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팔황자가 그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는 것이냐?”“제 예상은 그렇습니다.” 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현재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부황께서는 이 사건을 빨리 해결하라고 하셨고 만약 소인이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또는 여덟째가 깨어나지 못한다면 소빈이 거짓을 고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덕비가 물었다.“음…… 방법이 있긴 한데……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그럼 빨리 가보거라 본궁은 그놈이 누구인지 주시하겠다. 그리고 소빈은 걱정 마라.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할 테니.”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 “덕모비, 시간을 지체할 필요 없습니다. 소빈이 발설한 마당에 부황이 이 일을 아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눈빛이 바뀌더니 덕비를 보고 말했다.“만약에 누군가가 부황에게 이 일을 고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명화전 부근에서 순찰을 하고 있었던 금군이어야 논리에 맞습니다. 그러나 현장을 실제로 본 사람은 그 남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습니다."덕비는 그의 말을 듣고 그를 빤히 보았다. “네 말은 그 간부(奸夫)가 이 일을 황상에게 고할 것이라는 게냐?”“예, 분명 그가 직접 고할 것입니다. 그날 간부는 소빈과 함께 명화전에서 나를 해치기 위해 계획을 세웠을 겁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구사가 나타나면서 계획이 틀어졌고 그들의 계획이 혼란에 빠진 겁니다. 심지어 이 사건을 조사하는 책임자도 저이기에 범인을 저로 몰아가려면 분명 누군가가 부황에게 범인이 초왕이라고 고해야 합니다. 아마 사건이 벌어진 후 소빈은 이 연극을 하기 위해 분명 그 간부와 만나서 얘기를 했을 겁니다. 덕모비, 즉시 사람을 시켜서 사건 후에 소빈이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보게 하십시오. 여기 당일에 당직을 했던 금군 명단을 가져왔습니다.”우문호는 옷소매에서 둘둘 말린 명단을 덕비에게 꺼내주었다.덕비마마는 명단을 넘겨받아 자세히 보았다. ‘오숙화(吳叔化)……?’그녀는 이 이름을 보고
“덕모비, 이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소빈이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한 남자를 위해서 자신의 가족들을 희생하지는 않을 겁니다. 덕모비께서는 제 통지를 기다리십시오. 만약 오숙화가 황제께 가서 이를 고한다면 그때 덕모비께서 소빈에게 자결하라고 하십시오. 당신이 내린 명령이라고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됩니다. 덕모비는 이후에 소빈이 범행을 자백했고, 수치심에 자살했다고 하십시오. 그녀를 절대 부황에게 보내시면 안 됩니다.”덕비는 인상을 쓰며 “다섯째, 만약 내가 네가 말한 대로 한다면 오히려 너는 오숙화와 함께 혐의를 벗을 수 없을 것이야.”라고 말했다.“덕모비, 절대 잊지 마십시오. 아마 부황께서는 오숙화의 말을 듣고 구사를 부를 겁니다. 그렇게 되면 구사가 자신이 본 그대로를 얘기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입니다. 그때 구사가 오숙화가 범인인 것을 말하면 됩니다. 부황께서 구사에게 왜 사건의 진실을 지금에서야 말하냐고 물으신다면 황제의 첩인 소빈과 다른 사내가 밀회를 했으니 이는 곧 황제의 명예가 손실되고 체면을 깎는 일이니 신중했다고 하면 됩니다.”“약간 억지스러움이 있구나. 본궁 생각엔 그렇게 한다고 너와 구사가 혐의를 완전히 벗을 수는 없을 듯싶다.”우문호는 그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했다. 우문호는 사람을 시켜 이태감이 왜 그를 명화전으로 안내했는지, 이태감이 오숙화와 마찬가지로 이 일에 혐의가 있는지 냉정언을 시켜 조사하라고 했다. 냉정언은 부황의 심복으로서 부황은 그를 신뢰하고 있었고, 냉정언은 사건 판단이 빠르고 증거를 잘 찾는 것으로 유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덟째의 회복이다. 그가 깨어나기만 한다면 이 사건은 바로 해결될 것이다.하지만 우문호는 부황이 사건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에 오숙화가 부황을 찾아가 사건을 고하고 부황이 분노하여 우문호의 설명조차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덕모비는 제가 당부드린 대로만 하십시오.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오숙화 쪽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람을 시켜 덕모비께
소빈은 얼굴이 굳고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덕비마마를 바라보았다.“능지처참이요?”덕비는 그녀를 바라보며 온화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본궁도 여자다.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본궁은 너를 데리고 황상을 만나야겠다. 황상을 뵙고 사실을 고하거라 황상에게 용서를 구하고 죄를 달게 받거라.”이 말을 들은 소빈은 바닥에 엎으린 채 심장을 부여잡았다.“소빈을 일으켜 어서방으로 데리고 가거라!” 덕비가 명령했다.어서방에는 명원제가 바닥에 꿇어앉은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화가 난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그게 사실이냐?” 명원제는 목소리는 음침하고 차가웠다.“소인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지금 황상께 이렇게 죄를 고합니다. 소인이 황상의 명예에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줄곧 고민했습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오숙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목여태감이 너무 놀라 벌벌떨며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네가 본 사람이 초왕이 확실한가?” 명원제가 물었다.“소인이 직접 보았습니다. 초왕이 태감을 참수할 때 소인이 바로 통천각(通天阁)을 순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명화전의 상황은 초왕이 소태감을 죽이고 팔황제도 공격했습니다. 팔황자가 정면에서 들어오는 칼을 손으로 막았습니다. 그러자 초왕이 담벼락을 넘어 도망쳤고, 소빈마마의 소매가 벽에 걸려 찢어졌습니다. 그리고 구사가 사건 현장에 왔고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고 도망가려고 할 때 금군들이 달려왔습니다. 곧바로 초왕이 다시 돌아와 팔황자를 안아들었고 금군은 이 상황을 보고 범인이 구사라고 오해한 겁니다. 구사는 초왕을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쓴 겁니다.”같은 시각 어서방 문 앞.오숙화가 명원제를 만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문호는 밖에서 부황의 부름을 기다렸다.우문호는 덕비가 자신이 당부한 대로 소빈을 자결시켰을 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오매불망 소빈의 사망 소식을 기다렸다. “왕야, 황상께서 들어오시라고 합니
우문호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오숙화를 힐끗 보았다. 오숙화는 바닥에 엎드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오숙화의 눈알은 재빠르게 굴러갔다.덕비가 소빈을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바로 무릎을 꿇었다.“폐하! 신첩이 관리 부족으로 소빈을 이지경까지 만들었습니다. 신첩이 죄를 지었습니다!”소빈은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오숙화를 보고 자신도 무릎을 꿇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폐하, 신첩이 몸 관리를 잘 못하여…… 더럽혀졌습니다. 이 죄는 신첩이 죽어서도 속죄하겠습니다.”덕비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눈으로 소빈을 쳐다보았다.오숙화는 소빈의 말을 가로챘다.“황상! 소빈 마마가 초왕에게 모욕을 당했는지는 소인이 잘 보지 못했습니다. 소빈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응한 것인지, 초왕의 강요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땅에 엎으려 있던 소빈이 오숙화의 말을 듣고 심장을 부여잡고 비통하게 말했다.“폐하! 소첩은 원치 않았습니다. 초왕의 강요로 일어난 것입니다! 소첩은 초왕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습니다. 폐하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십시오!”덕비는 두 사람의 뻔뻔한 연극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폐하! 이 둘의 말을 모두 거짓입니다! 소빈이 간통을 저지른 간부(奸夫)는 바로 저 오숙화입니다! 둘이 짜고 초왕을 모함하고 있습니다!”덕비와 소빈 그리고 오숙화의 총체적 난국의 상황을 보고 있자 우문호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명원제는 격노하여 탁자를 내리쳤다.“다 입 다물어!”소빈과 덕비가 명원제의 호통에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명원제는 우문호를 보며 “저 둘의 말이 사실인가?” 라고 물었다.우문호는 자신이 어떠한 말을 해도 황제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사실이 아닙니다. 소자는 그날 소빈을 본 적이 없나이다.”명원제는 그의 말에 콧방귀를 뀌고 덕비를 쳐다보았다.“너는 무슨 증거로 저 여자의 간부가 오숙화라고 단정하는 것이지?”덕비는 입이 열 개라도 그 사실을 우문호에게 들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그녀는 소빈
명원제가 소빈을 쳐다보았다.“사실을 말해라.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소빈은 울먹거리며 벌벌 떨었다.“왜 우는 것이야? 사실대로 말하라고!”겁에 질린 소빈이 입을 열었다.“그날 소첩이…… 홀로 산책을 하다 보니 명화전에 다다랐습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저를 끌고 명화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소첩은 너무 놀라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첩의 옷이 벗겨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다섯째 형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눈앞에는 초왕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란 초왕은 칼을 꺼내 소태감을 살해했고 연이어 팔황자에게도 칼을 휘둘렀습니다. 그리고 소첩을 끌어 담장 밖으로 갔습니다.”“만약 네 말대로 내가 너를 강제로 탐했다면 본왕이 너까지 죽여야 하지 않겠어?”우문호가 그녀의 말에 냉정하게 받아졌다.이 말을 듣고 소빈은 넋이 나간 듯 무의식적으로 오숙화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명원제도 반사적으로 소빈과 오숙화를 번갈아 보았다.명원제는 무언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내막을 파헤쳐야겠다고 생각했다.‘다섯째가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해도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은 못된다.’명원제는 한참 생각에 빠졌다.“소빈을 덕상궁으로 데리고 가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게 하고 초왕을 암실로 데려가 조사하거라! 그리 오숙화도 함께 데리고 가거라!” 명원제가 소리쳤다.우문호는 부황의 명령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부황이 이렇게 냉정하게 명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은 부황의 마음속에도 소빈과 오숙화를 향한 의심이 생겼다는 것이다.소빈은 마음속으로 ‘살았다’를 외쳤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 사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그 생각뿐이었다.‘이제 모든 것은 여덟째에게 달렸네.’현장의 목격자들이 모두 초왕을 보았다고 말했고 심지어 구사도 소빈의 간부를 초왕이라고 오해해 죄를 뒤집어썼다. 여덟
소빈의 생각소빈은 덕상궁으로 돌아와 바로 꿇어앉았다.덕비는 지쳤는지 의자에 앉아 소빈을 보며 실망과 통한에 가득 차서, “왜 그랬지? 초왕이 너랑 무슨 철천지원수를 졌다고? 도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초왕을 음해하는 것이야?”소빈은 딱딱하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마마, 저는 분명 왕야에게 능욕을 당했습니다.”덕비가 증오에 찬 목소리로: “그래? 얼마 전에 너는 여기 무릎을 꿇고 나한테 초왕과 간통을 했다고 했지, 네가 능욕을 당했다고 하지 않았어.”소빈이: “소첩의 그 말은 소첩이 능욕을 당했다는 말이었습니다.”덕비가 따귀를 때리는데 열이 뻗쳐서 따귀를 때리다가 자기가 도리어 실신할 뻔 했다.소빈이 따귀를 맞은 뺨을 만지며, “마마, 그래요. 전 가족을 연루 시킬 수 없었요. 못 합니다.”“넌 이제서야 가족이 연루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았느냐? 그러길래 당초에 왜 초왕과 사통을 했느냐?” 덕비가 분노하며 말했다.소빈이 쓴웃음을 지으며, “왜요? 왜 그랬겠습니까?”소빈은 고개를 들어 덕비를 보고 가시 돋친 말투로, “마마는 매일 거울을 보세요? 눈가에 주름이 보이시나요? 귀밑머리에 흰 머리카락 보이세요? 마마는 늙었어요. 그런데 황제 폐하는 왜 여전히 그렇게 총애하실 까요? 한 달 중에 무려 닷새는 마마를 불러 시침을 들게 하시죠. 만약 마마께 아들이 있었으면 황제 폐하의 총애도 끝일 텐데, 당신은 아무도 없어요. 황제 폐하가 왜 시침들 사람을 제가 아닌 마마를 택했는지 아세요? 전 젊고, 예쁘고, 매력적이기까지 한데. 초왕이 제가 이 궁에서 제일 예쁜 여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왜 유독 황제 폐하만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죠? 벌써 일년이라고요, 황제 폐하는 제 이름을 일년이나 뒤집은 적이 없어요.”덕비는 이 말을 듣고 차갑게: “만약 내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당초에 여관(女官)을 뽑는 첫해에 넌 낙방이었어. 왜 둘째 해에 또 왔지? 여관을 뽑는 수녀 선발은 첫 해에 왔으면 다음해엔 오지 않는 법인데, 만약 네가 오지 않았
덕상궁으로 가는 원경릉희상궁은 쪼그리고 앉아 원경릉의 손을 잡고 그녀가 과도하게 흥분해 몸이 상하지 않도록 애썼다.“황제 폐하께서 왕야를 암실에 가두셨습니다.” 희상궁이 말했다.원경릉이 희상궁에게, “어.”이게 무슨 흥분할 일이라고?암실에 가는 게 뭐, 깜깜한 걸 무서워하지도 않는데.희상궁은 왕비가 지금 큰 일 앞에 신중하다고 느끼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하오니 왕비마마, 반드시 방법을 강구해 팔황자를 살려 내셔야 합니다. 지금 오직 왕야의 결백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은, 팔황자 단 한 분으로 그 분만이 유일한 목격자입니다.”원경릉은 문맥을 알아듣고 한 손으로 희상궁의 손을 덥석 쥐고, “무슨 뜻이야? 암실은 어딘데? 왕야가 왜?”희상궁이: “암실은 궁에서 사건을 일으킨 내시나 궁인을 가둬 두는 곳입니다.”“왕야가 어쨌는데?” 원경릉이 긴장하며, “아바마마는 왜 왕야를 암실에 가둔 거야?”희상궁이 고개를 흔들며, “쇤네도 모릅니다. 쇤네가 방법을 찾아 덕상궁 쪽에 물어보겠습니다. 단지 지금 덕상궁에 내려진 금족령때문에 쇤네가 들어갈 수 없으니 뭔가 방법을 찾겠습니다.”“이 일이 덕상궁과 무슨 관련이지?” 원경릉은 어리둥절했다. 희상궁의 설명이 앞도 뒤도 없어서 원경릉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희상궁이: “오늘 왕야께서 쇤네에게 덕상궁에 가서 덕비마마에게 소빈을 선처해 달라고…..”“잠깐, 소빈은 누구야? 왜 소빈을 선처해야 하는데? 소빈이랑 다섯째가 암실에 갇힌 게 무슨 관련이 있어? 팔황자랑은 또 무슨 관련인데? 유일한 목격자라니? 구사 사건이야? 구사가 시인 했어?” 원경릉은 정말 온통 오리무중이다. 그녀가 입궁한 뒤로 밖에 무슨 일이 생긴 거지?희상궁이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퍼뜩 왕비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왕야는 왕비에게 사건에 대해 말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희상궁이 일어나: “우선 쉬세요, 쇤네가 가서 시험해 보지요, 덕상궁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원경릉이 일어나: “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원경릉덕비가 방금 약을 발라서 실내가 온통 약 냄새로 가득한데 원경릉을 보자 덕비는 미안함에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탄식했다. “왕비, 내가 다섯째를 해쳤네. 좋은 마음으로 나쁜 일을 해 버렸어.”원경릉과 덕비는 잘 아는 사이가 아니지만 덕비의 이런 모습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마마 일단 걱정 마세요.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덕비는 원경릉을 자리에 앉히고 희상궁에게 앞부분을 얘기하게 했는데 희상궁은 구사가 말한 것까지 원경릉에게 알렸다.말을 마치고 다시 강조하길, “구사는 오해였으며 소빈마마와 그렇고 그런 사람은 분명 왕야가 아니었습니다. 구사도 자신이 잘못 본 것을 알고 있습니다.”원경릉은 다 듣고 구사 이 똥멍청이가 어떻게 이정도까지 안목이 없는지 믿어지지 않아서, “구사가 진정 왕야와 소빈이 정을 통했는 줄? 소빈이라면 방금 밖에 그 여자 맞지? 왕야 눈에 안 차.”덕비와 희상궁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것이 아무도 이런 답을 예상하지 못했다.뒤에 덕비가 어서방에서 일어난 일을 전부 얘기하고, “소빈이 지금 입술을 깨물고 말하길 다섯째가 능욕 하고 소빈에게 약을 썼다는데, 폐하는 비록 바로 처분을 내리진 않으셨지만 다섯째와 오숙화(吳叔化)를 암실에 가두셨네.”“소빈의 말이 앞뒤가 맞질 않습니다. 처음엔 덕비마마께 왕야와 ‘간통’을 했다고 하더니, 뒤에 폐하 앞에서 입을 열 때는 약을 먹고 ‘강간’을 당했다고 하니 이건 분명 거짓말입니다.” 원경릉이 잠시 생각하더니, “하지만 제 생각에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을 듯 합니다. 아바마마께서 영민하시니 분명 허점을 발견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덕비가: “허점이 있어, 하지만 이 일은 금기야, 대대적으로 조사할 수 없으니 혐의를 벗을 수 없지. 폐하께서 허점을 발견하시더라도 소용없네. 다섯째에게 필요한 건 결백이야, 절대적인 결백.”원경릉은 덕비가 말한 것이 다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만약 절대적으로 결백한 게 아니면 우문호는 황제 폐하의 마음 속에 박힌 가시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