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주명양이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는 말을 해서 그녀의 몸을 상하게 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의학 박사인 원경릉이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은 이런 소녀와 말다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그녀는 치미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희상궁의 손을 잡고, 자신이 화를 내다가 쓰려져도 그녀가 자신을 붙잡을 수 있게 가까이 섰다. “초왕부와 혼인을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저 내 화를 돋우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목적이 무엇이든 나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단언컨대 어떤 여인이든 초왕부로 들어오거나 우문호에게 접근하려면 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게 맞죠? 저는 결코 한 발짝도 다가오지 못하게 할 겁니다.”원경릉이 말을 마치고 배에서 살짝 복통을 느꼈다. 그녀가 몸을 돌리자 주명양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한 발짝도 다가오지 못하게 한답니다! 그 허락을 하는 사람이 죽게 되면 그런 권리도 사라지죠!”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가던 길을 멈추고 휙 돌아서더니 그대로 그녀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그러자 희상궁이 그녀를 막아서며 뒤를 돌아 주명양을 보았다.“둘째 아가씨, 그런 악랄한 말을 삼가세요. 바람에도 혀가 날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심하세요.”주명양은 구시렁거렸고, 주명취는 희상궁에게 “상궁, 초왕비를 잘 모시고 가십시오. 오늘 일에 대해서는 제가 꼭 찾아뵙고 사과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희상궁이 차갑게 말했다.원경릉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이렇게 추운 날 그녀가 땀을 흘리자 상궁은 마음속으로 왕비를 걱정하며 동시에 주명양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문 앞에 서있던 서일이 상궁이 왕비를 부축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무슨 일입니까?” 라고 물었다. “묻지 말고 왕비를 마차에 올리시게.”희상궁이 답했다.마차에 오르자 얼굴이 창백해진 원경릉이 숨을 헐떡였다. “긴장하지 마시고, 숨을 깊게 쉬세요. 괜찮아요. 금방 도착합니다.” 희상궁이 그녀를 위로했다.원경릉은 자기에게 큰 문제
주명양은 담담한 어조로 “저를 위해서요? 그렇다면 노비한테 그럴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주명취는 그녀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더 이상 그녀와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두 자매는 궁을 나와 친정으로 향했다.주부(周府)에 도착했을 때 주명양은 주명취를 챙기지 않고 혼자 집안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주명취는 조모를 뵈러 갔다. 수보부인은 지난번 사고로 목소리를 잃었고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 수보부인은 이 저택에서 자신에게 약을 썼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재상의 부인으로서 분수를 잘 지켰고, 부부의 일생이 막바지에 다다른 이 시점에 그녀는 그가 얼마나 모진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끼는 것을 위해서 자신의 육친도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보부인은 주명취가 오늘 궁에서 초왕비와 희상궁을 만났다는 소리를 듣고 한바탕 치를 떨며 주명취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그 여자를 가까이하지 말라고 손짓했다. 주명취는 “손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양이 주의하지 않아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수보부인은 천천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녁. 주수보가 주부로 돌아와 혼자 식사를 하려고 젓가락과 수저를 가져다 놓으라고 분부했다. 그러자 밖에서 사람이 들어와 “나리, 희상궁이라는 사람이 나리를 찾습니다!”라고 말했다.주수보는 고개를 들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희상궁?”“예 맞습니다.” 하인이 말했다.주수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싶더니 “들어오라고 하게.”라고 말했다.“예!” 하인이 명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주수보는 곁에서 시중을 드는 노관사를 보았다. “자네 생각엔 왜 희상궁이 날 찾아왔다고 생각하나?”노관사는 “소인이 감히 추측을 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주수보는 담담하게 “아마 초왕비 때문인 것 같네.”라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노관사가 깜짝 놀랐다.하인이 희상궁을 데리고 들어와서는 몸을 굽혀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주수보는 일어나서 상궁이 천천히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노관사가 몸을 굽히고 밖으로 나가니 방 안에는 주수보와 희상궁만 남았다.주수보는 앉아 그녀를 보며 “앉아서 얘기하게.”라고 말했다.희상궁은 고개를 저으며 마음의 생각을 정리한 듯 그를 보았다.“저번에 당신이 태상황에게 약을 넣으라고 하였고 당신 말대로 내가 행했으니, 우리 사이에 더 이상의 빚진 것은 없습니다.”주수보는 그것은 주명취의 뜻이지 자신의 뜻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도 사실 주수보도 사건이 벌어진 후에 이 일을 알게 됐다. “나한테 빚진 건 없지.”주수보가 말해다.희상궁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모르겠네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쨌든 다 끝났습니다.”라고 말했다.“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냐?” 주수보가 물었다.희상궁은 고개를 저으며 “왜 주명양을 초왕부로 시집을 보내려는 것입니까?” 라고 물었다.“그 일은 내 생각이 맞아. 내가 그렇게 하는 데는 뜻이 다 있다.” 주수보가 말했다.“초왕비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초왕은 주명양을 후궁으로 맞이하려 하지 않고, 초왕비도 동의하지 않을 텐데 당신은 왜 남에게 어려운 일을 강요하려 합니까? 오늘 궁전에서 주명양이 왕비에게 불손한 말을 하여 왕비가 태기까지 일으켰습니다. 주부에서 몇 년 동안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저는 다 압니다. 만약 이 일로 초왕비가 아이를 잃었다고 해도 주씨 집안은 아무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겠죠.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꼭 있죠.”만약 이 말을 희상궁이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면 주수보는 크게 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희상궁의 진심 어린 표정에 이 말이 간곡한 충고라는 것을 느낀 주수보는 생각에 잠겼다.“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방자했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나는 나이가 점점 들수록 나는 점점 더 내성적이고 침착하게 행동했어. 이제 나는 세상에 모든 곳에 눈이 있다고 생각하네.” 주수보가 항변하듯 말했다.“하지만 당신의 자식들은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을 등
주명양은 조부가 자신을 불렀다는 소리를 듣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녀는 조용히 하인을 불러 세워 물었다.“방금 왕비가 조부를 보고 갔습니까?”하인은 고개를 저으며 “아닙니다. 둘째 아가씨.”라고 말했다.주명양은 인간관계를 꿰뚫고 있어서 조부 곁에 시중을 드는 여러 사람에게 일찍부터 뇌물을 주고 관계를 다졌다. 만약 큰 언니가 조부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조부가 그녀를 불렀을 리가 없다. ‘혹시, 초왕과의 혼사 때문인가?’주명양은 편안한 마음으로 정원으로 나섰다.그녀가 정원 대문을 막 나서려는데 노관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둘째 아가씨, 나리께서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주명양은 놀라서 “무릎을 꿇고 있으라고? 왜?”라고 물었다.“나리께서 지금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둘째 아가씨께서는 아무 말 말고 무릎을 꿇고 계세요!”주명양은 조부가 화가 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기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관사, 나한테만 말해줘.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고 있어야 해?”관사는 한숨을 내쉬며 “희상궁이 왔다 갔습니다. 둘째 아가씨께서는 왜 초왕비를 괴롭히신 겁니까”라고 말했다.주명양을 그 말을 듣고 즉시 바닥에서 일어났다. “조부를 뵙고 직접 말씀을 올려야겠다.”관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둘째 아가씨 그냥 무릎 꿇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조부를 만나야겠어. 내가 해명할 수 있어.”‘고작 노비 주제에 조부에게 가서 말을 전하고 내 잘못이라고 단정을 해?’그러자 갑자기 찻잔 하나가 밖으로 날아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 파편운 온통 주명양의 몸에 튀었다.주명양을 놀라 급히 뒤로 물러서더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노관사는 탄식하며 “둘째 아가씨 그냥 무릎을 꿇고 나리가 만나주실 때까지 기다리십시오.”주명양은 무릎을 꿇고 있지만 속으로는 불복하였다. 주명양의 부친과 모친이 이 소식을 듣고 조부를 만나 한참을 얘기하다가
주명취가 주명양의 어깨를 내리누르며 목소리를 낮추고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조부를 화나게 하지 마. 경고하는데 조모께서 실언한 것은 말 한마디 잘못했기 때문이야. 부부의 연도 단칼에 내치시는 분이다. 너라고 다를 것은 없어. 조부께서 화가 나시면 너를 아무 데나 팔아넘겨버릴 수도 있으니 넌 그냥 지금 이것도 감사하다 생각하고 혼인에 만족해라.”주명양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주명취를 보았다.“나는 믿지 않아…… 믿을 수 없어!”“그때 내가 주부로 돌아왔을 때, 네가 초왕의 첩으로 갈 거라고 했던 거 기억나? 그때 네가 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고 했었지. 하지만 나는 조부의 마음을 알 수 없었어. 제왕은 조부의 외손이기에 조부는 분명 그를 태자로 책봉되게 도울 것이야. 하지만 지금 제왕이 쓸모 없어졌지, 조부도 제왕을 도울 방법이 없어. 그럼 조부가 누구를 선택할 것 같아?”“누구?” 주명양이 물었다.“기왕!” 주명취는 웃으며 “정말 웃기지. 내가 사람을 잘 못 골랐어. 적자니까 조부가 조금만 밀어주면 태자가 될 줄 알았는데…… 지금 기왕이 공을 세우고 조정으로 돌아왔으니 황상께서는 친히 황색 두루마리까지 하사할 모양이야. 기왕이 장자이기도 하고, 기왕비도 병상에 있으니 넌 적어도 정비 자리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네.”라고 말했다.주명양은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그럼 초왕은? 조부께서는 초왕을 눈여겨 보시는 게 아니었어?”“초왕의 모비인 현비와 태부는 모두 소씨 가문인데? 조부는 평생 소씨 가문과 모순이 있었어. 조부가 초왕을 태자로 세워 소씨 가문을 도와줄 것 같아?” 주명취가 말했다.이 말을 듣고 주명양은 주명취를 노려보았다.“그래서 언니는 애당초 이걸 알고 정후가 원경릉을 도와 공주부에서 그런 일을 벌일 수 있게 설계한 거야?”“적어도 내 생각에 잘못은 없지. 내가 초왕이랑 결혼한다면 태자비 자리는 멀어질 가능성이 있으니까.”“잠깐만 나 이해가 잘 안되는데, 조부께서는 왜 노력하지 않으셨지? 왜
우문호는 오늘 원경릉이 주명양 때문에 화가 나서 태기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하였다. 어렵사리 원판에게 태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주명양 때문에 큰일이 날 뻔하다니. 아마도 남은 석 달은 가만히 누워만 있어야 할 것이다.우문호는 왕부의 사람들과 말을 모아 주명양의 사지를 묶어 능지처참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가 주먹을 쥐고 분노에 떨고 있을 때 탕양이 급히 뛰어왔다.“왕야, 주수보가 주씨댁 둘째 아가씨를 데리고 와서 사죄를 합니다.”우문호는 원경릉과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마주쳤다.최근 몇 년간 주씨 가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는지 모른다. 하지만 매번 주씨 가문은 고개를 더 빳빳하게 들고 비아냥거릴 뿐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 틀림없이 무슨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하다. 탕양의 말을 들은 문호가 차가운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마침 잘 왔네. 본왕이 직접 가려고 했는데 주수보가 손을 뻗어 하늘을 가리면 하늘이 가려진다고 하던데 어디 한번 보자고!”원경릉은 우문호의 손을 잡고 걱정하듯 “너무 흥분하지 마. 한번 흥분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주씨 가문이 활개를 치고 다녀도 황실에서 제지할 친왕이 없으니 정말 난처한 국면이다.“걱정 마. 나는 주명양의 잘못을 따지고들 생각없다. 본왕이 보아하니 조만간 팔자를 꼬아 단명할 것 같으니, 내 손을 더럽힐 이유는 없을 듯 싶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말했다.원경릉은 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아니, 주수보에게 미움을 살 필요는 없어. 그냥 주명양만 한번 호되게 혼내면 돼. 우리가 주수보를 흔든다고 해서 흔들릴 사람도 아니야.”“알겠어 알겠다고!” 우문호가 탄복했다.우문호가 밖으로 나오자 주수보와 주명양은 이미 대청에 들어와 있었다. 주명양은 서있었고 주수보는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우문호가 걸어오는 것을 본 주수보는 일어나서 겸손하면서도 위엄 있는 표정으로 그의 두 손을 맞잡았다.“소인, 왕야를 뵙습니다!”아무리 화
주명양은 우문호의 무시하는 태도에 모욕감을 느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왕야, 어린 소녀가 무례한 짓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 이유가 있으니 왕야께서 듣고 판단하십시오.”주수보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명양을 보았다. 주명양은 조부가 화를 낼 것임을 알았지만, 우문호가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는 참을 수 없었다.“왕야, 초왕비께서 먼저 제 언니를 모욕하는 말을 했고, 소녀가 이를 참지 못해서 언니를 대신해 몇 마디 한 것입니다. 잘못은 했지만, 먼저 모욕을 한 것은 초왕비입니다.”그녀는 자신의 언니가 먼저 변심하여 초왕에게 시집가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주명양은 초왕이 어리석고 단순하기에 지금도 주명취를 매우 사랑하고 있을 테니, 그가 이 말을 듣고 분노해 원경릉을 꾸짖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기가 막혀 즉시 밖을 보며 소리쳤다.“희상궁을 들라 하라!”주수보는 주명양을 꾸짖으려고 했지만, 우문호가 희상궁을 부르는 바람에 입을 다물고 천천히 차를 마셨다. 잠시 후 희상궁이 들어왔다.주수보가 고개를 들어 희상궁을 바라보니 얼굴이 수척하고 광채가 나지 않았다. 그가 잠시 일어나 그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희상궁도 예의를 차려 그에게 인사를 한 후 천천히 앉았다.주명양은 조부가 희상궁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것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희상궁, 오늘 현장에 있었지요? 초왕비가 어떤 언행으로 제왕비를 모욕했는지 말해보세요.”우문호가 희상궁을 보고 말했다.그러자 희상궁은 주명양을 차갑게 노려보며 “태후 전 밖에서 기다리던 때, 둘째 아가씨가 이미 초왕비를 모욕하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원 후궁(袁侧妃)께서 훈계를 몇 마디 하고 말을 멈추었는데, 그 후에 함께 궁을 나오다가 제왕비와 둘째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제왕비는 둘째 아가씨를 대신해 왕비에게 사과를 했고, 동서 두 사람이 상투적인 말을 몇 마디 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모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던 둘째 아가씨가 갑자기 더러운 수단으
우문호는 주수보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이렇게 말했다.“재상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본왕이 이 일로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습니다.”얼굴에 크게 상처가 났고 거기에 물에 젖었으니 그 고운 피부는 틀림없이 붉은 물집이 생길 것이다. 물집이 생기면 적어도 1년에서 2년은 흉터가 사라지지 않을 테니. 아직 혼인도 하지 않은 여자에게 이만한 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까짓것 용서하지’주수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왕야께 폐를 끼쳤습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그를 보며 “어느 집이든 배은망덕한 자손 하나씩은 다 있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주수보는 고개를 돌려 희상궁을 보며 “왕비는 어떠십니까?”라고 물었다.희상궁은 “어의에게 치료를 받았으며 며칠 동안은 침상에만 누워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그럼 됐습니다!” 주수보가 손을 들어 시녀를 불렀다. 그녀의 두 손에 비단으로 덮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시녀에게 비단을 걷고 안에 상자를 꺼내게 했다. “여기에는 약이 있습니다. 이것은 여성들이 자손을 낳을 때 먹는 것입니다. 왕야께서 받아주십시오.”희상궁이 상자를 열자 안에 들어 있는 거북이로 만들어진 상자가 들어 있었다. 그 상자마저 열어보니 집안에 맑은 향기가 가득해졌다. “태아를 지키는 환?” 희상궁이 놀라서 물었다.“뭐라고요?” 우문호도 약 냄새를 맡고 물었다.“이것은 태아를 보호하는 약으로 부정방(傅淸芳)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것을 먹으면 태기가 잡히고 안정이 되며, 출산을 할 때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순산할 수 있는 약입니다.” 희상궁이 설명했다.희상궁은 주수보를 보며 “이 약을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했다.“황후께서 임신을 하셨을 때, 몇 알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한 알을 왕비에게 드립니다. 세자가 무사히 태어나길 기원하겠습니다.” 주수보가 말했다.우문호는 이 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몰랐지만, 희상궁의 감동한 표정을 보고는 분명 좋은 약이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이 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