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빈은 얼굴이 굳고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덕비마마를 바라보았다.“능지처참이요?”덕비는 그녀를 바라보며 온화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본궁도 여자다.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본궁은 너를 데리고 황상을 만나야겠다. 황상을 뵙고 사실을 고하거라 황상에게 용서를 구하고 죄를 달게 받거라.”이 말을 들은 소빈은 바닥에 엎으린 채 심장을 부여잡았다.“소빈을 일으켜 어서방으로 데리고 가거라!” 덕비가 명령했다.어서방에는 명원제가 바닥에 꿇어앉은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화가 난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그게 사실이냐?” 명원제는 목소리는 음침하고 차가웠다.“소인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지금 황상께 이렇게 죄를 고합니다. 소인이 황상의 명예에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줄곧 고민했습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오숙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목여태감이 너무 놀라 벌벌떨며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네가 본 사람이 초왕이 확실한가?” 명원제가 물었다.“소인이 직접 보았습니다. 초왕이 태감을 참수할 때 소인이 바로 통천각(通天阁)을 순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명화전의 상황은 초왕이 소태감을 죽이고 팔황제도 공격했습니다. 팔황자가 정면에서 들어오는 칼을 손으로 막았습니다. 그러자 초왕이 담벼락을 넘어 도망쳤고, 소빈마마의 소매가 벽에 걸려 찢어졌습니다. 그리고 구사가 사건 현장에 왔고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고 도망가려고 할 때 금군들이 달려왔습니다. 곧바로 초왕이 다시 돌아와 팔황자를 안아들었고 금군은 이 상황을 보고 범인이 구사라고 오해한 겁니다. 구사는 초왕을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쓴 겁니다.”같은 시각 어서방 문 앞.오숙화가 명원제를 만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문호는 밖에서 부황의 부름을 기다렸다.우문호는 덕비가 자신이 당부한 대로 소빈을 자결시켰을 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오매불망 소빈의 사망 소식을 기다렸다. “왕야, 황상께서 들어오시라고 합니
우문호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오숙화를 힐끗 보았다. 오숙화는 바닥에 엎드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오숙화의 눈알은 재빠르게 굴러갔다.덕비가 소빈을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바로 무릎을 꿇었다.“폐하! 신첩이 관리 부족으로 소빈을 이지경까지 만들었습니다. 신첩이 죄를 지었습니다!”소빈은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오숙화를 보고 자신도 무릎을 꿇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폐하, 신첩이 몸 관리를 잘 못하여…… 더럽혀졌습니다. 이 죄는 신첩이 죽어서도 속죄하겠습니다.”덕비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눈으로 소빈을 쳐다보았다.오숙화는 소빈의 말을 가로챘다.“황상! 소빈 마마가 초왕에게 모욕을 당했는지는 소인이 잘 보지 못했습니다. 소빈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응한 것인지, 초왕의 강요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땅에 엎으려 있던 소빈이 오숙화의 말을 듣고 심장을 부여잡고 비통하게 말했다.“폐하! 소첩은 원치 않았습니다. 초왕의 강요로 일어난 것입니다! 소첩은 초왕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습니다. 폐하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십시오!”덕비는 두 사람의 뻔뻔한 연극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폐하! 이 둘의 말을 모두 거짓입니다! 소빈이 간통을 저지른 간부(奸夫)는 바로 저 오숙화입니다! 둘이 짜고 초왕을 모함하고 있습니다!”덕비와 소빈 그리고 오숙화의 총체적 난국의 상황을 보고 있자 우문호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명원제는 격노하여 탁자를 내리쳤다.“다 입 다물어!”소빈과 덕비가 명원제의 호통에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명원제는 우문호를 보며 “저 둘의 말이 사실인가?” 라고 물었다.우문호는 자신이 어떠한 말을 해도 황제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사실이 아닙니다. 소자는 그날 소빈을 본 적이 없나이다.”명원제는 그의 말에 콧방귀를 뀌고 덕비를 쳐다보았다.“너는 무슨 증거로 저 여자의 간부가 오숙화라고 단정하는 것이지?”덕비는 입이 열 개라도 그 사실을 우문호에게 들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그녀는 소빈
명원제가 소빈을 쳐다보았다.“사실을 말해라.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소빈은 울먹거리며 벌벌 떨었다.“왜 우는 것이야? 사실대로 말하라고!”겁에 질린 소빈이 입을 열었다.“그날 소첩이…… 홀로 산책을 하다 보니 명화전에 다다랐습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저를 끌고 명화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소첩은 너무 놀라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첩의 옷이 벗겨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다섯째 형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눈앞에는 초왕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란 초왕은 칼을 꺼내 소태감을 살해했고 연이어 팔황자에게도 칼을 휘둘렀습니다. 그리고 소첩을 끌어 담장 밖으로 갔습니다.”“만약 네 말대로 내가 너를 강제로 탐했다면 본왕이 너까지 죽여야 하지 않겠어?”우문호가 그녀의 말에 냉정하게 받아졌다.이 말을 듣고 소빈은 넋이 나간 듯 무의식적으로 오숙화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명원제도 반사적으로 소빈과 오숙화를 번갈아 보았다.명원제는 무언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내막을 파헤쳐야겠다고 생각했다.‘다섯째가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해도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은 못된다.’명원제는 한참 생각에 빠졌다.“소빈을 덕상궁으로 데리고 가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게 하고 초왕을 암실로 데려가 조사하거라! 그리 오숙화도 함께 데리고 가거라!” 명원제가 소리쳤다.우문호는 부황의 명령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부황이 이렇게 냉정하게 명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은 부황의 마음속에도 소빈과 오숙화를 향한 의심이 생겼다는 것이다.소빈은 마음속으로 ‘살았다’를 외쳤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 사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그 생각뿐이었다.‘이제 모든 것은 여덟째에게 달렸네.’현장의 목격자들이 모두 초왕을 보았다고 말했고 심지어 구사도 소빈의 간부를 초왕이라고 오해해 죄를 뒤집어썼다. 여덟
소빈의 생각소빈은 덕상궁으로 돌아와 바로 꿇어앉았다.덕비는 지쳤는지 의자에 앉아 소빈을 보며 실망과 통한에 가득 차서, “왜 그랬지? 초왕이 너랑 무슨 철천지원수를 졌다고? 도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초왕을 음해하는 것이야?”소빈은 딱딱하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마마, 저는 분명 왕야에게 능욕을 당했습니다.”덕비가 증오에 찬 목소리로: “그래? 얼마 전에 너는 여기 무릎을 꿇고 나한테 초왕과 간통을 했다고 했지, 네가 능욕을 당했다고 하지 않았어.”소빈이: “소첩의 그 말은 소첩이 능욕을 당했다는 말이었습니다.”덕비가 따귀를 때리는데 열이 뻗쳐서 따귀를 때리다가 자기가 도리어 실신할 뻔 했다.소빈이 따귀를 맞은 뺨을 만지며, “마마, 그래요. 전 가족을 연루 시킬 수 없었요. 못 합니다.”“넌 이제서야 가족이 연루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았느냐? 그러길래 당초에 왜 초왕과 사통을 했느냐?” 덕비가 분노하며 말했다.소빈이 쓴웃음을 지으며, “왜요? 왜 그랬겠습니까?”소빈은 고개를 들어 덕비를 보고 가시 돋친 말투로, “마마는 매일 거울을 보세요? 눈가에 주름이 보이시나요? 귀밑머리에 흰 머리카락 보이세요? 마마는 늙었어요. 그런데 황제 폐하는 왜 여전히 그렇게 총애하실 까요? 한 달 중에 무려 닷새는 마마를 불러 시침을 들게 하시죠. 만약 마마께 아들이 있었으면 황제 폐하의 총애도 끝일 텐데, 당신은 아무도 없어요. 황제 폐하가 왜 시침들 사람을 제가 아닌 마마를 택했는지 아세요? 전 젊고, 예쁘고, 매력적이기까지 한데. 초왕이 제가 이 궁에서 제일 예쁜 여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왜 유독 황제 폐하만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죠? 벌써 일년이라고요, 황제 폐하는 제 이름을 일년이나 뒤집은 적이 없어요.”덕비는 이 말을 듣고 차갑게: “만약 내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당초에 여관(女官)을 뽑는 첫해에 넌 낙방이었어. 왜 둘째 해에 또 왔지? 여관을 뽑는 수녀 선발은 첫 해에 왔으면 다음해엔 오지 않는 법인데, 만약 네가 오지 않았
덕상궁으로 가는 원경릉희상궁은 쪼그리고 앉아 원경릉의 손을 잡고 그녀가 과도하게 흥분해 몸이 상하지 않도록 애썼다.“황제 폐하께서 왕야를 암실에 가두셨습니다.” 희상궁이 말했다.원경릉이 희상궁에게, “어.”이게 무슨 흥분할 일이라고?암실에 가는 게 뭐, 깜깜한 걸 무서워하지도 않는데.희상궁은 왕비가 지금 큰 일 앞에 신중하다고 느끼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하오니 왕비마마, 반드시 방법을 강구해 팔황자를 살려 내셔야 합니다. 지금 오직 왕야의 결백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은, 팔황자 단 한 분으로 그 분만이 유일한 목격자입니다.”원경릉은 문맥을 알아듣고 한 손으로 희상궁의 손을 덥석 쥐고, “무슨 뜻이야? 암실은 어딘데? 왕야가 왜?”희상궁이: “암실은 궁에서 사건을 일으킨 내시나 궁인을 가둬 두는 곳입니다.”“왕야가 어쨌는데?” 원경릉이 긴장하며, “아바마마는 왜 왕야를 암실에 가둔 거야?”희상궁이 고개를 흔들며, “쇤네도 모릅니다. 쇤네가 방법을 찾아 덕상궁 쪽에 물어보겠습니다. 단지 지금 덕상궁에 내려진 금족령때문에 쇤네가 들어갈 수 없으니 뭔가 방법을 찾겠습니다.”“이 일이 덕상궁과 무슨 관련이지?” 원경릉은 어리둥절했다. 희상궁의 설명이 앞도 뒤도 없어서 원경릉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희상궁이: “오늘 왕야께서 쇤네에게 덕상궁에 가서 덕비마마에게 소빈을 선처해 달라고…..”“잠깐, 소빈은 누구야? 왜 소빈을 선처해야 하는데? 소빈이랑 다섯째가 암실에 갇힌 게 무슨 관련이 있어? 팔황자랑은 또 무슨 관련인데? 유일한 목격자라니? 구사 사건이야? 구사가 시인 했어?” 원경릉은 정말 온통 오리무중이다. 그녀가 입궁한 뒤로 밖에 무슨 일이 생긴 거지?희상궁이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퍼뜩 왕비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왕야는 왕비에게 사건에 대해 말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희상궁이 일어나: “우선 쉬세요, 쇤네가 가서 시험해 보지요, 덕상궁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원경릉이 일어나: “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원경릉덕비가 방금 약을 발라서 실내가 온통 약 냄새로 가득한데 원경릉을 보자 덕비는 미안함에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탄식했다. “왕비, 내가 다섯째를 해쳤네. 좋은 마음으로 나쁜 일을 해 버렸어.”원경릉과 덕비는 잘 아는 사이가 아니지만 덕비의 이런 모습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마마 일단 걱정 마세요.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덕비는 원경릉을 자리에 앉히고 희상궁에게 앞부분을 얘기하게 했는데 희상궁은 구사가 말한 것까지 원경릉에게 알렸다.말을 마치고 다시 강조하길, “구사는 오해였으며 소빈마마와 그렇고 그런 사람은 분명 왕야가 아니었습니다. 구사도 자신이 잘못 본 것을 알고 있습니다.”원경릉은 다 듣고 구사 이 똥멍청이가 어떻게 이정도까지 안목이 없는지 믿어지지 않아서, “구사가 진정 왕야와 소빈이 정을 통했는 줄? 소빈이라면 방금 밖에 그 여자 맞지? 왕야 눈에 안 차.”덕비와 희상궁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것이 아무도 이런 답을 예상하지 못했다.뒤에 덕비가 어서방에서 일어난 일을 전부 얘기하고, “소빈이 지금 입술을 깨물고 말하길 다섯째가 능욕 하고 소빈에게 약을 썼다는데, 폐하는 비록 바로 처분을 내리진 않으셨지만 다섯째와 오숙화(吳叔化)를 암실에 가두셨네.”“소빈의 말이 앞뒤가 맞질 않습니다. 처음엔 덕비마마께 왕야와 ‘간통’을 했다고 하더니, 뒤에 폐하 앞에서 입을 열 때는 약을 먹고 ‘강간’을 당했다고 하니 이건 분명 거짓말입니다.” 원경릉이 잠시 생각하더니, “하지만 제 생각에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을 듯 합니다. 아바마마께서 영민하시니 분명 허점을 발견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덕비가: “허점이 있어, 하지만 이 일은 금기야, 대대적으로 조사할 수 없으니 혐의를 벗을 수 없지. 폐하께서 허점을 발견하시더라도 소용없네. 다섯째에게 필요한 건 결백이야, 절대적인 결백.”원경릉은 덕비가 말한 것이 다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만약 절대적으로 결백한 게 아니면 우문호는 황제 폐하의 마음 속에 박힌 가시 같을 것이다.
우문호 구출 작전 시작원경릉은 정전을 나와 사람을 시켜 의자를 가져오게 하고 소빈 앞에 앉았다.소빈을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소빈은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결국 원경릉이 노려보는 것에 당할 수 없어 비로소 평소처럼: “왕비마마, 말씀이 있으시면 하세요.”원경릉이: “덕비마마 말씀에 따르면 넌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한다며?”소빈이 원경릉을 힐끔 보더니, 도발적으로, “제생각에는 왕비마마 보다는 예쁘네요.”“아바마마께서 왜 너를 사랑하지 않으시는지 알아?” 원경릉이 물었다.소빈이 싸늘하게 웃으며, “그 일은 왕비마마와 상관없어요. 왕비마마도 이런 질문 할 자격이 없지 않나요, 왕비마마는 초왕한테서 달아나시는 게 좋을 걸요. 후궁과 비빈을 멸시했으니 도망쳐도 소용없겠지만.”“넌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멍청해 보여?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나도 알아 볼 수 있는데 아바마마께서 모르실까?” 원경릉이 미소를 띠고 최선을 다해 한 대 갈겨주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왕비께서 그렇게 확고하시면 여기 오실 필요가 없으시지요, 안심하고 기다리시면 되니까요.”“내가 여기 온 건 왕야를 암실에서 기다리게 할 수 없어서야.” 원경릉이 다시 웃고 고개를 돌려 소빈에게, “동시에 네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서지.”소빈이 당황해서, “무슨 뜻이죠?”원경릉이 가볍게 탄식하며, “난 사실 이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방법이 없었어.”원경릉은 소빈의 비녀를 뽑아 자신의 손목에 그으니 선혈이 순식간에 베어 나온다.소빈이 놀라 원경릉에게, “미쳤어요?”희상궁이 달려와, “왕비마마,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원경릉이 일어나 비틀거리며: “사람을 시켜 아바마마께 아뢰라, 소빈이 나를 모욕하는 말을 하고 비녀로 나를 해쳤다고.”소빈이 경악해서 일어나며, “너……네가 감히 나를 능멸해? 난 널 욕한 적도 상처 입힌 적도 없어.”원경릉이 냉소를 지으며, “왕야도 널 경멸한 적 없고, 사람을 죽인 적도 없지. 네 생각에 팔황자가 못 깨어날 거 같아? 팔황자는 너와 오숙화
소빈 사건에 대한 명원제의 생각희상궁은 원경릉의 상처를 싸매 주고 다시 부축하니 원경릉이 순순히 땅바닥에 꿇어 앉아, “태상황 폐하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너는, 황제를 협박해서 다섯째를 구했지만 황제의 심기를 건드렸어.” 태상황이 엄숙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잖아요? 60대를 누가 견딜 수 있겠어요?” 원경릉이 볼 멘 소리로 말했다.태상황이 기분 상했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번 한 번이다. 다음은 없어. 앞으로 이런 일로 나를 방패로 삼아 내 청렴을 깨는 것은 용서치 않겠다.”금군이 이미 명원제에게 보고했는데, 소빈이 초왕부 왕비를 찔러 거의 혼절할 상태라 덕상궁에 머물지 못하고 건곤전으로 상처를 치료하러 갔다고 말이다.명원제가 눈살을 찌푸리며, “정말 소빈이 한 짓이냐?”원경릉이 덕상궁에는 왜 갔지? 청화전에서 쉬고 있으라고 하지 않았던가?“제가 안으로 들어가 물어보니 확실이 소빈이 한 짓으로 왕비께서 소빈에게 몇 마디 물으셨는데 소빈이 욕설을 하고 흥분해서 비녀를 빼 왕비를 찌르셨다고 합니다.” 금군이 말했다.명원제는 금군 얘기의 진위여부를 가리지 않았는데 다시 건곤전 사람이 와서 보고하기를 왕비가 놀라서 심하게 울고 어이의 불렀는데 아마 배가 불편한 듯 싶다고 했다.명원제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짜증을 내며: ‘목여, 가서 어찌 된 일인지 살펴 봐라.”목여태감은 명을 받들고 가서 돌아와 보고하길: “폐하께 아룁니다. 왕비께서 복통을 호소하시는 데 지금 조어의가 이미 와 있고 태상황 폐하께서 왕야를 부르는 편이 좋겠다고 하십니다.”명원제의 얼굴빛이 굳어지며, 냉랭하게: “초왕비가 갈수록 간이 커지는 구나.”필시 원경릉이 고의로 소빈를 자극해서 자신을 찌르게 만들었을 게 틀림없다.목여태감이 쓴웃음을 지으며: “사실 태상황 폐하도 왕비가 남편을 구하고자 하는 일념이었음을 아셨지만, 왕비의 배속에 황실의 용종이 크고 있으니, 지금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달라고 할 판인데, 못난 왕야는 말해 무엇 하느냐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