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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0화

소빈의 최후

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먼저 덕비를 봤다.

내로라하는 어진 후궁의 몸으로 덕비가 받은 가정교육은 이런 충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확실히 덕비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머리속이 새하얘졌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자, 손발이 마비될 정도로 화가 나서 소빈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얼굴을 부들부들 떨고 겨우 뱉은 말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지껄이는 구나!”

소빈의 얼굴에 비현실적인 미소가 떠오르는데 마치 안개 속의 꽃 같아서 처량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소빈은 덕비에게 계속: “덕비마마, 내가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당신은 부끄러움을 아는 모양이지? 하지만 당신은 죽을 때 아무것도 남은 게 없을 걸, 은총은 허무한데 외모가 늙은 뒤엔 후회해도 소용없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뜨겁게 사랑했던 적이 있기나 했을까?”

“그 입 다물지 못할까!” 덕비가 소빈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얼굴이 새파래지도록 화가 나서, “어서 죽음을 받아들이거라.”

소빈이 느릿느릿 흰 비단으로 걸어가 손을 뻗어 만졌다.

원경릉은 이 사람이 비록 나쁜 자지만 그녀의 선택이 만약 오숙화와의 사랑이었고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것이었다면, 죽을 지 언정 아마 비장한 심정일 것이다.

사는 법이 달랐다. 그 뿐이다.

덕비의 안색이 얼음처럼 차가워지며 소빈에게 일말의 자비나 긍휼의 마음도 없어졌다. 그저 냉정하게 그녀가 흰 비단을 쥐는 동작을 보고 있다.

원경릉도 그녀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목을 매고 자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소빈은 흰 비단을 안고 땅에 꿇어앉아 실성한듯 통곡하며, “덕비마마, 황제폐하께 소첩이 망령된 행동을 했으나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 용서해 달라고 말씀드려 주세요. 저를 출궁시키시든 옥에 가두셔도 되니 제발 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원경릉은 이런 갑작스런 돌변을 감당하지 못하겠다.

소빈은 방금까지 조금도 후회의 기색 없이 득의양양 하게 자신의 인생관을 떠벌리더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소빈의 말에는 전혀 동조할 수 없지만 열정과 냉정을 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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