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55화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하 차고로 내려갔다. 하지만 차에 오르려고 할 때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윤지은을 발견했다.

우리는 지난번에 어영부영 잠자리를 가지고 난 뒤 지금까지 연락하지 않았다.

그때 우리가 몸을 섞은 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 뜬금없었다. 심지어 왜 그랬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 너무 민망했다.

하지만 남자인 내가 여자와 자고 모른 체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때문에 나는 먼저 지은에게 인사했다.

그런데 지은은 나를 무시한 채 차에 올라 쌩하고 떠나버렸다.

‘이게 더 민망하잖아.’

‘됐어, 저 여자는 원래 저러니까.’

나는 이 일을 훌훌 털어내고 고장 화인당으로 향했다.

반 시간 뒤, 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화인당은 크지 않은 한약관인데, 침술과 마사지 등 서비스도 제공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마사지사가 모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걸 봐서 맹인인 것 같았다.

‘여기 참 괜찮네. 맹인한테도 일자리를 주고.’

그때, 한약관 사장 정호섭이 나한테 다가왔다.

“총각이 마 교수가 소개한 사람인가?”

나는 얼른 예를 갖춰 인사했다.

“네, 마 교수님이 여기를 소개해 줬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정수호라고 해요.”

“마 교수한테 들으니 의술이 뛰어나다던데, 어떤 쪽으로 발전할지는 생각해 봤나?”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혹시 이 한약관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정호섭은 나를 데리고 한의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개했다.

“우리 한약관은 주로 세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네. 첫째는 약재 관리, 주요하게는 약을 잡고 달이는 업무를 책임지네. 둘째는 침술 치료, 이건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한테만 맡기지. 당연히 급여도 높다네. 셋째는 마사지인데 급여도 괜찮다네. 하지만 맹인인 척해야 하네.”

마지막 한마디를 할 때, 정호섭은 내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그걸 들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진짜 맹인이 아니라, 맹인인 척하는 거라고요?”

정호섭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할 수 없다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