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혀 여지를 남기지 않고 쏘아붙였다.“그쪽은 너무 이랬다저랬다 해요. 부드럽지도 않고 배려심도 없고! 본인 스스로 계속 기가 세지 않다고 하는데 매번 사람 기를 죽이잖아요. 그런 성격은 그 어떤 남자도 감당하기 어려울 거예요.”“그만 해요!”우리는 점점 더 격하게 다퉜다.그와 동시에 동영상 속 두 사람도 점점 더 격해졌다.난 화가 나고 분노가 치미는 동시에 영상 속 신음에 자극 받아 그곳이 너무 괴로웠다.심지어 당장이라도 풀고 싶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절대 눈앞의 이 여자는 아니다.이 여자랑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라 그냥 자리를 뜨고 싶었다.나는 애교 누나를 찾아 갈수도 있고 남주 누나를 찾아 갈수도 있다.누가됐든 눈앞의 이 여자보다는 나을 것이다.“그래요, 아무 말 안 할 테니 혼자 알아서 해요.”나는 내 물건을 챙겨 들고 지은을 밀쳐내고는 밖으로 나왔다.“야, 이 개자식아!”지은은 완전 이성을 잃어 나한테로 달려들더니 내 옷을 찢기 시작했다.내 피부는 지은의 뾰족한 손톱에 몇 곳이 긁혔다.그 순간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난 지은을 둘러메고 그대로 침대에 메치고 곧장 지은의 치마를 찢어버렸다.지은은 계속해서 발버둥 쳤고 나는 계속해서 찢었다.마치 말로 이 여자를 이길 수 없으면 몸으로 정복하고 싶다는 듯 말이다.솔직히 나도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하지만 우리는 결국 잠자리를 가졌다.난 지은을 정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센 척해도 힘 앞에서 계속 센 척할 수 있나 보자고.’그러다가 지은이 내 아래서 연신 신음을 내며 헐떡이는 모습을 보자 엄청난 만족감을 느꼈다.나는 더 힘을 냈다.모든 게 끝난 뒤 우리는 침대에 누워 헐떡이기 바빴다.동영상도 어느새 끝났는지 방안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그리고 나는 점차 이성을 되찾았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가장 중요한 건 이 여자가 나를 알아볼까 봐 걱정되는 것이었다.이럴 때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법무 사무소에는 왜요?”“당연히 명의 이전하러 왔지.”“왕정민이 집 명의를 애교 누나 이름으로 해준대요?”“말이 돼? 왕정민 그 개자식은 어떤 보상도 하지 않으려고 해, 그리고 우리랑 끝가지 싸울 거라고 하던데. 우리 남편한테 얘기해서 집 명의를 애교 밑으로 해줄 수 있나 보려고.”‘그런 거였구나!’“그럼 누나 남편은 뭐라고 해요? 누나 방법이 먹히긴 한 거예요?”나한테는 그게 가장 중요했다, 무엇보다도 난 애교 누나가 사랑과 재산 모두를 잃는 걸 원치 않는다.사랑을 얻지 못한다면 재산이라도 되찾아야지.절대 밑지는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그래서 지금 사람 찾아 일을 해결하려고! 됐어, 일단 끊어, 애교 지금 나왔으니까 이따가 얘기할게.”“아, 알겠어요, 그럼 일 보세요.”전화를 끊은 나는 애교 누나랑 남주 누나가 없으니 일단 형수님 집으로 향했다.그런데 형이랑 형수 모두 집에 없었다.그제야 난 형이랑 병원에 검사받으러 간다고 했던 형수님의 말이 떠올랐다.난 형이랑 형수가 예전처럼 사이가 좋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그러면 난 더 이상 마음의 짐을 가질 필요가 없으니까.하도 심심해서 일단 샤워를 하고 한잠 자려고 했다.어제 밤 일때문에 다들 휴식을 못 했다.게다가 오늘 하루도 바삐 보냈으니 나도 피곤하긴 했다.샤워를 하고나서 나는 알몸으로 욕실에서 나왔다.어차피 집엔 사람도 없었고 누가 볼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으니.샤워하고 나서 알몸으로 자는 것이 가장 편하다.나는 어릴 적부터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방으로 돌아온 후 이불을 덮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곧장 꿈나라로 향했다.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방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형이랑 형수가 돌아왔다는 걸 알았다.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그래서 또 얼마간 잠이 들어있었다.그리고 잠시 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수호 씨, 수호 씨...”형수였다.너무 졸렸지만 갑자기 내가 지금 알몸이라는 생각이 떠
“사실 지금 한약방 명성이 한의원보다 더 커요. 우리 과 마 교수님이 한약방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으니까 일단 거기 한번 가보려고요.”“수호 씨를 면접 봤던 그 영감 말하는 거에요?”“맞아요.”“그 영감은 수호 씨한테 잘해주나 봐요.”“흠, 잘해주긴 하죠. 근데 좀 아쉬워요. 제가 병원에 있는 동안 교수님한테 잘해 드리지 못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미안해요. 인턴 주제에 과 교수한테 그렇게 버릇없이 굴고, 그래도 저를 자른다고 안 했어요. 그리고 저한테 공적인 일로 복수하거나 하지도 않았고요. 제가 너무 어려서 뭘 몰랐던 거죠.”형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성장했다는 거예요. 나중에 기회 되면 꼭 고맙다고 인사 전해요.”“얼른 일어나요, 이따가 나가서 밥 먹어요.”형수는 기분 좋아 보였다.“형수, 오늘 우리 형이랑 검사받으러 간 건 어떻게 됐어요?”형수님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저랑 수호 씨 형 모두 신체적으로 아무 문제 없대요.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오후에 정신의학과 전문의를 보고 왔는데 형이 지금은 초기라고 하네요.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나아질 수 있대요.”형수의 말을 들으니 나는 의외로 엄청 기뻤다.형이랑 형수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얼른 조카를 낳았으면 하는 바람까지 들었다.“그럼 너무 축하해요!”난 진심으로 축하해줬다.형수님은 웃으면서 말했다.“나도 축하할 일인 것 같아서 아까 형이랑 얘기했어요. 오늘 저녁은 외식하자고요.”“좋죠. 근데 저기... 형수, 먼저 나가 줄래요? 저 옷 좀 입어야 해서.”“알겠어요. 그럼 빨리 준비해요.”형수는 웃으면서 방문을 나갔다.나도 기분이 찢어질 듯 좋았다.얼른 옷을 입고 방문을 나섰더니 형도 기분이 좋은지 슈트까지 챙겨 입고 나왔다. 엄청 멋있었다.“형, 멋있는데!”난 기쁜 마음으로 칭찬해줬다.형은 확실히 멋있었다.내 말에 형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이건 내가 금방 회사 차렸을 때 네
‘무슨 비밀인데, 형수는 모르시고 나는 무조건 알아야 되는 거지? 너무 수상한데?’난 형이 계속 말을 이어 가기를 기다렸다. 그때 마침 형수가 걸어왔다.“준비 다 됐지? 준비됐으면 출발해.”형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준비됐어. 자기가 애교 씨한테 전화 한 통 넣어 어디 있는지 물어봐.”난 순간 형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연기를 어찌나 잘하는지 연기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방금까지만 해도 나한테 말할 비밀이 있다고 해놓고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형수랑 웃으면서 얘기를 하다니.난 형이 예전 우리 형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예전보다 유해지고 말을 잘하는 것도 같았다.‘생각해 보면 한 회사의 수장이 너무 순박해서도 안 될 일이잖아?’‘형이 형수랑 잘 살려고 마음먹었고, 워낙 인품도 좋으니 그걸로 됐지 뭐.’형수는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지금 애교한테 전화해 보려고. 어디 있는지 물어볼게.”“애교야, 너희 지금 어디 있어? 법무사 사무소라고? 일은 잘 마무리됐어? 아직이라고? 너무 조급해 말고 천천히 해결해.”“난 우리 남편이랑 서래 호텔에서 방을 잡아놨거든. 이따가 남주랑 같이 와. 그래, 그럼 이따가 만나서 얘기해.” 우리는 곧장 집을 나섰다. 형은 형수더러 운전하라고 하고 나랑 함께 뒤에 앉았다.차에 오른 뒤 형은 아까 못 다한 얘기를 계속하려는 듯했다.“수호야, 아까 내가 했던 말 기억나?”난 고개를 있는 힘껏 끄덕였다.‘당연히 기억하지. 궁금해 미칠 것 같은데.’난 너무도 궁금했다.“형한테 형수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니, 대체 뭐지?”형은 지갑에서 피검사 결과를 나한테 건네주면서 보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결과지에는 정자 활약도가 너무 낮아 난임이 의심된다고 쓰여있었다.난 두 눈을 번쩍 뜨고서 형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빛으로 물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형수가 모두 정상이라고 하지 않았어?”형은 차마 소리를 낼 수 없어 핸드폰을 꺼내 나한테 카톡을
그러니까 형은 내가 형을 대신해서 형수랑 잠자리를 해주길 원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이건 완전한 사기잖아!’나는 다시 형한테 답장을 했다.[형,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야!]형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답장을 보내왔다.[수호야, 형이 지금 처한 상황 너도 알잖아. 만약 너마저 형을 도와주지 않으면 형이랑 형수는 이혼할 수밖에 없어. 넌 나랑 네 형수가 이혼했으면 좋겠어?]당연히 아니다.[그런데 왜 솔직하게 형수한테 터놓고 얘기하면 안 돼? 형수가 이해해 줄 수도 있잖아.]나는 내 생각을 형한테 말했다.하지만 형은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말도 안 돼. 네 형수는 나 없이는 살아도 애 없이는 못 살아. 애를 너무 낳고 싶어 해. 넌 모를 거야, 네 형수가 얼마나 애를 좋아하는지.][수호야, 나도 도저히 방법이 나지지 않아서 너한테 부탁하는 거야. 그냥 형 한번 도와준다 생각해. 형이 이렇게 빌게!]형이 이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형은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이다.형한테 힘든 일이 생기면 난 무조건 도와줄 것이다.그런 형이 나한테 빌다니.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하지만 이건 너무도 어이없는 일이다. 왕정민이 나한테 자기 와이프 꼬시라고 한 일 보다 더.때문에 나는 수없이 고민해야 한다.그래서 형한테 답장을 보냈다.[형, 생각할 시간을 좀 줘.]드디어 형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는 나한테 답장을 보내왔다.[그래, 천천히 생각해. 재촉하지 않을 테니까.]난 무의식적으로 형수를 봤다.형수는 나랑 형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기에 웃으면서 물었다.“두 사람 무슨 비밀 얘기를 하길래 그렇게 눈치를 봐?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야?”형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남자들의 비밀은 알려고 하지 마!”하지만 그런 얘기들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너무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어쭈, 푸들, 감히 나한테 이런 식으로 말해? 너 아주 많이 컸다.”남주 누나는 내 귀를 쥐어뜯으며 나를 혼내려고 했다. 그게 너무 아픈 나머지 나는 연신 비명을 질렀다.“귀가 찢어질 것 같아요, 얼른 손 떼요.”하지만 남주 누나는 절대 손을 떼지 않았다.”“누나한테 사과해, 아니 확 뜯어버릴 거니까.”‘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해?’남주 누나가 나를 계속 괴롭히자 애교 누나랑 형수님이 나서서 나를 도와줬다.”그만해, 최남주. 동성 씨랑 내가 있는 자리에서 감히 우리 수호 씨를 괴롭혀? 좀 얌전히 굴면 안 돼?” 형수님은 잔뜩 화가 난 채로 말했다.애교 누나도 뒤이어 입을 열었다.“남주야, 그만하고 좀 봐줘, 어찌 됐든 간에 동생이잖아.”그러자 남주 누나가 드디어 내 귀에서 손을 뗐다.“너희 둘, 전부다 이놈 편을 들고 있는데, 너네 혹시 얘 얼굴에 빠진 거 아니야?”형수는 남주 누나를 죽일 듯 노려보며 말했다.“아주 못하는 말이 없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오라고 하지 말 걸 그랬네.”“흥, 네가 오지 말라고 했어도 나는 왔을 거야. 그래, 나 뻔뻔해, 그래서 뭐? 어떡할 건데?”이토록 뻔뻔한 여자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 형수다.“확 잡아먹어 버리려고 그런다!”형수가 손을 뻗자 남주 누나는 깜짝 놀라 재빨리 두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그러고는 식겁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고태연, 진짜 해보자는 거야 뭐야? 같은 여자로서 내가 있는 가슴 너도 있잖아, 왜 내걸 만지려고 하는 거야? 네 남편도 바로 네 옆에 앉아 있잖아, 만지고 싶으면 네 남편 걸 만져.”형은 이런 농담이 익숙하지가 않아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에 반해 형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걸 내가 모를까 봐? 너야말로 왜 네 남자는 나 몰라라 하고 하루 종일 우리 곁을 맴돌아? 대체 무슨 꿍꿍이야? 경고하는데 여기 있는 남자들 건드릴 생각 하지도 마! 아니면 확 너네 남편한테 이를 거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하지만 애교 누나는 혹여 다른 사람이 볼까 봐 조심스럽게 행동했다.“안 돼요, 나 아직 이혼 안 했단 말이에요.”나는 애교 누나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우리 잠자리까지 한 사이인데 손잡는 걸 무서워해요?”애교 누나는 순간 목까지 빨개지더니 쑥스러워하며 말했다.“그거랑은 다르죠, 그건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손을 잡고 있으면 우리가 사귀는 걸 사람들이 다 알아요.”“사람들 앞은 아니죠. 여기 지인이 없잖아요. 그냥 누나 손을 잡고 싶었을 뿐이에요, 손 좀 잡아줘요.”나는 애교부리며 말했다.왜인지 모르게 그냥 누나 옆에 찰싹 붙어있고 싶었다.애교 누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그럼 잠깐만 잡고 있어요. 혹시 누구 만나면 빨리 이 손 놔야 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는 누나의 손을 꽉 잡았다.누나의 손은 엄청 말랑말랑하니 잡고 있기 편했다. 무엇보다도 애교 누나 손을 잡고 있으면 왠지 모를 안정감과 행복감이 밀려왔다.우리가 진정한 커플이 된 느낌이 들었다.나는 애교 누나랑 같이 화장실로 향했고 여자 화장실까지 따라가고 싶었지만 애교 누나가 매몰차게 거절했다.“안 돼요, 따라 들어오면 안 돼요, 만약 안에 사람이라도 있으면 우리를 이상하게 볼 거 아니에요.”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아까 다 살펴봤어요. 지금 분명 아무도 없을 거예요, 나도 같이 들어가게 해줘요.”“그래도 안 돼요, 수호 씨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 다 알아요. 수호 씨, 난 이런 곳에서 수호 씨랑 할 생각 없어요, 그러니까 꿈 깨요.”‘애교 누나가 내 맘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니!’난 확실히 애교 누나가 말한 것처럼 생각했다.하지만 애교 누나가 저렇게 완강히 거절하니 나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 그럼 문밖에서 기다릴게요.”애교 누나는 발뒤꿈치를 들고 나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해줬다.난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물론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분명 자기가 안 되는 거면서 나를 탓하다니’소민은 속으로 왕정민을 엄청 싫어하고 있었다.하지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소민이 우는 걸 보자 왕정민은 이내 소민을 껴안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농담인 거 알지, 설마 진담으로 받아들인 건 아니지?”“사장님처럼 농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난 가장 소중한 처음도 사장남한테 줬는데. 나라는 사람을 사장님한테 준 것과 같단 말이에요. 그런데 사람을 의심이나 하고 있고.”소민은 말하면 말할수록 억울하고 슬펐다그 모습은 너무 처연하고 불상했다. 사실 소민은 엄청 어리다. 올해 22살밖에 되지 않는 탱탱하고 젊은 아가씨다.왕정민이 애초에 소민을 마음에 들어 한 것도 이 때문이다.마지막에 만족감을 느꼈든 못 느꼈든 소민이랑 할 때 엄청 짜릿하고 흥분되는 건 사실이기에 왕정민은 아직은 이 여자랑 끝을 맺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계속 인내심을 갖고 타이르고 있었다.“알겠어, 내가 잘못했어. 사과의 의미로 내가 내일 진 부원장이랑 얘기해서 자기 정직원 시키라고 할게.”“정말요? 무르기 없기예요.”소민은 입술을 내밀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젊음이 좋긴 좋나 보다. 애교 떠는 모습마저도 왕정민을 미치게 만드니 말이다.왕정민은 다른 꿍꿍이가 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하지, 내가 왜 자기를 속이겠어. 그런데 아까는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느끼지 못했어, 자기가 한 번만 도와줘...”“뭐예요. 미워요. 여기 공공장소잖아요,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소민은 얼굴이 빨개지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 하지만 왕정민의 손은 이미 소민의 몸을 훑고 있었다.“공공장소니까 더 짜릿한 거 아니야. 우리 애기 얼른! 나 지금 미칠 것 같단 말이야...”왕정민은 소민의 머리를 꾸욱 눌렀고 소민은 무릎을 꿇었다.다음 장면은 차마 내 입으로 묘사할 수가 없다.하지만 전부 나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모든 과정을 찍은 뒤, 나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이때 마침 애교 누나도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나
“무서운 것도 신경 쓰인다는 뜻이거든요. 아니에요?”강한나는 나에게 되물었다.그 말을 들어보니 왠지 일리가 있는 듯해 나도 반박할 수 없었다. 다만 순순히 인정할 수는 없었다.그때 동료가 조사를 마치고 상황을 보고하자 강한나는 일하러 가버렸다.약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내 차는 견인차에 끌려갔고 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윤지은이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 빨리 끝나지 못했을 거다. 심지어 일이 해결된 후에도 윤지은이 나와 윤미화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내가 윤지은더러 형수 동생네 집에 바래다 달라고 하자 윤지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봤다.“언제부터 거기서 지냈어?”“네?”“세 맡은 집도 있잖아. 그런데 언제부터 거기서 지냈냐고?”윤지은은 또다시 물었다.나는 그제야 윤지은의 질문을 이해하고 해명했다.“이틀 전이요. 제 친구 두 명이 제 집에서 얹혀살아 제가 지낼 자리가 없어서 잠깐 신세진 것뿐이에요.”“이제 겨우 형수랑 정정당당하게 만날 수 있어 기쁘겠네?”‘윤지은이 질투하는 것 같은 건 왜지?’‘설마 윤 사장님 말대로 윤지은이 나를 좋아하나?’자세히 생각해 보니 윤지은이 나에게 도움을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비록 그동안 말로 나를 봐준 적이 없고 항상 쌀쌀맞게 대했지만 매번 나한테 일이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 도와줬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그랬겠나?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내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결국 나는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물었다.“뭐 하나 물어볼게요. 절대 화내면 안 돼요.”“뭔데? 꾸물대지 마.”윤지은은 고개를 돌려 나를 차갑게 바라봤다.나는 심호흡을 한 뒤 물었다.“혹시 나 좋아해요?”그 질문을 한순간 윤지은은 털이 곤두선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반응했다.“뭐?”나는 흠칫 놀라 목을 움츠렸고 자신감을 잃어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나는 도망치듯 차를 뛰쳐나갔다.내 심장은 터질 듯 쿵쾅거렸다. 나는 윤지은
윤지은은 두말없이 가방에서 립스틱 하나를 꺼냈다.그걸 본 여경은 이내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기분 좋은 듯 미소 지었다.“아르마니 한정판이잖아? 나 오래전부터 예약했는데 아직도 못 샀는데. 역시 우리 윤지은 아가씨가 나서야 한다니까. 나 그냥 주는 거야?”“그 컬러는 나한테 많아. 너한테 하나 주는 게 뭐라고.”“헐. 누가 부자 아니랄까 봐. 말로 사람 기죽이네. 그런데 대체 누가 우리 윤지은을 움직였는지 궁금한데?”여경은 말하면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 순간 나는 얼른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나는 윤지은의 말을 명심하고 있기에 절대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여경은 내가 이상하게 행동하자 곧바로 나를 가리키며 윤지은에게 물었다.“설마 저 남자야? 오 마이 갓! 윤지은, 너 연애해? 심지어 남자 때문에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여경은 놀란 듯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윤지은의 얼굴은 단번에 싸늘하게 굳어버렸다.“립스틱 갖기 싫어? 싫으면 돌려주든가.”말을 마치자마자 윤지은은 립스틱을 빼앗으려고 손을 뻗었다.여경은 단번에 몸을 비틀었다.“줬다 뺐는 게 어디 있어? 이미 줬으면 내 거야.”그러면서 또 나를 한번 흘긋거렸다.몰래 훔쳐보던 나는 여경이 나를 보자 또다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그 모습을 본 윤지은이 낯빛이 어두워진 채 말했다.“정수호, 뭘 그렇게 피해?”‘왜 또 나한테 뭐라는 거야?’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보는 것도 안 돼, 안 보는 것도 안 돼. 그럼 말해봐요. 어떻게 할까요?”나는 이번에 살가운 태도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으니까.하지만 윤지은은 또 화를 냈다.“어떡하긴. 내가 뭐 협박이라도 했어? 다 큰 성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나는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알았어요. 갈게요. 내가 있으면 지은 씨 화만 날 테니까.”나는 말을 마친 뒤 바로 뒤돌아섰다. 나는 더 이상 윤지은과 다투기 싫었다. 생각해 보니 윤지은은 가끔 아이처럼 너
“너 가은 쓰레기를 계속 강북에 있게 하면 또 형수한테 무슨 짓 할지 모르잖아.”진동성은 나에게 기어와 싹싹 빌며 애원했다.“수호야. 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이렇게 빌 테니 봐줘. 우리 같은 동네 출신이잖아. 내가 예전에 너 도와줬던 걸 생각해서 한 번만 봐줘.”나는 또 진동성을 걷어찼다.그 사이 윤지은은 어디론가 전화했고 얼마 뒤 양동준이 모습을 드러냈다.“아가씨.”“이 인간 강북에 다시는 못 오게 처리해.”윤지은은 차갑게 명령했다.“네.”양동준은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진동성을 향해 걸어갔다.그러자 진동성은 버림받은 개처럼 두 손 두 발을 사용해 앞으로 기어갔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양동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진동성이 양동준에게 끌려가는 걸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와 동시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수호 씨, 괜찮아?”윤미화는 나를 걱정하는 듯 물었다.“괜찮아요. 조금만 휴식하면 돼요.”나는 이제야 내 사지의 힘이 모두 빠져 흐물흐물해졌다는 걸 발견했다.이런 일은 처음 겪는지라 반응이 세게 온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체력을 회복하려고 한참을 휴식했다.휴식을 마친 뒤 나는 바닥에서 기어 일어났다.“이제 괜찮아요. 가요. 나머지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윤지은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건데?”사실 나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마저 두 사람의 도움을 바랄 수는 없었다.내가 한창 망설이고 있을 때 윤지은이 말했다.“앞으로 이런 미친 짓 안 하겠다고 약속하면 뒤처리는 내가 해줄게.”“이런 일은 절대 안 해요. 아까는 상황이 상황인지라...”아까의 상황을 돌이켜 보니 나는 겁이 났다.윤지은은 내가 반박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나를 욕하지 않았다. 그저 동창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전화에서 윤지은은 이곳에 교통사고가 났으니 대신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하지만 이 일은 사고가 아니라 내가
나는 얼른 조수석으로 가 진동성을 차에서 끌어내렸다. 차는 순간 평형을 잃고 도로 위로 떨어졌다.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나는 차 상태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진동성 앞으로 다가갔다.진동성은 한쪽 팔과 다리를 찔린 데다 한쪽 팔은 쓰지 못해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 신세가 되었다.나는 칼을 들어 진동성의 목을 겨누었다. 그러자 진동성은 겁에 질려 엉엉 울면서 윤지은과 윤미화에게 애원했다.다만 두 사람은 모두 진동성을 무시했다.“정수호. 진동성을 죽일 방법은 수천수만 가지가 있어. 그런데 방금처럼 하는 건 아니지.”윤지은은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늘 고고하고 깨끗하던 그녀는 이 순간 얼굴이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윤지은의 그런 모습을 보니 나는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런 위험한 순간 윤지은은 재벌가 아가씨라는 신분도 생각하지 않고 몸을 던져 나가 같이 평범한 사람을 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잘못을 인정했다.“그러면 안 되는데,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또 다음도 있어? 아까 심장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윤미화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그 모습을 보니 나는 더 미안해졌다.방금 두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형수처럼 병원에 누워있었을 거다.나는 너무 무모했다.때문에 두 사람이 뭐라고 하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했다.“경찰에 신고해서 저 인간은 경찰한테 맡겨.”“안 돼요. 경찰에 맡기는 건 너무 가벼워요.”“그럼 어떻게 하려고?”윤지은이 물었다.나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진동성을 흘긋 보고는 그의 손등을 발로 밟았다.“말해. 왕정민이 어디 있어?”“정말 몰라. 나중에 먼저 연락하겠다고 했어.”“좋아. 그럼 두 번째 질문. 우리 할아버지가 준 의서는 누구한테 팔았어?”진동성은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봤다.“내가 그걸 말하면 풀어줄 거야?”“풀어 달라고? 꿈 깨!”“날 풀어주지도 않는데 내가 왜 말해야 해?”진동성은 배 째
“틀렸어. 내가 너 같은 줄 알아? 난 인간이야. 넌 인성도 없어. 너 같은 놈은 인간도 아니야.”나는 진동성을 죽이려고 칼을 꼭 움켜잡았다.진동성은 내가 칼을 쥔 걸 보고는 바들바들 떨었다.“수호야. 바보짓 하면 안 되지. 나 같은 쓰레기 때문에 이럴 필요는 없잖아.”“너를 위해 이럴 가치가 없긴 하지.”내 말에 진동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희망을 바로 부숴버렸다.“그런데 네 놈을 살려두는 건 형수한테 가장 큰 위협이 돼. 난 아무도 형수를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나는 칼을 들어 진동성의 허벅지를 콱 내리 찔렀다.진동성은 단번에 비명을 질렀다. 그가 격렬하게 몸부림칠수록 차도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흔들거렸다.진동성 다급히 나에게 애원했다.“수호야. 너 아직 젊잖아. 왜 이런 바보짓을 하는 건데? 내가 잘못했어. 그만 놔줘. 우리 같이 내려가자. 내가 당장 네 형수랑 이혼하고 두 사람 축복해 줄게.”“못 믿겠어.”나는 칼을 힘껏 비틀었다.그 순간 진동성은 고통에 더 세게 비명 질렀고 차도 따라서 삐걱거리며 소리 냈다.그때 윤지은과 윤미화가 달려왔다.“정수호. 이러다 떨어져. 당장 내려.”“살려줘요. 살려주세요...”진동성은 밖을 향해 소리쳤다.윤지은과 윤미화는 진동성을 무시한 채 나를 잡아끌었다.하지만 이미 분노에 눈이 먼 나는 진동성과 같이 죽을 결심까지 한 지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그때 차 앞부분이 앞으로 기우뚱 쏠렸고 나와 진동성의 몸도 동시에 앞으로 쏠렸다.차가 당장이라도 떨어질 절체절명의 순간, 윤지은과 윤미화는 다급히 뒤로 달려가 차를 내리눌렀다.하지만 이미 겁먹을 대로 먹은 진동성은 이미 바지에 오줌을 지려 축축하게 젖어버렸다.나 역시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온몸이 식은땀에 푹 젖었다.그 순간 나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형수는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쓰레기 때문에 나를 희생하는 건 너무 수지가 맞지 않았다.그렇다고 진동성을 이대로 풀어 주자니
“네놈이 형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네가 가장 잘 알잖아. 진동성 난 단지 진실을 원해.”나는 진동성을 빤히 주시했다.진동성은 눈을 이리저리 피하며 내 눈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진실은 바로 그 교통사고는 단순 사고였어. 나도 네 형수가 그렇게 심하게 다칠 줄 몰랐어.”“좋아!”나는 더 이상 진동성과 말씨름하기 싫었다. 이런 인간과 얘기하는 건 입만 아프니까.나는 두말없이 육교 가장자리로 차를 이동했다.그때 윤지은의 차가 내 차를 따라잡았다.“정수호, 명령하는데 당장 차 세워!”나는 윤지은을 무시한 채 반대쪽 차선으로 차를 돌렸다.육교의 양쪽은 모두 공중에 떠 있어 어느 쪽으로 부딪히든 아래로 떨어질 수 있었다.“진동성, 빌어!”나는 액셀을 밟으며 난간 쪽으로 부딪혔다.“아! 정수호, 이 미친놈! 말할게. 말할게!”차 바퀴는 이미 난간을 뚫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내가 제때 브레이크를 밟은 덕에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고 공중에 반만 둥둥 떠 있었다.정신을 차린 뒤에야 나는 내가 얼마나 미친 짓을 했는지 알아챘다.방금 1초만 늦었어도 나와 진동성은 아래로 떨어졌을 거다. 솔직히 나도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이 선택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나는 진동성을 보며 물었다.“말해. 그때 상황이 어땠어?”진동성의 얼굴은 식은땀에 흠뻑 젖었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제야 내가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만약 마지막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로 육교 아래로 돌진했을 거다.진동성의 목소리는 떨림이 가득했고 몸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난, 난 그냥 네 형수랑 좀 다투다가 실수로 떨어진 거야.”나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역시 그 사고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하지만 고작 이게 다라고?고작 몇 마디 다툰 거로 차가 통제력을 잃고 육교 아래로 떨어졌다면 왜 운전석에 앉은 진동성은 고작 찰과상만 있고 형수는 그렇게 심하게 다친 걸까?“진동성, 한꺼번에 다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같이 여기서 떨어질
우연히 그림자를 통해 진동성이 벽돌을 휘두르는 걸 발견한 나는 재빨리 피해 진동성을 세게 걷어찼다.진동성은 내 발에 차여 연신 뒷걸음치더니 이내 벽돌을 던져버리고 도망쳤다.그 순간 나는 곧바로 뒤쫓았다.그러자 진동성이 도망치면서 소리쳤다.“정수호, 이 개자식아. 꼭 나를 죽여야만 해?”“내가 네 놈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네 놈이 죽으려고 설치는 거잖아.”“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수호야. 우리 그래도 형제처럼 지냈잖아. 그러니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한 번만 봐줘.”나는 진동성의 말을 무시한 채 그를 잡자마자 또 주먹질했다. 그러고는 그의 다리를 잡은 채 질질 끌어 다시 원래 자리로 끌고 갔다.그 모습을 본 윤미화는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수호 씨가 이런 거야?”“윤 사장님, 지은 씨, 왕정민은 두 분한테 맡길게요. 난 우리 형을 데리고 교통사고를 체험하러 가야 해서요.”말을 마친 나는 진동성을 끌고 차에 올라탔다.차를 금방 샀을 때만 해도 나는 이게 내 애마라고 애지중지했었다. 비록 가격은 비싸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 산 인생 첫 차였으니까.하지만 지금은 단지 진동성을 태운 채 교통사고 체험을 시켜주고 싶을 뿐이었다.나는 조수석에 앉은 진동성도 형수처럼 세게 다칠지 확인하고 싶었다.진동성을 차에 밀어 넣은 뒤 나는 곧바로 차에 시동을 걸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그러자 진동성은 겁을 먹었는지 버럭 소리쳤다.“수호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빨리 밟아? 사고 나면 어쩌려고?”나는 미친 듯이 액셀을 밟았다.“맞아. 사고 내려는 거야. 이따가 육교에서 떨어지면 네 놈도 정말 형수처럼 크게 다칠지 확인해야겠어.”진동성은 다급히 조수석 위에 있는 손잡이를 꼭 잡았다.“정수호, 너 미쳤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멈춰. 당장 멈춰!”나는 차를 멈춰 세울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진동성은 핸들을 잡으려고 버둥댔지만 나는 냉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그래. 잡아. 더 빨리 죽고 싶으면.”진동성은 형수가
나는 두 사람한테서 모든 빚을 천천히 받아낼 작정이었다.나는 한참 때리다가 손이 힘들어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어찌 됐든 형수가 혼수상태가 된 게 진동성 짓이라고 확신했으니까.그렇게 나는 힘이 모두 빠져서야 동작을 멈추었다.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진동성이 도망칠까 봐 그의 옷을 잡고 있었다.나도 내가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다. 그저 형수가 혼수상태라는 생각만 하면 분노가 차올라 힘도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진동성에 대한 미움도 더해져 진동성을 죽여서라도 형수의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시뻘게진 눈으로 반쯤 죽은 듯 누워 있는 진동성을 보며 또다시 물었다.“형수가 저렇게 된 거 너랑 관련 있는 거 맞지?”진동성은 여전히 잡아뗐다.“아니야. 진짜 아니야. 그냥 사고였어.”나는 또다시 진동성을 주먹질했다.“말 안 해도 괜찮아. 내가 싹 다 조사할 거니까. 진동성, 만약 이 일이 네놈 짓이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그 순간 진동성이 나를 보는 눈빛에 두려움이 더해졌다. 그는 내가 이토록 살기를 내뿜는 눈빛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사람을 죽이겠다고 협박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진동성은 겁에 질려 머리를 마구 저었다.“정말 아니야. 정말 나 아니라고.”나는 진동성을 발로 걷어차며 물었다.“여긴 왜 왔어? 왕정민은 어디 있는데?”“나, 난 왕정민 대신 물건 가지러 왔어.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몰라. 나한테 연락한다고 했어.”“물건은 가졌어?”내가 따져 물었다.그때 윤지은과 윤미화도 다가왔다.진동성은 전전긍긍하며 목을 움츠렸다.“서, 서류야.”진동성은 대충 얼버무렸다.“무슨 서류?”윤미화가 따져 물었다.그 옆에서 윤지은이 보충했다.“혹시 모든 핵심 서류를 챙겨 오라고 했어?”그 서류만 챙기면 왕정민은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윤지은은 평소 차갑기만 하고 사업에 관심이 없어 보여도 어릴 때부터 사업하는 아버지 밑에서 보고 들은 것이 있기에 나와 윤미화보다 맥을 더 잘 짚었다.그때
나는 다급히 일어섰다.“그런다고 이렇게 나간다고요?”윤지은은 나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때 윤미화가 뒤에서 말했다.“분명 계획이 있을 거야. 따라가 보자.”윤지은이 이미 계획이 있다니 순간 궁금했다.나와 윤미화는 윤지은을 따라 왕정민 회사 입구에 도착했다.현재는 새벽 2시가 넘는 시간이라 주위에 아무도 없어 매우 조용했다.순간 문득 궁금해 물어보려던 그때 그림자 하나가 살금살금 수풀 뒤에서 걸어 나왔다.하지만 그 사람은 왕정민이 아니라 진동성이었다.진동성은 우리를 발견하고도 무서워하기는커녕 냉소를 지었다.“정수호, 설마 이런다고 왕정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나는 이를 갈며 진동성을 바라봤다.“왕정민은 언젠가 잡혀. 계속 왕정민과 협력하면 분명 불똥이 튈 거야. 진동성, 이제 벼랑 끝이니 그만 멈춰.”“벼랑 끝? 하하, 정수호.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해?”진동성은 나를 비아냥거렸다.“넌 나랑 다를 것 같아? 너도 여자 덕에 여기까지 왔잖아. 넌 뭐 대단한 것 같아?”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해 봤자 아무 의미 없으니까.“마음대로 말해. 왕정민은 어디 있어?”내 질문에 진동성은 나를 향해 침을 뱉었다.“알고 싶으면 직접 찾아.”나는 두말없이 진동성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내가 그렇게 나올 거라는 건 진동성뿐만 아니라 윤지은과 윤미화도 몰랐다.내가 평소에 고분고분하고 나약한 인상을 줘서인지 누구도 내가 먼저 진동성을 때릴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었다.준비도 없이 한 대 맞은 진동성은 이를 갈며 버럭 소리쳤다.“정수호, 네가 감히 나를 때려?”나는 두말없이 또 한 번 달려들었다.요 며칠간 나는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다. 비록 대단한 건 아니지만 진동성을 상대하기엔 충분했다.진동성은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왜 갑자기 이렇게 강해졌는지 모를 거다. 진동성은 몇 대 맞다가 내 발에 차여 바닥에 넘어졌다. 나는 곧장 그의 몸 위에 올라타 주먹질을 해대며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