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은 크게 놀랍지 않았다. 사실 이식한 뒤에 나타난 일련의 문제는 주진도 처리한 적 있었다. ‘아이들이 다 자가 치유 능력이 있는데 원경릉한테 원래 몸의 주인이 어떻게 없을 수가 있겠어?’“사실 약물을 주사한 건 현대 원경릉인데 어째서 그쪽 아이들에게 유전된 거죠?” 주진이 물었다. 이 일에 대해 자신만의 견해가 있었지만 양여혜의 설명을 듣고 싶었다.“요 몇 년간 현대 원경릉이 북당의 원경릉의 신체를 제어했어요. 그래서 북당 원경릉의 유전자를 바꿔 북당 원경릉의 몸을 현대의 몸과 같이 되게 한 거죠.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타난 뒤 원경릉 본인이 유전자 암호 한 벌은 다시 쓴 거예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전부 없앴지만 어쨌든 시공간이 떨어져 있으니 원경릉의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 신체를 보호함과 동시에 북당 원경릉의 뇌세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었던 거죠. 따라서 대뇌가 쇠약해지며 사망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런 상황에서 이식하지 않으면 계속 쇠약해지다 죽는 거죠. 다행히 전에 두 번째 아이를 배면서 태아 대뇌가 발육하는 과정에서 탯줄을 통해 모체를 살릴 수 있는 세포가 나왔지만, 흡수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원경릉이 쓰러졌고 흡수를 마치자 깨어났죠. 세 번째 임신했을 때는 대뇌가 상당히 심각하게 쇠약해졌고 현대 쪽에서 사고까지 일어나는 바람에 계속 지탱할 수 없었던 거죠. 이식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어요.”주진은 비록 이쪽 연구에 종사하는 인력이지만 양여혜의 말을 듣고 역시 좀 놀랐다.주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전 계속 과학의 끝은 신학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보아하니 제가 틀렸네요. 과학은 과학이고, 예전 인류는 미지의 사건이나 영역에 대해 늘 신의 영역이라고 해 왔는데 저도 같은 실수를 범했어요.”양여혜가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에요!”“어째서요?”양여혜가 손을 내 저었다. “스스로 알아보세요!”깨달은 자의 말은 원래 한두 마디에 그치는 법이다. 주진이 알아듣고 더이상 묻지 않았다.한 사람의 능력엔
꿈도 꾸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는, 좀처럼 있기 힘든 고요함 속에서 그저 고요하게 누워만 있었다.만두는 이쪽에서 반나절을 있다가 돌아갔다. 돌아가니 우문호가 자신들을 데리고 초왕부로 돌아가고 있었다.우문호는 여전히 만두를 지키고 있었다. 만두가 깨자 원 선생이 수술을 마쳤고 순조로웠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엄마랑 얘기해 봤어?” 우문호가 얼른 물었다.“아직 안 깨어나셨어요. 며칠이 지나야 깨어나신대요. 큰 수술이었잖아요.” 만두가 말했다.우문호는 자기도 모르게 또 걱정이 앞서서 흥분했다. “얼마나 더 있어야 깨어난대?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그럴 리 없어요! 전혀!” 만두가 얼른 아빠를 안심시켰다. “주진이 그러는데 엄마 상태가 좋데요.”우문호는 그 쪽에도 총명한 사람들이 많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막상 원 선생에 관해서는 좀처럼 안심할 수가 없었다.그래도 털고 일어나 할 일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원 선생이 진짜 돌아왔을 때 집이 엉망진창이 되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만두의 손을 잡고 나갔다. “우리 여동생 보러 가자.”계란이는 오늘 요 부인이 만들어준 붉은색 긴 옷을 입었는데 아주 예뻤다. 백옥같이 뽀얀 얼굴에 검은 포도알 같은 눈동자가 콕 콕 박혀있었고, 두 주먹을 꼭 쥔 채 포대기에 침을 흘리며 혀를 날름날름 내밀며 귀여움을 보여주었다. 우문호는 그때 딸의 미간에서 옅은 붉은색 불꽃무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아 전에는 몰랐는데, 오늘 노느라 흥분해서 혈기가 위로 올랐는지 옅은 불꽃 인장이 보이게 된 것이다.우문호가 계란이를 안고 살살 두드려주자, 불꽃 인장이 사라졌다.그러자 만두가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다. “계란이가 삶은 계란이 됐어요.”만두가 손을 뻗어 여동생의 볼을 꾹 누르며 다가와서 말했다. “동생, 얼른 자라자. 오빠가 어흥이 줄께.”“뭐?”“호랑이요, 동생한테 호랑이 주려고요.”“네 건 눈 늑대 아니었어?”“쌍둥이 거를 여
그래도 어쨌든 선물로 주신 거니 못생겼다고 싫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복도에 걸어놓고 키우는거 어때? 벌레도 잡아서 먹여주고.”서일이 답했다. “섬전위가 그러는데 얘 벌레는 안 먹고 잔디에도 안 앉는데요. 풀어주면 오동나무를 찾아서 서식한대요! 마당에 마침 오동나무가 있으니 거기에 풀어줄까요?”우문호는 새끼 봉황 날개를 보니 아직 못 날겠다. “그래, 풀어줘!”서일이 새장을 들고 나가 ‘훠이~’하고 날리자, 아이들이 달려와 재잘재잘거리며 새에 대한 품평회를 시작했다.“이게 봉황이란 거야? 완전히 못생겼는데!” 만두가 솔직하게 말했다.“닭이 더 이쁘겠어, 근데 저 발톱은 진짜 이쁘다.” 찰떡이가 발톱을 뚫어지게 보는데 발톱 전체가 노란색으로 꼬리와 색이 같고 조그만 발에 예쁜 비늘이 있어 날려 보내주자, 땅을 아주 단단히 잡았다.“”걸을 수 있을까? 걸어봐!” 경단이가 새끼 봉황을 밀었지만, 새끼 봉황은 걷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눈앞에 5개의 사람을 쳐다봤다.“걷지도 못하고 여동생이 안 좋아할 게 분명해. 환타야 네 호랑이 여동생한테 줘.” 만두가 명령하자 환타가 대담하게 답했다. “그래, 우리 동생한테 주지 뭐!”칠성이가 말했다. “나도 줄래, 나도 우리 호랑이 여동생한테 줄래.”찰떡이도 말했다. “동생이 눈 늑대 좋아하면 나도 줄 거야.”만두도 잠시 생각해 보더니 따라 말했다. “그럼 나도 줄래.”그러고는 아무 말 없는 경단이에게 물었다. “넌 줄 거야, 안 줄 거야? 우린 다 줘서 여동생이 고르라고 할 거야. 고르면 바꿀 수 없어.”경단이도 희한하게 대범한 말투로 말했다. “은자도 줄 수 있는데! 눈 늑대는 말해, 뭐해.”이처럼 여동생은 5명에게 보물 같은 존재로 달님 같고 별님 같았다. 백옥같은 자신의 동생이 바라는 건데 뭔들 못 주겠나!우문호는 계란이를 안고 복도에서 흐뭇한 미소로 그들을 바라봤다. 모두 동생을 위하는 모습을 보자 뿌듯함이 들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숙여 자기 이마를 딸 이마에
“갔어요!” 녹주가 마당문을 들어서며 얼굴이 새하얘졌다. “우리가 오늘 부엌에 준비해 둔 고기를 전부 싸서, 예쁜 대접 몇 개까지 가져갔어요. 새끼 봉황이 자기들에게 왔을 때 날아올라서 그릇을 몇 개 깨 먹었다면서 우리더러 배상하라고 했어요. 부엌에서 나갈 때 솥단지도 하나 가져가면서 그릇만 가져가면 깨지기 쉬우니까 솥에 넣어 가면 안정적이라고.”우문호는 어이가 없었다. 그 정도라고? 큰할아버지께서 그들을 그렇게 홀대하신다니.. 식기까지 가지고 다니면서.탕양도 들어와서 말을 보탰다. “그게 대숩니까? 본관에 왔을 때는 말이죠. 다리가 부러져서 마당에 놔둔 의자 2개가 있었는데, 나중에 고쳐야지 한 걸 바로 멜대에 달아 어깨에 메고 갔어요.”“안풍친왕 전하께서 그렇게 가난하신가?” 서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제가 듣기로는 저들도 봉지와 생업이 있고, 소요공과 이리 나리처럼 부유한 제자가 있으니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시는 건 아니죠?”“그건 몰라. 희상궁에게 물어봐야지.” 탕양이 말하자 녹주가 바로 희상궁에게 물어보러 갔다.삼대 거두가 원경릉과 현대로 간 뒤로 희상궁은 초왕부로 돌아와 아이들을 데리고 지냈는데, 삼대거두와 원경릉을 걱정하긴 해도 치료하러 간 데다 믿고 맡길 수 있는 태자비의 사부라고 생각하니 위기의식이 들지 않았다.안풍친왕 부하 얘기를 들은 희상궁이 웃으며 말했다. “적성루가 전에는 가난했죠. 하지만 분봉을 받은 뒤로 전답이 있고 왕비 마마도 장사를 하신 데다 나중에 방비부인께 유산도 받아서 살기 좋아졌어요. 안타까운 건 휘종제께서 보위에 오르신 뒤 안풍친왕 전하 부부께서는 경성을 떠나 돌아오지 않으시겠다며 수중에 은자와 재산을 전부 나눠주셨거든요. 아직도 기억하길 당시 왕비마마께서 아주 흥분하셔서 마침내 여기를 떠날 수 있다고, 또 이제 돌아올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적성루 물건을 산산조각으로 다 때려 부수며 아주 통쾌하기가 그지없었죠. 그런데 떠난 지 1년 만에 왠지 다시 돌아오셔서 저희와 오래 있지 않으시고 적성루 물건을 챙
주 재상은 수술 후 이틀째가 되는 날에 드디어 눈에 감긴 붕대를 풀 수 있었다.사실 어렴풋이 빛을 느끼고 있어서 붕대가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원경주가 와서 주 재상이 붕대를 푸는 것을 도와주고 태상황과 소요공이 우선 원경주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태상황이 원경주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이자, 원경주가 조금 당황하는 듯 했다. 하지만 태상황의 요구는 거절하기 힘들었다. 주진 말에 의하면 이 노인네가 고집을 부리면 눈에 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도와준 뒤 주 재상의 붕대를 풀어줬다.“천천히 눈을 뜨세요. 서두르실 것 없습니다. 우선 실눈을 뜨고 빛에 익숙해지셔야 해요.” 원경주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주 재상이 천천히 눈을 뜨자, 빛이 눈을 자극해 아파와서 얼른 다시 감았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가 마침내 눈을 크게 뜰 수 있게 되었다.주 재상이 눈을 뜨자 앞에 두 얼굴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있었다. 주 재상이 감동 받은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너희들….!”태상황이 머리를 긁적이며 무안한 듯 말했다. “과인 머리를 밀게 하는 건 탐탁지 않지만, 약간 짧게 자르는 거 정도는 괜찮지. 이렇게 너랑 보조를 맞추는 것도 괜찮지? 어쨌든 과인은 이제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지 않으니, 머리카락을 잘라도 효에 거스르지 않다네. 하하.”소요공도 머리를 긁적였다. “이러니까 아주 상쾌하네. 어쩐지 여기 남자들이 전부 머리를 짧게 잘랐더라니.”주 재상이 산소호흡기를 치우고 두 사람을 보고 웃었다. “이게 방금 큰조카에게 너희들이 부탁한 거야? 어쩐지 솨 솨솨 윙 윙윙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이게 머리 깎는 소리였군.”“너랑 같이하려고 그랬다네!” 소요공이 천진난만하게 말했다.원경주는 이 모습을 보며 천천히 물러 나왔다.원경주는 원 교수 사무실로 가서 주 재상 상태를 얘기한 뒤 물었다. “저 세 사람과 얘기는 다 끝내신 거예요? 이곳이 어떤 곳이고, 대체 동생 일은 무엇인지요?”원 교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저들은
양여혜는 처음에 약 사용량을 조금씩 줄여 12시간 이내에 천천히 깨어나도록 했다.원경릉의 뇌에 상처는 이미 아물어서 수술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옅은 붉은 색의 흔적마저 남지 않을 정도였다. 더불어 전에 있었던 모든 상처까지 전부 사라졌다. 천연두 예방접종을 한 자국도 남김없이 사라져, 완벽하게 깨끗하게 갓 태어난 아기 피부처럼 투명하리만치 희고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외모는 점점 원래의 외모와 닮아가는 것으로 볼 때 자체적인 유전자가 제대로 개조된 모양이었다.원경릉의 뇌세포는 여전히 죽어가고 있었지만, 죽어간 뒤 신속하게 자가 치유로 부활함에 따라 역시 시간 간격을 두고 억제제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원경릉을 위험한 지경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양여혜도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원경릉이 처음 이 약을 개발했을 때 효과가 강력했다. 그리고 분량 조절을 못 한 채 주사하면서 지금 이런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분량 조절을 못 한 원숭이 같은 경우가 많아 새로운 대뇌가 자라되 몇 년이 걸리는 정도는 빠른 축에 들지 않았다.원숭이의 대뇌에 양여혜는 같은 억제제를 사용했는데, 원경릉도 이와 형태가 적합한 상황이였다.용량을 천천히 줄여가며 했는데, 원래는 12시간이면 깨어날 거라 생각했으나 원경릉은 6시간이 채 되지 않아 깨어났다. 원경릉은 마치 꿈을 꾼 사람처럼 깨어났을 때 약간 당황했으나 자신이 수술을 마쳤다는 사실을 바로 의식할 수 있었다. “깼어요?” 양여혜가 침대맡에 서서 빙긋 웃으며 물었다.원경릉은 양여혜를 보고 무심결에 머리를 만져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머리 밀었네요.”“괜찮아요. 가발 쓰고 있으면 머리는 금방 자라니까요.” 양여혜가 위로해 주었다.“그래요.” 그러고는 원경릉은 양여혜에게 감동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고마워요.”“의사의 본분인걸요! 기억은 전부 생각나나요?”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 “수술할 때의 일 말고 나머지는 전부 기억해요.”“이건 제 예상 밖인데요. 부분적인 기억 결손이 있어서
원경릉은 옷을 갈아입은 뒤 바로 원경주게 전화해 주 재상의 상태를 먼저 물었다.양여혜는 원래 모두에게 12시간이 지나야 깨어날 거니 준비하라고 했기 때문에, 원경주는 12시간에서 1시간 먼저 동생을 마중 가려 했는데 벌써 깨어날 줄 몰랐다. 동생 전화에 너무 감격한 나머지 원경주는 주 재상의 상황을 얘기한 뒤 바로 차를 몰고 동생을 데리러 갔다.주 재상의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는 말과 눈이 다시 보인다는 얘기에 원경릉은 마음이 가벼워서 오빠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양여혜는 원경릉에게 주의해야 할 일을 얘기해 주었고 뇌세포의 과도한 분열로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해 다시 한번 몸은 죽고 뉴런은 죽지 않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얼마 뒤에 억제제 주사를 맞으러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원경릉은 잘 기억해 두었다. 뇌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한 상태에서 양여혜에게 말했다. “지금 정신이 좋은 것 외에 사고도 특히 명석한 상태로 이전에 북당에 있을 때는 제 전문 영역 일이 많았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처음엔 약간 멍해진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에요. 심지어 몸 상태는 제가 북당에 가기 전보다 더 좋아졌어요.”그러자 양여혜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죠. 이전에 대뇌는 여기 있고 사람은 머나먼 시공간을 넘어 있다가 지금은 수신기 같은 것을 머리에 직접 장착한 거랑 같으니까요. 선명한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시간이 지나 완벽하게 적응된 뒤엔 신기한 일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원경릉은 양여혜의 비유가 찰떡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꿈 같은 인생이다!원경주는 30분 정도 거리를 20분 만에 도착했다. 원경주는 주차장에 들어오기 전에 원경릉에게 기다리라고 하고는 데리러 갔다.원경릉은 양여혜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병실에서 나와 모퉁이를 돌아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주차장까지도 위치도면을 전혀 보지 않았다. 머릿속에 경로가 깔끔하게 그려져 있어서 느끼는 대로 가기만 하면 됐다.
“주진이 안 갔어요?” 원경릉이 물었다.“주진이 감히 어딜 와! 태상황 폐하와 소요공께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지. 주 재상이 수술받으러 갔을 때 주진이 와서 시간을 끌어줬거든. 지금 태상황 폐하는 주진을 쳐다보시기는커녕 이름만 들어도 화를 내신다니까.”원경주와 원경릉은 웃음이 터졌다. “그렇구나. 뒤끝 있으시지.”“더 웃긴 건 아빠가 그분들께 여기 상황, 네 신분을 설명하신 건데, 결과적으로 양쪽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지금 그분들은 아빠와 그쪽에 있는 황 씨 부인이 불륜관계라고 단단히 오해하고 계셔.”원경릉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쩌다가 그런 큰 오해를 낳은거지? 제대로 얘기해 봐요. 오빠. 단순하게 넘어갈 일이 아닌데… 제가 그분들을 데리고 나가야겠어요. 제가 그분들께 잘 설명할게요. 일단 서두르지 않기로 해요. 그분들이 의혹을 풀 시간이 그렇게 없는 건 아니니까, 사흘 밤낮을 설명해도 다 못하지만… 3개월은 돼야 돌아갈 수 있으니까 아직 시간이 있어요.”원경주는 이 말을 듣고 솔직히 기뻤다. 앞으로 3개월간 동생이 여기에 있다는 소식에 말이다. 지난번 돌아왔을 때 2~3일 만에 돌아가서 밥도 서둘러 먹었는데 이번엔 3개월을 있으니 만약 우문호도 있다면 결혼식도 할 수 있다.아쉽게도 지금 시공간 터널을 이용할 수 없어 우문호가 올 수 없어 이 좋은 기회를 버리게 생겼다.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3개월 후엔 시공간 터널이 열릴 테니 곧 눈앞의 일이 아닌가? 이 3개월의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를 하면 된다. 결혼 준비를 하는데 다소 적은 시간 이긴 하지만 말이다. 집안에 큰 경사를 치를 생각을 하니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발이 가벼운 게 날아갈 듯 병원으로 향했다. 원 교수 부부는 병원 주차장까지 그들을 맞이하러 나왔다. 딸이 무사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자 원 교수 부부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가슴 속에 납덩이같은 것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기분이 들었다.그들은 그동안 못했긴 이야기를 하며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