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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21화

“괜찮아, 사식이랑 같이 가면 돼. 둘째 아주버님과 하던 얘기마저 나눠.”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말했다.

손왕은 두 손을 소매에 넣은 채 “됐습니다. 본왕도 조용히 있고 싶네요.”라고 말하며 소매 속에 감춰 둔 제비집으로 만든 간식을 만지작거렸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뒤에 바짝 붙어 그녀를 엄호했다. 두 사람이 문 앞에 가까워지자 그곳에 공주들과 주명취가 둘의 앞을 막고는 인사를 했다.

원경릉은 그제야 주명취의 행색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그녀는 장미꽃무늬가 수놓인 저고리와 화려한 망토를 두르고 있었으며 곱게 땋은 머리에 고급스러운 비녀가 황실의 여인의 품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반면에 원경릉은 헐렁한 주름치마에 솜이불처럼 두껍고 무거운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망토가 따듯하긴 하지만 투박해 보였으며 크기가 엄청 커서 마음만 먹으면 우문호 같은 장정도 망토 안에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문경 공주와 진평공주 그리고 낙평공주는 모두 부마를 데리고 왔다. 우문령은 낙평 공주의 뒤에 숨어 머리를 내밀고 주명취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훑어보며 빠른 걸음으로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다가왔다

“다섯째 오라버니, 왕비!”그녀는 들고 있던 작은 손 난로를 옆에 있던 궁녀에게 쥐어주며 “모비께서 춥다고 들고 가래서 가져왔더니 더워 죽겠어!”라고 말했다.

그녀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기쁜 표정으로 방방 뛰었다.

“초왕비! 드디어 뵙게 되었네요!”

애교가 철철 흐르는 우문령의 얼굴을 보고 원경릉도 웃으며 “제가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초왕부에 오세요.”라고 말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모비께서 못 가게 합니다! 근데 왕비께서는 왜 나오셨습니까? 용의를 찾으러 나왔습니까?”

우문호는 옆에서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우문령과 원경릉을 번갈아 보았다.

“내 시선이 닿는 곳에만 있거라.”

“왜요? 다른 사람이 초왕비를 데리고 갈까 봐 걱정됩니까?” 우문령이 물었다.

“그래! 네가 조잘거리는 입으로 내 부인을 홀려서 어디로 데리고 갈까 겁이 난다! 원용의를 찾으려면 혼자 찾거라.” 우문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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