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보고 얘기해요. 왜 아직 보지도 않고 거절해요?”나는 어르신의 고집을 꺾지 못해 사진을 확인했다.그런데 어르신의 손녀는 의외로 아주 예쁘장했다.아주 밝고 귀여우며 젊음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솔직히 애교 누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고민도 없이 이 여자를 만나봤을지도 모른다.나와 나이도 비슷하고, 얼굴도 예뻐 연애하기 적합했으니까.하지만 아쉽게도 젊은 유부녀의 매력을 느낀 나로서는 이토록 풋풋한 여자에게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이런 여자애는 신경을 써서 속마음을 헤아려줘야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맞혀야 하니까.하지만 애교 누나와는 그렇게 많은 걸 생각할 필요 없이 진심만 내보이면 그만이다.그렇게 비교하니 역시 젊은 유부녀 쪽이 내 취향에 가까워 나는 결국 어르신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어르신, 정말 죄송해요.”“이런데도 마음에 안 들어요? 하, 두 사람 정말 인연이 없나 보네.”어르신은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자 고개를 저으며 아쉬움을 표했다.나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르신을 배웅한 뒤 기지개를 켰다.연속 2시간 동안 침과 뜸을 하니 몸은 확실히 힘들었다.하지만 속으로는 성취감도 생기며 만족스러웠다.남은 시간 동안 나는 홍보 책자를 나눠주는 대신 의학 서적을 읽고 인터넷에서 맛집 정보를 알아봤다.그러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있는 맛집을 예약하고 애교 누나, 남주 누나 그리고 형수한테 5시 반에 그 레스토랑 앞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나는 퇴근하자마자 운전해 약속 장소로 바로 가면 되니까.애교 누나와 남주 누나는 곧바로 나한테 답장을 보냈다.하지만 마지막으로 받은 형수 문자를 본 순간 나는 가슴이 콕콕 찔렸다.[수호야, 네 형수한테만 밥 사주고, 나한테는 안 사?]이건 분명 형의 말투였다.형이 형수의 핸드폰으로 답장을 보낸 거였다.솔직히 형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무서운 것보다는 형이 나와 형수의 대화 내용을 볼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그런데 그동안 형수랑 카톡으로 야릇한 말을 주고받은 적이
나는 다급히 영상을 클릭했지만 마음이 아팠다.형이 나한테 이런 영상을 보낸 게 무슨 뜻인지 생각하는 한편, 또 영상 속 형수가 형과 몸을 섞을 때 어떤 반응인지 궁금하기도 했다.하지만 영상을 다 본 나는 마치 찬물을 맞은 느낌이었다.형이 보낸 동영상은 야릇하고 수위 높은 동영상이 아니라 내가 하루빨리 성공하여 훌륭한 의사가 되라고 축복해 주는 축하 영상이었으니까.순간 내 마음은 매우 복잡해졌다.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기쁨 그리고 의심이 생겨났다.하지만 가장 많은 건 걱정이었다.내가 뭘 걱정할 게 있겠냐 하겠지만, 형이 다시 되면 형수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거고, 그러면 앞으로 형수와는 아무런 기회도 없을 터였다.형수의 육덕진 몸매를 생각하니 나는 매우 아쉬웠다.하지만 그래도 형수 아닌가? 우리 형 진동성의 아내인데,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모순되는 심정과 함께 내 마음도 점점 가라앉았다.심지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형은 내가 한참 동안 답장하지 않으니 퇴근 시간이라 짐 정리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이따 보자는 말과 함께 대화를 끝냈다.나는 가라앉은 기분으로 멍하니 의자에 앉아 부단히 나에게 암시했다.‘동성 형은 내 형이잖아, 형이 잘되면 좋아해 줘야지. 형수랑은 절대 불가능해, 차라리 이 기회에 두 사람이 원하던 생활 얻을 수 있기를 축복해 주자.’그렇게 위로하다 보니 내 마음도 점차 나아졌다.게다가 나는 앞으로 절대 형수와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 최면했다.‘형수는 형수로 대해야 해.’나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나는 심지어 속으로 형수에게 불경한 마음을 품으면 개로 변할 거라고 맹세까지 했다.그러다 퇴근 시간이 되자 나는 짐을 챙겨 마동국과 작별 인사를 한 뒤 병원을 나섰다.그때까지 나는 민규가 몰래 나를 따라붙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내가 형수의 차를 끌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동안 민규는 계속 나를 따라왔다.민규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복수하기 위해서일 거다.전에 내가 남주 누나와 했던
민규는 볼수록 샘나고 부러웠다.전까지만 해도 본인 여자 친구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내 옆에 앉은 여자들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으니.“정수호와 야릇한 농담을 했던 여자는 대체 누구야?”민규는 목을 빼 들고 두리번댔다.민규의 목적은 그날 나와 통화했던 여자였다. 그 정도로 밝히는 여자면 본인도 공략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으니.하지만 나의 일행과 안면도 없는 사이었기에, 민규는 쉽게 분별할 수 없어 자리를 잡아 묵묵히 관찰하는 수밖에 없었다.나는 온 신경이 형과 형수한테 쏠려 아직도 민규가 나를 미행했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오늘 형수는 예전과 많이 달랐다. 아주 기뻐하고 행복해하며 눈에 생기가 돌았다.보아하니 형이 다시 되는 게 틀림없었다.그동안 받지 못한 사랑을 듬뿍 받았으니 기분이 좋았을 테지.오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이 모습을 보니 나는 마음이 아팠다.형수와 남주 누나는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심지어 남주 누나는 거리낌도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고태연, 너 오늘 달라 보이네, 어젯밤 남편 사랑 듬뿍 받았나 봐?”형수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당연하지, 오늘 내 혈색이 좋아진 거 안 보여?”“당연히 보이지. 아주 행복해 보이네, 그런데 티 적당히 내. 우리처럼 굶주린 유부녀들은 너무 부러우니까.”애교 누나는 그 말에 부끄러운 듯 끼어들었다.“누가 굶주렸다는 거야? 난 아니거든.”“아니야? 반년 동안 남편 사랑 못 받았으며 굶주리지 않았다고? 너 불감증이야?”“쉿, 목소리 좀 낮춰. 공공장소에서 좀 자제할 수 없어?”애교 누나의 말에 형수가 피식 웃었다.“얘가 자제하는 것보다 돼지가 하늘을 나는 게 더 가능성 있겠어.”“얼씨구, 네가 나를 제일 잘 아네. 몰라봤어.”“흥, 그러니까 얌전히 굴어. 내 앞에서 수작 부렸다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세 사람이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떠드는 사이, 동성 형은 내 기분을 눈치챘는지 먼저 물어봤다.“수호야, 왜 그래? 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 무
그게 애교 누나 혹은 남주 누나의 손이라면 별거 아니겠지만, 하필이면 형수의 손이었다.형수는 남주 누나와 얘기하느라 여자들 쪽으로 넘어간 바람에 현재 내가 형과 형수 사이에 끼어 앉은 상황이었다.형은 오른쪽에서 내 어깨를 끌어안고 있고, 형수는 왼쪽에서 내 다리를 만지고 있는 상황이니, 나는 너무 불안했다.그도 그럴 게, 형한테 발각될까 봐 두려운 것도 있었고, 형수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는 데서 오는 불안감도 있었다.‘형이 다시 회복했으니 두 사람도 아이 만들기 시작한 거 아닌가? 그런데 나한테 왜 또 이러는 거야?’나는 갈등 되는 한편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형수의 손을 떼어냈다.하지만 형수는 다시 손을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으며 일부러 나를 보고 말했다.“수호 씨, 왜 자꾸 나를 밀어요?”형수의 그 말에 나는 너무 놀라 얼어붙고 말았다.분명 몰래 밀어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해 버리다니.게다가 내 옆에 바로 형이 앉아 있어 고개만 숙이면 그대로 발각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형수 너무 간이 큰 거 아닌가? 형한테 들키는 게 두렵지도 않나?’“형, 형수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나는 너무 긴장하여 더듬거리며 거짓말했다.동시에 형이 고개를 숙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그러자 형수가 갑자기 피식 웃더니 내 얼굴을 꼬집었다.“괜찮아요.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요?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는 줄 알겠네.”‘젠장,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이렇게 형 앞에서 나한테 이런 짓을 하다니, 형 마음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건가?’게다가 오늘 형수가 왠지 조금 이상해 보였다. 한편으로 기뻐하면서 일부러 나를 꼬시는 것 같은 느낌.하지만 그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이라 나는 너무 불안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태연, 조심 좀 해. 수호 겁먹었잖아.”그때 남주 누나가 끼어들어 말하자 형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수호 씨는 내 동생 같은 사람이야, 내가 뭘 한다고 그래?”“그걸 누가 알아? 너처럼 성욕 넘치는 여자는 원래
민규는 모든 걸 끝마치고는 입가에 냉소를 띤 채 떠나갔다.그리고 제 차에 오른 뒤 여자 친구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자기야, 깨끗하게 씻고 기다려, 내가 금방 갈 테니까.”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시간은 벌써 저녁 9시를 가리켰다.남주 누나는 기분이 좋았는지 함께 2차로 노래방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형수는 바로 거절했다.“됐어. 시간도 늦었는데 돌아가자.”“이제 고작 9시 조금 넘었어. 이게 뭐가 늦었다는 건데? 집에 돌아가서 애 만들려고 그래? 그럼 둘이 돌아가, 우리는 계속 놀 테니까.”“안 돼. 수호 씨 내일 또 출근해야 해.”남주 누나는 나를 바라봤다.“정수호, 네가 말해 봐. 갈 거야, 말 거야?”남주 누나와 형수는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두 사람을 보니 나는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너무 난감했다.솔직히 나는 지금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형과 형수가 한창 좋을 때인데, 내가 따라가면 방해꾼만 될 테니.게다가 금실 좋은 형과 형수의 모습을 내 눈으로 보는 게 싫었다.“형수, 저 한 시간만 놀다가 갈게요.”남주 누나는 얼른 다가와 내 팔짱을 꼈다.“역시, 수호밖에 없다니까. 누나가 사랑해!”나는 형수가 실망했을까 봐 차마 형수의 눈을 보지 못했다.하지만 형수는 오히려 싱긋 웃었다.“그럼 다 같이 놀아. 11시까지 놀고 함께 돌아가지 뭐.”“쯧쯧쯧, 지금 내가 수호한테 뭔 짓 할까 봐 그래? 내가 뭐 잡아먹기라도 한대?”남주 누나가 웃으며 놀리자 형수는 남주 누나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그래, 네가 제일 걱정이야. 요물 같은 게, 수호 씨 어떻게 괴롭힐지 뻔하잖아.”“괴롭히는 게 뭐 어때서? 난 괴롭힐 건데? 어디 그뿐이야? 아주 잡아먹을 거야.”남주 누나는 일부러 내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그 말에 형수가 버럭 화를 냈다.“수호 씨 껴안지 마, 당장 풀어줘.”“흥, 싫어. 이렇게 안고 있을 거야. 기회가 되면 이렇게 안고 자는 거지 뭐.”남주 누나는 일부러 형수를 약 올렸다.나도 남주 누
“됐어, 너희 둘도 이제 그만하고 얼른 가자. 이러다 밤새우겠어.”결국 보다 못한 애교 누나가 나서서 분위기를 전환했다.남주 누나는 여전히 내 팔짱을 꼭 끼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심지어 팔에는 남주 누나의 커다란 가슴이 선명히 느껴졌다.솔직히 말해 나는 이런 느낌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남주 누나와 함께 있으면 복잡한 걸 생각할 필요도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애교 누나와 같이 있을 때처럼 누나의 생각과 기분을 생각해 줄 필요도 없고, 형수와 같이 있을 때처럼 이것저것 걱정하며 형한테 들킬까 봐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때문에 나는 남주 누나와 있는 게 좋다.물론 너무 요망해서 자꾸만 나를 놀리고 장난치지만 몸매가 끝내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으니.방금 기회를 틈타 살짝 주물러 봤는데 촉감이 기가 막혔다.게다가 남주 누나는 분명 느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수도 고집이 센 사람이라 남주 누나가 내 팔짱을 놓지 않는 걸 보자 반대편에 와 내 다른 팔을 끌어안았다.“수호 씨를 뺏아가려고? 꿈 깨!”양 옆에 여자를 끼고 있으니 나는 왠지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생리적으로는 너무 즐거웠지만 마음은 너무 불안했다.다행히 형도 애교 누나도 별로 의심하는 눈치는 아니었다.주차장에 도착해보니, 내 차 옆에 세워진 차 바퀴를 누군가 송곳으로 찔러 차주가 길길이 날뛰고 있었지만 나는 별생각 없이 노래방으로 향했다.2차는 자기가 쏘겠다며 자처한 형은 우리를 위해 커다란 룸을 예약해 주었다.함께 노래하며 즐기다가 중도에 남주 누나가 너무 심심하다며 진실 게임과 왕게임 섞어 놀기로 제안했다.“놀자면 누가 못 할 줄 알고? 같이 놀아.”형수도 기분이 좋았는지 형을 잡아끌었다.남주 누나도 당연히 애교 누나를 놓아줄 리 없었다.결국 우리 다섯 명은 모두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다.우리는 게임 룰을 간단하게 변경했다. 다섯 명이 함께 가위바위보를 하여 마지막 남은 두 명이 경쟁하는데,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질문에 답하거나 이긴
“동성 씨가 남자니까 날 안으라는 거죠. 여자면 내가 왜 안겠어요? 고태연, 대체할 거야 말 거야?”형수는 얼른 형 앞으로 다가가더니 형을 남주 누나 앞으로 끌어당겼다.“안아. 내가 동의했어.”그 말에 형의 얼굴은 더 빨개졌다.“태연아, 그만하자...”“안돼. 안아. 안 그러면 내가 쫄았다고 하잖아. 그만 꾸물대고 얼른 가.”형수는 아예 형을 남주 누나에게 밀어버렸다.형의 커다란 몸은 갑작스러운 힘에 못 이겨 비틀거리며 남주 누나 쪽으로 기울며 누나를 와락 안아버렸다.그 순간, 느껴지는 말캉한 느낌에 동성은 가슴이 두근거렸다.더 놀라운 건 그곳마저 발기해 버렸다.이에 놀란 형은 놀라고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도 그럴 게, 이 상태를 형수한테 들키면 난감한 상황이었으니.두 사람이 매일 그렇게 노력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는데, 남주 누나와 한번 부딪힌 거로 바로 반응해 버렸다는 게 말도 안 됐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그 기회에 형의 팔을 감싸안았다.“동성 씨, 제가 예뻐요? 아니면 태연이 예뻐요?”형은 더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다, 다 예뻐요. 다 절세 미녀들이에요. 남주 씨, 제발 그만 놔줘요.”형은 남주 누나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물러났다.형의 그런 반응에 남주 누나는 재밌다고 깔깔 웃어댔다.“자, 계속하자고. 게임이 노래하는 것보다 더 재밌네.”남주 누나의 말에 우리는 2라운드를 진행했다.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 역시 형수와 남주 누나가 마지막까지 남게 되었다.게다가 또 형수가 져버렸다.“왜 또 나야? 오늘 운수가 왜 이래?”형수가 시무룩해서 말하자 남주 누나는 싱긋 웃었다.“1라운드에는 네가 졌지만 벌칙 받은 건 네 남편이잖아. 이번에는 네가 받아야지.”“빙빙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하기나 해. 뭘 할까?”남주 누나는 얼른 나를 가리켰다.“수호한테 뽀뽀해.”그 말에 형수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너 미쳤어? 수호 씨는 우리 남편 동생이야.”“이건 게임일 뿐이야. 졌으면 벌받아야지. 안 그러면 네
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다가와 내 볼에 입 맞췄다.나는 점점 이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러다 남주 누나가 계속 이기면 계속 뽀뽀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럼 진짜 좋겠는데.’4라운드에 나는 겨우 마지막까지 남았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형수였다.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지고 형수가 이겨버렸다.형수가 나에게 어떤 걸 시킬지 생각하고 있을 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불쑥 끼어들었다.“우리 스릴 있는 거 놀지 않을래?”“어떤 거?”“술래잡기. 진 사람이 술래하고 사람 찾을 때마다 상대에게 입 맞춰야 하는 거야. 어때? 스릴 있지?”“그럼 내가 널 찾거나, 수호 씨가 동성 씨 찾아도 입 맞춰야 해?”“당연하지. 남자 여자가 섞여 있고, 술래는 눈을 막고 있어 상대가 누구인지 몰라서 더 짜릿한 거지. 게다가 잡을 때 손이 상대의 어디를 터치할지 모르는 거잖아. 은밀한 곳을 터치하면 더 스릴 있는 거 아니겠어?”남주 누나는 말할수록 더 흥분했고 애교 누나는 점점 얼굴을 붉혔다.“이건 수위가 너무 높은 거 아니야? 하지 말자.”그때 형수가 흥미진진해서 말했다.“난 좋은 것 같은데? 놀자.”형수는 말하면서 일부러 나를 흘긋거렸다.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형수가 이 게임을 놀려고 하는 게 나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나와 형 역시 긴장이 풀려 게임에 적극 참여했고, 애교 누나는 모두가 함께 노는데 혼자만 빠지기 무안해 얼떨결에 참여했다.우리는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했다.1라운드 술래는 형이 맡았다.그러자 남주 누나는 안대를 형에게 씌워 주고는 게임 시작을 알렸다.다들 일부러 소리 내며 형에게 혼란을 줬지만 형의 동작은 의외로 민첩했다. 물론 맨 처음 안은 사람이 애교 누나인 점만 빼면.결국 게임 룰대로 형은 애교 누나에게 입을 맞춰야 했다.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눈을 감자, 형이 입술이 애교 누나의 얼굴에 떨어졌다.솔직히 형은 지금껏 애교 누나에게 절대 사적인 감정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방금 스킨십을 하고 나니 애교
민우는 내 말에 이내 헤헤 웃었다.“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 내가 왜 그런 데로 돌아가냐? 싫어.”“그럼 소파에서 자. 앞으로 나랑 잘 생각도 하지 마. 젠장. 뭔 꿈을 그렇게 살벌하게 꿔? 그것도 모자라 몸은 왜 더듬는 건데? 변태처럼. 대학 다닐 때는 너한테 이런 취미 있는 줄 몰랐는데?”민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동안 너무 오래 참았더니 스트레스 쌓였나 봐.”“쌤통이다. 그날 호텔에서 왜 아무 짓도 안 했는데?”“누구는 뭐 싫어서 안 한 줄 알아? 무서워서 그랬지.”“무서운 것도 많다. 그래서 여태껏 총각 딱지도 못 덴 거야. 저리 가. 화장실 가서 직접 해결해.”민우의 그곳은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만약 상대가 여자라면 눈이 즐겁기라도 할 텐데, 남자라 아무 감각도 없는 건 물론 심지어 안구 테러까지 당한 것 같았다.민우도 괴로웠는지 얼른 대답했다.“그래. 너 먼저 자.”말을 마친 민우는 얼른 일어서서 화장실로 향했다.겨우 침대를 혼자 독차지한 나는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하, 민우 그 자식은 왜 데려와서 생고생인지. 후회돼 죽겠네.’한창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문득 전에 돗자리를 샀던 게 생각나 얼른 트렁크를 뒤졌다. 그렇게 한참을 뒤지다가 겨우 돗자리르 찾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이부자리도 펴주었다. 이따가 민우가 돌아오면 그 위에서 자게 할 생각으로.몇 분 뒤, 민우는 돌아왔다.“수호, 너 이게 무슨 뜻이야?”나는 민우를 흘긋 봤다.“네가 만지는 게 싫어서 그래. 바닥에서 자. 아니면 거실에서 자든가. 네가 선택해.”민우는 화도 내지 않고 혼잣말로 툴툴거렸다.“여기 여자애도 같이 사는 거 아니야? 내가 거실에서 자면 그 애가 불편해서 어떡해? 됐어. 바닥에서 잘게. 여기서 자는 것도 내가 살던 곳보다는 나으니까.”민우는 말을 마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나 역시 겨우 편히 잠들 수 있었다.다음 날, 우리는 함께 출근했다.요즘 직원들은 유독 마음이 잘 맞아 모두 사장님 대
물론 주선영과 합숙 생활을 하긴 하지만, 방에 들어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역시 여자애라 그런지 방도 핑크 핑크하고 귀염뽀짝하게 꾸며져 있었다.사실 방금 전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탓에 나는 잠이 솔솔 몰려왔다. 하지만 이미 과외 해주겠다고 동의한 이상 약속은 지켜야 했다.“내 설명 이해됐어? 사실 이 과목 아주 간단해. 인체의 각 부위에 대응해서 이해하면 바로 기억할 수 있어.”나는 말하면서 하품했다.그도 그럴 게, 벌써 새벽 1시라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었다.주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충 알아들었어요. 물론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괜찮아요. 내일 교수님 질문에 대답할 정도는 충분해요. 오빠도 피곤할 텐데 얼른 가서 쉬세요.”나는 사양하지 않고 바로 일어났다.“그래. 나 먼저 가서 잘게. 너무 피곤해서. 너도 일찍 자.”방에 도착했더니 민우가 이미 내 침대 위에 대자로 뻗어 내 자리까지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나는 얼른 다가가 민우의 다리 한쪽을 끌어 옆으로 밀었다. 다행히 민우도 깊이 잠들었는지 내가 그렇게 했는데도 깨어나지 않았다.얼른 그 옆에 누웠더니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눈이 스르르 감겼다.하지만 내가 한참 자고 있을 때, 갑자기 손 하나가 내 몸을 더듬으면서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설아야, 너 몸매 진짜 좋다...”‘이건 민우 목소리 아닌가?’‘설마 자면서 나를 임설아로 착각한 거야?’순간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아 보니 민우의 아래가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이 변태자식. 감히 나를 여자로 착각해?”게다가 몸까지 더듬거리는 바람에 너무 역겨웠다.나는 민우를 깨우려고 연신 발길질했으나, 이미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민우는 내가 아무리 차도 깨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마음 같아서는 밖에 내다 버리고 싶었지만, 내가 집으로 끌어들였으면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결국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민우를 보다가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민우가 다시 나를 끌어안
방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두말 없이 백연우를 벽에 밀쳤다.“아까 저를 혼내 준다고 했죠? 어디 혼내 봐요.”나는 백연우의 옷을 거칠게 찢었다.그러자 백연우는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안 그러면 어떡해. 발각될 텐데.”나는 더 이상 그런 걸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원래는 속전속결로 끝내려고 했으나, 막상 그 행위에 빠지니 시간 가는 줄도, 주선영이 기다리는 줄도 까맣게 잊은 채 눈앞의 아리따운 여자로 머리가 꽉 차버렸다.백연우와 이런 짓을 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백연우는 고난도 동작을 시도했다. 심지어 세 번이나 해 결국에는 기진맥진해졌다.여자가 성욕이 쌓이면 남자보다 더 무서워진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나는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있었고, 백연우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고작 세 번 만에 힘 빠진 거야?”“매번 할 때마다 40분도 넘게 했거든요. 게다가 다 제가 리드했으니 당연히 체력 소모가 심하죠.”나는 핑곗거리를 찾았다.‘그런데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즐거운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거야? 이러니까 오히려 내가 당한 것 같잖아.’“오늘 자고 갈래?”백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망사 원피스를 걸치며 말했다.하지만 그때, 나는 문득 주선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떠올라 얼른 침대에서 내려왔다.“헐. 큰일 났다. 선영을 잊었네.”나는 신속히 옷을 갈아입고 다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순간까지도 내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불여우한테 단단히 홀렸네. 이러다 목숨이 남아나질 않겠어.’나는 속으로 감탄했다.한편, 백연우는 내 앞에서 경험 많은 누나인 것처럼 굴더니 내가 떠나자마자 얼굴색이 싹 바뀌었다.“어린놈의 자식이. 뭔 힘이 그렇게 세? 습... 다리 아파.”알고 보니 백연우는 내 앞에서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걸 숨기려고 일부러 연기한 거였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백연우는 워낙 뭐든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여자니까....내가 여자 기숙사 아래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나는 급한
“미쳤어요? 학과장이라는 사람이 왜 그래요? 학생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이곳은 학교지 용천호텔이 아니다. 때문에 이토록 서슴없이 행동하는 백연우가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백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느새 손을 내 옷 속에 밀어 넣어 손끝으로 내 피부를 살살 간지럽혔다.“내 눈을 봐.”백연우가 속삭이듯 말하며 바짝 달라붙는 바람에 내 몸도 점점 불타올랐다.하지만 나는 이성을 유지한 채 백연우의 손을 잡았다.“안 돼요. 난 더 이상 예전처럼 굴지 않아요. 전 양동준 형님처럼 강해지고 싶어요.”백연우는 내 말을 무시한 채 발끝을 들더니 내 입술에 쪽 입맞춤하더니 따뜻한 입김을 내 턱에 불었다.“양동준처럼 강해지는 거랑 누나를 만족시키는 게 서로 모순되지는 않잖아. 양동준처럼 강해져도 나랑 하는 데 지장 없는 거 아니야?”“안... 안돼요...”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연우는 내 턱을 깨물었다. 그것도 아주 살짝.백연우는 일부러 나를 자극했다. 심지어 내 옷 안에 들어온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백 쌤... 읍...”백연우가 내 입을 마는 바람에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이 요물 같은 여자는 남자 마음을 어떻게 휘어잡아야 할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먼저 내 마음에 불을 지펴놓고 오히려 생글생글 웃으며 뻔뻔하게 물었다.“더 원해?”당연한 걸 왜 묻는지. 나는 이미 완전히 자극받아 당장 이 자리에서 백연우를 안고 싶었다.하지만 백연우는 내가 직접 말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역시 누나라 이건가? 사람 마음을 너무 잘 휘어잡네.’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백연우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날 이렇게 만들었으면서 원하는지 묻긴 뭘 물어요?”나는 아래가 너무 불편해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백연우가 갑자기 나를 놀려댔다.“그런데 이젠 내가 싫어. 나 숙소 돌아갈 거야.”“안 되죠.”나는 백연우가 도망칠까 봐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먼저 나를 건드렸으면서 어딜 도망치려고?’“좋아요. 우리
“그런데 두 분 모두 저한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는데, 제 성적이 나빠 실망할까 봐 걱정돼요.”“넌 가만 보니 생각이 너무 많아. 뭐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지부터 생각하니 진짜 너를 잃는 거야.”이런 성격은 좋지 않다. 남을 만족하기 위해 항상 본인이 고생하니까.본인도 즐겁지 못하면서 남을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그래서인지 이제는 남주 누나와 백연우 쌤 같은 성격이 좋다고 느껴진다.소탈하고 자유롭고. 자기한테 그 어떤 압력도 부담도 주지 않으니까.“저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이랬어요.”“성격이 그런 건 네 탓이 아니야.”나는 계속해서 주선영을 위로했다.그러자 주선영은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수호 오빠, 저 정말 생각을 바꾸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그래서 오빠 도움이 필요해요.”나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책 가져와. 내가 도와줄게.”주선영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책가방에서 책을 찾았다. 하지만 얼마 뒤, 이내 입을 삐죽거리며 나왔다.“어떡해요? 책을 두고 왔어요.”“그럼 내일 돌아오면 가르쳐 줄게.”“안 돼요. 교수님이 제 학습 정황 확인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면 부모님을 부르겠댔어요.”‘뭔 선생님이 이래? 대학에서 무슨 학부모를 불러?’나는 속으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다 나중에야 생리학 교수님이 주선영 어머니 친구라는 걸 알게 됐다.‘난 또 주선영의 머리가 너무 나빠서 이런 방식으로 압력 주는 줄 알았네.’나는 머리를 마구 긁적였다.“아니면... 내가 차로 데려다줄 테니까, 학교에서 책 가져올래?”주선영은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 생각 했어요.”“그럼 가자.”벌써 9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차로 갔다 다시 돌아오면 아마 11시가 될 거다. 때문에 나는 얼른 책을 가지고 돌아와 주선영을 가르쳐주고 일찍 잘 생각이었다.우리는 강북대 한의과 대학에 도착하자마자 함께 여자 기숙사 쪽으로 걸어
‘무슨 뜻이지?’‘내가 노출증 환자라고 생각하는 건가?’나는 너무 어이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됐어. 설명하기도 귀찮아.’이런 일은 차라리 꺼내지 않는 게 상책이다. 안 그러면 말할수록 난감해질 테니까.나는 얼른 주전자 쪽으로 다가가 물 한 컵을 따랐다.그때 주선영이 갑자기 물었다.“수호 오빠, 오빠 학교 다닐 때 생리학 잘했죠?”“그건 의대생 기본 아니야? 생리학, 인체 구조는 다 기본이잖아. 그것도 못하면 혈 자리는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한의사가 될 수 있겠어?”내 말에 주선영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부끄러운 듯 말했다.“난 그거 어려워요. 생리학 수업 들을 때 교수님이 보여주는 그림만 보면 너무 부끄러워요. 이번에도 C 학점 받았어요.”C학점이면 낙제라는 뜻이다. 그런 점수라면 앞으로 졸업에도 영향 줄 수 있다.나는 주선영의 말이 너무 놀라워 ‘저래서 어떻게 의학을 배우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내가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주선영이 말을 이었다.“수호 오빠, 혹시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저 그쪽 지식 과외 좀 해 줘요.”“지식점은 모두 책에 있어. 진짜 배우고 싶으면 책 보면 돼. 네 가장 큰 문제는 태연하지 못하다는 거야. 의학을 배우는 애가 생리학과 인체 구조를 학습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런데 그걸 부끄러워하면 어떡해?”내 말에 주선영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다.“아마도... 어릴 때 겪은 일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요.”그 말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무슨 일을 겪었길래 그렇게 부끄러워해?”주선영은 입술을 깨문 채 붉은 눈으로 나를 봤다.“어릴 때, 남자 친척이 우리 집만 오면 엄마 아빠가 없는 틈에 자기 그걸 보게 했어요... 그때 너무 무서워서 엉엉 울었었는데. 그 뒤로 남자 몸을 마주하는 게 무서워요. 책 속에 있는 사진도 보지 못하겠어요.”처음에는 호기심에 질문한 거였는데, 주선영의 경험을 듣고 나니 화가 치밀었다.‘젠장. 그게 성추행이랑 뭐가 달라?’‘어린애한테 그런 게 얼마나 큰 상처로
“상대는 연애 한 번 못 해본 순진한 애라서 무조건 조심해. 평소에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지 말고.”내가 민우와 얘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여대생? 그것도 모쏠? 나한테 소개해 줄 수 있어요?”그 사람은 오민혁이었다.오민혁은 화인당에 몇 없는 솔로인데, 매일 연애하겠다고 노래를 불러대지만 언제 한번 성공하는 꼴을 본 적 없다.나는 순간 난감해졌다.“감히 누굴 노려요? 상대는 여대생이라고요. 아직 학교 다녀요. 본인이 그런 여자애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오민혁은 뻔뻔하게 말했다.“어울리지 못할 건 또 뭐예요? 아직 어울려 보지도 못했는데, 뭔 자격을 논해요?”‘헐, 말꼬리 잡으시겠다?’나는 아예 오민혁을 향해 발길질했다. 그러자 오민혁은 키득키득 웃으며 옆으로 피했다.“수호 형님, 그 여대생 나한테 소개해 줘요. 나도 여자 맛 좀 보게 해줘요. 나 지금 기운만 넘친다고요.”일전에 오민혁과 교류가 많지 않아 그가 이런 성격일 줄은 알지 못했다.그런데 지내고 보니 털털하고 뒤끝 없는 성격 같았다.전에 분명 기분이 안 좋다고 애먼 상대에게 화풀이했는데, 그걸 꽁해하지도 않고. 나는 오민혁의 이런 성격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진지하게 말했다.“안 돼요. 상대는 내 여자 친구 사촌 동생이에요. 민혁 씨가 그 애를 해치게 둘 수 없어요.”“누가 해친대요? 그냥 진지하게 구애하겠다는 거잖아요. 결혼을 전제로. 그러면 괜찮죠?”나는 아예 오민혁을 째려봤다.“결혼이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알아요? 하고 싶으면 하게?”“에이, 시도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알아요. 시도할 기회도 안 주고, 어떻게 안 되는 줄 알아요?”“징그럽게 굴지 말고 저리 비켜요.”나는 오민혁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민우를 끌고 떠났다.난 절대 주선영을 오민혁한테 소개해 주지 않을 거다. 주선영한테는 더 좋은 남자가 어울린다.20여 분 뒤, 나는 민우를 데리고 내가 살고 있는 월세방에 도착했다.어젯밤 사고가 있은 탓에 주선영은
“그래. 네 안목 뛰어나. 임설아 진짜 좋은 애야.”나는 추억에 잠겨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민우의 어깨를 툭툭 치려 했지만, 손을 든 순간 너무 아파 미간을 찡그렸다.그러자 모태진이 얼른 다가와 나를 부축했다.“수호 씨, 돌아가서 붕대 다시 감아 줄게요.”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모태진을 바라봤다.모태진이 전에 나를 오해한 것만 생각하면 기분이 아주 나빴다. 심지어 앞으로 모태진 일에 참견도 하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 맹세까지 했었다.하지만 한의관에 문제가 생기고, 나한테 일이 생기니 모태진은 누구보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했다.게다가 방금 전 한은솔이 그 노랑머리 놈과 다시 붙어 다니는 걸 본 탓에,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됐다.하지만 워낙 속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모른 척하려니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모태진에게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어쨌든 할 말은 이미 했으니 성택은 본인이 알아서 해요.”이 말을 하고 난 뒤, 나는 속이 후련해서 다시 화인당으로 향했다.내가 돌아오자 동료들은 일사불란하게 나를 도와 붕대를 감아주었다.사실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었다. 그저 간단한 외상이라 물약만 발라주면 나을 정도였다.동료들은 내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면서 나를 공신 대접해 줬고, 그 덕분에 내 마음도 흐뭇했다.책임을 짊어지는 게 이렇게 성취감 있을 줄은 몰랐다.가게에 몇 없는 여직원들도 나에게 은근히 친절하게 굴었다.“수호 오빠, 오늘 저녁 시간 있으면 같이 식사라도 할까요?”“수호 오빠, 최근에 새 영화가 개봉했던데, 제가 영화표 쏠게요.”나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난 됐어요. 다른 사람과 함께 가요.”오민혁이 얼른 맞장구쳤다.“그래요. 차라리 나랑 같이 가요. 나 아직 솔로예요. 우리 수호 형님은 주변에 널린 게 여자라 두 사람한테 기회가 없을걸요.”“쳇, 수호 오빠처럼 실력이나 기르고 데이트 신청해요.”여직원들이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고 하나 둘 떠나가자 오민혁은 울적한 표정
심지어 굉장히 체면이 서고 우쭐했다.‘내가 김진호를 제압하고 이 깡패들한테 겁을 줬다니, 너무 대단한걸.’하지만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여전히 칼을 김진호의 목에 겨누었다.“네가 절대 그냥 물러서지 않을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어. 정 사장님과 화인당을 노리고,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네가 목적에 달성하지 않은 이상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란 거 난 알아. 하지만 경고할게. 화인당은 건드리지 마. 나도 건드리지 마. 앞으로 화인당 한 번만 더 노리고 날 꼭지가 돌게 하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나는 말하면서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칼날이 김진호의 살갗을 찢으며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김진호는 목에 통증이 느껴지자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 얼른 칼 치워. 나 목에 스크래치 났잖아.”나는 손쓸 때에도 계속 김진호를 주의하고 있어, 대동맥은 피해 공격했다.하지만 사람이 공포에 질리면 머리가 새하얗게 질린다고, 김진호는 그런 것까지 생각할 수 없었다.나는 놈들더러 우리 쪽 사람을 모두 풀어주게 하고, 짐을 챙기게 한 뒤 당장 이곳을 떠나게 했다.김진호는 이번에 정말 놀란 듯 허둥지둥 기어 일어나더니 제 목을 감싸 쥔 채 기사에게 소리쳤다.“병원, 병원으로 가. 얼른! 나 죽기 싫다고.”승합차가 멀어지자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겨우 한시름 놨을 때, 민우와 모태진이 함께 쳐들어왔다.“수호 씨, 괜찮아요?”“김진호 그 개자식. 아까 분명 가는 척하더니 또 돌아오던데, 역시 너한테 시비 걸러 온 거였구나. 너 어쩌다 이 지경으로 쥐어 터졌어? 그 개자식, 만나기만 해봐라...”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별일 아니야. 그냥 가벼운 외상이야. 뼈를 다친 것도 아니야. 그 지식 이번에 제대로 놀랐을걸.”“대체 어떻게 된 거야?”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그러자 민우는 박장대소하며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대단한데. 내 전매특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