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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4화

우문호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 그래?” 그녀가 물었다.

우문호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냥 기운이 없는 것 같아.”

사실 우문호는 황실의 사람으로서 백성들이 잘 보살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의 역량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했다. 원경릉은 그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눈빛에서 백성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그의 진심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길의 끝에는 의료관이 있었다. 그 입구에는 줄이 길게 서있었으며, 누추한 옷차림으로 거리에 드러누워있는 환자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그들이 풍기는 악취 때문에 파리들이 들끓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다른 의료관으로 가면 되잖아.”원경릉이 물었다.

서일은 웃으며 “왕비님, 다른 의료관을 이들이 감히 어떻게 갑니까.”라고 말했다.

“감히라니? 정부에서…… 운영하는 그런 의료관이 없나?”

“있어, 혜민서의(惠民署醫)라고.”우문호가 답했다.

“혜민서의도 비싸?”

“경중에는 혜민서의가 딱 두 곳밖에 없어. 운 좋으면 서너 달, 어떤 이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1년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

우문호의 말에 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혜민서의가 두 곳밖에 없다고? 경도(京都)가 이러게 큰데 두 곳에서 이 많은 환자를 어떻게 처리해?”

“경중에는 시내 곳곳에 개인 의료관이 있어. 하지만 비싸서 일반 사람들은 못 가지.”우문호가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조정(朝廷)에서는 의료관을 더 세우지 않는 거야?”

“의사가 없다.”우문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인파 속을 빠져나와 그녀에게 천천히 설명했다.“어렵게 의술을 배웠으니 다들 직접 의료관을 차려 큰돈을 벌고 싶어 하지, 누가 혜민서의에서 돈 없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어 하겠는가?”

“그럼 중병을 앓고 있어서 밖에서 줄도 못 서고, 돈이 없어서 의료관도 못 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

서일이 원경릉을 보며 “어쩔 수 없죠. 민간요법이라도 해보고, 안되면 죽는 수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서일의 말을 들은 그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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