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세게. 더 세게. 누나는 거친 게 좋아.”소여정은 말하면서 내 머리를 꽉 잡았다.“아, 이러지 마요. 뽑히겠어요.”머리채가 뽑히는 고통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소여정은 내 말이 듣기지도 않는지 손에 힘을 더했다.결국 나 역시 마지못해 손동작을 멈췄다.그러자 소여정이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나를 노려봤다.“누가 멈추랬어? 계속해!”나는 할 수 없이 다시 마사지했다.그러자 소여정은 다시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내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나는 소여정이 사람을 괴롭히는 걸 즐기는 건 아닌지 정말 의문이다.어찌나 힘을 쓰는지 두피가 찢겨나갈 정도니까.“아, 안 되겠어요. 너무 아파요. 너무 힘줘서 끊어질 것 같아요.”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벌떡 일어섰다.소여정은 새 둥지가 된 내 머리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소여정도 사릴 방금 자신이 이 정도로 내 머리채를 잡아당겼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웃음이 나와요? 난 아파 죽겠어요.”나는 머리를 문지르며 투덜거렸다.그러자 소여정이 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이리 와. 내가 문질러 줄게.”“필요 없거든요. 잡아당기지나 않으면 감사하겠네요.”‘또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오라고 하는 거야?’내 말에 소여정은 갑자기 애교 부렸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오빠,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젠장!’오빠라는 호칭에 나는 순간 온몸이 찌릿해 났다.심지어 뼈까지 녹을 지경이었다.나는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방, 방금 뭐라고 했어요?”“오빠라고. 오빠 내가 문질러 줄게, 응?”‘뭔데? 요염할 때는 요염하고, 귀여울 때는 또 이렇게 귀엽다고?’‘대체 요염한 것과 귀여운 걸 어떻게 한꺼번에 갖췄지?’소여정은 요염한 모습과 귀여운 모습이 모두 어울렸다. 어느 것 하나 어색한 것 없이. 아무리 봐도 천 년 동안 수련한 구미호가 틀림없이.보통 여자는 이런 기술을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할 거다.나는 소여정의 부드러운 모습에 그대로 무너졌다.아마 그 어떤 남자가 와도 미
“놀긴 누가? 난 너랑 논 거 아니야. 솔직히 말해, 방금 기분 좋았지?”소여정은 다시 한번 물었다.순간 나는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성욕이 끓어올랐는데, 제대로 발산하지도 못하고 희롱당하니 짜증 날 수밖에.하지만 이 상황에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나는 얼렁뚱땅 대답했다.“네, 기분 좋았어요. 이제 됐죠?”“너만 기분 좋으면 끝이야? 난 아직 안 됐어. 나도 기분 좋게 해줘 봐.”소여정은 여전히 나를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나는 순간 울컥했다.“어떻게 기분 좋게 해줄까요? 머리채 더 잡아당길래요? 그러다가 머리털 다 뽑힐까 봐 겁나네요.”이 여자가 방금 전 미친 듯이 머리채를 잡아당기던 모습을 생각하니 나는 무서웠다.이렇게 예쁜 여자가 왜 이런 취미가 있는지.‘너무 이상하잖아.’“머리채 안 잡아당길 테니 계속 마사지해 줘.”“정말 그것뿐이에요?”“아니면? 나랑 자기라도 할 거야?”소여정이 되물었다.그 모습을 보니 소여정도 선은 지키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면 나랑 이렇게 대화나 하며 시간 낭비할 리 없으니까.소여정이 나한테 뭔가를 강요하거나 선 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사실 나는 아무렴 상관없었다.마사지는 원래 스킨십이 필요한 거니까.결국 나는 다시 소여정 쪽으로 걸어갔다.소여정은 더 이상 나를 유혹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다리마저 침대 위에 올려놓고 내가 마사지할 수 있도록 반듯하게 누웠다.나는 소여정이 힘센 걸 좋아하는 걸 알기에, 일부러 손에 힘을 더해 다른 사람을 해줄 때보다 더 세게 마사지했다.소여정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더니 갑자기 다리를 내 팔 위에 걸었다.나는 순간 어이없었다.‘이 여자가 또 무슨 꿍꿍이지?’“혀로 마사지할 줄 알아?”‘뭐라고? 혀로... 허벅지를 마사지하라고?”정말 그렇게 한다면 내가 미친 게 아니면 이 여자가 미친 거지.나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차라리 몸 전체를 핥아달라고 하지 그래요?”“그렇게 할래?”소여정이 진지하
이렇게 예쁜 여자와는 손만 잡아도 기분 좋을 텐데, 그런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나는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없었다.이 여자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나 같은 게 10명이 있어도 상대할 수 없는 여자다.일시적인 즐거움을 얻는 게 스릴 넘치겠지만 생명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나는 아직 젊고 아직 결혼도 못 한 데다 아이도 없기에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고 싶지 않다.“진심이야. 나를 도와주면 나도 도와줄게.”소여정은 포기하지 않고 나를 향해 애교 부렸다.‘안 들린다, 안 들린다. 저건 헛소리하는 거야.’나는 끊임없이 세뇌하며 소여정한테 넘어가지 않았다.소여정은 내가 한사코 타협하지 않자 또 나를 꼬시기 시작했다.심지어 갑자기 침대에 엎드리더니 엉덩이를 흔들어댔다.“오빠, 이래도 안 돼?”나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소여정은 계속해서 자세를 바꾸었다.그러다가 내가 계속 움직이지 않자 선글라스를 벗겼다. 나는 그때까지 눈을 꼭 감고 있었다가 그대로 들통나 버렸다.“눈 떠!”소여정은 명령조로 말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내가 아무리 욕망을 통제할 수 없다지만, 내 몸 하나 정도는 통제할 수 있거든.’소여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에 나도 이런 방법으로 시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소여정이 강제로 내 눈을 벌렸지만 나는 곧바로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그러자 소여정은 갑자기 애교 부리기 시작했다.“오빠, 눈 뜨고 나 한 번만 봐줘. 눈도 안 뜨면서 욕구가 없는 척하는 거야?”소여정은 요즘 인터넷에서 핫한 숏츠를 따라 하며 내 몸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그 행동에 나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눈은 계속 감은 채로 말이다.소여정은 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계속해서 나를 꼬셔댔다.하지만 내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자 갑자기 화가 났는지 버럭 소리쳤다.“명령이야. 눈 떠!”“싫어요!”나는 계속해서 고집부렸다.“그래, 안 뜬다 이거지? 그럼 나도 가만있지 않아.”소여정의
가볍다고 생각되는 건 다 받아줬지만 힘이 많이 들어간 건 나도 슬쩍슬쩍 피했다.그러다 보니 분위기는 마치 애인끼리 싸우는 것처럼 되어버렸다.소여정도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고 나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좋은 마음에 소여정을 위로했다.“여정 누나, 이러지 마요. 그 어떤 남자도 애인이 자기를 두고 바람피우는 걸 좋아할 사람이 없어요. 임천호가 알면 끝장이라고요.”소여정은 그제야 얌전해져 더 이상 나를 때리거나 꼬시려 하지 않았다.그 대신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끝장나면 났지 뭐. 산송장처럼 지내는 것보다는 좋거든.”‘뭐가 산손장이라는 건데? 매일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멋지게 사는 거 아닌가?’“그 눈빛 뭐야? 나 못 믿어?”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믿죠.”“흥, 안 믿으면서. 눈빛이 이미 너를 배신했거든. 역시 너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이미 임천호의 여자가 돼서 아무 걱정 없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긴다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지 알아?”“설마요. 그 사람이 죽고 싶은 게 아닌 이상 그럴 리가요.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면 모를까.”소여정은 내 말에 피식 웃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누나는 젊고 예쁜 데다 임천호 같은 거물의 애인이잖아요. 강북 전체 여자들은 아마 누나처럼 되고 싶어 할 걸요.”“예쁜 여자는 시기와 질투를 받는 게 익숙할 거잖아요. 누나는 예쁜데 젊기까지 하고 다른 사람들이 평생 가도 벌 수 없는 재부와 권력을 가졌으니 당연히 부러워하고 질투하겠죠.”“너 몸매도 좋은데 말도 예쁘게 잘하네. 듣기 좋네, 앞으로 그런 말 많이 해.”내 칭찬에 소여정은 기분이 점점 좋아져 긴장을 풀었다.그 틈에 나는 얼른 말했다.“여정 누나, 앞으로 기분 안 좋으면 찾아와요. 같이 말동무 해줄게요. 하지만 더 이상 나 놀리지 마요, 못 참겠으니까. 우리가 누나와 동생처럼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쳇, 내가 잡아먹을까 봐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거지?”
‘나도 참 어렵게 사네.’하지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쨌든 소여정을 겨우 설득했으니.”“수호.”소여정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이에 나는 다급히 대답했다.“네, 여정 누나. 무슨 일이에요?”“난 아직도 너 잡아먹고 싶은데 어떡하지?”겨우 가라앉았던 심장이 순간 다시 벌렁대 나는 다급히 말했다.“여정 누나, 그 생각은 버려요. 지금은 나를 그냥 남동생으로 생각해요. 누나가 남동생한테 그런 마음 품는 게 어디 있어요?”“피가 섞인 건 아니잖아. 그저 우리끼리 정한 거지. 누나와 동생이 더 스릴 있지 않아?”소여정이 또 달려들려고 하자 나는 다급히 말했다.“스릴은 있지만 스릴도 지나치면 안 좋아요. 여기 내가 일하는 가게라는 거 잊지 마요. 지난번에 마사지 받으러 왔을 때도 소리를 너무 크게 내서 다른 사람들이 다 들었다고요.”“그럼 사람 없는 곳에서는 괜찮다는 뜻이야?”소여정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왜 돌고 돌아 다시 이렇게 됐지?’‘젠장. 내 매력이 이렇게 큰가?’‘아니면 이 여자가 너무 굶주렸나?’“그래도 싫어요. 누나 안전을 생각해야죠.”나는 소여정을 생각해 주는 것처럼 말했다.하지만 사실상 이 여자한테 너무 강요당해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거다.나는 이러다 성불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네가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준다고?”“당연하죠. 누나잖아요.”“하하하, 쫄긴. 됐어, 안 놀릴게. 내 코트나 가져와.”소여정의 말에 나는 쏜살같이 달려가 얼른 소여정의 코트를 가져왔다.소여정은 코트를 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썼다.“사실 장난이었어.”소여정은 내 턱을 주무르며 말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멍해졌다.‘뭐야? 그러면 나랑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장난친 거였어?’얼마 지나지 않아 소여정은 옷을 입고 떠날 준비를 했다.“너 진짜 재밌다. 마음에 들어. 나중에 또 놀러 올게.”소여정은 말을 마친 뒤 허리를 배배 꼬며 떠났다.내가 룸에서 나오자 가게 동료들은 모두 나를 바라보며 입을 막은 채 웃
나는 김진호가 두려운 게 아니다. 그가 나와 소여정의 일을 문제 삼을까 봐 두려운 거지.내가 두려워하는 건 소여정의 뒤에 있는 남자, 임천호다.하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건 너무 유난 떠는 게 아니다.김진호가 워낙 나쁜 놈인지라 뒤에서 어떻게 나를 엿 먹일지 아무도 모르니까.그런데 임천호가 누구인가? 거물 중의 거물 아닌가? 그 사람은 김진호 같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다.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때문에 나는 김진호를 가볍게 무시하고 내 방으로 돌아갔다.그날 오후, 나는 여자 고객 세 명을 받았다. 그것도 예쁘장하고 몸매 좋은 여자로.한편으로 돈을 벌면서 미녀도 감상할 수 있다니, 이보다 꿀 빠는 일이 어디 있을까?퇴근 후 나는 동료들과 인사하고 곧장 가게를 떠났다. 그러고는 차 안에서 남주 누나에게 전화했다. 잘하면 오늘 남주 누나와 한바탕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고.하지만 전화 건너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낮고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얼른 액정을 확인했다.‘남주 누나 맞는데?’‘왜 남자가 받지?’‘설마 남주 누나 남편인가?’‘설마. 남주 누나 남편은 먼 지방에 내려가 돌아오지 않았겠는데?’게다가 어젯밤 남주 누나가 남편과 영상 통화할 때 옆에서 들었는데, 남주 누나 남편의 목소리는 이렇게 허스키하지 않다. 조금 나지막하고 잔잔하긴 하지만.그렇다는 건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남주 누나의 남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다.‘남주 누나 애인인가?’‘아니면 남주 누나를 쫓아다니는 사람?’나는 너무 괴롭고 마음이 뒤숭숭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는 듯 말했다.“남주 누나는 어디 있어요? 볼 일 있어서요.”[샤워하는데, 누구죠?]남자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심지어 말투에는 경계가 가득했다.하지만 남주 누나가 샤워한다는 말에 내 마음은 싸늘하게 식었다.이 남자와 남주 누나의 사이가 보통이 아닌 건 이로써 확실해졌다.‘나도 남주 누나의 파트너 중 한
나는 남주 누나가 그동안 나를 장난감 취급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마음 한구석이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 지금 진짜 모습을 아는 게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이건 미리 손실을 방지하는 거야.’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하지만 남주 누나한테 가지 않으면 어디 가지?’나는 형수한테 문자를 보내 집에 돌아갔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사실 나도 돌아가기 싫었다.‘그럼 애교 누나한테 갈까?’하지만 애교 누나 집은 형 집과 너무 가까워 형이 발견할까 봐 걱정이었다.형은 지금 왕정민과 가까이 지내는데, 왕정민이 만약 나와 애교 누나 사이를 알게 되면 분명 애교 누나를 괴롭힐 거다.게다가 선영이 아직도 애교 누나 집에 있어, 애교 누나가 나와 선영을 모두 신경 쓰려면 분명 힘들 거다.결국 고민 끝에 나는 애교 누나 집에 가려던 생각을 포기했다.정 안 되면 호텔에서 자면 되니까.나는 핸드폰을 부근에 있는 호텔을 검색했다.그러다가 몇 시간만 투숙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호텔을 찾았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 하루에 고작 2만 원이 조금 넘었다.나는 결국 프랜차이즈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다.그 외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결정하고 말이다.십몇 분 뒤, 나는 프랜차이즈 호텔에 도착해 스탠더드 룸 하나를 요구했다.그러고는 아래층에서 음식을 사 들고 룸으로 향했다.내가 한창 방에서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옆에서 갑자기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너무 크고 야했으며 심지어는 내 침대까지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이 호텔 방음 너무 안 되는 거 아니야?’‘뭐 생방송이 따로 없네?’가장 큰 문제는 소리가 너무 커서 내 방까지 지진이 난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이봐요, 소리 좀 낮춰요.”나는 화가 나서 침대를 발로 쾅 찼다.하지만 옆방의 소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높아졌다.심지어 여자는 신음소리를 내다가 점점 비명을
“이 사람 약 했어요. 저 잡혀가면 죽을 수 있어요.”여자는 겁에 질려 커튼 뒤에 숨더니 소리치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나도 여자를 돕고 싶었지만 남자가 약을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바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이 남자는 그냥 보기에도 위험한 사람 같은데, 약까지 해서 이성을 잃은 상태라면 나까지 죽을 수도 있으니까.이건 내가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능력도 안 되면서 미녀를 구하겠다고 달려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다.우선 여자는 한눈에 봐도 평범한 사람 같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남자와 얽혀 있다는 것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설명한다.그리고 나는 아직 젊고 운동을 한 적이 없는데, 대머리남은 한눈에 봐도 좋은 사람 같지 않기에 싸운다 한들 내가 상대가 아닐 거다.이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나는 정말 나와 상관도 없는 사람을 구하려고 내 목숨을 내걸 필요가 없었다.내 목숨도 소중한 거고, 나도 부모가 있는 사람이니까.내가 만약 사고가 나면 부모님이 얼마나 상심해하고, 나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슬퍼할까?결국 나는 여자에게 말했다.“안전 조심해요. 전 구원요청 하러 갈게요.”“이봐요, 돌아와요. 어디 가요?”여자는 내가 나가려고 하자 너무 놀라 소리쳤다.하지만 나는 여자를 무시한 채 뒤돌아 도망쳤다. 그러고는 복도에서 크게 소리쳤다.“사람 있어요? 여기 위험한 상황이에요.”내가 이렇게 소리치자 많은 투숙객들이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문 뒤에 숨어 그 누구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보아하니 사람들도 요즘 능력도 안 되면서 도와주려고 달려들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그때, 대머리남이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나와 자기 방으로 끌고 갔다.순간 구경꾼들은 갑자기 각성이라도 한 듯 하나둘 방에서 뛰쳐나왔고, 심지어 한 뚱보는 아예 의자를 들고나와 대머리남의 머리를 내리쳤다.‘무슨 상황이지?’‘내가 소리칠 때는 한 명도 안 나오더니, 왜 갑자기 다들 도와주지?’결국 몇몇 사람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