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의 황룡포와 원경릉의 첫 외출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하지만 원경릉과 우문호 둘 다 때가 되면 다시 이 문제에 맞닥뜨릴 것을 알고 있으며, 다음엔 또 어떤 방법으로 피해야 할 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원경릉은 사실 아주 기쁘다.왜냐면, 원경릉 혼자 관계를 애써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우문호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이번 같은 일을 겪고 나면 두 사람 사이가 더욱 깊어진다.고생고생 한달을 보내고,입동이 되었다.날씨가 추워 원경릉은 움직이기가 싫었다.이제 먹고 마시는 것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와 가끔 토하긴 하지만 전에 비하면 양반이다.배 속에 아이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서 어의가 매번 진맥을 하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전이 빠르 군요. 진전이 빨라요.”제왕은 이 날 후궁을 맞았는데 마침 첫 눈이 내렸다.친왕이 후궁을 맞아들이는 일은 큰 일이라 제왕부는 주연을 성대하게 준비하고 형과 형수인 우문호와 원경릉은 축하인사를 해야 했다.기왕이 공을 세우고 수도 경성에 돌아온 날도 공교롭게도 마침 이 날이다.황제 폐하는 크게 상을 내리고 기왕이 고작 한달 보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정강부의 비적 떼를 전멸한 것을 치하했다.명원제는 기왕에게 황룡포를 내렸다.물론 밝은 황색은 아니지만 황제가 황룡포를 하사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만조 백관의 마음 속에 추측이 난무했다.역대 황제는 황룡포를 오직 태자에게만 하사했다. 현 황제의 이와 같은 행동은 기왕이 태자라는 암묵적 의미가 아닐까?그렇다, 기왕은 원래 공적이 남달랐고 이젠 비적 떼를 토벌해서 황룡포까지 받았다. 기왕은 황제의 장자로 황제가 그를 황태자로 세우고자 하면 말 그대로 순리대로다.불쌍한 건 초왕으로 왕비가 회임을 한 덕에 태자의 자리에 안정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아직도 생각하는 모양이니 말이다. 배속의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아직 결정된 것도 없지만 아들이라고 쳐도 그 아이한테까지 차례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장자와 적자가 모두 있는데 후사
제왕이 후궁을 맞는 연회안에는 문영공주, 진평공주, 안평공주가 자리를 잡고 있고, 친왕비는 기왕비를 제외하고 모두 자리를 잡고 있다.손왕비, 위왕비(魏王妃), 안왕비(安王妃) 모두 곱게 화장을 하고 신분에 걸맞는 화려함과 귀티가 흘렀다.제왕비 주명취는 중심에 앉아 있는데 크고 붉은 모란이 수놓아진 옷을 입고 머리엔 자옥 비녀를 꽂고 아름답게 화장한 모습이 고상하고 품위가 있다.원경릉은 주명취의 얼굴에서 싫은 기색을 발견할 수 없고, 미세한 표정 하나하나도 상황에 딱 들어맞았다.그렇다. 제왕이 후궁을 맞는 것을 주명취는 자기 손으로 준비했다.원경릉이 손왕비의 말을 듣기론 제왕이 후궁을 얻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주명취가 나서서 황후에게 주선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주명취는 원경릉에게 들어오라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초왕비 오셨어요? 어서 앉으세요.”“제왕비 고마워요!” 원경릉이 말했다.임신하고 처음 외출한 원경릉은 국보 팬더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데, 공주와 친왕비들이 전부 세심하게 배려해서 원경릉을 자리에 앉히더니 차와 간식을 종류별로 잘 살피고 나서 원경릉이 먹도록 했다.원경릉이 음모라도 빠지는 날엔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무사할 수 없을 게 분명하다.원경릉은 자기가 여기 있으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고: “다들 천천히 앉아 계세요. 저는 나가서 좀 걸을 게요.”손왕비가 웃으며 일어나, “나도 나가서 좀 걷죠. 맞아요, 초왕비는 아직 제왕비에게 축하 인사 안 했죠?”원경릉은 당황스러웠다. 축하? 손왕비가 비꼬는 건가? 축하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원경릉이 손왕비를 보니 손왕비 얼굴에 농담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원경릉은 최근 계속 사람들의 덫에 걸려들어서 조심조심 눈치를 보며, “잠시 후 제왕을 뵙는데 제왕전하에게 축하 드려야 맞죠.”주명취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이 왔으면 체면은 서지요. 축하야 입에 발린 말이니, 신경 쓰지 않아요.”원경릉은 정말 상당히 당황했다. 정비 입장에서 오늘은 그녀에게 가장 불쾌한
사랑하는데 어떻게 후궁을?제왕은 주명취를 사랑하는데 왜 후궁과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을까?원경릉은 줄곧 주명취에 대한 제왕의 사랑이 수도 경성에서 최고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런 사랑도 결국 제삼자를 받아들여야만 하다니.원경릉은 여기 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손왕비에게: “저 좀 불편해서, 돌아가게요.”“이렇게 일찍 돌아간다고?” 손왕비가 어리둥절해서 원경릉의 마음을 헤아리며, “제왕비가 안타까워서 그러는 거지? 그럴 필요 없어. 제왕비는 시켜서 하는 거지만 오늘 기분이 좋아, 믿을 수 있겠어?”원경릉이 손왕비에게, “어째서 기쁠 수가 있죠?”손왕비가 냉랭하게 웃으며, “원 대장군은 계속 중립의 위치로 어떤 친왕에게도 아부하지 않았는데 이제 제왕이 원 대장군의 손녀와 결혼했으니 원 대장군은 제왕 쪽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됐지. 제왕비가 안 기쁠 수 있겠어? 제왕비는 자신에 대한 제왕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걸 잘 알아. 후궁은 장식품에 불과한 거지, 후궁을 맞은 덕에 자신을 태자비로 등극시킬 유력한 조력자를 얻은 셈이 되는 거야. 그러니 제왕비 생각에 마음 아파하지 말고 차라리 원용의를 불쌍히 여겨줘.”원경릉은 후궁을 맞는 것이 태자의 지위와 결부되어 있을 줄 생각치 못했다. 캘 수록 뒤가 구려지는 곳이니 여기 더욱 더 머무르고 싶지 않다.“전 누굴 생각해 아파하는 게 아니라, 그저 여긴 너무 암담해서 돌아가고 싶은 거예요.” 원경릉이 녹주를 불러, “서일에게 마차를 준비시켜라, 나는 먼저 초왕부로 돌아가야겠다.”녹주가 긴장해서: “왕비마마 어디가 불편하십니까?”“아니……”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는 걸 가까스로 참고 이마를 짚으며: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왕야께 말씀 드릴 정도는 아니야, 서일을 시켜 날 먼저 데려다 주면 돼.”왕비가 불편하시다는데 왕야께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우문호는 원경릉이 불편하다는 얘기를 듣고 거의 탁자를 날려버릴 기세로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의 이목은 신경 쓰지 않고 바람같이 달려나갔다.잠시 후 초왕이
원용의의 첫날밤제왕부의 연회가 끝나고 제왕은 신방으로 갔다.제왕은 붉은 덮개를 젖히고 신방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물린 후 원용의의 동그란 얼굴을 향해: “너랑 할 말이 좀 있다.”원용의는 눈을 깜박이며 목을 돌리며 풀더니, “왕야, 말씀하세요.”제왕이: “오늘밤, 난 여기 남아 밤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원용의는 가슴에 손을 얹고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며, 혀를 내밀고: “진짜 너무 잘됐어요.”제왕이 어리둥절해서, “너…… 슬프지 않아?”원용의가 일어나서 머리에 쓴 쪽두리를 벗어 던지고 탁자로 가서 앉더니 냠냠 맛있게 먹으며, “배고파 죽을 뻔 했어요. 오늘 아침 일찍 단장할 때 수제비 조금 먹은 거 빼고, 하루 종일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가 등가죽에 찰싹 붙었거든요.”제왕이 그녀를 보니 정말 조금도 슬퍼하거나 괴로워하는 기색이 없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안심하며, “그럼 너는 먹어, 난 먼저 갈게.”“기다려요.” 원용의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제왕은 덜컥 마음이 내려 앉았다. 그렇게 쉽게 보내줄 리가 없지. 얼굴이 점차 침울해 졌다.원용의가 제왕에게 비위를 맞추는 표정으로, “초왕비와 친해요?”제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뭐 그렇지, 왜?”“그럼 초왕부 가실 때 저 데리고 가실 수 있어요?” 원용의가 애원하듯 쳐다본다.“초왕부에 가서 뭐하게?” 제왕의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초왕비랑 얘기 하게요.”제왕은 그녀를 보며 마음속으로 ‘이 여자 진짜 교활하군, 뒷걸음치는 척하며 앞으로 나가다니. 원용의와 단독으로 외출하면 자연스럽게 같이 있을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이거 만만치 않은 상대다.제왕은 평소처럼: “다음에 갈 때 너에게 말해주마.”“내일 가요?”“안가!”원용의가 고민하며, “그럼 모레?”제왕이: “모레는 처가에 인사하러 가는 날이 아니냐?”“글피는?” 원용의가 또 캐묻는다.제왕이 쌀쌀맞게 홱 소매를 뿌리치고 나가며, “떽떽거리지 마라, 먹는 모습이 흉하구나.”원용의는 당황스럽다. 먹는 모습이
태후전 앞에서 만난 네 사람희상궁, 녹주, 서일이 같이 입궁했다.오늘 친왕비가 입궁해서 문안을 드리는 것 외에도 봉호를 받은 여인들도 부름을 받아 입궁했다.원경릉은 궁중의 사정을 잘 몰라서 궁에서 뭔가 큰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모르지만 순수하고 파릇파릇한 아가씨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태후의 침전밖에서 기다리는 데 주명취가 원용의와 주명양을 데리고 오는 것이 보였다.주명취는 붉은색 비단의상을 입었는데 다소 고루하지만 법도를 정확히 따른 것으로 원경릉이 자세히 뜯어 보니 친왕비의 조례 관복이다.주명양은 여의무늬 흰 주름치마에 목에 진홍색의 산호 목걸이를 걸었는데 알알이 불꽃처럼 빛나서 이목을 끌었다.마치 주명양의 얼굴 같고, 복숭아나 자두처럼 요염하게 아름답다.이와 달리 원용의는 다소 통통 튀게 황색과 녹색을 섞어 입고, 머리는 하나로 틀어 올려 방울 소리가 나는 비녀를 꽂았는데 이런 복장은 결혼한 여지 같기보다는 과년하도록 시집가지 않은 소녀 같다.원용의는 원경릉을 보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폴짝 뛰어왔다. 고지식하면서도 열렬하게 원경릉을 바라보며, “초왕비 언니, 언니도 계시네요.”원경릉이 미소를 띠고 동글동글한 얼굴을 봤다. 샤오란 사건 직후라 원경릉은 귀여운 동그란 얼굴에 약간 거부감이 들어서 조금 냉담하게, “그래요, 원후궁 안녕하세요.”하지만 원용의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배실 배실 웃으며: “초왕비 언니 안녕하세요.”언니, 언니 하는 건 뭔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일 가능성이 높다. 원경릉은 여전히 일정한 거리를 유지 하고 있다.주명양은 차갑게: “아는 얼굴이라고 쌀쌀맞게 구는데 들러 붙는 꼴이라니, 부끄러움을 모르네. 초왕비 눈에 들기나 하겠어요? 초왕비께선 지금 황실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어서 눈이 이마에 가서 붙었을 텐데.”원경릉은 대꾸하지 않았다. 주명양의 말발이 날카로워서 적수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므로 대답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원용의는 받은 적 없는 모욕을 겪었지만 원경릉이 나서서 간섭할 수는 없다. 원
태후와 현비의 관심, 원용의의 어머니두사람이 목여 태감 앞에서 한바탕 연극을 한 그 날 이후로 한동안 후궁을 맞아들이라는 어명이 없었다.원경릉은 다행히 이 일은 끝났구나 싶었는데, 눈 앞에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들춰질 줄 몰랐다. 황제 폐하께서 어명을 내릴 생각이 없어도, 주명양의 말이 입밖으로 나온 이상 만약 결혼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씨 집안의 체면이 땅에 떨어진다.주씨 집안이 체면을 구기려 들까?원용의가 회한의 얼굴로 주명양을 쳐다봤다. 원래 초왕도 후궁을 들인다고? 미리 알아봤으면 초왕에게 시집갈 걸, 그럼 초왕비 언니 동생이 되는 건데.희상궁은 숨죽이고 원경릉을 부축하며, 행여 주명양의 말로 원경릉이 실태를 범할까 걱정했다.주명양은 음험하게 원경릉을 보며 답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침착하게: “나랑 그대는 절대 자매가 될 수 없습니다.”주명양도 이 말의 의미를 눈치 챘고, 주명양이 알아 들었다는 걸 원경릉도 알았다.말 나온 이상, 너에게 주재상이 있으면 나에겐 태상황이 있으니 우리 한번 끝까지 가보자.주명양이 냉소를 지으며, “인연이란 것이 참으로 사람 맘대로 되지 않더군요.”“인연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원용의가 나섰다. 초왕비 언니는 주명양을 데려올 생각이 없으니 의리 있게, “네가 초왕 후궁이 되려면 정말 누군가의 결정이 필요한데, 초왕비 언니가 허락하지 않는 다니 넌 갈 수 없어. 네가 홀딱 벗고 가서 초왕을 꼬셔도 안돼. 초왕은 너 같은 걸레 안 좋아하거든.”주명양이 쌀쌀맞게 몸을 돌리며 원용의와 얘기할 가치가 없다는 뜻을 표시했다.주명취는 전혀 도울 수 없었는데, 어쩌면 도울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저 냉정하게 수수방관할 뿐이다.원용의가 원경릉에게 고민스런 표정으로: “초왕비 언니, 제 말이 너무 막 나간 거예요?”원경릉이 원용의에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하지만……내 속마음도 그래.”동그란 얼굴이 순간 찬란하게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 화사하게 빛났다.같이 들어가 태후 마마께 인사를 드리는데
태상황을 만나러원경릉은 문득 어떤 부인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인은 양부인 예친왕비와 일행으로 부인은 손을 다쳐서 원경릉이 지혈해 줬다.“네 엄마가 손을 다치셨던 분이야?” 원경릉이 물었다.“맞아요. 맞아요!” 원용의는 원경릉이 생각해 낸 것에 더욱 감동해서 하염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왕비 언니, 우리 엄마 좀 만나주실 수 있어요?”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좋아, 그럼 내일 네가 부인을 모시고 오렴, 난 초왕부에서 기다리도록 할게.”“잘됐다. 너무 잘됐다!” 원용의가 감동해서 말을 잇지 못한다.원경릉은 다시 한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말한다면 원용의는 정말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복잡한 사람임이 분명하다.이 시국에는 모두 가면을 쓰고 있으니, 원경릉도 조심하는 게 상책이고, 이 원부인을 한 번 오시라고 하는 게 앞으로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지내기 편하다.원용의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라 가고 마침 제왕도 입궁해 태상황 폐하께 문안하러 가는 길에 원용의와 얼굴이 마주쳤다. 원용의는 폴짝폴짝 뛰어올라 바로 제왕을 끌어 안고 ‘쪽쪽’하고 뽀뽀하더니 발그레한 얼굴이 아름답고 요염한 한 떨기 꽃처럼, 허리를 굽히고 예를 취하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왕야께서 초왕비 언니에게 저에 대해 잘 말씀해 주신 게 틀림없어요.”말을 마치고 또 폴짝폴짝 뛰어 간다.제왕은 전기 충격을 받은 사람 같다.그 자리에 멍하니 한참을 서서 한 걸음도 꼼짝할 수 없었다.“무엄하다!” 한참 있다가 제왕은 겨우 반응이 터져서 고개를 돌려 분개하며 소리쳤으나, 원용의는 애진작에 즐거운 새처럼 훨훨 날아가고 없다.원경릉과 희상궁, 녹주도 이 상황을 목격했다.녹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제왕 전하 얼굴이 엄청 빨간 데요.”원경릉은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부끄러운 건지 알 수 없는 빨간 얼굴의 제왕을 보니, 빨게도 진짜 농익어서 곧 터질 것 같은 토마토같이 빨갛다.제왕이 입으론 꿍얼꿍얼 욕을 하면서도 눈빛은 당황스러움과 미혹되었음을 감
그러나 원경릉은 궁금했다. 태상황은 이런 괴상한 물건들을 왜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걸까?이런 영사초(靈蛇草)는 그녀는 듣도 보도 못했다.그녀는 뒤뜰에 영사초 이외에도 괴상한 식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천천히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는 정원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꽃을 만지려고 했다. “만지면 안 됩니다!” 희상궁이 다급히 소리쳤다.원경릉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희상궁을 보았다.“왜 그러십니까?”“그건 식인화입니다.” 희상궁이 창백한 얼굴로 대답했다.원경릉은 식인화의 진면목을 본 적은 없지만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식인화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이 꽃은 보기에는 장미꽃으로 보이지만 장미처럼 복잡한 꽃잎이 없고 여섯 개의 꽃잎으로 나뉘여져 하나의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으며 그 속에는 여러 노란색 꽃술이 나있었다.희상궁은 원경릉이 믿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자,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식인화에 갖다 대었다. 나뭇가지가 닿자마자 “찍”하는 소리와 함께 가지가 갈라지고, 꽃잎이 빠르게 닫혔다 열렸다. “이런 걸 어디서 났습니까?” 원경릉이 놀라서 물었다.“소요공이 보냈습니다.” 희상궁이 답했다.소요공이라는 말을 이곳에 와서 열 번도 넘게 들었다. 그녀는 매번 소요공이라는 이름을 들으며 꼭 한번 그를 만나고 싶었다.건곤전을 떠날 때 공교롭게도 주명취와 주명양 자매를 만났다. 원용의는 그들과 같이 있지 않았다. 주씨 자매는 태후 궁에서 나오는 듯 했다. 원경릉은 그들을 본 척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려고 작심했다. “초왕비 잠깐만요” 주명취가 원경릉을 불렀다. 원경릉은 고개를 돌리며 “제왕비 무슨 일이죠?”라고 물었다. 주명취는 걸어와 사과를 하려는 듯 “둘째 동생이 원래 입이 방정이지만, 전혀 악의는 없습니다. 초왕비께서 그녀를 좀 이해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예. 그렇게 하죠” 주명양이 악의가 없다고? 말도 안 된다.주명취는 원경릉의 대답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럼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