그 말에 나는 너무 흥분되어 애교 누나를 그대로 덮쳤다....하지만 현실 속에서 내가 안고 있는 여자는 형수였다.그 시각, 그저 나를 안고 잠깐만 자고 일어나려던 형수는 이상함을 느꼈다.그도 그럴 게, 나의 그곳이 형수에게 닿았기 때문이다.그것도 모자라 내가 자꾸만 몸을 움직이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애교 누나, 사랑해요. 저 누나 정말 사랑해요.”“나쁜 자식, 나를 안고 다른 여자 이름을 불러?”형수는 내 손을 떼어내고 품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내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게다가 내가 몸을 점점 떨며 사정을 해버렸다.그 순간 너무 놀라 일어난 나는 그제야 내가 형수를 안은 채 아래가 축축해졌다는 걸 인지했다.“형수, 형수가 왜 여기 있어요?”형수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내가 고생스럽게 방까지 부축해 줬는데 수호 씨가 나한테 무슨 짓 했는지 봐 봐요.”형수는 투덜대며 내 아래를 보더니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동성 씨 일 년 치 양보다 더 많잖아. 이러니까 내가 임신을 못하지. 동성 씨가 수호 씨 반만 했으면 우리 아이가 지금쯤 학교에 갔겠네.’태연은 보면 볼수록 부럽고 설렜다. 심지어 빌려 쓰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다.그 시각 나는 형수를 안고 그런 일을 했다는 생각에 쪽팔려 미칠 지경이었다.꿈에서 봤던 장면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웬 여자를 안고 그 짓을 했다는 것밖에.하지만 현실 속에서 안고 있던 게 형수였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형수님, 죄송해요. 저 정말 나쁜 놈이에요. 어떻게 형수한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나는 말하면서 내 입을 쳤다.그러자 형수가 다급히 내 손을 잡았다.“수호 씨 뭐 하는 짓이에요?”“이렇게 벌이라도 줘야 다음에 안 그러죠. 저 앞으로 절대 형수한테 이상한 짓 안 할게요.”
형수가 나간 뒤, 나는 새 팬티를 꺼내 갈아입었다.하지만 방금 형수를 안고 그런 쪽팔린 짓을 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창피해 견딜 수가 없었다.‘아니야, 괜찮아. 형수는 나를 동생처럼 생각하잖아.’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니 아까보다는 덜 쪽팔렸다.나는 갈아입은 팬티와 바지를 갖고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들어갔다.“형수, 저 갈아입었어요.”나는 얼굴을 붉히며 갈아입은 팬티와 바지를 형수에게 건넸고, 형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받았다.하지만 내가 원래 청바지 안에 숨겨놨던 팬티를 형수는 아예 빼내 씻으면서 말했다.“수호 씨는 뭐든 다 좋은데 수줍음이 너무 많아요. 사내가 그렇게 수줍음이 많아서 여자를 어떻게 꼬시겠어요?”“뭐 학교 다닐 때 연애를 안 해서 그렇다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남학생들이 고등학생 때부터 그 짓을 하고 다녔어요. 남자가 돼서 너무 정직하면 안 돼요. 안 그러면 결혼도 남자들 많이 만나본 여자와 하게 돼요.”“다 그런 건 아니지 않나요? 그래도 남자 함부로 만나지 않는 좋은 여자가 있을 거잖아요.”그 말에 형수는 피식 웃었다.“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요? 네, 그런 여자가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만 명 중에 한 명 찾아내기도 바빠요.”“착하고 순진한 여자일수록 남자한테 쉽게 속아 몸과 마음 다 바쳤다가 버려져요. 그리고 그제야 남자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자기한테 잘해주고 정직한 사람 찾아 결혼하고 내 낳아요.”“반대로 원래부터 노는 걸 좋아하는 여자애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결혼해도 애인을 몇이나 뒀는지 몰라요. 수호 씨는 너무 정직해요. 그런 성격은 사회에서 손해 많이 봐요.”나는 이게 형수가 나를 생각해서 한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나도 내가 너무 정직하고 성실하다고 생각하니까.학교 다닐 때, 사실 나도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다. 하지만 용기 내어 고백하지 못했을 뿐.그러다 결국 다른 남학생한테 빼앗기고 말았다. 심지어 소문에 그 여자애는 고등학생 때 임신해 그 남자애와
‘형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데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안방 화장실로 향했다.이 화장실은 밖에 있는 것보다 작았지만 필요한 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나는 화장실 문을 잠그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그러다가 선반 위에 올려놓은 것이 모두 샤워용품이라고 생각해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뻗다가 뭔지 모를 물건을 떨어뜨리고 말았다.나는 그게 당연히 형수의 화장품이라고 생각했다.형수의 화장품은 모두 유명 브랜드라 아주 비싸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그래서 깨뜨리기라도 했을까 봐 허리를 숙여 이리저리 찾았다.그리고 내가 발견한 건 웬 오리 모양 주전자였다.그것도 가죽으로 만든.‘이건 대체 뭐지? 안에 로션 같은 것도 없는데?’나는 샤워하고 나서 형수한테 물어보려 조심스럽게 그 물건을 다시 세면대에 올려놓았다.만약 이게 형의 워크맨이거나 이어폰 같은 거면 물어내야 하니까.샤워를 마친 뒤 나는 그 물건을 손에 든 채 나왔다.그때 마침 형수도 방에 들어오자 나는 손에 든 물건을 내밀며 물었다.“형수, 이게 뭐예요? 아까 샤워하다가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망가졌는지 모르겠어요.”그러자 형수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입꼬리를 비틀었다.“이건 좀 부끄러운 건데, 알고 싶어요?”‘부끄러운 거? 설마 성인용품인가?’그 생각에 내 얼굴은 순간 화르르 타올랐다. 하지만 궁금하기는 했다.나도 성인용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줄이 달린 거라든가, 남자 거기를 본떠 만든 거라든가.하지만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건 처음 보는 거다.이에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이 말을 내뱉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그러자 형수가 내 손에서 그 물건을 가져가 오리주둥이를 손가락에 끼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이건 여자들이 사용하는 거예요. 이곳을 여자의 그곳에 대고 누르면 빨아당기거든요.”‘아아아!’나는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생각했
웅웅-나와 형수가 대화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꺼내서 확인해 보니 애교 누나가 나한테 온 전화였다.“애교 누나예요.”나는 핸드폰을 형수 앞으로 내밀며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지금쯤 애교 누나는 왕정민과 호텔에서 좋은 시간을 내고 있어야 할 텐데 왜 나한테 전화했지?’“받아 봐요. 뭐라는 지 보게.”나는 형수의 말에 짤막하게 대답하고 이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애교 누나.”“수호 씨, 혹시 우리 집으로 와서 나 마사지해 줄 수 있어요?”애교 누나의 말에 나는 형수를 바라봤다.그랬더니 형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동의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나는 형수가 시키는 대로 동의하고 이따가 곧 가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고 형수를 바라봤다.“형수, 이게 무슨 뜻이죠?”형수는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내 생각이 맞는다면, 왕정민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 같아요.”“네? 왜 그렇게 확신해요?”“왕정민의 애인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니거든요. 내가 볼 때, 왕정민이 이번에 애교 보러 오면서 그 여자한테 말 안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여자가 불안해서 왕정민한테 미행을 붙였다가 덜미를 잡았을 거고.”나는 형수의 말을 들을수록 어안이 벙벙했다.“그런데 그게 애교 누나가 저한테 전화한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형수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쿡 찔렀다.“수호 씨 정말 바보네요. 애교가 전화로 뭐라고 했어요?”“마사지해달라고요.”“그거 핑계예요. 진짜 목적은 수호 씨한테서 만족감을 얻으려는 거라고요. 그런데 애교 성격에 어디 그걸 직접 말하겠어요? 그래서 마사지해달라는 핑계로 불러낸 거라고요.”“남자든 여자든 성욕이 불타올랐을 때 해결하지 못하면 다 괴롭고 불편해요. 애교가 아무리 보수적이어도 욕구는 있을 거예요. 이건 수호 씨한테 주어진 기회니까 잘 잡아요.”형수의 그럴싸한 설명은 정말로 믿음이 갔다.그게 진짜든 아니든 애교 누나네 집에 가는 건 변함없겠지만.게다가 나는 왕정민이 애교 누나한테 손대지 못했다니
나는 먼저 애교 누나한테 전화했다.“애교 누나, 저 지금 가고 있는데 직접 문 열고 들어가요? 아니면 누나가 열어 줄래요?”“직접 열고 들어와요. 나 침실에 있어요.”애교 누나가 전화로 대답했다.“그래요.”그 말에 나는 곧바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들어갔다.침실에 도착하니 애교 누나가 나를 향해 손을 저었다.“수호 씨, 여기요.”나는 공구함을 들고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애교 누나가 침대에 엎드려 있는 걸 보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누나, 왜 이래요?”“아까 층계를 오르다가 삐끗했어요.”애교 누나는 뭔가 찔리는 듯 대답했다.“아, 그럼 제가 풀어드릴게요.”나는 공구함에서 연고를 꺼냈다.이 연고는 우리 할아버지가 직접 연구 개발한 건데, 타박상에 매우 효과적이다.“애교 누나, 옷 좀 들게요.”나는 애교 누나가 무례하다고 생각할까 봐 먼저 의견을 물었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그, 그래요.”애교 누나는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나시와 바지로 나뉜 세트였다.때문에 웃옷만 들출 수 있어 속살이 보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애교 누나의 집에서 그것도 이토록 가까이에서 애교 누나의 피부를 감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게다가 형수의 그런 말을 듣고 나서 애교 누나의 여리여리하고 하얀 허리를 보니 나는 저도 모르게 호흡이 가빠왔다.애교 누나의 몸매는 아주 완벽했다.여리여리하지만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탄탄한 애플힙과 S자로 된 골반 라인은 그야말로 완벽했다.그걸 보니 저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누나 몸매 너무 좋네요.”애교 누나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그건 아직 애를 안 낳아서 그래요. 애 낳으면 몸매 망가질걸요.”“아니에요. 누나는 애 낳아도 여전히 예쁜 몸매 유지할 거예요.”“왜 그렇게 확신하는데요?”“누나는 골격이 천성적으로 작아요. 이런 여자는 살이 안 찌거든요.”내가 솔직히 대답하자 애교 누나는 피식 웃었다.“수호 씨는 말 너무 잘
나는 삐진 듯 말했다.“애교 누나, 조금 전 물어본 건 분명 누나였어요. 그런데 왜 또 이렇게 말해요?”애교 누나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미안해요. 그런 말 하면 안 되는데. 화 풀어요. 네?”애교 누나가 나를 달래다니.나는 너무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 이내 미소를 지었다.“전 누나한테 화 안 내요.”“수호 씨는 역시 착하네요. 나 대신 담요 좀 가져다줄 수 있어요?”“그래요.”나는 장롱에서 애교 누나를 도와 담요 하나를 꺼냈다.그리고 돌아서니 애교 누나는 어느새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어? 누나 아까 허리를 삐끗했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돌아누웠지? 그리고 왜 돌아누웠지?’나는 수많은 질문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나 담요 좀 덮어줘요.”나는 챙겨온 담요를 애교 누나한테 덮어주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말을 이었다.“이제 나 다리 주물러 줘요.”“혹시 다리도 삐끗했어요? 어디를 다쳤는데요?”“두 쪽 다 아파요. 그냥 주물러 줘요.”“그래요.”나는 침대에 앉아 애교 누나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애교 누나의 다리는 가늘고 곧은 데다 촉감까지 좋았다.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담요를 덮어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게다가 담요를 사이 두고 주무르니 느낌이 살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면 손을 넣어 주무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말했다.“수호 씨, 담요 위로 주무르니 느낌이 별로 안 나요. 차라리 손 넣어서 주물러 줘요.”그 말에 나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이건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였다.하지만 겉으로는 덤덤한 척 연기했다.“그래요.”나는 담요를 들고 손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리고 손이 애교 누나의 살결에 닿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애교 누나의 피부는 너무 좋았다.매끈한 데다 부드럽기까지.내가 살살 힘주어 주무르자 애교 누나는 눈을 감은 채 즐기고 있었다.그걸 보나 왠지 머릿속에 대담한 생각
애교 누나의 허벅지에 손이 닿자 나는 너무 설레고 흥분됐다. 심지어 너무 긴장해 가슴이 두근거렸다.내가 애교 누나의 허벅지를 만졌다니, 이건 정말 꿈만 같았다.애교 누나처럼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여자한테 이건 너무 놀라운 일이다.심지어 내가 애교 누나의 다리를 만질 때 애교 누나의 얼굴은 더 빨개졌고, 담요 아래에 넣고 있던 두 손이 아래쪽에서 움직이기까지 했다.그걸 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애교 누나가 설마...’나는 너무 흥분해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만약 정말 내 생각이 맞는다면 여기서 조금 더 대담해져 애교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때문에 나는 애교 누나의 다리를 타고 점점 위쪽으로 올라갔다.조금만 더 올라가면 허벅지 끝에 닿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애교 누나의 손이 정말 그곳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나는 잔뜩 긴장한 채 손을 점점 위로 올렸다. 하지만 거의 닿으려고 할 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말했다.“수호 씨, 하지 마요!”흥미가 중도에 끊기자 너무 실망스러웠다.그때 애교 누나가 눈을 뜬 채 빨개진 얼굴로 나를 봤다.“거기만 주무르면 돼요. 더 올라오지 말고.”“아.”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다시 열심히 애교 누나의 다리를 주물렀다. 하지만 내 마음은 진작 들떠 있었다.방금 조금만 더 올라간다면 그곳에 닿을 수 있었는데.어떻게 나더러 이대로 포기하라는 건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애교 누나는 딱 봐도 뭔가 찔린 듯한 표정으로 내 눈을 피하고 있었다.게다가 어느새 손도 움츠린 것 같았다.‘설마 나한테 들킬까 봐 두려워 그만둔 건가? 아니면 내 생각이 너무 저질이었나?’이런저런 생각으로 정신이 팔렸을 때, 내 손은 저도 모르게 안쪽으로 미끄러들어갔다.그리고 한순간이지만 애교 누나의 민감한 곳에 닿았다.그 순간 내 손끝에 느껴진 건 분명 미끌미끌한 느낌이었다.‘헉, 애교 누나가 방금 정말 혼자 하고 있었던 거였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미끌미끌할 수 없어
나는 속으로 몰래 웃었다.‘재밌네. 설마 내가 곧 죽는다고 생각한 건가?’‘뼈를 다친 것도 아니라고 했는데 설마 그렇게 쉽게 죽겠어?’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여전히 주선영의 말에 대답했다.“그럼 ‘더 호스트’ 줄거리 이야기 해줄래?”“아, 그건...”“왜? 싫어? 싫으면 됐어. 아쉬움을 안고 떠나가지 뭐.”나는 나 자신한테 감탄했다.‘누구를 닮았는지 연기 참 잘하네.’내 대답에 주선영은 다급하게 말했다.“알았어요. 할게요. 오래전에 아주 아주 잘생긴 호스트가 있었는데 부잣집 사모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어요...”‘뭔가 좀 이상한데?’“선영아, 내가 말한 ‘더 호스트’는 그 호스트가 아니야.’‘어떻게 생각이 그쪽으로 튈 수 있지? 존경스럽다니까.’“네? 제가 잘못 들었어요. 전 호스트라는 줄 알았어요.”주선영은 순식간에 목덜미까지 빨개지더니 어쩔 줄 몰라 했다.하지만 그 모습을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단순한 줄로만 알았는데, 호스트는 어떻게 알고 이야기까지 해주는 거야? 설마...”“헛소리하지 마세요. 아니거든요.”주선영은 얼굴을 더 붉히며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농담이야. 너처럼 단순한 애가 호스트바에 갔을 리가 없지.”“제, 제가 정말 호스트바에 가본 적이 있다면 저를 안 좋게 볼 거예요?”“그 말은 정말 가본 적 있다는 뜻이야?”주선영은 요즘 확실히 이상했다. 사실 민우도 며칠 전 나한테 얘기했던 적이 있다. 주선영이 옷 스타일이 확 바뀌더니 가끔은 밤늦게 술냄새를 풍기며 들어온 적 있다고.주선영은 애교 누나 사촌 동생이다. 비록 우연히 같이 살게 되었지만, 나한테는 주선영을 잘 돌볼 의무가 있었다.주선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내 눈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나는 주선영의 팔을 덥석 잡고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주선영. 솔직하게 말해. 너 설마 호스트바에 간 적 있어? 요즘 술 마신 적도 있지?”주선영은 내 모습에 겁을 먹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에 올라탄 나는 오늘 일이 있어 사모님 댁에 가지 못한다고 전화로 얘기했다. 그러고는 곧장 월세방으로 향했다.내 모습을 본 민우는 너무 놀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수호야, 너 무슨 일 있었어?”“선배, 왜 이래요?’인기척에 깨어난 주선영도 피범벅이 된 나를 보고 놀랐는지 눈물을 터뜨렸다.“임천호 경호원한테 칼빵 맞았어. 하지만 내가 확인해 본 바로는 괜찮아. 뼈를 다친 건 아니야. 민우야, 내 방에 구급상자 있으니까 네가 나 좀 도와줘.”민우는 곧바로 내 방에 들어가 구급상자를 가져오더니 신속히 내 상처를 치료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칼이 뼈까지 찌른 게 아니고 살만 찢은 거라 며칠 휴식하면 나을 수 있었다. 발목 역시 살짝 삔 거라 며칠 휴식하면 바로 회복할 수 있었다.오히려 정태곤이 나 때문에 고자가 될 뻔해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남은 평생 남자로서의 행복을 잃을 수 있었다.그렇게 따지고 보면 내가 정태곤을 이긴 셈이었다. 그걸 생각하니 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다시는 날 등신 취급하나 보자.’“선배, 이렇게 다쳤으면서 웃음이 나와요?”옆에서 민우를 도와주던 주선영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아프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자랑스러웠고 성취감이 들었다.“괜찮아. 별거 아니야.”나는 이제야 학창 시절 깡패들과 어울려 다니며 센 척하던 남자애들 마음이 이해됐다. 순진하고 풋풋한 여자애들한테 이렇게 남자들의 이런 마초적인 모습이 큰 매력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이 순간 나도 그걸 약간 실감했다.특히 나를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주선영을 보니 은근히 만족감이 들었다.오늘의 내 모습은 비록 소여정 같은 여자한테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주선영처럼 순진한 어린애한테는 무척 대단해 보일 거다.나는 주선영의 눈빛을 은근히 즐겼다. 나를 우러러보는 눈빛도, 걱정하는 눈빛도 모두.주선영이 이토록 예쁘고 귀엽게 느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나는
“죽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귀신이 되어서라도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나는 이를 악문 채로 어깨에 찔렸던 칼을 뽑았다. 정태곤은 그 순간 멍해졌다. 아마도 내가 아직 버티고 있을 줄 몰랐던 모양이다.나는 정태곤이 넋을 잃은 사이, 놈의 머리를 내 머리로 박아버렸다. 다음 순간 정태곤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내렸다.정태곤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면서 꽉 잡고 있던 발을 놔주었고 칼도 떨어뜨렸다.이 방법이 효과가 있어 나는 또 머리로 정태곤을 들이받았다.정태곤은 이미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버렸다. 보아하니 코뼈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상태도 좋지만은 않았다. 나는 이마와 팔, 그리고 발목까지 아팠다.하지만 나는 사냥 본능이 깨어난 맹수처럼 눈앞의 놈을 갈가리 찢어발길 생각뿐이었다.내가 연속적으로 머리를 박아대자 정태곤은 끝내 나를 밀어냈다. 그는 피범벅이 된 제 얼굴을 닦아내며 나를 노려봤다.“뒤지려고!”정태곤은 짤막한 한마디를 내뱉으면서 허리를 숙여 칼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나는 정태곤보다 빨리 달려가 칼을 발로 차버렸다.내가 칼을 차버린 모습에 화가 난 정태곤은 피범벅이 된 얼굴을 신경 쓸 새도 없이 주먹을 그러쥔 채로 나한테 덮쳐 들었다.어두운 등불 아래에서 정태곤이 피범벅이 된 채 사람을 죽일 것처럼 달려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섬뜩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설레고 흥분되었다.나도 정태곤을 반격할 힘도 없이 몰아붙였으니, 내가 완전히 쓸모가 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나는 순간 미치기라도 했는지 큰 소리로 웃으며 정태곤과 몸싸움을 벌였다.나는 한동안 내 힘을 폭증할 수 있는 혈 자리를 눌렀다.그 덕에 한동안은 정태곤과 비등비등한 수준으로 치고받았다.하지만 정태곤이 비겁하게 내가 다친 곳만 골라서 차는 바람에 너무 아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개자식, 감히 이런 비겁한 수를 써? 누구는 뭐 못 할 줄 알고?’놈이 내 상처만 노린다면 나는 또 놈의 거시기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결국 나는 또다시 정태곤의
“나 몰아세우지 마. 나를 몰아세우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정태곤이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면 나도 절대 놓아줄 수 없었다. 그대로 풀어주면 오히려 나한테는 후환을 남기는 거나 다름없으니까.정태곤이 갑자기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경멸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그래? 뭐 나를 죽이기라도 하려고?”나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있고 정태곤은 꼿꼿이 세우고 서 있는 터라, 놈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모습은 마치 버러지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놈의 눈에 나는 버러지와 다름없었다. 그것도 아주 귀찮고 짜증 나는 버러지. 때문에 오늘 나를 살려둘지라도 언젠가는 죽일 거다.나는 정태곤의 태도에서 놈이 나를 언젠가 죽일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 사실을 안 순간 나는 몹시 당황했다. 때문에 다시 곰곰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태곤이 만약 내 협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놈을 고자로 만들어야 하나 하고.“해 봐. 기회 줄 테니까 나를 죽여 봐.”정태곤의 말은 나에게는 적나라한 조롱이나 다름없었다. 정태곤은 나한테 기회를 줘도 내가 저를 죽이지 못 할 거라고 확신했다.그 순간 내 마음속에는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나는 결국 손을 떼고 정태곤처럼 꼿꼿이 허리를 폈다.나는 내가 진짜 그렇게 보잘것없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내가 버러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남이 할 수 있는 일을 나라고 왜 못 하겠나 하는 오기마저 생겼다.‘솔직히 따지고 보면 내가 정태곤보다 부족한 게 뭔데? 똑같이 팔 두 개, 다리 두 개 달린 사람인데, 내가 왜 정태곤보다 못해?’순간 내 안에 있던 불복하는 정신이 정태곤에 의해 자극되었다.정태곤은 내가 손을 놓은 순간 다시 날카로운 눈빛을 내뿜더니 당장이라도 나를 덮치려는 하이에나처럼 굴었다. 마치 나한테 달려들어 나를 갈가리 찢어놓을 것처럼.정태곤은 허리를 숙여 칼을 집어 들더니 그것으로 차를 두드리며 맑은 소리를 냈다.그 순간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태곤은 안 그
정태곤은 이를 악문 채 빨갛게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너 뒤졌어!”“난 죽더라도 네 놈을 끌고 죽을 거야.”나는 두려움이 뭔지 완전히 잊어버렸다. 두려움이 극에 달할 때는 오히려 두려움이 사라지는 모양이었다.나는 정태곤의 가운데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그러자 정태곤은 끝내 비명을 질렀다.“아!”꽉 잡은 것만으로는 부족한 듯해, 나는 힘을 주어 세게 꼬집었다.이곳은 남자한테 가장 중요하고 치명적인 곳이다. 나도 내 능력이 부족한 걸 알기에 이런 방법으로 놈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정태곤은 갑자기 내 머리채를 잡았다. 그 순간 두피가 찢겨 나가는 듯했다.“놔!”정태곤은 나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면서 내 머리채를 얼마나 잡아당겼는지 내 얼굴 피부마저 위로 당겨졌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고 더 힘을 꽉 주었다.나는 이 순간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혼자 고립된 것도 모자라 희망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내 머릿속에는 단지 너무 추하게만 죽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물론 살 수 있다면 땡큐겠지만. 나와 정태곤은 그대로 한참을 대치했다. 그러다가 정태곤이 끝내 참지 못하고 먼저 조건을 내걸었다.“그 손 놓으면 너 그냥 보내줄게.”나는 놈이 먼저 협상해 올 줄은 몰랐다. 이번 승리는 나한테 너무 뜻밖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오히려 이를 악문 채 버럭 소리쳤다.“싫어.”정태곤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바라봤다.“이 자식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어?”“놓든 안 놓든 난 어차피 죽을 건데, 내가 왜 놔야 해? 난 죽더라도 네놈을 고자로 만들고 죽을 거야.”나는 나사 풀린 놈처럼 정태곤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정태곤은 발버둥 쳤지만 움직일수록 고통이 전해져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는 지금 나한테 완전히 휘둘리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협상해 왔다.“오늘 밤은 안 죽일게.”“꺼져!”“정수호, 젠장. 내 한계에 도전하지 마.”정태곤은 또다시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칼을 쥐고 있던 내 손은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렇다면 앞으로 치료해 주지 않으면 될 거 아니야. 왜 꼭 죽이려 드는 건데?”“네놈이 거슬리니까.”나는 그 이유에 너무 놀라 멍해졌다.‘사람이 거슬린다고 죽이려 든다고?’‘고작 임천호의 개인 정태곤도 사람 목숨을 벌레 보듯 하는데, 임천호는 어떨까?’나는 더 이상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순간 이게 임천호도 묵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그렇다는 건 소여정이 나를 다시 찾아온 순간, 내 목숨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다만 그동안은 내가 소여정과 접촉하지 않아 죽일 이유가 없었을 뿐.하지만 오늘, 내가 소여정의 몸에 손을 대는 걸 정태곤이 직접 봤으니 죽일 이유는 충분해졌다.나는 놀랍게도 소여정을 원망하는 대신 불쌍한 내 운명을 탓했다.그동안 소여정을 피하면서 선을 넘지 않으려고 그렇게 최선을 다했건만, 저승사자는 끝내 나를 찾아왔다.결국 나와 소여정은 같은 사람이었다. 모두 자기 운명을 제 마음대로 좌우지하지 못하는 사람.“다시 한번 말할게. 칼 이리 내.”정태곤은 손을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그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대담한 질문을 내던졌다.“날 어떻게 죽일 건데?”“토막 내서.”정태곤은 소름 끼치는 대답을 했다.‘나를 토막 내겠다면서 칼을 내놓으라고?’나는 벌레가 아니라 가만히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다.나는 정태곤의 얼굴을 빤하 바라봤다.예전 같았다면 정태곤의 얼굴을 보기 두려워했을 거다. 특히 정태곤의 두 눈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오싹했으니까.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놈의 두 눈을 빤히 쳐다봤다.나는 내 안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죽는 걸 두려워하던 나약한 나를 이겨냈다.나는 이를 악문 채로 버럭 소리쳤다.“싫어!”정태곤은 내 대답에 살짝 놀란 듯했다. 내가 저한테 감히 이렇게 높은 소리로 말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는 이내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러면 네 사지를 하나하
정태곤은 매섭고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등신. 고작 한 대 맞은 거로 못 견디겠어? 이런 주제에 여정 아가씨 눈길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정태곤은 워낙 변태 같은 놈이라 이 상황에 살려달라고 빌면 더 심하게 괴롭힐 게 분명했다.게다가 이 상황에서 믿을 건 오직 나 자신뿐이었다.그동안 일부러 소여정을 피한 건 임천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함이었는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 봤자 닥칠 미래는 결국 닥치고 말았다.이건 나더러 재난을 겪어 보라는 운명의 장난 같았다.피할 수 없다면 마주하는 수밖에. 나는 그동안 찌질하고 겁 많았던 게 아니다. 그저 번거로운 일에 연루되기 싫었을 뿐이지. 하지만 진짜 일이 닥치면 나도 등을 곧게 펴고 용감히 맞설 수 있다.나는 손을 꽉 그러쥐고 정태곤이 방심한 틈을 타 놈의 관자놀이를 세게 가격했다.관자놀이는 머리 중에서 가장 취약한 혈 자리다. 심지어 한 번에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물론 내 실력으로 정태곤을 일격에 죽일 순 없었지만, 적어도 방금 당한 걸 그대로 돌려주었다.관자놀이를 맞은 정태곤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잠깐 의식을 잃었다.나는 그 틈에 정태곤의 칼을 빼앗아 신속히 차 밖으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정태곤의 속도가 나보다 훨씬 빠른 걸 알기에 도망치면 잡힐 게 뻔했으니까.나는 그저 두 손으로 칼을 꼭 쥔 채 싸늘한 눈빛으로 정태곤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먼저 공격해 정태곤을 죽여야 하나 생각했다.하지만 사람을 살려야 하는 손으로 사람을 죽이자니 도무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정태곤은 머리를 문지르며 차에서 내렸다. 놈의 눈은 이미 빨갛게 핏발이 서 있었다. 심지어 나를 보는 눈빛은 더 날카롭고 독기가 차 넘쳤다.“감히 나를 때려? 등신 주제에 감히 나를? 칼 이리 내.”정태곤은 명령조로 말했다. 놈의 눈에 나는 반항도 못 하는 벌레인 듯했다. 그가 칼을 내놓으라고 명령하면 군말 없이 내놓을 정도로 나약한. 그러면 놈은
“너 솔직하게 말해. 대체 무슨 일이야?”소여정은 절대 아무 일 없이 약속을 잡고 커피나 마시며 수다를 떨 사람이 아니다.이건 마치 일부러 회포를 풀면서 뒷일을 맡기는 것만 같았다.여러 가지 추측이 머리를 내밀어 윤지은은 너무 초조했다.윤지은은 소여정한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비록 평소에 소여정을 경멸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소여정한테 일이 생기는 건 절대 바라지 않는다.다만 두 사람 모두 고집이 세 먼저 고개를 숙이고 살갑게 말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었다.“나한테 무슨 일이 있다고 그래? 나 임천호 애 낳을 생각이야. 애가 생기고 내 지위가 안정되면 앞으로의 생활도 분명 점점 좋아질 거야.”소여정은 말하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그 모습은 윤지은의 눈에 일부러 찔리는 마음을 숨기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윤지은은 너무 불안했지만 소여정이 끝까지 사실을 털어놓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한편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나는 퇴근하자마자 사장님의 차를 몰고 사장님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하지만 차에 오른 순간 자꾸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그게 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어 생각을 뒤로한 채 시동을 걸었다.차가 한참 동안 달렸을 때, 내 목덜미에 갑자기 차가운 칼날이 닿았다.그 순간 나는 흠칫 놀라 얼어붙었다.곧이어 정태곤의 싸늘한 말소리가 들려왔다.“길옆에 차 세워.”나는 고개를 숙여 칼을 확인했다. 강철로 만들어진 칼이라 제대로 찌르면 뼈까지 부러질 수 있었다.‘이런 칼을 내 목에 겨누다니, 정말 날 죽일 작정인가?’나는 아까부터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게 못내 후회되었다.그때 만약 도망쳤더라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나는 마지못해 차를 길가에 세웠다.“뭐 하자는 거야?”나는 가슴이 벌렁거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정태곤은 한 손으로 내 목을 잡고 칼을 쥔 다른 손을 내 목에 눌렀다. 그 순간 칼날이 피부를 찢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져 나는 다급히 귀띔했다.“조심해. 이러
바쁜 업무를 모두 끝낸 뒤에야 나는 윤지은이 당부한 일이 생각났다.윤지은이 일부러 이런 방식으로 나를 겁주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친해진 사이인지라 부탁하는 걸 안 도울 수는 없었다.하지만 나는 윤지은한테 전화해 불만을 토로했다.“일을 부탁하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면 될 것이지 왜 서예지 씨와 동준 형님을 보내 겁을 줘요? 직접 부탁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어요?”윤지은이 평소에 하도 도도하게 굴어 나는 그녀의 기를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윤지은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왜? 내가 겁만 주는 것 같아? 내가 정말 양동준더러 수호 씨를 어떻게 하라고 하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나는 피식 웃었다.“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은 씨는 원래 안 그럴 거잖아요.”[그럼 지금 당장 양동준더러 네 팔 부러뜨리라고 할까?]“그러면 재미없죠. 우리 이미 친한 사이인데, 좀 좋게 좋게 얘기할 수는 없어요?”[없어.]‘윤지은, 내가 언젠간 너를 내 앞에 무릎 꿇고 빌게 할 거야.’[다른 용건 있어? 없으면 끊을게.]윤지은은 내가 마치 본인한테 돈이라도 빚진 것처럼 찬 바람이 쌩쌩 부는 태도였다.나도 더 이상 빈정대는 말을 들어주기 싫어 전화를 끊어버렸다.나는 나중에 따로 방법을 대 윤해철과 만날 생각이었다. 윤해철의 몸을 치료해 주면 다른 사람이 옆에서 부추기지 않아도 윤해철이 직접 아내를 집에 데려오려고 안달복달할 테니까....카페 안.윤지은은 차가운 얼굴로 소여정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천천히 내려놨다.“야심한 밤에 왜 불러내고 그래?”소여정은 싱긋 웃으며 제 앞에 있는 친구를 바라봤다.“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해? 친구끼리 마주 앉아 수다 떨면서 커피 한잔하는 것도 안 돼?”그 말을 들은 윤지은의 눈은 휘둥그레졌다.“너랑 내가?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신다고? 너 무슨 생각 하는 거야?”“안돼? 학교 다닐 때 우리 사이가 제일 좋았잖아. 같은 이불 덮고 자기도 하고.”소여정의 말은 사실이었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