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거절하면 너무 고지식하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거고, 바로 동의하자니 아직 제대로 고민해 보지 않은 터라 나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정호섭도 나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저 허허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갈 뿐.“그래, 급할 거 없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게. 우리 한약관에 있는 일자리는 대개 이 세 가지이니, 어떤 게 좋을지, 어떤 게 마음에 드는지 생각하고 알려주게.”사실 나는 침술 치료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침술 치료사는 현재 사람을 더 모집하지 않는 데다 3개월이라는 인턴 기간이 존재한다.약재 관리사와 마사지사는 인턴 기간 없이 바로 취직할 수 있는데, 약재 관리사는 너무 간단하여 나는 맨 처음 배제했다.결국 고민 끝에 나는 먼저 마사지사로 일하기로 결정했다.적어도 먼저 일자리는 찾고 봐야 하니까.게다가 방금 대충 봤는데, 이곳에서 마사지를 받는 귀부인들은 모두 아름다웠다.그런 여성 고개를 위해 마사지 하는 것도 분명 즐거운 일일 거다.“사장님, 저 결정했어요. 사장님 말씀대로 맹인 마사지사 일을 맡을게요.”“좋네. 마침 인재가 부족했네, 특히 자네처럼 젊고 잘생긴 총각 말이야. 될 수 있다면 오늘부터 시작하게.”나는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안 돼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내일부터 시작할게요.”“그렇게 하게.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오게. 자네는 기초가 있으니 오자마자 바로 일할 수 있을 거네. 급여는 기본적으로 한 달에 140만 원이고, 고객들의 팁도 있을 거네.”“고객이 주는 팁은 모두 마사지사의 몫이니 기량 껏 벌 수 있을 거고.”‘대박, 이만하면 꽤 높은 거 아닌가? 한 달 급여 140만 원 외에 팁도 받을 수 있으면 한 달에 200만 원은 거뜬히 벌 수 있잖아.’‘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보다 나은데?’‘너무 꿀이잖아.’“네, 사장님. 내일 아침 제때 도착할게요.”화인당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형수한테 전화해 이 소식을 알렸다.그랬더니 형수도 무척 기뻐했다.“축하해요. 열심히 해 봐요. 나중에 꼭 잘될
애교 누나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니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결국 나는 남주 누나한테 전화했다.“남주 누나, 애교 누나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애교? 왕정민이랑 같이 간 거 아니야?”남주 누나는 애교 누나의 상황을 알기에, 나는 얼른 물었다.“그런데 방금 전화했더니 살려달라고 했어요.”“설마, 왕정민 그 자식이 애교한테 무슨 짓 하는 건 아니겠지?”나도 남주 누나와 같은 생각이다.“그럼 왕정민이 애교 누나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아요?”“내가 어떻게 알아? 애교가 나한테 말을 안 해줬는데. 내가 우리 남편한테 물어볼게.”애교 누나가 무슨 상황인지 모르니, 법률 사무소 밖에서 기다리는 일분일초가 나한테는 너무 지옥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남주 누나의 전화를 받았다.“우리 남편 말로는 왕정민이 애교를 명주 호텔로 데려갔대. 왕정민이 애교한테 몹쓸 짓을 하려는 모양이야.”나는 두말없이 곧장 차로 뛰어올라 명주 호텔로 향했다.그 시각, 명주 호텔의 한 객실 안.애교는 몸이 나른한 채로 온몸을 타고 올라오는 이상한 열기를 버텨야 했다.“왕정민, 이 비겁하고 파렴치한 놈! 어떻게 나한테 약 탈 생각을 할 수 있어?”애교는 정신줄을 잡으며 왕정민의 손길을 애써 피했다. 하지만 속에서 올라오는 역겨움은 참을 수 없었다.‘그동안 계속해서 내 한계에 도전하더니 이제는 하다 하다 이런 짓까지 벌이다니. 짐승만도 못한 놈.’왕정민은 단추를 풀며 입꼬리를 비틀었다.“내가 6억도 주고 집 명의도 줬잖아. 그런데 한번 자는 게 뭐 어때서? 그리고, 우리 아직 이혼 수속도 안 밟았어. 그러니 당신은 아직도 내 아내야. 내가 당신한테 이런 짓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애교는 왕정민의 역겨운 태도에 절망했다.“날 건드리기만 해봐. 절대 안 봐줄 거야.”“나랑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뭐 순결한 척이야? 이애교, 솔직히 말해, 너 밖에 딴 놈 숨겨뒀지?”“없어!”“없다고? 그런데 왜 갑자기 사람이 이렇게 변해? 재산도 요구하고, 손도 못 대
“왕정민,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너랑은 안 자.”애교는 이 상황이 너무 역겹고 슬펐다. 왕정민이 이토록 바닥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현재 도움을 청할만한 사람도 없고, 핸드폰도 빼앗겨 도저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애교는 등 뒤에 있는 창문을 바라보며 왕정민이 저한테 정말 나쁜 짓을 하려 들면 뛰어내릴 결심을 했다.죽는 한이 있어도 왕정민이 원하는 대로 둘 생각은 없었으니까.그에 반해, 왕정민은 애교한테 6억이나 준 걸 생각하면 화가 났다.“이리 와.”왕정민은 큰 배를 내밀고 굶주린 늑대처럼 애교한테 달려들었다.그 순간 애교는 곧장 창문 쪽으로 뛰어갔다.그 모습을 본 왕정민은 너무 놀라 다급히 말렸다.“뭐 하는 거야? 당장 내려와.”“왕정민, 내가 말했지. 죽는 한이 있어도 당신과 안 잔다고.”“내가 그렇게 미워? 난 남자들이면 다 할법한 실수 좀 한 것뿐이야. 내가 뭐 극악무도한 짓을 한 것도 아니고.”애교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바람 피운 걸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재주네. 정말 역겨워. 나를 배신한 것도 모자라 모함해서 빈털터리로 내쫓으려 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말할 수 있어?”왕정민은 화가 치밀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래, 나 비겁하고, 뻔뻔하고 파렴치해. 하지만 내가 이랬으니 성공했지. 남자가 밖에서 일하는 게 쉬운 줄 알아? 내가 당신한테 준 돈이 어떻게 왔는데? 다 내가 개고생해서 번 돈이라고.”“그래, 애초에 내가 창업할 때 당신과 당신 집에서 도움 많이 받았어. 그런데, 나중에 얻은 성과는 모두 내 스스로 쟁취한 거라고. 너랑 네 부모님은 고작 나한테 2600만 원을 줬지만 난 10억도 넘게 줬어. 그런데도 손해 봤다고 생각해?”“당신 마음속에 우리 결혼은 그저 돈이었어? 정말 이기적이네. 당신 같은 사람은 고마움이 뭔지 영원히 모를 거야. 영원히 자기 이익을 맨 우선으로 생각하겠지. 솔직히 말해서 이건 짐승 아니야?”왕정민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마
왕정민은 가볍게 애교의 공격을 피하더니 냉소를 지었다.“사실 가끔 당신이 몸 파는 여자였으면 싶을 때가 있어. 남편이 밖에서 고생하고 오면 집에서 제대로 대답해 줄 줄도 알아야지. 그렇게 목석처럼 내 기분 좋게 해줄 줄도 모르고, 오히려 내가 모셔야 할 판이니 내가 질리지 않겠어?”“여자는 예쁜지 안 예쁜지가 중요하지 않아. 남자를 얼마나 잘 달래는지, 침대에서 얼마나 개방적인지가 중요하다고.”“내가 그렇게 싫다면서 지금은 왜 이러는데?”애교는 너무 화가 나 버럭 소리쳤다.그러자 왕정민이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하지 않으면 내가 바보지. 당신이 뻣뻣하고 재미없어도, 당신과 바람피우는 건 스릴 있거든.”애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당신한테 나는 여자가 아니라 그저 욕구를 푸는 도구일 뿐이구나.’애교는 창밖을 바라보며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뛰어내리려고 결심했다.하지만 그때, 왕정민이 살금살금 다가와 애교를 창가에서 끌어내려 침대 위로 거칠게 던졌다.애교는 급히 몸부림쳤지만 왕정민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곧이어 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애교의 옷은 왕정민의 손에 갈기갈기 찢겼다.다음 순간 새하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왕정민은 두 눈을 반짝이며 헤헤 웃었다.“예전에 당신과 할 때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데, 이렇게 강제로 하니까 오히려 스릴 있네. 역시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니까. 이애교, 그만 반항하고 너도 즐겨. 내가 기분 좋게 해줄게.”“아, 싫어. 만지지 마!”왕정민이 애교의 옷을 더 찢으려 할 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경찰입니다. 문 여세요!”경찰이라는 소리에 왕정민은 등골이 오싹했다.왕정민은 다급히 애교 위에서 내려와 몸을 숨기려 했지만 아무리 봐도 숨을 곳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다시 애교를 바라봤다.“여보, 방금은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 봐. 그러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이따가 경찰이 들어오면 우리는 합법적인 부부라 절대 불법적인 일은 저지르지 않
“여보, 여보 도와줘. 우리 부부잖아. 당신도 내가 이런 꼴 당하는 거 원하지 않잖아.”왕정민은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그때, 나와 남주 누나가 마침 밖에서 쳐들어왔고, 결국 참지 못한 나는 한 달음에 달려가 왕정민을 발로 걷어찼다.만약 경찰이 말리지 않았다면 나는 분명 이 자식을 반 죽여놓았을 거다.남주 누나도 애교 누나를 부축하며 이를 갈았다.“왕정민, 이 개같은 자식. 애교는 네 아내야. 그런데 어떻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어?”그때 왕정민이 갑자기 실성이라도 한 듯 하하 웃어댔다.“정수호, 감히 경찰들 앞에서 나를 때려? 아주 좋았어. 내가 너 형사 책임을 물어 감옥에 처넣을 거야.”나는 그 말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하지만 곧바로 반응한 남주 누나의 얼굴은 단번에 잿빛이 되었다.그에 반해 혈기 왕성한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소리쳤다.“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너는 죽이고 간다! 이 개자식! 쓰레기!”우리가 또다시 싸우려고 하자 경찰 한 명이 다가와 버럭 소리쳤다.“지금 우리가 눈에 안 보입니까? 두 분 다 서로 가주시죠.”결국 나도 경찰서행을 면치 못했다.경찰서에 끌려가는 게 이번이 처음이지만, 가는 내내 나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왕정민 그 개자식이 애교 누나한테 상처를 줬으니, 오직 죽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우리는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따로 구금되었다.나를 구치소로 끌고 가던 경찰은 내 행동을 지적했다. 그 당시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안 됐었다고. 왕정민은 법을 어겼으니 당연히 벌을 받을 것인데, 내가 그런 소동을 벌이는 바람에 고의적인 상해죄가 성립되어 상대방이 고소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만약 그렇게 되면 애교 누나와 남주 누나가 나를 구하기 위해 왕정민과 협상을 진행할 거고, 결국 협의로 끝나야 할 판국이 되어버렸다.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분명 왕정민을 감옥에 처넣을 좋은 기회인데, 지금은 오히려 애교 누나와 남주 누나한테 폐를 끼쳤
“이애교, 역시 정수호랑 뭐 있네? 이 여편네가, 감히 저 개 같은 자식이랑 짜고 나를 모함해? 딱 기다려. 내가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버럭버럭 소리치는 왕정민을 향해 애교 누나는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이혼 법정도 30분 뒤면 퇴근할 텐데, 그사이 가서 이혼이나 해.”“그래.”왕정민은 두말없이 애교 누나와 이혼 법정으로 향했다.이혼 수속은 곧바로 끝났다.그걸 보자 나와 남주 누나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혼했다는 건, 애교 누나가 겨우 저 인간쓰레기의 손에서 벗어났다는 거니까, 너무 다행이었다.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게, 자신에게 책임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특히 왕정민 같은 인간쓰레기는 더더욱 멀리해야 한다. 되도록 영원히 마주치지 않도록.“애교 누나, 축하해요.”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애교 누나 역시 기쁜 듯 말했다.“우리 애교, 겨우 벗어났네. 축하해.”남주 누나는 애교 누나를 한참 동안 끌어안았다.애교 누나 역시 겨우 해방되었다는 기쁨에 홀가분해하는 모습이었다.그때, 밖으로 나오던 왕정민이 차갑게 말했다.“됐어, 당신이 말한 대로 했으니 사진과 동영상 나한테 넘겨.”애교 누나는 처음부터 그 영상으로 뭘 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왕정민의 이혼 약속을 받아내려 했을 뿐.때문에 목적에 도달하자마자 더 이상 왕정민과 엮이고 싶지 않아 그가 보는 앞에서 영상과 사진을 모두 지워버렸다.“왕정민, 이제 우리는 남남이니까, 다시는 얽히지 말자. 또 다시 나를 건드리면, 그때는 너 죽고 나 죽는 거야.”왕정민은 사진과 영상이 삭제된 걸 확인하자 그제야 안심한 듯 싱긋 웃었다.“너무 심각하게 말하지 마. 난 그저 당신이랑 옛 추억 좀 회상하려 한 것뿐이니까. 누가 당신더러 죽으랬어?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강요할 생각 없어.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해.”애교 누나는 역겨운 듯 말했다.“단념해. 평생 찾아가는 일 없을 테니까.”“하긴, 이젠 내가 필요 없겠지. 저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놈이 있을
애교한테 이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이건 그동안의 고생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니까.어린 시절 어리석은 선택으로 오랫동안 고생했으니, 애교는 남은 인생을 더 이상 이렇게 고생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살 생각이었다.게다가 이제 자유도 얻었고, 시가 수억의 집도 있으니 앞으로 분명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다.그러니 애교는 오늘 밤 무조건 제대로 즐길 생각이었다.나는 형수한테 불러 형수도 불러냈다.곧이어 우리 넷은 함께 노래방 룸으로 향했다.우리는 마음껏 노래하고 마음껏 감정을 쏟아냈다.고민이 있든 없든, 인생이 얼마나 쓰든, 이렇게 소리 지르고 나니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하지만 그 시각, 동성은 죽을 맛이었다.왕정민이 이혼 수속을 마친 뒤 곧장 동성의 회사를 찾아갔으니까.동성은 왕정민을 보자마자 겁에 질려 말까지 더듬었다.“정, 정민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왕정민을 대할 때, 동성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비굴했다.그에 반해 왕정민은 마치 제왕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만한 기세로 동성을 보더니 두말없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동성은 뺨을 맞고도 찍소리하지 못했다.그때 왕정민이 동성의 멱살을 잡으며 물었다.“정수호와 이애교 일 대체 알아 몰라?”동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몰라, 정말이야. 맹세할게.”“정수호가 동생이라고 말한 건 너야. 네가 그 자식 대학까지 보냈다며, 그 자식이 네 말 들을 거라고 한 것도 너잖아. 그런데 아무것도 몰랐다고?”왕정민은 동성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러자 동성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수호가 예전에는 내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어. 그런데 다 커서 그런지, 내 말을 듣지 않아. 그때 식사하면서 수호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나도 엄청 놀랐다고. 수호가 우리를 배신할 줄 몰랐어.”“정민아, 수호 일은 정말 나랑 아무 상관도 없어. 그러니까 나 좀 믿어줘.”왕정민은 동성을 힘껏 밀어냈다.“흥, 정수호 일은 몰랐다 쳐
그때 왕정민이 말을 이었다.“나도 이해해. 하지만 너도 나를 이해해 줘야지. 계약은 내가 네 와이프와 잠자리를 가지면 그때 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한번 자보지도 못하고 계약서만 갖다 바친 게 영 기분이 안 좋네?”동성은 왕정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리 없었다.때문에 얼른 웃으며 맞장구쳤다.“그거야 간단하지. 태연이 계속 애를 낳고 싶어 하는데, 이 기회에 네가 도와줘.”왕정민은 동성의 눈치 있는 대답에 그제야 여우 같은 웃음을 지었다.“근데 네 와이프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던데, 어떻게 할 셈이야?”“방법은 내가 생각할 테니까 너는 즐길 준비나 해.”왕정민은 눈웃음을 치며 동성을 바라봤다.“고태연은 네 와이프 아니야? 그런데 내가 자도 괜찮겠어?”“와이프는 옷과 같고, 친구는 손발과 같다는 말 몰라? 게다가 넌 내 친구일 뿐만 아니라 내 사장이기도 하잖아. 네가 앞으로 나를 도와준다면, 내 와이프 하나 바치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동성은 왕정민한테 아부하며 헤실 웃었다.동성의 굽신거리는 태도에 기분이 좋아진 왕정민은 박장대소했다.“진동성, 너 눈치 있네. 네 동생은 너에 비하면 갈 길이 멀어. 흥, 나랑 이애교를 이혼하게 하면 내가 방법 없을 줄 알고? 너희들 괴롭히는 건 일도 아니야.”이 말을 내뱉는 순간, 왕정민의 눈에는 음흉한 기색이 역력했다.‘오늘 일은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을게. 정수호, 이애교, 최남주, 너희 셋 다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오늘은 우선 이 화를 고태연한테 풀어야겠네. 고태연, 너도 그 셋을 도와 나를 엿 먹였었잖아. 그러니 오늘은 너야.’왕정민이 속으로 이런저런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동안, 동성은 여전히 헤실거리는 표정으로 옆에서 굽신거렸다. 마치 태연이 자기 아내가 아니라 도구인 것처럼.동성은 왕정민의 앞에서 태연한테 전화해서 어디 있는지 물었다.태연은 일말의 경계도 없이 다 같이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했다.그러자 동성이 곧장 대답했다.“그럼 이따 데리러 갈게.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