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450화

작가: 유애
명원제가 소빈을 쳐다보았다.

“사실을 말해라.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빈은 울먹거리며 벌벌 떨었다.

“왜 우는 것이야? 사실대로 말하라고!”

겁에 질린 소빈이 입을 열었다.

“그날 소첩이…… 홀로 산책을 하다 보니 명화전에 다다랐습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저를 끌고 명화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소첩은 너무 놀라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첩의 옷이 벗겨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다섯째 형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눈앞에는 초왕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란 초왕은 칼을 꺼내 소태감을 살해했고 연이어 팔황자에게도 칼을 휘둘렀습니다. 그리고 소첩을 끌어 담장 밖으로 갔습니다.”

“만약 네 말대로 내가 너를 강제로 탐했다면 본왕이 너까지 죽여야 하지 않겠어?”

우문호가 그녀의 말에 냉정하게 받아졌다.

이 말을 듣고 소빈은 넋이 나간 듯 무의식적으로 오숙화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명원제도 반사적으로 소빈과 오숙화를 번갈아 보았다.

명원제는 무언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내막을 파헤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섯째가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해도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은 못된다.’

명원제는 한참 생각에 빠졌다.

“소빈을 덕상궁으로 데리고 가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게 하고 초왕을 암실로 데려가 조사하거라! 그리 오숙화도 함께 데리고 가거라!” 명원제가 소리쳤다.

우문호는 부황의 명령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황이 이렇게 냉정하게 명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은 부황의 마음속에도 소빈과 오숙화를 향한 의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소빈은 마음속으로 ‘살았다’를 외쳤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 사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그 생각뿐이었다.

‘이제 모든 것은 여덟째에게 달렸네.’

현장의 목격자들이 모두 초왕을 보았다고 말했고 심지어 구사도 소빈의 간부를 초왕이라고 오해해 죄를 뒤집어썼다.

여덟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451화

    소빈의 생각소빈은 덕상궁으로 돌아와 바로 꿇어앉았다.덕비는 지쳤는지 의자에 앉아 소빈을 보며 실망과 통한에 가득 차서, “왜 그랬지? 초왕이 너랑 무슨 철천지원수를 졌다고? 도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초왕을 음해하는 것이야?”소빈은 딱딱하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마마, 저는 분명 왕야에게 능욕을 당했습니다.”덕비가 증오에 찬 목소리로: “그래? 얼마 전에 너는 여기 무릎을 꿇고 나한테 초왕과 간통을 했다고 했지, 네가 능욕을 당했다고 하지 않았어.”소빈이: “소첩의 그 말은 소첩이 능욕을 당했다는 말이었습니다.”덕비가 따귀를 때리는데 열이 뻗쳐서 따귀를 때리다가 자기가 도리어 실신할 뻔 했다.소빈이 따귀를 맞은 뺨을 만지며, “마마, 그래요. 전 가족을 연루 시킬 수 없었요. 못 합니다.”“넌 이제서야 가족이 연루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았느냐? 그러길래 당초에 왜 초왕과 사통을 했느냐?” 덕비가 분노하며 말했다.소빈이 쓴웃음을 지으며, “왜요? 왜 그랬겠습니까?”소빈은 고개를 들어 덕비를 보고 가시 돋친 말투로, “마마는 매일 거울을 보세요? 눈가에 주름이 보이시나요? 귀밑머리에 흰 머리카락 보이세요? 마마는 늙었어요. 그런데 황제 폐하는 왜 여전히 그렇게 총애하실 까요? 한 달 중에 무려 닷새는 마마를 불러 시침을 들게 하시죠. 만약 마마께 아들이 있었으면 황제 폐하의 총애도 끝일 텐데, 당신은 아무도 없어요. 황제 폐하가 왜 시침들 사람을 제가 아닌 마마를 택했는지 아세요? 전 젊고, 예쁘고, 매력적이기까지 한데. 초왕이 제가 이 궁에서 제일 예쁜 여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왜 유독 황제 폐하만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죠? 벌써 일년이라고요, 황제 폐하는 제 이름을 일년이나 뒤집은 적이 없어요.”덕비는 이 말을 듣고 차갑게: “만약 내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당초에 여관(女官)을 뽑는 첫해에 넌 낙방이었어. 왜 둘째 해에 또 왔지? 여관을 뽑는 수녀 선발은 첫 해에 왔으면 다음해엔 오지 않는 법인데, 만약 네가 오지 않았

  • 명의 왕비   제 452화

    덕상궁으로 가는 원경릉희상궁은 쪼그리고 앉아 원경릉의 손을 잡고 그녀가 과도하게 흥분해 몸이 상하지 않도록 애썼다.“황제 폐하께서 왕야를 암실에 가두셨습니다.” 희상궁이 말했다.원경릉이 희상궁에게, “어.”이게 무슨 흥분할 일이라고?암실에 가는 게 뭐, 깜깜한 걸 무서워하지도 않는데.희상궁은 왕비가 지금 큰 일 앞에 신중하다고 느끼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하오니 왕비마마, 반드시 방법을 강구해 팔황자를 살려 내셔야 합니다. 지금 오직 왕야의 결백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은, 팔황자 단 한 분으로 그 분만이 유일한 목격자입니다.”원경릉은 문맥을 알아듣고 한 손으로 희상궁의 손을 덥석 쥐고, “무슨 뜻이야? 암실은 어딘데? 왕야가 왜?”희상궁이: “암실은 궁에서 사건을 일으킨 내시나 궁인을 가둬 두는 곳입니다.”“왕야가 어쨌는데?” 원경릉이 긴장하며, “아바마마는 왜 왕야를 암실에 가둔 거야?”희상궁이 고개를 흔들며, “쇤네도 모릅니다. 쇤네가 방법을 찾아 덕상궁 쪽에 물어보겠습니다. 단지 지금 덕상궁에 내려진 금족령때문에 쇤네가 들어갈 수 없으니 뭔가 방법을 찾겠습니다.”“이 일이 덕상궁과 무슨 관련이지?” 원경릉은 어리둥절했다. 희상궁의 설명이 앞도 뒤도 없어서 원경릉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희상궁이: “오늘 왕야께서 쇤네에게 덕상궁에 가서 덕비마마에게 소빈을 선처해 달라고…..”“잠깐, 소빈은 누구야? 왜 소빈을 선처해야 하는데? 소빈이랑 다섯째가 암실에 갇힌 게 무슨 관련이 있어? 팔황자랑은 또 무슨 관련인데? 유일한 목격자라니? 구사 사건이야? 구사가 시인 했어?” 원경릉은 정말 온통 오리무중이다. 그녀가 입궁한 뒤로 밖에 무슨 일이 생긴 거지?희상궁이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퍼뜩 왕비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왕야는 왕비에게 사건에 대해 말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희상궁이 일어나: “우선 쉬세요, 쇤네가 가서 시험해 보지요, 덕상궁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원경릉이 일어나: “

  • 명의 왕비   제 453화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원경릉덕비가 방금 약을 발라서 실내가 온통 약 냄새로 가득한데 원경릉을 보자 덕비는 미안함에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탄식했다. “왕비, 내가 다섯째를 해쳤네. 좋은 마음으로 나쁜 일을 해 버렸어.”원경릉과 덕비는 잘 아는 사이가 아니지만 덕비의 이런 모습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마마 일단 걱정 마세요.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덕비는 원경릉을 자리에 앉히고 희상궁에게 앞부분을 얘기하게 했는데 희상궁은 구사가 말한 것까지 원경릉에게 알렸다.말을 마치고 다시 강조하길, “구사는 오해였으며 소빈마마와 그렇고 그런 사람은 분명 왕야가 아니었습니다. 구사도 자신이 잘못 본 것을 알고 있습니다.”원경릉은 다 듣고 구사 이 똥멍청이가 어떻게 이정도까지 안목이 없는지 믿어지지 않아서, “구사가 진정 왕야와 소빈이 정을 통했는 줄? 소빈이라면 방금 밖에 그 여자 맞지? 왕야 눈에 안 차.”덕비와 희상궁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것이 아무도 이런 답을 예상하지 못했다.뒤에 덕비가 어서방에서 일어난 일을 전부 얘기하고, “소빈이 지금 입술을 깨물고 말하길 다섯째가 능욕 하고 소빈에게 약을 썼다는데, 폐하는 비록 바로 처분을 내리진 않으셨지만 다섯째와 오숙화(吳叔化)를 암실에 가두셨네.”“소빈의 말이 앞뒤가 맞질 않습니다. 처음엔 덕비마마께 왕야와 ‘간통’을 했다고 하더니, 뒤에 폐하 앞에서 입을 열 때는 약을 먹고 ‘강간’을 당했다고 하니 이건 분명 거짓말입니다.” 원경릉이 잠시 생각하더니, “하지만 제 생각에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을 듯 합니다. 아바마마께서 영민하시니 분명 허점을 발견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덕비가: “허점이 있어, 하지만 이 일은 금기야, 대대적으로 조사할 수 없으니 혐의를 벗을 수 없지. 폐하께서 허점을 발견하시더라도 소용없네. 다섯째에게 필요한 건 결백이야, 절대적인 결백.”원경릉은 덕비가 말한 것이 다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만약 절대적으로 결백한 게 아니면 우문호는 황제 폐하의 마음 속에 박힌 가시 같을 것이다.

  • 명의 왕비   제 454화

    우문호 구출 작전 시작원경릉은 정전을 나와 사람을 시켜 의자를 가져오게 하고 소빈 앞에 앉았다.소빈을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소빈은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결국 원경릉이 노려보는 것에 당할 수 없어 비로소 평소처럼: “왕비마마, 말씀이 있으시면 하세요.”원경릉이: “덕비마마 말씀에 따르면 넌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한다며?”소빈이 원경릉을 힐끔 보더니, 도발적으로, “제생각에는 왕비마마 보다는 예쁘네요.”“아바마마께서 왜 너를 사랑하지 않으시는지 알아?” 원경릉이 물었다.소빈이 싸늘하게 웃으며, “그 일은 왕비마마와 상관없어요. 왕비마마도 이런 질문 할 자격이 없지 않나요, 왕비마마는 초왕한테서 달아나시는 게 좋을 걸요. 후궁과 비빈을 멸시했으니 도망쳐도 소용없겠지만.”“넌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멍청해 보여?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나도 알아 볼 수 있는데 아바마마께서 모르실까?” 원경릉이 미소를 띠고 최선을 다해 한 대 갈겨주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왕비께서 그렇게 확고하시면 여기 오실 필요가 없으시지요, 안심하고 기다리시면 되니까요.”“내가 여기 온 건 왕야를 암실에서 기다리게 할 수 없어서야.” 원경릉이 다시 웃고 고개를 돌려 소빈에게, “동시에 네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서지.”소빈이 당황해서, “무슨 뜻이죠?”원경릉이 가볍게 탄식하며, “난 사실 이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방법이 없었어.”원경릉은 소빈의 비녀를 뽑아 자신의 손목에 그으니 선혈이 순식간에 베어 나온다.소빈이 놀라 원경릉에게, “미쳤어요?”희상궁이 달려와, “왕비마마,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원경릉이 일어나 비틀거리며: “사람을 시켜 아바마마께 아뢰라, 소빈이 나를 모욕하는 말을 하고 비녀로 나를 해쳤다고.”소빈이 경악해서 일어나며, “너……네가 감히 나를 능멸해? 난 널 욕한 적도 상처 입힌 적도 없어.”원경릉이 냉소를 지으며, “왕야도 널 경멸한 적 없고, 사람을 죽인 적도 없지. 네 생각에 팔황자가 못 깨어날 거 같아? 팔황자는 너와 오숙화

  • 명의 왕비   제 455화

    소빈 사건에 대한 명원제의 생각희상궁은 원경릉의 상처를 싸매 주고 다시 부축하니 원경릉이 순순히 땅바닥에 꿇어 앉아, “태상황 폐하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너는, 황제를 협박해서 다섯째를 구했지만 황제의 심기를 건드렸어.” 태상황이 엄숙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잖아요? 60대를 누가 견딜 수 있겠어요?” 원경릉이 볼 멘 소리로 말했다.태상황이 기분 상했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번 한 번이다. 다음은 없어. 앞으로 이런 일로 나를 방패로 삼아 내 청렴을 깨는 것은 용서치 않겠다.”금군이 이미 명원제에게 보고했는데, 소빈이 초왕부 왕비를 찔러 거의 혼절할 상태라 덕상궁에 머물지 못하고 건곤전으로 상처를 치료하러 갔다고 말이다.명원제가 눈살을 찌푸리며, “정말 소빈이 한 짓이냐?”원경릉이 덕상궁에는 왜 갔지? 청화전에서 쉬고 있으라고 하지 않았던가?“제가 안으로 들어가 물어보니 확실이 소빈이 한 짓으로 왕비께서 소빈에게 몇 마디 물으셨는데 소빈이 욕설을 하고 흥분해서 비녀를 빼 왕비를 찌르셨다고 합니다.” 금군이 말했다.명원제는 금군 얘기의 진위여부를 가리지 않았는데 다시 건곤전 사람이 와서 보고하기를 왕비가 놀라서 심하게 울고 어이의 불렀는데 아마 배가 불편한 듯 싶다고 했다.명원제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짜증을 내며: ‘목여, 가서 어찌 된 일인지 살펴 봐라.”목여태감은 명을 받들고 가서 돌아와 보고하길: “폐하께 아룁니다. 왕비께서 복통을 호소하시는 데 지금 조어의가 이미 와 있고 태상황 폐하께서 왕야를 부르는 편이 좋겠다고 하십니다.”명원제의 얼굴빛이 굳어지며, 냉랭하게: “초왕비가 갈수록 간이 커지는 구나.”필시 원경릉이 고의로 소빈를 자극해서 자신을 찌르게 만들었을 게 틀림없다.목여태감이 쓴웃음을 지으며: “사실 태상황 폐하도 왕비가 남편을 구하고자 하는 일념이었음을 아셨지만, 왕비의 배속에 황실의 용종이 크고 있으니, 지금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달라고 할 판인데, 못난 왕야는 말해 무엇 하느냐고 하셨습니다.”

  • 명의 왕비   제 456화

    매를 맞고 나온 우문호청화전 쪽에 원경릉이 없어서는 안되기에 우문호는 곤장을 얼른 다 맞고 부축을 받으며 나왔다.그냥 30대만 맞으면 그래도 맞을 만하다.어쨌든 곤장을 맞고 고통이 와도 며칠 생으로 고통을 견디면 된다.지금은 방금 30대를 맞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열 대를 더 맞으니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서일이 우문호를 부축할 때 우문호는 전신을 서일의 몸에 기대고 겨우 숨을 몰아 쉬며, “서일, 매를 맞는 게 정말 고통스럽구나. 왕비는 전에 곤장을 30대나 맞았는데 얼마나 끔찍했을까.”서일이 안간힘을 쓰며 우문호를 버티고 걸어 가며 거친 호흡으로, “맞아요, 끔찍했죠. 어느 쓰레기가 왕비를 때렸는지 원.”우문호가 ‘헐’하며, “내가 낫기만 해봐라 넌 죽었어.”서일이: “소인이 말한 건 형을 집행한 그 시위를 얘기한 겁니다.”우문호가 맞장구를 치며: “누군지 찾아내라, 무겁게 벌을 내려주마.”서일이 ‘에’하더니, 곧바로: “하지만 과연 대단하십니다. 왕야께서 명을 내리셨을 때 죽도록 때리라고 하셨잖아요. 지금 아프십니까? 하지만 왕비마마는 그 때 매를 다 맞고도 바로 입궁했고, 아무도 부축해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버티셨을까요?”우문호는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며 : ”넌 입 좀 닥쳐, 내 마음이 개에 물린 기분 되니까.”서일이 생각하기에 곤장을 맞았으면 맞았지 뭐가 대단하다고? 시위는 전쟁터가 본업인데 곤장 맞는게 두려울까 보냐? 칼과 창이 곤장 같은 거랑 어디 비길 수가 있어?건곤전에 돌아와 우문호가 부축을 받고 걸어오는 것을 보고 원경릉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양쪽으로 줄줄 흘러내리며 달려오더니 가슴이 아파서: “아파?”우문호는 한 손으로 원경릉을 안고 탄식하며: “원 선생, 미안해!”원경릉의 마음이 무거워 지면서 세차게 우문호를 밀치며, “미안해? 아이고 맙소사, 너 정말 소빈한테 그랬어?”우문호는 원경릉이 밀치자 제대로 서지 못하다가 겨우 서일에 기대 서서, 원경릉을 흘겨 보며, “누가

  • 명의 왕비   제 457화

    우문호를 암실에서 빼낸 댓가원경릉이 코를 훌쩍이며 코맹맹이 소리로: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왕야 말고 내가 벌을 받았으면 좋았을 걸.”우문호는 목구멍에 솜뭉치가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 말은 우문호가 할 말이었다.아내와 자식을 지키는 건 우문호의 책임이다.손을 뻗어 원경릉을 끌어 안고 원경릉의 눈물에 얼굴을 비비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원경릉이: “이렇게 한도 끝도 없이 일이 터지는 거 지긋지긋해.”우문호도 지긋지긋해서 미간을 찌푸리며: “그럼 자객을 구해서 큰 형을 단 칼에 해치워 버릴까?”원경릉이 한 손으로 우문호의 입을 틀어 막고 버럭 화를 내며: “미쳤어? 여기는 궁이야, 태상황 폐하가 계신 곳이라고 하지만, 태상황 폐하도 절대 왕야가 형제의 난을 일으키는 걸 윤허하실 리 없어.”이 건은 다음에 다시 얘기하기로 한다.원경릉은 계속 약을 바르고 우문호는 손등으로 턱을 괴고, “사실 이 사건은 원래 이렇게 복잡한 게 아니거든, 저들은 허점이 많아. 저들 계획이 임시로 이리저리 변하는 바람에 완전할 수가 없는 거지. 단지 덕비마마께서…… 어휴, 마마를 탓할 수도 없지. 마마도 나를 돕고 싶으셨던 거니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보고, “맞다, 여덟째는 어때?”“수혈하고 많이 안정됐지만 그게 위험을 벗어났다는 뜻은 아니야. 지금은 그저 하느님이 보우하사 다시 내출혈이 없기를 바라는 수밖에.” 원경릉이 말했다.“오늘 의식이 돌아올 수 있을까?”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이: “말하기 어렵네.”원경릉은 상당히 마음이 아팠다. 폐가 충격을 받아 손상되고, 검에 찔리는 이런 고통은 어린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니다.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약을 발라 주고 홑옷을 덮어 주며, ‘우선 여기서 쉬어, 난 청화전으로 돌아 갈게. 왕야는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마, 사건 조사를 누가 이어받았는지 내가 물어볼 테니까.”“조심 해!” 우문호가 신신당부했다.원경릉이 나가니 목여태감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 명의 왕비   제 458화

    소빈에게 독주를 내린 황제원경릉은 비록 소빈을 두둔하는 입장도 아니고 소빈의 생사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 임무를 하고 싶지 않다. 자기 눈앞에서 숨이 끊어지는 것을 지켜 보기 싫은 게, 원경릉은 임산부로 이런 잔혹한 일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사건을 아직 명확하게 조사하지 않았는데 황제 폐하께서는 왜 소빈에게 사약을 내리시려 하십니까?” 원경릉이 물었다.목여태감이 작은 목소리로: “소빈에게 사약을 내리는 것은 태상황 폐하의 뜻입니다.”원경릉이 경악해서 목여태감에게, “태상황 폐하의 뜻이라고요?”원경릉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왕비를 충동해서 왕비를 찌르고 어쩌고 하는 성지는, 이런 변명을 통해 소빈을 죽여 명화전에서의 모든 것을 덮을 심산이다.원경릉이: “가서 태상황 폐하를 뵙고 와서 어명을 받들겠네.”목여태감이: “좋습니다, 소인은 여기서 왕비마마를 기다리겠습니다.”원경릉은 빠른 걸음으로 갔다. 기왕 어르신 뜻이라면 다른 사람을 보내 형 집행을 감독하도록 한 황제 폐하의 결정을 바꿔 달라고 부탁드리러 가는 거다. 어르신이 원경릉을 예뻐 하니, 그녀가 잔혹한 일을 하도록 두지 않으실 게 틀림없다.어르신은 안에서 상선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원경릉이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태상황 폐하, 도와 주세요.”어르신은 눈을 들어, “뭘 도와 달라는 거냐?”“소빈에게 사약을 내리는 것이 태상황 폐하의 뜻인가요? 그럼 황제 폐하께서 누구에게 가서 형 집행을 감독하라고 하셨는지 아십니까?” 원경릉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어르신이: “누굴 보냈는데?”원경릉이 거의 눈물이 터질 듯이, “저요, 아바마마께서 저더러 소빈이 독주를 마시는 것을 지켜보라고 하셨어요. 전 지금 복중에 아이를 가져서 이렇게 잔혹한 일을 볼 수 없어요.”어르신이 눈살을 찌푸리며, “결국 그 일이냐?”원경릉이 무릎걸음으로 한 발 나가서: “예, 목여태감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어서 저를 도와서 한 마디 해주세요.”어르신이 불만스럽게: “독주를 먹여? 내 뜻은 목을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명의 왕비   제3368화

    냉정언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의원을 부르지 않은 것이냐?" 역 일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돈이 없다고 하셔서 해열에 좋은 약초를 조금 달여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을 부르고 진료하고 약을 짓는 데에는 모두 돈이 필요했지만, 역에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예산이 따로 없었다. "오계부의 부승이 상경하여 직무를 보고하러 왔는데, 돈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냐?" 냉정언이 놀라서 물었다. "나리께서 돈이 든 보따리를 도둑맞았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온 것이냐?" 냉정언이 물었다. "예. 관속이나 아전도 없이 혼자입니다." 경성과 꽤 멀리 떨어진 오계부의 부승이 그 먼 길을 수행 인원도 없이 홀로 와, 직무를 보고하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었다. 원경릉이 말했다. "내가 확인하겠소." "부인께서 의원이십니까?" "그렇다. 길을 안내하거라." 원경릉이 답했다. 역 일꾼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북당에서는 여인이 의술을 익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황후가 의학원을 세운 이후, 해마다 여인들이 입학하여 의술을 배우고 있었다. 우문호가 미색을 돌아보자, 미색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챙겨 들고, 역 일꾼의 안내를 받아 한 객실로 향했는데, 문이 세게 잠겨져 있었다. 일꾼이 문을 두드렸다. "제 대인, 제 대인.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문 좀 열어주십시오." 하지만 방은 일꾼의 부름에도 여전히 잠잠했다. 이내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 기침을 하다,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마." 말이 끝나자, 침대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문이 열렸고, 솜으로 만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핏발이 선 눈만 드러낸 관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문턱을 잡고 서 있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 명의 왕비   제3367화

    이번 순행에 서일이 동참하면서 사식이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된 여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 원가에서 사식이가 서일과 함께 순행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원가는 서일 부부가 3년이든 5년이든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해주었다. 그 역시 아이들과 떠들썩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터라 기뻤다.탕양도 순행에 참여했으나, 그의 부인은 맡은 직책이 있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색 또한 당연히 회왕을 따라갈 예정이었으나, 오랜만의 외출인 만큼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재미가 없을 테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태비도 흔쾌히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이제 아이도 다 컸으니 힘들게 돌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게 순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원경릉은 순행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왕부의 노인들이 걱정되었다. 비록 삼대 거두는 여행을 떠난 상황이긴 하지만, 숙왕부에는 아직 흑영 어르신들이 계셨다. 그리고 안정을 찾은 추 할머니마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온갖 걱정에 흽싸인 원경릉 때문에 오히려 원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성가시다고 느꼈는지,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편히 놀러 가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냐? 내가 있지 않느냐?"그 말에 원경릉은 할머니를 껴안으며 웃었다."맞아요. 제가 몸이 열 개라도 할머니는 못 이길 테니까요!"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원경릉이 비록 황후라고 해도, 숙방부에서의 위세가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주사기를 꺼낼 때 뿐이지만, 원 할머니는 달랐다.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그녀의 성격이 점점 난폭해져서, 틈만 나면 사람을 끌고 가서 주사를 놓았다. 원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약이 한가득 담긴, 원경릉의 약상자에는 없는 귀한 약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약들은 수토불복, 고

  • 명의 왕비   제3366화

    조사가 끝난 후, 목을 쳐야 할 자는 목을 치고, 옥에 보내야 할 자는 옥에 보냈다. 그리고 오씨가 챙긴 돈은 전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되었다.우문호는 신하들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탐관오리를 금지하고 청렴을 장려하는 법을 내렸으며, 부정부패 전담 조사 관아를 설립해 전국을 조사하라 명했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시에 그는 신하들의 봉급 인상을 제안했다. "예전엔 나라가 가난해 관리들의 봉급이 적었지만, 이제는 나라도 번영하고 산업이 활성화되었으니 함께 잘 살아야 할 때다." 봉급을 높이면 부정부패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조회가 끝난 후 우문호는 수보와 친왕들을 불러 오래 전부터 품어온 생각을 털어놓았다."과인은 순행하고자 하오!"나라가 태평하지만 황제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왕과 태자 시절에는 백성들의 고통을 잘 알았지만, 지금은 점점 백성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보고 싶었고, 공무를 핑계로 원 선생과 북당 전역을 둘러보고 싶었다.냉정언이 적극 찬성하며 말했다."상소문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은폐된 사실, 억울한 사건,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옳은 말이네." 우문호는 최근 냉정언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그러나 냉정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하지만 아직 각지에 위험한 도적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의 안전을 위해 소신이 대신 가는 것이..."그러자 우문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수보의 말도 일리 있지만, 참 뻔뻔하구먼!" 그러고는 어명이 적힌 서찰을 건네며 덧붙였다."함께 순행할 명단이니 반포하시게!"냉정언은 자기가 제외될 줄 알았으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소신도 갈 수 있습니까?""가시게. 국정에 큰일이 없으니 내각에서 처리할 수 있네. 새로 양성한 인재들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고.""상산명이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