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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74화

원경릉은 기왕비를 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왕비님, 제가 왕비님에게 약을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약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약을 제조하는지는 압니까? 그걸 받으면 약을 만들면 될 텐데.”

원경릉은 그제야 기왕비가 약 때문이 아니라 처방전을 받기 위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그녀는 이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었다.

“녹주야, 탁자 위에 있는 공책을 가지고 오거라.”

녹주는 원경릉의 명령을 따라 공책을 가지고 왔다. 원경릉은 공책을 기왕비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자 기왕비는 원경릉의 태도가 예상 밖이라는 듯 눈이 동그래졌다.

“이것이 처방전입니까?” 기왕비가 물었다.

“예, 저는 이 처방전대로 약을 만들었습니다.” 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기왕비는 반신반의하며 공책을 열었다.

“이게 뭐죠?”

기왕비는 공책 안에 적힌 글자를 한 글자도 알아보지 못했다. 글자는 세상에는 없는 기호 같았다.

“이것이 처방입니다.”

“이건 처방이 아닙니다.” 기왕비는 공책을 닫았다. “초왕비 주기 싫으면 주기 싫다고 말해요. 왜 이렇게 얼버무립니까?”

대장공주는 사람을 불러 한번 보게 했지만 그도 공책 안의 글자를 도통 모르겠다며 원경릉을 보았다.

“초왕비…… 이 처방은 어떻게 보시는 겁니까?”

원경릉은 소매 주머니에서 약봉지를 하나 꺼내 대장공주 앞에 놓았다.

“이 안에 있는 십여 가지의 약을 회왕이 복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약의 정제 과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약의 성분은 약초에서 오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여기 적힌 내용은 성분을 추출하고 약을 만드는 방정식입니다.”

원경릉은 멍한 표정의 대장공주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

“사실 이 공책을 어의에게 줘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저 말고 도성에 이런 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약에 인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약들은 모두 회왕의 몫이니까요.”

원경릉의 말을 듣고 기왕비는 탄식했다.

“결론은 나에게 약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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