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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나도 민규를 무시하고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라는 문자 하나였다.

“아아아!”

나는 화가 치밀었다.

어렵게 받은 사진을 미처 볼 새도 없이 삭제해 버린 거였다.

[방금 대체 뭘 보낸 거예요? 저 아직 보지 못했어요.]

[못 본 건 네 사정이고. 난 약속대로 보냈어. 이제 네 사진 보내 봐.]

[방금 어떤 미친놈이 밖에서 문을 걷어차는 바람에 놀라서 못 봤어요. 다시 한번만 보내 줘요. 한 번만 보고 삭제할게요. 제발.]

[빌어도 소용없어. 난 이번에 약속 지켰어, 네가 기회를 놓친 거지. 푸들, 이제 네 차례야.]

[사진 없어요. 아래도 잠잠해요.]

[지금 날 속였어? 잘 생각해야 할 거야. 나중에 감당할 수 있겠어?]

[뭘 하려는데요? 어디 들어나 봅시다. 저도 궁금하니까.]

[네 형수 집에 달려가서 우리가 한 대화 보여줄 거야.]

[미쳤어요? 형수 집엔 왜 가겠다는 거예요?]

[네 형수랑 얘기하러. 왜 안돼? 말 돌리지 마, 보낼 거야 안 보낼 거야? 네 형도 오늘 집에 있는 것 같던데, 우리 대화 기록 다 같이 감상한다?]

나는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형수는 늘 나더러 남주 누나를 멀리하라고 했는데, 내가 멀리하기는커녕 오히려 야릇한 대화를 주고받았으니.

형수가 알면 화낼 게 뻔했다.

게다가 형이 아는 건 더 최악이었다.

형은 나를 점잖은 사람이라고 보는데 내가 사적으로 이렇게 행동한다는 걸 알면 형수까지 넘본다고 의심할 수 있으니까.

‘형수랑 있었던 일 절대 형한테 들키면 안 돼.’

나는 분명 남주 누나를 내 손에 주무르고 있다 생각했는데, 결국 모든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너무 어이없어 나는 결국 숙이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제가 졌어요.]

남주 누나는 나에게 야릇한 표정을 짓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고개를 숙여 봤더니, 내 아래는 오늘 의외로 아주 잠잠했다. 하지만 억지로 흥분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결국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영상을 보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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