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병과 구사의 재회꼬마 거지는 그제서야 그녀가 초왕비인 것을 알고 놀라서 달달 떨었다. 원경릉이 자가같은 거지를 위해 상처를 치료하다니, 어찌할 바를 몰라 몸을 잔뜩 웅크렸다.원경릉이 눈을 부라리며, “움직이지 마!”꼬마 거지는 돌멩이처럼 꼼짝 못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거지는 감히 원경릉을 다시 쳐다보지 못하고, 어디에 눈을 둘지 몰라 허둥지둥하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좋아,내일 초왕부에 와서 날 찾아, 다시 약을 줄 테니까.” 원경릉이 그 아이의 바짓가랑이를 내려주었지만 사실 그런다고 가려지지도 않을 만큼 낡았다.꼬마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네, 고마……감사합니다 왕비마마.”원경릉은 녀석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약을 좀 더 쥐어 주며: ‘이 약은 하루에 한 번만 먹는 거야. 5일치고, 이 두 알은 해열제로 열이 난다고 느껴지면 바로 한 알 먹어. 알겠지?”빡빡 머리 꼬마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는데 까맣고 앙상한 손이 마른 가지 같다.원경릉은 약을 주고 다른 환자를 치료하러 갔다.치료를 마친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와중에 소요후부(逍遙侯府)에서 사람이 도착했고, 예친왕도 직접 왕비와 홍등 군주를 마중 나왔다.예친왕비는 다가와서 원경릉과 인사를 나누지 않았지만, 원경릉에게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홍등을 살려준 것에 감사했다.현장은 슬슬 통제가 가능한 상태로 바뀌어 갔다.우문호의 엄명으로 관련 없는 사람은 바로 철수했다.이 무관한 사람 속에 원경릉이 포함되었다.“나는……” 원경릉은 논리로 싸우려 했다.우문호는 직접 한 팔로 원경릉을 안아 마차에 태우고 원경병과 녹주에게: “왕비를 데리고 초왕부로 돌아가라, 물 마시고 밥 먹는 걸 지켜볼 것.”“아냐, 난 아직 갈 수……” 원경릉이 가리개를 젖혔다. 약상자에 아직 약이 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닌가.“조용히 해!” 우문호가 가리개를 내렸다.“그래요 형부. 멋져요!” 원경병은 정말 두려웠다. 언니가 진짜 미쳐서 계속 안으로 뛰어 들어가다
주명취를 감싸는 주재상원경병이 도대체 뭐라고? 구사는 자기가 뭐에 씌어서 원경병한테 반했을 뿐, 다행히 아직 어머니께 말씀 드리지 않았다.구사는 연약하고 어린 자신의 마음을 탓하며 툴툴거렸다.원경병은 어리둥절해서 이 사람 왜 이러지? ‘누구시냐’고 물어도 답이 없고, 화가 난 듯 가버리다니 왜? 물어보면 안되는 거였나?원경릉이 묻길: “구사 왜 그러지? 좀 화 나 보이는데.”원경병이 의아해하며, “구사? 저 사람이 구사야? 어전 시위국장인?”“부국장이지, 둘이 만난 적 있잖아. 전에 네가 초왕부에 왔을 때, 구사도 왔었는데.”원경병이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확실히 만난적이 있다.하지만 당시는 마음이 혼란하고 초조해서 정신이 없었는데 어떻게 기억 하겠어?그나저나 이 사람도 속이 좁아 터진 게 고작 자기가 누군지 기억 좀 못했다고 성질까지 내고 그래?보아하니 남자들은 하나같이 똑같다.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길 알아야 한다고 착각하니 말이다.마차가 초왕부에 돌아와 원경릉은 녹주와 상궁이 주시하는 가운데 밥을 먹고 잠을 잤다.초왕부의 용도는 돼지를 키우는 것으로, 원경릉은 지금 우문호가 키우는 금지옥돈이다.성밖의 일은 우문호가 기본 상황을 통제한 후 입궁해 명원제에게 보고했다.마침 주재상도 어서방에 있어 주명취가 거행한 죽 배급 행사에 문제가 일어났음을 듣고 안색이 대번에 바뀌었다.명원제가: “우선 다친 사람을 잘 처리하고 일의 진상을 분명히 조사해 도리대로 행하거라.”우문호가: “예.”우문호가 나가자 주재상도 따라 나왔다.“왕야!” 주재상과 우문호가 함께 걸으며,“재상께서 무슨 일이신지?” 우문호가 물었다.주재상이 가볍게 탄식하며, “이런 일이 생겨 저도 화가 납니다. 제왕비는 일을 어찌 이리 사리에 맞지 않게 처리하는지 원.”우문호가: “뜻밖에 통제가 어려웠습니다. 자비심으로 한 일이라도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했는데, 이번은 돌발 상황으로 주요 원인은 시간통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인듯 합니다. 너무 이른
제왕부에 온 우문호그래서 주명취를 구명하는 외형을 취하지만 실은 제왕을 위해서다.주재상……은 제왕이 태자의 자리를 쟁탈하도록 지원하는 걸까?그런 속내가 있다고 해도 주재상이 자신의 외손을 돕는 것은 도의적으로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이렇게 일찍 입장을 드러내고 침착함을 잃은 건 주재상의 평소 모습이 아니다.게다가 아바마마의 면전에서 자신을 따라 나온 것과, 배신이란 이름으로 협박하는 건 급해서가 아닐까?우문호가 주재상에게: “재상께서는 안심하시지요. 이 일은 반드시 공평하게 해결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우문호는 예를 취하고 먼저 떠났다.일은 명확해 졌다. 길게 조사할 필요 없다.경조부 사람이 현장의 성문 수문장에게 물어서 알아냈고, 또 일부 백성을 뽑아 사정청취를 했으며, 예친왕비와 양부인이 모두 현장에 계셨기 때문에 전체 사정을 이해하는 데는 조금도 어려움이 없었다.마지막으로 주명취에게 가서 물어봐야 한다.우문호는 본래 직접 가고 싶지 않았지만 주명취의 신분이 제왕비고 제왕이 아내를 지나치게 싸고도는 애처가라 다른 사람을 보내면 몇 마디 묻지도 못하고 쫓겨날 게 뻔했다. 그래서 우문호는 서일을 데리고 직접 제왕부에 갔 다.제왕부에 도착하자 제왕이 직접 나와서 맞는데 얼굴에 걱정 근심이 가득하다.“명취가 돌아온 뒤로 계속 방에 틀어박혀 마음에 상처를 입었는지 울고만 있어요. 결국 자신이 백성들과 거지를 해쳤다고. 원래는 그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었던 건데 결과적으로 그들을 다치고 고생시켰다며. 내가 아무리 권해도 명취가 말을 안 듣고 죄책감에 어쩔 줄 몰라 해요. 형 마침 잘 왔어요. 형 얘긴 들을 거예요. 내 대신 말 좀 해줘요.”서일이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가며 제왕의 말을 듣고 피를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서일같이 머리가 좀 모자란 사람도 이 일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알고 왕야가 조사하러 왔는데, 제왕은 고작 왕야에게 부탁하는 게 사고를 친 장본인을 위로하는 거라니.제왕, 당신은 도대체 단순한 건가요 아니면 멍청한 겁
주명취를 사정 청취하는 우문호제왕은 목을 움츠리고 얼굴이 흙빛이 돼서, “형은 왜 그렇게 살벌하게 말해?”우문호는 인내심이 바닥나서, 호통치며: “갈 거야 말 거야?”“우선 냉정하게, 명취 놀라게 하지 말고!” 제왕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천천히 앞으로 길을 안내했다.우문호는 심호흡을 하고 비로소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였다.제왕이 다시: “전에 성문 밖에 사건때, 다섯째 형수가 명취를 호수에 민 적이 없고 오히려 명취가 형수를 밀어서 죽이려 했다고 누명을 씌웠어. 형, 돌아가서 형수한테 얘기 좀 해줘. 형수의 입장을 생각해서 그 일은 추궁하지 않는 거라고.”우문호는 큰 걸음으로 앞으로 가서 하인을 하나 불러 세워, “가서 제왕비에게 편청으로 오시라고 해라. 내가 제왕비에게 묻을 말이 있다고.”하인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제왕을 바라보자 제왕은 하는 수없이: “가거라!”하인은 명을 받들고 갔다.우문호는 제왕을 상관하지 않고 서일과 편청으로 가서 기다렸다.제왕이 따라 오면서 잊지 않고 하소연하며, “형, 이 일은 형이 잘 좀 처리해줘. 내가 명취를 감싸는데 형이 안 봐주면서, 형이 형수를 감싸는 건 사리에 안 맞지. 안 그래?”서일은 우문호의 얼굴이 완전 시커멓게 변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왕야 말씀을 좀 삼가시지요. 우선 이 일을 처리하신 후 다시 말씀하시는 것은 어떠실 까요?”제왕은 서일을 힐끔 보니 서일이 제왕에게 경고하는 눈빛을 던지며 슬쩍 손가락으로 우문호를 가르쳤다.제왕은 그래도 역시 우문호를 경외하기에, 불만이지만 감히 다시 입을 놀리지는 않았다.편청에서 좀 기다리자 주명취가 시녀를 데리고 왔다.턱에 난 상처를 싸매고 비단 치마는 폭이 넓은데 허리는 꽉 조여서 여리여리 하고 여성스럽다.시녀가 부축해서 들어오는데 초췌한 표정에 눈가가 붉다.우문호를 보고 말을 잇지 못하고 눈가가 다시 붉어지더니 흐느끼며: “호오빠 왔어요?”우문호는 주명취를 보고, “상처는 좀 좋아졌어?”주명취는 조용히: “별일 아닌 걸요.”“또
명취를 대하는 우문호의 태도와 제왕의 긁어 부스럼우문호는 이해할 수 없어서, “기왕 죽 배급 날짜를 정했으면서 왜 좀더 일찍 호빵에 대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 일시적인 결정이라 해도, 점포 몇 개만 찾아도 호빵 몇 백 개 정도는 점심까지 걸릴 필요 없는데다, 내가 현장을 보니 고작 호빵 찜기가 10개로 호빵은 다해서 150개인데 그 정도면 만드는데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아.”주명취가 당황해서, 눈물이 맺힌 눈동자로 조금 놀랐다는 듯이 우문호는 바라봤다.그녀의 마음 속이 슬픔과 분노로 뒤덮였다.우문호가 온 게 사정청취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폐하의 명을 받고 몇 마디 물어보려는 것뿐일까?후자라면 애초에 이렇게 자세히 물을 필요가 없다.만약 전자라면…… 우문호는 정말 변했다.주명취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눈물을 뚝뚝 떨굴 듯이, “머리가 아파요, 이런 일은 아랫사람들이 하게 해서 호오빠, 그 사람들에게 물어 보세요, 저는 오늘 사실…… 마음이 아프고 괴로워요.”제왕이 얼른 말했다: “다섯째 형, 호빵은 일시적으로 떠오른 생각이라고 했고 일찍 결정한 것도 아니니 150개가 적당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예상치 못 했어. 명취는 좋은 뜻에서 한 일이야.”우문호는 못난 제왕의 꼬라지를 보고 물어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그럼 알겠어, 구체적인 정황은 나도 이미 이해했으니 잘 쉬어라 나는 갈게.”주명취는 눈을 내리깔고 담담한 얼굴로 작게: “초왕 전하 살펴가세요.”이 초왕이란 말은 무정하고 냉담한 의미로 이전의 친절하던 호오빠가 전혀 아니란 소리다.우문호는 얼굴에 아무런 표정 없이 일어났고,제왕이 따라 나갔다.“형, 방금 말은 분명히 하는 게 좋겠어.”우문호는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제왕의 얼굴을 보고, “좋아, 네가 말하겠다고 하니 분명히 하자, 넌 어떻게 얘기하고 싶은데?”제왕이 불쾌한 얼굴로: “당초에 나한테 됐다고 했지만 형수는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없어서 이 일은 그냥 넘
제왕에게 화가 난 원경릉서일이 보니 우문호는 관아 방향을 향하고 있어 묻지 않을 수 없는데, “왕야, 초왕부로 돌아가지 않으십니까?”우문호가: “초왕부에 가서 뭐하게? 부인이 포악 떠는 걸 지켜보라고? 아냐, 난 왕비의 아름답고 우아한 면만 보고 싶구나.”여인이 사나워지면 흉포하다.서일이 의심스러워 하며, “왕비께서 정말 제왕 전하를 때리실 수 있겠습니까?”제왕은 다름아닌 황후의 아들로 왕비는 현비마마께도 감히 함부로 하지 못하거늘 어찌 황후마마께 밉보일 수 있을까?우문호는 원경릉이 절대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고 믿었다.원경릉은 일곱째에게 분노가 끓어오르는 걸, 오랫동안 참고 참아 지금까지 버텨왔다.성밖에 사고 현장에서 원경릉이 일곱째를 매섭게 꾸짖는 것을 듣고, 만약 사람이 많고 환자 처치가 급하지 않았으면 원경릉은 더 잘했을 것이 틀림없다. 만약 오늘밤 일곱째가 초왕부에서 원경릉에게 호수 사건을 꺼내면…… ‘너 잘 걸렸다. 피맺힌 원한 맛 좀 봐라.’원경릉이 이 순간을 잘 참고 넘긴다면 우문호가 졌다고 해도 좋다.원경릉은 화를 잘 내는 성격은 아니지만 원칙성이 강해서 자신이 잘못했으면 반드시 진심으로 사과한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닌데 상대방이 계속 강요하면 참지 못하고 성격 나온다.그때를 생각해보면 원경릉은 죽을 힘을 다해 우문호를 피가 날때까지 깨물었다.오늘 원경릉은 상당히 까칠한 상태이며, 이 사건으로 다친 사람이 너무 많고 분명 피할 수 있었던 사고기 때문이다.개다가 억지로 초왕부로 돌아가 쉬도록 했으니 기분이 상했는데 일곱째가 가서 건드리면 분명 좋을 게 없다. 우문호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말을 달려 우다다다 관아로 향했다. 야근 당첨이다!원경릉은 오늘 정말 화가 났다.당시엔 부상자가 많고 사람을 구하느라 정신 없어 이 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초왕부로 돌아와 희상궁과 녹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려고 누워 있으니 주명취가 이번 사건을 저질렀단 생각이 떠올라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백성
원경릉을 찾아온 제왕“배웠지!”“누구한테 배웠어?” 원경병은 언니가 의술을 배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고 게다가 그 의술도 이상야릇한 의술이다. 원경릉이 웃으며, 아무 말도 없다.“비밀스럽기도 하지!” 원경병은 물어도 답이 없을 걸 알기에 묻기도 귀찮다.다바오는 뛰어놀다가 원경릉 발 아래로 돌아와 엎드려 헥헥 거렸다.원경병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오늘 제왕 전하가 하는 말을 들으니 주명취가 임신했다며.”원경릉이 ‘응’하고, “임신했으면 임신한 거지.”“언니는 걱정 안돼?” 원경병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언니를 봤다.원경릉이 실소하며, “뭘 걱정해? 내가 애 아빠도 아닌데.”“제왕 전하는 황제의 적자잖아. 만약 주명취가 회임하면 제왕 전하가 거진 태자로 옹립되는 거나 다름 없지. 형부가 곧 황제 폐하의 눈에 띌 것 같았는데 아쉽다.” 원경병이 한숨을 쉬었다.“지금 태자가 되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닐지도 몰라. 표적이 될 테니까!”“누가 감히 제왕 전하를 건드리겠어? 제왕의 뒤엔 주씨 집안이 있는데.” 원경병이 비록 조정의 일은 잘 모르지만 주씨 집안의 위력에 대해선 알만큼 안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에 오르려면 우선 산 정상부터 오르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언니, 언니는 태자비가 되고 싶지 않아? 태자비가 되면 앞으로 황후가 될 수 있다고.” 원경병이 말했다.‘황후란 말이지’, 원씨 집안 8대에 걸쳐 감히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 없었다.정후는 고작 큰 딸을 초왕에게 시집 보내는데, 아버지가 가진 모든 인맥을 총동원할 정도다.막 목적을 달성했던 그 순간엔 아버지가 매일 콧노래를 부르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만약 큰 딸이 태자비가 된다면, 아버지는 너무 기쁜 나머지 미칠 지로 모른다.녹주가 빠른 걸음으로 와서, “왕비마마, 제왕 전하께서 오셨습니다.”원경릉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왕야께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으니 내일 다시 오시라고 말씀드려라.”“제왕 전하께서 왕비마마를 찾아오셨다고 합니
제왕을 꾸짖는 원경릉올 때는 마음에 할 말이 있는 데다가, 와서 보니 원경릉이 오늘 사고현장의 포악한 모습이 아니라 한층 더 떳떳하게 말 할 수 있겠다.제왕은 원경릉의 죄상을 낱낱이 파헤치며 당당하게 말하고자 하는데 원경릉은 도리어 아무렇지도 않게: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하지만 만약 호수에 빠뜨린 일이라면 입을 다물 걸 권해드립니다.”제왕은 원경릉의 죄상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데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말 할 수 없는 겁니까? 이 일은 아직 지나가질 않았고 형수는 반드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명취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아바마마 앞으로 들고 가 옳고 그름을 가려 달라 할 테니.”원경릉은 싸늘하게 웃으며, 제왕을 위 아래로 훑어 보더니, “이렇게 다 커 가지고 아직도 젖을 못 끊었나요? 무슨 일만 있으면 아바마마를 찾고, 어마마마를 찾고 왕비를 찾고, 전하는 머리가 없습니까?”제왕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인신공격은 정말 도가 지나쳤고 원경릉이 자신에게 머리가 없다고 말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난 엄연한 친왕으로 수차례의 모욕을 용납할 수 없소.” 제왕이 분노했다.원경릉이 앉으며 침착한 얼굴로, “저도 엄연한 친왕비이자 전하의 형수로, 여기서 무례하고 방자하게 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제왕이 발을 구르며, “이걸 따지자고 온 게 아니라 호수에 빠뜨린 일을 오늘 반드시 답을 듣고 말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원경릉이 싸늘하게 제왕의 말을 자르며, “그렇지 않으면 아바마마께 가서 고하겠다?”제왕은 다소 난감하면서도 화가 나서: “말꼬리를 잡고 나를 괴롭히지 마시오. 내가 전에는 다섯째 형 얼굴을 봐서 따지지 않았지만 오늘 성밖에서 명취를 물어뜯고 모함해 명취가 초왕비를 호수에 밀었다고 하는데, 명취는 마음이 착해서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하거늘 어떻게 명취를 그 따위로 말 할 수 있지? 양심이 있는 것인가? 정말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구나.”원경릉은 그저 웃고 말았다.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