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에 대한 평가명원제는 예친왕, 냉정언과 얘기를 나눈 후 기왕부에 성지를 내리고 어서방으로 돌아왔다.목여태감은 명원제에게 쉬길 권했지만 명원제는 고개를 젓고, “들어오너라, 짐 곁에서 얘기 좀 하자.”목여태감이 들어와 우선 차를 끓여서 올린 후 손을 모으고 한쪽 곁에 시립해 있다.명원제는 나한상에 반쯤 기대 앉아 미간을 주무르는데 이마의 주름이 더욱 깊어진 것 같다.“큰애가 올해 서른이지?” 명원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는데 피로해서 목이 잠겼다.“예 폐하, 그렇습니다. 기왕 전하는 올해 서른이십니다.” 목여태감이 답했다.명원제가 ‘흠’하더니, “시간이 정말 빨라, 짐이 어제 걔들을 봤을 때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거 같았는데 눈깜짝할 사이에 형제를 해치는 법을 알고 말이야.”목여태감이 깜짝 놀라 얼른 무릎을 꿇으며 당황해서: “황제 폐하!”명원제가 냉소를 지으며, “짐이 통 얘기를 안 했어 그렇지 않은가? 짐이 말하지 않으면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채지 못하겠나?”목여태감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짐의 아들 중에 짐은 큰 아이에게 기대가 컸어, 어릴 때부터 탁월했고 총명하고 침착했지. 그런데 요 근래 갈수록 경솔하게 자만하고, 위세가 날로 커지는 것이 큰 애의 속셈을 짐이 모를 줄 아는가? 짐은 큰 애한테 실망했네.”“폐하, 기왕 전하는 고치실 것입니다.” 목여태감은 황제의 의중을 알지 못해 함부로 추측할 수 없고 그저 작은 소리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명원제가 엄한 목소리로: “고쳐? 성격이야 고칠 수 있지만 야심은 어떻게 고친다는 말이냐? 지금 아직 태자인데도 형제를 해치는데, 득세한 뒤 짐이 더 늙기라도 하면 형제들이 전부 큰 애 손에 죽지 않겠느냐?”목여태감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폐하 고정하시옵소서!”“둘째는 평범하고, 셋째는 유능하지만 성질이 급하고, 넷째는 그래도 재주가 좀 있는가 싶은데 아쉽게도 속이 좁아서 사람을 포용하질 못하고, 여섯째는 차분한데 병을 앓고 나은 후라 땅을 떼어주어 분봉왕으로 유유자
깨어난 팔황자의 증언혈액이 섞이면 신분이 크게 떨어지거나 하늘의 보우하심이 줄어든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은 황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실지로 원경릉은 이미 완전히 지쳐서 뻗기 일보 직전이었다.황후는 그녀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더욱 분통을 터트렸으나 황제가 신임하니 달리 도리가 없었다.궁에서 보낸 지 5일째, 원경릉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 걸 보시고 하늘도 불쌍하게 여기셨는지 마침내 팔황자 상태가 크게 호전되었다.팔황자는 깨어나서 눈을 뜨고 계속 원경릉을 바라봤다.원경릉이 웃으며 물러났다.황후가 달려와서 팔황자를 끌어안고 엉엉 통곡했다.궁녀가 와서 황후를 부축하고 어의도 와서 기쁜 목소리로 명원제에게: “안정되셨습니다. 안정되셨어요.”명원제가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리고, 원경릉만 남게 했다.황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어명을 따를 수 밖에 없어 물러나 밖에서 기다렸다.원경릉도 가슴이 쿵쾅거렸다.원경릉은 황제가 최후의 진상 조사를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이 진상 조사는 아마도 황제가 아직 다섯째를 믿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어쩌면 황제는 다섯째의 결백을 철저하게 밝혀 주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어떤 쪽이든 물을 건 묻겠지.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팔황자가 막 깨어났는데 그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을까? 그리고 기억에 착란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명원제의 손이 팔황자의 얼굴을 매만지며 사랑이 넘쳐 가슴이 아릴 정도로, “귀요미야, 아직도 아파?”“아파!” 팔황자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고 하나도 힘이 없다.“착하지, 조금만 참자, 그러면 금방 안 아플 거야.” 명원제가 다독거렸다.“아파!” 팔황자가 여전히 말했다.명원제가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진통제가 있나?”“드렸어요.” 원경릉이 말했다.명원제는 팔황자의 손을 잡고, “들었지? 진통제가 들어 갔으니까 곧 안 아플 거야.”팔황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돌려 원경릉을 봤다.원경릉이 약간 앞으로 기대며, 팔황자에게 힘내란 눈빛을 보냈다.명원제가
자금단 한 알을 더 먹자 팔황제 상태는 더 안정됐다.이 모습을 보고 원경릉은 또 한 번 자금단의 대단함을 깨달았다.팔황자의 상황이 안정된 후 원경릉과 우문호는 드디어 함께 왕부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왕부에서 조급하게 소식을 기다리던 사식이는 원경릉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입을 꾹 닫고 묻지 않았다. 우문호도 궁에서 며칠간 상처를 치료했고 별문제 없었다. 왕부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조부에서 급한 일이라며 그를 찾았다. 그는 원경릉이 유산 방지약을 먹는 것을 보고 난 후에 경조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경릉은 자신은 괜찮다며 빨리 가서 일을 먼저 보라고 그를 쫓아냈다. 그녀의 성화에 못 이겨 하는 수없이 그는 경조부로 갈 수밖에 없었다. 팔황자의 치료를 마친 후에 명원제는 원경릉의 공로를 널리 알리지 않았다. 비록 수혈도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혈액을 공급해 준 것도 원경릉이 아니고 또한 수혈로 인해 그녀는 황후의 미움을 샀기에 원경릉은 명원제의 결정을 당연하다고 여겼다.왕부에서 며칠 편하게 지내다가 원경릉은 궁에 들어가 팔황자의 상태를 살폈다. 팔황자는 침상에 누워있었다. 황후가 팔황자의 상처가 심하니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명했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팔황자의 심장박동과 맥박 등을 살폈다. 전보다 많이 회복되었으며 정상 범위에 가까웠다. 팔황자는 비록 심하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침상에 앉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원경릉은 검사를 마친 뒤 그가 그린 그림을 보았다. 그림에는 문이 있었는데 문틈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창이야, 이 문이 어디 문인지 알려 주겠니?” 원경릉이 물었다.팔황자는 몸을 돌리고는 말이 없었다. “왕비 개의치 마십시오. 여덟째는 평소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낯을 가리는 모양입니다.”옆에 있던 구황자가 대답했다.“응. 알아.” 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팔황자를 보며 “여덟째야 잠깐 눈 좀 보여주겠니?”라고 물었다.팔황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얼굴을 돌려
원경릉이 궁에서 나온 뒤 왕부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희상궁이 허겁지겁 들어왔다.“기왕부 사람이 왕비를 뵙고 싶어 합니다!”“싫어요!” 원경릉은 거절했다.“기왕비의 병 때문에 왔다고 합니다.””“그래도 싫어요.” 원경릉이 자리에 앉자 다바오는 그녀의 발밑에 엎드린 채 귀를 쫑긋 세웠다.희상궁은 고개를 끄덕이며 “왕비님께서 정 그러시다면 굳이 만날 필요는 없지만, 그럼 만나지 않는 구실을 찾아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몸이 안 좋다고 하세요.” 원경릉이 대답했다.“어떻게 그렇게 말합니까? 안됩니다. 흠…… 아니면 지금 몸조리 중이라 누구 얼굴을 볼 겨를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희상궁이 말했다.“그거나 그거나 뭐가 다릅니까?” 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몸조리는 안 좋은 게 아니라 좀 더 건강해지려고 하는 느낌이잖아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제 말을 들으시는 게 좋습니다.”“상궁 마음대로 하세요.” 원경릉은 미소를 띠고 답했다.“그나저나 사식이는요?” “제왕부에 갔다고 합니다. 듣자 하니 원후궁과 제왕비가 다투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왕이 원후궁을 때리려고 했고, 원후궁이 화가 나서 친정에 찾아가 이를 고하자고 했답니다. 그래서 사식이가 가서 이를 처리하고 있답니다.”원경릉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왕비와 원용의가 싸웠다고? 원용의가 손가락 하나로 제왕비의 목을 졸라 죽였을 텐데……”“내막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죠.” 희상궁이 제왕비의 요술을 간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사식이가 돌아오면 꼭 물어봐야겠습니다. 요즘 정말 심심했던 참인데 이야기를 꼭 듣고 싶네요.” 원경릉이 빙그레 웃었다.‘제왕부의 일이라…… 가만 보자 옥수수 어디 없나? 팝콘이라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제왕부에 가득 찬 여군들을 보자 제왕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제왕비도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도와줄 사람들을 찾으러 갔다. 하지만 이 일이 주씨 가문에 알려진다면 그녀의 조부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싸움이 벌어진 이유는 제왕비가 정원을 거닐고 있다
제왕은 창백한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며 원씨 집안의 노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부인은 손에 호랑이 머리가 달린 지팡이를 쥐고 있었고 그 뒤에는 여군들이 창을 들고 있었다. “어르신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지금 무기를 가지고 본왕을 위협하시려는 겁니까?” 제왕은 속으로 벌벌 떨었지만 겉으로 티가 나지 않게 물었다.“위협이 맞죠. 그렇지 않으면 왜 우리가 창을 들고 왔겠습니까?” 노부인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제왕은 입이 굳어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카리스마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으며 수차례 전쟁에 참여한 원씨 집안의 여군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이건 도가 지나쳤습니다. 본왕은 그저 안하무인 하는 태도를 고치기 위해 황실의 도리를 배우라고 했을 뿐입니다!” 제왕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이를 본 주명취도 매우 난감한 표정이었다.지금 상황으로는 제왕은 절대 원씨 가문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원씨 집안이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해도 제왕부에서 당대의 친왕에게 폭력을 휘두르지는 못할 것이다. 원씨 집안의 여군들은 창을 들고 있었지만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단정하게 보였다.노부인과 제왕의 사이로 주명취가 담담하게 등장했다. 금방 일어난 소동으로 그녀의 잔머리는 흐트러지고 소매가 구겨졌지만 표정만큼은 엄숙한 것이 친왕비의 위엄을 유지하려는 듯 보였다. “노부인, 원후궁에게 도리를 따르게 하는 것은 본비의 뜻입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는 무슨 일이 있거든 본비에게 보고를 하고 오십시오. 그리고 이 일은 부녀자 간의 일이니 왕을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원용의는 모친인 원부인이 주명취의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제왕비 말씀을 하실 때 주의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잘못했다가는 왕비께서 후궁을 괴롭혔다는 벌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원가의 여식이 밖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겪게 된다면 결코 참지 않을 겁니다.”제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누가 원후궁을 괴롭혔다고 그럽니까? 도리를 지키는 게 좋다고만 했습니다!” 라고 말했다.“
원용의는 주명취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 앞에 차가운 표정으로 섰다.“나를 쫓아내고 싶은 거죠? 어림없지!”주명취는 눈살을 찌푸리며 원용의를 보았다.“아무도 너를 쫓아내려고 하지 않아. 난 단지 네가 황실의 규범을 배우길 바랄 뿐이다.”“황실의 규범? 그냥 나를 괴롭히고 싶은 거 아니고요? 내가 왕비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이 존중받지 않는다고 생각된 거죠? 말해봐요 내가 언제 당신을 존중하지 않았죠? 합당한 이유를 댄다면 나! 원용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겠습니다.” 원용의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난 너를 탓하지 않아 또한 네가 용서를 빌 필요도 없다. 앞으로 주의하면 돼.”“명취야. 쟤를 저렇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제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주명취에게 말했다.원용의는 고개를 휙 돌려 제왕을 노려보았다.“왕야는 무엇을 아신다고 그러십니까? 그 현장에 있었습니까?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주제에…… 당신이 태자가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당신이 태자였으면 북당의 미래가 어떨지 뻔합니다!”“너…… 너 원용의!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제왕은 화가 치밀었다. 원용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 분노를 삼키면 몸에서 천 불이 끓어 화병에 걸릴 것 같았다. 차라리 죽어도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싶었다. “본왕에게 그런 망언을 하다니! 네가 왕비에게도 얼마나 망언을 했을지 안 봐도 뻔하구나! 잘못을 하고도 인정을 하지 않는 모습이 가증스럽다!”“당신이야말로 정신을 좀 차리세요. 주명취가 당신에게 무슨 약을 먹였는지 모르겠는데 왜 그렇게 저 여자를 믿는 겁니까?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요! 제 옆에 시녀들도 봤어요. 저 여자가 저를 먼저 괴롭혔습니다. 갑자기 심기가 안좋아졌는지 다짜고짜 나보고 꼴불견이라며 어깨를 툭툭쳤습니다! 주명취, 어쩜 그렇게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듯합니까? 제 성격이 거칠고 우악스러워도 도리는 지키는 사람입니다. 진실을 말하세요! 갑자
둥근 얼굴의 여자아이가 문을 들어왔다. 그녀의 성격은 시원시원하고 소탈해서 단시간에 집식구들과 잘 어울렸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다. 매번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녀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고 식구들 모두 보물이 집에 들어왔다며 으스댔다. 그러나 그녀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점점 거칠게 느껴졌으며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놓고 화를 냈다. 그래서 이번 기회로 제왕은 그녀의 거친 성미를 고치고 황실의 규범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원용의는 잘못한 게 없었다. 오히려 제왕이 믿고 있던 주명취가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주명취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용의를 후궁으로 들이는 것을 찬성한 것도 주명취였고, 제왕도 그녀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제왕부가 원가의 힘을 빌려 제왕이 태자가 되길 바랐다. 그렇게 되면 주명취는 태자빈이 될 수 있었다. 제왕은 주명취가 태자빈 자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태자 자리를 쟁탈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태자 자리가 얼마나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가야 하는지 알았고, 결국 자신과 주명취를 해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주명취는 그를 보며 냉담하게 웃었다.“이 일은 결국 내 잘못이라는 거죠? 내 잘못입니다. 나는 원후궁의 성질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되겠네요. 나는 제왕비로서 원후궁이 경솔하거나 저속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겼어요.”그녀는 고개를 들고 원씨 노부인을 쳐다보며 복신했다. “노부인, 저는 그저 다 원후궁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그런 겁니다. 근데 괜히 일을 벌였네요. 이렇게 완전 무장으로 제왕부에 오시다니 다음에는 제왕부도 천군만마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소란을 피웠습니다. 원후궁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주명취는 원용의 쪽으로 몸을 굽혔다. “미안합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시녀와 함께 돌아서서
주명취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이내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제왕은 그녀를 보며 “왕비 많이 지쳤을 테니 들어가 쉬십시오.” 라고 말했다.주명취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황실에는 내 편이 하나 없네요. 오늘 한 번 더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거만한 표정으로 돌아서더니 갈 길을 갔다.원씨 노부인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왕야. 늙은이도 이만 가보겠습니다.”“할머님 조심히 가세요.” 제왕은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원씨 가족들이 모두 제왕부를 떠났고, 사식이도 자리에서 물러났다.제왕은 원용의와 눈빛만 교환할 뿐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오늘은 모두 당신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차별하는 마음을 버리시고 나를 때리지 마세요. 나는 당신의 아내이고 당신은 나의 남편입니다. 당신은 나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앞으로 당신이 이 점을 깨닫고 이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면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랍니다.”원용의가 말을 마친 후 제왕을 보고 정색했다.제왕은 근엄한 표정으로 원용의의 복스러운 얼굴을 보았다.“배고프지?”“아침도 안 먹었는데, 당연히 배고프죠.” 원용의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본왕과 식사를 같이 하자.” 제왕은 하인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괜히 배도 안고픈데 같이 먹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원용의가 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제왕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고 원용의는 뜻하지 않게 그의 등에 이마를 부딪혔다. 그녀는 황급히 뒤로 몇 발짝 물러서더니 “당신이 멈춰서 그런 겁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원용의는 연약한 제왕의 등 뼈가 부러졌을까 걱정했다. 제왕은 고개를 돌려 웃어 보였다.“본왕이 뭐라고 했느냐? 왜 그렇게 급히 변명을 하느냐?”원용의는 교훈을 얻었다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그를 보았다.“원인과 결과를 잘 파악해야죠.”“이번에는 본왕의 잘못이다. 가자 돼지야.” 제왕이 웃으며 몸을 돌렸다.“누가 돼지입니까? 내가 어디가 뚱뚱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