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의는 주명취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 앞에 차가운 표정으로 섰다.“나를 쫓아내고 싶은 거죠? 어림없지!”주명취는 눈살을 찌푸리며 원용의를 보았다.“아무도 너를 쫓아내려고 하지 않아. 난 단지 네가 황실의 규범을 배우길 바랄 뿐이다.”“황실의 규범? 그냥 나를 괴롭히고 싶은 거 아니고요? 내가 왕비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이 존중받지 않는다고 생각된 거죠? 말해봐요 내가 언제 당신을 존중하지 않았죠? 합당한 이유를 댄다면 나! 원용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겠습니다.” 원용의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난 너를 탓하지 않아 또한 네가 용서를 빌 필요도 없다. 앞으로 주의하면 돼.”“명취야. 쟤를 저렇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제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주명취에게 말했다.원용의는 고개를 휙 돌려 제왕을 노려보았다.“왕야는 무엇을 아신다고 그러십니까? 그 현장에 있었습니까?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주제에…… 당신이 태자가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당신이 태자였으면 북당의 미래가 어떨지 뻔합니다!”“너…… 너 원용의!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제왕은 화가 치밀었다. 원용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 분노를 삼키면 몸에서 천 불이 끓어 화병에 걸릴 것 같았다. 차라리 죽어도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싶었다. “본왕에게 그런 망언을 하다니! 네가 왕비에게도 얼마나 망언을 했을지 안 봐도 뻔하구나! 잘못을 하고도 인정을 하지 않는 모습이 가증스럽다!”“당신이야말로 정신을 좀 차리세요. 주명취가 당신에게 무슨 약을 먹였는지 모르겠는데 왜 그렇게 저 여자를 믿는 겁니까?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요! 제 옆에 시녀들도 봤어요. 저 여자가 저를 먼저 괴롭혔습니다. 갑자기 심기가 안좋아졌는지 다짜고짜 나보고 꼴불견이라며 어깨를 툭툭쳤습니다! 주명취, 어쩜 그렇게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듯합니까? 제 성격이 거칠고 우악스러워도 도리는 지키는 사람입니다. 진실을 말하세요! 갑자
둥근 얼굴의 여자아이가 문을 들어왔다. 그녀의 성격은 시원시원하고 소탈해서 단시간에 집식구들과 잘 어울렸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다. 매번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녀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고 식구들 모두 보물이 집에 들어왔다며 으스댔다. 그러나 그녀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점점 거칠게 느껴졌으며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놓고 화를 냈다. 그래서 이번 기회로 제왕은 그녀의 거친 성미를 고치고 황실의 규범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원용의는 잘못한 게 없었다. 오히려 제왕이 믿고 있던 주명취가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주명취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용의를 후궁으로 들이는 것을 찬성한 것도 주명취였고, 제왕도 그녀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제왕부가 원가의 힘을 빌려 제왕이 태자가 되길 바랐다. 그렇게 되면 주명취는 태자빈이 될 수 있었다. 제왕은 주명취가 태자빈 자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태자 자리를 쟁탈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태자 자리가 얼마나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가야 하는지 알았고, 결국 자신과 주명취를 해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주명취는 그를 보며 냉담하게 웃었다.“이 일은 결국 내 잘못이라는 거죠? 내 잘못입니다. 나는 원후궁의 성질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되겠네요. 나는 제왕비로서 원후궁이 경솔하거나 저속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겼어요.”그녀는 고개를 들고 원씨 노부인을 쳐다보며 복신했다. “노부인, 저는 그저 다 원후궁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그런 겁니다. 근데 괜히 일을 벌였네요. 이렇게 완전 무장으로 제왕부에 오시다니 다음에는 제왕부도 천군만마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소란을 피웠습니다. 원후궁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주명취는 원용의 쪽으로 몸을 굽혔다. “미안합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시녀와 함께 돌아서서
주명취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이내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제왕은 그녀를 보며 “왕비 많이 지쳤을 테니 들어가 쉬십시오.” 라고 말했다.주명취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황실에는 내 편이 하나 없네요. 오늘 한 번 더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거만한 표정으로 돌아서더니 갈 길을 갔다.원씨 노부인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왕야. 늙은이도 이만 가보겠습니다.”“할머님 조심히 가세요.” 제왕은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원씨 가족들이 모두 제왕부를 떠났고, 사식이도 자리에서 물러났다.제왕은 원용의와 눈빛만 교환할 뿐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오늘은 모두 당신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차별하는 마음을 버리시고 나를 때리지 마세요. 나는 당신의 아내이고 당신은 나의 남편입니다. 당신은 나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앞으로 당신이 이 점을 깨닫고 이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면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랍니다.”원용의가 말을 마친 후 제왕을 보고 정색했다.제왕은 근엄한 표정으로 원용의의 복스러운 얼굴을 보았다.“배고프지?”“아침도 안 먹었는데, 당연히 배고프죠.” 원용의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본왕과 식사를 같이 하자.” 제왕은 하인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괜히 배도 안고픈데 같이 먹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원용의가 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제왕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고 원용의는 뜻하지 않게 그의 등에 이마를 부딪혔다. 그녀는 황급히 뒤로 몇 발짝 물러서더니 “당신이 멈춰서 그런 겁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원용의는 연약한 제왕의 등 뼈가 부러졌을까 걱정했다. 제왕은 고개를 돌려 웃어 보였다.“본왕이 뭐라고 했느냐? 왜 그렇게 급히 변명을 하느냐?”원용의는 교훈을 얻었다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그를 보았다.“원인과 결과를 잘 파악해야죠.”“이번에는 본왕의 잘못이다. 가자 돼지야.” 제왕이 웃으며 몸을 돌렸다.“누가 돼지입니까? 내가 어디가 뚱뚱합
기왕부의 사람이 초왕부에 왔다고 했다.“들라 하거라.”문이 열리고 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문 앞에는 기왕비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진국대장공주와 함께 왔다. 진국대장공주는 명원제의 큰 고모이자 태상황의 누나로 이미 칠순이 넘었다.기왕비만 왔다면 원경릉이 안 봤겠지만 진국대장공주가 왔다니 어쩔 수 없이 왕부로 들였다. 대장공주는 원경릉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 선물을 들고 왔다.원경릉은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아무래도 임신 중이기에 경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진국대장공주는 검은 비단옷을 입고 목에는 알알이 동글동글한 염주를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자상하고 온화해 보였다. 원경릉이 먼저 그녀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고 대장공주는 앞으로 걸어나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몸이 무거우시겠습니다. 왕비 예의 차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원경릉은 감사의 눈짓을 한 뒤 기왕비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오랜만에 기왕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전보다 많이 늙고 수척해졌다. 그녀의 귀밑에는 히끗히끗하게 백발이 보였고 얼굴은 누렇게 뜨고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직접 만든 마스크로 입과 코를 덮었는데 마스크 때문인지 눈가와 콧등에 잔주름이 아주 많고 눈 밑에는 거뭇거뭇 기미가 올라와 있었다. 그녀는 몸이 말라서 그런지 옷이 헐렁해 보였다. 손에는 난로를 들고 있고 솜 망토를 걸치고 있는데도 추운지 몸을 약간 떨고 있었다. “초왕비 뵙기가 어렵네요.” 기왕비는 마지못해 미소를 지었다.“어렵다니요 자주 왕래했지 않습니까?” 원경릉이 의아해했다.그러자 기왕비는 그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보았다. “얼마 전에 초왕부로 사람을 보냈는데 왕비를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기왕비의 말투에는 원망이 들렸다. 그 모습을 보던 진국대장공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초왕비 기왕비 두 사람은 동서지간인데, 그런 것을 따질 필요가 있습니까.”원경릉은 기왕비의 비위를 맞춰주고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궁에 있
“기왕비가 보낸 사람이 초왕비의 상태를 전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알았으면 이 늙은이에게도 알려줬어야죠. 그러면 늙은이가 올 때 약을 가져왔을 거 아닙니까.”진국대장공주의 말투에는 기왕비를 향한 경책이 있었다.초왕비가 아이를 임신한 이후로 황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살얼음을 걷는듯 긴장했다. 특히 진국대장공주는 마음이 줄곧 초조했다. “제가 보낸 하인이 돌아와서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어쩌죠……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못했는데.” 원경릉은 그런 기왕비를 보고“걱정 마세요. 참 이전에 기왕비께서 보내주신 귀한 관음상은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옆에 있던 희상궁이 웃으며 기왕비를 보며“맞습니다. 그 관음이 금만 가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요.”라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국대장공주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기왕비를 보았다.“관음을 보냈다고요? 그게 어떻게 금이 갈 수 있죠? 하인이 떨어뜨렸습니까?”“부중의 하인이 덜렁대는 바람에 그만…… 제가 이미 벌을 내렸습니다.” 기왕비는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국대장공주는 얼굴이 붉어졌다.“벌을 주면 그만입니까? 선물을 보내기 전에 검사를 두 번 세 번 했어야지! 보통 물건도 아니고 관음보살을! 게다가 임신한 친왕비에게 보내면서 그렇게 대충 하다니!”불교를 믿고 있는 진국대장공주는 관음보살이 손상되어 불교를 모욕하는 것도 화가 났고, 황실의 혈육이 탄생하는데 혹여 저주가 될까 걱정이 됐다. 그녀는 기왕비의 행동이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기왕비는 진국대장공주이 분노하는 것을 보고 불안해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제가 여섯째를 돌보러 갔다가 부주의해 병에 걸려서…… 병을 치료하는 내내 기왕부의 하인을 잘 돌보지 못했습니다. 초왕비에게 일찍 와서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병을 고치느라 늦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진국대장공주는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기왕비가 큰형수로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고 여섯째를 돌보다가 그렇게 됐군요. 고의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단 몸을 잘 챙겨야
원경릉은 기왕비를 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왕비님, 제가 왕비님에게 약을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약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약을 제조하는지는 압니까? 그걸 받으면 약을 만들면 될 텐데.”원경릉은 그제야 기왕비가 약 때문이 아니라 처방전을 받기 위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다행히 그녀는 이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었다.“녹주야, 탁자 위에 있는 공책을 가지고 오거라.”녹주는 원경릉의 명령을 따라 공책을 가지고 왔다. 원경릉은 공책을 기왕비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자 기왕비는 원경릉의 태도가 예상 밖이라는 듯 눈이 동그래졌다.“이것이 처방전입니까?” 기왕비가 물었다.“예, 저는 이 처방전대로 약을 만들었습니다.” 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자 기왕비는 반신반의하며 공책을 열었다.“이게 뭐죠?”기왕비는 공책 안에 적힌 글자를 한 글자도 알아보지 못했다. 글자는 세상에는 없는 기호 같았다.“이것이 처방입니다.”“이건 처방이 아닙니다.” 기왕비는 공책을 닫았다. “초왕비 주기 싫으면 주기 싫다고 말해요. 왜 이렇게 얼버무립니까?”대장공주는 사람을 불러 한번 보게 했지만 그도 공책 안의 글자를 도통 모르겠다며 원경릉을 보았다.“초왕비…… 이 처방은 어떻게 보시는 겁니까?”원경릉은 소매 주머니에서 약봉지를 하나 꺼내 대장공주 앞에 놓았다.“이 안에 있는 십여 가지의 약을 회왕이 복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약의 정제 과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약의 성분은 약초에서 오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여기 적힌 내용은 성분을 추출하고 약을 만드는 방정식입니다.”원경릉은 멍한 표정의 대장공주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사실 이 공책을 어의에게 줘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저 말고 도성에 이런 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약에 인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약들은 모두 회왕의 몫이니까요.”원경릉의 말을 듣고 기왕비는 탄식했다.“결론은 나에게 약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는 거네요?”
“전혀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죠.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원경릉은 일어나 뒷문을 꼭꼭 걸어 잠갔다. 지금부터 나누는 대화는 밖으로 세어 나가면 안 된다.대장공주는 한숨을 내쉬며 “스스로 잘 돌보세요. 여섯째는 나을 테니.”라고 말했다.“노비께서 저한테 약이 있다고 했습니까?” 원경릉이 살짝 떠보았다.“그날 자연스럽게 여섯째의 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비가 초왕비가 준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늙은이가 기왕비 생각이 났습니다. 자초지종이야 어떻든 기왕비도 회왕에게 옮은 병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약을 좀 달라고 하니 노비가 한 번 주는데 천 냥 은화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왕비가 두 차례 약을 사서 먹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 금액이 부담이 돼서 혹시나 처방전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초왕부로 온 겁니다.”대장공주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어안이 벙벙했다.“노비께서 약이 어디서 나서 줬답니까? 제가 준 약은 회왕이 먹을 만큼 밖에 없는데.”대장공주는 고개를 저으며“그건 모르겠습니다만 늙은이가 가서 보니 여섯째가 먹는 약과 노비가 기왕비에게 파는 약이 똑같더라고요.”라고 말했다.“불가능합니다! 혹시 여섯째의 약을 빼돌리는 것은 아니겠죠?”“세상에! 설마 그렇게 하겠습니까?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데……” 대장공주가 깜짝 놀랐다.‘약을 복용한지 얼마나 됐다고 감히 제멋대로 약을 줄여? 이렇게 되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는데……’“한번 가서 확인해 볼까요?” 대장공주가 물었다.“꼭 가봐야 합니다.” 원경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이 늙은이가 같이 가주겠습니다.”원경릉은 급히 사람을 시켜 회왕부로 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약 상자를 꺼내어 사식이에게 들고 있으라고 했다.대장공주와 원경릉 무리가 회왕부에 도착하자 노비가 허겁지겁 나와 둘을 맞이했다.원경릉은 안절부절하며 “저는 먼저 회왕의 상태를 살피겠습니다.”라고 말했다.노비는 웃으면서 “나오라고 해서 보시면 되죠. 왜 왕부로 들어가시
“왕야 제가 검사해 드리겠습니다.” 원경릉은 급히 회왕에게 다가갔다.회왕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아니, 아니! 다섯째 형수님께서 임신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본왕에게 다가오지 마세요!”“괜찮아요. 왕야의 병은 이미 전염성이 사라졌습니다.”원경릉의 완강한 태도에 회왕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좋아요. 그럼 병풍 뒤로 오세요.”회왕이 말했다.회왕부 정실에는 병풍이 있어 공간 분리가 가능했다. 원경릉이 들어가 검사를 해보니 폐부의 잡음이 전보다 뚜렷하게 들렸다. 그의 병이 이전보다 심각해졌다. 원경릉은 회왕과 함께 병풍 뒤에서 걸어 나오며 “왕야께서는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정해진 양의 약을 드시지 않습니까?” 라고 물었다.“먹는 약이 있습니다. 매일 먹고 있고요.”“하루 세 번이요? 한 번에 8알씩?”그러자 노비가 빠르게 말을 가로채며 “하루에 한 번씩 먹습니다. 약을 많이 먹는 것은 몸에 좋지 않아요. 지금 회왕은 전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라고 말했다.이 말을 듣고 원경릉은 화가 났으나 노비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약을 줄인지 얼마나 됐습니까? 그리고 줄인 약은 무엇입니까?”이 상황을 보고 있던 대장공주가 입을 열었다.“기왕비한테 팔았고만”이 말을 들은 회왕이 경악하며 노비를 바라보았다.“모비 어떻게 다섯째 형수님이 준 약을 팔 수가 있습니까? 그리고 저에게는 다섯째 형수님이 약을 줄여도 된다고 해서 줄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노비는 웃으며 “지금 회왕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보세요! 전에 어의가 와서 말하길 지금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했잖아요! 전보다 훨씬 좋아졌으니 약을 좀 줄여도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그 약을 기왕비한테 팔면 그녀의 병세가 좋아질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원경릉은 기뻐하는 노비를 보며 웃을 수도 없었다. “노모비 제가 개인적으로 몇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원경릉의 말에 노비가 대장공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대장공주는 손을 저으며 “두 사람 들어가서 얘기 나눠요.”라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