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라고요? 얼마나요?” 원경릉은 애써 침착하게 웃어 보였지만, 속에서는 열불이 끓어올랐다.“삼백 냥.”“이백 냥.”“백오십 냥이요!”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뭐가 이렇게 많아?”우문호가 화가 나서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들은 본왕이 술에 취한 틈에 한몫 뜯어내려고 달려드는 거야!”그때 서일이 원경릉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정말입니다. 저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서일아 저들의 이름을 모두 기록해라. 은화는 내일 궁으로 와서 받아 가세요! 초왕부에는 은화가 부족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황상께 받은 은화가 있으니 그거로 드리겠습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궁으로 들어오라고요?”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래요. 내일 아침이니까 잘 기억하세요.” 원경릉이 답했다.그중 청색 옷을 입은 사내가 손을 들었다. “왕비님, 설마 돈을 떼먹으려고 하시는 겁니까?”“떼먹는다고요? 이게 어딜 봐서 돈을 떼먹으려고 하는 거죠?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서일아 경조부의 병사들 보고 오늘 도박판에 있던 사람들을 다 데리고 가라고 하거라!” 원경릉이 소리쳤다.“예!” 서일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서일이 몸을 돌려 경조부로 향하자 사람들이 다 도망갔다.우문호는 화가 잔뜩 나서 도망가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했다.“이 자식들 봐라? 버러지 같은 것들! 이러고도 본왕의 처제를 얻겠다고 한 것이냐!”원경릉은 그의 말을 듣고 화가 폭발할 것 같았지만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그를 부축했다. 그 순간 구사가 우문호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네가 그러고도 내 친구인 것이냐? 내가 너에게 속마음도 터놓았잖아! 그걸 알고서도 원경병에게 신랑감을 구해줘?”원경릉은 구사를 막아서며 왕부로 들어가서 얘기를 나누자고 했다.“예. 처형” 구사가 위엄 있는 원경릉의 표정을 보고 머리를 숙였다. 원경릉은 휙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우문호의 체면을 생각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려고 했으나 하나같이 속이 시커먼
마차가 왕부에 도착했을 때 원경릉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우문호는 부드러운 비단 이불로 그녀를 안아 들어 왕부로 들어왔다. 구사는 고개를 떨군 채 그들의 뒤를 따랐다. 항상 씩씩하던 그녀와 상반되는 모습에 모두들 긴장했다. 만약 원경릉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구사와 원경병과 혼인은 물 건너간 셈이다. 구사는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뜯었다.어의가 왕부에 도착했다.우문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괜찮아. 진찰받고 나면 괜찮을 거야.”원경릉은 우문호를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화낼 기운도 없었다.“가서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술 냄새 좀 빼고 와. 이 냄새 때문에 계속 메슥거리니까.”우문호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멀리 떨어져 있으면 되잖아. 어의가 진찰하는 것만 보고 가서 옷 갈아입을게.”“나가라고!” 원경릉이 그를 노려보았다.우문호가 문 앞에 서있어서 그런지 바람에 술 냄새가 공기에 퍼졌다. 그 냄새를 맡자 원경릉은 또 토 했다.어쩔 수 없이 우문호는 밖으로 나갔고, 구사가 그녀의 옆을 지켰다. “왕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죽었어.” 우문호가 구사에게 말했다.“다 네 잘못이지.”구사가 반박했다.“본왕의 잘못이라고? 내가 너보고 밑장 뺀 놈들 조사하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한 게 누군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하나만 물을게. 그들을 집현국에 모이라고 한 이유가 뭐야?”“놀려고! 왜 나는 놀지도 못하냐?”구사는 뻔뻔한 우문호에게 화가 났다.“놀려고? 웃기지 마! 너 원경병의 신랑감을 찾기 위해 모은 거잖아! 긴 세월을 함께 보낸 형제는 나 몰라라 하고 원경병에게 부잣집 도련님을 소개하려고? 그 사내들이 도대체 뭘 잘하는데? 놀고먹고 하기 밖에 더 해? 그들은 원씨 아가씨를 힘들게 할 거라고!”“그렇게 나쁜 놈들일 줄 내가 알았겠어? 본왕도 몰랐다고! 그저 명문가 자제들이래서 소개만 받은 거야!”우문호가 짜증을 냈다.원경릉은 그들의 다투는 소리에 참다못해 베개를 던졌다. “
어의는 다시 진맥을 짚더니 희상궁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8주, 9주 정도 된 것 같습니다.”희상궁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서일! 빨리 왕야의 영패(令牌)를 가지고 입궁해서 조어의를 모시고 오세요!”“알겠습니다!” 서일이 달려 나갔다.우문호는 새하얖게 질린 얼굴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난다고 하니 들어가지는 못하고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안에서 희상궁이 나오는 것을 보자 그가 희상궁을 불러 세웠다.“희상궁, 원경릉은 어때? 심각해?”희상궁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조어의를 불렀습니다. 왕야께서도 어서 옷을 갈아입고 오세요. 왕비를 돌보셔야죠.”우문호는 희상궁의 엄숙한 말투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는 원경릉 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달려가서 목욕을 했다. 탕양 역시 왕비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어의는 자신의 진맥이 틀렸을까 조마조마했다. 이런 중요한 일은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황실의 모든 이목이 친왕비의 임신에 집중되어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어의는 더욱 신중했다.희상궁은 머리가 복잡했다. 그녀는 이 결과를 믿지 못했다. 그래서 조어의를 불러오라고 한 것이다.‘왕비님께서 올해 자금탕을 드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자금탕과 자금단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귀한 약이지만 한번 복용할 때마다 몸이 많이 상한다. 그래서 해독 약을 복용한다 해도 삼 년은 임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근데 삼 개월 만에 임신이라니? 희상궁은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구사는 창백한 얼굴로 문 앞 돌계단에 앉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남은 인생이 초왕 때문에 산산조각 난 기분이었다. ‘초왕은 분명 내가 자신과 같은 집안사람이 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게 분명해. 한낱 호위보다는 부잣집 도련님을 소개해 주고 싶겠지……’원경릉은 희상궁과 어의의 표정을 보고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했다. ‘제발…… 난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이런 시기에 임신을 하면,
원경릉은 죽을 몇 수저 떠먹더니 죽 안에 들어있는 조개 비린내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 죽을 멀리 치웠다.“그만 먹을래 토할 것 같아.”우문호는 헛구역질을 하는 그녀를 보고 마음이 아파서 어의를 보고 버럭 소리쳤다.“도대체 무슨 병인데 그래? 진찰을 했으면 알 것 아니냐! 먹은 것도 없는데 이렇게 토를 하면 속이 상할 것 아니냐!”“조어의가 오면 진찰을 해보고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소인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어의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우문호는 어의의 태도에 화도 나고, 구역질을 하는 원경릉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서 세모눈이 됐다. 희상궁이 어의를 부르더니“이만 돌아가세요.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발설하면 안되는 거 아시죠?”라고 말했다.“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어의가 물건을 챙기자, 희상궁은 어의에게 줄 은화를 챙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문 앞에는 전상궁이 있었다. 그녀는 희상궁을 불렀다. 두 사람은 복도를 나란히 걸었다.“어의가 진찰한 게 오진 일 수도 있으니 절대 왕야께는 말씀드리자 마. 이따가 다른 어의가 오면 다시 상의하자.” 전상궁이 말했다.“내 뜻도 같아.”희상궁이 답했다.전상궁은 한숨을 내쉬며 “정말 임신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다만 왕비께서 자금탕을 복용한 게 마음에 걸리네……. 해독을 해도 삼 년이 걸리는데 말이야.”라고 말했다.“맞다! 안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자금탕 누가 만든거야? 왕비께서 얼마나 드셨지?”희상궁이 물었다.“탕어른이 배합하셨어. 양은 아마 다 똑같은 양 일걸? 왕비께서 먹고 난 후 왕야께서 해독탕을 주셨으니까, 그때 어느 정도 해독은 됐을 거야.”“해독탕이 그닥 도움이 안 돼. 자금탕을 먹자마자 해독탕을 먹었으면 몰라도…… 당시에 왕비가 몸이 너무 안좋으셔서, 자금탕이 폐부까지 퍼졌을 텐데.”희상궁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기간 동안 왕비의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어.”“그러니까 말이야! 사실 나는 계속 왕비의 상태를 염려하고 있었어. 근데 기침
원경릉을 진맥한 어의우문호의 마음은 초조해서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데, 손가락으로 붉은 실을 지그시 누르는 조어의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조어의는 손가락을 누르자 마자 눈썹을 들어올리더니 원경릉을 뚫어지게 쳐다본다.“무슨 일이야?” 우문호가 물었다.조어의는 예를 표하며, “소신이 붉은 실로 진맥하도록 윤허하시니 감읍합니다!”우문호는 머리에 열이 올라서 눈을 흘기며 조어의 귓가에 큰 소리로 쩌렁쩌렁하게: “방금 직접 손목에 진맥하라고 했지 않느냐.”조어의가: “규정이 이렇습니다.”원경릉이 팔을 뻗어 조어의에게, “무슨 병인지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세요.”원경릉은 방금 안에서 목욕할 때 약 상자를 흘끔 보니 별다른 약은 없고, 엽산제와 착상을 돕는 주사제만 있었다. 그래서 자기가 큰 문제는 없구나 생각하고 있다.조어의는 눈을 감고 왼손을 진맥하고 오른손으로 바꾸고, 오른손을 짚었다가 또 다시 왼손으로 바꾸었다.우문호는 마음이 급해서 조어의를 저리 치워버리고, 자기가 의술을 배워 오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 드디어 조어의가 눈을 뜨고 묻길: “왕비마마 달거리는 얼마나 늦어졌습니까?”원경릉이 웃으며: “방금 시작했어요.”조어의가 의아해하며 한숨을 쉬고: “그건 달거리가 아니라 왕비마마는 가슴에 울혈이 있고 기혈이 다소 부족한지라, 태아가 불안정해 유산 기미를 보이는 것입니다.”우문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슨 헛소리인가? 태아가 불안정하다니? 왕비가 언제 회임을 했다고? 진맥을 제대로 한 게 맞느냐?” 조어의는 침착하게 귀를 한 번 후비며 우문호의 목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티를 내고, “활맥이 짧은 게 끊이지 않습니다. 왕비마마는 지금 가슴에 울혈이 있으시니, 생각컨데 오늘밤 노한 기운이 심장에 미치면 습관성 유산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소신이 일단 약방문을 써드릴 테니 바로 왕비마마께서 드실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태아가 불안정하고 피가 비쳤으니 앞으로 며칠은 침대에 꼼짝 말고 누워 쉬셔야만 합니다.”우문호는 당황해서 원경릉
원경릉이 회임?어의가 손가락을 구부려 다시 맥을 짚으려 뻗자 원경릉이 열 받아서, “진맥 안 해, 다들 나가요. 나 혼자 마음 좀 가라앉히게.”“원 선생……”“입 다물어요. 절 원 선생이라고 부르지 말고 당신도 나가요. 당신이 오늘밤 도박에 싸움박질 한 게 내 화를 돋운 거니까.” 원경릉이 노해서 말했다.어의는 눈이 똥그래져서 뻗었던 손을 움츠리며: “분명 그럴 겁니다. 첫 임신일 경우 성정이 급하게 변하고 초조함을 참지 못하기도 하지요. 상당부분 임신 증상입니다. 왕야께서는 절대로 왕비마마를 노하게 하시면 안됩니다.”우문호는 깜짝 놀라 원경릉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원경릉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포효하는 사자 같은 모습에 다시 열 뻗칠 까봐 감히 엄두도 못 냈다.“그……그럼 우린 밖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날 불러.” 우문호가 부드럽게, “절대 화내지 말고, 열 받지 말고, 우리 아들 다치게 하지 말자.”원경릉이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열 받아서 몸을 부르르 떨며, “나가!”우문호는 한 손에 어의를 붙들고 바람같이 도망쳐 나왔다. 그저 원경릉이 다시 열 받아서 폭발할까 걱정이다. “왕비마마, 역정을 내시면 안되요.” 희상궁이 아직도 권할 태세인 것을 보고 원경릉이 홱 고개를 돌리며, “상궁도 나가요, 나 혼자 마음 좀 가라앉히게. 문도 닫고.”희상궁은 그저: “그럼 알겠습니다. 쇤네들은 나가 있겠으니 무슨 일이 있으시면 불러주세요.”희상궁과 전상궁, 녹주 등은 모두 밖으로 나가고 문도 닫혔다.밖에서 사람들이 멀뚱멀뚱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서일이 탕양을 한번 보더니 또 왕야를 보고, 에휴, “왕야 왔다 갔다 좀 하지 마세요. 정신 사납잖아요.”탕양이 버럭 화를 내며: “여봐라, 서일을 끌어내고 소월각에는 한 걸음도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해라.”왕야는 좋아서 그러는 줄 아나? 정말 분수를 모르는 인간이다.구사는 겨우 입을 떼며 우문호에게: “오늘밤은 전부 내 잘못이야, 만약 왕비께서 역정을 내시는 바람에 유산이라도 하시는
원경릉의 임신 사실과 주의사항임신 테스트기에 붉은 줄이 하나에서 두 줄로 변하고, 심지어 두줄이 빠르고 선명하게 변하는 것이 증오스럽고 이렇게 짜증나는 빨간색은 처음이다.원경릉이 침대로 기어가는데 가슴은 쿵쾅대고, 머리속은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건지 너무 많은 생각이 드는 건지 혼미한 상태다.원경릉은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그녀는, 임신했다. 자금탕을 마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가졌는데, 도대체 임신한지 얼마나 된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유산의 전조 증상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이가 버티지 못할 수 있고, 그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자금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그래서 약 상자에 있던 착상을 돕는 약은 원경릉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하지만 원경릉도 잘 알고 있다. 만약 이 아이를 지우고 싶다면, 나가서 며칠 뛰어다니기만 해도 유산이 확실하다.그렇게 되면 낙태 원인은 뭐가 될까? 원경릉은 합리적이 이유를 찾아내야만 한다.머리를 빠르게 굴려보고, 그렇지, 자금탕이 있지. 자금탕은 임산부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뱃속에 아이는 사산된다.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한 대 쥐어 팼다. 원경릉 이 짐승만도 못한 것아.그래 이렇게 하자!원경릉의 한 마디, “누구 없느냐?”문이 부서질 듯 열어 젖혀지며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밀어 닥쳐 열 쌍의 눈이 원경릉을 초롱초롱 쳐다봤다.심지어 마당밖으로 쫓겨난 서일마저 문 입구로 달려와 고개를 들이밀었다.“있어, 나 있어.” 우문호가 바람같이 들어왔다.원경릉이 자신의 계획을 생각하니 마음속으로 우문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밀려와 작은 목소리로: “미안해, 방금 그렇게 심하게 말하는 게 아닌데.”우문호는 원경릉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냐, 넌 지금 누구에게도 화를 낼 권리가 있어.”“내 생각에 나 임신한 게 맞는 것 같아.” 원경릉이 말했다.어의가: “회임이 맞아요, 진맥이 틀린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우문호는 코끝이 시큰해서 원경릉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원경릉의 임신에 임하는 초왕부의 자세어의는 왕야가 왜 그렇게 거세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산수를 모르나?임신 10개월에 산달까지 치면 11개월이 아닌가? 산욕기까지 제대로면 12개월이 맞지만 왕야의 체면을 봐서 이미 한 달을 줄여드렸는데 말이다.탕양이 이를 알고 황급히 어의를 재촉하며, “계속 말씀하시지요.”어의는 탕양을 흘깃 보더니 계속: “두번째도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왕비마마께서는 잠시 활동하실 수 없으며 반드시 누워서 쉬셔야 하고, 소신이 처방한 유산방지 약을 복용하셔야 합니다.”“예. 기억했습니다.”탕양이 말했다.“셋째로……”조어의가 신중하게 방안의 사람을 한 번 둘러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이도 무척 중요한 일로 반드시 명심하셔야 합니다. 왕비께서 드시는 음식은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방에서 향을 다 치우고, 옷에도 향을 씌우지 마십시오. 누가 보낸 물건이든 반드시 여러차례 검사하고 확인하시고 심지어 궁에서 내려 주신 것이라도 한번 출궁한 것은 반드시 그때그때 눈을 떼지 말고 엄격하게 검사하야 합니다. 초왕부의 음식 외에는 왕비마마께서는 다른 사람의 음식을 최대한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명심하십시오.”우문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어의의 마지막 말의 의도가 어디 있는지 우문호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어의가 이 말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우문호는 화를 거두고, 예의를 갖춰: “조어의, 아내의 모든 탕약 시중을 자네가 맡아주었으면 하네. 내가 입궁해서 황제 폐하께 주청을 드릴 테니 초왕부에 잠시 와서 있게.”“예!” 하고 원경릉에게: “황제 폐하께서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왕비마마, 소신이 반드시 최선을 다해 세자를 지켜내겠습니다.”둘러선 사람들이 하나같이 긴장해서 굳어 있는 모습을 보고, 원경릉은 자기가 방금 했던 생각이 부끄러워서 죄책감이 들었다.“고마워요!” 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심란하다.희상궁이 어의에게, “왕비마마께서 회임하신 사실을 밖으로 공표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