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469화

작가: 유애
원용의는 주명취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 앞에 차가운 표정으로 섰다.

“나를 쫓아내고 싶은 거죠? 어림없지!”

주명취는 눈살을 찌푸리며 원용의를 보았다.

“아무도 너를 쫓아내려고 하지 않아. 난 단지 네가 황실의 규범을 배우길 바랄 뿐이다.”

“황실의 규범? 그냥 나를 괴롭히고 싶은 거 아니고요? 내가 왕비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이 존중받지 않는다고 생각된 거죠? 말해봐요 내가 언제 당신을 존중하지 않았죠? 합당한 이유를 댄다면 나! 원용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겠습니다.”

원용의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난 너를 탓하지 않아 또한 네가 용서를 빌 필요도 없다. 앞으로 주의하면 돼.”

“명취야. 쟤를 저렇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제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주명취에게 말했다.

원용의는 고개를 휙 돌려 제왕을 노려보았다.

“왕야는 무엇을 아신다고 그러십니까? 그 현장에 있었습니까?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주제에…… 당신이 태자가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당신이 태자였으면 북당의 미래가 어떨지 뻔합니다!”

“너…… 너 원용의!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제왕은 화가 치밀었다.

원용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 분노를 삼키면 몸에서 천 불이 끓어 화병에 걸릴 것 같았다. 차라리 죽어도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싶었다.

“본왕에게 그런 망언을 하다니! 네가 왕비에게도 얼마나 망언을 했을지 안 봐도 뻔하구나! 잘못을 하고도 인정을 하지 않는 모습이 가증스럽다!”

“당신이야말로 정신을 좀 차리세요. 주명취가 당신에게 무슨 약을 먹였는지 모르겠는데 왜 그렇게 저 여자를 믿는 겁니까?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요! 제 옆에 시녀들도 봤어요. 저 여자가 저를 먼저 괴롭혔습니다. 갑자기 심기가 안좋아졌는지 다짜고짜 나보고 꼴불견이라며 어깨를 툭툭쳤습니다! 주명취, 어쩜 그렇게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듯합니까? 제 성격이 거칠고 우악스러워도 도리는 지키는 사람입니다. 진실을 말하세요! 갑자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470화

    둥근 얼굴의 여자아이가 문을 들어왔다. 그녀의 성격은 시원시원하고 소탈해서 단시간에 집식구들과 잘 어울렸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다. 매번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녀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고 식구들 모두 보물이 집에 들어왔다며 으스댔다. 그러나 그녀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점점 거칠게 느껴졌으며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놓고 화를 냈다. 그래서 이번 기회로 제왕은 그녀의 거친 성미를 고치고 황실의 규범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원용의는 잘못한 게 없었다. 오히려 제왕이 믿고 있던 주명취가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주명취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용의를 후궁으로 들이는 것을 찬성한 것도 주명취였고, 제왕도 그녀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제왕부가 원가의 힘을 빌려 제왕이 태자가 되길 바랐다. 그렇게 되면 주명취는 태자빈이 될 수 있었다. 제왕은 주명취가 태자빈 자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태자 자리를 쟁탈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태자 자리가 얼마나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가야 하는지 알았고, 결국 자신과 주명취를 해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주명취는 그를 보며 냉담하게 웃었다.“이 일은 결국 내 잘못이라는 거죠? 내 잘못입니다. 나는 원후궁의 성질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되겠네요. 나는 제왕비로서 원후궁이 경솔하거나 저속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겼어요.”그녀는 고개를 들고 원씨 노부인을 쳐다보며 복신했다. “노부인, 저는 그저 다 원후궁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그런 겁니다. 근데 괜히 일을 벌였네요. 이렇게 완전 무장으로 제왕부에 오시다니 다음에는 제왕부도 천군만마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소란을 피웠습니다. 원후궁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주명취는 원용의 쪽으로 몸을 굽혔다. “미안합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시녀와 함께 돌아서서

  • 명의 왕비   제 471화

    주명취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이내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제왕은 그녀를 보며 “왕비 많이 지쳤을 테니 들어가 쉬십시오.” 라고 말했다.주명취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황실에는 내 편이 하나 없네요. 오늘 한 번 더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거만한 표정으로 돌아서더니 갈 길을 갔다.원씨 노부인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왕야. 늙은이도 이만 가보겠습니다.”“할머님 조심히 가세요.” 제왕은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원씨 가족들이 모두 제왕부를 떠났고, 사식이도 자리에서 물러났다.제왕은 원용의와 눈빛만 교환할 뿐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오늘은 모두 당신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차별하는 마음을 버리시고 나를 때리지 마세요. 나는 당신의 아내이고 당신은 나의 남편입니다. 당신은 나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앞으로 당신이 이 점을 깨닫고 이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면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랍니다.”원용의가 말을 마친 후 제왕을 보고 정색했다.제왕은 근엄한 표정으로 원용의의 복스러운 얼굴을 보았다.“배고프지?”“아침도 안 먹었는데, 당연히 배고프죠.” 원용의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본왕과 식사를 같이 하자.” 제왕은 하인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괜히 배도 안고픈데 같이 먹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원용의가 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제왕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고 원용의는 뜻하지 않게 그의 등에 이마를 부딪혔다. 그녀는 황급히 뒤로 몇 발짝 물러서더니 “당신이 멈춰서 그런 겁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원용의는 연약한 제왕의 등 뼈가 부러졌을까 걱정했다. 제왕은 고개를 돌려 웃어 보였다.“본왕이 뭐라고 했느냐? 왜 그렇게 급히 변명을 하느냐?”원용의는 교훈을 얻었다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그를 보았다.“원인과 결과를 잘 파악해야죠.”“이번에는 본왕의 잘못이다. 가자 돼지야.” 제왕이 웃으며 몸을 돌렸다.“누가 돼지입니까? 내가 어디가 뚱뚱합

  • 명의 왕비   제 472화

    기왕부의 사람이 초왕부에 왔다고 했다.“들라 하거라.”문이 열리고 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문 앞에는 기왕비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진국대장공주와 함께 왔다. 진국대장공주는 명원제의 큰 고모이자 태상황의 누나로 이미 칠순이 넘었다.기왕비만 왔다면 원경릉이 안 봤겠지만 진국대장공주가 왔다니 어쩔 수 없이 왕부로 들였다. 대장공주는 원경릉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 선물을 들고 왔다.원경릉은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아무래도 임신 중이기에 경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진국대장공주는 검은 비단옷을 입고 목에는 알알이 동글동글한 염주를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자상하고 온화해 보였다. 원경릉이 먼저 그녀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고 대장공주는 앞으로 걸어나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몸이 무거우시겠습니다. 왕비 예의 차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원경릉은 감사의 눈짓을 한 뒤 기왕비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오랜만에 기왕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전보다 많이 늙고 수척해졌다. 그녀의 귀밑에는 히끗히끗하게 백발이 보였고 얼굴은 누렇게 뜨고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직접 만든 마스크로 입과 코를 덮었는데 마스크 때문인지 눈가와 콧등에 잔주름이 아주 많고 눈 밑에는 거뭇거뭇 기미가 올라와 있었다. 그녀는 몸이 말라서 그런지 옷이 헐렁해 보였다. 손에는 난로를 들고 있고 솜 망토를 걸치고 있는데도 추운지 몸을 약간 떨고 있었다. “초왕비 뵙기가 어렵네요.” 기왕비는 마지못해 미소를 지었다.“어렵다니요 자주 왕래했지 않습니까?” 원경릉이 의아해했다.그러자 기왕비는 그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보았다. “얼마 전에 초왕부로 사람을 보냈는데 왕비를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기왕비의 말투에는 원망이 들렸다. 그 모습을 보던 진국대장공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초왕비 기왕비 두 사람은 동서지간인데, 그런 것을 따질 필요가 있습니까.”원경릉은 기왕비의 비위를 맞춰주고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궁에 있

  • 명의 왕비   제 473화

    “기왕비가 보낸 사람이 초왕비의 상태를 전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알았으면 이 늙은이에게도 알려줬어야죠. 그러면 늙은이가 올 때 약을 가져왔을 거 아닙니까.”진국대장공주의 말투에는 기왕비를 향한 경책이 있었다.초왕비가 아이를 임신한 이후로 황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살얼음을 걷는듯 긴장했다. 특히 진국대장공주는 마음이 줄곧 초조했다. “제가 보낸 하인이 돌아와서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어쩌죠……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못했는데.” 원경릉은 그런 기왕비를 보고“걱정 마세요. 참 이전에 기왕비께서 보내주신 귀한 관음상은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옆에 있던 희상궁이 웃으며 기왕비를 보며“맞습니다. 그 관음이 금만 가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요.”라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국대장공주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기왕비를 보았다.“관음을 보냈다고요? 그게 어떻게 금이 갈 수 있죠? 하인이 떨어뜨렸습니까?”“부중의 하인이 덜렁대는 바람에 그만…… 제가 이미 벌을 내렸습니다.” 기왕비는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국대장공주는 얼굴이 붉어졌다.“벌을 주면 그만입니까? 선물을 보내기 전에 검사를 두 번 세 번 했어야지! 보통 물건도 아니고 관음보살을! 게다가 임신한 친왕비에게 보내면서 그렇게 대충 하다니!”불교를 믿고 있는 진국대장공주는 관음보살이 손상되어 불교를 모욕하는 것도 화가 났고, 황실의 혈육이 탄생하는데 혹여 저주가 될까 걱정이 됐다. 그녀는 기왕비의 행동이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기왕비는 진국대장공주이 분노하는 것을 보고 불안해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제가 여섯째를 돌보러 갔다가 부주의해 병에 걸려서…… 병을 치료하는 내내 기왕부의 하인을 잘 돌보지 못했습니다. 초왕비에게 일찍 와서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병을 고치느라 늦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진국대장공주는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기왕비가 큰형수로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고 여섯째를 돌보다가 그렇게 됐군요. 고의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단 몸을 잘 챙겨야

  • 명의 왕비   제 474화

    원경릉은 기왕비를 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왕비님, 제가 왕비님에게 약을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약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약을 제조하는지는 압니까? 그걸 받으면 약을 만들면 될 텐데.”원경릉은 그제야 기왕비가 약 때문이 아니라 처방전을 받기 위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다행히 그녀는 이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었다.“녹주야, 탁자 위에 있는 공책을 가지고 오거라.”녹주는 원경릉의 명령을 따라 공책을 가지고 왔다. 원경릉은 공책을 기왕비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자 기왕비는 원경릉의 태도가 예상 밖이라는 듯 눈이 동그래졌다.“이것이 처방전입니까?” 기왕비가 물었다.“예, 저는 이 처방전대로 약을 만들었습니다.” 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자 기왕비는 반신반의하며 공책을 열었다.“이게 뭐죠?”기왕비는 공책 안에 적힌 글자를 한 글자도 알아보지 못했다. 글자는 세상에는 없는 기호 같았다.“이것이 처방입니다.”“이건 처방이 아닙니다.” 기왕비는 공책을 닫았다. “초왕비 주기 싫으면 주기 싫다고 말해요. 왜 이렇게 얼버무립니까?”대장공주는 사람을 불러 한번 보게 했지만 그도 공책 안의 글자를 도통 모르겠다며 원경릉을 보았다.“초왕비…… 이 처방은 어떻게 보시는 겁니까?”원경릉은 소매 주머니에서 약봉지를 하나 꺼내 대장공주 앞에 놓았다.“이 안에 있는 십여 가지의 약을 회왕이 복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약의 정제 과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약의 성분은 약초에서 오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여기 적힌 내용은 성분을 추출하고 약을 만드는 방정식입니다.”원경릉은 멍한 표정의 대장공주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사실 이 공책을 어의에게 줘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저 말고 도성에 이런 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약에 인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약들은 모두 회왕의 몫이니까요.”원경릉의 말을 듣고 기왕비는 탄식했다.“결론은 나에게 약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는 거네요?”

  • 명의 왕비   제 475화

    “전혀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죠.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원경릉은 일어나 뒷문을 꼭꼭 걸어 잠갔다. 지금부터 나누는 대화는 밖으로 세어 나가면 안 된다.대장공주는 한숨을 내쉬며 “스스로 잘 돌보세요. 여섯째는 나을 테니.”라고 말했다.“노비께서 저한테 약이 있다고 했습니까?” 원경릉이 살짝 떠보았다.“그날 자연스럽게 여섯째의 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비가 초왕비가 준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늙은이가 기왕비 생각이 났습니다. 자초지종이야 어떻든 기왕비도 회왕에게 옮은 병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약을 좀 달라고 하니 노비가 한 번 주는데 천 냥 은화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왕비가 두 차례 약을 사서 먹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 금액이 부담이 돼서 혹시나 처방전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초왕부로 온 겁니다.”대장공주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어안이 벙벙했다.“노비께서 약이 어디서 나서 줬답니까? 제가 준 약은 회왕이 먹을 만큼 밖에 없는데.”대장공주는 고개를 저으며“그건 모르겠습니다만 늙은이가 가서 보니 여섯째가 먹는 약과 노비가 기왕비에게 파는 약이 똑같더라고요.”라고 말했다.“불가능합니다! 혹시 여섯째의 약을 빼돌리는 것은 아니겠죠?”“세상에! 설마 그렇게 하겠습니까?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데……” 대장공주가 깜짝 놀랐다.‘약을 복용한지 얼마나 됐다고 감히 제멋대로 약을 줄여? 이렇게 되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는데……’“한번 가서 확인해 볼까요?” 대장공주가 물었다.“꼭 가봐야 합니다.” 원경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이 늙은이가 같이 가주겠습니다.”원경릉은 급히 사람을 시켜 회왕부로 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약 상자를 꺼내어 사식이에게 들고 있으라고 했다.대장공주와 원경릉 무리가 회왕부에 도착하자 노비가 허겁지겁 나와 둘을 맞이했다.원경릉은 안절부절하며 “저는 먼저 회왕의 상태를 살피겠습니다.”라고 말했다.노비는 웃으면서 “나오라고 해서 보시면 되죠. 왜 왕부로 들어가시

  • 명의 왕비   제 476화

    “왕야 제가 검사해 드리겠습니다.” 원경릉은 급히 회왕에게 다가갔다.회왕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아니, 아니! 다섯째 형수님께서 임신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본왕에게 다가오지 마세요!”“괜찮아요. 왕야의 병은 이미 전염성이 사라졌습니다.”원경릉의 완강한 태도에 회왕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좋아요. 그럼 병풍 뒤로 오세요.”회왕이 말했다.회왕부 정실에는 병풍이 있어 공간 분리가 가능했다. 원경릉이 들어가 검사를 해보니 폐부의 잡음이 전보다 뚜렷하게 들렸다. 그의 병이 이전보다 심각해졌다. 원경릉은 회왕과 함께 병풍 뒤에서 걸어 나오며 “왕야께서는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정해진 양의 약을 드시지 않습니까?” 라고 물었다.“먹는 약이 있습니다. 매일 먹고 있고요.”“하루 세 번이요? 한 번에 8알씩?”그러자 노비가 빠르게 말을 가로채며 “하루에 한 번씩 먹습니다. 약을 많이 먹는 것은 몸에 좋지 않아요. 지금 회왕은 전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라고 말했다.이 말을 듣고 원경릉은 화가 났으나 노비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약을 줄인지 얼마나 됐습니까? 그리고 줄인 약은 무엇입니까?”이 상황을 보고 있던 대장공주가 입을 열었다.“기왕비한테 팔았고만”이 말을 들은 회왕이 경악하며 노비를 바라보았다.“모비 어떻게 다섯째 형수님이 준 약을 팔 수가 있습니까? 그리고 저에게는 다섯째 형수님이 약을 줄여도 된다고 해서 줄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노비는 웃으며 “지금 회왕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보세요! 전에 어의가 와서 말하길 지금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했잖아요! 전보다 훨씬 좋아졌으니 약을 좀 줄여도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그 약을 기왕비한테 팔면 그녀의 병세가 좋아질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원경릉은 기뻐하는 노비를 보며 웃을 수도 없었다. “노모비 제가 개인적으로 몇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원경릉의 말에 노비가 대장공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대장공주는 손을 저으며 “두 사람 들어가서 얘기 나눠요.”라고 말

  • 명의 왕비   제 477화

    노비가 언짢은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이게 이렇게 화를 낼 일입니까? 초왕비는 예전에 기왕비가 사람을 시켜 당신을 암살하려고 했던 거 잊었나요? 기왕비가 불쌍합니까? 기왕비는 초왕비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나있어요! 초왕비는 보살입니까?”노비의 말에 원경릉은 화가 났다.“누가 기왕비가 불쌍하다고 합니까? 저는 회왕을 걱정해서 그런 거예요. 제가 약을 끊으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했잖습니까? 지금처럼 들쭉날쭉 약을 먹으면 안 됩니다. 노비께서 회왕을 죽이는 겁니다!”죽음이라는 원경릉의 말에 노비가 멍해졌다.“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면서요? 이제는 유지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회왕은 전염성만 사라졌을 뿐 완벽히 낫지 않았습니다! 회왕은 약을 끊으면 안 됩니다! 솔직히 말해주세요. 약을 며칠 줄였습니까?”“며칠 안됐습니다. 사오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아예 안 먹은 것은 아니고 양만 줄였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노비께서는 회왕이 지금 기침하는 거 안 보이십니까? 열도 나는데요?”“추워서 그런 거 아닙니까?” 노비가 담담하게 말했다.원경릉은 노비의 무지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노모비 당신께서 계속 약을 줄이면 그의 병은 절대 낫지 않을 겁니다. 기억하세요. 기왕비의 죽음은 그녀의 업보고 하늘의 뜻입니다. 노비께서는 이를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우선 지금은 회왕의 목숨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회왕부터 살리고 그 후에 기왕비를 처리해도 늦지 않습니다.”노비는 그녀의 진지한 표정에 한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그럼…… 내 아들이 죽을 수 있다는 겁니까?”“제가 앞으로 열흘 동안은 매일 와서 약을 드시는 걸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주사도 놓겠습니다. 회왕의 상태가 너무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본궁이 이번에 큰 실책을 했습니다. 어의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기에 기왕비에게 약을 팔았습니다.”노비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원경릉은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된 거 지금부터라도 회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217화

    위왕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혹시 복수하려는 것이냐?”“복수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안왕은 그에게 책임을 떠넘겨 혼자 감당하게 한 위왕을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위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찌 다섯째에게 설명할지 생각해 보거라. 보책은 아직 네 손안에 있잖냐.”안왕은 여전히 두꺼운 보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잃어버릴 수 없는 귀한 것이지만, 가만히 들고 있기도 거슬렸다.이렇게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줄 알았다면 차라리 꾀병을 부리고 위왕 혼자 오게 한 것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각자 방으로 돌아가 목욕을 한 후, 막 침대에 누웠을 때 택란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바로 택란을 만나러 나갔다.안왕은 보책을 가지려 했으나, 택란에게 넘겨받으면 곧 금나라 황후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므로, 절대 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어린 황제는 아직 그들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택란은 두 분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린 후 자리에 앉아 말했다.“큰아버지, 오늘 일은 아바마마께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안왕도 원하던 바였기에 다급히 답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먼저 네 아버지한테 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예. 저도 그것이 걱정입니다.”택란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버지였다.“어린 황제도 참, 어린 시절의 약속마저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설령 너와 혼사를 약속했다 해도, 네가 승낙하지 않을 것 아니더냐.”안왕이 말하자 택란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때 이미 동의했었습니다.”다만 그때는 그저 그를 달래, 그의 상처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뿐이었다.“승낙했다니?”안왕과 위왕은 서로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면 이 일은 전적으로 어린 황제의 탓도 아니다.“하지만 넌 그때 겨우 여덟, 아홉 살이었다. 그저 아이들의 장난일 뿐일 테니, 동의했다고 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위왕이 재빨

  • 명의 왕비   제3216화

    “폐하, 공주께서 폐하가 드리신 선물을 받지 않으신 것입니까?”언제 올라온 건지, 진이는 어느새 그의 곁에 서 있었다.“응.”경천은 뒤돌아 상자와 두 개의 옥패를 바라보았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배우며 수많은 옥을 망친 끝에 겨우 지금과 같은 모습을 조각해 낸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속상해하지 마십시오. 공주께서 아직 어리셔서 폐하의 노고를 다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깐요.”진이가 위로하자 경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받지 않는 것이다.”진이가 잠시 멈칫했다.“너무 잘 안다니요?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였는데요.”경천은 이미 실망한 기분을 떨쳐버렸고, 대신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진아, 나는 그녀의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는 먼저 좋은 황제가 되어주기를 바란단다. 이곳을 떠나기 전, 나에게 한 나라의 군주라 하지 않았냐? 황제로서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것이다.”“아... 그런 것입니까!”진이는 비록 이해하지 못했지만, 황제가 속상해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택란 일행은 궁을 나섰다. 냉명여가 그녀에게 물었다.“누나, 어찌 황제가 주신 옥패를 받지 않으시나요? 그를 싫어하시는 것입니까?”택란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절대 그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강단 있는 황제이고, 뛰어난 통치로 금나라가 정권 이양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그는 두 나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두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다.”“그럼, 어찌 그의 선물을 받지 않으셨습니까?”냉명여는 다른 사람의 선의를 함부로 거절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에,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택란이 답했다.“그 옥패가 약속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명여야, ‘약속’이라는 말은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약 네가 그것을 이행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약속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하지만 그도 누나와 혼사를 올리겠다고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 아닙니까?”“그래. 하지만 나

  • 명의 왕비   제3215화

    경천은 그녀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택란이 말했다."어쩌면 5년 후에는 오늘 한 모든 일이 어리석고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게 될 때, 그 감정이 단순한 사모인지 은혜 때문인지 알게 되실 것이고, 오늘의 행동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경천은 단 한 마디만 응한 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가 이렇게나 분명하니, 절대 그런 말로 그녀를 얽매여 부담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늘 한 모든 일은 그의 결정이며 그의 태도였다. 그녀는 몰라도 되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녀를 기다릴 것이었다.그리고 그녀의 인정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택란은 한숨 놓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해한다니 다행입니다.""알고 있다."경천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삼 태감이 책자를 가져왔다. 경천은 그것을 택란에게 건넸고, 택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매우 공정했으며, 심지어 약도성에 이익을 양보한 정도였다.책자를 접은 후,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약도성을 생각해 줘서 고맙습니다. 두 나라의 원한을 풀기 위해 애써줘서, 그리고 약도성의 백성과 조정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알고 있었던 것이냐?"경천이 다소 놀라며 묻자, 택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 알아봤습니다.""오해하지 마라. 그저 너를 위하여 한 일이 아니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그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해명했다.택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오해하지 마시지요. 저는 정말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해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도 사실 많이 감동했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혼사에 대해 논할 나이가 아니고, 사적인 감정보다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혼사를 하더라도 반드시 아바마마

  • 명의 왕비   제3214화

    손에 쥐니,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다. 그 옥의 차가운 느낌이 서서히 스며들자,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을 때, 그는 미세하게 안도하며, 그녀가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직접 만든 것입니까?"택란은 마음에 든 듯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녀의 밝은 눈동자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응!"그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마음에 드냐?""예. 정말 마음에 듭니다!"택란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그가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이걸 직접 나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느냐?""예?"택란이 잠시 멈칫하며, 놀라 물었다."저에게 준 선물이 아닙니까?"그가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소매 주머니에서 또 다른 옥 조각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내가 네게 직접 주고 싶은 것이다."택란은 그가 손에 든 것을 바라보았다. 옥질도 동일하게 맑고 투명했고, 손바닥의 선도 보일 정도였는데, 그 조각에는 경천의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옥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준수한 그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고,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입고 있던 옷이 새겨져 있었다. 비록 색은 알 수 없었지만, 자수가 명확하게 새겨져 있었다.그녀는 기억력이 매우 좋았기에, 그때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그녀는 두 개의 옥을 손바닥에 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옥에 3년 전 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시간을 되돌려 3년 전 만남을 담은 것이었다!경천은 택란을 바라보며,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올라올 듯했다.택란이 두 개의 옥을 서둘러 상자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두 개 모두 오라버니께서 먼저 가지고 있으세요."경천은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건네받은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며, 애써 실망이 드리운 눈빛을 숨겼다.삼 태감이 정교한 음식을 올려놓았고, 모두 택란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 명의 왕비   제3213화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알 수 없는 작은 흥분을 억누르고, 표정을 고쳐서 천천히 돌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북당 백성인 란이 언니와의 혼사는 다 거짓인 겁니까?"경천의 동공이 흔들렸다."혹시... 화가 난 것이냐?""아닙니다."택란이 고개를 젓자, 밝은 빛이 그녀의 깨끗한 얼굴에 비쳤고, 고르게 정리된 이마 밑의 눈동자는 다시 차분해졌다."그런데 어찌 사람을 시켜 저를 찾고 있다고 직접 저게 소식을 전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약 편지를 보냈다면, 저도 오라버니를 만나러 왔을 것입니다. 심지어 혼사에 하객까지 청하며 일을 이렇게나 크게 벌였는데,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십니까?"그는 갑자기 결단을 내린 듯, 천천히 그녀 앞에 섰다. 그러고는 그녀의 까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수습할 필요 없다. 나는 이미 천하에 나의 황후가 우문택란이라고 선언했다. 나는 그녀가 어서 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택란은 순간 놀라하며,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경천은 그녀가 화가 난 것 같아, 마음이 내려앉았다. 그의 눈동자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응할 수... 있겠느냐?"택란은 잠시 망설였다. 기억 속의 그 소년이 지금 별빛을 받으며 그녀 곁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10년 후 그가 죽지 않으면 돌아와서 그녀를 부인으로 맞겠다고 열정적으로 말했었다. 그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는 지금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런 과거와 현재가 얽혀 버리자,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저는..."경천은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굴을 조금 숙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대답할 필요 없다. 몇 년 후라도, 10년, 아니 20년 후라도 괜찮다.""하지만...""아니, 말하지 말거라."그는 방금까지만해도 가득찼던 자신감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

  • 명의 왕비   제3212화

    냉명유는 팔짱을 낀 채 검을 가슴 앞으로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누님께서 어디로 가든, 저도 무조건 함께 갈 것입니다."“하… 하지만."삼 태감이 무척 난감해했다."그래. 함께 가자. 이 거월통천각이 정말 달을 딸 수 있는지 어디 가서 보자꾸나!"그러자 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주 아가씨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정말 공주가 만나고 싶다면, 어찌 공주한테 이렇게 높은 계단을 오르게 할 수 있는가?그러고는 계단 위에 새겨진 난초꽃을 힐끗 보고는 순간 멈칫했다. 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계단의 각 층마다 난초꽃이 새겨져 있었다.황제가 자신의 그리움을 돌계단에 새긴 것이었다!택란도 계단을 오르며, 이 사실을 눈치챘다.게다가 각 난초의 형태와 크기는 매우 똑같았다. 처음에는 선이 조금 거칠게 느껴지긴 했지만, 후에는 점점 더 섬세하고 부드러워 보였다.이건 분명 같은 사람이 새긴 것 같았다. 그가 직접 조각한 것일까? 금나라가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잠시 후, 그들은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에 도착했다. 다행히 냉명여는 문 앞에서 멈추고 안까지 들어가지 않았다.택란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네개의 용 모양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네 모서리에는 각각 올라가 쉴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정자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었으며, 가운데에는 탁자와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떠힌. 네 면에 걸려져 있는 대나무 커튼이 걷혀 있어, 사방에서 밖을 볼 수 있었다.그 사이에서 청색 비단옷 차림의 남자가 통천각 옆 난간에 기대어 택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매우 긴장한 듯 손과 발을 살짝 떨고 있었다. 별빛처럼 맑은 눈동자에 약간 숨이 가쁜 듯 보였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반짝이는 별들도 그중 하나였다.하지만

  • 명의 왕비   제3211화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경천 황제는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 푸른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옅은 청색 옷자락에, 소매 끝에는 난초꽃이 수놓아져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어두운 구름 문양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이 옷감은 북당에서 온 것이었다."폐하, 꼬마 은인께서 궁문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삼 태감이 와서 보고했다."좋소."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택수운천으로 가겠네."택수운천은 그가 즉위한 후, 궁궐 안에 지은 새 궁전으로,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궁전 옆에는 거월통천각이 있었는데, 이는 량주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거월통천각 안에 있으면 마치 손바닥에 달을 담을 수 있을정도로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월통천각에서 멀게는 약도성과 량주가 인접한 산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생각날 때면, 늘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풍경을 멀리 바라보곤 했다."진이야, 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있느냐?"그가 준수한 옷차림으로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람이 서서히 불며 청색 옷자락이 휘날리자, 옷자락의 네 끝에 박힌 고급스러운 야명주가 그의 선명하고 잘생긴 얼굴을 비추었다.그때, 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궁 시위를 따라, 아치과 복도를 지나 거월통천각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젊은 금군 통령 진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적 없습니다.""사모의 마음을 품어보거라. 떨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만큼 좋은 것이 없다."그는 그녀를 멍하니 보며 말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탓에 그녀의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13세 전까지의 그의 인생에는 나라와 백성들 뿐이었지만, 13세 이후 그의 인새은 온통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금 그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진이는 황제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다가오는 세 명을 보며

  • 명의 왕비   제3210화

    안왕은 보책을 받아 든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이상한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일이 다 이상하게 느껴졌다.보책을 펼쳐 안에 적힌 이름을 본 순간 그는 드디어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굳어진 표정으로 경천 황제를 바라보았다.경천 황제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조사를 통해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소. 그녀의 이름은 우문택란이오. 금나라 황후의 이름은 우문택란이네. 난 반드시 그녀를 찾아낼 것이오. 만약 그녀가 황후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황후의 자리는 그녀를 위해 계속 비워둘 것이네.”위왕은 온몸에 식은땀을 흐르는 탓에 두 손을 급히 움켜잡았다. 방금 황제가 보책을 그의 손에 올리지 않아, 그가 받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다섯째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안왕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위왕에게 말했다.“방금까지도 어린 황제에게 어리석다고 했건만. 이렇게 계책에 능하고 이따위 교묘한 계책으로 우리 형제를 그와 같은 편에 서게 만들다니...!”위왕은 또 한 걸음 물러서며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방금 술을 두 잔 마셔 조금 취한 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아니, 지금 들고 있는 그건 무엇이냐?”안왕은 단단한 그의 팔을 비틀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 연회는 계속되었고, 사람들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북당 황제의 작은 공주도 우문택란이라는 말을 꺼냈다.그 말에 다들 그 당시 금나라 황제를 구한 사람이 북당의 작은 공주가 맞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정말 북당 공주가 맞는다면, 금나라 황제도 참 배짱이 큰 것이다. 사실상 북당 황실이 금나라 황제를 구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 명의 왕비   제3209화

    경천은 위왕의 말을 듣자, 마치 마음속 큰 돌덩이가 내려간 듯 후련해 보였다. 그는 그러고는 궁인에게 술을 올리게 해 술잔을 여러 차례 돌린 후, 아래를 둘러보며 말했다.“오늘 여러분께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오늘 정혼연이 어찌 열리게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오.”그러자 모두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말에 당황을 금치 못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정혼연이든 혼례든,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이때, 위왕이 안왕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에게 서신을 보내야겠다. 금나라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자가 황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진국왕이 아직 살아 있고, 이 황제가 꼭두각시일지도 모른다.”“맞소. 확실히 조금 병신같아 보이네.”안왕도 동의했다.참고로 ‘병신같다’는 표현은 안왕이 조카에게서 배운 단어였다.“이 이야기는 3년 전쯤에 있었던 일이오.”이내 경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담겨져 있었다.“당시 금나라는 진국왕이 집권하고 있었는데, 그는 나를 대신해 금나라의 군주가 되려 했소. 이 사실은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때 난 진국왕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소. 진국왕이 왕위를 빼앗으려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하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소. 그때 나를 구해준 이가 바로 란이라는 소녀이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오. 그 당시 나는 란이의 정체도 몰랐고, 그저 약도성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소. 상처를 치료하며 그녀와 며칠을 함께 보냈고, 황권을 되찾으면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했네. 하지만 그녀가 나를 구했다는 사실이 진국왕에게 알려졌고, 진국왕이 사람을 보내 그녀의 집에 불을 질렀소. 그리고 그곳에서 시신이 발견되었소.”모두가 진국왕이 불을 질렀다는 말에 멈칫했다.금나라 황제가 이렇게 비극적인 황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