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왕부에 도착했을 때 원경릉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우문호는 부드러운 비단 이불로 그녀를 안아 들어 왕부로 들어왔다. 구사는 고개를 떨군 채 그들의 뒤를 따랐다. 항상 씩씩하던 그녀와 상반되는 모습에 모두들 긴장했다. 만약 원경릉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구사와 원경병과 혼인은 물 건너간 셈이다. 구사는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뜯었다.어의가 왕부에 도착했다.우문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괜찮아. 진찰받고 나면 괜찮을 거야.”원경릉은 우문호를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화낼 기운도 없었다.“가서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술 냄새 좀 빼고 와. 이 냄새 때문에 계속 메슥거리니까.”우문호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멀리 떨어져 있으면 되잖아. 어의가 진찰하는 것만 보고 가서 옷 갈아입을게.”“나가라고!” 원경릉이 그를 노려보았다.우문호가 문 앞에 서있어서 그런지 바람에 술 냄새가 공기에 퍼졌다. 그 냄새를 맡자 원경릉은 또 토 했다.어쩔 수 없이 우문호는 밖으로 나갔고, 구사가 그녀의 옆을 지켰다. “왕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죽었어.” 우문호가 구사에게 말했다.“다 네 잘못이지.”구사가 반박했다.“본왕의 잘못이라고? 내가 너보고 밑장 뺀 놈들 조사하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한 게 누군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하나만 물을게. 그들을 집현국에 모이라고 한 이유가 뭐야?”“놀려고! 왜 나는 놀지도 못하냐?”구사는 뻔뻔한 우문호에게 화가 났다.“놀려고? 웃기지 마! 너 원경병의 신랑감을 찾기 위해 모은 거잖아! 긴 세월을 함께 보낸 형제는 나 몰라라 하고 원경병에게 부잣집 도련님을 소개하려고? 그 사내들이 도대체 뭘 잘하는데? 놀고먹고 하기 밖에 더 해? 그들은 원씨 아가씨를 힘들게 할 거라고!”“그렇게 나쁜 놈들일 줄 내가 알았겠어? 본왕도 몰랐다고! 그저 명문가 자제들이래서 소개만 받은 거야!”우문호가 짜증을 냈다.원경릉은 그들의 다투는 소리에 참다못해 베개를 던졌다. “
어의는 다시 진맥을 짚더니 희상궁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8주, 9주 정도 된 것 같습니다.”희상궁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서일! 빨리 왕야의 영패(令牌)를 가지고 입궁해서 조어의를 모시고 오세요!”“알겠습니다!” 서일이 달려 나갔다.우문호는 새하얖게 질린 얼굴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난다고 하니 들어가지는 못하고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안에서 희상궁이 나오는 것을 보자 그가 희상궁을 불러 세웠다.“희상궁, 원경릉은 어때? 심각해?”희상궁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조어의를 불렀습니다. 왕야께서도 어서 옷을 갈아입고 오세요. 왕비를 돌보셔야죠.”우문호는 희상궁의 엄숙한 말투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는 원경릉 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달려가서 목욕을 했다. 탕양 역시 왕비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어의는 자신의 진맥이 틀렸을까 조마조마했다. 이런 중요한 일은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황실의 모든 이목이 친왕비의 임신에 집중되어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어의는 더욱 신중했다.희상궁은 머리가 복잡했다. 그녀는 이 결과를 믿지 못했다. 그래서 조어의를 불러오라고 한 것이다.‘왕비님께서 올해 자금탕을 드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자금탕과 자금단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귀한 약이지만 한번 복용할 때마다 몸이 많이 상한다. 그래서 해독 약을 복용한다 해도 삼 년은 임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근데 삼 개월 만에 임신이라니? 희상궁은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구사는 창백한 얼굴로 문 앞 돌계단에 앉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남은 인생이 초왕 때문에 산산조각 난 기분이었다. ‘초왕은 분명 내가 자신과 같은 집안사람이 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게 분명해. 한낱 호위보다는 부잣집 도련님을 소개해 주고 싶겠지……’원경릉은 희상궁과 어의의 표정을 보고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했다. ‘제발…… 난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이런 시기에 임신을 하면,
원경릉은 죽을 몇 수저 떠먹더니 죽 안에 들어있는 조개 비린내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 죽을 멀리 치웠다.“그만 먹을래 토할 것 같아.”우문호는 헛구역질을 하는 그녀를 보고 마음이 아파서 어의를 보고 버럭 소리쳤다.“도대체 무슨 병인데 그래? 진찰을 했으면 알 것 아니냐! 먹은 것도 없는데 이렇게 토를 하면 속이 상할 것 아니냐!”“조어의가 오면 진찰을 해보고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소인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어의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우문호는 어의의 태도에 화도 나고, 구역질을 하는 원경릉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서 세모눈이 됐다. 희상궁이 어의를 부르더니“이만 돌아가세요.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발설하면 안되는 거 아시죠?”라고 말했다.“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어의가 물건을 챙기자, 희상궁은 어의에게 줄 은화를 챙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문 앞에는 전상궁이 있었다. 그녀는 희상궁을 불렀다. 두 사람은 복도를 나란히 걸었다.“어의가 진찰한 게 오진 일 수도 있으니 절대 왕야께는 말씀드리자 마. 이따가 다른 어의가 오면 다시 상의하자.” 전상궁이 말했다.“내 뜻도 같아.”희상궁이 답했다.전상궁은 한숨을 내쉬며 “정말 임신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다만 왕비께서 자금탕을 복용한 게 마음에 걸리네……. 해독을 해도 삼 년이 걸리는데 말이야.”라고 말했다.“맞다! 안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자금탕 누가 만든거야? 왕비께서 얼마나 드셨지?”희상궁이 물었다.“탕어른이 배합하셨어. 양은 아마 다 똑같은 양 일걸? 왕비께서 먹고 난 후 왕야께서 해독탕을 주셨으니까, 그때 어느 정도 해독은 됐을 거야.”“해독탕이 그닥 도움이 안 돼. 자금탕을 먹자마자 해독탕을 먹었으면 몰라도…… 당시에 왕비가 몸이 너무 안좋으셔서, 자금탕이 폐부까지 퍼졌을 텐데.”희상궁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기간 동안 왕비의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어.”“그러니까 말이야! 사실 나는 계속 왕비의 상태를 염려하고 있었어. 근데 기침
원경릉을 진맥한 어의우문호의 마음은 초조해서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데, 손가락으로 붉은 실을 지그시 누르는 조어의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조어의는 손가락을 누르자 마자 눈썹을 들어올리더니 원경릉을 뚫어지게 쳐다본다.“무슨 일이야?” 우문호가 물었다.조어의는 예를 표하며, “소신이 붉은 실로 진맥하도록 윤허하시니 감읍합니다!”우문호는 머리에 열이 올라서 눈을 흘기며 조어의 귓가에 큰 소리로 쩌렁쩌렁하게: “방금 직접 손목에 진맥하라고 했지 않느냐.”조어의가: “규정이 이렇습니다.”원경릉이 팔을 뻗어 조어의에게, “무슨 병인지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세요.”원경릉은 방금 안에서 목욕할 때 약 상자를 흘끔 보니 별다른 약은 없고, 엽산제와 착상을 돕는 주사제만 있었다. 그래서 자기가 큰 문제는 없구나 생각하고 있다.조어의는 눈을 감고 왼손을 진맥하고 오른손으로 바꾸고, 오른손을 짚었다가 또 다시 왼손으로 바꾸었다.우문호는 마음이 급해서 조어의를 저리 치워버리고, 자기가 의술을 배워 오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 드디어 조어의가 눈을 뜨고 묻길: “왕비마마 달거리는 얼마나 늦어졌습니까?”원경릉이 웃으며: “방금 시작했어요.”조어의가 의아해하며 한숨을 쉬고: “그건 달거리가 아니라 왕비마마는 가슴에 울혈이 있고 기혈이 다소 부족한지라, 태아가 불안정해 유산 기미를 보이는 것입니다.”우문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슨 헛소리인가? 태아가 불안정하다니? 왕비가 언제 회임을 했다고? 진맥을 제대로 한 게 맞느냐?” 조어의는 침착하게 귀를 한 번 후비며 우문호의 목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티를 내고, “활맥이 짧은 게 끊이지 않습니다. 왕비마마는 지금 가슴에 울혈이 있으시니, 생각컨데 오늘밤 노한 기운이 심장에 미치면 습관성 유산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소신이 일단 약방문을 써드릴 테니 바로 왕비마마께서 드실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태아가 불안정하고 피가 비쳤으니 앞으로 며칠은 침대에 꼼짝 말고 누워 쉬셔야만 합니다.”우문호는 당황해서 원경릉
원경릉이 회임?어의가 손가락을 구부려 다시 맥을 짚으려 뻗자 원경릉이 열 받아서, “진맥 안 해, 다들 나가요. 나 혼자 마음 좀 가라앉히게.”“원 선생……”“입 다물어요. 절 원 선생이라고 부르지 말고 당신도 나가요. 당신이 오늘밤 도박에 싸움박질 한 게 내 화를 돋운 거니까.” 원경릉이 노해서 말했다.어의는 눈이 똥그래져서 뻗었던 손을 움츠리며: “분명 그럴 겁니다. 첫 임신일 경우 성정이 급하게 변하고 초조함을 참지 못하기도 하지요. 상당부분 임신 증상입니다. 왕야께서는 절대로 왕비마마를 노하게 하시면 안됩니다.”우문호는 깜짝 놀라 원경릉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원경릉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포효하는 사자 같은 모습에 다시 열 뻗칠 까봐 감히 엄두도 못 냈다.“그……그럼 우린 밖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날 불러.” 우문호가 부드럽게, “절대 화내지 말고, 열 받지 말고, 우리 아들 다치게 하지 말자.”원경릉이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열 받아서 몸을 부르르 떨며, “나가!”우문호는 한 손에 어의를 붙들고 바람같이 도망쳐 나왔다. 그저 원경릉이 다시 열 받아서 폭발할까 걱정이다. “왕비마마, 역정을 내시면 안되요.” 희상궁이 아직도 권할 태세인 것을 보고 원경릉이 홱 고개를 돌리며, “상궁도 나가요, 나 혼자 마음 좀 가라앉히게. 문도 닫고.”희상궁은 그저: “그럼 알겠습니다. 쇤네들은 나가 있겠으니 무슨 일이 있으시면 불러주세요.”희상궁과 전상궁, 녹주 등은 모두 밖으로 나가고 문도 닫혔다.밖에서 사람들이 멀뚱멀뚱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서일이 탕양을 한번 보더니 또 왕야를 보고, 에휴, “왕야 왔다 갔다 좀 하지 마세요. 정신 사납잖아요.”탕양이 버럭 화를 내며: “여봐라, 서일을 끌어내고 소월각에는 한 걸음도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해라.”왕야는 좋아서 그러는 줄 아나? 정말 분수를 모르는 인간이다.구사는 겨우 입을 떼며 우문호에게: “오늘밤은 전부 내 잘못이야, 만약 왕비께서 역정을 내시는 바람에 유산이라도 하시는
원경릉의 임신 사실과 주의사항임신 테스트기에 붉은 줄이 하나에서 두 줄로 변하고, 심지어 두줄이 빠르고 선명하게 변하는 것이 증오스럽고 이렇게 짜증나는 빨간색은 처음이다.원경릉이 침대로 기어가는데 가슴은 쿵쾅대고, 머리속은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건지 너무 많은 생각이 드는 건지 혼미한 상태다.원경릉은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그녀는, 임신했다. 자금탕을 마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가졌는데, 도대체 임신한지 얼마나 된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유산의 전조 증상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이가 버티지 못할 수 있고, 그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자금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그래서 약 상자에 있던 착상을 돕는 약은 원경릉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하지만 원경릉도 잘 알고 있다. 만약 이 아이를 지우고 싶다면, 나가서 며칠 뛰어다니기만 해도 유산이 확실하다.그렇게 되면 낙태 원인은 뭐가 될까? 원경릉은 합리적이 이유를 찾아내야만 한다.머리를 빠르게 굴려보고, 그렇지, 자금탕이 있지. 자금탕은 임산부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뱃속에 아이는 사산된다.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한 대 쥐어 팼다. 원경릉 이 짐승만도 못한 것아.그래 이렇게 하자!원경릉의 한 마디, “누구 없느냐?”문이 부서질 듯 열어 젖혀지며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밀어 닥쳐 열 쌍의 눈이 원경릉을 초롱초롱 쳐다봤다.심지어 마당밖으로 쫓겨난 서일마저 문 입구로 달려와 고개를 들이밀었다.“있어, 나 있어.” 우문호가 바람같이 들어왔다.원경릉이 자신의 계획을 생각하니 마음속으로 우문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밀려와 작은 목소리로: “미안해, 방금 그렇게 심하게 말하는 게 아닌데.”우문호는 원경릉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냐, 넌 지금 누구에게도 화를 낼 권리가 있어.”“내 생각에 나 임신한 게 맞는 것 같아.” 원경릉이 말했다.어의가: “회임이 맞아요, 진맥이 틀린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우문호는 코끝이 시큰해서 원경릉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원경릉의 임신에 임하는 초왕부의 자세어의는 왕야가 왜 그렇게 거세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산수를 모르나?임신 10개월에 산달까지 치면 11개월이 아닌가? 산욕기까지 제대로면 12개월이 맞지만 왕야의 체면을 봐서 이미 한 달을 줄여드렸는데 말이다.탕양이 이를 알고 황급히 어의를 재촉하며, “계속 말씀하시지요.”어의는 탕양을 흘깃 보더니 계속: “두번째도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왕비마마께서는 잠시 활동하실 수 없으며 반드시 누워서 쉬셔야 하고, 소신이 처방한 유산방지 약을 복용하셔야 합니다.”“예. 기억했습니다.”탕양이 말했다.“셋째로……”조어의가 신중하게 방안의 사람을 한 번 둘러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이도 무척 중요한 일로 반드시 명심하셔야 합니다. 왕비께서 드시는 음식은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방에서 향을 다 치우고, 옷에도 향을 씌우지 마십시오. 누가 보낸 물건이든 반드시 여러차례 검사하고 확인하시고 심지어 궁에서 내려 주신 것이라도 한번 출궁한 것은 반드시 그때그때 눈을 떼지 말고 엄격하게 검사하야 합니다. 초왕부의 음식 외에는 왕비마마께서는 다른 사람의 음식을 최대한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명심하십시오.”우문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어의의 마지막 말의 의도가 어디 있는지 우문호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어의가 이 말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우문호는 화를 거두고, 예의를 갖춰: “조어의, 아내의 모든 탕약 시중을 자네가 맡아주었으면 하네. 내가 입궁해서 황제 폐하께 주청을 드릴 테니 초왕부에 잠시 와서 있게.”“예!” 하고 원경릉에게: “황제 폐하께서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왕비마마, 소신이 반드시 최선을 다해 세자를 지켜내겠습니다.”둘러선 사람들이 하나같이 긴장해서 굳어 있는 모습을 보고, 원경릉은 자기가 방금 했던 생각이 부끄러워서 죄책감이 들었다.“고마워요!” 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심란하다.희상궁이 어의에게, “왕비마마께서 회임하신 사실을 밖으로 공표하지 않
원경릉의 정체를 추측하는 우문호사람이 많으면 말도 많은 법, 소문이 퍼지지 않게 막지 않을 수 없다.“알겠습니다!” 서일이 큰 소리로 말했다.탕양이 서일에게 재차 당부하며: “이번엔 절대로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네. 알겠나?”“알아요, 탕대인 걱정 마세요. 서일이 목숨을 바쳐 서라도 반드시 작은 나리를 지킬 거니까요.” 서일은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왕비가 아이를 낳으신다고 생각하니 뜨거운 피가 용솟음친다.서일은 자기 부인이 아이를 가졌다고 할 때보다 더 감동했다. 비록 아직 부인이 없지만.왕비는 휴식이 필요하다며, 어의가 사람들을 쫓아냈다.방안에 가득하던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우문호가 원경릉 곁에 누워 조심조심 그녀를 안았다.손을 천천히 원경릉의 몸 옆에서 아랫배 쪽으로 움직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고생 했어.”원경릉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우문호가 그저 황송하고 황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부어 오른 눈가를 쓰다듬으며, 아련한 눈빛으로 목이 메인 채: “기뻐?”“기쁘기 한량없는데 든든한 기분이 더 커.”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신의 입술에 댔다.“든든하다고?” 원경릉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우문호가 웃으며 씩씩하게, “그래. 든든함. 네가 다시는 도망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내가 왜 도망가?” 원경릉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바라보고 눈가에 점점 슬픈 눈빛을 띠며, “모르겠어. 마음속으로 항상 그런 생각이 들어, 어느날 네가 나를 떠날 거라는 생각.”원경릉이 의아해하며, “왜 그런 생각이 들어?”“아마 네가 갑자기 의술을 알게 되고, 갑자기 약 상자가 생기고, 또 갑자기 사람이 완전 변했잖아. 사실 나는 줄곧 깊이 따져볼 엄두가 나지 않았어. 우리 둘 사이가 좋아진 뒤로, 내가 언제 이런 일을 너한테 자세히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며칠 물어봤잖아. 내가 너를 속이고 있다고 그러면서, 자금단이랑 약 상자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